내가 낳은 아이인데도 쟤는 대체 왜 저럴까 싶을 때가 있습니다. 분명히 내가 부모인데 우리 아이는 왜 나를 하나도 안 닮은 것 같을까 싶어서 속상합니다. 그래도 내 자식이니 이해해보려고 다시금 마음을 먹어 보지만 속에서 천불이 올라올 때도 많고 대체 어떻게 해야 서먹해진 관계를 풀어볼까 싶어 마음이 답답해 미칠 것 같기도 합니다.
심리적 궁합은 연인이나 부부 관계처럼 이성 관계에만 해당되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부모-자녀 관계에서 더 중요할 때가 많습니다. 아니할 말로 사랑해 결혼한 부부라도 이혼하고 나면 남남이 되지만 부모-자식 관계는 피와 유전자로 맺은 혈연 관계니까요. 결국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죠.
내 아이가 나를 닮았을 수도 있지만 배우자를 닮았을 수도 있고 반반씩 나눠 닮았을 수도 있습니다. 드물게는 조부모, 외조부모를 닮기도 합니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 내 아이는 어떤 사람인지를 아는 것만으로도 무리한 기대를 내려놓게 되고 자녀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기기도 합니다.
이 서비스를 통해 부모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알게 됩니다.
* 나는 어떤 사람인지
* 우리 아이는 나와 무엇이 왜 다른지
* 부모-자녀 관계 갈등이 생기는 이유와 해결 방법
* 우리 아이를 기질에 맞게 올바로 양육하는 법
* 검사 도구
: 자기보고형 질문지 도구인 TCI/JTCI, MMPI-2/A 두 가지만 사용합니다.
* 검사 가능 연령 : 초등학생 이상(자녀가 미취학이거나 대학생 이상 성인이라면 별도로 문의 메일 주세요)
- 자녀가 초등학생인 경우 : 자녀 검사지도 부모가 작성합니다
- 자녀가 중, 고등학생인 경우 : 자녀 본인이 작성하고 본인의 이메일로 자료 공개에 동의해야 합니다
* 심리평가 절차
-> 부모님은 본인을 식별할 수 있는 ID(닉네임, 무작위 이름 가능)와 생년월일, 성별, 일반인/대학생 여부를, 중학생 이상 자녀는 ID, 생년월일, 성별, 중/고등학생 여부를 walden3@gmail.com으로 각자의 이메일로 알려주시면 됩니다. 자녀는 '제 검사 결과를 부모에게 공개하는 것에 동의합니다'라는 문구를 넣어서 신청하셔야 합니다' 이는 심리검사 해석을 위한 규준 결정 용도로 사용하는 최소한의 정보이며 기타 신상 정보 뿐 아니라 왜 심리평가를 받으려고 하는지도 전혀 말씀하실 필요 없습니다
-> 전문가 자격 인증(이름, 자격 이름과 자격 번호 등) 및 비용 이체 계좌 안내
-> 심리평가 비용 입금 확인
: 15만 원(본인과 자녀 검사지, 해석 비용, 해석 상담 비용 포함) 입금
: 다른 부모도 검사를 받는다면 5만 원 추가(배우자에 대한 본인의 자료 공개에 두 분 모두 동의해야 합니다)
-> 온라인으로 검사 시행(각자의 이메일로 접속 코드가 발송됩니다)
-> 해석 상담 일정 상의
-> 해석 상담 전 검사 결과를 이메일로 제공(자녀에게도 본인의 검사 결과는 제공됩니다)
-> 화상 프로그램을 이용한 실시간 비대면 해석 상담 진행 : 1시간
(부모가 모두 검사를 받았으면 두 분이 함께 해석 상담을 받게 됩니다)
: 본인 여부를 확인한 후 화면을 끄고 해석 상담을 받으셔도 됩니다.
* 특기 사항
1) 자녀가 초등학생인 경우 자녀를 조금이라도 더 잘 아는 부모가 자녀를 평가해야 합니다.
2) 자녀가 중학생 이상인 경우 본인이 작성해야 하며 본인의 검사 결과를 부모에게 공개하는 것에 대해 동의서를 자필로 사인해야 합니다(자격 인증 시 동의서 발송)
3) 합리적인 수준으로 비용을 맞추기 위해 형식적인 심리평가보고서를 제공하지 않고 현장 질의응답으로 보완합니다(녹음 가능).
4) 모든 검사 결과는 차후 다른 전문가에게 제출하거나 상담에 활용할 수 있도록 PDF 파일 형태로 제공합니다.
5) 서비스가 완료되면 검사 결과 및 이메일 주소 등의 정보를 완전히 삭제합니다.
6) 심리평가 해석 상담만 진행하고 직접 상담을 하거나 다른 병원, 상담센터, 전문가를 연결해 드리지 않습니다.
기타 문의 내용은 walden3@gmail.com으로 연락주시면 최대한 빨리 답변 드립니다.
덧. 현재 제 일정에 여유가 거의 없는 상태라서 검사 후 해석 상담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수 있으니(최대 한 달 이상) 충분한 시간 여유가 있는 분들만 신청하시기 바랍니다. 심리평가 결과를 어딘가 빨리 제출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다른 기관이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세요. 물론 최대한 빨리 해석 상담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덧. 제 전문가 자격은 아래의 QR코드를 통해 미리 확인해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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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자녀를 양육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정확하게는 어렵지 않은 것이 정상입니다. 노파심에서 말씀드리지만 어렵지 않다고 했지 힘들지 않다고는 안 했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것만큼 육체적, 정신적 에너지를 동시에 필요로 하는 일은 세상에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힘든 건 당연합니다.
이제 자녀를 양육하는 것이 어려운 진짜 이유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여기서 경제적 궁핍 같은 외부 요인은 배제하겠습니다. 경제적 빈곤은 자녀 양육을 떠나서 생존 자체를 힘들게 만드는 요인이고 이는 어쩔 수 없습니다.
경제적 요인 등이 동일할 때 어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자녀를 양육하는 것이 훨씬 더 어렵게 느껴지는데 대개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첫 번째 이유는 부모인 자신부터 원 가족으로부터 받은 것이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원래 양육자는 자신의 부모를 포함한 원 가족으로부터 받은 것만 자녀에게 줄 수 있기 때문에 기질 수용적인 환경에서 양육되면서 안정적으로 애착이 되지 못했다면 받은 게 없기 때문에 자신의 자녀에게 주고 싶어도 제대로 줄 수가 없고 때로는 이상한 걸 받아서 주게 됩니다. 그나마 예전에는 대가족 공동체 문화였기 때문에 애착 외상을 상쇄시켜 줄 일가 친척이나 동네 어른들이 주변에 있었습니다만 이제는 핵가족 문화로 바뀌었기 때문에 원 가족 부모에게 적절한 양육을 받지 못한 부모는 자녀에게 제대로 된 양육을 제공하지 못합니다.
두 번째 이유는 자신의 기질과 다른 자녀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자신의 기질과 다른 배우자와 결혼을 했고 일부 자녀가 배우자의 기질을 물려받았을 경우 기질의 차이에서 오는 어려움입니다. 예를 들어 LHL 기질인 여성이 HLH 기질인 남편과 결혼을 했고 자매를 낳았는데 첫째는 자신을 닮아 LHL 기질을, 막내는 남편을 닮아 HLH 기질을 물려받았다면 막내와는 기질이 상극이기 때문에 자신의 기질을 물려받은 첫째에 비해 둘째를 양육하는 걸 훨씬 어렵게 느끼는 게 당연합니다. 설사 자신이 원 가족에게서 적절한 양육을 받았다고 해도 기질 상의 근본저인 차이 때문에 둘째 자녀에게는 그런 양육 방법이 별로 효과적이지 않습니다(실제로는 문제를 일으킬 뿐입니다).
두 가지 이유가 겹치는 경우, 그러니까 원 가족에게서 애착 외상도 입었는데 이로 인해 상극인 기질의 배우자와 결혼해서 가정을 꾸렸고 자녀가 배우자의 기질을 물려받았을 경우가 최악의 상황인데 공교롭게도 현장에서 일하는 임상가들이 주로 만나는 게 이 두 가지 이유가 겹치는 부모들입니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예방을 위해서는 본인에게 원 가족 문제가 있는 경우 반드시 연애를 시작하기 전에 그 문제부터 해결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자신과 기질이 비슷한 배우자를 만날 수 있고 나중에 아이를 낳았을 때 자신의 부모에게 받은 것이 아닌 치유 과정을 통해 후천적으로 습득하고 내재화한 사랑을 양육을 통해 제대로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미 가정을 꾸려 자신의 기질과 상반된 자녀를 두었다고 해도 애착 외상은 치유해야 합니다. 가능하면 동일한 기질의 부모가 양육하는 것이 좋기 때문에 위의 예에서 막내는 남편이 주 양육자가 되어 더 많은 역할을 수행하는 편이 낫습니다. 그렇더라도 애착 외상을 그대로 두면 기질이 같은 자녀(위의 예에서 첫째)와도 부모-자녀 관계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치유는 필수적입니다.
부모에게 안정 애착되고 기질 수용적인 환경에서 양육되었다면 당연히 자신과 기질이 비슷한 사람에게 끌릴 것이고 자녀를 몇 명을 낳든 결국 자신 및 배우자와 비슷한 기질의 아이들이 태어나 자신이 원 가족으로부터 받은 양육 방법과 내용을 그대로 적용하면 되니 사실 상 어려울 일이 없습니다. 그래서 서두에 자녀를 양육하는 것이 어렵지 않은 것이 정상이라고 말씀드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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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와 같은 가족 중심주의 문화권에서는 서구의 개인 중심주의 문화권에 비해 부모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자녀에게 좋은 영향도 좋지 않은 영향도 훨씬 더 크게 미칠 수 있거든요.
일찌기 위니캇은 good-enough mother가 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이야기했지만 그것마저도 결코 쉬운 게 아니죠.
부모가 자녀에게 어떤 양육자가 되어야 하는가에 대해 질문하시는 선생님들이 많아서 평소 제 생각을 정리해 봤습니다.
* 선생님의 역할을 하려고 애쓰지 말 것
: 어렸을 때 충분한 돌봄을 받지 못한 부모들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문제 중 하나가 부모가 아닌 선생님의 역할을 하려는 겁니다. 심하면 선생님도 아닌 지식 전달자의 역할에만 치중하기도 합니다. 역할 모델로서 자녀의 거울 역할을 하기는 커녕 기숙사 사감, 독서실 총무, 학원 강사, 운동 코치가 해야할 일만 하는거죠. 새로운 정보를 취합해서 전달하고 성취를 격려하고 때로는 push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내 자녀는 기숙사 생도, 독서실원, 학원생, 운동 선수가 아닙니다. 그 역할은 각자 해야 할 책임이 있는 사람들에게 맡기고 부모는 부모의 역할로 돌아와야 합니다. 부모는 자녀의 육체적, 정서적 요구를 충족시키고 정서적 교류를 통해 사회 생활을 준비시키는 사람입니다. 부모가 선생님의 역할을 하려하면 부모의 역할을 할 사람이 없게 되고 자녀는 사실 상 부모가 없는 고아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그러니 부모 본연의 역할로 돌아가시기 바랍니다.
* 사랑은 선물처럼 줘라
: 자신이 옳다고 믿는 걸 주면서 사랑이라고 강변하는 부모가 많습니다. 자녀를 위해서 이렇게까지 희생하는데 뭐가 불만인지 맨날 퉁퉁거리고 말도 안 섞으려 한다고 볼멘 소리를 합니다. 자녀에게 물어봤냐고 물으면 애가 뭘 아냐 어른인 내가 더 잘 알지, 물어봤지만 대꾸도 안 한다고 합니다. 얼마나 부모 자녀 사이가 단절되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입니다. 자녀를 학대하기 위해 마음대로 행하는 부모는 극소수입니다. 나름 자녀를 사랑하기 때문에 애쓰는 걸텐데 문제는 그 사랑이 자녀에게 전혀 전달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사랑은 선물처럼 줘야 합니다. 우리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선물을 할 때 우리는 그 사람이 뭘 필요로 하고 좋아하는 지 몰래 알아내기 위해 애를 씁니다. 선물로 적당한 걸 찾아내도 혹시 부담스러워하지는 않을까, 타이밍이 적절한걸까를 또 한번 고민하죠. 그러기 위해 많은 시간을 내고 관찰하고 또 고민합니다. 사랑도 선물처럼 줘야 합니다. 자녀가 부담없이 받으면서도 기뻐할 수 있는 그런 사랑을요. 내가 주고 싶어하는 선물을 주는 건 사랑이 아닙니다. 내 욕심을 채우면서 자녀에게 고마워하라고 강요하지 마세요.
* 잔소리를 하고 싶으면 최소한 칭찬 3번을 하고 해라
: 부부 상담에는 정서 통장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부부가 평소에 사랑을 많이 적립해 놔야 나중에 갈등이 생겼을 때 적립해둔 사랑을 인출해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는 개념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평소에 자녀와 사랑을 많이 쌓아놔야 마음이 상했을 때 쉽게 치유할 수 있는 법입니다. 어른이 되고 나면 개구리가 올챙이적 생각을 못 하듯이 자신이 어렸을 때 얼마나 미성숙했는지는 기억하지 못하고 자녀의 마음에 안 드는 구석만 잘 보이는 법입니다. 자신의 단점이 유전자를 물려받은 자녀에게 투영되어 그런 것인데 그래서 잔소리를 해서 뜯어고치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관계만 악화되죠. "엄마/아빠나 똑바로 하세요"같은 소리나 듣지 않으면 다행입니다. 이게 다 평소에 쌓아놓은 적립금이 없어서 그렇습니다. 제가 흔히 말하는 '당근은 한 개도 안 주면서 채찍만 휘두르는' 부모들이죠. 잔소리를 하고 싶으면 최소한 칭찬 3번을 쌓아놓고 하세요. 칭찬할거리가 통 없다고요? 그걸 찾아내는 것도 부모의 의무입니다. 칭찬을 못 하겠으면 잔소리도 하지 마세요. 최소한 새로운 상처는 안 내겠지요. 잔소리를 하기 위해 억지로 칭찬할거리를 찾아도 됩니다. 그걸 찾는 과정에서 자녀의 예쁜 부분이 새롭게 눈에 들어올테니까요. 그러면 더 이상 잔소리를 하고 싶어지지 않을 겁니다.
제가 부모 교육이나 양육 코칭을 하면서 사용했던 기법 중 지금 머릿속에 떠오르는 걸 정리해 봤습니다. 생각이 나면 또 정리해서 소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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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적으로 미성숙한 부모는 자녀의 자존감과 성인이 된 후의 관계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자신의 부모님이 정서적으로 미성숙한지 가능하면 정확하게 파악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래야 자신을 향한 부적절한 죄책감, 수치심, 분노 폭발을 막을 수 있습니다. TCI를 실시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죠.
정서적으로 미숙한 부모의 성인 자녀를 대상으로 한 개인 심리 치료 전문가 Lindsay Gibson이 제시하는 평가 문항을 통해 부모의 정서적 미숙도가 어느 정도인지 대략적인 감을 잡아 보겠습니다.
1. 우리 부모님은 비교적 사소한 일에도 과민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2. 우리 부모님은 공감이나 정서적인 인식을 별로 드러내지 않았다
3. 우리 부모님은 정서적 친밀감과 감정을 불편해하는 듯했고 잘 표현하지 않았다
4. 우리 부모님은 개인차나 자신과 다른 관점에 짜증을 내는 일이 많았다 <- 중요
5. 내가 자랄 때, 우리 부모님은 나를 당신의 친구처럼 대했지만 내 친구가 되어주지는 않았다 <- 중요
6. 우리 부모님은 다른 사람의 감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로 말하거나 행동하는 경우가 많았다 <- 중요
7. 나는 정말 심하게 아플 때를 제외하고는 부모님에게 많은 관심과 동정을 받지 못했다 <- 중요
8. 우리 부모님은 일관성이 없었다. 때로는 현명했지만 때로는 비이성적이었다 <- 중요
9. 내가 속상해하면 우리 부모님은 피상적이고 도움이 안 되는 말을 하거나 화를 내며 빈정거렸다 <- 중요
10. 대화는 주로 부모님의 관심사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 중요
11. 공손하게 의견 차이를 말해도 부모님은 매우 방어적인 태도를 취했다
12. 내가 거둔 성공을 부모님에게 말해도 전혀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기 때문에 기가 꺾이곤 했다
13. 사실과 논리를 들어 이야기해보아도 부모님의 의견을 이길 수가 없었다
14. 우리 부모님은 자기반성을 하지 않고, 어떤 문제에 있어서 자기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되돌아보는 일이 드물다 <- 중요
15. 우리 부모님은 흑백논리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고, 새로운 생각을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다 <- 중요
무려 하나의 항목만 체크해도 정서적으로 미성숙한 부모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하지만 대부분은 여러 항목이 겹칠 겁니다. 경험적으로 봐도 상당히 일리 있는 문항들입니다. 대부분의 문항 내용에 동의하지만 제가 우리나라 문화에서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항에는 별도로 표시를 해 두었으니 참고하세요.
부모-자녀 관계 갈등을 겪는 일반인에게도, 그런 성인 자녀 내담자를 만나는 임상가에게도 유용한 문항이라 생각되어 소개합니다.
출처 : '감정이 서툰 어른들 때문에 아팠던 당신을 위한 책(Adult Children of Emotionally Immature Par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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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무슨 의미인지 쉽게 이해하실 수 있도록 간단한 예를 먼저 들겠습니다.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사례 두 가지를 보시죠.
1. 아버지가 무능한데다 알코올 의존이 심해서 가장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므로 어머니가 아버지를 대신해 밖에 나가 돈을 벌어 가족을 부양합니다. 주 양육자의 역할을 할 어머니가 없어 자녀들은 어머니의 관심과 애정을 받지 못하고 어렸을 때부터 자신의 일을 알아서 하는 것에 익숙해집니다.
2. 아버지가 무능한데다 알코올 의존이 심해서 가장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므로 어머니가 아버지를 대신해 밖에 나가 돈을 벌어 가족을 부양합니다. 주 양육자의 역할을 할 어머니가 없어 그 역할을 조모가 대신합니다. 조모는 며느리 보기 민망하고 아이들이 안쓰러워 아이들의 요구를 무조건 허용하게 됩니다. 일하느라 집에 늦게 돌아온 어머니는 생활 습관이 엉망이고 제멋대로인 아이들을 보고 잔소리를 하다 나중에는 큰소리도 내고 체벌도 하게 됩니다.
1번의 경우에는 어머니가 아버지의 빈 자리를 채우느라 주 양육자의 역할을 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아버지가 가장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해 그 역할을 어머니가 대신 하게 되어 아버지는 아버지의 역할을, 어머니는 어머니의 역할을 못하는 상황이죠. 동일시 할 아버지와 어머니가 사실 상 부재한 상태이니 상담자 입장에서는 방임의 부정적 영향만 다루면 됩니다(그게 쉽다는 말은 아닙니다. 오히려 문제가 명료하다는 의미로 이해하시는 게 좋습니다)
2번의 경우는 조모가 어머니의 역할을 대신 하려고 하니 제대로 될 리가 없고(조모의 입장에서 어머니의 역할을 하려고 하니 역할 혼란이 생기니까요) 어머니는 아버지의 가장 역할만 하는 게 아니라 조모가 망쳐놓은 걸 바로잡기 위해 아버지의 훈육자 역할을 감당해야 하는데 역시나 어머니의 입장에서 아버지의 역할을 대신 하려니 제대로 될 리가 없습니다. 따라서 이 집은 조모가 수행하는 good mother role과 어머니가 수행하는 bad father role이 충돌하게 되어 자녀에게 혼란을 주고 이 때 대부분 무조건 오냐오냐 하는 할머니에게 밀착되어(자신들에게 득이 된다고 믿으니까요) 가장의 역할을 감당한 죄(?) 밖에 없는 어머니와 갈등이 격화됩니다.
굳이 불안정 애착 유형으로 구분하자면 1번 상황은 회피형 애착 유형에, 2번 상황은 혼란형 애착 유형에 가깝다고 볼 수 있죠. 당연히 혼란형 애착 유형이 자녀가 경험하는 주관적 고통감도 크고 개입도 어렵습니다.
1번과 2번 모두 자녀에게 좋지 않은 환경인 것은 분명하나 굳이 문제의 심각성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접근의 용이성 관점에서 보면 1번 상황보다 2번 상황이 훨씬 더 안 좋습니다. 어차피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바에는 다른 사람의 역할을 어설프게 떠맡는 게 훨씬 더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다른 사람의 역할을 어설프게 수행할 바에는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게 차라리 낫다는 걸 아셔야 합니다. 이건 굳이 부모 뿐 아니라 모든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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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아동 심리평가를 진행할 때 부모를 대상으로 한 선별심리평가를 반드시 실시하라고 하는 편입니다. 아직도 많은 임상가들이 내담자 중심주의에 입각해 아동이 도움을 받으러 오면 심리평가를 실시할 때 당사자인 아동에게만 검사를 실시하곤 합니다. 하지만 '당연히' 부모에게도 최소한 MMPI-2, TCI 조합으로 구성된 선별심리평가를 실시해야 합니다.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부모에게 TCI를 실시하는 이유
: 아동에게 진단이 가능한 병리적인 문제가 아닌 기질/성격 상 문제가 있는지 확인할 때 이러한 기질이 어떤 부모에게 물려받은 것인지 확인하고 이를 통해 부모-자녀 관계 역동을 이해함으로써 부모 교육 시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초등학생인 아들이 반항적(MLL) 기질의 소유자이고 이를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것을 알게 되었는데 어머니가 고립된-겁많은(MHL) 기질인 경우 어머니 입장에서는 아들의 모든 행동이 위험천만하게 느껴질 수 있고 아들 입장에서는 어머니의 통제가 터무니없이 과도하게 느껴질 수 있으니 이를 해석 상담 등을 통해 중재함으로써 부모-자녀 관계의 긴장을 해소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이에 더하여 부모 각자의 TCI 결과를 알게 되면 부부 갈등 해소나 서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부분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개입이 가능해져 가족 내 긴장감을 낮추는데 활용할 수도 있죠.
2. 부모에게 MMPI-2를 실시하는 이유
: 가장 중요한 이유는 아동의 경우 부모 평정용 JTCI를 실시하게 되는데 당사자인 아동이 아닌 주 양육자(대개는 어머니)가 실시하는 만큼 솔직하게 응답했는지 알 수가 없어서 이를 검증하기 위한 타당도 척도가 필요합니다. 게다가 공교롭게도 부모는 건강하고 아동에게만 문제가 있는 경우보다 부모에게 더 큰 심리적 문제가 있는 경우(아동이 도와달라는 백기를 대표로 들고 나온 경우)가 더 많기 때문에 응답 경향성 확인도 그렇고 부모의 심리적 건강 상태 확인을 위해서도 MMPI-2의 실시는 필수입니다.
그럼 언제 실시하는 게 좋으냐 하면 아동에게 심리평가를 실시할 때 아예 부모의 선별심리평가도 함께 하는 게 좋습니다. 일단 아동의 심리평가 결과를 본 후 부모의 심리평가를 추가 요청하게 되면 평가자의 의도를 의심하는 부모가 많기 때문에 검사를 거부하거나 항의를 할 수도 있어 이후 과정이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습니다. 그러니 처음부터 routine하게 아동과 부모의 심리평가를 동시에 진행하는 걸 권장합니다.
덧. 동일한 의미로 부모양육태도검사(PAT)도 양 부모 모두에게 실시하여 결과를 비교하면 굉장히 유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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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이라도 제게 supervision을 받으셨거나 관련 강의를 들으셨다면 제가 애착 외상 가능성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아실 겁니다. 저는 애착 외상을 부모-자녀 관계 문제의 확장으로까지 간주하기 때문에 대인 관계 문제를 호소하는 내담자가 오면 가장 먼저 애착 외상 가능성을 변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그동안 정말 무수히 많은 심리평가 사례를 봤지만 부모-자녀 관계 문제가 전혀 없는데도 대인 관계 문제를 호소하는 내담자를 본 적이 없는 제 경험에 근거합니다. 뭐 있기는 하겠지요. 하지만 아주 드물고 그런 분들 대부분은 상담을 받으러 오지도 않을 겁니다. 그러니 일단은 애착 외상부터 확인하는 것이 안전한 접근법입니다.
대인 관계 문제를 호소하는 내담자 대부분이 부모 자녀 관계 갈등이 있고 이러한 영향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면 결국은 상담에서 이를 다루지 않을 수 없는데 문제는 그게 언제여야 하냐입니다.
많은 상담자들이 심리평가를 상담 초기에(때로는 접수 면접 이후로 바로) 실시하고 그 결과 애착 외상이 있다는 걸 찾아내면 옳다구나 하고 그 부분을 초기 상담에서 곧장 다루려고 합니다. 예전에 제가 그랬듯이요. 심하게는 해석 상담부터 직진하는 상담자도 있습니다. 애착 외상을 입은 것이 분명해 보이는 내담자들이 정작 부모에 대해 살펴보려고 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며 얼버무리거나 아예 대화를 피하는 걸 보고 많은 supervisee 선생님들이 의아해하시더군요.
하지만 애착 외상에 의해 상처받은 사람 중에 Delayed PTSD 진단을 내릴 수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니까 trauma를 경험했지만 곧바로 나타나지 않고 심하게 억압을 했기 때문에 delay가 되어 나중에 여러가지 증상으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죠. 이게 무슨 이야기냐 하면 그만큼 내담자 본인에게도 애착 외상은 다루기 힘든 큰 상처라는 뜻입니다. 게다가
'상담 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내담자의 TCI 성격 유형' 포스팅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성격 미발달 문제가 있는 내담자들이 많은 만큼 이런 큰 상처를 다루기 위해서는 더더욱 많은 준비가 필요합니다.
여기서 제가 드릴 수 있는 조언은 다음과 같습니다.
'라포가 굳건히 형성되기 전까지는 부모에 대한 부정적인 내용을 다루지 말 것'
제가
'성격에서 자율성 차원이 핵심이라면 기질에서는 위험회피 차원이 핵심' 포스팅에서 위험회피기질이 높은 기질의 내담자가 방문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말씀을 드렸는데 위험회피기질이 높은데다 이러한 기질을 미발달된 성격이 제대로 조절하지 못한다면 설사 부모로부터 애착 외상을 입은 것이 사실이라고 해도 이들에게 부모는 마지막 보루와도 같은 것이기 때문에 확실한 대안이 생기거나 이를 버텨낼 수 있을 정도로 마음의 힘이 강해지기 전까지는 부모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입 밖에 내는 것 조차도 버겁습니다. 자신을 낳아준 부모가
'독이 되는 부모'라는 걸 인정하고 나면 세상이 무너지는 아픔을 오롯이 감당해야 하니 차라리 그런 일이 없었다고 기억을 왜곡하거나 자신을 부정하는 게 더 나은 선택일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아예 일반적인 대인 관계에 대한 탐색부터 시작하거나 저처럼 우회적으로 부모에 대한 긍정적인 부분을 이야기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이것마저도 가능하지 않은 내담자들이 많으니 최대한 조심해야 합니다).
애착 외상을 입은 내담자의 경우 부모에 대해 다루는 건(특히 부정적인 내용을 탐색하는 건) 시한 폭탄을 해체하는 것과 같은 주의를 요한다는 걸 꼭 명심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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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전에도 몇 번 말씀을 드린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supervision을 할 때마다 느끼는 건 상담을 받으러 온 아동/청소년에게 부모-자녀 관계 문제가 없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상담을 할 때에도, 심리평가를 할 때에도 저는 항상 부모-자녀 관계 문제나 가정 불화를 염두에 두고 확인을 해 보라고 조언하는 편입니다.
이 때 주의해야 할 점은 자녀를 피해자, 부모를 가해자 구도로 단순하게 설정해놓고 부모를 바라보면 안 된다는 겁니다. 물론 힘의 우열을 놓고 보자면 당연히 부모가 압도적인 힘과 권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보기 쉽지만 오히려 자녀보다 부모가 더 심각한 상태인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오죽했으면 상담을 받으러 오는 자녀는 '탄광 속의 카나리아' 같은 존재라고 할까요. 그만큼 부모도 부모 노릇하기가 쉽지 않은 세상이고 부모도 자신의 부모에게서 받은 상처를 치유하지 못해 힘들게 세상을 살아가는 분들이 많다는 말입니다.
이처럼 성장 과정에서 자신의 부모로부터 제대로 된 돌봄을 받지 못하거나 심하게는 애착 외상을 입은 부모가 많아서인지 부모-자녀 관계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속을 들여다보면, 자녀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는 부모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자신의 부모들도 자신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었기 때문에 자신이 자녀에 대해 모르는 게 이상하다고 느끼지도 못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게임 중독이라며 상담을 받으러 온 부모에게 자녀가 무슨 게임에 빠져 있냐고 물어보면 제대로 대답하는 걸 보기가 힘듭니다. '대개 총 쏘고 사람 죽이는 게임이던데요' 정도라도 대답할 수 있는 부모가 의외로 보일 정도입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시간'이라는 글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자녀를 관찰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내지도, 평소 호기심을 갖고 자녀를 대하지도 않기 때문에 공부와 관련없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모르는 거지요.
자녀에 대해 모르면 접점이 없기 때문에 막상 함께 있어도 할 이야기가 없게 마련입니다. 모처럼 가족이 함께 모이는 시간이 되어도 상대방에 대해 모르니 무슨 이야기를 할 지 모르는거지요. 그래서 그냥 각자 스마트 기기나 들여다 보고 앉아있는 겁니다. 요새는 연인이 데이트를 할 때도 서로의 얼굴 대신 스마트 기기를 보면서 이야기를 한다지요. 참 슬픈 세상입니다.
자녀에 대해 모르면 이야기가 줄어드는 건 물론이고 그보다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무언가를 결정할 때 자녀에게 물어보지 않게 됩니다. 부모는 그저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결정하게 됩니다.그것이 자녀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도 자녀에게 먼저 물어보지 않습니다. 자신이 어른이고 부모이니 현명하게 결정했다고 믿어버리는거지요. 정말 그런지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자녀가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했습니다. 이 경우 어떤 부모는 학폭위를 열겠다고 길길이 뛸 수도 있고, 더러운 똥을 피한답시고 자녀를 다른 학교로 전학시킬 수도 있고, 학기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 일단 학교를 다니게 하면서 상담을 받도록 의뢰하기도 합니다. 사안에 따라 여러가지 대처 방법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자녀가 무엇을 원하는지 물어보는 부모가 거의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그저 자신의 경험과 생각에 따라 자녀에게 도움이 될거라고 믿는 방향으로 그냥 결정한 후 자녀가 따르게 합니다. 이 과정에서 대부분의 아동/청소년은 부모가 자신의 의견을 물어보지 않은 것에 큰 상처를 받게 됩니다. 따돌림 경험 그 자체보다 부모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인해 더 큰 상처를 입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그런데도 그게 왜 문제인지도 모르는 부모들이 정말 많습니다.
물론 자녀가 선택한 방법이 부적절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설득해야 할 수도 있죠. 하지만 먼저 자녀의 의사를 물어봄으로써 부모의 존중을 표현하는 건 정말 정말 중요합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자녀는 부모에 대한 신뢰를 공고히 다질 수 있으니까요. 아무리 문제가 잘 해결된다고 해도 부모-자녀 간 신뢰가 무너지면 이를 회복하는 건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야말로 소탐대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글이 좀 길어졌는데 간단히 요약해보면,
1. 자녀에 대해 모르는 부모가 너무 많다.
2. 그 이유는 통 시간을 내지 않아서이기도 하지만 자녀에 대한 호기심이 별로 없어서이다.
3. 뭔가를 결정하기 전에 제발 좀 자녀의 의사를 먼저 물어봐라.
4. 문제를 잘 해결하는 것보다 부모-자녀 간 신뢰가 깨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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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청소년을 상담하는 현장에서 부모-자녀 관계 갈등이 없는 경우를 만나기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아동/청소년이 어떤 문제를 드러내는 경우는 그보다 건강한 방법으로 부모에게 자신의 어려움을 호소할 방법이 없거나 아예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단순한 증상 호소이건 파괴적 관심 끌기이건 마찬가지입니다.
부모-자녀 관계 문제가 있는 가정의 부모님들 중 다행스럽게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어떻게 하면 좋을까 물어보시는 분들이 있는데 저는 항상 이 말씀을 가장 먼저 드립니다.
"시간을 내세요"
현장에서 오랫동안 지켜보니 우리나라 부모님들에게는 공통점이 두 가지가 있더군요.
하나는 '채찍질에는 능하나 당근은 줄 줄 모른다'는 겁니다. 본인들부터 억압받으며 성장해서 그런지 자녀를 훈육하기 위해 사용하는 다양한 억압 기술에는 매우 능하지만 무엇으로 강화를 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거의 없습니다. 사람도 동물과 마찬가지로 당근과 채찍이 모두 필요한데 항상 채찍질만 하다보니 자녀들이 더 이상 뛰는 걸 거부하게 되는 겁니다.
또 하나는 앞서 말씀드린 당근을 줄 줄 모른다는 것과 관련이 있는데 당근으로 돈 이외에는 생각할 줄 모른다는 겁니다. 박탈이 심한 부모님일수록 돈과 물질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는데 웬만큼 누리고 자란 요즘 세대 아이들에게는 별로 먹히지 않는 방법이고 효과가 있다고 해도 단발성입니다. 왜냐하면 돈에는 마음이 없거든요. '마음은 필요없고 차라리 돈이나 내놔'라고 말하는 건 그만큼 마음을 담지 못하는 어른들에 대한 냉소가 깔린 말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당근으로 사용해야 하냐하면 바로 시간입니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동일한 자원입니다. 물론 부자라면 일정 시간을 돈으로 살 수 있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부자는 시간 단위 벌 수 있는 돈이 상대적으로 훨씬 많기 때문에 더 더욱 시간을 내기가 어렵죠. 그 시간에 돈을 버는 게 남는거라고 생각하기 쉽거든요.
그래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녀에게 마음을 전하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한정된 자원인 시간을 내는 겁니다. 시간 대신 돈을 주는 건 효과가 없는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역효과만 납니다. 모든 걸 돈으로 때우는 부모일수록 자녀에게 혐오와 냉소만 불러일으키죠.
제가 시간을 내라는 조언을 드리면 자녀가 거부한다는 핑계를 대시는데 그건 자녀가 부모가 시간 내는 걸 싫어해서가 아니라 의도를 의심하기 때문입니다. 자녀에게 시간을 내려면 1) 진정성을 담아서, 2) 자녀가 원할 때까지 지속적으로, 3) 자녀가 원하는 방식으로 해야 합니다.
자녀가 빨리 정신을 차리고 공부에 매진하도록 만들려는 속셈을 갖고, 몇 번 시도해보다 지레 안 된다고 포기하면서, 부모가 원하는 걸 자녀에게 강요하는 방식으로는 절대로 되지 않습니다.
어릴 때부터 공부와 스펙 쌓기로 많은 시간을 요구받아온 우리 아이들이야말로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 자원이자 선물인지 누구보다 잘 압니다. 부모가 정말 그걸 자신들을 위해 사용하겠다는 것인지 믿을 수 없어 시험하는 것이죠. 그러니 자녀를 위해 그 소중한 시간을 사용하시겠다면 우선 신뢰성 시험부터 통과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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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마다 문화마다 부모가 자녀에게 가할 수 있는 심한 벌의 유형이 달랐습니다. 지금도 그렇기는 하지만 예전에는 신체적 체벌과 버리겠다는 협박이 가장 무서운 벌이었습니다. 먹고 살기 힘들던 궁핍한 시기에 버리겠다는 협박은 그냥 죽으라는 것과 마찬가지 의미였으니까요.
그 당시에 태어나 그러한 육체적 체벌과 협박을 당하며 자란 지금의 부모님들은 자신에게 효과적으로 작용했던 벌을 자신의 자녀에게 답습해 사용해 보지만 사실 요즘 아이들에게는 거의 먹히지 않는 방법입니다. 사람도 동물이니만큼 신체적 체벌과 버리겠다는 협박이 전혀 통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과거만큼 효과적이지 않죠.
요즘 아이들에게 가장 심한 벌은 스마트폰 압수나 사용 금지입니다. 실제로 굉장히 효과적이어서 아이들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이를 활용하는 부모님도 많습니다.
하지만 스마트폰 압수나 사용 금지는 통제의 수단으로든 벌의 방법으로든 사용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왜냐하면 스마트폰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더 이상 유희의 수단이 아닌 소통의 수단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입니다.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없게 만드는 건 아이들의 눈을 가리고 귀를 막으며 입을 틀어막는 것과 같습니다. 그냥 아무런 자극이 없는 어둠 속에 던지는 것과 같아요. 스마트폰 압수나 사용 금지 전략을 사용하는 순간 원래의 교육적 의도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의사소통 수단을 빼앗겼다는 분노만 남게 됩니다.
카톡 메시지를 제 때 확인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따돌림의 사유가 되는 아이들 문화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건 사형 선고를 내리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그처럼 예민하고 격렬하게 반응하는거구요. 부모가 이런 문화를 인정하든 말든 상관없습니다. 이미 스마트폰은 아이들의 세상에 뿌리내렸고 다시 돌리기 어려울 겁니다.
반대로 아이들의 마음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방법도 스마트폰입니다. 아이가 요구하지 않았는데도 최신의 스마트폰으로 바꿔주는 것이야말로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최고의 전략입니다.
최신 스마트폰을 사 주면 스마트폰에만 빠져서 공부를 등한시하고 게임이나 SNS에 중독되지 않느냐고요?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부모-자녀 관계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교두보는 마련할 수 있겠지요. 구형 스마트폰을 그대로 사용하게 하면 게임과 SNS 중독에서 벗어나 부모가 원하는대로 공부에만 열중하게 되나요?
SNS와 게임 중독은 최신 스마트폰 사용의 부작용이 아닙니다. 오히려 부모-자녀 관계 갈등과 소통 부재의 결과입니다. 아무런 대안도 없이 그저 자녀들의 손에서 스마트폰을 빼앗기만 하는 건 다른 대안을 고민해보고 싶지 않은 부모의 게으름과 무지의 소산이고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합니다.
이제는 스마트폰이 어른들과 다른 용도로 자리매김했다는 걸 인정할 때가 되었습니다. 그 인정으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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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검자가 아동/청소년인 경우 심리평가 해석 상담을 원칙에 맞춰 수검자에게만 실시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법적 보호자인 부모도 그 결과를 궁금하게 생각하고 듣고 싶어할테니까요. 아동/청소년이 부모에게 알리지 않기를 원하면 해석 상담을 미루기 위해 최선을 다해 부모를 설득해야 하지만 그럴 때를 제외하고는 대개 부모에게도 해석 상담을 하게 됩니다.
불행하게도 어려움을 호소하며 상담/심리평가를 받으러 온 아동/청소년에게만 문제가 있는 경우는 사실상 거의 없습니다. 자녀는 가정의 불행을 드러내는 '탄광 속의 카나리아' 같은 존재라서 자녀에게 심리적 문제가 생겼다면 이미 부모-자녀 관계나 부부 갈등, 가족 구성원 간 불화, 심하게는 부모가 치료를 요하는 정신 장애에 걸려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녀를 대상으로 심리평가를 할 때도 최소한 부모를 대상으로 한 선별검사(TCI, MMPI-2) 정도는 실시해야 하고 이 결과는 부모 각자에 대한 치료적 개입 여부 뿐 아니라 해석 상담을 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을 확인하기 위한 귀중한 정보로 활용됩니다.
부모가 약물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심각한 우울 장애로 고통받고 있거나 MMPI-2에서 S척도를 70T 이상으로 띄울 만큼 방어적이라면 해석을 위한 접근이 그에 따라 달라질 수 밖에 없으니까요.
문제는 많은 상황에서 이러한 부모 평가가 불가능하다는거지요. 부모가 심리평가를 거부하기도 하고, 비용 문제로 추가 검사를 실시할 수가 없거나 기관에서 부모용 검사를 제한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종류의 제한이 있거든요.
그래서 부모가 어떤 분들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자녀 심리평가 결과의 해석 상담을 해야 할 때 주의해야 하는 점을 몇 가지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 자녀의 문제가 부모 탓인 것처럼 들리게 말하지 말 것
: 실제로 자녀의 문제가 부모에 의해 생긴 게 맞다고 하더라도 그걸 부모에게 직면시키는 건 거의 항상 효과가 없습니다. 아무리 열린 마음을 가진 부모라고 해도 자신을 탓하는 평가자의 해석을 접하면 자동적으로 방어 기제가 작동하게 마련입니다. 그게 인간이니까요. 그러니 문제의 원인보다는 해결 방법에 초점을 맞추어 설명하는 게 훨씬 낫습니다.
* 부정적인 내용만 이야기하지 말 것
: 특히 임상 장면에서 일하는 평가자들이 많이 하는 실수인데 훈련 과정 자체가 문제를 찾아내는 것에 치우치다보니 보고서를 쓸 때도 수검자의 문제를 조목조목 기술하는 것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하죠. 그래서 해석 상담을 할 때만이라도 수검자의 문제 하나 당 강점 하나씩을 함께 이야기해서 해석의 체감 온도를 조절하려는 노력을 의도적으로 기울여야 합니다. 그러려면 평소에 검사 결과를 해석할 때도 어떤 부분이 수검자의 강점인지 부모에게 할 해석 상담을 염두에 두고 찾는 버릇을 들여야 하고요.
* 균형을 맞춘다는 느낌으로 해석할 것
: 예를 하나 들자면, 많은 아동/청소년들이 강압적인 훈육 방법을 고집하는 부모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심리평가를 받게 되는데 그런 부모일수록 평가자/상담자에게 원하는 건 다시 공부에 집중할 수 있도록 빨리 문제를 해결하는 겁니다. 이럴 때 공부만 강요하는 훈육 방법을 고집하면 안 된다고 훈계하듯이 이야기하는 건 소용없습니다. 그게 바로 그 부모가 자녀에게 사용하던 방법이니까요. 그럴 때는 균형을 맞추는 것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게 더 효과적입니다. 저는 두 날개의 비유나 포르쉐 엔진을 단 프라이드 자동차 비유 등을 많이 사용하는데 채찍을 많이 사용하는 부모에게 당근으로는 무엇을 사용하는지 묻거나, 규율과 규칙을 중요시하는 부모에게는 정서적 스킨십과 칭찬 등을 얼마나 사용하는지 묻거나 하는 식으로 부모가 잘못 하고 있다는 핀잔 식이 아니라 당연히 아시겠지만(물론 전혀 모르거나 알고도 사용하지 않는 부모가 태반입니다만) 조금 더 신경 써 주시라는 의미로 뜨끔하게 만드는 정도로만 이야기 하는 겁니다.
다시 강조해서 말씀드리지만 설사 부모가 자녀 고통의 원흉이라고 해도 부모를 가능하면 적으로 돌리지 않도록 노력해야 내담자에게 도움이 됩니다. 도저히 설득이 불가능한 부모를 밀어내고 아동/청소년 내담자에게 집중하기로 결정하는 건 가장 마지막에 꺼낼 카드입니다. 그 때까지는 어떻게든 부모를 협조자로 만드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하고 신중한 해석 상담이 그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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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자발적으로 상담을 받으러 오지만 반대로 아동/청소년은 부모의 권유나 강요에 의해 비자발적으로 올 때가 훨씬 더 많습니다.
그래서 상담도 그렇고 심리평가도 그렇고 아동/청소년 내담자와 라포를 형성하기 위해 충분한 orientation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죠.
아동/청소년 상담의 또 한가지 특징은 부모-자녀 관계 갈등이 없는 경우가 드물다는 겁니다. 저는 supervision을 할 때마다 PCRP를 default 값으로 가정하고 살펴보라고 할 정도로 부모 자녀 관계 문제가 기본 깔려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특히 부모 자녀 관계에서는 일반적으로 부모가 압도적인 권력과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부모의 행동 변화가 수반되지 않는 한 상담의 효과가 제한되기 쉽죠. 상담자가 아동/청소년과 어렵게 라포를 형성하고 치료적 동맹 하에서 함께 노력하더라도 부모는 이를 단번에 좌절시킬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담자가 상담 초기부터 부모를 최대한 개입하도록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의뢰 단계에서부터 부모님의 적극 참여가 중요함을 강조하고 심리평가의 해석 상담 시에도 부모님의 도움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특별히 강조해서 말씀드립니다.
하지만 많은 현장에서 부모가 상담 자체를 싫어해서, 심정적으로 부담스러워서, 상담을 받고는 싶지만 시간이나 경제적인 여건이 허락하지 않아서 등의 이유로 상담자와 정기적으로 만나지 못합니다.
아동/청소년 상담에서 부모가 동반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얼마나 다른지는 아동/청소년 분야의 상담자라면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부모가 함께 오지 않으면 자녀의 변화 책임은 오로지 상담자에게 부과되고 이러한 부담은 상담자가 운신할 수 있는 폭을 제한하게 되죠.
부모가 정기적으로 상담자를 만나지 못하는 모든 경우에도 상담자는 부모에 대한 심리평가를 통해 간접적인 개입 방안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저는 선별심리평가에서도 아동/청소년 뿐 아니라 양 부모 모두에 대해 MMPI-2와 TCI를 최대한 실시하려고 노력하는데 양 부모의 기질/성격과 정서 상태에 대한 정보만 갖고 있어도 아동/청소년의 그것과 비교함으로써 누구를 더 적극적으로 상담에 끌어들여야 하는지, 어떤 부모가 부모 교육에 더 잘 반응하는지, 어떤 부모에게 개인 상담을 권유해야 하는지에 대한 밑그림을 그릴 수 있거든요.
정리해 보자면,
1. 아동/청소년 상담에서는 부모-자녀 관계 문제가 기본으로 깔려 있을 것으로 가정하는 것이 안전하다
2. 상담 초기부터 부모의 적극적인 협조가 중요함을 강조하고 상담 또는 부모 교육을 강력히 권유한다
3. 부모가 여러 이유로 상담을 꺼리는 경우 선별심리평가라도 실시해서 양 부모의 검사 결과를 검토한다
태그 -
MMPI-2,
PCRP,
TCI,
기질,
부모,
부모 자녀 관계 문제,
상담,
상담자,
선별심리평가,
성격,
심리평가,
아동,
아동 상담,
청소년,
청소년 상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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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가 부모와 대화를 하지 않으려는 이유는 많지만 우리나라에 한정하여 그 중 가장 대표적이고 중요한 이유는 두 가지만 꼽아보라면 다음을 들 수 있습니다.
첫째. 기승전'공부'이기 때문
상담을 하면서 많은 부모들을 만나는데 자녀의 문제가 아무리 다양해도 결국 부모가 원하는 건 공부를 열심히, 잘하는 겁니다. 부모의 나이, 학력, 직업 불문하고 하나같이 천편일률적으로 똑같습니다. 겉으로는 자녀가 행복하기를 원한다, 학교 적응을 잘 했으면 좋겠다. 좋은 친구를 사귀었으면 한다고 포장하지만 결국은 깔대기처럼 공부로 모아집니다. 공부를 꼴지해도 좋으니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즐겁게 살기만 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부모는 아직까지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그런 부모의 자녀는 상담을 받아야 할 정도의 문제가 생기지도 않을테니 앞으로도 저를 만날 일이 없을 겁니다.
주제가 무엇이든 이야기를 하다 보면 결국은 돈, 성공, 경쟁과 같은 주제로 흐르게 되고 결국은 열심히 공부를 해야 한다에 이르기 때문에 아이들은 부모와 이야기하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아니라고요? 그럼 학원, 학교, 수업, 숙제, 진도, 진학처럼 공부와 관련있는 단어를 빼고 한번 대화를 시도해보세요. 아마 할 이야기가 거의 없을 겁니다. 우리나라 부모들은 공부와 관련되지 않은 이야기를 하는데 있어 완전 초보들입니다. 정작 본인들부터 공부로부터 자유로운 인생을 살아본 경험이 많지 않고, 사회에 나와서도 여전히 그런 시스템에 순응하면서 살아왔기 때문에 다른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고 해도 할 이야기가 없습니다. 그 부분에 있어서는 백지 상태니까요.
둘째. 말과 행동이 다르기 때문
부모들이 심하게 착각하는 점 중 하나는 자녀보다 자신이 세상을 오래 살았고 경험이 더 많으며 그렇기 때문에 진심을 담아 이야기를 하면 삶의 지혜에서 나온 조언을 자녀들이 귀담아 들을거라고 착각하는 겁니다. 미안하게도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조금만 머리가 굵어져도 어른들의 말은 들을 필요가 없다는 걸 금방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행동만 봅니다. 아이들은 부모가 질서를 잘 지켜야 한다는 말을 듣고 있지 않습니다. 그런 말을 할 때 아이들이 "네, 잘 알고 있어요"라고 말한다면 그건 "엄마 아빠나 실천하세요. 말만 그럴싸 하게 늘어놓지 말고요"라는 뜻입니다. 아이들은 부모가 빨간 불 신호등일 때 길을 건너지 않는지, 식당 종업원을 정중하게 대하는지 등을 유심히 봅니다. 그리고 따라합니다.
예를 들어 책에는 인류의 지혜가 들어있으니 우리 아이가 책을 가까이 했으면 좋겠는데 왜 그리 책을 안 읽으려는지 모르겠어요 하고 한탄하는 부모들이 많은데 그런 불평을 하는 부모 중에 본인이 책을 즐겨 읽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말로는 인류의 보고라면서 책을 치켜세우면서도 정작 자신은 책을 멀리하는 부모의 행동을 보고 아이들이 책을 읽을리 만무합니다. 비슷한 예로는 부모는 재미있는 영화를 보면서 아이들보고는 쓸데없는 것에 관심가지지 말고 방에 들어가서 공부하라는 강압도 있죠.
아이가 어떤 좋은 습관을 들였으면 하고 기대하려면 그보다 먼저 부모 자신이 그런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부모와 아이는 서로의 거울이기 때문입니다.
두 가지 큰 이유를 들었지만 저는 기저에 더 큰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바로
결과중심주의인데 이건 사회 시스템의 문제이지 부모의 개별적인 문제가 아닙니다. 지금의 사회, 교육 시스템은 반드시 결과를 따지고 평가하는 결과중심주의에 입각해 만들어졌습니다. 이것의 장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결과중심주의의 가장 큰 문제는 호기심과 탐구 동기의 상실입니다. 호기심과 탐구 동기의 상실은 지속성을 앗아가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결과중심주의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성과에 타격을 줍니다.
결과중심주의가 우리 교육을 얼마나 철저하게 지배하고 있는지를 알아보는 건 간단합니다. 비교와 평가를 얼마나 하고 있는지 살펴보면 됩니다. "참 잘했네", "지난 번에 비해 이건 이렇게 저건 저렇게 좋아졌다", "조금만 더 하면 잘 할 수 있겠다" 등의 말은 모두 결과중심주의에 입각한 말입니다. 최종적으로 잘한 상태라는 것이 있다는 걸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이거든요. 어른들이 많이 사용하는 대표적인 결과중심주의 용어로는 '가성비'가 있습니다.
반대로 과정중심주의는 과정 중에 무엇을 경험하고 느꼈느냐에 초점을 둡니다. "해 보니 어땠어?", "즐거웠니?", "재미있었니?"와 같은 말들이 대표적이죠. 평소에 자녀와 상호작용할 때 이런 말들을 얼마나 사용하고 있는지 생각해보세요. 아마 거의 사용하지 않을 겁니다.
과정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부모가 공감하지만 결과중심주의 시스템 하에서 과정의 의미를 추가로 부여하는 것으로는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결과중심주의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를 쓸 필요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방법으로는 "잘한다", "못한다"는 말 자체를 일체 사용하지 않는 겁니다. 쉬울 것 같지만 실제로 해 보시면 "잘한다", "못한다"는 말을 사용하지 않고 자녀와 이야기를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금방 알게 되실 겁니다.
주제에서 좀 벗어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같은 이야기입니다. 자녀가 부모와 대화를 하지 않으려는 이유는 결과중심주의 시스템에서 자란 부모와 대화를 하게 되면 결국 내재적인 동기와 호기심이 말살되기 때문에 그런 삶을 살고 싶지 않아서(정확하게는 불길함을 느껴서)입니다. 심리평가를 할 때마다 문장완성검사에서 "이번 방학 때 가장 하고 싶은 것은 좀 더 노는 것". "내가 가장 하고 싶은 것은 친구와 노는 것"이라고 쓰는 아이들이 너무나 많다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그러니 자녀와 진정한 대화를 하고 싶은 부모는 1) 잘했다, 못했다와 같은 말을 사용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결과중심주의와 적극적으로 싸우고, 2) 공부를 제외한 다른 주제에 스스로 관심을 갖고, 3) 스스로 이를 체화하고 습관화 해야 합니다.
이 세 가지가 충족되지 않는 부모는 미안하지만 자녀와 제대로 된 대화를 할 수 없습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는 이를 충족하는 부모의 수가 너무나 적습니다. 더 암울한 건 상황이 나아질 징조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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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사랑은 내리 사랑이자 무조건적인 사랑이라고들 합니다. 부모가 되어 봐야 아낌없이 주는 부모님의 바다와 같은 사랑을 진정으로 깨닫게 된다고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정말로 부모의 사랑은 자식에게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무조건적인 사랑일까요?
저는 그런 사랑이 정말로 존재하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상담일을 하면 할수록 무조건적인 사랑은 허구가 아닐까 하는 의심이 짙어지거든요.
자녀가 사소한 일로 감정이 폭발해 부모님은 항상 나를 무시한다고 울분을 토하는 걸 듣고 황당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온 부모님이 계십니다. 당신은 자녀를 무시하는 마음을 품은 적이 한번도 없다고 억울하다고 하시면서요.
그런데 왜 그 자녀는 부모님이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했던 걸까요? 그건 그동안 자신이 사랑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껴왔기 때문입니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면 부모가 나에게 조건부 사랑을 줬다고 느꼈는데 그 사랑을 받기 위한 기대를 충족할 능력이 본인에게 없으니 답답했던 것이죠.
부모와 자식의 이런 생각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이런 차이를 보이는 가족이 정말 많습니다. 저는 이럴 때 부모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순서대로 합니다.
1. 자녀를 사랑하시나요?
: 놀랍게도 이 질문부터 선뜻 자녀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부모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자녀를 사랑하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본 부모가 별로 없거든요. 물론 자식을 사랑하는게 너무 당연하기 때문에 물어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2. 사랑한다면 왜 사랑하시나요?
: 안타깝게도 이 질문에 무조건적으로 사랑한다고 대답하는 부모를 거의 본 적이 없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사랑한다고, 부모가 자녀를 무슨 이유가 있어서 사랑하느냐고 반문하는 경우가 많지만 결국 부모가 스스로의 마음을 차근차근 들여다보면 사랑하는 이유가 무언가는 반드시 있더군요.
3. 자녀가 기대를 충족하지 못해도, 내 기대에 반하는 삶을 살아도 사랑할 수 있나요?
: 아직까지 이 질문에 대해 진정으로 그렇다고 대답하는 부모를 한번도 만나지 못했습니다. 이 질문을 들은 모든 부모가 주저하거나 대답을 꺼리고 피하더군요. 자녀가 좋은 대학에 들어가 면을 세워주고, 내가 바라는 직업에 종사하면서 내가 원하는 배우자를 얻고, 내가 봤으면 하는 손주를 안겨 주고, 내가 원하는 효도를 한다면 그 어찌 사랑스럽지 않을까요? 하지만 그 반대라면요? 그래도 사랑할 수 있나요?
세 질문에 모두 "예"라고 선뜻 대답할 수 없다면 조건부 사랑이 아닌지를 의심해 보세요. 즉, 내가 원하는 것을 해 줘야, 내가 원하는 사람이 되어야 사랑하겠다는 메시지를 나도 모르게 주고 있지는 아닌지를요.
조금 과격하게 말한다면 그건 사랑을 한 것이 아니라 투자를 한 겁니다. 게다가 그 투자는 상대방이 원치 않은 것이라는데 본질적인 문제가 있는 겁니다.
앞서의 예로 돌아가 자신을 무시하지 말라고 울부짖는 자녀는 이미 부모의 속마음을 읽고 있던 겁니다. 그냥 자신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랑해 달라고 절규하는거지요.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이 무조건적인 사랑은 없으며 모든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라는 게 아닙니다. 제가 만나는 사람들은 마음을 다쳤거나 마음이 약해진 분들이 대부분이니까요. 마음이 건강한 분들은 무조건적인 사랑을 하고 있을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기대가 충족되어야만 조건부로 사랑하면서도 무조건적으로 사랑하고 있다고 믿고 있는 부모와 그런 부모의 기대가 너무도 부담스러워 그 사랑을 굴레처럼 느끼는 자녀의 관계는 건강할 수가 없습니다. 너무 슬프고 안타까운 일방적인 관계지요.
부모가 자신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욕심과 기대를 명징하게 바라볼 수 있을 때, 자신의 부모로부터 받은 기대가 자신도 모르게 대물림되어 자식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깨달을 수 있을 때, 그 때가 되면 비로소 진정한 무조건적인 사랑을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 포스팅에서는 자녀에 대한 부모의 사랑에 국한해서 말씀드렸지만 연인, 배우자, 친구에 대한 사랑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간에 대한 사랑이라면 별반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사랑에 대해 생각해보세요. 내가 사랑하는 대상을 아무런 기대 없이 사랑하고 있는지를요, 상대방이 내 기대에 반하는 삶을 살아도 사랑할 수 있는지를요. 만약 그렇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면 당신은 정말 행복한 관계를 맺고 있는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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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면 대체 무슨 소리인지 잘 이해가 안 되실텐데 (부모가 보기에) 통 공부를 하지 않고 게임에만 빠져 있는 자식을 답답해 하는 부모가 있다고 가정해보죠.
부모가 원하는 것은 자식이 게임을 그만하고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일텐데요.
"그놈의 쓸데없는 게임 좀 집어치고 이제 공부 좀 해라"
"그렇게 공부 안 해서 나중에 뭐가 되려고 그러냐"
"엄마 친구 아들은 지 스스로 알아서 공부를 잘만 한다던"
"공부란 게 다 때가 있는거다.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아빠 말 들어라"
등등의 잔소리를 하기 쉽습니다. 위에서 예를 든 잔소리들은 긍정적 or 부정적 내용, 비교, 협박, 미래 예견 등 서로 다른 내용을 담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공부'라는 단어가 들어간다는 것이죠.
부모의 의도가 자식이 공부를 하게 만드는 것이니 공부라는 단어가 들어가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냐고 하실 수 있지만 도리어 말하고 싶은 의도가 들어간 그 단어를 입 밖에 내는 순간 그 말이 의도하는 효과는 물 건너 가는 겁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경우 노골적인 의도가 실린 단어는 반복적인 사전 경험에 의해 이미 부정적인 정서를 유발하게끔 조건화되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공부라는 낱말은 듣기만 해도 짜증, 혐오감, 분노 등의 부정적 감정이 자동으로 유발됩니다. 그러니 '공부'라는 단어를 제외한 나머지 내용이 아무리 긍정적이고 바람직하다고 해도 차단되어 들리지 않습니다.
그러니 자녀가 공부를 하게 만들고 싶을수록 '공부'라는 단어를 빼고 말하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요새 애들 뭐 좋아하냐?"
"쉬는 시간에는 주로 뭐 하니?"
"직장이 아닌 직업이 중요해지는 시대가 오는데 어떤 일을 하면 좋을지 차근차근 생각해봐라"
"맨날맨날 놀 수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위의 말만 들으면 대체 무슨 소리를 하려는 것인지 짐작하기 쉽지 않습니다. 결정적인 단어가 빠져 있으니까요. 하지만 저 말을 하는 부모의 의도는 결국 공부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거지요. 하지만 이야기를 계속 끌고 나가려면 '공부'라는 단어가 만든 차단벽을 일단 우회해야 합니다. 그래서 공부라는 단어가 부모가 아닌 자녀의 입에서 절로 나올 수 있도록, '공부'가 낳는 두려움, 불안 등의 심리적 불편감을 스스로 털어놓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하고 싶은 말만 빼고 말하는 역발상의 전략이 가끔은 더 깊은 수준으로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측면에서 생각해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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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여담이지만 저는 아이 문제로 심리평가나 상담을 받으러 온 부모의 문장완성검사에서 '내가 가장 바라는 것은 우리 아이들을 ~~~하게 키우는 것'이라는 응답을 발견하면 주의하는 편입니다. 경험적으로 부모-자녀 관계가 문제인 가정이 많았거든요.
문구 자체만 놓고 보면 자신의 아이를 제대로 키우겠다는 부모의 자기 다짐처럼 느껴지기에 별 문제 없어 보이지만 사실 저 문장에는 여러가지 의미가 함축되어 있습니다.
우선 아이의 기질, 아이가 바라는 것, 아이가 되고 싶어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없습니다. 아이가 행복하기를 바라지 않는 부모가 어디 있겠습니까마는 내 아이를 이렇게 저렇게 키우겠다는 다짐 속에는 아이가 행복하기 위해 필요한 욕구와 희망과 꿈이 들어갈 자리가 거의 없는거지요. 아이가 원하는 것을 알았다손쳐도 부모의 기준에 부합해야만 비로소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부모의 기대와 욕심이 먼저, 아이의 욕구와 꿈은 나중이 됩니다.
그러다 보면 자칫 아이의 행복이 우선적인 기준이 아닌 자신의 대리 만족을 위한 욕구의 투사 대상으로써 아이를 바라보게 됩니다. '내가 어렸을 때 너무 가난해서 하고 싶은 공부를 맘껏 못했으니 우리 아이는 그런 걱정 안 하고 마음껏 공부를 할 수 있게 하자'고만 욕심낸다면 정작 아이가 공부 대신 다른 것을 하겠다고 했을 때 흔쾌히 허락하고 지원하지 못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아이는 '내 대신' '내가 못한' 공부를 해야 하니까요. 이런 투사는 아이와 부모 모두를 병들게 합니다. 정말 불행한 일이죠.
다음으로는 '내가 가장 바라는 것은...' 이라는 질문은 내게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것,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 넓게는 나에게 삶의 의미가 되는 것이라는 포괄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내 아이를 어떻게 키우겠다는 다짐이 가장 바라는 것인 부모는 자신에 대한 바로 그것이 없습니다. 자신에게 바라는 것이 없고 나와 다른 존재인 내 아이에게 무언가를 바라는 사람은 어쩔 수 없이 '기대'를 하게 되고 제가 예전에 했던 포스팅(
관계는 '기대' 때문에 망하고, 불행은 '비교' 때문에 느낀다)에서처럼 부모-자녀 관계를 망치게 됩니다.
칼릴 지브란이 자신의 시(
'자녀는 부모가 키우는 분재가 아니라 스스로 크는 소나무이어야 합니다' 포스팅 참고)에서 말했듯이 부모가 아이들에게 육신의 집은 줄 수 있으나, 영혼의 집까지 줄 수는 없으므로 자신의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격려하고 지원하고 응원하는 것이 참 부모의 역할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내 아이가 나와 다른 생각, 다른 꿈, 다른 희망을 품고 있다면 세계적인 작가인 무라카미 하루키가 한 말처럼 다른 북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입니다. 나와 같은 북 소리를 듣고 같은 박자에 흥을 느끼는 것도 즐거운 일이지만 다른 리듬을 타는 내 아이를 보는 것도 즐겁고 보람된 일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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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심리학 공부한 이후로 지금까지 읽은 놀이치료, 육아 관련 책 중 최고의 책입니다. 일단 강추 드립니다.
믿고 보는 양철북 출판사에서 나온 책이라서 최소 평타는 치겠거니 했는데 개인적으로 '심봤다~' 수준이라서 깜짝 놀랐고 읽는 내내 정말 좋았습니다.
이 책의 원 제목이 Playful Parenting이라서 제목의 어감을 그대로 살려 나왔으면 망했을 수도 있을 것을 출판사에서 제목도 잘 뽑아 냈네요.
보통 이런 류의 책은 육아와 놀이에 관심이 많은 일반인이나 놀이치료를 할 전공자 중 하나만 택해서 특화시키게 마련인데 이 책은 한꺼번에 잡기 힘든 두 마리 토끼를 둘 다 놓치지 않았습니다.
'아이 마음을 헤아리는 부모의 특별한 기술, 놀이 육아'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주 독자층은 내 아이와 잘 놀고 싶고 놀이를 통해 아이 마음을 읽고 헤아리고 싶은 일반 부모인데 저자 본인과 주변 사람들의 경험, 놀이치료 사례에 이르기까지 풍부한 예시를 바탕으로 이해하기 쉽게 썼습니다. 그러면서도 중간중간에 놀이치료의 핵심 개념과 함께 저자가 주로 사용하는 기법을 소개하고 있어서 임상가들이 실전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건질 내용이 너무 많아서 밑줄을 긋지 않고 책장을 넘기기 어려울 정도로 좋은 내용이 참 많습니다.
제목만 한번 살펴보죠.
1. 왜 재미있는 부모가 되어야 하는가?
2. 아이들의 세계에 기꺼이 뛰어들어라
3. 탄탄한 결합을 맺어라
4. 자신감을 길러줘라
5. 아이에게 웃음을 줘라
6. 난리법석을 배워라
7. 현실의 일시정지 - 역할을 바꿔라
8. 딸에게는 자율적인 능력을, 아들과는 결합을
9. 아이에게 주도권을 맡겨라
10. (필요하다면) 주도권을 잡아라
11. 싫어하는 놀이도 좋아하는 법을 배워라
12. 격렬한 감정을 모두 인정하라
13. 아이의 행동을 바로잡아주는 평소의 방법을 다시 생각하라
14. 형제자매 간 경쟁심을 놀이로 극복하라
15. 부모 자신을 재충전하라
일반적인 심리학 책과 달리 이 책은 각 장의 제목만 봐서는 구체적인 내용을 짐작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너무 당연하게 들리거든요. 아쉽지만 이 책의 진가는 직접 읽어보셔야 알 수 있습니다.
내용도 유익하고 유용하지만 이 책의 장점 중 하나는 재미까지 있다는 겁니다. 하다못해 매 장의 첫 페이지에 나오는 삽화까지 재미있어요. 그래서 거의 500페이지에 달하는 책인데도 언제 다 읽었는지 모를 정도로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습니다.
저자인 로렌스 J. 코헨은 사실 예전에 이미 강추했던 책
'어른들은 잘 모르는 아이들의 숨겨진 삶(2001)'의 공동 저자 중 한 명입니다. 그 책의 주 저자는 마이클 톰슨이라서 저도 깜박 놓쳤네요. 역시 훌륭한 책을 쓰는 저자는 다릅니다.
로렌스 J. 코헨은 '래리'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놀이치료 전문가로 오랜 현장 경험을 갖고 있는 전문가 중 전문가입니다. 책만 읽어도 이 사람이 얼마나 임상 경험이 풍부한 지 느낄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갖고 있는 본원적인 치유력에 대한 믿음이 얼마나 강한 지도요.
제가 상담하는 아이가 놀이치료가 필요하다면 두 말 없이 믿고 맡길 수 있을만큼 신뢰가 팍팍 가는 치료자입니다.
자녀를 둔 부모는 물론이고 예비 부모들께도 강력 추천합니다. 꼭 읽어보세요. 놀이치료에 관심있는 현장 임상가들의 입문서로도 그만인 책입니다. 아무리 칭찬해도 부족하지 않아요.
덧. 이 저자의 책 중 'The Opposite of Worry'도 '엄마는 아이의 불안을 모른다'로 이미 번역되어 있네요. 구매 확정입니다.
덧2. 이 책은 새 책으로 북 크로싱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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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의 심리학자(이자 철학자, 사회학자인) 앨리스 밀러가 쓴 고전입니다. 앨리스 밀러는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모든 폭력의 뿌리가 어린 시절 매를 맞는 것에 있다고 볼 정도로 체벌에 극단적으로 반대(체벌에 대해서는 저도 극단적인 반대론자에 가까운데 관련된 글은
'체벌은 전혀 효과 없다' 참조하세요)하는 임상가로 약 30년 전에 일대 열풍을 일으켰던 '성인 아이' 운동의 출발점이 된 사람이기도 합니다.
평생 동안 약 13권의 저서를 발표했는데 주로 어린 시절의 상처와 치유에 관한 내용으로 자신이 어린 시절 겪은 학대 경험과 20년 간의 임상 경험을 잘 녹여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 책은 그의 저작 중 대표격에 해당하는 것으로 그동안 여러 사람의 추천을 받아 예전에 구매해 두었지만 이제서야 읽게 되었습니다.
처음 번역된 제목만 봤을 때에는 고기능 자폐나 아스퍼거 아동의 이야기가 아닌가 생각했는데 아니더군요;;;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은 사실 굉장히 단순합니다.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있는 그대로 온전히 사랑받지 못한 아이는 자신을 천재처럼 감추고 거짓 자아를 발달시킨다. 자신의 고유한 삶을 살지 못하기 때문에 부모가 연출한 드라마의 역할 연기 속에서 강박과 중독에 빠지거나 다른 사람을 경멸하며 우울한 삶을 살아간다'는 주장이 그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도 상담하면서 애착 외상을 입고 힘들게 살아가는 내담자를 많이 만나봤기에 저자의 주장에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실제로 자기 파괴적인 중독 행동으로 자신을 처벌하는 사람도 많고, 그 밖의 다양한 병리적 증상들이 이러한 애착 외상으로부터 유래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1970년대의 시대 분위기가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저자가 모든 정신 병리적 문제의 원인을 부모가 온전히 사랑하지 못해서인 것으로 몰고 가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면서 읽을수록 묘하게 거부감이 들더군요.
게다가 온전히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아이가 부모가 되면 그 때의 욕구 불만을 대리 만족하기 위해 자신의 아이를 이용하기 때문에 이러한 외상은 계속 대물림된다는 대목에 이르면 저자가 과연 건강한 애착 가능성을 생각하고 있는 게 맞나 싶고 저자 자신이 이러한 외상에서 회복되지 않은 듯 다분히 감정적인 글쓰기를 노출해서 자주 위태위태하게 느껴졌습니다.
왜냐하면 모든 상처는 억압되고 가해자인 부모는 이상화된 존재로 자리매김하기 때문에 심리상담을 받지 않는 이상 절대로 이 악순환의 굴레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고 단언하듯이 말하고 있거든요. 이거야말로 저자가 그렇게나 열심히 경고하고 있는 과대성 아닌가요?
결정적으로 가장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던 대목은 다음입니다.
"마음을 잘 공감해 주고 받아주는 부모님 슬하에서 자랐다면, 아래와 같은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1. 자라서 심리 상담을 하는 직업을 선택하는 것
2.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감지 능력이 실제로 심리적으로 이용당했던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수준까지 발달하는 것
후략~ (52p)
그러니까 조금 과장하자면 심리 상담을 업으로 삼고 있는 이들은 모두 마음을 온전히 공감해주고 받아주지 못하는 부모 밑에서 자라면서 통제, 조종 당한 사람이라는거죠. 저는 이런 극단적인 일반화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내용 중에는 강박, 중독, 우울, 경멸, 과대성 정도만을 제시하고 있지만 논조는 거의 모든 정신적, 심리적 문제의 원인이 바로 애착 외상인 것처럼 몰고 있습니다. 애착 외상과 관련없는 심리적 문제가 없는 듯이 쓰고 있거든요. 이것도 동의하지 못하겠네요.
무의식 속에 숨어 있어 인식하지 못하는 어린 시절의 학대 기억을 깨우라는 말도, 아이들은 거짓을 말하지 않는 순수한 존재라는 식의 이상화도, 자식의 감정을 온전히 잘 공감하고 받아주는 부모들은 거의 없다는 식의 논조도 동의하기 어려웠습니다.
억압된 학대 경험을 깨운답시고 어설프게 시도한 경험들이 얼마나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는지는 미국의 사례가 방증하고 있죠(관련 서적 소개
'우리 기억은 진짜 기억일까? : 거짓 기억과 성추행 의혹의 진실(1994)').
그래서 솔직히 애착 외상으로 고통받는 분들에게는 읽지 마시라고 말리고 픈 책입니다. 너무 단정적인 책입니다. 훈련받은 임상가들만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애착 외상의 이해와 치유를 위해서는 차라리 수잔 포워드가 쓴
'독이 되는 부모(2002)'와 Wallin의
'애착과 심리치료(2007)'를 추천합니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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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밀러,
우울,
임상가,
조종,
중독,
천재가 될 수 밖에 없는 아이들의 드라마,
체벌,
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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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내용은 2015년 4월 10일의
'부모가 자녀에게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것 3가지' 포스팅에 기반하여 내담자가 호소하는 문제의 원인을 추론하는데 도움을 주고자 정리한 것입니다.
당시 저는 부모가 자녀에게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것 3가지로
1. 버리겠다는 협박
2. 상처받은(실패한) 자녀 탓하기
3. 편애의 노출
을 들었습니다. 이 3가지 부모의 실책은 워낙 중요하기도 하고 또 상담 현장에서는 너무나 흔히 만나게 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상담자는 내담자의 어떤 문제를 봤을 때 이 3가지 원인을 떠올릴 수 있어야 할까요?
* 버리겠다는 협박 : Rejection Fear
: 대인 관계 문제를 호소하는 내담자 중에 버림받는 것에 대한 과도한 두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어른이 되고 난 이후에도 어릴 때의 경험(실제가 되었든, 가상의 위협이 되었든 간에)때문에 주변 사람들로부터 버림받을 것을 두려워하고 버림받지 않기 위해 과도한 착취를 감수하는 등 희생으로 인한 고통을 받습니다. 스스로를 방어할 수 없는 연약한 어린 아이일 때 버리겠다는 협박을 받음으로써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갖춘 어른이 되어서까지도 계속 버림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 떨게 된 것이죠. 버림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불평등한 대인 관계 상황을 참고 있는 내담자가 있다면 어렸을 때 primary caretaker로부터 버리겠다는 협박을 받고 이로 인한 정신적 외상을 입은 건 아닌지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 상처받은(실패한) 자녀 탓하기 : Basic Trust
: basic trust는 성과나 결과에 의해서가 아니라 존재 그 자체만으로 수용되고 인정받는 경험을 지속적으로 할 때 형성되는 것이죠. 바꿔 말하면 나름 열심히 노력했음에도 결과적으로 실패했을 때 그 결과에 대해 비난을 받게 되면 과정이나 노력이 아닌 결과에만 집착하게 되고 결과가 모든 것을 설명한다는 결과 지상주의에 사로잡힐 수 있습니다. 부모의 의도야 당연히 조금 더 열심히 노력하기를 바라는 것이겠지만 문제는 그런 의도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실패한 결과에 대해 비난받은 자녀는 자신이 존재만으로 사랑받고 수용될 수 있다고 믿지 않으며 그 당사자가 무려 자신을 낳아준 부모이므로 나중에는 그 어떤 사람의 말도 온전히 믿지 못하게 됩니다.
* 편애의 노출 : Low Self-esteem
: 자기 혼자 독점하던 사랑을 새로 태어난 동생에게 빼앗기고 그것도 모자라 동생을 돌보도록 강요받는 경험을 하거나 외모, 성적 등 자기가 따라할 수 없을 정도로 우수한 수행을 보이는 형제자매에게 질투심을 느끼는 건 누구에게도 기분 좋은 것은 아니지만 부모가 다른 형제자매를 자신보다더 사랑한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받는 상처는 결코 작은 게 아닙니다. 특히 부모가 편애를 할 때의 이유란 게 대부분 외모, 기질, 성품처럼 개선이 거의 불가능하거나 뛰어난 성적처럼 따라하기 매우 어려운 것들이 많기 때문에 사랑을 받지 못한 자녀에게 큰 상실감과 좌절을 맛보게 합니다. 이런 편애가 지속되면 당사자는 자신이 원체 못났으며 사랑을 받지 못하는 것도 당연하다는 자기 비하, 자기 회의적 사고와 무력감에 빠지게 되어 객관적으로 충분한 능력을 갖고 있음에도 발휘하지 못하게 됩니다.
이해하기 쉽도록 부모가 자녀에게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3가지 행동과 상담에서 내담자가 흔히 호소하는 문제를 짝지어서 설명했지만 자세히 보면 rejection fear, basic trust, low self-esteem 문제는 서로 연관되어 있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존감이 낮은 내담자가 외동이라면 부모가 편애의 노출이 아닌 실패한 자녀 탓하기를 했을 수도 있습니다. 실패에 대한 반복적인 과도한 책망도 낮은 자존감 형성의 원인이 될 수 있으니까요.
부모의 잘못된 행동과 내담자가 보이는 문제가 일 대일로 대응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내담자가 어떤 문제를 호소했을 때 이러한 영역들을 점검해 보는 게 필요하다는 정도로 이해하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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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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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블로그(월덴 3)에 들어오지 마세요.
자신보다 자식을 앞세운 부모의 고통보다 큰 것은 이 세상에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이들의 애절하고 피끓는 이야기가 지겹고 듣고 싶지 않다는 건 도무지 공감이 되지 않고 그들의 입장 따윈 배려하고 싶지 않으며 진실 따윈 궁금하지도 않고 보고 싶은 것만 보겠다는 건데 이처럼 큰 고통조차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이 상담자가 된다 한들, 심리평가를 잘 하게 된다 한들 대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입니까. 그저 자신의 유익을 위해 다른 사람의 고통을 이용하는 파렴치한 인간이나 될 따름입니다.
제 블로그에 있는 정보들이 그리 대단한 것들은 아니니 안 본다 해도 그대가 임상가 나부랑이가 되는 데 별다른 어려움은 없을테니 굳이 이 블로그까지 기어들어올 이유가 전혀 없으며 꼭 필요한 정보라 한들 밥벌이를 위해서만 임상가가 되려하는 사람을 위해서 활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믿으니 추저분하게 기웃거리지 말고 얼씬도 하지 마세요.
설사 몰래 들어온다 해도 막을 방법이 없으니 이렇게 축객문이나 쓰는 거지만 그래도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기분 나쁘고 더러워서라도 안 들어오겠다는 마음이라도 먹는다면 내 기쁘게 욕 먹겠습니다.
양심이고 뭐고 나는 내 이득을 위해 이 블로그의 정보를 이용하겠다면 내 눈에 띄지 않게 조심하시기를.... 블로그 뿐 아니라 이 좁은 임상, 상담 바닥에서 서로 엮이지 않도록 합시다.
특히 일베 같은 한국형 나치 사이트를 들락거리는 분들은 저한테 사람 대접 받을 생각 마시고요. 그런 사람들을 위한 측은지심 따위는 제게 없으니까요.
다시 말합니다. 세월호 이야기가 지겨운 분들은 내 블로그에 얼씬도 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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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청소년 상담을 하거나 상담 케이스를 supervision할 때마다 드는 생각인데 세상에는 정말 병든 부모가 많더군요. 대표적인 게 근친 성폭력 문제인데 굳이 그렇게 심한 경우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아이들의 마음에 심한 상처를 주는 부모가 너무 많아서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졌을 법도 한데 그럴 때마다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는 충격적인 사례를 만나곤 합니다.
그래서 부모가 심리치료를 받아야 하는 병적인 경우를 제외하고서라도 부모라면 절대로 자녀에게 해서는 안 되는 것들을 정리해 봤습니다.
1. 버리겠다는 협박
제가 어렸을 적에도 아이들이 말을 듣게 하려고 다리 밑에 사는 거지들에게 갖다 버리겠다고 하거나 집 밖으로 내쫓겠다면서 어른들이 협박을 하곤 했었죠. 추운 겨울에 신발도 제대로 못 신은 채 쫓겨나 어디 가지도 못한 채 대문 밖에서 덜덜 떨다가 어머니가 몰래 들여보내줘서 구들장 밑에서 언 발을 주무르다 잠이 들었다는 일화도 어디에선가 본 기억이 나고요.
어른들은 어른 말 어려운 줄 깨닫게 하려고 별 생각없이 사용하는지 모르겠지만 부모라면 아이들에게 농담으로라도 절대로 버리겠다는 말을 해서는 안 됩니다. 특히 농담과 진담을 구분하지 못하는 어린 아이들에게는 잊혀지지 않는 트라우마가 될 수도 있습니다. 독자 생존을 할 수 없는 아이들의 경우 부모로부터 버림받는다는 건 곧 죽으라는 사형선고나 다름 없습니다. 이혼을 앞둔 가정에서 자신들이 누구랑 사는지 아이들이 궁금해 하는 이유가 엄마, 아빠의 애정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누가 자신을 돌봐줄 지 점검해야만 하는 절박감에서 나온 말이라는 걸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반대로 어떤 일이 생기더라도 절대로 버리지 않고 지켜주겠다는 말만큼 아이들의 마음을 안심시키는 게 없습니다. 반드시 지켜주겠다는 말, 다 큰 어른이 들어도 가슴이 뜨거워지는 말 아닙니까?
2. 상처받은(실패한) 자녀 탓하기
짝사랑하던 친구에게 차였을 때, 목표했던 학교에 진학하지 못했을 때, 어렵게 준비했던 대회에서 입상하지 못했을 때, 마음 잡고 공부했으나 원했던 만큼 성적이 오르지 않았을 때.... 등등 아이들이 상처받는 경우는 굉장히 많습니다. 자녀가 기대했던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고 실패하는 걸 보는 건 부모에게도 결코 기분 좋은 일이 아닙니다. 자녀를 통해 대리 만족하려는 부모일수록 그런 열패감과 좌절감이 더 크겠죠.
그렇다고 해도 상처받은 자녀의 탓을 하는 것 만큼은 부모라면 절대로 피해야 하는 일입니다. "네가 조금만 더 노력했어도~", "네가 미리미리 준비했다면~", "네가 나만큼만 머리가 좋았어도~", "그러게 더 열심히 하라고 했잖아!"와 같은 말은 자녀의 심장에 비수처럼 꽂혀 그대로 뼛속까지 얼려 버립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부모와 자녀 사이에 두터운 얼음벽이 가로막히고 자녀는 부모가 자신을 집 밖으로 쫓아내는 것 같은 냉혹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실패와 좌절은 아쉽지만 기회는 또 옵니다. 하지만 가장 힘들었던 그 때 자신의 편을 들기는 커녕 오히려 자신을 비난했던 부모를 용서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그런 상처의 경험을 딛고 신뢰를 다시 쌓는 것도 역시 쉽지 않고요. 그러니 실패와 상처의 고통으로 아파하는 자녀의 편이 되어 주세요.
3. 편애의 노출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모든 자식이 다 소중하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더 아픈 손가락이 있고, 덜 아픈 손가락도 있는 법입니다. 그냥 마음이 더 가고, 예쁘고, 보기만 해도 흐뭇한 자식이 있는 반면, 뭘 해도 안심이 되지 않고, 못마땅하며, 눈에 차지 않는 자식도 있게 마련이죠.
여러 자녀가 있을 때 더 사랑스러운 자녀와 덜 사랑스러운 자녀가 저절로 가려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 사실을 애써 부정한다해도 현실은 바뀌지 않습니다. 문제는 편애하는 자식의 존재 여부가 아닙니다. 그런 편애가 당사자인 자녀들에게 노출되는 것이 문제입니다. 편애를 받는 자녀는 일시적으로 우쭐할 수도 있고,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어쨌거나 편애를 받지 못하는 자녀와 관계가 불편해집니다. 또한 편애의 대상이 되지 못한 자녀는 위축되고, 자존감이 낮아지며, 부모가 원치 않는 방향의 행동을 함으로써 '파괴적인 관심끌기'에 몰두할 수도 있습니다. 편애의 노출은 편애를 받는 자녀이든, 편애를 받지 못한 자녀이든 간에 모든 자녀에게 해롭습니다. 사실 편애를 감추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만(어떻게든 티가 나게 마련이죠), 그래도 최선을 다해 겉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좋은 부모가 된다는 건 정말로 많은 힘이 드는 일입니다. 조심해야 할 것들도 참 많고요. 하지만 위에서 설명한 세 가지(버리겠다는 협박, 상처받은 자녀 탓하기, 편애의 노출)만큼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됩니다.
좋은 부모가 되기 어렵다면 최소한 나쁜 부모라도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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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상담을 하게 된 이후 supervisee 선생님들께 지나가는 말처럼 자주 하는 이야기가 하나 있습니다. 개인 감정대로만 생각하면 시험을 봐서 일정 수준을 통과한 부모만 아이를 낳도록 허용했으면 좋겠다 뭐 그런 내용입니다.
세계 최고의 저출산 국가에서 무슨 망발이냐고 나무라실 수 있지만 그만큼 자격도 능력도 안 되는 부모들이 생각없이 낳은 아이들이 지금도 받고 있는 상처와 고통이 너무나 크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아이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은 부모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본능적인 감정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어떠한 이유에서든 아이를 증오하고 노골적으로 학대하는 부모가 분명히 있고 그보다 더 흔하게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은밀한 학대 또한 존재하니까요.
아동을 만나는 임상가들은 미묘한 형태의 아동 학대를 탐지하기 위한 기술을 습득하고 있을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아동 학대를 한번쯤 의심해 봐야 하는 심리검사 결과를 정리해 봤습니다.
* 아빠의 MMPI-2 결과
- K척도의 상승(70T 이상 또는 그에 근접하는)
- DISC 성격병리 척도의 상승
- GM, ES 보충척도의 상승
* 엄마의 MMPI-2 결과
- S척도의 상승(70T에 근접하고 K척도의 상승 보다 높은 수준)
- GF, Re 보충 척도의 상승
* 아동의 문장완성검사 결과
- 부정적 내용이 거의 없으며 특히 부모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긍정적인 기술로 일관
위와 같은 아빠는 자신의 심리적 문제를 드러내는 것에 방어적이며 가부장적인 성역할에 집착하고 고집이 매우 세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 특징을 보입니다. 주변 사람이 볼 때는 진중하고 무게감 있게 보일 수 있지만 자기의 가치관을 가족에게 강요하는 경향이 강하고 DISC 척도가 상승할 때 분노, 적대감을 측정하는 척도가 동반 상승하지 않아도 언어적, 신체적 폭력의 발현 가능성에 주의해야 합니다. 배경 정보에 음주에 대한 언급이 있는 경우는 특히 조심해야 하고요. 대부분의 경우 문제 인식이 없고 치유적인 개입에 거의 반응하지 않습니다. 심한 경우는 MMPI-2, SCT와 같은 검사 실시 자체를 거부하기도 합니다.
엄마는 아빠처럼 K척도의 상승으로 자신의 심리적 문제를 드러내지 않지만 S척도의 상승이 더욱 두드러지는데 다른 사람에게 바람직하게 보이려는 경향 때문에 집안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밖으로 노출하지 않으려고 감추는데 급급하게 됩니다. 그래서 아이의 도움 호소를 무마하거나 축소하여 문제를 악화시킵니다. 남편에게 경제적, 정서적으로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서 자기 주장을 하지 못하고 자신을 희생하는 역할만 감당하기 쉽고 원가족의 어머니에게 밀착되어 있고 어머니도 자신과 비슷한 경우 이런 성역할을 대물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녀 학대와 관련해서는 방관자의 위치를 담당하기 때문에 주도적인 역할을 맡을 있도록 자아 강도를 강화하는 것이 치유의 핵심이 됩니다.
학대를 당하는 아동의 경우 부모의 단점을 이야기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며, 지능이 우수한 아이일수록 이런 양상이 두드러집니다. 이러한 경향이 일반화되면 아예 부정적인 내용의 이야기 자체를 못하게 되거나 부정적인 감정 표현을 전혀 못하게 되기도 합니다. 신체적인 학대를 주로 당하는 아동은 가해 부모에 대한 두려움을 강하게 드러내고 무섭다는 표현을 하거나 악몽을 꾸는 등의 증상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언어적인 공격이나 정서적 방임, 지나친 기대 투사 등의 미묘한 학대를 가하는 부모의 경우에는 그것이 사랑에 기인하는 것으로 포장하거나 스스로도 자녀를 사랑한다고 믿고 있기 때문에 아동을 이중 구속의 덫에 빠뜨립니다. 즉 '내 부모가 나에게 이렇게 행동하는 것은 나를 사랑해서이고 부모가 원하는대로 행동하지 못하는 건 내가 못나서이다'라는 식으로 자기 귀인하게 만듭니다. 이런 갈등 속에서 자란 아이는 자존감이 낮을 수 밖에 없고 어른이 되고 난 이후 성공 경험을 해도 자존감이 올라가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들은 상처받은 학대의 피해자이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당부드리고 싶은 것은 위에 나열한 심리검사 결과는 아주 전형적인 profile이기 때문에 다양한 변수가 작용해 여러가지 형태의 변이가 존재할 수 있으며 위의 검사 결과를 모두 충족했다고 해도 그것이 곧 부모의 아동 학대라고 확신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점입니다. 노파심에서 말씀드립니다.
덧. 아동을 학대하는 부모를 다룬 훌륭한 참고 서적으로는 수잔 포워드가 쓴
'독이 되는 부모(2002)'가 있죠. 관심있는 분들은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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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아동/청소년 심리평가를 할 때 신경 쓰는 부분 중 하나는 수검 아동/청소년의 부모 모두 MMPI-2와 SCT와 같은 자기 보고형 검사지를 작성토록 하는 겁니다.
심리평가를 실시하는 많은 기관에서 부모 심리검사를 생략하거나 실시한다고 해도 엄마만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래서는 안 됩니다. 엄마만큼 아빠도 아동/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거든요. 부모, 특히 아빠에 대한 정보는 굉장히 중요합니다.
이 책은 이러한 제 평소 소신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여실히 증명해 주는 책입니다. 누다심 심리학 아카데미로 유명한 심리학 전도사 강현식 선생님이 쓰셨고요. 그동안 꽤 많은 책을 내셨는데 사실 이 책이 제가 읽은 이분의 첫 책입니다. 심리학 대중화를 위해 애쓰는 분이라 독자 대상이 일반인이겠거니하고 생각해서 그동안 굳이 찾아서 읽어볼 마음을 먹지 않았는데 소울메이트 출판사에서 선물로 보내주셔서 읽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뜻밖으로 기대 이상의 책이고 일반인 뿐 아니라 임상/상담 현장에서 일하는 전문 임상가들도 읽어보면 좋은 책입니다. 특히 예비 아빠를 포함해 아빠 역할을 하는 분들이라면 꼭 읽어볼 것을 권합니다.
이 책은 자녀 양육은 생물학적, 심리학적, 또는 그 어떤 이유에서든 엄마가 하는 것이 맞고, 아이에게 문제가 생기면 엄마가 잘못 키워서 그런 것이라는 일반 대중의 생각이 완전히 잘못된 편견이자 고정관념이라는 전복적인 시각에서 접근하고 있습니다.
아빠가 생계를 부양하고 엄마는 자녀를 양육한다는 이분법적 구도는 산업화 때문에 생겨난 20세기 패러다임이고 21세기 정보화 사회의 패러다임에는 맞지 않는다는 것이죠.
무엇보다도 대다수의 아빠들이 양육에서 제대로 된 역할을 못하는 건 생물학적으로 부족한 존재여서가 아니라 단지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실제로 아빠는 준비된 양육자이며 오히려 엄마보다 자녀에게 더 큰 영향(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을 미치는 중요한 존재이고 게다가 자녀 양육을 통해 아빠 자신도 엄청난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일반인들을 위해 쓴 책임에도 이 책은 1960년대에서부터 2000년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치밀하게 논리를 전개합니다. 당연히 참고 문헌을 나중에라도 찾아볼 수 있도록 책 뒤에 싣고 있고요.
제가 읽으면서 인상깊게 생각했던 내용을 아래에 정리해 두었으니 일단 그걸 읽어보시면 강현식 선생님이 이 책을 통해 하려는 말이 무엇인지 짐작하실 수 있을 겁니다.
연구 결과들을 바탕으로 쓴 책임에도 딱딱하지 않고 쉽게 읽히는데다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는 편한 책입니다. 글을 참 읽기 쉽게 쓰시네요. 즐겁고 유익한 독서였습니다.
닫기
* 사실 아빠가 자녀 양육에 참여한다는 것은 그저 아이와 행복하고 즐겁게 함께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 남편의 호르몬은 아내의 출산이 아닌, 아내의 호르몬에 따라 변화한다. 이는 남편이 아내를 통해 임신과 출산을 간접적이지만 실제적으로 경험한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는 것이다.
* 태교는 아이에게 좋은 성격과 똑똑한 머리를 준비시키는 일종의 선행학습이 아니라 '부부'를 '부모'로 준비시키는 예비교육인 셈이다.
* 20세기 대부분 동안 행동과학 분야에서는 아빠를 연구 대상에서 배제함으로써 연구 자체가 드물었다.
* 자녀를 돌봄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부모의 성별이 아니다. 부모 자체의 특성이다.
* 아빠가 친부이든 계부이든, 인종이 어떠하든지 상관없이 아빠가 양육에 많이 참여할수록 자녀의 문제행동은 낮은 경향을 보였다.
* 비행 청소년이 경험했던 아빠와의 분리는 물리적이고 신체적이기보다는 심리적인 측면, 즉 아빠로부터 거절당했다는 느낌이 중요하다.
* 자녀의 정신병리 중 겉으로 드러나는 외현화 문제(ADHD, 품행장애, 비행 등)가 심리적으로 겪는 내현화 문제(우울, 불안 등)보다 아빠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
* 자존감은 아빠와의 친밀감과는 상관이 없었고, 엄마와의 친밀감과 상관이 있었다. 아이들의 자존감은 어린 시절 타인의 반응에 근거한다. 따라서 자존감은 아이에게 칭찬하거나 혼을 냈던 엄마, 그리고 보다 많은 시간을 보냈던 엄마의 영향일 수 있다.
* 집에 와서 잠만 자는 아빠들이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은 아예 집을 떠나버린 아빠들과 비슷한 수준이다.
* 아이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자녀 양육에 관심이 없는 아빠라면 오히려 집에 없는 것이 아이에게 도움이 된다. -> http://walden3.kr/1932 참고
* 아빠 양육의 양적 측면이 아닌 질적 측면이 자녀의 적응 능력에 영향을 미친다. 즉 함께 보낸 시간의 양이 아니라 어떻게 보냈는지의 질이 더 중요하다.
* 엄마가 직장에 나감으로써 야기되는 자녀에 대한 시간적 소홀함은 아동 발달에 거의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 3~5세 아동은 부모가 자신 때문에 이혼한다고 믿는 경향이 있지만, 그 이상 연령의 아동들은 부모의 성격차이 같은 요인이 이혼의 원인이 될 수 있음을 알고 있다.
* 부부 관계는 엄마-아이 관계보다 아빠-아이 관계에 더 체계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아빠와 달리 엄마는 부부 관계에서 부정적 변화를 경험할수록 아이에게 보다 긍정적이 되며, 아이 역시 긍정적으로 엄마에게 반응하는 경향이 강하다. 엄마가 아빠의 부정적 영향력을 상쇄하고자 보상적으로 아이에게 더 관심을 기울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 엄마가 아빠의 양육 참여가 중요하다고 생각할수록, 아빠의 양육 참여에 대해서 만족할수록 아빠들의 양육 참여가 높았다. -> 이거 중요!
* 아빠의 따뜻함은 자녀의 가치관 형성에 직접 영향을 미치고, 엄마의 따뜻함은 자녀를 가족의 의사결정에 보다 많이 참여하게 만듦으로 자녀의 가치관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 아이들이 어릴수록 부모의 싸움으로 인해 더 큰 상처를 받을 수 있으며, 아이들 앞에서 싸웠다면 아이들 앞에서 화해하고 갈등을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 http://walden3.kr/2492 참고
* 아빠가 아들과 따뜻하고 온화한 관계를 맺을수록 그들의 문화가 가지는 표준적인 성역할에 순응하게 된다.
* 아빠가 양육에 참여할수록 아들의 인지적 능력이 향상되었다. 그러나 여자 아이들은 전체적으로나, 사회계층별로 구분했을 때 관계성을 발견하지 못했다.
* 품행 장애 아동 중 아들은 아빠와, 딸은 엄마와의 관계 속에서 이해할 수 있다.
* 말러는 대략 만 2세가 되어야 유아가 한 인격체로 탄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 폭식증을 경험하는 여성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어린 시절 아빠에게서 거절(특히 방임과 거부)을 당했다고 더 크게 지각하고 있었다.
* 부부 갈등이 발생했을 때 아들은 부모 모두에게 느끼는 친밀감이 낮아지지만, 딸의 경우는 이런 경향이 엄마보다는 아빠에 대해 더 많이 나타났다. 이는 부모의 부부 갈등으로 아빠-딸의 관계는 심하게 손상되기 쉽지만 엄마-딸의 관계는 회복되기 쉽다는 것을 보여준다.
* 중요한 것은 '활동'이 아니라 '아이와 함께 하는 것' 그 자체다. -> 이거 중요!
* 남편으로서나 아빠로서 만족한다면, 직장에서 만족하지 않아도 심리적 어려움을 상당히 극복할 수 있게 된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으로 새 책으로 북 크로싱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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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1월 월덴 3의 새 책 북 크로싱은 놀이치료 전문가, 아동심리학자, 전직 교사가 함께 쓴 또래 집단의 역동에 대해 다룬 책, '어른들은 잘 모르는 아이들의 숨겨진 삶 : 당신 아이를 움직이는 또래 집단의 힘(Best Friends, Worst Enemies, 2001)'입니다.
또래 관계 문제로 인한 학교 부적응, 집단 따돌림과 괴롭힘, 왕따 문제를 겪는 자녀를 둔 부모와 이러한 문제를 다루는 임상가들의 필독서로 추천합니다. 두꺼운 책이지만 일독할 가치가 충분한 책입니다.
이 책이 어떤 책인지 궁금하신 분은 '소개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 책은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국민도서관 이용)가 적용됩니다.
이 책을 읽고 싶은 분은 아래의 북 크로싱 방법에 있는 내용대로 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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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모든 것을 함축해서 보여주는 책입니다. '어른들은 잘 모르는 아이들의 숨겨진 삶', 그 중에서도 우리의 아이를 움직이는 또래 집단의 힘, 역동을 알고 싶은 분들이라면 이 책을 보시기 바랍니다. 친구 문제로 고민하는 자녀를 둔 부모님들은 더 말할 것도 없고요. 특히 왕따 문제를 다루는 현장 전문가들은 꼭 보셔야 할 책입니다.
놀이치료 전문가, 아동심리학자, 전직 교사가 함께 쓴 이 책은 대표 저자인 마이클 톰슨이 서문에서 밝히고 있듯이 세 가지 역할 즉, 아동심리학자, 학교의 상담교사, 부모의 관점에서 다각적으로 쓰여졌기 때문에 아이들의 또래 집단을 여러가지 각도, 깊이에서 살펴볼 수 있는 책입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자녀의 문제 가운데 부모의 이해도가 가장 떨어지는 영역인 아이들의 사회적 잔인성(집단 압력 동조로 유발되는)에 대해 매우 상세하면서도 구체적인 그림을 보여주고 대처 방법까지 제시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 밖에도 유아기의 애착에서부터 우정의 발달 단계, 단짝, 나쁜 친구들, 아이들의 삶에 미치는 집단의 힘, 우정과 배신의 역학, 성역할 게임, 십대들의 사랑, 차이를 인정하고 끌어안는 공감과 이타심 문제, 학교의 역할, 부모의 대처 등 매우 폭넓은 영역을, 그것도 매우 세밀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저는 집단 역학을 매우 싫어하기 때문(대학 다닐 때에도 주제에는 호기심을 느끼면서도 group dynamics 수업을 들을 때 괴로웠음) 아이들 집단의 사회적 잔인성 부분을 읽을 때 새삼 역겨움을 느꼈지만 꼭 읽어보셔야 할 중요한 부분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이 책의 유일한 단점이라면 미국의 학년 체계에 맞춰 설명하고 있어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구분에 익숙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좀 낯설게 느껴집니다. 11학년이 몇 살인지 바로바로 인식되지 않기 때문이죠. 그래서 한번의 변환 과정을 거쳐야합니다.
개인적으로 또래 관계 문제로 인한 학교 부적응, 집단 따돌림, 집단 괴롭힘, 왕따 문제를 겪는 자녀를 둔 부모와 이러한 문제를 다루는 임상가들의 필독서로 추천합니다. 460페이지에 이르는 꽤 두꺼운 책이지만 일독할 가치가 충분합니다.
마지막으로 아이들이 스스로 사회적 삶을 영위해나갈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방법으로 저자들이 제시한 내용을 소개합니다.
1. 지나친 걱정은 하지 마라. 아이는 이미 사교적인 삶에 첫발을 내딛었다는 것을 명심하라.
: 정말로 우리의 개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할지라도 어쩔 줄 모르고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보다는 느긋하게 자신감을 가지고 대하는 것이 최상의 결과를 가져온다.
2. 우정과 인기는 다르다는 것을 알아라. 우정이 훨씬 더 중요하다 <- 절대 동감
3. 아이들에게 친구를 사귈 기회를 만들어주어라.
: 아이의 친구가 되어주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친구가 되는 법을 가르쳐주는 것이다.
<- 절대 동감
4. 아이들의 친구가 집에 찾아오면 따뜻하게 맞아주어라.
: 아이들이 오면 반갑다고 인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아이들을 데리러 온 부모들 앞에서 그 아이들의 행동을 칭찬해준다. 부모가 아이의 친구들과 정을 들이지 않는다면 부모는 곧 심부름꾼이나 스파이가 되고 만다.
5. 바람직한 우정의 역할 모델이자 선생님이 되어라.
6. 폭 넓게 사귈 기회를 주어라. <- 절대 동감
7. 아이 친구의(그리고 아이 '원수'의) 부모와 친해져라. <- 글쎄,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쉽지 않을 듯
8. 아이의 사회적 고통에 공감해주되 중심을 잃지 마라.
: 아이들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면 우리는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기대어 울 수 있는 어깨와 이야기를 들어줄 귀라는 사실을 잊어버린다. 아이들에게는 피해자 측 변호사나 경호원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아이들은 그저 호소할 부모가 있으면 된다.
<- 절대 동감
9. 아이가 친구들 사이에서 어디쯤 속하는지를 알아두어라. 아이가 교우 관계에서 곤경에 빠져 있다면 개입해서 도와주어야 한다. 만일 아이가 인기가 많거나 잘 지내고 있다면 그 아이가 건전한 도덕적 리더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어라. 부모 자신이 중학생처럼 행동해서는 안 된다.
10. 멀리 내다보는 눈을 가져라.
닫기
* 왕따 아이가 매일매일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지켜보면서도 그것을 막을 도리가 없다는 것보다 더 교사를 괴롭히는 것도 없을 것이다.
* 아이들은 어른이 끼어들어 자신들의 사회생활을 바로잡으려는 것에 두려움을 느낀다. 아이들은 우리의 개입으로 상황이 더 악화될까봐 두려워한다. 아이들은 문제의 핵심을 알고 있다. 우리가 하려는 일이 종종 역효과를 가져와 아이들을 더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 자신의 아이가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데 대해 매우 격분한 부모가 내 상담실로 찾아오면 나는 늘 그들에게 묻는다. "혹시 두 분 중에 한 분이 어렸을 때 이런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나요?" 그러면 기억을 한동안 되새겨 본 뒤에 자신이 자녀의 일에 마음이 상하는 진정한 이유를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 훌륭한 애착은 어떤 모습일까? 우리는 단단한 애착을 이룩한 아이들의 부모를 광범위하게 조사해보았다. 그들은 자녀의 요구에 수용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향이 있었다.
* 심리학자들이 관찰하고 평가할 정도의 우정을 표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연령은 생후 8개월이다.
* 분리불안을 좀 더 분명하게 변별하려면 이렇게 해 보자. 아이들을 몇 명 집으로 데리고 가서 엄마가 곁에 붙어서 그들이 노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혹시 부모가 곁에 있으면 또래들과 훨씬 더 쉽게 교류하는지 살펴보자. 불안감이 부모와 떨어지는 데서 비롯되는 것인지, 아니면 사회적 환경에 대처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기 때문인지 알 수 있다.
* 아동의 정신 불안은 종종 그 아이의 놀이 능력에 장애 요소가 되며, 불안이 치료되면 바로 놀이 능력이 회복된다. 아이가 다시 놀이를 시작한다는 거은 정신 건강이 회복되었음을 의미한다.
* 우리는 사교 기술과 우정이 같지 않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사교 기술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우정을 위한 충분조건은 아니다. 궁극적으로 우정이란 아이들이 서로를 선택하고, 서로를 신뢰하고 사랑하느냐의 여부로 정의된다.
* 세 살이면 애착의 유형, 기질, 발달상의 능력, 그리고 삶의 경험들로 인해 아이들이 우정을 가질 가능성에 제법 큰 격차가 생긴다. 3세 이하의 어린이들은 대부분 놀이가 이뤄질 수 있을 만큼 지속적인 나눠 갖기가 불가능하다. 다섯 살 정도는 되어야 대부분의 어린이들이 이 정도의 발달 단계에 들어선다.
* 우정에 필요한 기본적인 여건
: 지리적 인접성, 친밀성, 놀이를 조정하고 그것을 유지하는 능력, 갈등을 해소하는 능력, 남과 나눈다는 것
* 우정의 필수 요소 : 상호 의존과 헌신
* 에릭 에릭슨은 사춘기 청소년들이 나누는 모든 대화는 자신의 정체성에 관한 것이라고 말한다. 즉 사춘기 청소년의 모든 대화는 "나는 누구인가?", "너는 누구인가?", "너를 내 친구로 두었다는 것은 내가 어떤 아이라는 의미인가?"로 귀결된다.
* 청소년들은 친구를 '신뢰할 수 있는 사람',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 집단 생활의 법칙
1. 네 또래와 똑같아져라 : 청소년들은 압력을 가하는 집단의 매력에 이끌려 그 집단에 스스로 속하려한다.
2. 반드시 집단에 속해야 한다
3. 들어와라, 그렇지 않으면 나가라
4. 사회적 서열 속에서 너의 자리를 찾아라
5. 반드시 역할이 있어야 한다
: 왜 학급마다 선생님이 특히 총애하는 아이가 있을까? 집단의 보편적인 힘이 각 구성원에게 계급과 역할을 할당해준다는 것이 그 답이다.
* 도덕성이라는 것이 단순히 개인적인 특징이 아니라는 사실을 어른들이 이해하기는 어렵다. 양심은 개인적인 기질의 한 부분이지만 도덕은 우리가 속한 집단의 한 양상이며 우리에게 요구되는 역할이다.
* 집단의 단합 : 공통의 과제를 찾아라
* 특정한 아이를 괴롭힐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오직 집단 뿐이다.
* 부정적인 역할을 하는 리더가 상담을 위해 보내지면 그는 왜 도대체 어른들이 자기에게 상담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당황해한다. 기성세대가 그를 두려워하기 때문에 그가 가진 힘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상담자에게 보낸 것이라고 생각한다.
* 침묵 속의 용인이 더 나쁘다. 신참 골리기의 이면에는 이런 일들이 한 집단 혹은 팀이 틀을 잡아가는 중요한 과정이라고 믿는 어른들의 동조가 깔려 있다. 신참 골리기가 갖는 문제는 그런 시련을 일단 겪고 난 팀의 구성원들이 그것을 옹호하고 나선다는 것이다.
* 최근의 신경학적 연구는 청소년들이 얼굴 표정(특히 두려움)을 성인들만큼 정확하게 읽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 그래서 아이들의 괴롭힘은 더 잔인해지는 경향이 있다.
* 나는 모든 아이들이 삶에서 각기 다른 세 가지를 원한다는 쪽으로 설명을 하고자 한다. 그것은 바로 '연결'과 '인정', 그리고 '힘'이다.
* '공격성'에 육체적인 공격 뿐 아니라 거친 말이나 비언어적 표현까지 포함시킨다면 여자아이들 역시 얼마든지 공격적일 수 있다는 것을 최근 연구로 알 수 있다. 사회학자들은 마음에 상처를 주는 말을 '관계적 공격'이라고 부르는데, 피해자들에게는 이것이 물리적인 구타 못지않게 고통스럽다. 아니, 어쩌면 효과 면에서 더 오래 지속될는지도 모른다.
* 우리 어른들이 어렸을 때 누군가의 편에 서주었거나 우정의 이름으로 불문율을 깨뜨린 이야기들을 우리 아이들에게 들려주어야 한다. 우리가 했던 잔인한 행동들을 반성하는 말을 들려주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철없을 때 장난삼아 한 행동이니 괜찮겠지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다른 아이에게는 평생 잊히지 않는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나중에서야 깨달았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 좋다. 만일 우리가 나쁜 말이라고는 단 한 번도 입에 담아보지 않은 완벽한 존재로 아이들 앞에 나서고자 한다면 아이들은 집단에게 버림받지 않으려고 누군가에게 등을 돌려야 한다는 도덕적 딜레마에 처해도 우리에게 결코 터놓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 도덕적인 학교란 도덕적인 학교가 무엇인지에 관한 논의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학교입니다. - 교육학자 톰 리코나 -
* 서로를 어떻게 대하는지 우리가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것은 벌줄 사람과 칭찬받을 사람을 결정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도덕 기준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서다.
* 개별적인 상황에 대해 일일이 체벌하느라 보내는 시간을 줄이고 학교의 바탕을 이루는 사회적 역할 관계를 이해하는 데 더욱 많은 시간을 보내라.
* 아이들을 키울 때 생기는 모순 중의 하나는 부모 입장에서 아이가 큰 꿈을 꾸기를 바라면서도, 한편으로는 작은 것에도 만족할 줄 아는 아이가 되었으면 한다는 것이다.
* 부모가 아이를 놀리면 아이는 더욱 더 혼자라고 느끼며, 어떻게든 친구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점점 더 혈안이 될 뿐이다. 아이들이 갖고 있는 문제를 제발 놀림감으로 삼지 말라. 그것을 통해 당신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녀가 사회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놀려주고 싶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그러나 자신도 모르게 아이들의 문제를 어른들 수준에서 재생산한다. 학교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곧 다른 아이들과 그 아이의 부모들에 대해 험담을 하기 시작한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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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들이 가장 어려워 하는 것 중 하나는 머리가 굵어진 자녀와 대화하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사춘기가 되어 변성기가 되고 여드름이 돋아 나기 시작하면 슬슬 짜증이 늘고 어른들에 대한 반항이 심해지면서 고민이 시작되곤 했는데 요새는 그 연령대가 점점 내려가고 있고 스마트폰 등 IT기기로 인해 대화 단절의 시기가 더 빨라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초등학생만 되면 이미 자녀의 대답 패턴이 "네", "아니오", "몰라요", "싫어요"와 같이 단답형에 그치는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부모들이 많죠.
어렸을 때야 부모의 권위를 앞세워 이래라 저래라 해도 찍소리 않고 고분고분하게 복종했던 자녀가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대답도 시큰둥하고 눈도 안 맞춘 채 건성으로 대답하면서 부모를 귀찮아 하면 괘씸하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하고 만감이 교차하지요.
그래도 자녀를 사랑하는 많은 부모들이 지금이라도 어떻게든 대화의 물꼬를 터 보고자 애를 쓰지만 방법을 잘 몰라 답답해들 합니다.
몇 가지 중요한 원칙과 Tip이 있는데 한번 정리해 보았습니다.
가장 중요한 원칙 중 하나는 내 자녀는 나와 독립적인 인격 개체이며 나에게 종속된 것이 아니라는 인식입니다. 알게 모르게 내 자녀는 내가 낳았으니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그걸 사랑으로 포장하는 부모가 많습니다. 너는 내 아들/딸이니 내 말을 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대화를 시도하는 한 절대로 자녀들의 말문은 열리지 않습니다. 철저히 존중하는 마음을 바탕에 깔고 대화를 시도해야 합니다. 탤런트 최수종씨가 집에서 아이들과 상호존대를 결코 그냥 하는 게 아닙니다. 그 정도까지는 못해도 자녀를 대할 때 밖에서 다른 어른을 대할 때 처럼 존중하는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또 하나는
대화를 시도할 때는 '강요'가 아닌 '부탁'하듯이 말을 건네야 합니다. 대화를 시도했다가 자녀에게 거절을 당했을 때 기분이 상한다면 자녀라면 당연히 부모의 대화 시도에 응해야 한다는 기대를 깔고 있는 것이고 그건 자녀에게 대화를 강요한 겁니다. 자녀들은 그런 강요를 아주 예민하게 눈치채거든요.
거절당해도 기분이 상하지 않을 때만이 부탁하듯이 대화를 시도한 것이죠.
이렇게 전향적인 자세로 말을 걸었는데도 신통치 않은 반응을 보이는 자녀들에게는 어떡할까요? 잠깐 그 전에 이것부터 생각해보죠. 혹시 이미 거절당할 것을 각오하고 계셨나요? 그러면 그렇지 하면서 냉소를 짓지는 않으셨나요? 지금까지 자신에게 관심도 없어 보이던 부모가 어느 날 갑자기 다정하게 말을 건다고 '아~ 우리 부모가 개과천선을 해서 드디어 나에게도 관심을 갖게 되었구나'하고 생각하는 자녀는 없습니다. "왜 이러시지? 뭐 잘못 드셨나? 내가 뭐 잘못했나?'라고 생각하는 것이 정상적인 반응이죠. 그래서 역시나 방어적인 반응이 나갈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럴 때 중요한 Tip 한 가지.
자녀가 기대했던 것만큼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주지 않더라도 대화를 시도했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고 자녀에게 긍정적으로 반응해 주세요. "오늘 별로 이야기 할 기분이 아닌가 보네. 아빠가 귀찮게 해서 미안해. 나중에 한가할 때 다시 이야기하자. 언제라도 아빠와 이야기하고 싶으면 와"라는 식으로요. 대화는 물처럼 흐르는 겁니다. 잠시 끊어진 것처럼 보이더라도 계속 흐를 거라는 희망을 포기하면 안 되죠.
자녀와 대화할 때는 희망을 포기하는 것이 가장 나쁩니다. 다른 부모는 다 실패하더라도 나는 내 아이들과 꼭 마음을 터놓고 대화할거라는 희망을 잃지 마세요.
결국 끈질지게 시도하는 자가 이기는 것이 자녀와의 대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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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한 평가 불안으로 인한 부적응이 의심되어 심리평가를 받으러 온 아동의 부모를 면담할 때 자신들은 절대로 공부하라고 push하지 않는다며 강변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이가 원하지 않으면 학원도 굳이 보내려고 하지 않으며 특별히 사교육도 강요하지 않는다면서요.
이들의 MMPI-2 결과도 신뢰로운 걸 보면 실제로 겉으로는 별다른 공부 강요를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만약 이들이 겉으로는 공부는 억지로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네가 필요할 때 말하면 그 때 학원도 보내주겠다, 공부에 취미가 없으면 안 해도 된다고 말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공부를 못하면 결국은 실패자가 된다든가, 자신의 인생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 사람을 우리는 사랑할 수 없다든가 하는 식으로 교묘하게 자신들의 학업 기대를 감추면서 공부와 상관없이 사랑받을 수 있는 길을 허용하지 않는 부모라면 이런 부모가 자녀의 정신건강에는 훨씬 더 해롭습니다.
왜냐하면 두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첫째. 이런
double message는 자녀에게 다른 대안을 선택할 수 있는 여지 자체를 차단시켜 더 절망으로 몰아넣습니다. '부모님은 말로는 공부가 중요하지 않다고 하셨지만 속으로는 공부가 전부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그러니 공부로 인정받지 않으면 다른 것으로는 부모님께 사랑받을 수가 없다'는 식으로 말이죠.
둘째. single message만 주는 부모는 차라리 simple합니다. 부모를 포기하거나 미워하거나 받아들이는 식으로 선택하는데 갈등이 덜하니까요(쉽기만 하다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double message를 주는 부모는 자녀를 양가 갈등 상태로 몰아넣으면서 죄책감을 유발합니다. '부모님이 공부를 강요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시는 건 나를 사랑하기 때문이야. 그러니 이런 고마운 부모님을 위해서라도 난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해. 부모님이 공부를 강요하시는 것이 아니니 공부를 잘 못하는 건 오로지 내 잘못이야'라고 본인을 괴롭히게 됩니다.
그러니 아동의 심리평가 결과에서 심한 불안이 드러나고 있는데 부모가 공부 강요를 하지 않는다고 보고할 때 이런 discrepancy를 위에서 말씀드린 틀로 한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겉으로는 공부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지만 속으로는 아이가 공부 잘하기를 기대하는 표리부동한 부모인지 말이죠. 제 경험으로는 학력 수준(학벌)이 높을수록 이런 부모가 확률적으로 훨씬 더 많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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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YES24
부모로부터 충분히 사랑받지 못한 채 성장해 열등감으로 고통받는 어른이 되었고 그러한 사랑을 대리 충족하기 위해 모든 면에서 풍족하지만 지극히 가부장적인 집으로 시집가서 자신과 똑같은 딸아이를 낳아 투사한 나머지 그 아이는 어릴 때의 엄마 모습과 똑같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적절히 표현하지 못하고 억압하는 아이가 되었습니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아이를 상담한 실화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떻게 이런 교과서에나 나올 법한 전형적인 케이스를 만나셨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지만 나중에 생각해보니 오히려 아동 임상 현장에서 가장 많이 만나는 경우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어른과 달리 자아가 성숙하지 못하고 자아 강도도 약하기 때문에 훨씬 더 세심하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죠. 발달 수준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기술의 조율이 필요합니다. 제가 일하는 도박 중독 분야는 상대적으로 포탄이 난무하는 피투성이의 전쟁터이기 때문에 꽃밭의 민들레 한 송이 한 송이까지 모두 살릴 수는 없습니다. 떨어지는 포탄을 막아내기에도 벅차니까요. 그런 점에서 아동의 세심한 마음을 무한 인내심으로 보듬어 가는 과정을 보면서 아주 예민한 악기를 조율하는 이미지가 떠올랐습니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겉으로는 아니라고 했지만 제 마음 한 구석에는 놀이 치료나 표현 예술 치료 등의 치료 기법에 대한 폄하가 자리잡고 있었음을 반성합니다. 문제는 칼이 아니라 그 칼을 쓰는 고수의 내공이었던 것인데 말이지요. 어떤 치료 기법이든지 마찬가지겠지만요.
저는 환경 개선을 위해서라도 아동을 심리치료할 때에도 부모에 대한 접근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이 책의 저자인 이보연 선생님은 부모의 협조 유무와 관계없이 아이가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것에 대한 믿음을 한번도 의심하지 않더군요. 상담자의 그런 확신이 미정이가 딛고 일어설 발판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특히 후반부에서 전이가 일어났을 때 상담자가 아이의 마음 읽기 요구에 동참하지 않고 스스로 표현할 때까지 끝까지 버텨준 부분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참 쉽지 않은 일이거든요.
아주 좋은 책입니다만 개인적으로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이 보였는데 실제로는 그랬을 것 같지 않은데 책으로 묶는 과정에서 미정이와 헤어지는 부분(상담의 종결 부분)이 분량때문에 다소 급하게 처리된 듯 보이더군요. 조금 더 깊이있게 다뤄주셨으면 개인적으로 더 좋았을 뻔 했습니다.
아동을 만나는 임상가 뿐 아니라 어린 아동을 둔 부모님이라면 분명히 도움이 될 좋은 책입니다. 이처럼 상담 실화를 매끄럽게 엮은 책을 만나기는 정말 쉽지 않거든요.
덧. 이 책은 열심히 북 크로싱에 참여하시는 별사탕님이 북 크로싱을 위해 기증하신 책입니다. 이 자리를 빌어 별사탕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덧2.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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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상처를 받든 간에 상처는 그 자체로도 충분히 아프지만 부모에게서, 그것도 특히 어릴 때 받은 상처가 더 치명적인 이유가 몇 가지 있습니다.
첫째. 사람이 어릴수록 상처를 받아 안을 수 있는 그릇의 크기도 작고, 마음의 힘도 강하지 못해 그릇이 깨지기 쉬우며 심리적 방패도 단단하지 못하고 말랑말랑해서 상처를 받으면 훨씬 더 깊이 패이고 상처가 깊게 마련입니다. 타격을 심하게 당하니 상처가 크고 깊어서 회복되는 시간도 어른에 비해 훨씬 오래 걸리고 심하게는 영영 회복이 되지 못할 수도 있죠.
둘째. 첫 번째 이유와도 상관이 있는데 받은 상처를 감당할 능력이 안 되니 살아남기 위해 무의식으로 상처를 억압하거나 부정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런다고 심리적 상처라는 게 영영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계속 잠재되어 있는 상태에서 다양한 부작용을 만들어 내게 됩니다. 상처를 받은 당사자가 그 상처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증상들만 표면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본인도 그렇고 도움을 주려는 외부 사람들도 증상과 상처의 연결 고리를 찾는 것이 어렵고 그래서 어릴 나이에 받은 상처일수록 치유하기가 더 힘든 법이죠.
셋째. 특히 부모에게 받은 상처의 경우에는 자기 증오의 덫에 걸릴 수 있는데 부모가 자신을 학대, 방임하거나 마음의 상처를 주는 말을 한 이유가 부모가 아닌 자신에게 있다고 내부 귀인하는 경우 자신을 미워하게 됩니다. '내가 오죽 나쁜 아이였으면 나를 낳아준 부모가 내게 그랬겠어'라고 부모가 준 상처를 정당화하고, 그럼으로써 벌을 받아 마땅한 자신을 스스로 학대하는 것이죠. 그래서 자신의 신체와 영혼을 함부로 대하는 자기 파괴적인 행동을 반복합니다.
자기 파괴적인(self-destructive) 언행을 일삼는 내담자를 만나는 상담자는 반드시 내담자가 어릴 적에 큰 상처를 받았을 가능성을 한번쯤 의심해 봐야 하고 자신도 이해하지 못하는 행동을 반복하는 내담자도 마찬가지로 어릴 때의 경험을 안전한 상담 공간에서 탐색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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