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상담을 하다 보면 자녀에게 엄마 또는 아빠가 필요하다며 이혼을 꺼리는 내담자를 만나게 됩니다. 물론 정말로 그렇게 믿고 계시는 분들도 있고 알고 보면 이혼의 두려움을 감추려고 자녀 핑계를 대는 분들도 있습니다.
'아이에게는 그냥 아빠가 아니라 좋은 아빠가 필요하다' 포스팅에서 저는 그런 분들에게 자녀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은 그냥 아빠, 엄마가 아니라 좋은 아빠, 엄마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나쁜 아빠, 엄마는 부모의 존재가 주는 안심보다 자녀에게 훨씬 더 큰 해악을 끼치기도 하니까요.
이와 비슷하게 이혼을 하게 되면 편부, 편모 가정에서 자라는 게 자녀에게 낙인처럼 안 좋게 작용할까봐 이혼을 꺼리는 내담자도 많습니다. 이 역시도 이혼부, 이혼모가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나 수치심을 감추려고 자녀 핑계를 대는 게 아닌지 먼저 따져봐야겠지만 그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이혼이 나은 경우가 훨씬 더 많습니다.
왜냐하면 이혼보다 부부 갈등이 자녀에게 더 해롭기 때문입니다. 심하게는 부부 갈등의 불똥이 자녀에게 튀어 학대 등 가정 폭력이 발생하기도 하고 그런 최악의 상황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해도 자신의 부모가 싸우는 모습이 자녀에게 주는 심리적 고통감은 결코 작지 않기 때문입니다.
부모가 싸우는 모습 자체가 주는 시각적, 청각적 폭력도 만만치 않지만 때로는 미성숙한 부모가 자녀에게 자신의 편을 들어달라고 요구하거나 자녀를 감정 쓰레기통 취급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부모의 갈등 자체가 자녀에게는 자신의 안위가 위협받고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부부 갈등이 심한 가정의 자녀들이 신체화, 불안, 틱, 주의 집중 곤란, 강박 행동, 중독 행동 뿐 아니라 등교 거부, 품행 문제, 자해 등 자기 파괴적 행동으로 고통감을 호소하는 겁니다.
부모 갈등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지옥 같은 생활을 연장하는 것보다 차라리 이혼 후 안정감을 주는 편부, 편모 가정에서 사는 게 자녀의 심리적 안정에 더 좋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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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부부 상담 전문가가 아니라서 오늘 포스팅에서 말씀드릴 '진짜' 이혼 상담도 부부 상담 분야에서 '제대로' 하고 있는지 잘은 모르지만 저는 이제는 이혼 전문 상담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부부 상담은 갈등 상태에 있는 부부에게 개입해서 갈등을 중재하고 결혼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안전하게 봉합하는 것이 주 목적 중 하나입니다. 부부 사이를 갈라놓으려는 목적으로 부부 상담을 하는 상담자는 거의 없을 겁니다. 왜 그러겠어요.
하지만 그런 목적으로 부부 상담을 하다 보니 정작 헤어지고 혼자 살거나 각자 다른 배우자를 만나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부부에게 적절히 개입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 와중에 이혼률은 더 치솟고 있고 이혼 소송으로 가는 부부들도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제가 요새 사례들을 보다보니 애시당초 처음부터 만나지 말았어야 할 부부들이 너무 많습니다. 물론 이건 각자의 원 가족 역동이 얽힌 문제라서 의식적인 수준에서는 당사자들도 깨닫지 못해서 그렇지만요. 이러한 역동까지 간파하고 이혼하는 과정 전반을 다루면서 상처를 줄이는 방향으로 전문적으로 코칭해 줄 상담자가 필요합니다. 더 나아가서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스크리닝을 돕고 조율해 줄 전문 상담자가 있어야 합니다.
아이가 있다면 이혼 과정에서 받게 될 충격을 완화시키고 부모가 아이에게 제대로 된 설명을 해 줄 수 있도록 교육해 줄 전문적인 상담자 말입니다. 보통 이혼에 돌입하게 되면 대부분의 부모는 자신들에게 밀어닥치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급급할 뿐 자녀에게 적절한 설명과 충격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기 어려우니까요.
지금까지 이혼 상담이라면 보통 재산 분할과 양육권 등을 조절하기 위한 법적 조언을 일컬었지만 이혼을 해도 부모-자녀 관계는 유지되고, 이혼한 배우자도 살아가야 할 새로운 삶이 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그러니 이제는 부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상담에 더해 이혼을 할 수 밖에 없는 부부에게 이혼 과정 전반과 이혼 후 새로운 삶의 영역까지 코칭해 줄 '진짜' 이혼 상담자가 필요한 시점이 되었습니다. 아니 이미 때늦은 감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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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자이자 임상심리학자인 재니스 A. 스프링의 베스트셀러, '흔들리는 부부관계 어떻게 할 것인가(After the Affair, 1996)'를 북 크로싱합니다.
부부 갈등을 다룬 책은 이미 많이 나와 있지만 오로지 '불륜'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책은 보기 힘든데 그런 의미에서 참신성이 돋보이는 책입니다.
단순히 주제만 참신한 것이 아니라 담고 있는 내용도 굉장히 광범위하고 불륜의 상처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부부가 잠자리를 어떻게 다시 할 것인가처럼 매우 현실적이고 중요한 문제를 과감히 다루고 있는데다 디지털 문화와 관련된 사이버불륜에 대한 내용까지 다루고 있어서 부부 상담을 하는 상담자라면 한번쯤 읽어보시면 좋은 책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소개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 책은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국민도서관 이용)가 적용됩니다.
이 책을 읽고 싶은 분은 아래의 북 크로싱 방법에 있는 내용대로 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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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부부관계 어떻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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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YES24
부부 갈등 해결을 다루는 책은 꽤 많습니다. 부부 상담만 전문적으로 다루는 책도 많고 걸출한 전문가들도 다른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죠.
하지만 '불륜'에만 초점을 맞춘 책은 의외로 많지 않습니다. 최소한 저만 해도 이 책을 보기 전까지 부부 관계 문제나 부부 갈등 관련 서적을 꽤 많이 봤다고 생각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불륜과 이로 인해 흔들리는 부부 관계를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에 초점을 맞춘 책은 처음 본 것 같더군요.
이 책의 저자인 재니스 A. 스프링(Janis A. Spring)은 베스트셀러인 '용서의 기술'로 유명한 상담자이자 임상심리학자로 임상 경력이 30년이 넘는 베테랑이라서 그런지 이 책에서 현실감 넘치는 다양한 사례로 실전 지식을 전합니다.
목차를 보시면,
1단계. 당신의 감정을 정상적인 것이라고 인식하기
1장. 상처받은 배우자, 상실감 속에 파묻히다
2장. 불륜을 저지른 자, 선택의 미로에서 헤매다
2단계. 부부관계의 지속 여부를 결정하기
3장. 사랑에 대한 생각을 진지하게 살펴보자
4장. 의심과 두려움을 정면으로 마주하자
3단계. 위기를 이겨내고 부부관계 회복하기
5장. 부부관계의 위기로부터 소중한 교훈 얻기
6장. 배우자의 금이 간 신뢰를 회복하기
7장. 친밀한 방식으로 대화를 나누는 방법
8장. 배우자와 다시 잠자리를 함께 하기
9장. 배우자와 나를 용서하는 법
10장. 사이버공간에서의 새로운 불륜
부부가 불륜으로 인한 상처를 확인하고 함께 해결할 것인지의 여부를 결정하고 그 다음에 어떻게 회복하는지 다양한 영역에서 함께 해볼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 책은 불륜으로 인한 상처를 함께 극복하고자 하는 부부를 대상으로 썼기 때문에 피해자 뿐 아니라 가해자의 입장도 함께 다루고 있습니다. 서로의 잘잘못을 따지거나 면죄부를 부여하거나 변명을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로 점검하고 치유해야 할 문제를 중심으로 살펴보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어느 쪽 편도 들지 않고 중립을 지키면서 동시에 부부 모두에게 따뜻한 마음의 위로와 격려를 보내고 있죠.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은 민감하지만 다른 책에서 잘 다루지 않는 주제인, 부부가 다시 잠자리를 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한 장을 통째로 할애해서 세밀한 도움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 밖에도 최신 이슈인 사이버공간에서의 불륜을 어떻게 봐야 하느냐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오프라인에서의 육체적 접촉이 불륜의 필요충분조건이 아닐 수 있다는 관점에서 좀 더 포괄적으로 부부문제를 살펴보고 있죠.
많은 내용을 다루기 위해 욕심을 내다보니 분량이 400페이지 이상으로 많아졌고 그래서 현장 임상가들에게는 조금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래도 부부 상담을 하는 임상가라면 한번쯤 읽어보기를 권하는 책입니다.
불륜의 상처를 극복하고자 하는 부부 모두에게는 확실히 도움이 되는 책이니 당사자인 분들은 꼭 읽어보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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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꼭 기억해야 할 중요한 사실이 있다. 희망을 잃어버리는 것은 불륜의 충격 회복을 방해하는 가장 큰 요소라는 점이다.
* 상처 입은 사람들이 겪게 되는 상실감
1. 정체성의 상실 : “더 이상 내가 누군지 모르겠어요”
2. 특별하다는 감정의 상실
: “난 당신에게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당신에게는 내가 쓰고 버릴 수 있는 존재였어”
3. 자존감의 상실(배우자를 되찾기 위해)
: ‘부부 관계를 지속하기 위해서 무슨 일이든지 할 거야’
4. 자존감의 상실(외면했던 것에 대한 자책)
: ‘왜 나는 의심이 드는데도 그냥 넘어갔을까?’
5. 몸과 마음에 대한 통제력 상실
: “어떻게 해야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멈출 수 있죠? 어떻게 해야 제 자신을 멈출 수 있을까요?”
6. 세상에 대한 질서감과 정의감의 상실
: ‘더 이상 세상을 이해할 수가 없어’
7. 종교적인 믿음의 상실
: “왜 신은 저를 버렸을까요?”
8. 다른 사람과의 유대감 상실
: “누구에게 제 비밀을 털어놓을 수 있겠어요? 누가 제 곁에 있어줄까요?”
9. 삶에 대한 목적의식의 상실
: “가끔 밤에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이런 생각을 해요. 지금 운전대를 확 꺾어서 사고를 내면 이 고통이 쉽게 끝나지 않을까?”
* 배우자의 불륜으로 인해 혼란스럽고 우울해진 당신은 세상이 원칙대로 굴러가지 않는다고 생각하거나(외부적인 대혼란) 혹은 자신이 그런 대접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내부적인 대혼란)생각할 수도 있다. 나중에 혼란이 가라앉고 나면, 이러한 시각이 모두 과장되고 지나치게 일반화된 생각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배우자의 불륜 때문에 세상이나 자기 자신을 혹독하게 심판할 필요는 없다. 삶이란 원칙 없이 그렇게 마구잡이로 오지 않는다. 그리고 당신도 그렇게 나쁜 사람이 아니다.
* 당신이 죽이고 싶은 것은 자기 자신이 아니라 고통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라
* 부부 모두가 생각해봐야 할 것은 그렇게 높이 평가되는 것이 불륜을 저질렀던 애인이 아니라, 그 애인이 당신에게 느끼게 해준 감정이라는 사실이다. 즉 당신은 배우자를 대신할 사람을 찾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한 기본적인 감정을 바꾸고 싶었던 것이다. 따라서 부부가 앞으로의 긍정적인 변화를 위해 마음을 연다면, 다른 사람을 찾을 필요 없이 부부관계 안에서 긍정적인 감정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후회는 당신이 자신에게 정직하지 못했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지표이자, 앞으로는 신념에 따라 더 충실히 살라는 메시지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후회로 인해 자신을 비난하게 된다면 그것으로부터 얻는 바가 없어진다.
* "저는 남편을 사랑하니까 그의 잘못된 행동도 견뎌낼 수 있을 거에요". 짝사랑이란 배우자에게 느끼는 강렬하지만 부적절한 애착이다.
* 당신이 행동한 만큼만 배우자에게 기대할 권리가 있는 것이다.
* 스스로 이렇게 질문해보라. '문제는 부부관계에 있는 것일까? 아니면 내 안에 있는 것일까?','내가 원하는 것을 배우자가 만족시켜 줄 수 없기 때문에 배우자에게 정나미가 떨어진 것일까? 아니면 그저 내가 가졌던 환상이 사라져서 일시적으로 부부관계가 힘들게 느껴지는 것일까?'
* “이렇게 많은 상처를 입은 후에도 우리가 다시 합칠 수 있을까?”. 현재의 느낌을 바탕으로 부부관계를 판단하지 말고, 과거에 부부관계가 어떠했는지를 생각해보길 바란다. 결혼 초기에 부부관계를 얼마나 단단히 다졌느냐에 따라 미래의 부부관계도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 배우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알아보기 위해서는, 미러링 기법(상대방의 말을 그대로 따라하는 기술)을 이용하거나 마음을 열고 듣는 의사소통 연습을 해보길 권한다. 다음과 같이 해보자. 우선 부부를 A, B로 나눈다. 그리고 A가 B에게 자신이 무엇 때문에 힘든지 말하고 B가 어떻게 변화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럼 B는 A가 충분히 이해받은 기분이 들 때까지 A가 했던 말을 다른 표현으로 바꾸어 말하는 것이다. 그 후 A와 B의 역할을 바꾸어 계속한다.
* 배우자에게 그저 순수한 나 자신으로만 사랑받기를 기대하면서, 그렇지 않을 경우 자신이 하찮은 취급을 당하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부부관계에 비현실적인 기대를 갖고 있는 것이다.
* 배우자와 헤어졌을 때 어떤 것이 두려운지 자신에게 솔직히 물어보는 것이 중요하다. 사실 어떤 것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스스로 그것에 의미를 부여했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 누구의 책임이 얼마만큼인지 옥신각신하는 대신, 부부 각자가 자신의 책임을 잘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 어린 시절 어떤 상처를 받고 자랐는지, 이러한 상처가 현재 부부관계에 어떤 악영향을 주고 있는지 살펴보기
- 결혼 전 본가에서 일어난 불륜으로 어린 시절 어떤 상처를 받았는지 살펴보기
- 당신이 배우자에게 못마땅한 점이 사실은 당신에게 부족한 점이고 그것을 질투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 불륜이 일어난 시기에 어떤 중요한 사건들이 있었으며, 이 사건들이 불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보기
* 사실 부부 사이가 가끔 삐걱거리는 것을 두고 서로 맞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길게 보았을 때는 그 반대인 경우가 많다. 당신은 어떤 이유가 있어 자신과는 다른 부분을 가진 배우자, 때론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배우자를 선택한 것이다.
* 배우자의 모든 요구를 들어주어라. 배우자의 요구 중 하나 둘만 골라서 들어주고 다른 것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이 사실을 꼭 기억하라.
* 이 분노가 정당한지 판단하는 대신 이 분노가 내게 도움이 될 것인가를 생각하라.
* 당신의 상처를 치유하고 배우자를 용서하기 위해서는 당신이 얼마나 깊이 상처받았는지를 배우자에게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불륜에 대해 서로 솔직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불륜이 당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서도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 배우자에게 당신의 고통을 보여줄 때 그 고통의 시작도 시작되는 것이다.
* 다시는 바람을 피우지 않겠다는 증거로 배우자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소중한 선물은, 당신이 자기 자신을 잘 인식하고 불륜에 이르게 된 개인적인 문제를 살펴보며 공개적이고 책임감 있게 그 문제를 인정하는 것이다.
* 용서에 대한 과장된 생각들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1. 용서란 단번에 완전히 이루어지는 것이다.
2. 상대를 용서하면, 그(녀)를 향한 부정적인 감정은 긍정적인 감정으로 바뀐다.
3. 상대를 용서하면, 당신이 가졌던 부정적인 감정이 부당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다.
4. 용서할 때는 대가를 기대하지 말고 무조건 용서해야 한다.
5. 상대를 용서할 때는 그에게 받았던 상처까지 잊어버려야 한다.
* 우리는 치유해주는 것은 시간의 흐름이 아니다. 경험이 우리를 치유해준다.
덧. 이 책은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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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자가 부부 갈등 해결을 위한 상담을 진행할 때 어느 배우자의 편도 들지 않고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건 거의 상식에 가깝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입니다. 왜냐하면 부부가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전문가의 도움을 구한다는 건 둘이서 말로 해결할 수 있는 단계를 지났다는 이야기이고 대부분 상담자를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여 상대의 잘못을 드러내 변화를 강제하려는 의도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 상담자가 기계적인 중립을 지키겠다고 암만 노력해봤자 잘 되지 않습니다. 각 배우자가 적극적으로 상담자를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려고 노력하는 것은 물론 애매한 입장을 취하는 상담자를 비난하거나 공격하는 일도 심심치 않게 일어나기 때문이죠.
이처럼 부부 상담에서 상담자가 중립을 지키기 어려울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여기 고려해 볼만한 방법이 한 가지 있습니다.
제가 잘 쓰는 방법 중 하나는
'공적(公敵)을 자초'하는 겁니다. 간단히 말씀드리면 상담자가 상황을 이 지경으로 만든 책임과 이유를 들어 각 배우자를 대상으로 일종의 공격을 하게 되는데 이 때 당사자는 아무 변명이나 반격도 할 수 없고 상대편 배우자가 이를 방어(소위 편들기)를 해야 합니다.
한 회기 내에 부부 모두에게 실시해야 하고 상담자가 공격하는 수위는 비슷한 수준이어야 하고요.
이 방법의 강점은 일반적인 부부 상담에서 일어나기 쉽지 않은 부부 연대(또는 동맹)를 촉진한다는 겁니다. 상담자가 외부의 적을 자처함으로써 내부의 결속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잊고 있었던 상대 배우자의 강점과 좋았던 시절을 remind시키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 방법이 효과를 발휘하면 당장 회기 내에 배우자를 바라보는 눈빛부터 친근하게 바뀝니다. 지금까지 적이었는데 과거의 동지를 소환한 것이니까요.
다만 이 방법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 조건이 있는데,
1. 부부 상담의 목적이 이혼이 아니라 부부 갈등 해결이어야 함
: 간혹 이미 갈라서기로 결정했지만 이혼을 앞두고 재산 분할, 자녀 양육 등 산적한 문제 때문에 심리적 중재가 필요하거나 마음의 상처를 줄여보려고 부부 상담을 받는 부부가 있는데 이 경우에는 적용하기 어렵습니다.
2. 상담자가 배우자 각자에 대한 개인 상담을 충분히 진행했어야 함
: 배우자 각자에 대한 개인 상담을 충분히 진행했어야 한다는 의미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상대방 배우자에 대한 불만, 악감정을 개인 상담에서 충분히 토로했다는 것과 이 과정을 통해 상담자가 부부 갈등에 영향을 준 각 배우자의 장, 단점을 아주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즉 부부 상담으로 들어갔을 때 어느 한 쪽 배우자가 아직 남아있는 비난과 험담을 하기 시작하면 이 방법을 쓸 수 없고 상담자가 부부 모두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없으면 사용할 수 없는 방법입니다.
부부 상담에서 중립을 지키는 것이 특히 힘든 상담자라면 한번 고려해 보시기 바랍니다. 제 경우에는 꽤 효과가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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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다소 도발적인 점 미리 양해 말씀 드립니다.
상담을 하다보면 부부, 가족 상담처럼 아예 처음부터 한 상담자가 한 명 이상의 내담자를 봐야 하는 경우는 아니지만 나중에는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되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아동/청소년 상담인데요. 상담의 시작은 아동/청소년이지만 단순히 부모 교육 차원이 아니라 부모도 개인 상담을 받아야 하는 수준으로 판명되는 게 부지기수거든요.
이 때 현재 청소년상담복지센터를 위시한 대부부의 상담 기관에서는 부모와 자녀를 분리하여 각기 다른 상담자에게 배정합니다. 제가 알기로 표면적인 이유는 상담자의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서일 겁니다.
하지만 저는 여러가지 이유로 이런 방식의 접근에 반대합니다. 물론 저는 상담자가 자신의 비전문 분야를 제외하고는 모든 관련 내담자의 상담을 본인이 책임지고 심리평가(검사 도구의 선정, 실시 타이밍 선택 등) 일체도 자율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다소 극단적인 입장에 서 있지만 최소한 부모, 자녀가 함께 상담을 받게 된다면 한 명의 상담자가 담당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관계가 연결된 내담자들을 다른 상담자에게 배정하는 건 기계적인 중립성에 대한 집착이고 심하게 말하자면 상담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다양한 잡음을 미연에 방지하자는 다분히 기관 방어 위주의 정책입니다. 심리평가보고서를 수검자에게 제공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유이죠. 저는 그런 방어 위주의 정책이 내담자를 도울 수 있다고 믿지 않습니다. 그건 내담자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상담이 아니에요.
사실 상담자의 중립성만큼 오해를 불러 일으키는 개념도 많지 않습니다. 상담자의 중립성은 노력해야 하는 가이드라인이지 절대적으로 지켜야 하는 마지노선이 아닙니다. 심하게 말하면 저는 상담자의 중립성이 철저히 지켜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이고 설사 그렇게 지켜진 중립성이 내담자의 치유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입니다. 상담자의 중립성이 철저히 지켜질 수 있다면 우리는 전이-역전이 분석을 왜 그렇게 열심히 하는 것일까요? 상담자는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그런 기계적인 중립성을 지켜내는 건 불가능합니다.
현실적으로도 복수의 상담자를 두는 건 현실적인 면에서 문제가 많습니다. 외부 상담자라면 아예 정보가 차단될 것이고 기관 내 다른 상담자라고 해도 상담자 간 긴밀한 의사소통체계가 없으면 중요 정보가 누락되거나 타이밍을 놓치기 쉽습니다. 게다가 상담자의 치료적 배경이나 접근법이 상이하다면 엇박자가 나기 쉽습니다. 문제 해결 중심 상담자가 부인을, 이혼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목회 상담자가 남편을 맡아 개인 상담을 진행한다고 생각해보죠. 이 부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물론 상담자가 다루기 어려운 전문적인 문제가 분명 있을 수 있죠. 성폭력 외상이나 도박 중독, 혹은 종교적 문제 등의 문제라면 관련 전문가의 상담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한 명의 상담자가 최소한의 개인 상담을 담당해야 전체 상담 과정을 조망하고 목표를 설정하고 과정을 체계적으로 다룰 수 있습니다.
간혹 부모-자녀 관계를 한 명의 상담자가 다룰 때 자녀와 부모가 서로 자신의 편을 들어달라고 상담자를 끌어들이면 어떻게 하냐, 중립을 지키는 것이 너무 어렵다고 호소하는 분이 계신데 그 건 중립을 지켜야 하는 경우가 아닙니다. 약자의 편(이 때는 아동/청소년 자녀)을 들어야 하는 경우죠. 부모가 자신의 가치 기준을 강요하면서 자녀를 억압, 또는 학대할 때 중립을 고집하는 건 내담자의 고통을 방기하는 직무 유기 행위입니다.
마지막으로 상담자들께 한 말씀 드리면, 엮여 있는 갈등이 심하고 도저히 다룰 수 없을 것처럼 역동이 복잡할 때 그 틈바구니에서 버티는 게 힘들다는 거 잘 압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나의 내담자만(대개는 다루기 쉽다고 판단되는) 상담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자신감을 잃고 무력감에 빠질 겁니다. 왜냐하면 '아웃소싱'한 내담자에 대한 통제력과 정보를 잃게 되거든요. 이건 눈가리고 수술하는 것과 같아요. 처음에는 힘들더라도 휘몰아치는 갈등의 폭풍 속에서 버텨야 합니다. 그게 내담자를 위한 선택이니까요. 모든 상담은 내담자의 안녕과 행복을 위해서 하는 겁니다. 기관의 안위가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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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상담을 포함한 couple therapy를 할 때 가만히 지켜보면 현실적으로 두 사람 사이의 갈등을 야기하는 건 대화의 패턴입니다.
말이 통하지 않고 계속 겉돌고 있다고 서로가 느끼고 있다면 상담자는 반드시 두 가지를 고려해 봐야 하는데 하나는 가치관의 차이고 다른 하나는 접점이 없어서 그런 것인지의 여부입니다.
가치관은
'내담자의 현명한 선택을 돕고 싶다면 가치관 탐색을 하라'는 글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내담자가 자신의 선택과 결과의 현실적 괴리를 이해하는데도 필수적이지만 끊임없이 발생하는 대인 관계 갈등의 원인을 탐색하는데 있어서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다만 이는 대인 관계 영역에서 다루기보다는 개인 수준에서 개별적으로 다루는 것이 더 낫습니다. 필요하다면 원가족 관계까지 다룰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굉장히 깊이 내려갈 수도 있거든요. 생각보다 시간도 많이 걸리는 작업입니다.
2자 관계의 각 구성원을 개별적으로 탐색해야 하는 것이 가치관에 대한 접근이라면 이와 달리 접점의 여부는 두 사람의 상호작용 패턴을 분석함으로써 찾을 수 있습니다.
예를 하나 들겠습니다.
고집이 세고 예민한 기질의 아이를 키우는 부부가 있다고 해 보죠. 엄마는 아이의 눈높이에서 아이의 욕구에 최대한 귀를 기울임으로써 현실적인 요구에 맞추려고 아이를 닥달하지 않는 여유로운 양육 태도를 갖고 있습니다. 당연히 체벌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이의 행동 변화에 시간이 많이 걸리고 때로는 또래나 주변 사람들에게 의도치 않은 피해를 입히기도 합니다. 아빠는 내 자식이 그렇게 고집스럽고 이기적으로 비춰지는 것도 못마땅하고 자신의 말에 고분고분 따르지 않는 아이가 미워질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체벌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가정에서는 아이가 부모의 말을 곧바로 따르지 않고 떼를 부려 집안 일이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을 때마다 이 문제가 불거지고 체벌의 도입 여부로 항상 부부가 첨예하게 대립합니다.
남편은 아이가 부모의 말을 듣지 않을 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피해를 주고 있으니 체벌을 가해서라도 말을 듣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아내는 남편이 아이의 말을 귀 기울일 생각은 안 하고 자기 편하자고 손쉬운 체벌을 고집한다고 맞섭니다. 그리고는 체벌이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라도 찾아보고 그러는거냐며 남편을 몰아세웁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이 부부는 대화의 접점이 없습니다. 남편은 체벌이 있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반면, 아내는 체벌 무용론을 믿고 있으니까요. 그러니 설사 남편이 때로는 체벌이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를 찾아내 들이민다고 해도 아내는 절대로 체벌을 수용하지 않을 겁니다. 이처럼 접점이 없는 대화는 피하는 게 좋습니다. 접점이 없으면 대화가 계속 제자리를 맴돌며 감정만 격화시키다가 누구 하나가 말실수를 하는 순간 폭발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접점이 없는 무익한 대화를 계속하는 부부나 couple을 상담하는 상담자는 전형적인 episode를 찾아 최소한의 접점을 만드는 작업부터 해야 합니다. 위에서 예를 든 부부의 경우 접점은 체벌의 도입 여부가 아닙니다. 아이가 떼를 써서 일이 지연되는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의 행동 전략이 하나의 접점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아침에 옷을 입는 것을 거부해 유치원에 가는 게 늦어질 것 같고 남편이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출근해야 하는 경우라면 회사에 지각하고 싶지 않은 남편을 배려해 먼저 출근시키고 비용이 들더라도 아내가 택시를 이용해 유치원에 데려다 주는 거지요.
물론 모든 갈등은 이처럼 단순하지 않고 복잡한 요인들이 얽혀 있기 때문에 말처럼 쉽게 해결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작은 접점이라도 먼저 만드는 겁니다. 접점이 없다면 건설적인 대화가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일단 접점이 만들어지면 그 접점 영역을 넓혀가는 건 훨씬 쉽습니다.
굳이 상담이 아니라 일상적인 관계 갈등에서도 가능한 접점이 없는 대화는 피하고 소통하고 싶다면 작은 접점부터 만드는 게 효과적입니다.
나중에 다시 포스팅할 기회가 있을까 싶어 말씀드리는데 접점이 없는 이유는 쌍방의 가치관이 너무 다르기 때문인 경우도 있으니 상담자는 처음부터 가치관 문제도 함께 고려하는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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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자로서의 저를 아는 분들은 제가 심리평가나 상담과 관련하여 가능한 한 투명하게 모든 것을 내담자와 공유하는 걸 원칙으로 삼고 있다는 걸 익히 알고 계실 겁니다.
심리평가와 관련해서는 관련글을 여러 차례 포스팅 한 적도 있고요.
*
'심리검사 원자료는 의무기록인가'
*
'피검자가 자신의 심리평가 결과를 보겠다는데(혹은 갖겠다는데) 그걸 왜 막나'
그런데 부부 상담이 실패하여 이혼 소송으로 귀결된 상황만큼은 조금 달리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둘 다 자신의 내담자였던 부부 중 한 쪽 배우자가 이혼 소송에 사용하겠다며 상담 기록을 달라고 요구할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상담 기록은 내담자의 것이니 그냥 줘도 될까요? 아니면 소송 상대인 배우자의 동의가 없는 한 요청한 내담자의 상담 기록만 추려서 제공하면 되는 걸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법적인 문제가 걸린 경우에는 가능하면 상담과 관련된 정보를 주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상담자로서의 중립 위반
아무리 객관적인 입장에서 상담 기록을 요약하거나 확인서를 쓰려고 노력해도 이미 진행된 상담 내용을 통째로 주는 것이 아닌 이상 개인의 주관이나 선입견을 배제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부부 상담자로서의 중립이라는 가치를 훼손할 위험성이 큽니다. 상담자의 중립이 반드시 지켜져야 할 지고지순한 가치라든가, 중립을 지키는 것이 100%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couple therapy의 경우 상담자가 중립을 지키기 위한 충분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는데 이 상황에서는 그러기 어렵다는 거지요.
2. 상담 내용의 오용 문제
상담에서는 내담자의 치유를 위해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지만 법은 그렇지 않습니다. 상담과 반대로 법은 옳고 그름만을 따지지, 내담자의 치유에 대해서는 관심 없습니다(법은 사실 그래야 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치유를 위해 내담자가 힘겹게 털어놓은 본인의 치부와 비밀이 악용당할 가능성이 큽니다(상담 기록을 요청하는 배우자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그걸 활용하려고 요구하는 것이죠).
3. 이중 관계
제가 법적인 문제가 걸려 있을 때 상담 기록 공개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그것이 이중 관계를 맺는 것이고 치유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순진한 상담자는 내담자를 돕고 싶은 마음에 상담 기록을 넘길 수 있지만 그렇게 되면 상담자-내담자 관계에 법적인 조력자 또는 지지자의 관계가 자신의 의도와 상관 없이 추가되는 겁니다. 그 뿐 아니라 상대방 배우자(한 때 내담자였던)와 맺었던 치유 관계가 훼손되는 것도 피할 수 없습니다.
많은 상담자들이 법적인 문제로 상담 기록을 요구받을 때 법적 한계와 상담자가 져야 할 법적 책임의 무게만 고려하기 쉬운데 치유적인 관계 안에서만 생각해도 깊이 고민해야 하는 문제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법적 소송 때문에 상담 기록을 요청받으면 상담 중이든 이미 종결한 상태이든 반드시 요청한 내담자와 다시 약속을 잡아서 전후 사정을 듣고 이를 상담의 틀 안에서 다루려고 노력합니다. 가끔은 상담 기록의 요구가 냉철한 이성에 의한 것이 아니라 끓어오르는 분노의 충동적 표출이나 수치심의 배출 경로가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니까요.
상담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상담자의 역할을 고수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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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자에게 도움을 청하러 온 내담자들이 이야기하는 어려움과 문제는 내담자의 수만큼 다양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몇 가지로 묶을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압도적으로 많은 건 관계 갈등이고요.
'학교에 잘 적응하고 싶다. 주변 사람들과 잘 지내고 싶다, 좋은 사람과 연애했으면 좋겠다. 상사가 또라이인데 어떻게 해야 하냐, 남편이 마마보이다, 아들이 날 홀대한다, 누군가 나를 무시하면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다, 동료의 잘난 척을 참을 수가 없다 등등'
예를 들자면 끝이 없겠지만 모두 대인 관계 문제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내담자가 호소하는 관계 갈등의 양상을 파악하고 내담자가 느끼는 고통감의 정도를 탐색하는 것으로 상담을 시작하지만 그 방향으로만 계속 가면 거의 예외없이 막다른 길에 몰리게 됩니다. 왜냐하면 내담자의 관계 갈등 대상이 상담 장면에 없는 상태에서 상담을 진행해야 하니 저도 모르게 fact finding을 하는 함정에 쉽게 빠지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내담자의 지각 왜곡이나 역기능적 신념, 자동적 사고 등을 찾아내는 수확을 거두기도 하지만 그걸 교정하려고 해도 생각만큼 잘 되지 않습니다.
예전에 도박 중독자의 가족은 도박 중독자에 앞서 자신을 먼저 돌보라는 의미의
'지금은 각자의 성을 돌볼 때다'라는 포스팅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이와 비슷한 이야기입니다.
상담을 할 때는 내담자의 내면에 먼저 집중해야 합니다. 내담자의 숨겨진 욕구가 무엇인지, 언제부터 좌절되었는지, 그 욕구 좌절의 결과로 어떤 대처 방략 또는 방어 기제가 형성되었는지, 내담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가치관 또는 삶은 무엇인지 등등
내담자의 내면 탐색이 어느 정도 이루어진 다음에야 관계의 문제를 좀 더 명확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물론 경험이 많은 상담자들은 이 두 가지 작업을 동시에 진행할 수도 있지만 아직 그런 내공이 부족하다면 먼저 내담자 개인의 내면 탐색을 하고, 그 다음에 관계 문제를 다루는 것을 고려해 보세요. 제 경험으로는 꽤 효율적이었습니다.
특히 부부 상담, 커플 상담 등 상담의 유형 자체가 관계 문제를 내포하고 있는 상담에서는 관계 갈등의 문제에만 집중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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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상담을 할 때 부인과 남편이 상담을 받기 위해 함께 나오면 참 좋겠지만 배우자 중 어느 한 쪽만 먼저 상담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고 때로는 부부를 동시에 상담할 때의 장점보다 문제가 더 많을 때도 있어 일부러 따로 상담하기도 합니다.
제 경우는 부부가 함께 나오더라도 초기에는 따로 상담을 하고 어느 정도 개인 상담이 진행된 이후에 양쪽 모두의 동의를 받아 부부 상담으로 전환하는 것을 선호하는 편인데요.
부부를 각각 상담할 때 꽤 많은 내담자가 부부 사이에 생길 수 있는 오해를 해결하고자 자신의 입장을 상담자가 잘 정리하여 상대방 배우자에게 전달해 주었으면 하고 바랍니다.
때로는 그런 교통정리를 능수능란하게 하는 교통경찰의 역할이 부부 상담자가 할 일이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부부 상담자의 역할은 그런 것이 아닙니다. 게다가 상담자가 부부 사이의 이야기를 전하는 메신저의 역할을 하게 되면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한 쪽 배우자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상담자의 견해나 주관이 개입되어 왜곡된 내용이 전달됨으로써 오해가 더 커지는 일이 생길 수도 있고요.
특히 상담자는 내담자의 우군이라고 할 수 있는데 내담자가 한 명인 개인 상담과 달리 부부 상담에서는 내담자가 부부 관계이자 갈등 상태인 배우자 2명이므로 어느 한 쪽의 편만 들 수가 없습니다. 또한 한 배우자가 상담자가 중립선을 조금이라도 넘어갔다고 생각하게 되면 어렵게 생성한 rapport가 깨질 위험성이 큽니다.
게다가 부부 상담에서는 객관적인 현실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각 배우자가 각자의 관점에서 지각한 주관적인 두 현실이 충돌하는 것이지요. 따라서 알 수도 없는 객관적인 진실을 찾으려고 하다가는 정작 부부 상담의 상담 목표를 잃고 표류하는 일이 발생하게 됩니다.
상담자는 해결사나 전략가가 아닙니다. 부부 스스로 부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가이드에 더 가깝습니다. 그러니 어설픈 메신저나 중재역을 자처해 상담을 엉뚱한 곳으로 끌고 가지 않도록 조심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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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에 중독된 도박자와 가족들에게 가장 무서운 말 중 하나가 바로 '재발'입니다. 그 말만큼은 절대로 듣고 싶지 않다고 할 정도로 두렵죠.
그렇기 때문에 이런 무서운 재발을 다시 겪지 않으려면 도박자 개개인에게 재발을 가져올 수 있는 나름의 위험 요인 분석을 철저히 해야 합니다.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백번 싸우더라도 위태롭지 않은 법이니까요(지피지기 백전불태).
재발을 야기하는 위험 요소는 도박자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대부분의 중독자에게 공통되는 위험 요소도 있습니다.
그 중 가장 위험한 3가지 요소를 정리해 봤습니다.
첫째는 부정적인 정서 상태입니다. 예전에 이미 한번 소개드린 적이 있는데 HALT라는 약자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HALT는 각각 '배고픔', '분노감', '외로움', '피곤함'의 영문 앞글자입니다.
배고픔, 분노감, 외로움, 피곤함은 모두 부정적인 정서 자체이거나 부정적인 정서를 유발하는 선행 요인으로 이러한 부정적인 정서를 해소하고자 하는 후속 행동을 야기하는데 도박 중독자의 경우 가장 긴밀하게 연결된 행동이 바로 도박이기 때문에 위험합니다.
따라서 HALT 상태인 도박자는 도박 행동으로 연결되기 전에 각각의 문제를 건강한 방법으로 즉시 해결해야 합니다. 첫 번째 요소인 부정적인 정서 상태는 도박자 내면에 있습니다.
둘째는 대인 갈등입니다. 위에서 설명한 HALT 중 절반에 해당하는 외로움과 분노감이 관련되어 있을 정도로 대인 갈등이 도박의 재발에 미치는 영향력은 막대합니다.
대인 관계는 도박을 계속하려는 이유와 그만두려는 이유 모두에 대해 도박자가 가장 많이 보고하는 이유 중 하나인만큼 대인 관계에 갈등이 생길 경우 단도박 의지가 약화되는 건 불을 보듯 뻔합니다. '이런데도 내가 단도박 상태를 유지해야 할까?'라는 회의적인 생각을 불러 일으키는 주범 또한 대인 갈등입니다. 그러니 대인 갈등은 반드시 해결해야 하고 그대로 방치해서는 절대로 안 됩니다. 가족 상담이나 부부 상담이 도박 중독 치유에 필수적인 이유이기도 합니다. 대인 관계는 도박자의 바깥에 있지만 비교적 근거리에 있는 요소입니다.
마지막
셋째는 사회적 압력입니다. 대인 갈등과 마찬가지로 도박자의 바깥에 있으며 약간 떨어진 원거리에 있는 요소입니다. 사회적 압력은 함께 도박을 했던 도박 동료, 친구를 비롯해 도박을 하도록 만들 수 있는 모든 외부 영향을 의미합니다. 명절 때 내기 윷놀이를 하는 친척들이나 게임비 내기 당구를 하자는 친구들도 사회적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사회적 압력 요소가 무서운 이유는 두 번째 요소인 대인 갈등을 피하려다 촉발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인 갈등을 피하면서 사회적 압력을 무마하려면 상당히 정교한 대인 관계 기술이 필요하거든요. 물론 상담과 연습을 통해 이 기술을 습득할 수 있지만 그 때까지는 결코 타협하지 않는 원칙 준수가 생명입니다.
다시 한번 도박 중독 재발의 최대 위험 요소 3가지를 정리합니다.
1) 부정적인 정서 상태(HALT)
2) 대인 갈등
3) 사회적 압력
이 세 가지는 반드시 명심하고 매사에 주의해야 합니다. 세 가지 위험 요소를 완벽하게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면 그 사람은 아직 도박 중독에서 치유된 것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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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를 만나는 상담자라면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하는 내용이고 또 대부분 알고 계시겠지만 정리하는 차원에서 말씀드립니다.
부부 상담을 할 때 상담자가 상담 초반에 부부 모두에게 반드시 orientation해야 하는 내용이죠.
부부 갈등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담을 받으러 온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상대방이 문제를 일으킨 원인이라며 비난하고 상담자를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여 자신이 생각이 맞다는 것을 확인받고자 합니다.
물론 자신에게는 별로 책임이 없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죠. 아이러니컬하게도 상대방을 격렬하게 비난하는 배우자일수록 문제가 악화되는데 일조한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 문제입니다만...
어쨌거나 초보 상담자는 그런 상황에서 어설프게 부부 사이를 중재하려고 시도하거나 사실 찾기(fact finding)에 매달리곤 합니다. 조금 더 경험이 있는 상담자라면 일단 부부를 각자 상담하면서 같은 상황에 대한 배우자 각자의 시각 차이를 확인하려고 하겠지요.
하지만 그에 앞서 해야 할 일이 하나 있습니다.
부부 상담은 누가 잘못했느냐의 책임 여부를 따지는 자리가 아니라 함께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의 방법을 찾는 자리라는 걸 명확하게 인식하도록 하는 것이죠.
이를 위해 저는 다음과 같은 예를 자주 듭니다(좀 지저분하기는 합니다만 효과는 좋습니다)
"두 분의 집 거실에 탁자만한 크기의 엄청난 똥무더기가 있습니다. 냄새가 진동할 뿐 아니라 파리가 꼬이기 시작하는 심각한 단계이죠. 두 분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오셨습니다. 이 상담에서 우리가 초점을 맞춰야 할 부분은 이 똥을 누가 쌌느냐, 누가 더 많이 쌌느냐 혹은 누가 이것을 치워야 하느냐가 아닙니다. 앞으로 우리가 힘을 합쳐 해결해야 할 문제는 이 똥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가능한 한 빨리 치울 것이냐입니다. 이 똥은 반드시 두 분이 힘을 합쳐야만 치울 수 있습니다. 제가 대신 치워드릴 수 없어요. 그러니 이 순간부터 범인 찾기, 책임자 찾기, 치울 사람 찾기는 그만두세요"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부부 상담은 누가 얼마나 문제의 책임을 져야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부부가 협력하여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느냐에 초점을 맞추어야 합니다.
상담 초기에 이 초점 맞추기에 실패하면 상담이 방향을 잃고 표류하기 쉽습니다. 그러니 부부 상담을 하는 상담자는 이 점을 반드시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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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상담을 오래 하다보면 부부가 갖고 있는 공통적인 문제가 눈에 잘 띄입니다.
그 중 하나가
'척 보면 안다는 착각'입니다.
이건 함께 한 세월이 오래된 부부에게서 더 많이 나타나는 문제입니다. 이들은 눈빛만 봐도, 한 마디만 들어도 배우자가 어떤 상태인지 알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어느 정도는 맞는 말입니다. 오랫동안 함께 살았으니 배우자의 습관, 성격, 가치관, 삶의 방식에 대해 많이 알고 있겠지요.
아마도 상대방에 대해 90% 정도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건 일반적인 상황에서나 통하는 겁니다.
그렇게 서로 잘 알고 있는데 왜 부부 갈등이 해결되지 않고 싸움이 반복되는 걸까요?
그건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하지만 실제로는 잘 모르는 맹점에 해당하는 10% 부분에서 대부분의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더 문제는 각자 90%에 의존해서 상대방이 자신의 나머지 10%도 잘 알고 있고, 그런데도 악의를 갖고 그걸 무시하고 내게 상처를 주고 있다고 오해하는 것입니다.
부부 상담을 해 보면 배우자에게 직접 말하면 오해와 갈등이 생길 것 같지도 않은데 상담자에게만 털어놔서 상담자가 답답하게 느끼는 경우가 의외로 많습니다.
내 고통을, 내 서글픈 마음을, 내 외로움을 상대방이 당연히 알고 있을거라 속단하지 마세요. 그건 상대방이 모르는 10%에 해당하는 영역에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니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말하고 상대방의 감정에 대해서도 물어보고 완전히 이해될 때까지 확인 또 확인하세요.
모든 부부 문제는 서로가 모르는 10%의 영역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걸 잊지 마세요. 무엇보다 사각 지대부터 최대한 줄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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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치료나 상담을 하는 임상가가 빠지기 쉬운 함정 중의 하나는 자신이 갈등 속에 빠져 균형을 잃은 부부의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착각입니다.
물론 중재자 역할이 전혀 필요없는 것은 아니지만 상담자가 처음부터 중재자의 역할을 염두에 두고 상담에 임하면 부부 각자가 하는 말의 옳고 그름에만 초점을 맞추게 되고 판단, 조언을 하고 싶은 욕구와 싸우느라 불필요한 에너지를 소모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남편이 장인 어른과 만나기로 먼저 한 약속을 미루고 친형네 식구와 먼저 만나자고 고집을 부리면서 장인 어른은 신혼 여행 후 한번 뵌 적이 있지만 친형네 식구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으니 장인 어른을 또 만나뵙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주장을 편다고 가정해보죠.
이 때 먼저 한 약속이 우선이다, 친형보다는 손윗 사람인 장인 어른을 우선해야 한다는 식의 논리적인 접근으로는 문제의 핵심에 다가가지 못합니다. 그러면 한 쪽 식구만 두 번 만나는 건 공평하지 않다는 형평성의 논리를 들고 나올 수 있으니까요.
부부 상담을 오래한 상담자는 대부분 절감하는 내용이지만 부부 간에 일어나는 갈등은 거의 대부분 합리성과는 거리가 멉니다. 오히려 감정적인 문제가 대부분이죠. 상대방이 내 편이 아닌 것 같다는 섭섭함, 이해받고 있지 못하다고 느껴져서 생기는 거리감,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되어 튀어나온 분노 등.
배우자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 안전하게 수용되고 나서야 비로서 부부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자발적인 노력과 방법에 초점을 맞출 수 있게 됩니다.
그러니 배우자의 말이 얼마나 논리적인지, 합리적인지를 따지기보다는 무슨 감정을 느끼고 있을까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부부 치료나 상담에서 훨씬 더 유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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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상담을 하다보면 부부 싸움이 자녀에게 미칠 악영향을 걱정하는 부부가 의외로 많다는 걸 알게 됩니다.
특히 어린아이들은 모든 것을 부모에게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약한 존재인데다 정서적인 어려움을 감당할 정도의 지적, 정서적 발달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부부 싸움이 아이들에게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걱정하는 게 일견 당연해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많은 부모들이 최소한 아이들 앞에서는 싸우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는데 과연 그게 옳은 걸까요?
우선 아이들앞에서 부부 싸움을 하지 않는 것은 기술적으로 효과적이지 않습니다. 예를 들겠습니다. 부부가 돈 문제로 한바탕 전쟁을 치렀습니다. 한참을 싸우다 저녁이 되어 아이들이 돌아올 시간이 되자 일단 싸움을 중지하고 휴전합니다. 마침 학원 수업을 마치고 아이가 돌아옵니다. 현관에 들어선 아이는 본능적으로 무거운 집안 분위기를 감지합니다. 왠지 모를 답답함, 숨막힐 것 같은 이 느낌은 뭔가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예감이 들게 합니다. 심하면 다음과 같은 부정적인 생각의 고리를 만들기도 합니다.
집안 분위기가 좋지 않다 -> 아무래도 부모님이 싸움을 하신 것 같다 -> 혹시 내가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아서 싸우신건가? ->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차라리 나를 야단치셨으면 좋겠는데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싸우지 않으면 아이들이 모를거라고 가정하는건 순진한 생각입니다. 아이들은 오히려 어른들보다 분위기나 느낌을 알아차리는 직감이 예민합니다.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모를 뿐이지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부부간의 갈등을 감추려는 시도는 성공하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아이에게 막연한 불안감만 심어주게 됩니다.
아이들에게 부부 싸움을 감추는 것의 또 다른 문제는 갈등은 감추어야만 한다는 잘못된 신호를 준다는 것입니다. 부부 싸움을 감추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갈등을 해결하는 경험을 충분히 하지 못함으로써 부모로부터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을 배울 기회가 없습니다. 그래서 갈등은 감추고 다루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는 착각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포수가 다가오는데도 고개만 땅에 묻고 포수가 지나가길 기다리는 꿩처럼 문제에 당면해서도 해결책을 찾는 것이 아니라 마치 그것이 없는 양 행동하게 됩니다.
부부 싸움은 문제가 아닙니다.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이 문제인 것이죠. 아이들 앞에서 싸우더라도 나름의 규칙을 준수하고 문제의 해결 방법을 함께 찾아나가는 모습을 곁에서 관찰하게함으로써 부부 싸움도 아이들에게 산 교육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오히려 그런 교육이야말로 아이들에게 중요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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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YES24
우선 솔직히 말씀드리면 수십 년간 심리치료와 상담을 하면서 12권의 책을 25개 국어로 번역해 출판했다고 하는 이 유명한 작가이자 상담자의 이름을 저는 이번에 처음 들어봤습니다. 아마 어디에서 들어봤을 것 같기는 합니다만 이 포스팅을 하는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저자에 대해 잘 모릅니다. 월덴3의 심리학 서적란에서 검색을 해 봤지만 아무래도 이 책의 저자인 토니 험프리스의 책은 이번에 처음 읽은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이 분이 소위 '듣보잡'이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저자에 대한 제 사전지식이 없기 때문에 저자의 이름만 듣고 선택할 수는 없다는 의미에서 드린 말씀입니다.
이 책은 새로 발간된 책처럼 포장이 되었지만 사실은 1997년에 발간된 책을 작년에야 비로소 국내에 소개한 책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부치료나 상담에 어느 정도 경험이 있는 치료자라면 대부분 아는 내용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새로울 것이 별로 없습니다. 자신이 대부분 알고 있는 내용을 확인하는 차원입니다.
번역자가 임상심리전문가인데다 이미 몇 권의 책을 번역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용어의 오역을 걱정하지 않고 읽어도 될 만큼 번역은 매끄럽게 된 편입니다.
제목처럼 서로 잘 아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잘 모르는 부부 관계의 문제를 풀어나간 책인데 가장 거슬리는 부분은 현재의 부부 관계는 부모와의 관계의 재현이라는 점을 너무 자신있게 강조한 부분입니다. 즉 부모와 가장 닮은 사람과 결혼하게 되고 부모가 내게 했던 것처럼 배우자를 대하게 된다는 것인데 이 가설은 여러가지 임상 현장에서 대체로 잘 들어맞지만 그렇지 않은 부부(당장 저희 부부만 해도 그렇습니다)도 많은데 이에 대해서 이견이 없는 것처럼 너무 자신만만하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이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밖에 원 가족으로부터 완전히 분리되어야 건강한 가정을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나, 부부 관계에서도 자신의 정체성과 개체성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 등은 2010년이 된 지금도 중요한 지혜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 책의 주 추천 대상은 자신의 부부 관계를 돌아보고 싶은 일반인이며 그 밖에 초보 상담자가 부부 상담을 하기 위한 워밍업을 하는데에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덧. 보통 좋은 책이라면 가격이 중요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220페이지 밖에 안 되는 책이 12,000 원이라니 좀 비싸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ㅠ.ㅠ
덧2.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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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상담을 하다보면 이혼 상담이 되는 경우가 있어서 부부 갈등의 봉합이 아닌 서로의 상처를 최소화하면서 헤어지는 방법을 찾는 것이 상담의 목표가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남편으로서의 배우자에게는 아무런 미련이 없으면서도 아이에게는 아빠가 필요하다면서 이혼을 망설이는 아내가 꽤 많습니다. 마음의 준비를 포함해 이혼을 위한 모든 준비가 끝났음에도 말이죠.
예를 들어 끝까지 자신의 문제를 인정하지 않고 도박을 포기하지 않는 도박자에게는 희망이 없습니다. 부모보다도 아내보다도 자식보다도 도박이 더 중요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결국은 주변의 모든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절망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게 됩니다.
그런데도 자신은 남편이 도박하는 것을 참을 수 없어서 헤어지고 싶지만 아이에게는 아빠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혼을 할 수 없다고 말하는 아내가 있습니다.
나름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문제는 아빠의 존재가 아닙니다. 그 아빠가 어떤 아빠이냐가 더 중요합니다.
아이의 곁에 있기는 하지만 정작 아이에게는 신경도 쓰지 않고 오히려 상처만 주는 아빠와 함께 사는 것과 비록 아빠는 곁에 없지만 충분한 사랑과 관심을 쏟는 엄마와 함께 사는 것 중 무엇이 아이의 심리적 안정과 행복에 도움이 될까요?
별로 답하기에 어려운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이에게는 그냥 아빠가 아니라 좋은 아빠가 필요합니다.
나쁜 아빠는 아빠가 없는 것보다 더 아이의 행복에 해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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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출범한 이후 좌충우돌, 우왕좌왕 정책 혼선과 각종 실기를 거쳐 내년부터 시범적으로 몇 군데의 치료 센터가 설립되고 향후 전국으로 확대될 예정입니다.
현재 현장에서 일하는 치료자의 수가 태부족인지라 전문가를 교육, 양성, 충원하는 문제가 당연히 대두되었죠. 그런데 일각에서 관련 학부에서 일정 과목을 수강한 후 졸업한 학부 출신을 대상으로 수십 시간의 교육 과정을 거쳐 자격증을 주고 현장에 투입하는 방안을 고려(시험을 보든 말든 별로 차이가 없습니다. 거의 쓸모가 없으니까요)하고 있는 것 같은데 현장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탁상공론의 전형이거나 자신의 입지를 확보하고 시장(이 말 참 마음에 안 들지만)을 선점하려는 파렴치한 짓에 다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처음 도박 중독 치료를 하기 위해 현장에 투입되었을 때,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손꼽힐 정도로 수련 과정이 엄격하고 치열한 수련 병원에서 3년을 수련한 전문가였는데도 상황을 제대로 통제하고 마음의 여유를 갖고 도박 중독자를 대하게 되기까지 3년이 넘게 걸렸습니다. 아마 현장에서 일을 하는 치료자들은 제가 무슨 말을 하는 지 다들 이해하실 겁니다.
그만큼 도박 중독 치료는 어렵습니다. 단순히 도박자가 병에 대한 인식이 없고 재발이 잦아서가 아니라 온갖 다양한 문제가 중첩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도박 중독은 대부분 집중적인 대면 상담을 기반으로 치료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기본적인 상담 기술에 익숙해야 하고 병식이 전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동기 강화 상담을 자유자재로 해야 하며, 인지적 오류 교정을 위한 인지행동치료에 능해야 합니다. 그 뿐만 아니라 재정 파탄으로 인해 나타나는 부부 갈등, 가족 갈등 해결을 위해 부부 상담과 가족 상담을 할 수 있어야 하며, 기본적인 재정 관리와 채무 변제, 법적 문제를 다룰 수 있을 정도의 전문 지식을 요합니다. 무엇보다도 알코올 중독, 우울증, 불안 장애, 자살 위험성 등의 공존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를 정확하게 진단, 평가할 수 있는 전문성과 함께 적절한 시점에서 약물 치료를 포함한 정신과적 치료를 의뢰, 관리할 수 있는 판단력과 전문 지식이 필수입니다. 이러한 상황을 학부 수준의 상담자가 다룰 수 있다고요? 어림 반 푼 어치도 없는 일입니다.
개인적으로 도박 중독 치료를 위해서는 최소한 3년 이상의 정신과 수련을 기본(이것도 제대로 된 수련 기관에서 받았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으로 하는 정신보건전문요원 1급 또는 임상심리전문가 수준의 자격을 갖추고 거기에 집중적인 교육을 통한 재훈련을 해야만 현장 투입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러고도 기관 자체적으로 상당히 intensive한 보수 교육과 사례 관리를 실시해야만 됩니다. 미안하지만 석사 수준의 인력도 도박 중독 치료 현장에서는 물가에 내놓은 철부지나 다름 없습니다. 저 같아도 제 내담자를 못 맡기겠습니다.
그래서 제가 일하는 기관은 모든 전문가가 정신보건임상심리사 1급과 임상심리전문가 자격을 모두 갖추고 있고 2년 이상의 현장 상담 경력이 있는 지원자를 모집합니다. 그러고도 매우 엄격한 면접 절차를 거쳐 전문가를 선발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박사, 교수라도 충분한 상담 경험이 없는 사람은 뽑지 않습니다.
자주 이야기를 하지만 도박 중독 치료자는 누구를 위해 존재합니까? 내 밥그릇을 위해서? 학회를 위해서? 도박 중독 치료자는 도박 중독자와 그 가족의 치료와 재활을 위해 존재하는 겁니다. 그러니 얼렁뚱땅 엉터리 자격증이나 따서 엉덩이 들이밀려는 수작 부리지 말기 바랍니다. 충분한 실력과 전문성을 갖추고 거기에 사명감까지 기본으로 장착한 뒤 도전하기 바랍니다.
덧. 전에도 이야기를 한번 한 적이 있는데 급수가 나누어지는 자격증이 있다면 하급 자격을 가진 사람을 모두 포괄해도 모자랄 정도로 현장의 수요가 정말 많지 않은 이상 일을 할 때 업무의 기준은 대체로 하급 자격이 아니라 상급 자격에 맞추어지게 되고 하급 자격자는 거의 단순 사무 업무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한된 인건비를 갖고 현장의 수요에 대처해야 하니 싼맛에 하급 자격자로 자리를 채우게 되고 제대로 된 치료는 요원하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 심리학회에서 추진하고 있는 중독심리전문가 자격의 하급 자격인 중독 심리사나 중독전문가협회의 중독전문가 2급 자격은 잘못된 정책 판단입니다. 임상심리학회에서 왜 임상심리사 자격을 폐지하고 임상심리전문가 자격 하나로 통일했는지 그 과정을 benchmarking 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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