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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대 학생들이 '가장 수업받고 싶은 교수 1위'로 뽑았다는 가마타 히로키 교수가 쓴 책입니다. 부키 출판사에서 위의 문구를 띠지에 박아넣어 홍보를 했습니다만 가장 수업받고 싶은 교수라면 강의를 잘 하는 교수라는 뜻인데 강의를 잘 하는 교수가 책을 잘 쓰는 것은 아니니 대체 뭔 홍보를 이렇게 하느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람들이 그렇게 깊게까지 생각하지는 않겠지요. 학생들이 수업받고 싶은 교수라면 어려운 과학 고전도 쉽게 풀어서 재미나게 설명했을거라고 단순히 생각할 것을 염두에 두고 홍보한 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는 그런 어림짐작이 먹힌 것 같습니다. :)
히로키 교수는 화산학을 전공한 지구과학자인데 14권의 과학 고전을 선정하고 이를 잘 알려지지 않은 뒷 이야기를 토대로 과학의 본질과 내용을 쉽게 풀어냅니다. 이 책의 구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 생명을 이야기하는 책
1. 생물학의 울타리를 뛰어넘어 진화론 사상으로 : 종의 기원(다윈)
2. 전 세계 모든 어린이들이 탐독하는 : 곤충기(파브르)
3. "나는 내 과학 연구에 아주 만족하고 있다" : 식물의 잡종에 관한 실험(멘델)
4. 노벨상을 쟁취하기 위한 과학자들의 욕망과 경쟁 : 이중나선(왓슨)
* 환경과 인간을 생각하는 책
5. 생물학의 새로운 세계를 개척하다 : 생물로부터 본 세계(윅스킬)
6. 마음 현상을 물질의 변화로 설명하다 : 대뇌 양 반구의 작용에 관한 강의(파블로프)
7. 지구의 미래를 생각하는 과학으로 : 침묵의 봄(카슨)
* 인간을 둘러싼 물리를 탐구하는 책
8. 목성의 네 번째 위성으로 지동설을 증거하다 : 시데레우스 눈치우스(갈릴레오)
9. 눈앞의 힘이 아닌 자연계에 존재하는 힘 : 프린키피아(뉴턴)
10. 시간은 늘었다 줄었다 하고, 시공은 일그러지고 : 상대성 이론(아인슈타인)
11. 지금 이 순간에도 우주는 팽창하고 있다 : 성운의 세계(허블)
* 지구의 신비를 밝히는 책
12. 고대 로마의 백과사전 : 자연사(플리니우스)
13. 지구의 역사와 메커니즘을 설명하다 : 지질학 원리(라이엘)
14. 그린란드의 빙산에서 대륙이동설을 떠올리다 : 대륙과 대양의 기원(베게너)
파브르의 곤충기나 다윈의 종의 기원처럼 귀에 익숙한 책이 있는 반면 플리니우스의 자연사나 라이엘의 지질학 원리처럼 과학 전공자가 아니라면 생전 처음 들어봤을 낯선 책들도 있습니다.
이 책의 장점 중 하나는 각 장의 끝부분에 함께 읽으면 좋은 책들을 다양하게 소개하는 것인데 히로키 교수는 아쉽게도 일본에서 발행된 책을 중심으로 소개하고 있지만 다행하게도 이 책의 감수를 맡은 이정모 교수가 국내에서 출판된 관련 책을 추천하고 있더군요. 저도 몇 권 장바구니에 담아 두었습니다.
여행 전문이기는 하지만 정숙영 번역가가 깔끔하게 번역하기도 했고 내용 자체가 워낙 쉬워서 읽어볼 엄두를 내기 어려운 과학 고전을 맛보기에 좋은 책입니다. 과학 고전에 대한 입문서 정도로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아서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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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세계 관점은 칸트의 인식론의 생물학 버전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환세계란 인간에게 있어 주변 세계를 인식하는 '환상'이다.
* 파블로프는 소화기를 조절하는 신경에 관한 연구로 1904년 노벨 생리학상을 수상했다. 그 유명한 '조건반사'의 발견으로 노벨상을 수상한 것이 아니다.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 뒤에서 이야기할 아인슈타인이 상대성 이론이 아닌 광양자설로 노벨상을 받은 것도 비슷한 예라 하겠다.
* 1992년 로마 교황청이 과거의 종교 재판에 오류가 있었음을 시인했다. 무려 350년의 세월이 지나 갈릴레오는 종교계로부터 명예를 회복했다.
* 천문학사에서 가장 중요한 발견 중 하나인 케플러의 제1법칙, 즉 태양의 주위를 도는 행성은 타원형의 궤도를 그린다는 법칙에 뉴턴이 발견한 연동방정식(힘과 질량과 속도 변화에 대한 관계)을 적용하자 수학적으로 간단히 설명되었다. 사실 자연계를 기술하는 케플러의 법칙을 성립시키기 위해 만유인력 법칙이 고안되었다고도 할 수 있다.
* 1955년에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이 핵 폐기 주장을 세상에 알리는 공동 성명을 내자고 아인슈타인에게 권유했다. 아인슈타인은 곧 그것을 수락하는 내용의 편지를 썼다. 그러나 그 편지가 러셀에게 도착했을 때 아인슈타인은 76세의 파란만장한 생애를 마감한다. 같은 해 7월 9일에 발표된 '러셀-아인슈타인 성명'에는 각국의 저명한 과학자들이 셔명을 하여 미국을 비롯해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캐나다의 국가 원수들에게 보내졌다. 이 성명은 세계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켜 그 후에 일어난 핵무기 폐기운동의 훌륭한 디딤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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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윈의 식탁(2014, 바다)' - 장대익
* '곤충의 유혹(2004, 휘슬러)'
* '도둑맞은 미래(1997, 사이언스 북스)' - 테오 콜본 등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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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카고의 노동 전문 변호사로 1975년 변호사의 길에 들어선 이래 노동자와 사회 취약 계층의 공익 소송에 힘을 쏟고 있는 '일중독 변호사' 토머스 게이건이 쓴 책입니다.
이 책에서 케이건은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하게 사는 것인가'라는 단순한 물음에 대한 답을 비록 미국보다 소득은 적을지라도 여유롭게 휴가를 즐기고 다양한 복지 혜택을 누리는 독일 사회에서 찾고 있습니다.
불과 몇 개월에 불과한 생활인데도 노동 전문 변호사라서 그런지 굉장한 통찰력으로 본질을 꿰뚫어 보는 눈썰미가 보통이 아닙니다. 게다가 위트가 넘치는 글이어서 읽는 맛도 쏠쏠하고요.
이 책에서 저자는 GDP가 얼마나 허구적인 지표인지, 진짜 일자리의 비교, 대학 등록금 및 보육비의 비교, 제조업의 중요성, 실업률 문제 등의 주제를 통해 미국과 독일을 비교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과도한 복지 때문에 유럽 사회민주주의가 망했다는 일각의 시각이 완전히 잘못되었음을, 오히려 실질적인 복지 혜택을 늘리고 있다는 현실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은 유럽식 사회민주주의자가 아니라고 강변하는 모습이 우습기도 하지만 미국의 신자유주의 노선을 추종하면서도 그마저도 이 땅의 민중들을 더 착취하는 방향으로 악용하고 있는 한국에 사는 사람 입장에서는 더더욱 씁쓸하게 느껴집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뼈저리게 들었던 생각은 신자유주의, 특히 그 중에서도 민영화(본질은 재벌독점주의의 고착) 만큼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민영화가 뭐가 나쁘냐고, 민영화가 살 길이라고 강변하면서 게거품을 물었던 게 새누리당 박상은 의원이었던가요? 제발 이 나라를 떠나 민영화의 나라 미국에서 행복하게 사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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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지출을 더 늘릴수록 미국이 '사회민주주의' 국가가 될 가능성은 그만큼 더 낮아진다. 의료보험이든 교육이든 민간 시장이 공공재를 분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미국인이 사회민주주의 국가가 그러하듯 늘어나는 정부지출에 대응하여 세금을 많이 납부할수록 민간 보험회사와 제약 회사, 의사의 배만 불리는 결과를 낳는다.
* 공산주의가 붕괴한 이후 독일은 노동자가 경영에 참여하는 유일한 나라이다.
* 미국의 복지 혜택이 유럽에 뒤처지는 것은 민간 부문을 중심으로 제도가 운영되기 때문이다.
* 유럽이 '헌법적으로' 통합되고 값싸고 편리한 교통수단 덕분에 자유롭게 왕래하는 반면, 미국은 '헌법적으로' 해체되는 중이다. 미국은 사회 기반 시설이 대부분 붕괴되었다.
* 노스웨스턴대학교 교수이자 저명한 경제학자인 로버트 고든은 미국의 극단적인 기후가 GDP를 끌어올리는데 한몫한다고 주장한다.
* 미국에는 토지 활용 계획이 없다.
* 한마디로 말해서 1인당 GDP를 상승시키는 동력이 삶을 즐기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생명을 부지하기 위해 안간함을 쓰는 데서 나온다고 할 수 있다.
* 누구든 자기와 소득수준이 비슷한 사람들이 많을수록 구매 조건이 더 유리해지는 법이다.
* 유럽의 복지 혜택은 일부 축소되는 것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늘어나는 추세에 있다. 사회민주주의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각종 복지 혜택을 줄일 게 아니라 오히려 더 늘려야 한다는 게 유럽인의 전반적인 생각인 듯하다.
* 민주주의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민주주의를 더 실시하는 것이듯 사회민주주의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역시 사회민주주의를 대폭 확산시키는 데 있다.
* 유럽식 모델의 미래는 독일 모델, 독일식 사회민주주의의 성공 여부에 좌우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미국 모델과 경쟁할 수 있는가, 또는 미국 모델을 극복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에 초점을 맞춘 유럽식 모델의 열쇠는 독일이 쥐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 간단히 말해서 나는 제조업 기반이 사라져 버리면 민주주의도 사멸한다고 본다.
* 사회민주주의 모델에서는 어떤 노동자든 '노동자'로서의 이해관계에 따라 행동하면 그만이다.
* 독일의 관점에서는 자유방임 자본주의는 반헌법적이다.
* 얼마나 많은 사람이 대학에 진학하는가의 문제보다 얼마나 많은 성인이 신문을 꾸준히 읽는지가 더 중요하다. 그것이 교육 수준의 척도라는게 내 지론이다.
* 최저임금제는 임금을 상승시키기보다는 억누르는 쪽으로 작용한다.
* 노동자의 힘이 막강할 경우에는 이주 노동자는 심각한 문제가 되지 않는 법이다.
* 독일 모델을 위협하는 것은 이민자에 대한 반감이나 (미국처럼) 중산층의 전반적인 몰락이 아니다. 주변부 노동자들이 자기들의 이익을 대변할 노동조합 하나 만들지 못한 채 독일 주식회사에서 점점 더 많이 떠밀려 나가는 것이 독일 모델을 진정으로 위협하는 요인이다.
덧.
긍정의 배신,
채식의 배신 등 배신 시리즈로 저같은 독자의 뒤통수를 치고 있는 악명높은 부키 출판사지만 모처럼 괜찮은 번역서를 내 놨네요.
덧2.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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