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1일자로 국내 최초의 도박중독 전문치료기관인 유캔센터가 문을 닫게 됩니다.
이미 12월부터 신규 상담을 받지 않았는데 빠르면 1월 중으로, 늦어도 3월 이전에 현재 진행 중인 상담도 모두 종결해야 하고 도박 중독과 관련된 모든 업무를 중단하고 조직이 해체됩니다.
따라서 전국 14개소에 이르는 네트워크 치료기관과의 협약도 일제히 해지되어 도박자와 가족들은 더 이상 유캔센터의 도움을 받으실 수 없게 됩니다.
공식적인 폐소 이유는 사감위에 분담금을 내면서 동시에 별도의 치료 기관을 운영한다는 것이 비합리적이라는 것(이 문제는 이전부터 계속 대두되었던 것입니다)입니다만 경기 불황이 계속되고 사감위 분담금이 큰 폭으로 증액되면서 예산 부담을 크게 느꼈기 때문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어쨌거나 14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사행사업체에서 도박중독치료기관을 운영한다는 곱지 않은 시선 속에서도,
국내 최초의 도박중독 전문치료기관,
국내 최초의 도박중독 치료 프로그램 개발,
국내 최초의 전국 치료 네트워크 구축,
국내 최초의 전국 도박중독 실태조사연구 실시,
국내 최초의 국제 도박중독 치료사례 conference 개최,
국내 최초의 도박중독 사례관리 전산시스템 개발 등
많은 국내 최초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는 명실상부한 최고의 도박중독 전문기관이었는데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올해 사감위법 개정으로 인해 사행사업체가 내야 하는 분담금 액수가 폭증하면서 각 사행사업체가 운영하는 치료 기관들의 향방에 대한 일말의 우려는 있었습니다만 이처럼 급작스럽게 폐소 결정이 날 것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기에 관련된 모든 분들의 충격이 클 것 같습니다.
유캔센터가 문을 닫는 것 이상으로 추가 우려되는 것은 (주) 하이원에서 운영하는 KLACC,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운영하는 경륜-경정 클리닉도 유캔센터의 뒤를 따라 잇달아 조직을 축소하거나 문을 닫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사감위에서 앞으로 직영으로는 치료 기관을 운영하지 않을거라는 흉흉한 소문이 나도는 가운데(내년 4월이나 되어야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현재 전국에 뿔뿔이 흩어져 있는 4개(경기, 강원, 부산, 광주)에 불과한 지역 센터가 모든 도박중독 문제를 감당해야 합니다. 현재 사감위 계획으로는 매년 2개의 신규 센터를 최대 20개까지만 개설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자칫하면 수많은 도박 중독자와 그 가족의 치유, 재활은 모든 걸 스스로 알아서 해야 했던 1998년 이전 상황으로 돌아갈 수도 있습니다.
여러가지 우울한 일들이 겹친 연말에 마음이 더 무거워지는 비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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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전국을 강타한 '바다 이야기' 사태의 충격과 그 여파로 인한 여론에 힘입어 국회를 겨우 통과한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법(이하 사감위법)'에 따라 또 다시 1년 간의 힘든 진통을 겪고 드디어 올 10월에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이하 사감위)가 출범하였습니다.
사감위는 간단히 설명하자면 앞으로 (말로만) 국내의 도박과 관련된 모든 부분을 관리, 감독하게 된 기관입니다. 당연히 도박으로 인한 부정적 결과를 최소화하기 위한 내부 기관으로 국가도박중독예방치유센터를 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우려했듯이 사감위는 시작부터 삐거덕거리는 모습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습니다.
우선
사감위의 활동을 결정하는 위원회에 추천된 위원 중 사감위의 가장 중요한 기능인 도박 중독의 전문가가 한 명도 없습니다. 정신의학분야에서 추천된 전태연 선생님은 우울증 전문이며, 심리학 분야에서 추천된 강원대의 이인혜 선생님도 강원랜드의 자문 위원으로 활동하고 계시기는 하지만 도박 중독의 치료 전문가는 아닙니다. 도박 중독의 치료/예방/재활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위원들이 모여서 어떻게 도박 중독의 폐해를 감소시키겠다는 것인지 참으로 답답할 노릇입니다.
게다가
국가도박중독치유센터의 직원은 달랑 4급 별정직인 센터장 1명과 5급 행정사무관 1명, 7급 주사보 1명, 총
3명에 불과합니다. 연구 전문위원과 상담 전문위원을 각각 2~3명씩 충원한다고 하지만 그래봐야 10명이 안되는 인원으로 도박 중독 문제를 총괄하겠다는 것은 쓰나미를 손바닥으로 막으려는 것과 마찬가지이죠.
최초 국가도박중독치유센터 이야기가 나올 당시 각 사행사업체에서 운영하는 도박 중독 치료 센터를 모두 흡수하여 통합 관리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지금 돌아가는 분위기는 기존의 치료 센터는 그대로 존속하면서 분담금은 또 분담금대로 내는 것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습니다. 더 웃긴 것은 그 분담금마저도 현행 제도 상 사감위에서 관할할 수가 없기 때문에 별도의 재단을 만들어서 관리한다고 합니다.
이 안이 그대로 실행될 경우 얼마나 웃긴 일이 있을 수 있냐 하면 KRA(한국 마사회)의 경우 전체 분담금의 약 30% 정도의 돈을 사감위와 연결된 재단에 내고, 기존에 운영하던 치료 기관은 하던대로 열심히 치료를 한 후 그 실적을 보고하여 실적에 해당하는 돈을 따 와야 합니다. 돈은 돈대로 내고 일은 일대로 해야 하는 것이죠. 일종의 경쟁 체제로 가게 됩니다. 열심히 치료해야 내는 분담금이 줄어든다고나 할까요? 뭐 그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럼 사감위는 도대체 뭘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조직 관리도 하지 않고, 기금 관리도 하지 않고 손 하나 까딱 안 하고 코를 풀겠다는 말일까요? 대략 70~100억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기금을 가지고 잔뜩 생색을 내면서 돈 잔치를 하겠다는 것인지, 참 어이가 없습니다.
이미 관련 업계에서 사감위는 허울좋은 '옥상옥'이라고 결론을 거의 내린 상태입니다.
참 답답합니다.
덧. 하긴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감 놔라 대추 놔라 하는 것보다는 기존에 하던대로 열심히 일 할 수 있도록 뒷짐지고 구경이나 하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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