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가족들이 자신들이 불행해야 도박 중독자가 가족들의 불행을 야기한 것에 죄책감을 느끼고 단도박 의지를 다지게 되는 것 아니냐고 묻습니다. 안타깝지만 아닙니다.
도박자가 가족의 마음을 이해하는 건 도박 충동에서 자유로워지는 단계에 이르러야 가능한데 이러한 깨달음은 아주 나중에야 오게 됩니다.
도박자가 재발하거나 계속 도박을 하는 상태, 즉 도박 충동의 영향력 하에 있는 상태에서는 시야가 극도로 좁아져서 도박 또는 도박과 관련 있는 자극이나 사람이 아니라면 그 무엇에도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터널 속에 들어간 것처럼 터널 밖의 세상에 대해서는 볼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것이죠. 그래서 가족이 불행 속에 머무르는 건 본인들만 고통스러울 뿐 대부분의 도박자에게는 아무런 효과를 미치지 못합니다.
물론
간혹 감이 예민한 도박자가 있어서 가족의 불행을 감지할 수 있지만 이들도 인간이라 고통스러운 것을 피하려는 마음이 작동하기 때문에 가족의 불행을 외면하고 도리어 도박으로 도망가려고 시도합니다. 그래서 가족이 불행을 가장하거나 실제로 불행을 노출한다고 해서 도박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사실 상 미미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반대로 생각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도박자가 무엇을 하든 가족들부터 행복해지려고 노력해야 하는 거지요. 도박자가 도박을 끊기는 커녕 정신을 못차리고 더욱 더 도박에 빠지더라도 그와 상관없이 가족들은 행복할 수 있다는 걸 몸으로 보여줘야 합니다.
도박자가 도박을 계속 하면 할수록 도박 빚은 늘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고립되며, 일과 학업 등 자신에게 중요한 일들을 처리하지 못해 점점 더 고통의 늪으로 빠져들게 됩니다. 그에 반해 도박자를 제외한 가족들은 자신의 인생을 소중하게 여기고 화목한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평안한 일상을 보내게 됩니다.
위로 올라가는 가족의 삶과 아래로 내려가는 도박자의 삶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간극이 벌어지고 언제든 따라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수준 이상으로 벌어져 도박자가 그 때까지 애써 붙잡고 있던 자신만만함의 끈이 끊어지는 순간 도박자는 불안 초조해지고 드디어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됩니다. 도박으로 쌓아 올린 강고한 벽에 균열이 생기는 것이지요.
일단 자그마한 실금이라도 생기면 아주 작은 압력에 의해서도 그 벽이 쉽게 무너질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가족들은 도박자가 부러워할 수 있는 행복한 삶을 구축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 합니다. 그것만이 도박자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입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4333
2012년 9월에
'관계는 기대 때문에 망하고, 불행은 비교 때문에 느낀다'는 포스팅을 하면서 우리가 불행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로 '기대'와 '비교'를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이 포스팅은 위의 글과 내용이 이어집니다.
매사에 자꾸 기대를 하게 되면 그 기대가 좌절되었을 때 실망하거나 원망하고 분노를 폭발시키면서 대인 관계가 악화됩니다. 또한 자신보다 나은 사람과 비교하며 불행을 느끼고, 자신보다 못한 사람과 비교하며 얻게 되는 일시적인 위안에 매달리게 되죠.
행복하기 위해서는 결국 '기대'와 '비교'를 내려놓아야만 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을까요? 아무 것에도 욕심을 내지 않는다면 가능하겠지만 그건 경지에 이른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허락된 마음가짐입니다. 준비되지 않은 사람이 아무런 욕심도 갖지 않는다면 삶의 의욕마저 잃어버리고 무기력에 빠져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적절한 수준의 욕심은 유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음의 두 가지 생각을 마음에 담아 두었다가 때때로 꺼내 되새겨 보세요.
1. 세상은 공평하지 않다.
누구에게나 공평한 기회가 주어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건 맞지만 실제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걸 빨리 인정할수록 좋습니다. 세상이 공평해야만 한다는 생각에 집착하면 기대가 꺾이는 경험을 계속 반복할 수 밖에 없습니다. '나는 왜 부자가 아닐까', '왜 나는 예쁜 여자 친구가 없을까', '왜 나는 한번에 취업이 안 되는 걸까'에 대한 원인을 '부자인 부모에게서 태어나지 않아서', '내가 못생겼기 때문에', '머리가 나빠서 공부를 해도 안 되니까'처럼 원인을 자신에게 귀인하게 되고 쉽게 좌절하게 됩니다. 하지만 세상은 공평하지 않고 누구에게나 불공평한 일이 일어나게 마련이라고 생각하면 고통을 덜 느끼게 됩니다. 안 아프지는 않지만 그래도 조금은 덜 아프죠. 세상을 살면서 안 아플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조금 덜 아픈 건 굉장히 중요합니다. 너무 아프면 아픔에만 초점을 맞추게 되어 문제 해결적인 대처 방법을 사용할 수가 없게 되거든요.
2. 다른 사람들이 다 나처럼 생각하는 건 아니다
세상사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생각과 마음도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요인이라는 걸 빨리 받아들이는 겁니다. 내가 제아무리 옳고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다른 사람도 그렇게 생각한다는 걸 담보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각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게 마련이고 어떤 사람이냐, 어떤 사람으로 성장했냐, 지금 어떤 상황과 처지에 놓여있냐에 따라 생각이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오히려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한다는 것이 더 신기한 것이죠. 나는 왜 자꾸 다른 사람들과 마찰을 빚고, 오해가 생기며, 사람들이 내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가 하면 그건 그 사람이 나와 다른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고 내 생각이 옳다고 생각하지만 나를 골탕 먹이려고 일부러 딴지를 거는게 아니라는 말입니다.
세상이 공평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이 다 나처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되면 그냥 주어진 환경에 맞춰 패배자처럼 참고만 살아가야 하는 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건 아닙니다. 오히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의 경계를 빨리 인식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내가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는 확률이 증가하게 됩니다. 최소한 통제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집착 속에서 낭비되는 에너지와 시간을 아낄 수 있으니까요.
사람들이 나만 싫어하는 것 같고, 세상이 나만 홀대하는 것처럼 느끼는 분이 계시다면 기대를 내려놓고 비교를 하지 않기 위해 오늘 말씀드린 두 가지를 한번 차근차근 곰씹어 보시기 바랍니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실거에요. 저에게는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답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3841
★★★☆☆
이미지 출처 :
YES24
제가 개인적으로 김규항 선생만큼 아끼는 논객인 박권일 선생이 7월에 새로 내놓은 책입니다.
진보 또는 좌파로 자리매김을 한 많은 논객 중 제 기준을 통과하는 사람은 김규항, 박권일을 포함해 몇 사람 되지 않습니다. 제 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포스팅 할 기회가 있을 것 같으니 이 책의 소개글에서는 일단 통과하고요.
김규항 선생처럼 박권일 선생도 글의 논지가 분명한 글쓰기를 하는 논객입니다. 글을 읽다보면 어떤 글꼭지이든 하나의 소실점으로 수렴하는 느낌을 주고요. 그게 매번 궁금했는데 이 책을 읽다보니 그게 뭔지 대략적으로나마 알겠더군요. '다수'와 '세상'에 반하지만 굴하지 않는 옹골찬 소수의견이었네요(물론 상처는 솔찮게 받은 것 같지만).
여전히 필력 좋고 글의 내용도 후련하지만 '시사IN'에 연재했던 칼럼이 주를 이루고 있어 저는 이미 다 읽어 새로운 내용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살짝 속은 느낌이었고 편집 과정에서 골라내지 못한 문제인 것 같은데 비슷한 시기에 쓴 칼럼들의 내용 중 중복된 부분이 많아서 좋은 평가를 하기가 어렵겠습니다. 게다가 e-book만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파본처럼 보이는 부분이 몇 군데 있더군요. 이런 걸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건 출판사의 무능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마음에 들지 않는 출판사인데 미운털 제대로 박히는군요.
내용을 읽어보니 시사IN과 프레시안, 한겨레의 칼럼, 본인의 블로그에 올린 글, 그리고 황해문화에 올린 글이 대부분이던데 황해문화에 쓴 호흡이 긴 글이 저는 좀 더 좋더군요. 앞으로도 좀 더 긴 칼럼을 읽고 싶은 욕심을 부려봅니다.
시사IN을 구독하지 않는 분들이라면 한번쯤 읽으면서 머리를 반대 방향으로 뒤흔들어 볼 수 있는 책입니다.
닫기
* 부르주아지에게는 '법'이 있고 프롤레타리아트에게 '단결'이 있다면 중간 계급에는 무엇이 있을까. 바로 '상식'이다. 법이나 계급의 언어가 외관상 논리 체계의 형상을 갖추고 있는 반면, 상식의 언어는 논리 체계라기보다 감수성의 체계에 가깝다.
* 불행을 경쟁하게 만드는 체제는 존속할 가치가 없다.
* 소셜 맥거핀은 첨예한 적대들과 달리 실체가 없거나 매우 사소한 적대인데도 엄청난 사회적 갈등인 양 부풀려진 것들이다.
덧. YES24의 e-book앱을 사용해 읽었는데 결제하고 보니 제가 보이콧하는 '자음과모음' 출판사의 책이더군요. 결제 버튼을 누르고 아차 싶었습니다. e-book이니 북 크로싱을 할 일이 없다는 게 작은 위안이랄까요. 앞으로 책을 구입할 때 더욱 신중해야겠습니다.
덧1. 박권일 선생이 계간 '자음과 모음R'의 편집위원이던데 제가 보이콧하고 있는 출판사라서 그런지 개인적으로 조금 아쉬웠습니다.
덧2. 이 책은 e-book으로 읽기도 했지만 '자음과모음' 출판사의 책이기 때문에 북 크로싱하지 않습니다.
태그 -
e-book,
YES24,
김규항,
논객,
박권일,
박권일 잡감,
부르주아지,
불행,
소셜 맥거핀,
소수의견,
자음과모음,
좌파,
진보,
칼럼,
프롤레타리아트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3062
상담을 받으러 온 내담자의 절대 다수는 대인 관계 문제를 호소합니다. 심리적 증상때문에 힘들다고 하더라도 근본 원인은 대인 관계이거나 최소한 대인 관계 문제가 얽혀 있곤 하죠. 대인 관계 문제가 없이 오로지 자신에 의해 만들어진 문제를 가져오는 내담자는 거의 없다고 봐도 됩니다.
그런데 10년 정도 상담을 해 보니 대인 관계 갈등을 만드는 가장 큰 문제가 '기대'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상대방에게 기대를 하기 때문에 실망을 하게 되고, 분노를 느끼게 되고, 원망을 하게 되는 것이죠.
기대를 하지 않으면 고통을 느낄 일이 없습니다.
간혹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는 관계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하는 분들이 계신데 기대 없이도 충분히 충만하고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바라는 것 없이 주는 것이 기쁜 관계를 맺으면 됩니다.
저는 고양이 세 마리와 함께 살고 있는데 사실 얘네들에게 별로 기대하는 것이 없습니다. 먹여 주고 재워준다고 아양을 떨 것을 기대하는 것도 아니고 우울할 때 저를 위로해 줄 것을 기대하지도 않습니다. 그냥 존재 자체가 위로가 되고 사랑스럽게 느끼는 것이죠.
그런데 인간들은 유독 상대방의 의사는 묻지도 않은 채 제 맘대로 서로에게 기대하고 그 기대가 좌절되면 실망하거나 원망하고 분노를 폭발시키기도 합니다. 기대의 근원에는 욕심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욕심을 버리면 기대를 할 일이 없고 기대를 하지 않으면 관계 갈등이 생길 일이 없습니다.
그걸 깨닫고 나니 인생에 원망이 사라지더군요. 저도 아직은 완벽하지 않지만요.
그리고 또 하나, 불행은 '비교' 때문에 느낀다는 것도 상담을 통해 배웠습니다. 비교하지 않으면 불행감을 느낄 일이 없다는 걸 자연스레 알게 된거죠.
이건 행복이 뭔지에 대해 의미 치료적으로 접근하다 찾은 것인데 사람들은 흔히 자신보다 못한 사람을 보면서 상대적으로 행복감을 느끼라는 충고를 따르다가 함정에 빠지게 됩니다.
안타깝지만 상대적으로 나보다 못한 사람을 보면서 긍정적인 부분을 찾아내는 것도 비교의 틀 안에서 놀아나는 것입니다. 잠시동안 상대적인 행복감을 느낄 수 있게 해 주지만 감당하기 어렵거나 자신에게 중요한 자원이 고갈되면 오히려 취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어 한꺼번에 무너질 수 있죠.
'기대'와 '비교'만 하지 않을 수 있어도 훨씬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어떠한 '기대'도 하지 마시고 누구와도 '비교'를 하지 말아보세요. 그 결과에 놀라실 겁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3060
부부 상담을 하다보면 결혼 기념일을 앞두고 고민하는 남편들의 토로를 들을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결혼 기념일에 무엇을 할까로 고민하는 남편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결혼 기념일이 무엇을 기념하는 날인지 모른다는 것이죠.
결혼 기념일은 결혼을 기념하는 날이 아닙니다. 한 해 동안 둘이서 행복하게 살았음을 확인하고 그 행복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그래서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는 부부는 결혼 기념일에 한 해 동안 둘이서 건강하고 즐겁게 살았음을 확인하고 또 다시 일년을 올해처럼 행복하게 살자고 다짐합니다. 그 의식이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와인잔으로 건배하는 것이든, 정동진 해변에 앉아 떠오르는 해를 함께 바라보는 것이든, 퇴근 후 치맥을 배달시켜 함꼐 닭다리를 뜯는 것이든 그건 별로 중요치 않습니다.
결혼 기념일이 무엇을 기념하는 날인지 모르는 남편들은 대개 그동안 고생했던 걸 보상하는 날로만 생각합니다. 그러니 평소에는 부엌데기처럼 부려먹다가 명품 가방 하나 사주고, 고기 좀 썰어주고 유치한 장미 꽃다발 안겨주면 그걸로 퉁칠 수 있다고 착각하죠.
부인이 평소에 행복하다고 느끼지 않는다면 결혼 기념일은 내가 얼마나 불행한 삶을 살고 있고 그 책임의 일정 부분이 남편에게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끔찍한 날일 뿐입니다. 그게 명품 가방이나 스테이크, 장미 꽃다발 정도로 무마가 될 거라고 보시나요?
결혼 기념일을 얼마나 끗발 날리게 근사하게 보낼지를 고민하는 시간에 평소에 아내가 소소한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를 더 고민하세요. 그러면 정작 결혼 기념일은 어떻게 보낼까 고민하지 않아도 됩니다. 아무것도 안 해도 당신의 아내는 이미 행복할테니까요. 매일 매일이 행복 기념일입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2683
★★★★☆
이미지 출처 :
YES24
서점에 나가보시면 작년에 이어 올해도 심리학 관련 도서의 풍년입니다. 특히 긍정심리학과 행복을 다루는 책이 인기임을 금방 아실 수 있을 겁니다. 자, 여기에서 문제 나갑니다.
행복에 대한 책을 누가 사서 볼까요? 현재 불행해서 행복해질 방법이 필요한 사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습니다. 이미 여행을 다니는 사람들이 여행 관련 서적을 찾아서 보고, 자기 계발에 성공한 사람이 다른 사람이 쓴 다른 자기 계발서를 뒤져보듯이, 주로 이미 행복한 사람들이 행복에 대한 책을 읽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제대로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기뻐하고, 자신이 몰랐던 내용을 하나라도 발견하면 냉큼 인생에 추가해서 점점 더 행복해집니다. 이 책의 저자도 그 점을 지적하고 안타까워하더군요.
이 책의 저자인 에카르트 폰 히르슈하우젠은 외과의사였다가 코미디언으로 전업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입니다. 하지만 웃음으로 더 많은 사람을 건강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의사보다 코미디언이 낫다는 그의 말은 매우 의미심장합니다.
이 책은 제가 읽어본 행복 관련 책 중에서 가장 재미있습니다. 행복은 주관적인 만족감이니 하면서 뻔한 소리를 하거나, 호르몬 어쩌고 하는 과학 이야기만 늘어놓는 책만큼 저를 불행하게 만드는 책이 없죠. 그런데 이 책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그냥 마음 편하게 키득거리면서 감자칩이라도 얌냠 먹으면서 읽으면 그만입니다.
책 중간 중간에 나오는 촌철살인의 사진들과 종이 공작은 보너스입니다.
닫기
* 행복 체험을 담당하는 우리 뇌의 모듈에서 중요한 것은 지속적인 행복이 아니라 지속적인 노력이다.
-> 행복은 목표 달성이 아니라 달성 과정 그 자체이죠.* 행복은 불행의 부재 - 쇼펜하우어* 웃어라, 그러면 온 세상이 너와 함께 웃으리라. 코를 골아라, 그러면 홀로 잠들게 되리라.
-> 정말로 그렇더군요. ㅠ.ㅠ* 마법적 사고의 어두운 면을 플라시보 효과와 반대로 노시보 효과(Nocebo Effect)라고 부른다.* 우리가 불행에서 뭔가를 배울 수 있으려면 그럴 기회와 능력을 먼저 갖추고 있어야 한다.
* 익숙한 행동을 바꾸기 위해서는 목표가 매력적이어야 할 뿐 아니라 목표에 이르는 길 또한 매력적이어야 합니다. -> 그래서 자주 운동을 나가기 위해 쿠션이 좋은 운동화와 버프, 모자를 샀습니다. ^^;;;* 행복은 지나가는 것이어야 합니다. 그래야 새로운 행복과 새로운 학습 경험을 위한 자리가 생길 테니까요.
-> 행복을 채우는 과정 자체가 행복이죠.
* 나이가 들기 때문에 놀이를 멈추는 게 아니다. 놀이를 멈추기 때문에 나이가 드는 것이다.
* 인생은 돌고 돕니다. 1살짜리 아기의 성공은 대소변을 가리는 것이고, 25세에는 성행위, 50세에는 돈이 성공이며, 75세에는 여전히 성행위를 하는 것이, 그리고 90세에는 다시 대소변을 가리는 것이 성공입니다.
* 어른들이 청소년을 보고 하나같이 나중에 뭐가 되고 싶으냐고 묻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어른들 자신이 그 대답을 절실히 찾고 있기 때문입니다.
* 지금 당신이 하는 일이 당신의 천직인지 알고 싶으면 '나는 돈을 받지 않아도 이 일을 할 것인가?'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보십시오.
* 우리가 자신을 남들보다 못하다고 여기는 이유는 우리가 남들에 대해서보다 자기 자신에 대해 더 많이 알기 때문입니다.
* 우리가 죽어야 한다고 삶이 우습지 않은 것은 아니며, 우리가 웃는다고 삶이 진지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 버나드 쇼
* 죽음의 순간에 우리를 후회하게 만드는 것은 우리가 잘못한 일이 아니라 우리가 하지 못한 일이다.
이 책의 대상은 심리학도가 아닙니다. 행복에 대한 심리학적인 접근법이 궁금한 분들이라면 다른 책을 보시기 바랍니다. 이 책은 행복해지고 싶은 분들이 키득키득 웃으면서 행복에 익숙해지라고 쓴 행복 입문서입니다. 촌철살인의 해학과 유머가 번뜩이는 책입니다. 행복에 이르는 논리정연하고 깔끔한 방법을 기대했던 분들에게는 다소 어수선하고 정신없어 보일 수 있습니다만 이미 행복한 분들에게는 매 구절구절이 분명 공감되실거라 생각합니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덧2. 이 책의 겉표지를 보시면 펭귄이 있는데 행복을 설명하는데 있어 아주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물론 이 책을 끝까지 다 읽어야만 그 이유를 아실 수 있습니다만...
태그 -
긍정심리학,
노시보 효과,
불행,
쇼펜하우어,
심리학도,
에카르트 폰 히르슈하우젠,
외과의사,
코미디언,
펭귄,
행복,
행복은 혼자 오지 않는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2486
행복이라는 건 과연 뭘까요? 수많은 현인과 철학자들이 행복의 본질을 찾고자 노력해왔고 현대 심리학도 그 대열에 공격적으로 동참하고 있지만 아직도 뭐 하나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있죠.
그래도 그런 노력의 결과 행복이 돈이나 명예와 같은 것들과는 그다지 상관이 없다는 걸 이제는 일반인들도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행복해지는지 알려면 무엇보다 먼저 행복하다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행복하다는 것이 생각인지 느낌인지, 아니면 그 둘의 적절한 조합인지 저도 잘 모르겠지만 저는 느낌 쪽에 더 가깝다고 봅니다.
제가 행복하다는 걸 알 수(aware) 있는 두 가지 기준이 있는 데 오늘은 그걸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하나는
마음의 편안함입니다. 무념무상의 상태까지는 아니지만 고민과 번뇌의 부정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 상태를 말하는데 이 편안함을 느끼게 되면 주변 사물의 세세한 부분까지 그대로 느껴지게 됩니다. 예를 들어 마음이 산란하면 운동을 나갔다 와도 뭘 보고 뭘 들었는지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마음이 편안한 상태에서는 얼굴에 쏟아지던 햇살, 개울물이 흘러가는 소리, 비 온 뒤의 물냄새까지 모두 기억납니다. 그야말로 '아, 좋다'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마음 상태이죠. 이런 마음 상태를 한번 경험하게 되면 계속 유지하고자 노력하게 됩니다. 그리고 당연히 편안한 마음을 유지하는 기간이 늘어나게 되죠. 상승 효과가 나타나는 겁니다.
두 번째는
내 주변에 행복한 사람이 얼마나 있는가의 여부입니다. 저는 유유상종이라는 사자성어를 매우 신뢰하는 사람인데 단순히 비슷한 성격이나 성질 뿐 아니라 행복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행복한 사람은 불행한 사람의 부정적인 기를 잘 느끼고 함께 있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물론 일시적으로 자신의 행복을 나눠주고 행복을 전염시킬 수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행복과 불행은 상극이라서 행복한 사람은 자연스럽게 행복한 사람들에게 끌리고 불행한 사람은 불행한 사람들만 눈에 띄이는 법입니다. 그러니 더욱 자신의 삶이 지지리 궁상처럼 느끼게 되지요. 그러니 지금 자신의 주변을 둘러보세요. 주변에 못살고, 힘들고, 스트레스 받는 사람들만 보인다면 당신은 현재 불행한 사람입니다. 반대로 인생을 즐겁게 사는 사람들이 더 많이 보인다면 당신은 비교적 행복한 사람입니다. 만약 당신이 불행한 사람이라면 가능한 한(행복한 사람들은 불행한 사람들을 곁에 두고 싶어하지 않으니) 행복한 사람과 가깝게 지내고 그들의 비법을 배우세요. 당신의 불행이 불행한 사람들을 자석처럼 쉽게 끌어들인다고 그냥 자포자기하고 있으면 계속 불행한 삶을 살아야 합니다. 행복도 노력입니다.
저는 지금 너무나 행복합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행복하게 살 겁니다.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아니라.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2474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겠습니다만 둘 중의 하나만 골라야 한다면 어떨까요?
좋아하는 것을 잘 못하는 경우와 싫어하는 것을 잘하는 경우 중 어느 것이 더 불행할까요?
좋아해서 끊임없이 매달리지만, 원하는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자신의 무능력을 뼈저리게 절감하면서 계속해서 열등감에 시달리는 것...
하기 싫어 미치겠는데 남들이 가만 놔두지 않을 정도로 잘해서 도저히 그만 둘 수가 없는 것...
어느 것이 더 불행할까요?
예전에는 당연히 전자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에는 왠지 후자가 더 불행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아직 철이 덜 든 걸까요?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10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