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차인지 이제는 기억조차 나지 않지만 겨울철을 맞아 코로나 바이러스가 재확산하는 가운데 안식월인데도 불구하고 줄곧 방콕만 하다가
운전 연수도 받았으니 차 모는 연습도 할 겸 콧바람을 쐬러 파주에 다녀왔습니다. 겸사겸사 자유로도 타고요(물론 반자율 주행 기능을 이용해서 저는 그냥 스티어링 휠에 손만 얹고 있었습니다만;;;)
베지앙(Vege-ang)은 요새 핫플인 비건 베이커리로 파주시 교하동에 위치합니다. 서울 외각이라서 그런지 주차 공간이 넉넉하네요.
매장도 널찍해서 쾌적한 편입니다. 저희는 11시로 예약하고 갔기 때문에 손님이 거의 없었지만 테이블이 꽉 차도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이 걱정되지 않을 정도로 테이블 간격이 넓습니다.
식물을 위주로 한 플렌테리어를 해서 그런지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푸릇푸릇합니다. 보통 비건 베이커리나 카페에 가면 채식과 관련된 책이 많은데 베지앙은 김아윤 대표가 비건 베이커리를 시작한 이유가 슬로우 푸드 운동때문이어서 그런지 음식 문화에 대한 책이 더 많았습니다. 원래는 플렉시테리언이었는데 지금은 페스코 베지테리언이라고 하네요.
원래 비건 식당이나 베이커리는 이런 저런 규칙들을 엄격하게 지키는 편인데
제가 지금까지 경험한 비건 관련 업체 중 가장 철저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단 일회용 컵과 식기류를 사용하지 않으며 개인 용기(테이크 아웃 시 베이커리 300원, 음료와 브런치 메뉴 500원 할인) 사용을 권장하고 부득이하게 사용하는 일회용품은 모두 생분해가 가능한 천연 소재로 된 것들을 사용합니다.
영유아, 반려동물 동반을 환영하는 차별없는 가게이며 계란, 버터, 우유 뿐 아니라 꿀도 사용하지 않는 철저한 비건 재료 사용 베이커리입니다. 모든 음료 메뉴는 sugar-free이고 모든 식재료는 친환경, 유기농, 제철 재료를 지향합니다.
요새 다른 카페는 어떤 지 모르겠는데 QR코드를 찍으면 와이파이에 자동으로 연결되네요. 편리합니다.
베지앙은 일회용 생수병은 고사하고 정수기도 사용하지 않습니다. 매일 직접 만든 물을 제공합니다.
더 놀라운 건 물티슈 뿐 아니라 넵킨조차도 제공하지 않습니다. 호텔에서나 볼 수 있는 물수건을 주네요. 이거 맨날 살균해서 내놓으려면 얼마나 번거롭고 귀찮은 일이 될 지 안 봐도 비디오일텐데요. 대단합니다.
메뉴는 철마다 조금씩 바뀌는데 저희는 양송이 크림스프(6,000원), 머쉬룸 치즈버거(12,000원), 겨울냉이 오일 파스타(15,000원)를 주문했습니다. 베지앙은 로컬 푸드 운동에 동참하고 있기 때문에 장단콩, 간장, 화이트 식초 등은 파주 지역에서 생산되는 재료를 사용합니다.
브런치를 먹으러 왔지만 비건 베이커리도 궁금해서 디저트로 케익과 함께 마실 아이스 쏘이카페모카(6,000원)하고 아이스 바닐라 쏘이라떼(5,000원)도 주문했습니다. 음료 라인도 꽤 다양하네요.
맨 먼저 나온 양송이 크림스프입니다. 혼자 먹기에는 양이 많습니다. 메인 메뉴를 주문했다면 둘이 나눠 먹기에 충분한 양입니다. 기성품을 쓰지 않고 직접 끓인 스프 같습니다. 간도 딱 맞고 식감도 좋고 스프 안에 들어 있는 버섯마저도 맛있습니다. 다음 요리를 기대하게 하는 맛입니다.
머쉬룸 치즈버거와 겨울냉이 오일 파스타가 나왔습니다. 비쥬얼도 깔끔합니다.
겨울냉이 오일 파스타는 냉이를 넣은 알리오올리오에 냉이 튀김을 얹었습니다. 과연 잘 어울릴까 반신반의했는데 신의 한수였습니다. 냉이 향이 오일 파스타의 느끼함을 잘 잡아주는데다 냉이 튀김이 군계일학이었습니다. 어떤 튀김과도 다른 신선한 맛입니다.
파스타 자체는 간이 좀 센 편이어서 밥을 비벼 먹고 싶었지만 제가 채식을 하면서 입맛이 싱거워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반인의 입맛에는 맞을 겁니다.
다음은 머쉬룸 치즈버거입니다. 12,000원이 전혀 아깝지 않은 맛이었는데 두 가지가 놀라웠습니다. 하나는 인공육 패티가 들어가지 않습니다. 패티 대신 버섯을 듬뿍 넣었습니다. 버섯의 식감이 원래 고기와 비슷해서 비건들은 고기 대신 버섯을 자주 쓰는데 버거에는 당연히 패티가 들어가야 한다는 선입견을 와장창 부수는 신선한 발상이었습니다. 두 번째는 치즈의 향미인데 비건 치즈의 완성도가 상당히 높아졌다고는 해도 일반 치즈의 꼬리꼬리함까지는 재현하지는 못했는데 이 치즈버거에 들어간 치즈는 기성품의 조합을 통해 모르고 먹으면 비건 치즈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일반 치즈에 가깝습니다. 너무 놀라워서 대표께 어떤 제품을 쓰냐고 몰래 물어봐서 적어왔습니다.
아래 있는 것이 아이스 바닐라 쏘이라떼이고 위가 아이스 쏘이카페모카입니다. 스트로우는 유리로 된 걸 줍니다. 개인적으로 종이나 대나무 스트로우는 사용하다 보면 눅눅해지고 찢어져서 싫고, 스테인레스는 입에 닿는 차가운 촉감이 싫은데 유리 스트로우는 마음에 드네요. 이질감이 덜합니다.
쏘이카페모카는 커피보다는 아이스 코코아에 가까운 맛이라 제 취향은 아니었는데 바닐라 쏘이라떼는 무설탕 시럽을 사용했는데도 충분히 달달하면서도 커피의 향미가 제대로 살아있어서 좋았습니다. 요거 추천합니다.
후르츠 쇼트케이크(8,500원)를 주문했습니다.
제철 과일과 좋은 재료를 아끼지 않았다는 건 한 입만 먹어봐도 대번에 알겠는데 맛있다고 덥썩 덥썩 추가할 수 있는 가격대는 아닙니다. 베지앙이 비건 베이커리인만큼 베이커리에 더욱 진심이겠지만 저는 사실 베이커리보다 브런치 메뉴가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케익은 고급스러운 맛이기는 한데 다른 비건 베이커리에 비해 차별점이 크게 있어 보이지는 않았거든요. 이 날 먹은 디저트 중 하나만 고르라면 저는 후르츠 쇼트케이크가 가장 맛났습니다.
그래도 간 김에 하나씩 다 먹어 보고 싶어서 바나나 땅콩버터 케이크(8,500원)와 마틸다 로쉐 케이크(8,000원)도 한 조각씩 구매해서 미리 챙겨간 용기에 담아 갖고 왔습니다. 다음 날 점심 때 빵 대신 먹었는데 역시나 고급스러운 맛이기는 한데 다시 가서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먹어본 케이크 중에 최애를 고르라면 저는 후르츠 쇼트케이크를 선택할 것 같습니다.
베지앙은 베이커리가 메인이기는 하지만 저는 베이커리보다 브런치를 먹으러 다시 갈 것 같습니다. 태국에서 요리를 공부한 셰프가 브런치를 담당하고 있다고 하니 다음에는 팟타이 종류를 먹어보고 싶습니다.
제가 1월 2일에 갔는데 1월 11일까지는 휴무 기간이라고 하니 방문하실 분들은 1월 12일 이후에 가셔야 합니다.
베지앙은 화, 수요일이 휴무이고 영업 시간은 오전 11시에 개점해서 저녁 7시까지입니다(마지막 주문 오후 6시)
브런치가 더 맛나다고 말씀드렸지만 비건 케이크에 진심인 분들에게도 충분히 추천할 수 있는 곳입니다. 베지앙이 집 근처에 있었다면 티 타임 때마다 쥐가 콩방 드나들듯이 드나들었을 것 같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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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에 쉴 때면 등이 아프도록 퍼질러 자고 느즈막히 일어나서 오후부터 하루를 시작할 수도 있지만 남들이 출근해버리고 조용한 아침 거리를 슬슬 산책하여 브런치를 먹으러 가는 것도 즐거운 시작일 수 있습니다.
저는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따땃한 아침 햇살을 여유있게 맞으며 브런치를 먹으러 파리바게뜨 카페에 갑니다. 브런치를 먹으며 가져간 책을 읽거나 커피 한 잔과 함께 인터넷 서핑을 하는 것도 도시 생활의 멋(은 아니고 아침 차리기가 귀찮아서 그렇다는... -_-;;;).
요새 삼립식품에서 파리바게뜨 카페를 밀고 있는 것 같은데 나름 괜찮은 것 같습니다. 분위기도 일반 카페 못지 않고 공간이 넓어서 여유롭거든요. 아침부터 브런치 메뉴를 즐기면서 인터넷 서핑을 하거나 책을 읽는 분들이 많습니다. 제가 사는 지역의 파리바게뜨 카페는 주변에 대학교가 많아서 더욱 활기찬 모습이죠.
레몬갈릭새우 샐러드(5,300 원)입니다. 사진 위쪽에 있는 소스를 뿌려서 먹는데 생각보다 꽤 알찹니다. 새우도 양념이 잘 되어 있고 샐러드도 신선하네요. 추천하는 메뉴입니다.
프렌치 토스트(5,800 원)입니다. 프렌치 토스트는 달걀물을 입힌 토스트이죠. 식감이 부드러운 것이 특징입니다. 산딸기와 샐러드로 장식을 했고 토스트는 함께 주는 딸기쨈을 찍어 먹습니다.
메뉴 주문 시 1,000 원을 추가하면 스프도 먹을 수 있습니다. 그릇이 빵이니 스프는 떠 먹고 나머지는 빵을 적셔 먹으면 됩니다.
모든 메뉴에는 커피가 기본으로 제공되기 때문에 프렌치 토스트에 천 원을 추가해서 스프까지 먹으면 꽤 든든한 식사가 됩니다.
전에 비해 가격이 많이 올랐다는데 아직도 가격 대비 경쟁력이 충분한 메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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