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지 않은 이상 우리는 누구나 먹고 살기 위해 일을 해야 합니다. 어차피 해야 하는 일이니 가능하면 힘들지 않은 일, 하면서 재미있는 일, 남들보다 보람있고 좋은 평가를 받는 일을 하고 싶은 건 인지상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경제가 많이 어려워져서 일할 수 있는 자리만 주어져도 감지덕지인 사람도 많지만 그래도 평생 해야 할 일이라면 가능하면 위에서 나열한 특성들을 갖춘 일을 누구나 하고 싶을 겁니다.
심리학이 인기 있는 분야가 된 지금 심리학을 공부해서 심리학으로 먹고 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수가 급증했고 그러다보니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그만두고 늦었지만 이제라도 심리학을 공부하고 싶어하는 분들의 문의도 많이 늘어났습니다.
심리학을 공부하고픈 사람들은 심리학으로 큰 돈을 벌기는 어렵다는 정도는 대체로 알고 물어봅니다. 궁금한 건 이거죠. 자신이 지금 갖고 있는 호기심과 설레임, 열정을 계속 유지하면서 심리학 분야에서 일할 수 있는가.
보수 수준, 직업의 안정성과 같은 현실적인 부분을 제외하고 다분히 심리적인 속성만 놓고 본다면 우리는 과연 어떤 일을 하고 살아야 행복할 수 있을까요?
많은 사람들이 끊임없이 재미나 보람, 열정을 주는 일을 찾아 헤맵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없습니다. 그건 파랑새를 찾는 것과 같거든요.
우리가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아무리 재미있는 게임을 해도, 아무리 흥분되는 모험을 해도 그러한 즐거움을 영원히 유지할 수는 없습니다.
저는 오히려 다음과 같은 기준이 평생 할 일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질리지 않고 계속 할 수 있는가'입니다.
어떤 일이든 긍정적인 요소와 부정적인 요소, 쉬운 부분과 힘든 부분을 갖고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비율의 문제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질리지만 않을 수 있다면 결국은 그 안에서 다시 긍정적인 내용, 쉬운 내용, 즐거운 내용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제게는 심리학이 그렇고, 여행이 그렇고, 블로깅이 그렇고, 고양이가 그렇습니다.
심리학과 여행과 블로깅, 그리고 고양이는 질리지 않더군요. 아직까지는요.
그러니 행복에 이르는 지름길을 한 방에 찾아주는 일을 찾기보다는 질리지 않아서 계속 꾸준히 할 수 있는지를 따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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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서를 많이 보신 분들이라면 서로 모순되는 것 같은 내용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을텐데요.
대표적인 것인 선택과 집중 문제입니다.
어떤 자기계발서에는 우선 순위를 매기지 말고 모든 일을 한꺼번에 다 하라고 충고하고 다른 자기계발서에서는 중요한 순서대로 처리하라고 조언합니다. 시간이라는 제한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죠.
과연 어느 것이 맞는 걸까요?
시간이 한정된 자원인 것만큼은 확실하니 가장 중요한 일을 선택해서 시간과 에너지를 집중해야 최대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요?
아님 제대로 발휘되지 않아 묻혀 있는 자신의 잠재력을 믿고 열정을 불사르면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모두 해낼 수도 있을까요?
저는 둘 사이의 절충점이 가능하다고 보는 편인데 우선 둘 중 하나의 관점 중에서만 고르라면
하고자 하는 일을 모두 시도해보라는 쪽입니다.
다만 조건이 있는데 그 일이 모두 해야만 하는 일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이어야 합니다.
해야만 하는 일들은 사실 해야 하는 이유가 나 자신의 가치관이나 삶의 의미와 그다지 상관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저 주어진 일이니까 수동적으로 처리해야 하거나 먹고 살기 위해, 돈을 벌기 위해,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하는 일이 많죠. 이런 일들을 동시에 모두 해 내겠다고 시도해봤자 얼마 버티지도 못하고 쓰러지고 말 겁니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은 내면의 가치관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겉으로 보기에는 별로 상관없어 보이지만 사실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경우가 많고 그래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할수록 상승 작용을 일으켜 오히려 더 효과적으로 빠른 시간 내에 처리할 수 있게 됩니다.
제게는 블로깅과 심리학 공부가 그 예가 될 수 있겠는데요. 둘 다 제가 굉장히 하고 싶어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심리학 공부를 하면서 그 내용을 정리해서 블로깅을 하고 있죠. 그 내용을 보고 의견을 남겨 주신 분들의 코멘트가 다시 새로운 아이디어로 제게 영감을 주기도 하고 공부했던 내용을 정리하게 도와줍니다. 그런가 하면 포스팅 내용을 보고 강의 의뢰를 하는 분들이 나타나고 그렇게 되면 공부했던 내용을 다시 한번 정리해서 강의안으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더 깊은 수준으로 공부를 하게끔 자극을 받습니다. 이처럼 심리학 공부와 블로깅은 서로 연결되어 상승 효과를 일으키고 시간을 절약하며 생각을 정리하도록 고무합니다.
그러니 원하는 것을 모두 한꺼번에 시도해 보시기 바랍니다. 대신 해야만 하는 것은 빼고 하고 싶은 것 위주로 목록을 만드세요. 하고 싶었던 것을 동시에 시도할 때 얼마나 엄청난 상호 작용이 일어나는지 꼭 한번 경험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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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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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
지금으로부터 33년 전인 1981년 옥스퍼드 대학 출판부를 통해 처음 출판된, 영문학 교수 피터 엘보의 글쓰기 관련 책입니다.
33년이나 되었는데도 1998년에 개정판이 발간되는 등 지금까지 꾸준히 사랑을 받는 글쓰기 바이블이라고 할 수 있죠.
김우열 번역가가 글쓰기 관련 책으로 강력 추천하는 책으로 개인적으로도 처음 읽어보는 류의 책이었습니다.
그럼 목차를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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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몇 가지 기본 사항
1·한 가지 접근법
2·자유롭게 쓰기
3·공유하기
2부 독자
4·타인
5·집속렌즈로서의 독자
6·글쓰기 까다로운 세 가지 상황
3부 글쓰기
7·직선형 글쓰기
8·위험한 방법 : 한 번에 끝내는 글쓰기
9·개방형 글쓰기
10·순환형 글쓰기
11·다양한 용도의 글쓰기
12·글쓰기를 위한 마중물 붓기
4부 퇴고
13·빠른 퇴고
14·철저한 퇴고
15·피드백을 활용한 퇴고
16·자르고 붙이기 퇴고와 콜라주
17·마지막 단계 : 문법 오류 제거하기
18·메스꺼움 극복하기
5부 피드백
19·기준에 따른 피드백과 독자에 따른 피드백
20·기준에 따른 피드백 질문 목록
21·독자에 따른 피드백 질문 목록
22·피드백 받기의 선택사항들
6부 글의 힘
23·글쓰기와 목소리
24·목소리로 힘을 얻는 방법
25·글에 경험 불어넣기
26·설명문에 경험 불어넣기
27·글쓰기와 마법
글쓰기 방법과 퇴고 뿐 아니라 피드백에 대한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글쓰기에 대한 모든 것을 다루고 있는 책입니다.
김우열 번역가만큼 인상깊게 읽은 것은 아니었지만 최소한 블로깅을 하면서 내심 부족하다 싶은 부분의 원인도 찾았고 내심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한 부분을 좀 더 가다듬을 기술도 얻었습니다.
저자가 이 책에서 한 말을 제 방식으로 요약하자면,
'이것저것 가리고 재지 말고 일단 마음 가는대로 많이 쓸 것. 그리고 이를 최대한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되 글쓰기의 본질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하고 가능하면 경험을 바탕으로 할 것'이네요.
제가 블로깅을 하는 원칙과도 맥락이 닿는 부분이 많습니다. 저는 포스팅을 할 때 일단 quality를 신경쓰지 않고 그냥 말하고 싶었던 글꼭지를 제목에 쓴 뒤 그 다음에는 손가락이 움직이는대로 그냥 쓰거든요. 그리고 포스팅을 할 때에는 가능한 한 제가 경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하려고 애씁니다.
그래서 이 책의 내용이 아주 생경하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블로깅을 하는데 있어 필요한 도움을 받았지만 여러 현장에서 글쓰기에 대해 고민하는 분들이라면 한번쯤 읽어보시면 좋을 책입니다.
이건 그냥 여담이지만 김우열 번역가의 노력과는 별개로 '알짬', '욱여넣은' 등의 용어 사용이 꽤 눈에 거슬리는데 우리글 바로쓰기의 일환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냥 넘기기는 했지만 잊을만 하면 튀어나오는 통에 상당히 신경이 쓰이더군요. 이 책을 읽으실 분들은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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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개는 창조하기와 비판하기 과정을 분리해서 서로 걸림돌이 되지 않게 하는 편이 낫다. 먼저 비판없이 자유롭게, 좋은지 나쁜지는 걱정하지 말고 생각과 글을 최대한 많이 생산한다. 그런 다음 비판적인 마음가짐으로 전환해서 이제까지 쓴 것을 철저하게 퇴고한다. 좋은 부분은 살리고 좋지 않은 부분은 버리고 남은 부분은 강력하게 만드는 것이다.
* 먼저 힘을 빼고 열린 마음으로 빠르게 초고를 쓴다. 그런 뒤 쓴 것을 퇴고할 때는 비판적이고 강한 마음가짐으로 한다. 이렇게 구분해서 사용하면 이 두 가지 기술이 전혀 상충하지 않고 오히려 상생한다는 점을 발견할 것이다.
* 힘이 없는 글의 상당수는 글쓴이의 기술 부족보다는 마음 깊은 곳에서 주겠다고 동의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 일단 대가없이 넘겨주겠다고 마음을 굳히고 나면, 아무것도 망설이지 않고 쓰라고 하면 상당한 힘과 기술로 쓸 수 있다.
* 자신의 글을 소리 내어 읽는 행위는 자기 글을 책임지는 데 필요한 근육을 단련하는 일이다.
* 나는 당신이 이 책에 쓰인 다른 어떤 활동보다 자유롭게 쓰기와 공유하기 그 두 가지 방법으로 글을 가장 크게 개선할 수 있다고 믿는다.
* 깊게 뿌리 내린 믿음이 바뀌려면 그저 논리나 정보를 얻는 데서 그치지 않고 경험을 해봐야 하므로 상상과 경험을 담은 글이 논증보다 더 효과적인 경우가 있다는 것도 놀랄 일은 아니다.
* 글을 성공적으로 써내는 비결은 한 가지 중요한 태도를 익히는 것이다. 아직 맹아 상태에 있는 아이디어, 아니면 심지어 아이디어를 얻고 싶다는 갈망밖에 없을 때라도 일단 쓰기 시작하면 언젠가 자신이 하려는 말을 찾게 될 것이라고 믿어야 한다. 아이디어가 꼬물거릴 때 더 흔하게 나타나는 반응을 피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하고 싶은 말이 이미 머릿속에 떠올라 명확하게 정리될 때까지 기다리면서 쓰지 않는 것 말이다.
* 글의 종류를 막론하고 퇴고를 끝내기 전 어떤 시점에서는 무슨 말을 하고 싶은 지 정확히 알아내어 한 문장으로 명료하게 진술할 수 있어야 한다.
* 글쓰기는 공유하기보다 중요하고, 공유하기는 피드백 받기 보다 중요하다. 즉 공유하다보니 글을 못 쓰겠다면 공유하기를 중단하라. 그리고 피드백을 받다보니 글쓰기나 공유하기가 안 된다면 피드백 받기를 중단하라. 쓰기가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글쓰기에 장애가 되지 않으면서 공유하고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면, 그 두 가지로 막대한 혜택을 얻을 것이다.
* 글에 아무런 목소리가, 심지어 가짜 목소리조차 없는 일이 많은 까닭은 사람들이 문장을 써나가는 도중에 너무 자주 멈추고 어떤 단어를 써야 할지 걱정하고 이리저리 재기 때문이다.
* 독자가 글에 숨결을 불어넣어 강렬한 경험을 하기 바란다면 필자는 글을 쓰면서 거기에 경험을 불어넣어야 한다. 자신이 쓰고 있는 것을 스스로 경험할 때 독자도 그것을 경험할 가능성이 커지는 이유가 무엇인지는 나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되어 있는 법인 듯 싶다.
덧. 이 책은 e-book으로 읽었기 때문에 북 크로싱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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