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훈 셰프의 이력은 독특합니다. 성악을 전공한 음악도였고, 청와대까지 진출한 대통령의 셰프였으며 탄핵 정국을 거치며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기도 했죠. 지금은 자신의 가게인 카페 모리나리를 명동에 오픈해 운영하다 아예 자신의 이름을 내 걸었습니다. 원래 이 레스토랑은 비건 전문은 아닌데 비건 피자와 파스타가 유명세를 타서 저도 입소문을 듣고 예전에 방문했던 적이 있죠. 그 때 음식맛에 반해서 피자나 파스타가 먹고 싶으면 가끔씩 찾는 맛집이 되었습니다. 코로나 시국도 시국이고 가격도 좀 센 편이라서 자주는 못 갔지만요.
최근에 제가 주로 채식 식재료를 주문하는
'채식한끼몰'에서 20%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9월 이달의 식당에 한상훈 셰프가 선정되었길래 겸사겸사 오랜만에 다녀왔습니다.
'한상훈 셰프'는 소공로에서 남산 3호 터널로 올라가는 언덕배기에 있습니다. 과거 카페 모리나리를 기억하는 손님들을 위해 예전 상호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네요.
주소 : 서울시 중구 소공로 29
연락처 : 02-771-1808
영업 시간 : 오전 11:30~15:00, 17:00~20:00(일요일 휴무)
입구로 들어가면 곧바로 1층 주방이 나옵니다.
1층에도 좌석이 있지만 식사 예약 손님은 항상 2층으로 안내를 받는데 저는 항상 예약을 하고 갔기에 1층에서 식사를 한 적이 없네요. 1층은 아마 카페로 운영하는 것 같습니다.
2층도 좌석이 많지는 않아서 예약을 하지 않으면 점심 시간에는 웨이팅을 오래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단체 회식을 할 수 있는 룸도 갖추고 있어서 가족 모임을 하기에도 좋습니다. 인테리어도 괜찮고요.
'한상훈 셰프'는 식전빵도 대충 만들지 않는 것 같습니다. 튀르키예(구 터키)의 맛있기로 유명한 빵 '에크멕'처럼 겉은 바게뜨처럼 바삭하지만 속은 쫀득쫀득하고 촉촉해서 식감이 좋습니다. 소스 없이 그냥 먹어도 맛있습니다.
애피타이저로 나온 루꼴라 토마토 샐러드(26,000원)입니다. 루꼴라와 토마토를 베이스로 해서 오렌지와 발사믹 드레싱을 뿌렸는데 루꼴라와 토마토의 조합이 좋습니다. '한상훈 셰프'는 루꼴라를 산처럼 쌓아서 준다는 '남산 피자'로 유명한데 재료의 회전이 빠른 것인지 아니면 직접 텃밭에서 키워 공수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루꼴라가 굉장히 신선하고 맛납니다. 루꼴라를 좋아하는 분들은 '한상훈 셰프'의 루꼴라가 들어간 음식은 마음에 드실거에요.
지난 번에 반려인이 먹고 최애 파스타가 되었던 알리오 올리오(22,000원)입니다. 알리오 올리오는 마늘과 토마토만 들어간 그야말로 단순한 파스타이기 때문에 재료의 맛보다는 올리브 오일로 감칠맛을 얼마나 잘 내느냐가 관건이죠. 자칫하면 너무 느끼하거든요. '한상훈 셰프'의 알리오 올리오는 면도 정말 찰지게 잘 익혔고 무엇보다 소스가 기가 막힙니다. 그냥 후루룩 마시고 싶은 정도였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먹은 알리오 올리오는 뭔가 모르게 싱거웠습니다. 혹시 몰라 소금을 부탁해 톡톡 뿌렸는데 역시나 마지막 소금간을 빼먹은 것 같더군요;;;; 살짝 실망했지만 그래도 괜찮습니다. 기본 맛이 어디 가지 않으니까요.
마지막으로 나온 남촌 피자(28,000원)입니다. 피자만큼은 한상훈 셰프가 항상 직접 만든다고 할 정도로 애정을 쏟는 메뉴라고 합니다.
'한상훈 셰프'는 파스타도 맛있지만 사실 피자로 더 유명한데 특히 앞에서 말씀드린 루꼴라를 산처럼 쌓아준다는 남산 피자도 유명하고 이 남촌 피자도 쫀득한 도우와 아낌없이 넣은 재료로 유명합니다. 토핑으로 버섯, 마늘, 양파를 올리고 갈릭 소스를 더했는데 평소 먹는 자극적인 피자와 달리 담백하면서 갈릭 소스의 감칠맛이 훌륭하죠. 양이 많지는 않으니 파스타나 리조또를 추가 주문하는 걸 추천합니다.
파스타 대신 리조또 라인(버섯 리조또와 바질 리조또)을 조합하셔도 좋습니다. 보통 비건 메뉴를 드실 분들은 샐러드 하나, 파스타나 리조또 하나, 그리고 피자를 주문하면 둘이서 넉넉하게 드실 수 있는 양입니다.
'한상훈 셰프'는 비건 전문 식당이 아니라 비건 옵션을 제공하는 이탈리아 경양식 레스토랑이라서 논 비건과 함께 가도 즐겁게 식사하실 수 있습니다. 논 비건을 위해서는 스테이크 요리도 있습니다.
원체 가격대가 좀 있어서 가성비를 따지면 안 되는 레스토랑인데 최근의 미친 물가 때문에 가격이 더 높아졌습니다. 채식한끼몰에서 20% 할인 행사를 하지 않았다면 저도 쉽게 못 갔을 것 같네요. ㅠ.ㅠ.
그래도 파스타, 특히 피자를 좋아하는 비건이라면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는 비건 피자 맛집입니다.
앞에서 1층은 카페로 운영하는 것 같다는 말씀을 드렸는데 이건 예전에 프로모션 선물로 받았던 네스프레소 호환 캡슐입니다. 카페 모리나리에서 제공하는 커피로 만들었죠. 그때 가져와서 한동안 잘 마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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갭 파크를 떠나 차를 타고 오면서 잠시 멍 때렸는지 어느 정도 달린지를 모르겠지만 어느새 시드니 시내로 들어왔습니다.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호텔로 가기에는 애매한 시간이라서 오페라 하우스 근처에서 가볍게 점심을 먹고 이동하기로 했습니다. 오페라 하우스가 시드니에서도 워낙 관광객과 현지인들로 붐비는 곳이라 주차하기에 마땅치 않아 한 블럭 위에 주차하고 조금 걸어서 내려가기로 했죠.
차를 주차한 곳이 시티 투어 버스 정류장 근처였나봅니다. 이 버스를 타고 가다가 원하는 곳에 내려서 둘러보고 뒤이어 오는 버스를 타고 다음 장소로 이동(hop on hop off라고 써 있는 것을 보니)하는거겠죠. 지붕이 열린 2층 버스였는데 2층 전면 유리를 보시면 한국말로도 안내를 하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한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온다는 게 아닐런지요.
오페라 하우스 내에는 커다란 푸드코트가 있습니다. 가이드 말로는 음식이 아주 뛰어나지는 않으나 한 끼 식사를 하기에는 괜찮은 수준이라고 하네요. 드디어 오페라 하우스를 직접 눈으로 보게 되었네요.
야외 테이블에 앉으면 하버 브릿지도 보이고 오페라 하우스도 보이는 전망입니다. 문제는 뙤약볕에 그냥 앉아야 한다는 거. 저희는 엄두도 안 나서 그냥 그늘 자리에 앉았는데(거기서는 오페라 하우스가 안 보임) 현지인들은 개의치 않습니다. 호주의 피부암 발병률이 왜 높은지 알겠더군요;;;;
시드니의 명물 중 하나인 하버 브릿지가 손에 잡힐 듯이 가깝게 보입니다. 무엇보다 날씨가 정말 좋네요. 공기는 더할 나위 없이 맑고요.
푸드코트 식의 복잡한 레스토랑이지만 메뉴에 비건들이 먹을 수 있는 건 따로 표시해 놨습니다. 이건 팀원들이 배려해줘서 주문한 비건 피자입니다. 가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가지, 시금치 등등의 채소가 많이 들어있어서 신선하게 먹었습니다. 다만 전반적으로 음식이 스페인에서처럼 좀 짜더군요. 탈수를 방지하기 위해 일부러 짜게 만드는 것 같았습니다. 나중에 다른 곳에서 먹은 음식들도 전반적으로 짠 느낌이었거든요.
이건 제가 먹은 비건 링귀네입니다. 전반적으로 괜찮은 수준이었고 바질 페스토가 느끼함을 잡아줘서 잘 먹었습니다만 가격이 무려 24불(우리 돈 2만 1천 상당)이나 합니다. 뭘 주분해도 1만 원 안쪽 가격대의 음식은 없습니다.
먹을만한 음식을 주문하려면 보통 2만 원은 예상해야 합니다. 인건비가 비싸서 그런지 음식값이 장난 아니네요. ㅠ.ㅠ
그래도 점심을 맛나게 먹으면서 멋진 풍광을 즐겼습니다. 기온이 높기는 하지만 습도가 낮아서 그늘에만 있으면 덥지는 않습니다. 바닷가라서 바람도 곧잘 불었고요.
시드니 항구에도 갈매기가 많습니다. 인천 새우깡 갈매기들처럼 음식을 남기고 떠나면 종업원들이 음식을 치우기 전을 틈 타 갈매기들이 달려들기도 합니다. ㅡㅡ;;;
점심 때라서 그런지 오페라 하우스 근처의 식당은 인산인해입니다. 얼핏 보니까 현지인들보다는 관광객들이 더 많은 것 같더군요.
식당 바로 옆이 해안가이고 방파제에 기대 앉을 수 있게 만들어 놔서 많은 사람들이 일광욕을 하거나 담소를 나누면서 햇살을 즐기고 있습니다.
점심을 먹고 이 길을 따라 차를 주차해놓은 곳까지 올라가며 산책도 잘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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