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정신의학자이자 비교행동학자인 보리스 시륄니크의 고전인 '관계(SOUS LE SIEGE DU LIEN, 1989)'를 북 크로싱합니다.
애착과 관계에 대한 내용을 비교행동학적으로 재미있게(?) 풀어낸 책입니다.
이 책이 어떤 책인지 궁금한 분들은 '소개글'을 참고하세요. 번역이 다소 이해하기 어렵게 되어 있으니 이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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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YES24
신경정신의학자이자 비교행동학자인 보리스 시륄니크의 고전(무려 20년이 넘은 책인데 이제서야 번역되어 국내에 소개되었네요)입니다.
미국 심리학에 경도되어 있는 우리나라 심리학도들이 이 유명한 프랑스의 과학자를 알 턱이 없지만 그는 심리학도에게 너무나 익숙한 개념인 탄력성(resilience)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한 사람입니다. 저도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만... ^^
심리학 서적 범주에 넣을 것인가를 30분 동안 고민하게 만든 책입니다.
왜냐하면 심리학도라면 공부하는 과정에서 지긋지긋하게 듣게 되는 '애착', '관계',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이 책의 핵심이니까요. 물론 비교행동학적 관점에서 동물 세계와 인간 세계를 넘나들며 관계의 다양한 모습을 비교 설명하고 분석하기 때문에 저는 결국 일반 서적의 범주로 분류했습니다.
1부에서는 탄생 이전의 생애와 어머니, 아버지와의 관계를 생물학적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2부에서는 부부를 중심으로 성, 사랑과 애착에 대한 내용이 소개되고 있고요. 물론 비교행동학적으로요. 3부에서는 애착의 부재로 인해 나타나는 여러가지 부정적인 결과를 보여주고 애착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대개의 심리학도라면(물론 저도 그랬습니다) 상당히 낯설게 느껴지는 전개 방식입니다. 인간의 관계를 다루기 위한 설명 도구가 동물의 비교행동학이니까요.
그렇더라도 인내심을 갖고 읽어보시면 재미있는 내용들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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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 상태에서 동물들이 동일 그룹에 속하는 배우자를 선택하는 경우는 극히 드문 반면, 오히려 우리 인간은 알려진 것보다 근친상간을 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 인간은 말을 통해 맥락을 벗어나는 능력을 발휘함으로써 자신의 삶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바로 이런 까닭에 버림받은 아이들은 내면세계에 애정적 결함을 안고 있으면서도, 말을 통해 그 흔적을 극복할 가능성도 언제나 가지고 있는 것이다. * 여러 명의 엄마가 있는 가족 형태 내에서 성장한 아이들이 핵가족 형태 내에서 성장한 아이들보다 정신 장애와 정신 의학적 치료를 필요로 하는 비율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 환경이 우호적일 때에는 암컷에 의해서만 번식하는 복제 번식이 경제적이며, 환경이 열악할 때는 태어난 개체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게 해주는 성적 결합이 유리하다. 인간은 모든 점에서 불리한 환경에 놓여 있다. 바로 이것이 인간이 성에 그토록 집착하는 이유이다. * 아빠들이 5개월 된 아이를 돌보는 상황에서 아빠의 존재가 아이의 분리불안을 해소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관찰되었다. 요컨대 아빠가 돌보는 아기들은 미지의 대상에게 좀 더 호기심을 많이 보이는 듯하다. * 아버지란 존재가 자녀의 머릿속에 각인되기 위해서는 자녀가 6개월에서 8개월에 이르기까지의 민감한 시기에 지각되어야 한다. 대상 관계가 맺어지는 이 시기를 놓치면, 아버지란 존재는 자리를 잡지 못하게 된다. * 사실상 엄마가 일하기 위해 밖으로 나갈 때 자녀들이 변하는 까닭은 엄마가 일을 한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라, 사회적 역할의 변화로 인해 애착의 통로가 변경되기 때문이다. * 사랑에 빠졌다가 사랑으로부터 빠져나오는 순간부터 애착이 생겨나는 것이다. * 동공 확대는 성적으로 흥분할 때 신경전달물질인 아트로핀이 분비됨으로써 야기되는 생물학적 현상이다. * 사내 아이들은 여자 아이들에 비해 애정 결핍의 정도가 심하다. * 가정에서 자란 아기들은 낯선 것과 대면하면 흥미를 느끼지만, 가족 없이 자란 아기들은 불안을 느낀다. 그래서 이런 아기들은 뭔가 마음을 안정시켜 줄 수 있는 애착의 대체물을 찾아나선다. 이 때 가장 안정적이면서 영속적인 감각을 제공하는 것이 바로 자신의 신체(자위행위 집착)다. 이런 아동의 정신기제는 바깥세계를 지각하는 것이 아니라, 고통스런 나르시시즘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내향적인 반추 작용에만 기울어져 있다. * 노인은 질소질 유기물의 부족으로 최근에 있었던 일을 기억 속에 잘 고착시키지 못한다. 의식이나 기억에 떠오르는 것은 어린 시절이나 젊은 시절의 일들이다. 노인들이 머나먼 과거의 일로 괴로워하는 것은 생물학적인 이유 때문이다.
"관찰자는 자신이 조약돌을 관찰하고 있다고 믿지만, 사실은 조약돌이 자신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관찰하는 셈이다"
저자가 서문에 쓴 말인데 처음에는 무심코 넘어갔지만 책을 읽으면서 곰씹어 보니 참 의미심장한 말이더군요. 이 책을 읽는 분들은 위의 말을 염두에 두고 읽으시면 더 재미있을 겁니다.
이 책의 단점은 원저가 오래된 책이라서 그런건지, 번역이 잘못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딱딱한 문체 때문에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는 겁니다. 읽으실 분들은 이 점을 감안하셔야 합니다. 책상머리에서 집중해서 보면 상관없지만 출, 퇴근 길에 대중 교통을 이용하면서 틈틈히 읽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책입니다. 계속 흐름을 놓치는 바람에 저도 다 읽는데 평소보다 오래 걸렸습니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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