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밖으로 나와서 두리번거리니 공항 직원이 택시를 탈거냐고 물어옵니다. 목적지를 물어보길래 미리 예약한 호텔 이름을 알려주니 taxi를 불러서 택시 기사에게 알려줍니다. 타이의 첵랍콕 공항과 비슷한 시스템인 것 같습니다. 타이처럼 체계적이지는 않습니다만...
제가 예약한 호텔이 구 아바나 시가지에 있는데 택시비로 25페소를 냈으니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택시비는 대강 그 정도에서 결정되는 것 같습니다. 노란 택시였는데 깨끗합니다. 쿠바의 택시가 모두 이 정도 수준인 것으로 알고 안심했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이 택시가 쿠바에서 탄 것 중 상태가 가장 나은 택시였습니다;;;;
아바나 시내의 도로는 차가 많지 않아서 그런지 조용한 편이고 속도를 내는데도 어려움은 없지만 순도가 높지 않은 휘발유를 연료로 사용하는지 매연 냄새가 장난이 아닙니다. 네팔의 카트만두를 연상케하는 수준이었습니다. 나름 산유국인데 얼마나 비싸게 수출하길래 국내에서 사용하는 휘발유가 이렇게 엉망인지 모르겠습니다.
공항에서 40분 정도를 달려 미리 예약한 Raquel 호텔에 도착했습니다. 25페소에 팁으로 2페소를 얹어 27페소를 지불하고 내렸는데 Raquel 호텔이 차량 접근 금지 구역(일종의 보행자 전용 구역) 내에 있어 택시 기사가 손짓으로 알려준 길대로 찾아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무슨 착오가 있었는지 호텔 reception의 직원이 난감한 표정을 짓더니 제가 예약을 부탁한 agency가 실수를 해서 저희가 묵을 방이 없다고 하더군요(드디어 악몽의 시작~). 대신 추가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근처에 있는 동급의 호텔로 방을 구해주겠다고 합니다(하지만 이미 기분은 상할 대로 상한 상태. 왜냐하면 Raquel 호텔이 호텔평가사이트의 리뷰를 보고 신중히 고른 호텔이었거든요).
어쨌거나 방이 없다는데 계속 서 있을수도 없어서 호텔 직원의 안내로 한 블럭 정도 떨어진 Conde de Villanueva 호텔로 옮겼습니다(결국 인터넷 예약 대행을 한 Hoteltravel.com의 실수로 판명이 나 나중에 하루 숙박비를 환불 받았습니다). 내일 오전에 agent가 와서 사정을 설명한다는 말을 들었지만 사실 믿지는 않았습니다. 인터넷 연결이 형편없어 예약 대행 사이트가 스페인이나 프랑스에 있는데 어떻게 agent가 호텔로 찾아와서 직접 설명한다는 말입니까. 될 법도 아닌 이야기죠.
Conde de Villanueva 호텔은 Raquel 호텔과 마찬가지로 3성급 호텔이지만 분위기부터 전혀 다릅니다. 부유층의 빌라로 사용하던 것을 개조해 호텔로 만들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운치는 있을 지 모르겠지만 편의 시설이 아주 부족합니다.
보시는 것은 비날레스로 떠나기 전까지 이틀을 묵었던 객실인데 천장은 높아서 답답하지 않지만 가구도 낡았고 뭐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습니다. 사실 물자가 부족한 쿠바에서 깔끔한 뭔가를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입니다만;;;;;;
욕실과 화장실이 객실과 천장이 이어져 있는 특이한 구조입니다. 아니할 말로 X싸는 소리가 침대에서 들린다는... ㅡㅡ;;;;
어쨌거나 치밀어 오른 화도 삭일 겸 시차 적응도 할 겸 조금만 자고 움직이기로 했습니다. 창 밖에서 흥겨운 음악 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자장가 삼아 2시간 30분 정도 자고 7시 30분이 되어 일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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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쿠바에 들어가는 방법은 대략 세 가지 정도로 나눌 수 있습니다. 1) 인천 -> 토론토 -> 아바나, 2) 인천 -> 밴쿠버 -> 토론토 -> 아바나, 3) 인천 -> 칸쿤 -> 아바나, 이렇게 세 가지 코스입니다. 뒤로 갈수록 항공료가 싸고 대신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저는 캐나다 토론토에 지인이 사는데다 항상 그렇듯이 돈보다는 시간을 아끼는 것이 더 중요했기 때문에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첫번째 코스를 선택했습니다. ㅠ.ㅠ
쿠바는 미국의 적성국으로 아직도 경제 봉쇄를 당하고 있기 때문에 직항편이 없습니다(미국의 시다바리인 우리나라가 쿠바에 직항편을 운행할 리가 없죠).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앞으로도 직항편이 생길 것 같지는 않으니 계속 불편함을 감수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인천 -> 토론토 구간은 대한항공을 이용했고 토론토 -> 아바나 구간은 에어 캐나다를 이용했습니다.
에어 캐나다는 스타 얼라이언스 가입 항공사라서 아시아나에 제휴 마일리지 적립이 가능합니다.
비행 시간은 인천에서 토론토까지 12시간 30분에 토론토에서 아바나까지 3시간 30분 정도 걸리니 대략 16시간 정도됩니다. 왕복 32시간이니 꼬박 하루하고도 1/3일을 비행기에서 보내야 합니다. 이게 가장 빠른 건데 그럼 대체 경유하면서 보낼 거 다 보내면 어느 세월에 쿠바에 간다는 건지 참...
* 항공료(2010년 10월 기준)
1) 인천 <-> 토론토(대한항공) : 1인당 2,279,900원(정말 후덜덜하게 비싸죠. ㅠ.ㅠ)
2) 토론토 <-> 아바나(에어 캐나다) : 1인당 721.16(CAD) = 816,047원
2인 기준으로 항공료만 620만 원이 드니 왜 쿠바가 먼 나라라고 하는지 알겠습니다;;;;;
* 대략 일정(11월 30일 출국 ~ 12월 13일 입국)
- 11월 30일 저녁 캐나다 토론토 도착
- 12월 1일 토론토 근교 둘러보면서 시차 적응
- 12월 2일 오후 쿠바 아바나 입국
- 12월 3일 아바나 익히기
- 12월 4일 오전 비날레스로 이동(비아술 버스)해 초단기 투어를 하고 곧바로 마리아 라 고르다(택시)로 이동
- 12월 5일 마리아 라 고르다에서 휴식
- 12월 6일 아침 삐나 델 리오에서 아바나로 이동(택시)했다가 오후에 다시 산타클라라(비아술 버스)로 이동
- 12월 7일 산타클라라를 둘러보고 저녁에 바라데로로 이동(택시)
- 12월 8일 바라데로에서 휴식
- 12월 9일 오전 아바나로 이동(비아술 버스) 후 투어
- 12월 10일 오후 쿠바 출국 -> 캐나다 재입국
- 12월 11일 나이아가라 폭포 투어 후 밤 비행기로 출국
- 12월 13일 새벽 인천 공항 입국
거의 2주나 되는 일정으로 지금까지의 해외 여행 기간 중 가장 길었지만 캐나다를 들러오는 일정이 포함되는 바람에 정작 쿠바에서 보낸 것은 8박 9일입니다. 그래도 꽤 긴 기간이었죠.
그런데 이 여행 기간 동안 지금까지 여행을 다니면서 겪어본 황당한 사건들을 모두 합쳐놓은 것만큼의 사건 사고를 경험하게 됩니다. 아주 파란만장했습니다.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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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YES24
Lonely Planet 시리즈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차례 소개한 바(
'터키 여행 준비편',
'그리스 여행 준비편',
'체코 여행',
'네팔 여행') 있습니다. 2006년 이후로 매년 여행을 준비할 때마다 반드시 살펴보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시리즈가 서양인의 시각 중심으로 씌여 있어 이 책에 맞춰 여행을 하게 되면 다소 편협한 시각으로 여행하는 나라를 보게 된다는 비판도 있지만 그렇게 따지자면 선입견과 편견에서 완벽히 자유로운 여행 관련 서적이 어디 있겠어요?
아직까지 Lonely Planet 만큼 세부적인 정보가 충실하고 믿을 만한 가이드북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저는 주로 Lonely Planet 최신판으로 여행의 기본 얼개를 구성하고 몇 가지 다른 책이나 블로그의 여행기를 참고해 보강하는 식으로 여행 준비를 해 왔습니다.
Lonely Planet 시리즈를 읽을 때마다 제가 탄복하고 또 신뢰하는 부분은 무엇보다도 정밀한 지도입니다. 누가 쓴 것이든 지도만큼은 현지에서 구한 지도보다 정확할 때가 많습니다. 과장을 좀 보태자면 아이폰의 나침반 어플과 Lonely Planet만 있으면 어디에 떨어뜨려놓아도 목적지를 찾아서 갈 수 있을 정도입니다.
지금까지도 Lonely Planet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지만 쿠바 여행은 더 더욱 이 책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쿠바 여행을 준비해 보시면 아시겠지만 정보가 너무 없습니다. 제대로 된 가이드 북은 이 책을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되고 블로그를 아무리 뒤져도 대개는 배낭 여행자의 여행기이기때문에 시간이 부족해서 타이트한 동선을 짜야 하고 숙소와 교통편을 미리 예약하고 가야 하는 저와 같은 직장인들을 위한 정보는 찾아보기 힘이 듭니다.
그래서 쿠바 여행을 준비하면서는 거의 이 책에 의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쿠바 편의
장점은 다른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상세한 지도와 꼼꼼한 체크 포인트입니다. 특히
올드 아바나와 센트로 아바나의 walking tour가 괜찮았습니다. 네팔에서의 walking tour course만큼은 아니었지만요.
단점은 사소한 것으로는 다른 시리즈와 달리
저자가 상당히 과장적인 문구를 많이 썼기 때문에 쉽게 읽히지 않는다는 점과
급변하는 물가가 제대로 반영되어 있지 않아 비용 산정에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들 수 있겠고 좀 더 심각한 것으로는
지나치게 아바나 위주로 소개되어 있어 그나마 한국인들이 많이 방문하는 비날레스와 산타 클라라만 해도 정보가 너무 부족하다는 점을 들 수 있겠습니다. 특히 비날레스는 알고 보면 상당히 볼 곳이 많은 곳인데도 이 책에는 충분히 소개되어 있지 않더군요.
그럼에도 이 책의 상세한 지도만 챙겨가도 충분한 가치가 있기 때문에 쿠바 여행을 준비하는 분들께 추천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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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일정 때문에 미루어두었던 휴가를 떠납니다.
오늘(11월 30일) 밤 비행기로 쿠바 여행을 다녀올 예정입니다. 쿠바로 가는 직항이 없어서 캐나다 토론토를 거쳐 들어갑니다. 가는 김에 캐나다에 사는 지인도 보고 올 예정이고요.
11월 30일에 떠나서 12월 13일 새벽 비행기로 돌아올 예정이니 12월 13일 오전에는 연락이 가능합니다.
supervision 일정은 미리 공지했지만 혹시 긴급한 supervision이 필요한 분들은 13일 오전에 연락주세요.
쿠바는 인터넷 인프라가 취약해 아무래도 메일 확인을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습니다. 그러니 긴급한 연락은 휴대폰(꼭 시차를 확인하시고요. ㅠ.ㅠ)으로 하시기 바랍니다.
수도인 하바나에서 시작해 비날레스, 산타 클라라, 바라데로를 순서대로 돌아보고 올 예정입니다. 주변의 눈치가 심하게 보일 정도로 휴가를 길게 뺐는데 쿠바가 워낙 먼 곳인데다 캐나다에서 3박을 할 예정이기 때문에 생각보다 실속이 별로 없네요. ㅠ.ㅠ
그래도 카리브해 연안의 국가는 처음이라 기대가 됩니다.
건강히 잘 다녀오겠습니다. ^______^
* 무사히 잘 다녀왔습니다. 오늘 새벽 비행기로 도착해 여독 풀랴, 여행 뒷정리 하랴, 바쁘게 하루를 보냈습니다. 여행을 많이 다녀본 것은 아니지만 가장 스펙터클하고 파란만장한 여행을 했습니다;;;; 여행기를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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