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묘지를 떠나려고 하는데 마침 성 베드로 바울 성당에서 결혼식이 끝난 것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마침 저희가 방문한 날이 토요일이라서 그런지 운이 좋게 결혼식을 볼 수 있었습니다.
성당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네요. 신랑이 대머리이기는 하지만 훤칠하니 잘 생겼습니다.
현악 4중주단(이걸 quartet이라고 하던가요?)의 연주가 흥겹습니다. 사실 이 날 바람이 좀 심하게 불어 추웠는데도 아주 흥겹게 분위기를 이끌더군요.
신랑, 신부도 같이 어울려서 즐기네요. 보기 좋습니다.
성 베드로 바울 성당은 결혼식이 있으면 입장 불가입니다. 또 매주 화요일은 입장을 할 수 없으니 방문할 분들은 참고하세요.
성당을 뒤로 하고 언덕을 내려오는 길은 이미 떨어진 낙엽으로 인해 분위기가 상당히 고즈넉합니다. 가을 분위기가 물씬하죠.
중간 즈음에 블타바 강을 굽어볼 수 있는 작은 전망대가 있는데 거기에서 강을 배경으로 사진을 많이 찍습니다. 물론 저희도 질세라 찰칵~
잘 보시면 아래에 트램길이 지나갑니다.
비셰흐라드 밑에서 블타바 강변까지 내려오는데 걸어서 5분도 채 안 걸립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카를교까지는 걸어서 대충 1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는데 일단 좀 걸어보고 너무 멀면 트램을 타기로 했습니다.
구름이 아주 예술입니다.
벤치도 포스가 만만치 않습니다. 고래를 형상화한건지 모르겠는데 노숙자에게는 애로가 꽃피겠는데요?
과거에는 누군가를 태웠을 조각배도 물결따라 흔들흔들합니다. 날씨가 그래서 그런지 배가 강물에 착 달라붙어 미끄러지듯이 움직이는 느낌이네요.
블타바 강변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비둘기, 오리, 백조가 엄청나게 몰려 있는 곳이 나옵니다. 사람들이 빵조각을 뜯어서 주는 모습을 볼 수 있죠. 보시는 것처럼 한 마리만 보면 우아한데 백조도 떼로 몰려서 던져지는 빵조각에 따라 우왕좌왕하니 영 모양이 나지 않네요.
날씨가 영 심상치 않고 다리도 아프기 시작해서 남은 거리는 트램을 타고 이동하기로 했습니다.
음식 지참과 휴대폰 통화는 안 되는데 반려 동물은 가능하다는 의미일까요?
트램의 내부는 버스와 지하철의 중간 형태인데 날씨가 꾸물거려서 그런지 토요일인데도 한산합니다.
시내로 들어가는 길에 점심도 먹어야겠고 그래서 지하철로 갈아타고 어제 사람이 많아서 헛걸음을 한 U Vejvodu에 가 보기로 했습니다.
U Vejvodu는 Mustek역에서 내리면 금방입니다. 음식점이라기보다는 Pub에 가까운 분위기죠. 점심 시간이라서 기다리는 사람이 또 많을까봐 은근히 걱정했는데 의외로 자리가 있더군요. 평소에도 저녁보다 점심이 사람이 더 적은지도 모르겠습니다. 족발(pecene kolno)과 필스너 다크 맥주를 주문했습니다. U Vejvodu는 족발로 유명한 집(무려 400년 역사!)이니 당연히 족발을 먹어야겠지요.
우선 쌉싸름한 필스너 다크 맥주로 목을 축여주시고. 풍부한 거품이 예술입니다.
드디어 그 유명한 족발(pecene kolno)이 나왔습니다. 꼬치에 꿰어 나오는데 직접 칼로 썰어서 아래 보이는 4가지 소스 중 하나를 찍어서 먹습니다. 육질이 야들야들하고 아주 연해요. 입맛에 따라 조금 느끼하다고 느끼실 수 있겠습니다만 저는 아주 맛있었습니다. 쌉싸름한 필스 다크너와 아주 잘 어울려요.
족발이 259K, 필스너 다크 맥주 1잔이 29.9K였습니다. 맥주는 비교적 저렴한데 족발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좀 나와주시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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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셰흐라드 성벽을 뒤로 하고 내려오면 비셰흐라드 공동 묘지를 만나게 됩니다. 비셰흐라드 공동 묘지는 성 베드로 바울 성당 바로 옆에 있습니다.
비셰흐라드 공동묘지는 묘지라기보다는 조각 공원 같은 인상을 풍깁니다.
묘비가 거의 예술품의 수준인 것들이 많죠. 한번 보시겠습니다.
정말 아름답지 않습니까? 고인은 말이 없으나 살아있는 자들에게는 경탄을 자아내는 아름다운 묘석입니다.
이 묘지에는 유명인이 많이 묻혀있는데 그들의 무덤을 찾는 것도 하나의 재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드보르작의 무덤입니다. 상당히 공을 들인 것 같네요. 흉상도 그렇고 말이죠.
호젓한 분위기가 정말 공원같습니다. 관광객들만 없다면 고인들도 편히 쉴 수 있을 분위기입니다.
성 베드로 바울 성당입니다. 이 날 결혼식이 있어 안으로 들어가 보지는 못했습니다만 고딕, 바로크, 아르누보 양식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 내부가 상당히 화려하다고 합니다.
앞서 본 드보르작의 무덤과 달리 스메타나의 무덤은 상대적으로 초라해 보입니다. 주변의 묘석들과 비교를 해 봐도 좀 평범하게 생겼죠.
스메타나 무덤 맞은 편에 보면 무하의 무덤이 있습니다.
왼쪽을 보시면 체코를 대표하는 화가인 알폰소 무하의 무덤이 있습니다.
알폰소 무하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고 싶어 하는 것 같군요.
둘러보다 우연히 네루다의 무덤도 찾았습니다. 검은색의 묘비가 깔끔합니다.
정오가 되니 성 베드로 바울 성당에서 일제히 종소리가 울리는데 무슨 음악 같습니다. 종소리가 이렇게 아름다운 선율과 화음을 만들어 낼지는 꿈에도 몰랐습니다. 정말 환상적이네요. 비셰흐라드 공동묘지를 방문하실 분은 성 베드로 바울 성당 종소리의 교향악을 꼭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놓치면 후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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