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출처 :
YES24
이 책은 2009년 9월부터 12월까지 4개월 간 시사주간지 한겨레21의 ‘노동OTL' 기획을 통해 연재된 기사들을 엮은 겁니다.
기자 4명이 워킹 푸어(working poor)의 현실을 저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며 통계 수치만 들먹거리면서 펜대만 굴려 쓴 것이 아니라 미국의 ‘제임스 아론슨 사회정의 언론상’이 추구하듯이 각각 서울 갈빗집 및 인천 감자탕집, 서울의 한 대형마트, 경기도 마석에 있는 가구 공장, 안산의 난로 공장에 직접 취업해 일을 하면서 밑바닥 노동 현장을 날것 그대로 옮긴 '발로 뛰는' 기사들입니다.
추천사를 쓴 하종강 한울노동문제연구소 소장의 말처럼 우리가 제도권 언론이라고 비아냥거리는 정규직 기자들이 예전 위장취업 활동가들이 했듯이 직접 치열한 노동 현장에 뛰어들어 ‘직접 몸으로 겪은 것'을 통해 이 시대의 숨겨진 워킹 푸어의 현실이 얼마나 비참한지를 우리 앞에 드러냅니다.
박권일 선생의 말처럼 이 책에는 점심식사 후에 4,200원 짜리 카푸치노를 마시며 아이폰으로 트위터를 하는 노동자가 나오지 않습니다. 수백 명 씩 모여 머리에 빨간 띠를 두른 채 일사불란하게 팔뚝질을 하는 노동자도 나오지 않습니다. 대신 마트에서, 갈빗집에서, 가구공장에서 하루 종일 일해 100만 원 남짓한 돈을 손에 쥐는 노동자들의 치열한 일상이 나옵니다.
‘군대 있을 때를 빼면 투표한 적이 없고’, ‘10년 동안이나 휴일 없이 일하다가 자궁에 종양이 생겨서야 휴가를 얻는’, ‘근로계약서를 썼는지도 기억나지 않지만 그래도 용역업체 사장을 인간적으로 믿고 있는’ 그런 노동자들이 나옵니다.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OECD 국가 중 비정규노동, 불안노동 문제가 우리나라만큼 심한 국가는 어디에도 없죠.
이 책을 읽으면서 상상을 초월하는 노동 강도와 열악한 노동현장의 현실에도 충격을 받았지만 자신들의 운명에 순응하고 적응해 살아가는 불안 노동자들의 태도에도 만만치 않게 충격 받았습니다. 하지만 금방 깨닫게 되더군요. 이들에게는 노동조합, 근로기준법 이런 건 안드로메다 보다 더 멀리 느껴지는 다른 세상의 것일 테니까요.
여성 노동자들의 현실은 특히 기가 막힐 정도였습니다. 최저임금도 안 주면서 착취하는 음식점 주인 뿐 아니라 모든 가사 노동까지 떠넘기는 한심한 남편까지 온통 적으로 둘러쌓인 상황에서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몸부림치는 그녀들의 절박함이 느껴져서 참 가슴이 아팠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의 현실과 우리 대부분의 앞에 놓인 노동 현장의 미래를 속살 그대로 보여주는 책입니다. 정신차리고 살자는 의미에서도 이런 책은 좀 읽어줘야 합니다.
닫기
* ‘달인’들과 함께 있는 나는 그들이 달인이어서 슬펐다.
* 악순환을 끊을 방법은 차가운 돈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사실. 그 사실을 알아차린 사람이 조금 늘어났다는 것만으로도 기록은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 대졸자는 정규직을 기다리며 취업을 회피한다. 그러나 4년제 대학을 가지 못한 이들은 일용직과 임시직의 길을 순순히 받아들이다. 이들의 취업률이 대졸자보다 다소 높은 이유다.
* ‘파견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보면, 파견은 200여개 직무로 한정된다. 건강,안전,건설 관련은 절대 파견 금지다. 제조직접공정도 불법이다. 고용 악화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덧. 이 책은 e-book으로 읽었기 때문에 북 크로싱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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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기획재정부에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2MB가 노동유연성 문제를 올해 안으로 해결해야 할 최우선 국정 과제라고 이야기한 모양입니다.
2MB의 망언이야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니 새로울 것이 없다손 치더라도 거기에 부화뇌동해 맞장구 치는 조중동문을 비롯해 매일경제, 한국경제, 머니투데이 등 경제 신문의 낯 뜨거운 찬양 기사는 참으로 눈 뜨고 못 봐줄 지경입니다.
이들은 우리나라가 정규직을 지나치게 보호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들이 정규직 채용을 꺼리게 되고 비정규직을 늘릴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하는데
이정환닷컴의 이정환님이 지적하고 있듯이 그 반대 논리도 가능하거든요. 우리나라의 비정규직 처우가 너무 형편없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정규직 자리를 사수하는데 목숨을 걸 수 밖에 없는거지요. 당장 제 주변만 해도 정규직 자리에서 잘리고 나면 나이 제한, 성별 제한 등으로 유사 직종, 유사 급여로 이직할 수 있는 사람이 하나도 없습니다. 전문직이 아닌 이상 거의 불가능하지요. 다시 고용 시장으로 진입한다고 하더라도 파견직 회사를 통해 비정규직으로 들어갈 수 밖에 없어요.
조중동문이나 경제지들의 작태도 분노를 일으키지만 거기에 힘을 보태는 교수들도 만만치 않아요.
이런 기자, 교수 나부랑이들에게 항상 해 주고 싶은 말이 이겁니다.
"고용 유연화가 그렇게 좋은 거라면 니네부터 솔선수범해서 도입하지 그러냐?"
그래야 기사의 질도 올라가고 비싼 등록금을 내는 학생들에게 양질의 강의를 제공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차마 자기에게는 적용할 수도 없는 주장을 서슴없이 하는 인간들을 보면 뻔뻔해서 그런 건지, 멍청해서 그런 건지 헷갈릴 때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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