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 무렵에 리조트로 돌아와 간단히 씻고 저녁을 먹으러 나갔습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잘 몰랐는데 길리섬이 원래 아름다운 노을로 유명하고 특히 Mahamaya Resort는 서향이라서 노을을 감상하며 로맨틱한 저녁을 먹을 수 있는 곳이라서 미리 저녁 식사를 예약하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그래서 제가 나갔을 땐 이미 해변 바로 앞 자리는 모두 예약된 상태였습니다(그래놓고는 다들 정작 노을이 다 지고 캄캄해진 다음에나 나타났다는;;;;;). 그래서 그 다음 열의 자리에 앉았죠.
일단 빈땅 맥주 큰 것(60,000루피아)으로 목 좀 축이고...
에피타이저로 Lombok Lumpia Spring Roll(일종의 비건 춘권)부터 주문했습니다(45,000루피아). 맛있어요. 배고픈데 따뜻할 때 먹어서 그런지 더 맛나네요. 양이 적은 게 유일한 흠. 게다가 두 명 테이블인데 3개를 주다니 너 죽고 나 살자 식으로 알아서 먹으라는 이야긴지 ㅡㅡ;;;;;
그 다음에 나온 홈메이드 뇨끼(homemade Gnocchi)입니다(95,000루피아). 바질 페스토가 신선하기는 하지만 느끼해서 그런지 엄청나게 맛있지는 않았습니다. 취향에 따라 호오가 많이 갈릴 음식이네요. 저는 추천하기 어렵겠습니다.
Thai 두부 그린 커리(95,000루피아)입니다. 딱 비쥬얼 보고 느끼할 것으로 각오했는데 왠걸, 전혀 아닙니다. 일단 두부 식감이 우리나라 두부처럼 찰지고 밥도 안남미처럼 푸슬푸슬하지 않아서 맛은 커리지만 식감이 비지 찌개 먹는 느낌이더군요. 괜찮았습니다.
노을이 근사하게 물들고 있습니다. 조명도 예쁘죠.
바람에 따라 조명이 흔들리는 길리 메노섬 저녁 풍광이 궁금한 분들만 클릭~
분위기도 좋고 해서 칵테일도 한 잔씩 시켰습니다. 왼쪽이 피나콜라다(110,000루피아), 오른쪽이 마하마야 Sundowner(100,000루피아). 피나콜라다야 누구나 아는 그 맛인데 저는 선다우너가 달달하니 맛있더군요. 분위기가 좋으니 술이 술술 들어가더이다.
해가 완전히 넘어갔는데도 해변 앞 자리를 예약한 손님은 올 생각을 않습니다;;;;
이날도 노을이 아름답기는 했지만 그 다음날이 훨씬 더 아름다웠죠.
롬복도 그렇고 길리도 그렇고 모기가 많아서 전자 모기향 뿐 아니라 모기 기피제는 꼭 가져가야 합니다. 필수에요. 작은 모기라서 물렸을 때 많이 가렵거나 붓지는 않지만 그래도 꽤 신경 쓰입니다. 그게 싫으면 긴 팔 상의에 긴 바지를 입어야 하는데 길리섬은 저녁에도 30도에 육박하니 더워서 그렇게는 못 하거든요.
멋진 노을을 보며 근사한 저녁 만찬을 즐기고 난 뒤 객실로 돌아와 씻고 메일만 확인한 후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내일은 드디어 본격적인 스노클링을 할 예정입니다. 기대가 되네요.
덧. 길리에서 자주 쓰게 될 회화 한 자락 소개합니다.
- 고맙습니다 : 끌리마 까씨
- 천만에요 : 싸마싸마(이거 어감이 참 재미있어요. 입에 붙어서 자꾸 따라하게 됩니다)
- 거북이 : 꾸라꾸라
닫기
* make-up room 비용 : 10,000루피아
* private boat 대여료 : 700,000루피아
* 점심값
- 펜네 파스타 : 90,000루피아
- 믹스드 샐러드 : 65,000루피아
- 발라드 테룽 : 85,000루피아
- 라임 주스 : 35,000루피아
- 워터멜론 주스 : 35,000루피아
= 310,000루피아
* 음료수값
- 콜라 : 20,000루피아
- 워터멜론 주스 : 40,000루피아
= 69,600루피아(서비스 차이 5%, Tax 11%)
* 거북이 보호 센터 donation : 10,000루피아
* 저녁값
- 롬복 Lumpia Spring Roll : 45,000루피아
- Homemade Gnocchi : 95,000루피아
- Thai 두부 그린 커리 : 95,000루피아
- 빈땅 맥주 큰 병 : 60,000루피아
- 피나콜라다 : 110,000루피아
- 마하마야 선다우너 : 100,000루피아
= 505,000루피아
에어컨이 있는 방을 벗어나기만 하면 땀이 줄줄 흐르는 날씨이니 엄두가 안 나서 사실 맘 같아서는 그냥 방에서 계속 딩굴거리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나중에 후회할 게 뻔하니 한 바퀴 둘러보기나 하자고 채비를 해 나섰습니다.
제가 묵었던 마하마야 리조트 말고도 길리 메노섬에는 저렴하면서도 깔끔한 숙박 시설이 많습니다. 저는 더위를 못 참기 때문에 에어컨이 중요해서 어쩔 수 없이 마하마야에 묵었지만 선택의 폭이 꽤 넓어요.
현대식은 아니지만 현지의 멋을 담뿍 담은 깔끔한 리조트나 방갈로, 카티지 등이 많습니다.
잘 찾아보면 보시는 것과 같은 private house도 있고요.
길리 메노섬은 길리 섬 3총사 중에서도 가장 작아서 해안선을 따라 한 바퀴 도는데 대략 1시간 30분 정도 밖에 안 걸리는 걸로 가이드 북에 나와 있습니다. 저희는 덥기도 해서 일부러 쉬엄쉬엄 걸었고 중간에 쉬기도 해서 그런지 대략 2시간 30분 정도 걸렸네요.
물빛도 예쁘지만 길리 메노섬의 매력 중 하나는 구름이 만들어내는 멋드러진 하늘이지요.
2시간 30분이라고는 해도 워낙 덥고 습하기 때문에 걷기에 만만한 거리는 아닙니다. 수분 섭취를 위해 물은 반드시 들고 가야 하고 아예 수영복이나 래쉬 가드를 입고 다니다가 더울 때마다 바다에 들어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당연하겠지만 해안을 따라 리조트나 레스토랑이 전진배치되어 있어 해안에는 정박되어 있는 모터보트 등이 많습니다.
정말 그림 같은 풍광이죠?
해안을 따라 걷다 보면 만날 수 있는 카페나 레스토랑도 view는 좋지만 대개는 에어컨이 없기 때문에 만만치 않은 walking tour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아기자기한 볼거리가 많기 때문에 심심하지는 않습니다.
예전이었으면 누군가 앉아서 담소를 나눴을 탁자와 의자들입니다. 풍파에 다 낡아서 지금은 사용하지 못하지만 한 때는 누군가의 낭만적인 저녁을 책임졌겠지요.
길리 여행기를 시작하면서 말씀드렸지만 길리 메노섬은 고양이 섬입니다. 개에 비해 고양이가 압도적으로 많고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아서 길냥이인데도 부르면 달려와서 헤벌레 드러눕습니다. 이 녀석도 그랬는데 보시는 얼굴과 몸의 흔적은 때나 얼룩이 아닙니다. 전부 물리고 뜯긴 상처입니다. 얼마나 치열하게 영역 싸움을 했는지 역력히 드러나는 모습이죠. 역전의 용사다웠습니다. 사람으로 따지자면 백전노장이 뒤집뒤집하는 모습이었기에 얼마나 생경하던지;;;;
냥이들이 붙임성이 좋아서 사람을 피하지도 않지만 대부분 TNR이 되어 있습니다. 위의 냥이도 보시는 것처럼 오른쪽 귀에 TNR 표식이 있죠.
이처럼 다니다 보면 사람들과 거리를 두지 않고 아무데서나 마음 편하게 드러누워 쉬는 고양이를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작은 섬이라고는 해도 관광지인데도 사람이 워낙 없어서인지 해변이 대체로 한적합니다. 길리 메노섬 어디에도 북적이는 기운이 없어요.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 주변으로 한가로이 말을 타고 가는 모습이 잘 어울리네요.
해변을 따라 시계 방향으로 한 바퀴를 일주했습니다. 역시 구름이 예술이에요.
길리섬 3총사 중에서 가장 작고 사람이 드물다고는 해도 엄연히 관광지이기 때문에 ATM기 정도는 있죠.
중간에 잠시 다리를 쉬고자 섬의 동쪽 해변에 있는 카페에 들렀습니다. 콜라 한 잔에 20,000루피아, 일용할 양식인 워터멜론 주스는 40,000루피아네요. 마하마야 리조트 레스토랑의 워터멜론 주스값이 35,000루피아이니 여기가 오히려 비쌉니다. 게다가 service charge 5%에 tax가 11%가 또 붙기 때문(마하마야 리조트는 모든 tax가 포함된 가격임)에 훨씬 더 비싸다고 할 수 있겠죠. 이 때 마신 음료값을 보고 앞으로는 가능하면 리조트 내 레스토랑에서 해결해야겠다고 결심했더랬습니다.
조금 더 걷다보면 애기 거북이들을 방생하기 전까지 보호하는 시설이 나타납니다. 누가 지키고 그런 건 아니고 donation으로 운영하는 것 같더군요.
귀여운 애기 거북이들이 힘차게 헤엄치면서 놀고 있습니다.
요건 다른 종류의 거북이. 거북이를 이렇게 가까이서 본 적도 없지만 거북이들이 굉장히 활발하게 헤엄쳐 다녀서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어딘가에 갇혀 있는 동물이 이렇게 활발히 움직이는 걸 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거북이가 즐겁게 헤엄치는 모습을 보실 분만 클릭~
저도 기분좋게 10,000루피아를 기부하고 다시 길을 나섰습니다.
길을 걷다 보면 신선한 코코넛을 쌓아놓고 파는 걸 볼 수도 있습니다. 1개에 3만 루피아.
길리 메노섬에는 동력 교통 수단이 없기 때문에 멀리 가려면 대부분 이렇게 생긴 마차를 불러서 타고 갑니다. 물론 저희는 비건이기 때문에 이것도 안 타고 걸어다녔지만요.
보시는 것처럼 짐을 싣고 있는 카트도 말이 끕니다.
길리 메노섬 공용 선착장의 public boat의 모습입니다. 현지인이나 관광객들을 태우고 다른 섬을 연결하기도 하고 보시는 것처럼 건축 자재나 일용품을 부리기도 합니다.
마하마야 리조트는 길리 메노섬의 북쪽(정확히는 북서쪽)에 위치하고 있는데 북쪽은 산호 해변이고 남쪽은 화이트 샌드 해변입니다. 그래서 시계 방향으로 길리 메노섬을 한 바퀴 돌면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해변이 고운 모래로 바뀌는 걸 볼 수 있습니다.
풍광이 좋은 곳은 여지없이 리조트나 개인 별장을 지어놓았어요.
마하마야 리조트 다음으로 시설이 고급스러워 보이는 리조트를 만났습니다. 스타일이 좀 비슷하달까요.
해변가에 있는 정자에서 빈땅 맥주를 마시며 노을 지는 걸 구경하면 세상 시름을 다 잊을 수 있겠지요.
해변을 걷다가 우연히 만난 게 한마리. 위장색이 어찌나 치밀한지 저는 미처 알아보지 못하고 지나쳤는데 눈썰미가 좋은 반려인이 찾았습니다. 바로 앞에 카메라를 들이대고 찍는대도 몰라볼 것으로 생각했는지 태연하게 일광욕 중이네요.
마하마야 리조트 앞의 해변과는 사뭇 다른 모습입니다. 이건 확실히 해변같죠. 대신 푹푹 빠져서 걷기에는 좀 불편합니다. 모든 게 일장일단이 있어요~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습니다.
이때는 잘 몰랐지만 길리 메노섬의 일몰은 그야말로 명불허전이더군요. 제가 지금까지 봤던 멋진 일몰 풍경으로는 코타 키나발루와 네팔을 치는데 길리 메노섬의 일몰도 그에 못지 않았습니다. 다음 여행기에서 보여드리겠습니다.
이번 인도네시아 길리 여행은 11시에 출발하는 항공권을 예약하기는 했지만 공항에서 외투 보관도 해야 하고, 포켓 와이파이도 수령해야 하기 때문에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고양이 네 마리도 미리 챙기고 가야 하니;;;
그래서 어쩔 수 없이 5시 30분에 일어났습니다. 그래도 짐을 미리 싸놓았기에 다행이었죠. 6시 50분에는 집에서 나올 수 있었습니다. 7시 15분에 공항버스 리무진을 탔고요. 새벽 기온이 영하 6도라서 그런지 길에서 버스를 15분 정도 기다렸는데 몸이 다 얼었네요.
인천 공항까지의 요금을 9.000 원으로 알고 있었는데 결제하면서 보니 8,800 원이네요. 설마 200원 할인?
버스를 기다리며 추위에 떨었더니 잠이 쏟아져서 인천 공항까지 꿀잠을 자면서 갔습니다.
8시 25분 쯤 공항에 도착해 발권하러 카운터(가루다 항공은 D카운터)로 직행했습니다. 초극성수기인데도 예상했던 것만큼 공항이 붐비지는 않더군요. 발권하면서 항공사 직원에게 물어보니 하물며 만석도 아니라고 합니다. 대체 얼마만에 만석아닌 항공기에 타 보는 건지 기억도 안 나네요;;;
이건 여담인데
가루다 항공은 승무원도 데스크 직원도 모두 매우 친절합니다. 호감도 상승이네요.
1층으로 내려가 와이드모바일 booth에서 포켓와이파이 에그를 수령한 후 다시
3층 M카운터 뒤에 위치한 대한통운에서 외투를 맡겼습니다. 외투 보관 비용은 1일 1개 3,000 원입니다. 2,000 원으로 알고 갔는데 그새 가격이 오른 듯 합니다. 그냥 택배 박스에 넣어서 보관하기 때문에 모피 코트나 고급 의류를 맡기는 사람이라면 기분이 나쁠 수도 있겠더군요.
반팔 차림인데도 공항 내 난방이 잘 되기도 하고 이번 여행 때는 캐리어 없이 배낭으로 짐을 꾸렸기 때문에 배낭을 메고 다니니 별로 춥지는 않았습니다.
출국 심사를 마친 뒤 셔틀 트레인을 타고 109 탑승동으로 이동해
121 탑승구 앞에 있는 롯데 면세점에서 어르신 선물로 산 면세품을 인도받고 앞에 있는 면세점에서 여행지에서 많이 사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썬 스프레이를 구매하려고 물어봤지만 파는 곳이 거의 없고 드물게 있는 판매점에서는 너무 큰 대용량 용기 밖에 없어서 포기했습니다(그래도 살 걸 그랬습니다. 인도네시아 현지에 가 보니 자외선 차단제를 수시로 발라야 하더라고요).
공항에 일찍 도착해 여기저기 바지런히 돌아다니느라고 출출한데다 시간도 좀 있기에 푸드코트의 퀴즈노스(이상하게 요새 자주 가게 됨)에서 베지 라이트와 콜라로 배를 채웠습니다.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하늘이 청명합니다;;;; 베트남 항공을 탈 건 아니고 저는 가루다 인도네시아 항공을 탑니다.
10시 25분 비행기 탑승.
대한항공, 아에로플로트 공동 운항편인데도 승객이 별로 없습니다. 너무 한산하네요. 2 X 3 X 2 항공기인데 신혼부부나 연인들이 대부분이라 배려한답시고 창가에 몰아넣어기에 가운데 좌석은 텅텅 빈 채로 갔습니다.
허브 공항으로 가는 게 아니라서 그런지 롬복의 화산 폭발 여파로 여행자가 급감해서 그런건지 잘 모르겠지만 여하간 이렇게 한산한 비행기는 정말 오랜만에 탔습니다.
탑승 마감은 10시 45분에 했는데 정작 비행기는 11시 20분이나 되어 출발했습니다(원래는 11시 5분 출발).
이륙하자마자 기내 이용품 세트를 나눠주네요. 안대, 수면양말, 이어플러그 세트가 들어있습니다. 당연히 수면 양말로 냉큼 갈아신었고 수면 안대와 이어플러그도 잠 잘 때 아주 유용하게 잘 썼습니다. 생수와 물티슈도 나눠줬는데 그건 나중에 쓰려고 짐에 챙겨 넣었고요.
국제선 항공이라서 그런지 개인 LCD 스크린도 있네요.
음료 카트가 먼저 지나가기에 빈땅 맥주하고 믹스 너츠를 주문했습니다. 믹스 너츠는 별로 기대하지 않았는데 독특한 향도 괜찮고 맛있네요. 빈땅은 필스너에서 생산하는데 무난한 맛입니다. 향이 너무 강하지 않아서 믹스 너츠를 안주로 마시기 딱 좋았습니다.
기내식을 먹을 시간입니다. 항상 그렇지만 비건식(VGML)이 먼저 나왔구요. 왼쪽 위의 콜드 샐러드는 맛은 괜찮았지만 너무 차게 나와서 별로더군요. 과일은 당도도 높고 훌륭했고요. 메인 음식은 좀 느끼한데 바질 페스토를 뿌려 먹으니 먹을 만 합니다. 비건 마아가린을 발라 먹는 빵도 그런대로 괜찮았고요. 완전 비건식치고는 전반적으로 양호한 구성입니다. 비건이 아닌 경우에도 추천할 수준은 아니니 비건이 아닌 분들은 try하지 마세요. :)
식후 커피는 티백 커피인 듯 합니다. 이건 비추천입니다. 차라리 차를 마시는 게 낫습니다.
항상 느끼는거지만 여행 초반에 비행기를 타고 가면서 내려다보는 풍광은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어느새 발리에 다 왔습니다.
발리의 덴파사르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서울보다 1시간 느리네요. 이 정도 시차라면 실시간 문자나 통화도 충분히 가능하겠지요. 출발할 때 인천이 영하 1도였는데 발리는 영상 30도라고 합니다. ㅡㅡ;;;;
덴파사르 공항은 천정이 높아서 비교적 쾌적한 느낌이나 안내판이 잘 구비되어 있지 않아서 길을 좀 헤맸습니다. transit하는 다른 여행자를 따라 갔는데 transfer/transit 안내판만 보고 가면 안 됩니다. 이건 해외 transfer를 하는 사람들을 위한 거거든요. 일단 immigration으로 가서 입국심사를 받아야 합니다.
immigration으로 가는 도중에 원래 'Visa on arrival' 창구에서 visa fee를 내야 하지만 작년 6월에 인도네시아와 비자면제 협정을 체결하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visa fee를 낼 필요가 없게 되었습니다. 그냥 통과하시면 됩니다.
입국 수속은 그야말로 형식적이고 보안 검사도 대충 합니다.
짐 찾는 곳을 지나 세관신고대를 거쳐 공항 청사 밖으로 나가자마자 훅 끼치는 더운 열기가 동남아에 왔다는 걸 실감케 합니다.
발리 현지 시간 오후 5시 25분입니다.
일단 국제공항 청사 밖으로 나온 뒤 transfer line 표지판을 따라 국내선 항공으로 이동합니다. 통로라고는 해도 오픈되어 있어 무지 덥네요. 게다가 domestic terminal까지 꽤 멉니다.
domestic terminal을 구석에 박아놔서 추레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는 않습니다. 굉장히 넓고 면세점도 많으며 요기를 할 음식점도 고루 갖추고 있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꼭 기념 사진을 찍는 포토존입니다. 뭔가 싶어 설명을 읽어보려고 안내판을 찾아봤지만 없네요.
6시 40분 쯤에 저녁을 먹었습니다. 발리 국내선 공항에 음식점이 많기는 하지만 비건에게는 좀 가혹한 환경입니다. 꽤 큰 푸드코트에 들어왔는데
비건이 먹을 수 있는 건 이 메뉴(5만 루피아)가 유일합니다. ㅠ.ㅠ 게다가 같은 팬으로 면을 볶았는지 굴소스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가끔 달걀 후라이 부스러기가 보이기도 합니다. 너무 짜기도 하고요. 비추천입니다.
사진에는 없는데 추가로 주문한 프렌치 프라이가 오히려 바삭하고 맛있습니다. 함께 주문한 오렌지 스쿼시와 레몬 스쿼시는 스프라이트가 아닌 탄산수를 베이스로 해서 좋기는 했는데 잘 섞지 않아서 젓지 않고 마시면 나중에는 맹 탄산수를 마셔야 합니다.
윽~ 프로펠러기입니다. 그나마 대형 항공기이고 새 비행기라는 게 위안이랄까요?
7시 30분 출발에 10분부터 보딩을 하기에 화장실도 못 가고 기다렸는데 활주로로 나가는 버스에서 장시간 대기하는 바람에 정작 비행기는 7시 40분에 출발했습니다;;
2 X 2 항공기입니다. 앞에는 남미인으로 추정되는 애 딸린 가족, 뒤에는 인도네시아 남자 둘이서 이륙해서 내릴 때까지 단 1분도 쉬지 않고 끊임없이 떠드는 바람에 머리가 다 울릴 지경이었습니다. 비행 시간이 45분에 불과해서 다행이었죠.
비행 시간이 짧았기 때문에 기내식 대신 스넥이 나왔습니다. 달걀과 우유가 들어가 있을 게 뻔했지만 호기심에 맛이나 보자고 먹었습니다......만 역시나 느끼하네요.
저녁 8시 25분에 롬복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발리 공항에 비해 훨씬 작습니다. 위상 차이를 느낄 수 있더군요. 활주로에 내려 짐 들고 청사로 걸어 들어가니 곧바로 보안검사대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기도 좀 형식적이네요.
청사 밖으로 나가기 전에 화장실을 이용했는데 아주 깨끗한 편은 아니지만 이용할 만 합니다.
일단 공항 내 환전소에 가서 600불을 환전했습니다. 혹시나 해서 좀 많이 환전했는데 인도네시아 물가를 과대평가했네요. 결과적으로 많이 남았습니다. 환전하면서 보니 간판만 환전소이지 사무실에 아무 것도 없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그냥 의자 하나, 돈 통 하나 놓고 일하네요. 이건 뭐지? 싶었습니다.
자 이제부터 중요한데
롬복 공항에서 이동할 때는 택시를 이용할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저처럼 애매한 시간에 내리면 더욱 그렇죠. 그런데 우리나라처럼 정규 택시는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문을 나서자 마자 볼 수 있는
Airport Taxi booth도 그냥 임대료 내고 장사하는 사설 택시입니다. 제가 볼 때는 택시 회사도 아니고 그냥 민간 드라이버를 연결하고 중계 수수료를 먹는 장사꾼들입니다. 임대료를 내고 들어와 있으니 당연히 흥정은 안 됩니다. 지역에 따라 정해진 금액이 있는가 봅니다. 흥정에 자신이 있으면 오히려 공항 밖으로 나가 진을 치고 있는 드라이버들과 흥정하는게 낫습니다.
저희는 일단 청사 밖으로 나가 정규 택시를 찾았으나 못 찾고 혹시나 싶어 가격을 물어봤는데 셍기기까지 알고 갔던 금액(22만 루피아)보다 터무니 없는, 37만 5천 루피아를 부르기에 두말 없이 공항으로 다시 돌아왔는데(제 등 뒤에 대고 계속 가격을 낮춰 부르더군요;;;) 공항 내 booth에서는 35만 루피아를 부릅니다. 에누리는 없고요. 그러니 잘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저도 처음에는 다시 공항 밖으로 나가서 흥정할까 생각했지만 시간도 늦었고 하루종일 비행기를 타고 이동했기에 그냥 청사 내 택시 서비스를 이용했습니다. 피곤한데 몇 천 원 아끼자고 길바닥에서 승강이하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다행히 차는 새 차인데다 스타렉스급이더군요. 승객도 저희만 있어서 편하게 이동했고요. 문제는 드라이버가 새파란 20대 초반인데 영어를 전혀 못한다는 점;;;; 그건 뭐 바디 랭귀지를 사용하면 되는데 설상가상으로 셍기기 지리도 잘 모르더군요. 미리 예약한 리조트 주소를 영어, 인도네시아 버전(혹시 몰라 인도네시아 말로 번역된 걸 뽑아 갔거든요)으로 보여줬는데도 모르더군요. 아 놔~
더 웃긴 건 제가 이야기 한 직원과도 통화를 했는데 그 사람도 리조트의 정확한 위치를 모른다는 거;;;; 꽤 유명한 리조트였는데도 말이죠. 하는 수 없이 포켓와이파이를 켜서 스마트폰 네비를 사용하려고 했는데 일이 안 되려고 작정했는지 포켓와이파이가 3G망을 잡지 못하더군요. 구글 지도 검색도 안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어찌 일이 이렇게 꼬이나....
결국 셍기기 시내에서부터 외곽으로 나가면서 리조트를 하나하나 뒤져서 찾아냈습니다. 원래 도착 예정 시간보다 30분이 오버되면서부터 저는 그냥 마음을 비웠는데 나중에는 운전기사가 마음이 조급해지는게 눈에 보이더니 예약했던 Living Asia Resort and Spa를 찾아냈을 때에는 자기가 환호성을 지르더군요. ㅡㅡ;;;
밤에 도착해서 잘 몰랐지만 Living Asia Resort and Spa는 초대형 리조트이고 시설도 훌륭한 것에 비해 가격이 정말 너무 착합니다. 다음 포스팅에서 찬찬히 설명드리겠지만 롬복에 가실 분들께는 강추합니다.
다음 날 바로 길리 메노섬으로 이동해야했기에 잠만 잘 요량으로 선착장에서 가까운 리조트를 섭외한 건데 왜 평점이 높은지 알겠더군요. 다음 날 아침에 찍은 객실 사진입니다. 꽤 넓고 쾌적하죠. 채광도 좋고요.
한 쪽 벽에 장식된 조각품도 대충 놓은 싸구려가 아닌 것 같더군요.
객실 뒤로 연결되는 곳(왼쪽)이 욕실인데...
문을 열어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천정이 뚫인 오픈 샤워실이네요? 동남아 리조트에는 이런 시설이 흔하다지만 리조트에 많이 묵어본 게 아니어서 그런지 저는 처음 봤습니다.
아침에 정신 차리고 다시 봤을 때 모습. 오픈된 것도 인상적이었지만 넓이 자체가 굉장히 넓더군요.
그래서 뭐 아침에는 파란 하늘을 보며 샤워를 하는 호사를 누렸지요. ^^
이건 내일 아침 이야기이고 하루종일 비행기를 타고 이동한데다 숙소에 도착하는 여정도 만만치 않게 힘들었기 때문에 싸 간 햇반과 미소국으로 대충 요기하고 씻은 뒤 잠이 들었습니다.
닫기
* 공항버스 리무진(6003) 탑승 : 8,800 X 2 = 17,600 원
* 대한통운 외투 보관 서비스 비용 : 3,000 X 2 X 5일 = 30.000 원
* 인천공항 퀴즈노스 : 베지라이트 small 1, medium 1, 콜라 1잔 = 16,800 원
* 발리공항 푸드코트 저녁
- 베지 메뉴 : 50,000 X 2 = 100.000 루피아
- 오렌지 스쿼시 : 30,000 루피아
- 레몬 스쿼시 : 30,000 루피아
- 프렌치 프라이 : 55,000 루피아
= 215,000 루피아
* 롬복 공항 택시 서비스 : 350,000 루피아
* Living Asia Resort and Spa 포터 팁 : 10.000 루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