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짤방은 11월 중순의 제주도 어느 바닷가)
오늘 내담자 중 한 분이 그러더군요. 대기실에 내담자가 엄청 많던데 북적북적하니까 일 할 맛이 나겠다고.
그런 농담의 여유를 찾았다는 사실이 그 분에게는 다행이지만 그 말을 듣는 제 마음은 좋을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일하는 기관이 잘 되고 바쁘다는 것은 그만큼 도박 중독으로 고통받는 가정이 늘어났다는 것이니 결코 기뻐할 수 일이 아니니까요.
제가 할 일이 너무 없어서 밥 걱정을 하는 상황이 되어야 좋은 것이 아니겠어요?
요즘 들어 인터넷 도박으로 인한 중독과 주식 중독으로 찾아오는 내담자의 수가 부쩍 늘었습니다. 사감위가 말도 안 되는 엉터리 정책인 '총량제'를 들고 나온 이후 불법 도박 사이트가 오히려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있다는 신문기사와 오버랩되면서 마음이 더 답답해지더군요.
지금의 추세라면 조만간 합법적인 사행산업으로 인한 중독자보다 불법 도박으로 인한 중독자가 더 많아질 것 같습니다. 그 때에는 왜 '기관차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는지에 대해 누가 어떤 설명을 할 지 기대가 됩니다.
정신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 꼬라지에 대해서는 포스팅을 자제했습니다만 오늘 공안정국의 시작을 알리는 일이 있었죠.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가 전격 체포되었답니다. 진짜 미네르바인지 견찰의 자작극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명박이가 말하면 오해이고 미네르바가 말하면 허위 사실 유포라니...
참 기분이 거시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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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출범한 이후 좌충우돌, 우왕좌왕 정책 혼선과 각종 실기를 거쳐 내년부터 시범적으로 몇 군데의 치료 센터가 설립되고 향후 전국으로 확대될 예정입니다.
현재 현장에서 일하는 치료자의 수가 태부족인지라 전문가를 교육, 양성, 충원하는 문제가 당연히 대두되었죠. 그런데 일각에서 관련 학부에서 일정 과목을 수강한 후 졸업한 학부 출신을 대상으로 수십 시간의 교육 과정을 거쳐 자격증을 주고 현장에 투입하는 방안을 고려(시험을 보든 말든 별로 차이가 없습니다. 거의 쓸모가 없으니까요)하고 있는 것 같은데 현장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탁상공론의 전형이거나 자신의 입지를 확보하고 시장(이 말 참 마음에 안 들지만)을 선점하려는 파렴치한 짓에 다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처음 도박 중독 치료를 하기 위해 현장에 투입되었을 때,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손꼽힐 정도로 수련 과정이 엄격하고 치열한 수련 병원에서 3년을 수련한 전문가였는데도 상황을 제대로 통제하고 마음의 여유를 갖고 도박 중독자를 대하게 되기까지 3년이 넘게 걸렸습니다. 아마 현장에서 일을 하는 치료자들은 제가 무슨 말을 하는 지 다들 이해하실 겁니다.
그만큼 도박 중독 치료는 어렵습니다. 단순히 도박자가 병에 대한 인식이 없고 재발이 잦아서가 아니라 온갖 다양한 문제가 중첩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도박 중독은 대부분 집중적인 대면 상담을 기반으로 치료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기본적인 상담 기술에 익숙해야 하고 병식이 전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동기 강화 상담을 자유자재로 해야 하며, 인지적 오류 교정을 위한 인지행동치료에 능해야 합니다. 그 뿐만 아니라 재정 파탄으로 인해 나타나는 부부 갈등, 가족 갈등 해결을 위해 부부 상담과 가족 상담을 할 수 있어야 하며, 기본적인 재정 관리와 채무 변제, 법적 문제를 다룰 수 있을 정도의 전문 지식을 요합니다. 무엇보다도 알코올 중독, 우울증, 불안 장애, 자살 위험성 등의 공존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를 정확하게 진단, 평가할 수 있는 전문성과 함께 적절한 시점에서 약물 치료를 포함한 정신과적 치료를 의뢰, 관리할 수 있는 판단력과 전문 지식이 필수입니다. 이러한 상황을 학부 수준의 상담자가 다룰 수 있다고요? 어림 반 푼 어치도 없는 일입니다.
개인적으로 도박 중독 치료를 위해서는 최소한 3년 이상의 정신과 수련을 기본(이것도 제대로 된 수련 기관에서 받았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으로 하는 정신보건전문요원 1급 또는 임상심리전문가 수준의 자격을 갖추고 거기에 집중적인 교육을 통한 재훈련을 해야만 현장 투입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러고도 기관 자체적으로 상당히 intensive한 보수 교육과 사례 관리를 실시해야만 됩니다. 미안하지만 석사 수준의 인력도 도박 중독 치료 현장에서는 물가에 내놓은 철부지나 다름 없습니다. 저 같아도 제 내담자를 못 맡기겠습니다.
그래서 제가 일하는 기관은 모든 전문가가 정신보건임상심리사 1급과 임상심리전문가 자격을 모두 갖추고 있고 2년 이상의 현장 상담 경력이 있는 지원자를 모집합니다. 그러고도 매우 엄격한 면접 절차를 거쳐 전문가를 선발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박사, 교수라도 충분한 상담 경험이 없는 사람은 뽑지 않습니다.
자주 이야기를 하지만 도박 중독 치료자는 누구를 위해 존재합니까? 내 밥그릇을 위해서? 학회를 위해서? 도박 중독 치료자는 도박 중독자와 그 가족의 치료와 재활을 위해 존재하는 겁니다. 그러니 얼렁뚱땅 엉터리 자격증이나 따서 엉덩이 들이밀려는 수작 부리지 말기 바랍니다. 충분한 실력과 전문성을 갖추고 거기에 사명감까지 기본으로 장착한 뒤 도전하기 바랍니다.
덧. 전에도 이야기를 한번 한 적이 있는데 급수가 나누어지는 자격증이 있다면 하급 자격을 가진 사람을 모두 포괄해도 모자랄 정도로 현장의 수요가 정말 많지 않은 이상 일을 할 때 업무의 기준은 대체로 하급 자격이 아니라 상급 자격에 맞추어지게 되고 하급 자격자는 거의 단순 사무 업무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한된 인건비를 갖고 현장의 수요에 대처해야 하니 싼맛에 하급 자격자로 자리를 채우게 되고 제대로 된 치료는 요원하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 심리학회에서 추진하고 있는 중독심리전문가 자격의 하급 자격인 중독 심리사나 중독전문가협회의 중독전문가 2급 자격은 잘못된 정책 판단입니다. 임상심리학회에서 왜 임상심리사 자격을 폐지하고 임상심리전문가 자격 하나로 통일했는지 그 과정을 benchmarking 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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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중독은 절충-통합적 접근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특별히 치료 방법을 가리지는 않습니다. 치료만 된다면 기본적인 원칙을 어기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거의 모든 치료 기법의 유용성을 인정하는 분위기입니다.
그런데 집단치료는 여러가지 면에서 별로 권장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자신이 드러나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도박중독자의 특성 상 자신을 다른 사람에게 노출하는 것을 싫어합니다. 그래서 집단치료를 치료자가 적극적으로 권유해도 받아들이는 도박자가 별로 없습니다. 실제로 2004년에 제가 일하는 기관에서 한국형 치료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치료 효과 검증을 위해 집단 치료를 실시한 적이 있는데 끌고 가느라고 아주 애를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특히 집단 치료 이후에 생긴 후유증을 각 치료자가 개인 치료에서 해결하느라 많이 힘들었죠.
또한 하위 유형이 다양하지 않고 차이점이 별로 없는 알코올 중독이나 약물 중독과 달리 도박중독은 도박의 종류와 합법/불법 여부 등에 따라 매우 다양한 유형이 있고 자칫하면 감옥에서 새로운 범죄 기법을 배우듯이 새로운 도박에 대한 학습의 장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를 제대로 통제하자면 집단 역동을 manage해 본 경험이 풍부한 집단 상담자가 필요한데 현재 국내에는 도박중독 집단치료전문가가 한명도 없습니다.
기법 면에서도 다른 중독에 비해 도박중독의 집단치료기법은 알려진 바가 별로 없으며 workbook 하나 변변한 것이 없습니다. 그런 실정으로 인해 간판은 집단상담 혹은 집단치료를 걸더라도 실제 내용은 집단 강의나 집단 교육을 하게 되는 것이죠. 엄밀히 말하면 그건 집단치료가 아닙니다.
실제로 적용하기에도 여러가지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말 그대로 집단치료이니 여러 사람을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모아야 하는데 직장을 유지하고 있는 도박중독자를 한 자리에 모으려면 주말 시간에만 가능한데 대부분의 치료 기관은 주말에 문을 열지 않습니다. 따라서 11월부터 사감위 중독예방치유센터에서 매주 화요일 3시에 실시하는 집단상담프로그램은 제가 장담하는데 개점 휴업 상태가 될 겁니다(웃기는 것은 가족교육프로그램은 수요일 저녁 7시에 실시하더군요. 가족들의 경우는 대부분 평일 낮시간에도 참여할 수 있는데 말이죠. 효과를 보려면 집단상담프로그램과 시간을 바꿔야죠. 뭘 해도 아무것도 모르는 티가 팍팍 납니다).
물론 평일 낮 시간에 실시하기 위해 거주 시설에 등록된 도박자를 대상으로 할 수 있겠으나 도박자를 위한 거주 시설의 설립 목적이 직업 재활을 통한 사회 재적응이므로 낮 시간에는 직업 교육을 받거나 구직 활동에 나서야 하기 때문에 그마저도 용이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므로 역시 내년에 광역시 별로 시범적으로 설치할 거주 시설에서도 생각보다 집단치료의 실효성을 거두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도박중독의 집단치료는 충분한 준비를 거쳐 신중하게 실시해야 하며 지금과 같이 실적 위주의 날림 시도는 지양해야 합니다. 누구를 위한 치료인지 명심해야 합니다. 도박중독자를 위한 치료가 되어야지, 실적을 위한 치료를 한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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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9월 4일 토론회에서 사감위가 제시한 '해외에서도 문제성 도박자와 중위험 도박자를 합쳐 도박 중독 유병률을 산정한다'는 반박 논리 중 일부입니다.
'영국 포함, 해외에서도 도박 중독 유병률 조사 시, 문제성 도박자(Problem Gambler)와 함께 중위험 도박자(Pathological Gambler)를 포함하여 도박 중독 유병률을 측정한다'
'문제성 도박자와 중위험 도박자를 포함하여 CPGI로 유병률 측정 사례
- 영국 콜롬비아 문제성 도박 유병률 조사(2003)
- 브리티쉬 콜롬비아 문제성 도박 유병률 조사(2003,2008)
- 캐나다 도박문제 전 국민조사(2005)
- 온타리오 문제성 도박 조사(2005)
- 사우스 오스트레일리아 문제성 도박 유병률 조사(2006)'
여기에서 첫 단락의 Pathological Gambler(병적 도박자, DSM-IV에서 사용하는 분류 기준)를 Moderate Risk Gambler(중위험 도박자)와 헷갈리는 것은 차라리 애교 수준입니다. 뭐 정신줄을 놓으면 스펠링을 틀릴 수도 있죠(웃음).
사소한 실수를 하나 더 지적하면 CPGI를 사용했다면서 CPGI 분류에서는 사용하지도 않는 '도박 중독 유병률'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군요. 엄밀하게 말하면 문제성 도박 유병률이라고 해야죠. 자기네들이 사용하는 측정 도구의 사용법도 모르나요?
위의 실수들은 제한된 시간에 날림으로 자료를 작성하느라고 생긴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만 아래의 실수는 더 어이가 없습니다.
문제성 도박자와 중위험 도박자를 포함하여 유병률을 측정한 사례로 든 것들을 하나씩 살펴보자면,
'영국 콜롬비아 문제성 도박 유병률 조사(2003)'가 가장 압권인데 영국의 경우 문제성 도박 유병률 조사를 199년과 2007년 2차례에 걸쳐 실시한 바 있습니다. 2007년의 조사에서 1999년 조사 결과와 비교한 자료도 함께 내놓았죠. 2003년에는 조사를 실시한 바 없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니 영국 콜롬비아? 영국에 그런 지명이 없을텐데요. 알고보니 이 사람들이 캐나다 British Columbia 주에서 2003년에 실시한 유병률 조사를 British라는 말이 들어가니까 영국인 줄 알고 영국 콜롬비아 문제성 도박 유병률 조사라고 한 것이었습니다(바보 아냐?).
그렇다면 캐나다 British Columbia주의 문제성 도박 유병률 조사 결과는 과연 어떨까요? 얼핏 보면 문제성 도박 유병률과 중위험 도박 유병률을 합한 수치를 사용한 것처럼 보입니다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오히려 문제성 도박 유병률을 '고위험 도박 유병률'과 '중위험 도박 유병률'로 구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37p의 표에서 'Moderate/Severe Problem Gambler'라는 범주로 구분을 하고 있고 본문에서도 대다수의 문제성 도박자가 중위험 범주에 속한다는 사실을 강조해서 제시하고 있습니다. 2003, 2008년 자료 어디에도 두 유병률을 합한 수치만을 제시한 곳이 없습니다. 아주 지 마음대로 인용했네요.
다음으로 캐나다 도박문제 전 국민 조사(2005)입니다. 여기에서도 표면적으로는 두 유병률을 합쳐 제시했습니만 역시 내용을 자세히 읽어보면 1990년대에 캐나다에 급속하게 번진 VLTs(Video Lottery Terminals)의 영향에 따른 캐나다 각 주의 유병률 비교를 목적으로 실시한 조사이기 때문에 연구 편의 상 두 유병률을 합쳐 제시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215p Table 2). 그러면서 연구자들은 두 범주를 하나로 합쳐 제시한 것이 논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CPGI 범주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종단 연구와 population-based study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제한점으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 연구에서는 혼란을 막기 위해 문제성 도박 유병률과 중위험 도박 유병률을 각각 구분해서 표로 제시(215p Table 1)하고 있죠. 그러니 두 유병률을 합쳐서 제시한다고 주장하기에는 근거가 빈약합니다.
이러한 경향은 사우스 오스트레일리아 문제성 도박 유병률 조사(2006)에서도 나타나고 있는데 이 연구에서는 2001년 SOGS를 사용해 수행된 유병률 조사 결과와 비교(114p)하기 위해 임상 집단에 사용하는 SOGS와 일반 인구 집단에 사용하는 CPGI를 수평 비교할 목적으로 임의로 문제성 도박 유병률과 중위험 도박 유병률을 합쳐서 제시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즉 다른 측정 척도와 비교하기 위해 표준 점수로 변환하는 것과 유사하게 비교를 위해 임의로 유병률을 합쳐 제시한 것이라는 것이죠. 이러한 비교 목적이 없는 경우 CPGI를 사용한 세계 어느 유병률 조사에서도 두 유병률을 합쳐 하나의 수치로 제시하지 않습니다. 하다못해 이 연구에서도 SOGS와 비교가 필요없는 부분에서는 두 유병률을 분명히 구분하여 제시하고 있습니다(114p Table 4.3, 115p Table 4.4 등).
마지막으로 밑에서 두 번째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문제성 도박 조사(2005)는 확인해보니 문제성 도박 유병률(0.8%)과 중위험 도박 유병률(2.6%)을 각각 구분해서 기술하고 있더군요(8p & 45p table 4.1.0).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고 그냥 발표했네요. 무식하면 이렇게 용감해질 수도 있네요. 대단해요~
사감위에서 문제성 도박 유병률과 중위험 도박 유병률을 합쳐서 제시했다고 내놓은 자료는 이처럼 뒤집어 보면 하나도 근거가 없는 것들 뿐입니다.
제가 review해 본 바에 의하면 CPGI가 개발된 이후에 문제성 도박 유병률과 중위험 도박 유병률을 따로 구분하여 제시하는 유병률 조사 연구만 해도 영국(2007), 호주 Tasmania주(2005), 호주 Queensland주(2006~7), 호주 Victoria주(2004), 캐나다 Quebec주(2002), 캐나다 Manitoba주(2006), 캐나다 Saskatchewan주(2002), 캐나다 New Brunswick주(2001), 캐나다 Ontario주(2005), 캐나다 Newfoundland & Labrador주(2005)에 이를 정도로 많습니다.
사실
제가 황당해하는 부분은 이 자료를 작성한 실무진의 실수 내용이 아닙니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자료가 그대로 외부로 발표될 정도로 사무처 직원, 사감위원, 사감위 전문위원들 어느 누구도 제대로 검증하는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지 않다는 것이 정말 문제이죠. 보고도 그대로 발표하게끔 통과시켰다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사감위는 정말 희망이 없으니까요.
제가 일하는 기관의 경우 외부에 발주한 연구 용역이라고 하더라도 세 명의 전문가가 중간 중간 진행 과정을 검수하여 필요한 부분을 제언하고 중간 보고서와 최종 보고서 모두를 점검하여 잘못된 부분을 확인, 공유하고 그 윗선에서 다시 한번 점검하는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습니다.
우리나라 도박중독문제를 총괄하는 국가 조직이 일개 기관의 검증 시스템만도 못한 모습을 자꾸 보여준다면 그런 어설픈 조직을 누가 믿고 따를 수 있겠습니까?
좀 더 분발해 주세요.
덧. 지금 하고 있는 꼴을 보면 그다지 희망이 보이지는 않습니다만(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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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9월 4일 토론회에서 CPGI의 타당도 검증을 제대로 했다는 사감위의 또 다른 반박 논리입니다.
'요인 분석을 실시한 결과, 표본 적합도(KMO)는 .909, Bartlett의 구상 검정치는 3939.808, 유의확률은 .000으로 나타났으며, 단일 요인 구조로 확인됨'
KMO(Kaiser-Meyer-Olkin) 측정치는 변인 쌍의 상관 관계가 다른 변인에 의해 얼마나 잘 설명되는가의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입니다. 이 수치가 작으면 요인분석을 위한 요인의 선정이 좋지 못한 것이죠. 보통 .90이상이면 매우 좋은 편, .50 미만이면 받아들일 수 없는 것으로 판정합니다.
.909라고 했으니 요인분석을 위한 요인의 선정은 제대로 했다는 것 이외에 특별한 정보는 없습니다.
또한
Bartlett 구상 검정치는 요인분석모형의 적합성 여부를 나타내는 수치로 상관관계행렬이 단위행렬이라는 영가설을 검증하기 위한 측정치입니다. 영가설을 기각해야 요인분석모형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죠.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에서 영가설을 기각했으니 이제 제시한 요인분석모형을 사용할 수 있겠군요.
그래서요? 뭐 어쩌라고요?
요인분석을 위한 준비가 되었으니 이제 요인분석방법의 선택, 회전 방식의 선정과 근거 제시, 요인 회전 후 각 요인의 설명변량 제시, 각 문항의 요인 부하량과 공통분, 고유치의 결과표 제시와 문항 선택의 기준, 요인 분석 결과표를 제시해야죠.
달랑 KMO와 Bartlett 구상 검정치만 제시하고 단일 요인 구조로 확인되었다?
이거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도 유분수지, 통계 방법론에 대해 아는 사람이 작성한 반박 논리 맞습니까?
더 웃긴 것은 그나마 제시한 논리를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타당도 검증을 제대로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죠.
단일 요인 구조라고 했는데 미안하지만 DSM-IV를 기초로 제작되어 한국판 표준화 작업이 완료된 K-NODS의 경우 최소 4개의 요인(금단증상, 내성, 충동조절능력의 장애, 일상생활기능의 부적응이나 손상)으로 구성되어 있거든요.
CPGI가 단일 요인 구조라면 도박 중독이 아닌 다른 개념을 측정하는 것일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런데도 타당도 검증이 되었다고요?
토론회에서 사무처장이 인정하지 못하는 소수를 이해시키기 위해 마련된 자리가 아니라고 윽박지르던데 그 자리에서 다른 어떤 토론자도 제대로 된 의견을 내지 않더군요. 그렇다면 다들 이런 엉터리 논리를 인정하고 받아들였다는 말인데 솔직히 교수로서 X 팔리지 않나요? 제가 사감위와 관련된 교수라면 얼굴도 못 들 것 같은데 말이죠.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는 쉽지 않지만 최소한 괴물은 되지 말아야죠. 그렇지 않나요?
사감위의 삽질은 앞으로도 쭈~욱 계속 됩니다.
덧. 사감위 때문에 포스팅거리가 끊길 일은 없겠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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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불황, 도박중독 상담자 급증"
- 도박센터 형식적 운영, 대책마련 절실
기사입력2008-09-24 15:18양혁진 yhj@asiaeconomy.co.kr
장기경기불황으로 사행산업이 최대호황을 맞는 가운데 도박중독 상담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송훈석 의원이 24일 강원랜드, 한국마사회등이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오랜 경기불황으로 카지노· 경마· 경륜·경정, 복권의 지난해 매출액이 14조 5,815억원으로 사상최대를 기록하는 등 사행산업이 최대호황을 맞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도박중독문제로 인한 상담자가 급증하고 있는데도 도박중독방지센터는 생색내기식으로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도박중독 상담자는 총 7,970명으로 2006년 상담자에(5,986명) 비해 33%나 증가했으며, 2004년에(1,841명) 비해서는 무려 4.3배나 급증한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 사행산업감독위원회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의뢰해 실시한 ‘사행산업이용실태조사(2008년)’에 따르면, 우리나라 19세 이상 성인인구(3,750만명)의 도박중독유병율은 9.5%, 356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될 만큼 사행산업에 따른 우리사회의 도박중독 문제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반면 현재 사행산업 시행처별로 각각 운영하고 있는 도박중독센터의 운영예산은 지난해 순이익 1조 6,975억원의 0.4%인 61억원에 그쳤으며, 지난 5년간의상담실적(27,658명)도 전체 도박중독자 예상치(356만명)의 0.76%에 불과한 상태로 기업이미지 제고를 위한 생색내기 센터운영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인터넷상에 확산되고 있는 각종 도박성 인터넷게임 등에 대해서는 도박중독방지 예방이나 치료문제가 사각지대로 남아 있어 대책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송 의원은 "현행 사행산업 업체들이 운영하는 도박중독방지센터의 부실운영에 대해 제도적 개선이 시급한 실정이다" 면서 "도박중독문제를 종합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독립된 종합치료예방센터의 설립이 필요하다" 고 강조했다.
양혁진 기자 yhj@asiaeconomy.co.kr
아시아 경제에 실린 어제 일자 기사입니다. 대부분 신문의 기사 내용이 대동소이합니다.
장기적인 경제불황이 왜 사행산업 호황으로 이어지는지 논거도 없이 그냥 갖다붙이는 거야 그냥 넘어갈 수 있다손 치더라도 그로 인해 도박중독자가 늘어났다는 주장은 참 어처구니가 없을 따름입니다.
기사에는 강원랜드, 마사회에서 제출한 자료를 분석했다고 되어 있는데 분석은 개뿔이나 했겠습니다.
정리해서 준 자료조차도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는 것이 의원실입니다. 그나마도 보좌관은 자기가 자료를 뽑아내서 질의서 만들어야 하니까 공부를 할 수 밖에 없지만 국회의원은 대부분 거의 바보와 다를 바 없습니다. 자료 볼 시간도 사실 없고요. 도박중독자가 늘어난 이유에 대해 분석해서 상세하게 설명을 붙여도 개무시하고 그냥 자기네가 하고 싶은 말만 앵무새처럼 하죠.
내담자의 진입 경로를 분석해서 숫자가 늘어난 이유가 도박 중독 문제의 심화가 아닌 적극적인 예방/홍보 정책으로 인해 잠재되어 있던 도박 중독자가 가족에 의해 방문하면서 지속적으로 늘어난 것이라고 그렇게 설명했는데도 귓등으로도 안 듣고 그냥 도박 문제가 심화되어서 그렇다고 하죠. 뭐 그게 몽둥이 휘두르기에 편하니까 그렇겠지만...
내담자의 수가 줄면 열심히 치료하지 않아서 줄었다고 타박하고, 늘면 도박 문제가 심각해져서 그랬다고 그러고(대체 어쩌라고~). 인구 센서스에 기초한 전국 실태조사 자료 하나 없이 그저 사행산업체에서 제공하는 자료에만 기반해서 마음대로 재단해서는 그러는게 창피하지도 않은 지 모르겠습니다. 기사의 논리대로라면 예산을 엄청 늘린 다음에 예방/홍보 활동 하나도 하지 말고 그냥 찾아오는 도박자만 상담하면 몇 년 안에 완전히 파리 날리게 줄어들 수 있어요. 그럼 그 때 가서는 뭐라고 설명하려고 그러실까요?
이미 조작으로 (거의) 판명이 난 2008년 사감위 실태조사의 엉터리 유병률을 아무런 문제 의식 없이 그대로 가져다 옮기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도박 중독 현장에 대한 이해가 전무한 겁니다.
인터넷 상에 확산되고 있는 도박성 인터넷 게임은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고 아주 용감하게 단언하는데 실제 현장의 도박 중독 치료기관들은 도박의 종류를 따지지 않고 치료하거든요? 마사회에서 운영하는 기관은 경마 중독자만 치료하고, 강원랜드에서 운영하는 기관은 카지노 중독자만 치료하는 것이 아니에요. 처음에 만들어질 때부터 도박의 종류를 가리지 않고 아주 포괄적으로 주식 중독자까지 치료하고 있는데 이제 와서 왠 자다가 봉창 두들기는 소리를 하는 건지...
게다가 제도적 개선이 필요해서 도박중독문제를 종합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독립된 종합치료예방센터의 설립이 필요했다고 강조했는데... 허 참...
이미 있거든요? 사감위에서 운영하는 중독예방치유센터는 대체 뭐랍니까? 사실 유명무실하기는 하지만 엄연한 국립 치료 기관이에요. 무식하면 용감하지나 말지.
덧. 빨리 여행 준비해야 하는데 이런 이야기나 늘어놓으면서 푸념이나 해야 하는 제가 다 한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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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9월 4일 토론회에서 CPGI의 신뢰도 검증을 제대로 했다는 사감위의 반박 논리입니다.
'사행산업 이용실태 조사 및 총량 조정 연구(2008)'에 참여한 200명의 표본을 대상으로 2주 후 재조사를 실시하여 검사-재검사 신뢰도를 측정하였고 그 신뢰도가 r=.352(p<.000)가 나왔으니 검증이 되었다
타당도, 신뢰도 검증이 되었다는 걸 입증하기 위해 찾아낸 결과가 겨우 이것이라는 사실이 우선 안습이고 그나마 찾아낸 결과라는 것이 도리어 이 연구가 얼마나 엉터리인지를 입증하는 결과가 된다는 사실이 또 한번 안구의 쓰나미죠. 대체 사감위에는 바보들만 모인 건지, 이런 말도 안되는 수치를 맞다고 하는 위원, 전문위원들은 또 뭐랍니까?
물론 사감위의 신뢰도 계수는 통계적으로는 유의미합니다. 그래서 자랑스럽게 들고 나왔겠지요. 하지만 한꺼풀 벗겨보겠습니다.
아는 분은 아시겠지만 통계 분석에서 상관계수를 제곱한 후 100을 곱하면 설명량이 %로 산출됩니다(이해를 돕기 위해 아주 간략하게만 설명하겠습니다). .352를 제곱하면 0.123이 나오고 여기에 100을 곱하면 12%가 됩니다. 이게 무슨 의미냐 하면 2주 전에 실시한 CPGI 결과는 2주 후에 실시한 CPGI 결과를 12%만 설명한다는 말이 됩니다. 그럼 88%는 어떻게 될까요? 당연히 설명하지 못하는 겁니다.
즉
사감위에서 사용하는 CPGI로 측정을 했더니 2주 전에는 문제성 도박자로 나왔는데 2주 후에 똑같은 사람에게 다시 실시해 보니 정상으로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죠. 이런 고무줄 같은 잣대가 제대로 된 도구라고 계속 빡빡 우깁니다. 12%의 검사-재검사 신뢰도를 보이는 검사 도구를 뭐하러 사용합니까? 그냥 동전 던지기로 정하는 것이 낫습니다. 앞면이 나오면 도박 중독자, 뒷면이 나오면 정상이니까 계속 도박을 하라고 하면 됩니다.
참고로 사회과학분야에서 인정하는 검사-재검사 신뢰도는 최소 r=.79에서 .99입니다(Lisa Friedenberg, 2004). 사감위원이나 전문위원이 이런 기본적인 것을 알고도 모른 척했다면 직무 유기요, 정말 몰랐다면 자격이 없는 것이죠. 이 정도의 통계적 상식도 없는 사람이 무슨 교수랍니까?
그럼 2004년도에 한국마사회 용역으로 실시해 한국판 표준화가 된 도구인 K-NODS의 검사-재검사 신뢰도는 얼마일까요? r=.893입니다.
r=.352의 검사-재검사 신뢰도를 신뢰도 검증의 결과라고 내놓는 사감위를 보면 대가리를 땅에 파묻고 사냥꾼이 지나가기만을 바라는 들꿩이 생각나서 참으로 안쓰럽습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닙니다. -_-;;;
사감위의 안쓰러운 좌충우돌 횡설수설기는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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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이하 사감위)를 싫어하는 이유는 아주 간단합니다.
비겁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솔직하고 담백한 걸 좋아합니다. 맞으면 맞다, 아니면 아니다 분명하게 의사 표현을 하고, 필요하면 누가 옳은 지 박터지게 싸우기도 하고, 그러면서 정도 들고, 피투성이 얼굴로도 어깨동무하고 웃을 수 있는 그런 허허로움을 좋아합니다.
좋은 게 좋은거라고, 대승적인 차원에서 그냥 넘어가자고, 얼굴을 붉힐 필요가 뭐 있냐고, 이러면서 구렁이 담 넘어 가듯이 처리하는 걸 끔찍하게 싫어합니다.
지금까지 사감위에게 수 없이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줬습니다. 끊임없이 만나자고 구애하고,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읍소하고, 검토해 달라고 자료를 보내고 했습니다. 하지만 벽보고 이야기하는 꼴이었습니다.
사감위는 지금까지 제대로 된 답변서를 보낸 적이 한번도 없으며 정말 어렵게 만나서 믿어달라고 해 놓고는 밀실에서 쑥덕거리면서 일을 벌였습니다. 그리고 보내 준 자료는 어떻게 검토했는지 답장이 없습니다.
게다가 이제는 계획안이 잘못되었으니 기초 연구 조사 자료를 공개해서 문제점을 함께 검토하자고 하니까 못하겠답니다. 왜 못하냐고 하니 관례 상 그런 경우는 없답니다. 교수라는 사람들이 터진 입이라고 그런 거짓말을 잘도 하더군요. 그리고는 실태조사연구자료를 대외비로 지정해서 열람도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제가 오해했으면 깨끗하게 사과하겠다는데 대체 뭐가 그렇게 두렵답니까? 왜 그렇게 비겁합니까?
그렇다고 저도 똑같이 비겁해 질 수는 없으니 저는 끝까지 솔직 담백하게 가겠습니다. 어떤 회유와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전문가의 양심을 걸고 옳고 그름이 밝혀질때까지 싸우겠습니다. 서서 죽더라도 비굴한 무릎은 꿇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사감위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습니다. 도박 중독자와 그 가족을 위한 제대로 된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할 수 있도록 시퍼렇게 날선 눈으로 감시하겠습니다.
두고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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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예상했던 대로였습니다. 제 예상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더군요(그러게 자료부터 공개한 다음에 참석해야 한다니까 ㅠ.ㅠ).
공청회에서 계획안의 토대를 이루는 연구의 문제점을 지적한 토론자가 거의 대부분 참석했지만 그토록 한 목소리로 요구했던 연구 자료는 하나도 공개하지 않았으며 공청회에서 지적한 사항에 대한 사감위의 반박 자료만 현장에서 배부되었습니다. 사전에 자료를 받은 사람, 기관이 하나도 없더군요. 그렇게 자료를 미리 달라고 이야기를 했건만 바뀐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기획총괄팀의 담당 직원이 진행을 한답시고 마이크를 잡더니 공청회에서 문제를 제기한 토론자들에게 그 때 제기한 문제를 다시 한번 이야기해보라고 (고압적으로) 이야기했다가 한양대 김종 교수에게 서두부터 한소리를 들었습니다. 쯧쯧쯧.... 토론자를 청해놓고 그러면 안 되죠. 면박 주려고 부른 것이 아니잖아요? 그 날 공청회에서 기분들이 어지간히 상했나 봅니다.
결국 문화관광정책연구원의 류광훈 실장(아마도 반박 자료를 만드신 듯)이 공청회에서 제기된 문제점과 그에 대한 반박 논리를 설명하고 토론자들이 이를 이어받아 토론하는 식으로 진행이 되었습니다. 유병률 문제와 총량 조정 문제 두 가지만 다루겠다고 했는데 사실 상 유병률과 총량조정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는 분들이 많다 보니 역시나 토론이 계속 겉돌았습니다.
해당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박터지게 써도 모자라는 천금같은 3시간을 이런 지엽적인 주제로 시간을 낭비한다는 성토(토론 주제가 그것인데 그렇다면 대체 왜 나오신건지), 도박 중독자와 그 가족을 위해 무엇을 감수해도 모자란다는 감정적인 주장(그걸 누가 모른답니까? 지금 이 상황에서 그 이야기를 왜 또 꺼낸답니까? 혼자만 착한 사람 되려는 것도 아니고 이건 순진하다고 해야할 지)도 역시나 빠지지 않았습니다. 규모만 작았지 공청회와 별다른 차이가 없었습니다.
가장 황당한 것은 토론자의 자료 요청에 대해 거의 실소로 응수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대체 어디에서 코딩 자료까지 공개를 하느냐더군요. 관례 상 없답니다. 제가 이래서 교수를 싫어하는 겁니다. 학문, 연구에 대해 논하는 것도 인신공격으로 받아들이는 교수가 많거든요. 제가 알기로 학위 논문만 하더라도 연구 원자료는 5년 이상(정확한 것은 아닙니다만) 보관해야 하고 필요 시 언제든 제출해서 검증을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제 학위 논문만 하더라도 원자료를 7년 보관하고 폐기했습니다. 코딩된 통계 분석 자료는 아직도 보관하고 있고요. 그런데 하물며 우리나라 도박 중독 분야의 앞날을 좌지우지할 중요한 계획안의 근간을 이루는 연구인데 자료 공개를 안 하다니요.
여기에서 개인적인 이야기 좀 하겠습니다. 제가 요새 아는 선배님이 공군의 프로젝트를 하나 맡아 진행하는 것을 돕고 있습니다. 연구비가 2천만 원도 안 되는 작은 프로젝트입니다. 모든 프로젝트에는 담당관이 matching되어 일체의 프로젝트를 관할할 뿐 아니라 프로젝트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연구가 제대로 진행되는지 공군사관학교의 방법론 담당관이 모든 원자료를 점검하겠다고 합니다. 그래서 조만간 내용 분석자료와 2차에 걸친 pilot study, 그리고 통계 분석 결과를 정리해서 중간 제출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이게 당연하다고 봅니다. 그런데 사감위는 왜 그렇게 못 믿느냐, 각자의 이익을 떠나서 신뢰하라고만 합니다. 도박 중독자도 말로는 도박을 끊을 수 있다, 나만 믿으라며 큰소리 탕탕치지만 도박에 탐닉하는 행동을 그만두지 못합니다. 그러니 도박 중독자의 말이 아니라 행동을 보고 그를 평가할 수 밖에요. 뭐 그렇다고 도박 중독자와 사감위가 동급이라는 것은 아니고요.
미안하지만 사감위는 지금까지 믿을 만한 행동을 보여준 것이 별로 없습니다. 사감위에게 실망했던 사건만 정리해도 책 한 권까지는 못해도 소책자 한 권은 나올 겁니다. 그래서 자료 공개 요청을 하는 것인데 정말로 끝까지 하지 않으려나 봅니다.
외부 교수로 참석하신 분들도 개인적으로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오늘 토론회의 주제와 맞지 않는 예의 그 재활 이야기를 또 꺼내거나(물론 나중에 유병률 관련해서 좋은 말씀도 있었지만 Shaffer의 2004년도 연구를 잘못 이해하고 계시는 것 같더군요. 그건 나중에 이야기 할 기회가 있을 겁니다) 왜 유병률 문제로 갑론을박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발언하는 분도 있었습니다. 그건 이 토론회가 왜 열리게 된 것인지에 대한 배경에 대해 모르고 참석했다는 것인데 개인적으로 참 암담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제가 원하는 바는 아니지만 사행산업체의 입장에서 교수님이 이해하시기 편하게 작금의 상황을 정리해 보면 이렇습니다. 갑자기 교육부에서 요새 상아탑의 학력 저하가 심각하니 문제가 되는 교수의 수를 줄이겠다고 발표합니다. 그런데 그 방법이 '대종평'이 아닌 학부모 인기투표를 통해서 매년 1/10의 교수를 강제로 자르겠다는 것이지요. 그런 상황에서 '아니 실력 없고 학생들의 등록금만 축내는 교수를 내보내서 학력 신장을 하겠다는 것인데 왜 갑론을박하는지 모르겠다'고 이야기한다면 어떠시겠습니까?
사람들에게는 저마다의 입장과 명분이 있습니다. 그런데 최소한 상대방의 입장에서 역지사지를 하고 인식의 간극을 좁히기 위한 마음가짐이 없다면 공청회든 토론회든 시간 낭비에 불과하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물론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지요. 왜 사감위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느냐고, 시간과 비용의 제약을 감안하고 대안을 이야기하라고.. 옳은 말씀입니다. 저도 역지사지를 못하고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그렇게는 못하겠습니다. 왜냐하면 이 계획안은 사감위를 위해서가 아니라 도박 중독자와 그 가족의 미래가 걸려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무리 돈이 많이 들고 시간이 많이 걸려도 핑계대지말고 제대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토론회가 끝나고 참석자들이 서로 인사하고 사담을 나누는 시간에 듣게 된 이야기인데 사감위 계획안을 만드는데 사용된 문화관광정책연구원의 2008년도 연구 결과 보고서가 아직도 안 나왔답니다. 사감위원들의 치열한 난상토론과 고심을 거쳐 나온 계획안을 떠 받치는 연구 결과 보고서를 분과 위원장도 아직 본 적이 없답니다. 그렇다면 대체 무슨 자료를 갖고 계획안을 만드신 것인지 제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 못하겠습니다.
게다가 문화관광정책연구원의 류광훈 실장 말이 더 기가 막힙니다. 아직 인쇄 중이랍니다.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그 연구 6월에 이미 종료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2달 동안 인쇄하고 있나요? 그래서 문서 파일이라도 달라고 했더니 역시나 절대로 안 된답니다. 왜 안되는지는 며느리도 모릅니다. 별들에게 물어봐도 아마 모를겁니다.
사행산업체를 파국으로 몰아가고(시뮬레이션 결과가 그렇습니다. 사감위에서는 계획안에 대한 시뮬레이션 조차 안했죠) 그러면서도 도박 중독자 수를 정말 줄일 수 있을 지 심히 우려되는(개인적으로 이 계획안대로라면 불법 도박 시장이 엄청 팽창할거라 예상합니다) 종합 계획안을 만드는데 사용된 연구 보고서를 사감위의 어느 누구도 본 적이 없답니다. 역시나 제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불가입니다.
도박 중독에 대해서, 도박 중독 현장에 대한 경험이 거의 전무한 사람들이 모여서 끝도 없이 하는 변죽을 울리는 이야기들... 그리고 결론은 없고, 자꾸 배는 산으로 가는 것 같은데 정작 도박 중독자와 그 가족은 핵심에서 빠져 있는 이야기들.... 이제는 좀 지겹고 지칩니다.
닫기
* 표준화 절차를 거쳤다고 하면서 소개한 사감위의 번안절차입니다: 1차 번안(한국문화관광연구원) -> 전문가 자문(선행연구 수행 전문가) -> 유관기관 의견수렴 -> 최종 확정
-> 이것 참 어디에서부터 설명을 해야 할 지 모르겠는데 일단 위의 절차는 번안(adaptation)이 아닌 단순번역(translation)입니다. 일반적인 번안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번역자와 역 번역자의 전문성 유무, 그리고 과정의 절차정당성 확보입니다. 1차 번역을 도박 중독 평가 도구에 대해 문외한인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에서 했다는 것부터가 에러입니다. 당연히 해당 전문가가 했어야죠. 그리고 전문가 자문을 받았다는데 보통 대규모의 표준화 작업에서는 위원회를 만드는 것이 통상적(보건복지부의 '2001 주요 정신질환의 한국판 진단도구의 개발과 역학적 연구' 참조)입니다. 그런데 도박 중독 전문가가 아주 드문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제가 모르는 전문가 pool이 만들어졌을리가 없는데 저는 제 주변의 어느 누구도 그런 자문을 수행했다는 말을 들은 바가 없습니다. 게다가 선행 연구 수행 전문가가 누굽니까? 2006년도 연구를 수행했던 연구원인가요? 저는 모르겠습니다. 유관기관 의견수렴이라는 것은 더 어처구니없는 것이 달랑 개인 메일에 첨부 파일로 번역문을 보내놓고는(그것도 다른 기관에만 보낸 것을 알게 되어 보내달라고 졸라서 받았습니다. 안 졸랐으면 안 보내려고 했나 봅니다), 내일까지 회신 없으면 의견 없음으로 처리하겠다고 해서 그날 제가 일하는 기관의 모든 전문가가 밤늦게까지 의견서를 작성했습니다. 그게 의견 수렴입니까? 그리고 나서 곧장 최종 확정? 역-번역은요? 동등성 검토 과정은요? 문항 평가는요? 이래놓고 표준화가 잘 되었으니 믿어라? 대체 신뢰할 수 있게 행동해야 안심하고 사감위를 믿고 제 본연의 일에 집중할 수 있지요. 저도 그만 신경쓰고싶습니다. 제발 그렇게 좀 해주세요!!!
* 영국을 포함해 해외에서도 도박 중독 유병률 조사 시 '문제성 도박자'와 '중위험 도박자'를 포함하여 도박중독 유병률을 측정한다고 주장합니다.
-> 일단 영국에서 2007년(현재 가장 최근에 나온 prevalence survey입니다)에 내놓은 'British Gambling Prevalence Survey 2007'을 보면 문제성 도박자와 중위험 도박자를 엄격하게 구분해서 사용하고있습니다. CPGI에서는 8점이 넘어야 문제성 도박자로 분류되는데 이 report에서는 아예 표에서 8점에 구분선을 그어 문제성도박자와 그 나머지를 구분하고 있습니다(79p table 4.5 참조). 류광훈 실장은 2003년 영국 콜롬비아 문제성 도박 유병률 조사를 근거로 들고 있는데 이 자료는 제게 없어서 확인 불가능하지만 2003년에는 포함하다가 2007년에는 구분하고 있다면 어느 연구를 근거로 삼는 것이 타당한가요? 아이들도 답할 수 있는 문제라고 봅니다.
-> 또한 2006년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 문제성 도박 유병률 조사도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데 이것도 제게 없어서 확인을 못했습니다만 2005년 조사는 있어서 살펴 보니 구분하고 있더군요. 1년 사이에 포함하는 것으로 바뀌었나 봅니다. -_-;;;
-> 캐나다 도박문제 전 국민조사(2005)도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데 이건 제가 갖고 있어서 확인을 해 봤습니다. 이 조사는 류광훈 실장 주장대로 문제성 도박과 중위험 도박을 함쳐 combined prevalence를 산출해 사용하고 있습니다.그런데 자세히 보면 문제성 도박으로 분류되는 집단의 sample size가 너무 작기 때문에 중위험 도박 집단과 합쳐 제시한다고 되어 있고 bootstraping을 통해 중위험 도박 집단에서 역으로 문제성 도박 유병률을 추정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그러니까 문제성 도박과 중위험 도박을 합쳐 제시하기는 했지만 그것이 도박 중독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도 아니고 단순히 문제성 도박 집단의 표본 크기가 너무 작아서 기술적인 사용 상의 편의를 위해 중위험 집단과 합쳤다는 것이죠.
-> 류광훈 실장이 근거로 댄 survey가 5개인데 그나마 근거가 빈약하죠. 저는 최소한 문제성 도박 유병률과 중위험 도박 유병률을 구분해서 사용한 prevalence survey를 당장 30개는 댈 수 있습니다. 뭐 양으로 압도해서 어떻게 해보자는 것은 아닙니다(웃음).
-> 보다 근본적인 차이를 간과해서는 안 되는데 외국의 경우 문제성 도박 유병률과 중위험 도박 유병률을 합쳐서 사용해도 상관이 없는 이유가 유병률이 사행산업체를 규제하거나 기금을 각출하는 근거로 사용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유병률은 일반인들의 도박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예방 계획 수립 등의 실태 자료로 사용될 뿐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죠. 그러니 사행산업체의 종사자들이 길길이 뛰면서 제대로 된 도구와 수치를 사용하라고 요구하는 겁니다. 거기에다 대고 유병률이 6.5%면 어떻고,9.5%면 어떠냐는 무책임한 말을 하면 돌 맞습니다.
* CPGI가 아닌 NODS나 MAGS를 사용하더라도 우리나라가 외국보다 2~3배 이상 도박 중독 유병률이 높다
-> 이거 문화관광정책연구원의 류광훈 실장이 자신있게 이야기한 내용이고 토론회의 참석자들도 대부분 긍정하던데....서구하고 비교했을 때만 그렇습니다. 비교적 최근에 아시아권에서 조사된 survey의 결과는 우리나라가 더 낮습니다. 예를 들어 MAGS 기준으로 싱가포르 4.1%(2004), 마카오 4.3%(2003), 홍콩 5.3%(2005)인데 비해 우리나라는2.6%(2004), 3.8%(2008)로 현저히 까지는 아니더라도 도박 산업이 존재하는 인근 아시아권 국가에 비해 낮은 수준입니다. 참 궁금한 것이 우리나라는 아시아권에 속해 있는데 왜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미국같은 서구 국가하고만 비교를 하나요?
더 반박하고 싶지만 자료 공개를 안 하는 상황에서는 억측이 될 수 있어 이 정도로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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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만에 올리는 근황이네요. ^^
일단
'대공사(?)를 시작합니다' 포스팅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번 주에 일단 왼쪽 위, 아래 사랑니를 뽑았습니다. 마취하는 것도 안 아팠고, 뽑을 때도 안 아팠고, 마취가 풀린 뒤에도 안 아팠는데...
5일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욱신거립니다. 어흑~
붓기는 다 빠져서 얼굴 형태는 제대로 돌아왔지만 왼쪽 얼굴이 계속 뻐근한 것이 굉장히 신경쓰이는군요. 약도 3일치만 처방을 받아서 그 이후로는 그냥 버티고 있는데 미묘하게 아픕니다. 신경이 많이 날카로워진 관계로 일도 손에 안 잡히고 짜증 지수가 매우 높습니다.
다음 주에 오른쪽 아래 사랑니를 뽑을 예정인데 약을 아주 충분히 처방받아야 할 것 같습니다.
미루었던 여름 휴가는 9월 27일에 갈 예정인데 비행기와 숙박만 예약해 두었을 뿐 구체적인 여행 일정을 못 짜고 있습니다. 아직 한 달이나 남았다고 마음 놓고 있는데 중간에 추석 연휴가 끼는 것을 감안하면 또 발등에 불 떨어진 뒤에나 부랴부랴 움직일 것 같습니다. 휴가 가기 전에 밀린 여행기를 다 올리고 가야 할텐데 걱정입니다.
그나마 안면 통증을 잊게 해 주는 것이 책이라서 책을 엄청 사들이고 있습니다(9월 1일부로 YES24 플래티넘 회원이 된다는~). 아 뭐 그냥 사놓고 어루만지면서 뿌듯해 하는 것은 아니고 열심히 읽고 있습니다. 요새 포스팅의 반 이상이 책 리뷰 포스팅이니까요. 쟁여놓은 책이 20권 정도 되니 당분간 질리도록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 주에 짜증나는 사감위 토론회가 또 예정되어 있는데 사전에 자료 공개하지 않으면 보이코트하자고 그렇게 설득을 했건만 윗선에서 그냥 참석하는 걸로 결론이 났나 봅니다. 뭐 짬밥이 부족한 저야 시키는대로 해야죠. 에휴~ 보나마나 뻔한 이야기나 나올 것이 틀림없는데... 다녀와서 상세한 후기 올리겠습니다.
아, 컨디션이 좋지 않으니 주의를 돌릴 것이 필요하더군요. 아픈 곳이 이빨이라서 먹는 것으로 풀 수는 없다보니 책하고 이런 저런 물건들을 사제끼게 되더군요. 조만간 다양한 사용기 포스팅이 있을 예정입니다. ^^;;
아 머리 아파~ 이빨이 아프니 머리까지 흔들리는군요. 아주 기분 나쁘게 아픈데요.
효과가 있든 없든 간에 두통약이라도 먹어 두어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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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사감위에서 내놓은 종합발전계획안의 핵심은 도박 중독 유병률을 줄이는 것이며 실제로 총량제 설정의 보정 기준으로 이를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사감위 계획안에서 도박 중독 유병률을 측정하기 위해 사용한 측정 도구는 CPGI인데 결론부터 말씀을 드리면 이 한국판 CPGI는 너무나 문제가 많기 때문에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첫째, 표준화의 문제가 있습니다. 2001년에 Ferris & Wynne이 캐나다에서 CPGI를 개발할 당시 자국의 사회적, 문화적, 정서와 배경이 반영되도록 심혈을 기울여 무려 3년에 걸친 연구 기간과 엄밀한 타당화 과정을 거쳤습니다. 특히 이들은 다른 언어 사용 국가에서 CPGI를 사용할 경우에는 자국에서 개발하는 정도의 과정을 거치도록 엄중히 권고하고 있는데
국내의 CPGI는 이런 표준화 과정을 제대로 거친 것이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 사감위의 일각에서는 표준화 과정을 거쳤다고 주장하지만 2006년 문광연 연구에 대한 문제 제기 이후 2008년 2월에 관련 기관에 검토를 요청한 CPGI 번역문을 보면 '번안'이 아닌 단순 '번역'에 그치고 있으며 그마저도 적절한 '번역-역번역', '동등성 검증', '번역자 전문성 검증' 등의 과정을 제대로 밟지 않고 생략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또한 2006년 연구에서 내적 일관성 신뢰도만 산출한 것에 대한 비판을 받고 이를 수정했다고는 하나 교차 타당화를 비롯해 제대로 된 신뢰도, 타당도를 산출하지 않았을 것으로 의심됩니다. 사감위에서 이 부분에 대해 떳떳하다면 모든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검증을 받으면 됩니다.
둘째, 척도 자체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CPGI를 제외한 국내 도박 중독 진단 척도는 모두 '그렇다/아니다'의 이분 척도(dichotomous scale)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K-NODS, K-MAGS의 경우에는 모두 10 가지 진단 기준 중 5 가지 이상에서 '그렇다'고 대답해야 병적 도박자로 진단되는 데 비해 CPGI는 '간혹 그렇다'라는 애매한 범주에 1점이 부여되고 '대체로 그렇다'에 2점이 부여되므로 9문항 중 단 3문항에만 '간혹 그렇다'로 응답하면 이미 기준인 3점이 넘어 '중위험 도박자'로 분류되는 문제를 갖고 있습니다. 즉 CPGI를 사용할 경우 이미 유병률이 과다 추정되는 것으로 알려진 SOGS와 마찬가지로
유병률 과다 추정의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데 사감위 계획안에서는 CPGI가 이분 척도가 아닌 4점 Likert 척도이기때문에 타당성이 높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이 주장이 얼마나 근거가 취약한 지는 기존 국내 연구만 살펴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K-NODS, K-MAGS의 경우 도박 중독 유병률이 2~5%로 비교적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비해 CPGI는 최근 연구만 봐도 1.6%(2006)에서 9.5%(2008)에 이르기까지 6배까지 차이가 나고 있어
안정성이 매우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셋째, 적용 대상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원래 CPGI는 개발할 당시 DSM-IV의 병리적 기준을 일반인에게 적용하는 것에 대한 비판에 의해 대안적인 도구로 개발된 것으로, 진단보다는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예방정책의 수립 및 시행에 대한 도움을 얻기 위한 목적이 강하므로
일반인을 대상으로만 사용해야 마땅합니다. 그런데 사감위 계획안에는 총량제 설정의 보정 기준으로 사행산업 별 이용자의 문제성 도박 비율을 추정하기 위해 사용하고 있는데 그렇게 사용하면 안 됩니다.
세계 어느 나라도 사행산업 별 문제성 도박자의 비율을 산출해 정책에 반영하는 나라가 없습니다. 또한 그 수치를 유병률이라고 명명해서도 안 됩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룸살롱만 대상으로 조사해서 산출한 알코올 중독자의 비율을 알코올 중독 유병률이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넷째, 사용 범위의 문제도 있습니다. 이번 계획안에 가장 많이 인용되는 도박 중독 유병률은 2008년 문화관광정책연구원에서 내놓은 9.5%인데 이는 '문제성 도박자'와 '중위험 도박자'의 비율을 합산한 수치입니다.
CPGI를 사용한 세계 어느 유병률 조사를 보아도 '문제성 도박자'와 '중위험 도박자'의 비율을 합산한 수치를 사용한 연구가 없습니다. CPGI 8점 이상인 문제성 도박자의 유병률만 대표적인 수치로 발표하고 있습니다. 이런 선진국의 선례를 따르자면 9.5%가 아니라 2.3%라고 해야 합니다. 이는 비슷한 시기에 다른 측정 도구에 의해 측정된 유병률에 비해 오히려 낮은 수준입니다. 사실 이것도 CPGI 문제성 도박자 범주와 다른 진단 도구의 병적 도박자 범주가 개념 상 동일한 것인지에 대한 검증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CPGI의 문제성 도박자 범주를 유병률 추정에 사용해도 되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습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개발된 다른 측정 도구와 달리 CPGI는 '내성'과 '추격매수'를 제외한 모든 영역에서 기존의 다른 진단도구들과 겹치는 부분이 하나도 없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문제가 많은 한국판 CPGI는 절대로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제가 일하는 기관에서도 도박 중독 평가 도구로 K-MAGS, K-NODS를 사용하고 참고 삼아 SOGS를 사용하지만 CPGI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정말로 문제가 많은 도구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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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화요일에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이하 사감위)에서 내놓은 사행산업건전발전종합계획안(이하 계획안)에 대한 공청회가 열렸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사감위가 정말로 답답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우선 사행산업체가 계획안을 받아들일 수 있는 명분을 전혀 안 주었습니다. 지방 사업체는 모두 문을 닫고 직원들이 길거리에 나앉게 되는데도 구제책이나 대안이 전혀 없었고 줄어드는 지방 세수를 어떻게 메울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전혀 없었습니다. 모든 고통을 너희들이 뒤집어 쓰고 죽든지 말든지 알 바 아니고 그냥 추진할 수 밖에 없다는 식이었습니다.
일단 손쉬운 사행산업체부터 때려잡자는 논리만 붙잡고 접근하니 그런 무리한 계획안이 나올 수 밖에 없지만 정작 문제는 그 계획안을 떠받치는 연구들의 부실함이었습니다. 모든 연구 용역이 3개월 안팎의 시간만 주어지는 통에 날림이 될 수 밖에 없는 운명이었고, 사행산업체를 적으로 규정하고 계획안 시안을 마련하다보니 용역을 발주받은 연구팀이 사행산업체에서 운영하는 치료 센터와 접촉하는 것도 규제하게 되어 제대로 된 연구가 이루어 질리가 만무했습니다. 현재 도박 중독의 전문가가 모두 사행산업체에서 운영하는 치료 센터에 몰려있는데 그들의 도움을 빌리지 않고 무슨 연구가 제대로 되겠습니까? 어차피 엉망진창이 될 것이 불 보듯 뻔한 일이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공청회를 열기 이전부터 사감위가 신뢰를 잃은 것으로 사감위가 어떤 말을 하든 아무도 믿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계획안을 떠받치는 연구 결과들 중 2006년 문화관광정책연구원의 실태조사 자료를 제외한 어떤 것도 공개를 하지 않고 있으며 자료 공개 요구도 거부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러니 내막을 아는 사람이라면 어느 누구도 사감위의 계획안을 지지할 수가 없는 것이죠.
사감위가 모든 연구 결과를 완전 투명하게 공개하고 검증하지 않는 이상 이미 어떠한 화해의 제스쳐를 보이더라도 아무도 눈 하나 깜짝 안 할 겁니다.
참 답답한 사감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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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 놓고 보니 제목이 무지하게 길군요. -_-;;;
작년에 '바다 이야기' 파문으로 통과가 불확실시되던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법(이하 사감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여 올해 7월 27일자로 '사감위'가 국무총리실 산하의 상시 기구로 출범하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향후 모든 사행 산업의 관리 및 도박중독 치료, 예방, 교육 등을 사감위에서 담당하게 됩니다.
그래서 2월 22일에 문화관광부에서 마련한 시행령 관련 공청회에 다녀왔습니다.
서울 촌놈이라서 그런지 국립민속박물관이 용인에 있는 줄 알았고, 왜 경복궁에 있는 국립민속박물관으로 장소를 예약했는지도 몰랐는데 문화관광부 청사가 경복궁 맞은편에 있더군요. -_-;;;
국립민속박물관이 경복궁 안쪽 깊숙히 자리잡고 있어서 상당히 오래 걸었습니다. 공청회에 참석하기도 전에 체력을 소진시키네요. -_-+++
각 사행산업 종사자, 민간사회단체 관계자, 도박중독치료센터의 치료자 등이 자리를 꽉 채웠는데 여느 공청회와 달리 비교적 차분하고 안정된 분위기에서 끝까지 진행되었습니다. 달걀이 날아다니지도 않고, 상소리가 오가지도 않더군요. 다만 10분을 남겨두고 floor에 질의하라고 한 것은 너무한 처사였습니다. 공청회는 말 그대로 다양한 목소리를 듣는 자리인데 10분만 듣고 끝내겠다? 결국 한 참석자의 제안으로 하고 싶은 말들을 다 하기는 했지만요.
정리를 좀 해보자면, 강원랜드, 스포츠 토토, 경륜 관계자들은 이런저런 통계 수치를 동원해가며 자신들은 사행산업이 아니라 관광, 레저 산업이라며 뻘소리를 했지만 이미 법이 통과되고 시행령을 논하는 자리에서 버스 지나가고 손드는 격이었습니다. 저런 naive한 논리를 들고 나오다니 좀 한심하더군요. 그런 점에서 조용히 자리를 지킨 마사회의 침착함이 돋보였습니다.
단도박 모임의 회장의 발언도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도박 피해자의 사례를 들먹이면서 감정에 호소하였지만 전혀 호소력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사행산업을 모두 문닫아야한다는 식의 극단적인 논리는 철저하게 외면당했습니다.
그런 가운데 학회를 대표해 마이크를 잡은 임상심리학회 회장인 권석만 선생님의 조리있으면서도 설득력있는 발언은 확실히 발군이었습니다. 시행령을 마련한 주체의 노고도 적절히 치하하면서, 동시에 학회의 입장도 적절히 대변하고, 앞으로 적극 협조하겠다는 말씀으로 끝을 맺어, 점수를 많이 딴 것으로 보였습니다.
다른 학회의 움직임이 구체적으로 보이지 않는 지금으로서는 향후 사감위와 '국가도박중독예방치유센터'의 구성이 어떤 방향으로 갈 지 예측하기 어렵지만 첫 발은 순조롭게 뗀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할 일이 참 많습니다. 올 한해가 정말 바쁘게 지나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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