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인생을 바꿀 중요한 기회를 제공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상담자를 만나는 건 굉장히 큰 행운입니다. 하지만 좋은 상담자를 찾는 건 예전에도 어려웠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장에서 계속 일을 하는 저 같은 사람에게도 마찬가지로 만만치 않게 어려운 일입니다. 내담자로 만나본 게 아닌 이상(이중 관계 문제로 그러기는 쉽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아는 상담자라고 해도 능력 있는 상담자인지까지는 모르니까요.
그래도 요새는 자신에게 맞는 상담자를 고르는 법을 SNS를 통해 알리는 상담자가 많아졌습니다. 자신을 홍보하기 위해서이든 엉터리 상담자를 만나 마음의 상처를 더하는 내담자에게 측은지심을 느껴서이든 간에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자신에게 맞는 좋은 상담자를 찾는 건 헤어 스타일리스트를 만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평판이 좋아도, SNS에서 유명하다고 해도, 결국 내 머리를 맡겨봐야 나에게 맞는 스타일리스트인지 알게 되는거니까요. 여러 곳에서 try를 해 보다 보면 마음에 드는 스타일리스트를 만날 수 있듯이 상담자도 그렇게 만나는 게 좋습니다.
오늘 저는 상담자를 사칭하는 사기꾼을 구분하는 저만의 기준 몇 가지를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해당되는 기준이 많아질수록 사기꾼일 가능성이 커 집니다.
1. 상담 건수를 자랑하는 상담자
: 10년 동안 1만 명을 상담했다고 홍보하는 상담자가 있다고 해 보죠. 1년이면 1천 명이고 쉬는 날 없이 상담을 했다고 해도 하루에 3명을 상담해야 합니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건 아니니까 넘어가더라도 문제는 가능 불가능 여부가 아닙니다. 상담은 컨설팅이 아닙니다. 마음의 문제를 깊이 들여다보고 해결 방안을 함께 모색하는 작업입니다. 그래서 아주 짧게는 10회, 길게는 몇 년까지 만나게 됩니다. 그러니 이 사기꾼이 10년 동안 하루에 3명을 만난 게 사실이라고 해도 상담을 한 게 아닙니다. 그냥 1시간짜리 말장난을 친 겁니다. 무려 10년 동안 1만 명에게요. 그 중에 몇 명이나 제대로 된 도움을 받았을까요?
2. 고액 상담료를 자랑하는 상담자
: 1회 상담에 50만 원 넘게, 심하게는 1백만 원 이상을 받는다고 자랑하는 상담자가 있습니다. 일반인들은 상담료가 비싸면 상담자가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상담 실력(?)은 상담료와 비례하지 않습니다. 제가 아는 아주 예외에 속하는 초일류급 상담자들의 1회(1시간) 최대 상담료도 20만 원을 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상담자는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돕고 싶은 순수한 마음에 상담에 입문하지 떼돈을 벌어서 부자가 되려고 상담자가 되려는 사람은 제가 장담하건데 단연코 없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실력과 자격, 수련 기간 등을 고려하여 최대한 합리적인 상담료를 책정하려고 합니다. 어찌 보면 자본주의 논리에 역행하는 사람들입니다. 상담료를 일괄 적용하지 않고 내담자의 주머니 사정에 따라 차등 적용하는 뼛속까지 측은지심으로 똘똘 뭉친 상담자도 많습니다. 그들이 머리가 나빠서 그렇게 상담료를 책정하는 걸까요?
상담료를 너무 높게 책정하면 내가 아무리 뛰어난 상담자라고 해도 수요층이 제한될 수 밖에 없습니다. 수입은 동일할 지 몰라도 만나는 내담자의 수도, 범위도 줄어들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경험 부족으로 인한 실력 하락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상담자는 끊임없이 자신의 시간과 전문성 등을 저울질하여 상담료를 책정합니다. 그래서 말도 안 되는 금액으로 높아지지 않는 겁니다.
그럼 사기꾼은 왜 말도 안 되는 고가의 상담료를 받을까요. 상담 실력과 금액이 비례한다는 사람들의 믿음과 인지 부조화 기제를 이용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1시간에 1백만 원의 상담료를 요구하는 상담자가 있다고 해 보죠. 상담을 받았는데 기대에 미치지 못합니다. 사기꾼이니 당연히 말빨은 장난아니겠지만 현란한 말장난일 뿐 상담이 끝나고 나니 무슨 도움을 받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면 말도 안 되는 비용을 지불했으니 분노가 치밀어 올라야 정상일테지만 비용과 서비스의 부조화를 해결하기 위해 이미 비용을 지불한 행동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 이럴 때 대부분의 인간은 자신의 생각을 바꿔 인지 부조화를 해결합니다. 이 상담이 엄청나게 도움이 되었다고 자신을 속이는 것이죠. 그래서 초고가의 상담료를 지불한 내담자가 등장하여 인생 최고의 경험이었다는 간증을 하는 겁니다. 그렇다면 단 1회의 상담으로 인생이 바뀌었을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요? 그렇다고 말씀드리고 싶지만 인생이 바뀌기 위해 필요한 마음의 변화는 아주 어렵습니다. 사람의 마음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으니까요. 상담에서 흔히 말하는 '통찰'을 경험했다고 해도 이러한 통찰이 정착되기까지는 무수한 재경험과 연습이 필요합니다. 그만큼 사람이 바뀌는 건 어렵습니다.
3. 미디어에 지나치게 많이 노출되는 상담자
: 요새는 온라인 미디어의 세상이니 제대로 된 상담자도 자신을 홍보할 수 있습니다. 그것 자체가 문제는 아닙니다. 하지만 대중 매체를 지나치게 기웃거리는 상담자는 사기꾼일 가능성이 큽니다. 대체 상담은 언제 하고 공부는 언제 하는지 궁금할 정도로 채널만 돌리면 나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건 제가 여러 번 말씀드린 것인데 SNS이든, 방송이든, 언론 미디어이든 지나치게 얼굴이 많이 알려진 전문가는 거르는 게 답입니다. 미디어에 나오는 시간만큼 자신의 본업과 멀어질 수 밖에 없고 그에 따라 당연히 실력이 줄어들 수 밖에 없으니까요. 대중의 열광에 취하면 자신이 모르는 영역에 대해서도 숟가락을 얹게 되고 결국 큰 실수를 하고 나락에 떨어지게 됩니다. 소위 국민 강사로 불리던 사람들의 말로가 다 동일하지요. 진짜 고수는 물러날 때를 잘 아는 법입니다.
4. 극복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다고 자랑하는 상담자
: 다른 영역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상담 영역에서 일반적이지 않은 신기한 기술이나 문제 해결 방법이 등장한다는 건 무조건 사기라고 보면 됩니다. 상담 기법과 이론은 오랜 기간 동안 수많은 검증과 비판을 거쳐 자리잡은 것들입니다. 다른 건 필요 없고 그냥 이거 하나만 먹으면 식단도 운동도 할 필요 없이 살이 쭉쭉 빠진다고 이야기하는 다이어트 사기꾼과 똑같습니다. 사기꾼이 왜 노하우를 이야기하냐 하면 상담을 통한 변화에는 반드시 그만큼의 희생과 고통이 따른다는 걸 감추고 싶어서입니다. 희생과 고통을 감수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없지만 변화를 위해서는 이게 반드시 필요한데 그러면 대단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조금만 비판적인 태도로 보면 말도 안 되는 걸 자신만의 노하우로 포장해서 팔아먹으려고 합니다. 하지만 세상에 그런 건 없습니다.
뛰어난 상담자가 되기 위해서는 전문성과 경험을 쌓기 위한 다년 간의 엄청난 노력과 실전 경험이 요구됩니다. 공인된 자격으로 그러한 최소한의 노력을 보증하는 것이고요.
그러니 달콤한 혀나 글솜씨만으로 터무니 없이 비싼 값에 허무맹랑한 희망을 팔아먹으려는 사기꾼에 놀아나지 않도록 항상 주의하셔야 합니다.
제가 지금까지 이 바닥에서 일하면서 깨달은 진리 중 하나는 이겁니다.
"긍정적인 변화는 반드시 그만큼의 희생과 댓가를 요구한다. 그런 건 필요없다고 말하는 자들은 모두 가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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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다음 영화
천부적인 사기 본능을 가진 형과 뛰어난 연기력을 가진 동생이 전세계 1%의 백만장자들만을 대상으로 사기치면서 살아갑니다. 동생은 형의 각본대로 사기나 치면서 사는 삶을 가짜라고 생각하고 씌여지지 않는 진짜 삶을 찾아 도망가지만 결국 동생을 찾아낸 형의 끈질긴 설득에 마지막으로 억만장자 상속녀를 사기치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여자가 보통 4차원이 아닙니다. 중간에 실수로 자신을 대상으로 사기치려는 것이 들통났는데도 오히려 재미있어 하면서 자신도 사기극에 끼워달라고 합니다. 과연 사기극은 성공할 수 있을까요?
29세의 나이에 '피아니스트'로 최연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연기파 배우 '에드리안 브로디'에 '미이라3'의 출연까지 고사하고 합류한 레이첼 와이즈의 4차원 연기는 볼 만 했습니다. 거기에 '눈 먼 자들의 도시'에서 안과의사로 열연했던 마크 러팔로까지 함께 했네요. 사기 영화의 공식 그대로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들로만 포진했습니다.
게다가 몬테네그로에 있는 멋진 섬의 풍광 뿐 아니라 제게는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체코의 프라하 성과 까를교 등까지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그런데 배우들의 연기는 참 좋은데 시나리오가 영 엉성합니다. 줄거리도 느슨하고 반전도 맥이 빠지네요. 그저 187cm 훤칠한 키의 에드리안 브로디가 보여주는 우수어린 눈빛과 레이첼 와이즈의 깜찍한 모습만이 남을 뿐 통 여운이 없습니다.
에드리안 브로디와 레이첼 와이즈의 팬들에겐 추천, 나머지 분들에게는 비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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