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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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아렌트의 대표작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인간의 조건(The Human Condition, 1958)입니다. 한나 아렌트의 대표작으로는 '전체주의의 기원', '인간의 조건', 유고작인 '정신의 삶'을 보통 드는데 인간의 조건은 앞뒤의 두 저작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는 저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나 아렌트는 자신의 철학 세계를 구축하는데 있어 유태인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탐구했던 철학자이자 사상가로 하이데거 밑에서 수학했고(잠시 사귀기도 했죠;;;) 야스퍼스의 지도 하에 박사 논문을 썼을 정도로 기라성 같은 철학자들과 두루두루 교류했던 사람입니다. 여성 철학자로 워낙 유명세를 타다 보니 로자 룩셈부르크에 자주 비견되곤 했죠. 혹자는 시몬 베이유, 에디트 슈타인을 함께 묶어서 4대 유태인 여류 철학자로 꼽기도 합니다.
인간의 조건에서 다루지 않고 남겨 놓았던 사유, 의지, 판단의 정신적 활동을 저술하던 1975년 12월 4일 심장마비로 안타깝게 사망하고 맙니다.
한나 아렌트는 노동, 작업, 행위를 인간의 활동적 삶(vita activa)을 구성하는 세 가지 근본 활동으로 봤는데 그녀는 이 책에서 각각의 요소인 노동(labor), 작업(work), 행위(action)를 일별하여 인간의 조건을 다시 사유하고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주석이 많은 책을 꺼리는 경향이 있는데 주석이 많다는 건 본문에서 설명한 것 만으로 독자를 이해시킬 수 없다는 의미라고 보거든요. 이건 단순히 글을 쉽게 쓰느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어쨌거나 그만큼 함축적인 글쓰기를 하기 때문에 상당한 사전 지식이 없으면 읽는 것 자체가 쉽지 않죠. 한나 아렌트의 '인간의 조건' 역시 제 선입견에 여지없이 들어맞는 책입니다. 주석도 많고 어려워요. ㅠ.ㅠ
상당히 천천히 곰씹어 가면서 읽었는데도 쉽지가 않았습니다. 제 지식의 부족을 절감하면서 동시에 '전체주의의 기원'부터 읽지 않은 걸 뼈저리게 후회하는 독서였습니다. 원문을 비교하며 읽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번역의 질은 잘 모르겠습니다. 좀 더 쉽게 번역된 책을 아는 분이 있으면 제보 바랍니다.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습니다.
어쨌거나 저처럼 한나 아렌트 정도의 철학자가 쓴 저작은 읽어줘야 교양인이지 하는 나이브한 태도로 도전해서는 좀처럼 오르기 어려운 거봉이니 충분히 감안하시기 바랍니다.
덧1. 책의 난도와 별개로 한길사도 디자인에 신경을 조금만 더 썼으면 좋겠습니다. 하드 커버 양장까지는 참겠는데 디자인이 정말 책을 읽고 싶지 않을 정도로 구립니다.
덧2.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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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지성계의 이방인 게오르그 짐멜을 다룬 '짐멜의 모더니티 읽기(2005)'를 북 크로싱합니다.
철학, 사회학, 심리학, 미학을 아우르는 모더니티 이론의 대가입니다만 지금까지 평가 절하되어 온 숨은 천재입니다.
이 책이 어떤 책인지 궁금한 분들은 '소개글'을 참고하세요. 난이도가 상당히 높으니 게오르그 짐멜을 좀 아는 분께만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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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를 포함해 대형 온라인 서점에서 리뷰가 하나도 안 달려 있는 책이라는 건 대개 두 가지 경우 중 하나입니다. 최신간이거나 독자층이 아주 얇은 '어둠의 책'이거나.
이 책은 단연코 후자입니다. 최신간이 아니어서가 아니라 내용을 읽어보면 어떻게 2쇄를 찍었는지 의문이 갈 정도의 난이도를 자랑합니다.
제가 앞에서 '어둠의 책'이라고 이야기한 이유는 이 책의 저자인 게오르그 짐멜이 그야말로 어둠의 세계를 주름잡는 독일 지성계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입니다.
1858년 독일에서 부유한 유태인 상인의 아들로 태어난 게오르그 짐멜은 전방위 사상가로 부를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분야에서 방대한 저술을 남기고 활발하게 강의 활동을 한 사람인데 철학, 사회학, 심리학, 미학을 아우르는 모더니티 이론을 추구하고 있으나 시대를 잘못 만나 그 당시 모든 분야에서 배척을 당하다시피 했고 주목받지 못하고 사라진 천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책은 게오르그 짐멜의 대표적인 저술 중에서 대중들에게 다가가기 좋은 것(전혀 아냐!!)들을 역자들이 가려 모아 추린 것으로 1부. 현대의 단면들(돈, 대도시, 유행, 장신구), 2부. 미학의 문제(레오나르도 다빈치, 손잡이, 얼굴, 알프스 여행), 3부. 사회적 상호 작용의 유형들(식사, 감각, 감사, 신의, 편지), 4부. 인간의 내면적 삶과 형이상학(모험, 부끄러움, 비밀, 분별, 다리와 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평소 사용하지 않는 두뇌 부위를 가차없이 자극하는 날카로운 독서였기는 했지만 역자들도 후기에서 근대 독일어를 현대 한국인이 읽기 쉽게 번역하는 일이 너무나 어려운 작업이었다고 토로하고 있듯이 짐멜의 사유의 깊이에 번역글의 난이도까지 더하여 각 장이 매우 짧게 구성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힘든 독서였습니다.
KO는 당하지 않고 완주했지만 아직도 수많은 단어들이 헝클어진 두뇌 속에서 정처없이 날아다니고만 있습니다. 지적 고문을 당하고 싶은 분들만 도전해보시기 바랍니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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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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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 손에 들었을 때 받게 되는 느낌은 아마도 누구나 똑같을 겁니다.
'뭐야!! 9,000 원짜리 책이 왜 이렇게 얄팍해!!'
바로 이거죠.
판형이 문고판인데다 종이질도 재생지 삘이 나고 140페이지 밖에 안 되는데 9,000 원이라니.... 출판사가 욕 먹을 각오를 단단히 했구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모든 것을 양으로 치환해서 생각했던 저의 무지함이 열렬하게 반성되는 정도까지는 아닙니다만 하여간 분노는 좀 누그러지더군요. ^^;;;
이 책은 일반인들이 다양한 철학적인 사유를 즐길 수 있도록 야심차게 준비한 'Pause Philo' 시리즈 중 하나로 고등학교 철학 교사(무려 고등학교에 철학 교사가 있답니다. 어흑~ 이렇게 부러울 데가...)인 Christophe Lamoure가 쓴 책입니다.
우리는 흔히 걷는다는 행위를 공간 이동을 위해 기능적으로 사용되는, 될 수 있으면 하지 않고 싶은 노동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합니다(개인적으로 참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걷기라는 어찌보면 지극히 단순한 행위에 담긴 철학적인 의미를 탄복할만큼 멋지게 뽑아냅니다. 제가 좋아하는 '느림'의 개념도 역시나 등장하네요. ^^
요 작은 책이 3개의 section으로 나뉘어 있는데 첫 번째 section은 '낱말 속에서 산책하기'로 '측량', '느림', '리듬', '산책;, '관광', '시위'등의 낱말에 담긴 걷기의 철학적 의미를 다룹니다.
두 번째 section은 '소요철학식 고찰'로 걷기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관해 가르쳐주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예를 하나 들자면 이런 것이죠. 기술의 진보가 시간을 절약해 주었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별로 없는데 만약 자동차가 없다면 걸어서 30분은 걸렸을 거리를 5분 만에 왔다면 시간을 절약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차를 구매하고 유지하는데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을 함께 고려해본다면 오히려 더 많은 시간을 낭비했을거라는 거죠. 그러니 가장 빠른 이동수단은 걷기일 수 있다는 겁니다. 흥미로운 생각이죠?
마지막 세 번째 section은 '철학자들의 다리'로 탈레스, 에피쿠로스와 같은 고대의 철학자를 비롯해, 키에르케고르, 니체, 칸트, 야스퍼스, 루소 등 산책과 걷기를 즐겼던 철학자들의 가르침을 접해보는 자리를 마련합니다.
뭐랄까요. 비용 대비 상당히 알찬 책입니다. 얇고 가벼우며 문고판이라 휴대도 쉽고, 길이도 짧아서 짜투리 시간에 읽기도 좋습니다.
'걷기'와 '사색하기'를 모두 좋아하는 분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선물이 될 것 같습니다.
덧. 이 책을 읽고 마음에 드신 분들은 '쇼핑의 철학', '와인의 철학', '비밀의 철학', '슬픈 날들의 철학' 등 시리즈가 준비되어 있으니 골라 읽는 즐거움도 누릴 수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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