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지'는 도박장에서 도박 자금을 공급하는 일종의 고리대금업자입니다. 대부분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은 무허가 업자이며 대개 말도 안 되는 수준의 선이자를 떼고 돈을 빌려줍니다. 이를 '꽁지돈'이라고 합니다.
흔히 가족들이 사채로 알고 있는 돈은 대부분 '러시 앤 캐시', '산와 머니', '리드코프' 등 대부업법에 등록된 업체에서 빌린 돈이며 이들 업체는 제 3금융권으로 분류되지 사채업자는 아닙니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이 꽁지들이 바로 사채업자입니다.
원래 채권자가 도박 자금으로 사용될 것을 알고 빌려준 돈은 민법 상 갚을 필요가 없기는 하지만 많은 도박 중독자들이 조직 폭력배와 연관되어 있을 것을 두려워해 꽁지돈을 갚지 않을 엄두는 못 냅니다. 그래서 꽁지돈을 갚으려다 도박에 더 심하게 빠져들어 헤어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금력이 있는 도박자의 경우 꽁지들은 빌려준 돈을 회수하기 위해 애써 노력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연 매출 100억 원 대의 사업체를 운영하는 도박자가 꽁지돈을 1억 빌렸다면, 이를 그냥 포기할 수도 있습니다.
꽁지들이 원하는 것은 푼돈을 돌려받는 것이 아닙니다. 영리한 꽁지들은 훨씬 더 멀리 내다보고 있습니다. 자금력이 있는 도박자가 빌려준 돈을 갚고 도박을 끊는 것보다는 꽁지돈을 포기하더라도 계속 도박장에 드나들면서 자신의 돈을 빌리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훨씬 더 이득이니까요.
따라서 꽁지가 빌려준 돈을 쿨하게 탕감해 준다고 해서 마냥 좋아할 일이 아닙니다. 도박판에서 돈놀이를 하는 꽁지라면 산전수전 다 겪은 백전노장인 경우가 대부분이니까요.
하루라도 빨리 담판을 짓고 꽁지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오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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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자의 가족을 상담할 때 도박 빚을 대신 갚아주는 이유로 도박 중독자가 직장에서 잘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신용불량자가 되면 안 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직장에서 잘리는 것을 걱정하는 이유는 생활비 마련이라는 경제적인 이유도 있지만 직장을 그만두게 되면 자포자기해서 더욱 도박에 몰두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를 하기 때문이고,
신용불량자가 되는 것을 걱정하는 이유는 신용불량자가 되면 사회 생활을 하는데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우려와 신용불량자가 되어 금융권에서 채무를 빌릴 수 없으면 사채와 같은 악성 채무를 빌리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족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도박 빚을 대신 갚아주는 일이 많고 이는 결과적으로 도박 중독자를 수렁으로 밀어넣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직장에서 잘리면 당연히 생활비를 마련할 수 없으니 가정 경제가 어렵게 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이는 배우자나 다른 가족이 도박자와 별개의 생활자금원을 찾는 것으로 해결해야지 도박자에게 매달린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도박자에게 의존하게 되어 도박자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됩니다.
그리고 현실적으로도 도박자가 도박을 계속 하는 한 아무리 좋은 직장에 다니더라도 결국은 소용이 없게 됩니다. 예를 들어 연봉 7천만 원을 받는 고스득 직장에서 일을 한다고 해도 일년에 1억 원을 도박으로 탕진한다면 직장에 다니는 것이 가족에게는 아무런 경제적 이득이 없으며 오히려 재산 탕진의 빌미가 됩니다.
게다가 그렇게 시간이 지나 재취업이 불가능한 나이가 되어 아무런 희망도 없이 쫓겨 나는 것보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회사를 나오는 것이 재기의 측면에서는 나을 수도 있습니다.
직장을 유지해야만 한다는 압박을 가족이 받게 되면 도박자가 직장에서 잘리지 않기 위해 태업, 결근 등의 변명과 거짓말을 가족이 대신 해야 하기 때문에 일종의 공범 역할을 하게 되고 도박자가 자신의 도박 행동에 대한 결과를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 격이 됩니다.
따라서 도박 중독을 치료하는 것과 직장에서 잘리는 것의 상대적 중요성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냉철하게 비교해 봐야 합니다.
요새는 신용불량자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금융채무불이행자라는 공식 용어를 사용하는데 말 그대로 금융채무를 갚을 수 있는 능력이 없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즉 신용이 필요한 금융 거래를 더 이상 할 수 없다는 뜻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신용불량이 되면 사회 생활을 전혀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며 일종의 금치산자와 동급으로 생각하곤 합니다.
가족에게 알리지 않고 개인 신용으로 돈을 빌려 도박 자금을 마련하는 도박자의 경우는 일부러 신용불량을 만드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도박 자금을 마련할 방도가 막히면 도박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GA(단도박 모임)에는 경제적 능력을 회복했는데도 신용불량에서 회복되는 것을 자발적으로 미루는 협심자가 있습니다. 만에 하나 있을 지 모르는 재발을 염려해 신용불량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죠.
신용불량이 되면 금융 채무를 빌릴 수 없으니 악성 사채를 빌리지 않을까 두려울 수 있지만 악성 사채를 쓸 정도로 도박에 심하게 중독되면 신용불량이 되든 되지 않든 별로 차이가 없습니다. 어차피 도박 자금이 필요하면 가용한 자원을 총동원하니까요. 오히려 신용불량이 되면 악성 사채업자들도 신용 조회를 하기 때문에 빌려주는 돈의 액수가 현저하게 줄어 들어 오히려 더 수월하게 갚을 수도 있습니다.
이미 몇 번에 걸쳐 말씀을 드렸지만 도박 중독 치료의 핵심은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도록 가족이 돕는 것입니다. 따라서 직장을 나오는 것이든, 신용불량이 되는 것이든 그것이 도박 중독자가 스스로 책임을 지는 데 도움이 된다면 본인이 감당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치료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섣부른 두려움으로 가족이 나서 대신 해결한다면 향후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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