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이하 사감위)는 2010년에 이미 사행산업 이용실태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습니다. 기준 년도가 2009년이었으니 2012년에 하게 되면 3년 만에 다시 실시를 하게 되는 것이지요. 제가 알기로 중장기 발전 계획안에 이미 포함되어 있는 내용이고 한국의 도박 문제가 3년 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살펴보겠다는 취지에서 실시하는 조사입니다.
그런데 이번 사행산업 이용실태조사는 문제점이 한 두가지가 아닙니다. 가장 문제가 되는 몇 가지만 짚어보자면,
* 태부족인 표본 수
일반인 표본 3,000명, 이용객 4,000 명 대상인데 소위 전국 실태조사라면서
일반인 표본보다 이용객의 표본 수가 더 많은 것도 코미디지만(사행산업체를 표적으로 삼았다는 게 너무 티나잖아!! 제목부터 전국 실태조사가 아님~), 둘을 합해도
7,000 명에 불과하다는 게 더 문제입니다.
일반적으로 역학지표 추정 시 필요한 표본 수 산정 기준은 모집단의 수, 기대유병률(2010 사감위 조사의 문제성 도박 1.7%, 2009년 마사회 조사의 문제성 도박 1.4%), 신뢰 수준(보통 95%), 최대허용오차, 응답율 등의 산출 조건을 고려하여 표본 수를 산정합니다.
도박 중독 분야에서 시행된 국가 차원의 도박중독 유병률 조사의 표본은 인구대비 평균 0.038% 정도 됩니다. 이를 적용하면 우리나라의 경우 최소한 1만 명 이상을 표집해야 합니다. 그래서 2009년 마사회 전국실태조사에서는 2만 명을 표집했던 것이고요. 그래서 현장 전문가들이 2010년 조사 때에도 표본 수를 늘려야 한다고 그렇게 건의했건만 싹 묵살했고 이번에도 역시나 턱없이 모자라는 표본을 추출하겠다고 합니다. 그래놓고 또 전국 실태조사 결과라고 구라치겠지요? 참으로 낯뜨거워서 얼굴을 못 들겠습니다.
* 측정도구 문제
현재 사감위에서 도박 중독을 진단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게 바로 CPGI입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도구라서 사감위를 빼고는 아무도 이 척도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중간에 K-CPGI로 바뀌기까지 했죠. 그래도 유병률 과다 추정 문제가 계속 제기되자 3년에 걸쳐 KGBS라는 변별 척도를 개발했습니다. 작년에 아주 자랑스레 발표를 했죠.
그런데 정작 2012년 실태조사에서는 CPGI를 다시 사용한답니다. 2010년 결과와 비교를 해야 한다나요. 그래서 그럼 KGBS를 main 척도로 하고 CPGI를 sub로 사용하라고 했더니 이미 결정되었기 때문에 변경할 수 없답니다. @.@
근데 웃긴 건 KGBS 개발 당시에 연계 타당성 검증을 위해 CPGI도 자료를 수집했거든요. 그랬더니 CPGI의 cut-off score(기준점)가 문제성 도박의 경우 11점에서 8점으로, 중위험 도박의 경우 5점에서 3점으로 낮아졌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건 사감위에서 정식으로 발표한 보고서에 수록된 내용입니다. 무슨 이야기냐 하면 9점이나 10점으로 측정된 사람은 사실 문제성 도박자가 아닌데 2010년 실태 조사에는 문제성 도박자로 분류가 되었다는 것이죠. 이 말은 곧
도박중독 유병률이 과대 추정되었다는 고백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그러니 2010년에 사용한 CPGI를 2012년 연구에도 사용해서 추이 분석을 하려면 2010년 결과의 기준점을 상향 적용하여 한국의 도박중독 유병률을 재발표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사감위가 공포 마케팅을 한 것이 만천하에 드러나기 때문에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면 어떻게 할까요. 당연히 2012년 CPGI의 기준점도 하향 조정된 상태에서 비교할 겁니다. 그렇게 공을 들여 개발한 KGBS의 연구 결과를 스스로 부정하는 꼴이죠. 이런걸 삽질이라고 하지 않으면 뭘 삽질이라고 하겠습니까. 그것도 국민의 세금 들여서 하는 삽질이죠.
* 표본 추출 방법 문제
사감위는 이용객을 대상으로 표본을 추출할 때 사행산업의 매출 규모를 고려하여 추가 배분하겠다고 말합니다. 이건 곧 베팅액이 크면 도박중독 유병률이 높다는 전제하에서 하는 것인데 이 전제는 검증된 것이 아닙니다. 그냥 근거도 없이 제멋대로 하는거에요. 오히려 실태조사는 인구집단 연구이기 때문에 이용자 수를 고려하여 비례배분하거나 Blazczynski & Nower(2002)가 제안한 접근성과 가용성 등의 생태적 환경기준에 따라 전국 장외 및 지점(매표소)의 수를 고려하여 비례배분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수천 개에 이르는 스포츠 토토와 로또 판매점, 복권방이 포함되기 때문에 그렇게 안 하는겁니다. 그저 자료 수집하기 좋고 때리기 좋은 사행산업체만 두들겨 패는 것이죠.
그 밖에도 소소한 문제점까지 다 이야기하면 밤을 새야 하니 이 정도만 하겠습니다.
시작부터 이런데 나중에 결과 나오면 자료 조작해서 얼마나 유병률을 뻥튀기 할런지 참 한심합니다.
덧. 어제(2월 2일) 사감위는 자문단, 감리단, 사행산업체의 전문가들을 모두 불러 모아놓고 공청회를 했습니다. 당연히 제가 위에서 정리한 사안들이 모두 제기되었는데 사감위 담당 사무관의 공식 답변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조달청에 의뢰하여 갤럽과 이미 계약된 상태이므로 실무적으로 표본 수, 조사 척도의 변경은 불가능하다입니다. 그러니까 이미 이렇게 저렇게 하기로 다 정해놓고 바꿀 수도 없는 상태에서 유관 기관 다 불러모아서 들러리 세웠다는 말이죠. 울트라 그레이트 빅엿을 대놓고 처 먹인 겁니다. 뭐 예상 못한 바도 아닙니다만... 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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