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의 도박중독 전문치료기관인 유캔센터가 문을 닫는다'는 포스팅을 한 것이 2012년 12월 30일이었으니 어느덧 19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센터에도, 제 개인적으로도 여러가지 일이 있었지만 그걸 모두 말씀드리자면 이야기가 길어지기 때문에 본론만 요약해서 말씀드리자면,
유캔센터가 문을 다시 엽니다. 하지만 욕심껏 활짝 열지는 못하고 살짝 반만 여는 모양새를 취하게 됩니다.
이렇게 된 배경을 먼저 말씀드리면 2014년 사감위에서 마련한 건전화 평가지표에 '이용자 대상 도박중독 치유협력'이라는 새 지표가 추가되면서 사행산업체에서 사감위 도박문제관리센터로 문제도박자를 상담의뢰한 실적을 평가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걸 도박중독치료를 다시 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는데 왜냐하면 사감위에서 요구하는 수준의 의뢰서를 작성하려면 치료에 준하는 지속상담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유캔센터가 문을 닫고 직제를 개편할 때 도박중독상담 기능이 업무 분장에서 빠지면서 공식적으로 상담이나 치료를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아예 용어 자체도 사용할 수가 없게 된 거지요.
그래서 내년에는 어떻게 바뀔 지 모르겠지만 올해는 지속 상담을 할 수가 없습니다. 대신 사감위 센터로 의뢰하기 전에 2~3회의 초기 개입(용어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습니다)을 통해 채무 변제 등의 환경 개선과 도박자 및 가족들의 대처 방법에 대한 컨설팅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이후에는 의뢰된 사감위 센터에서 상담을 받으셔야 하지만 그래도 경험많은 유캔센터 전문가들의 컨설팅을 받고 가시면 분명히 도움이 되실 겁니다.
다만
주의사항을 하나 말씀드리면 사감위에서 요구하는 의뢰 대상이 도박자에 한하기 때문에 도박자 또는 도박자를 동반하지 않고 가족이나 보호자만 단독으로 도움을 요청하시는 경우는 안타깝게도 도와드릴 수가 없습니다. 참으로 황당한 일이기는 합니다만 그런 분들은 1336으로 연락하셔서 도움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아직 유캔센터 홈페이지에도 공지가 나가지 않은 상태인데 월덴 3를 통해 먼저 공지합니다.
제게 초기 개입 컨설팅을 받고자 하는 분들은 walden3@gmail.com으로 성함, 계시는 곳의 지역, 간단한 사연과 연락처를 남겨주시면 최대한 빨리 연락드리겠습니다.
내년에는 유캔센터가 정식으로 오픈해서 활발히 활동하던 그 때처럼 도박자와 가족들에게 필요한 도움을 드렸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응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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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감위에서 사행산업체에게 강제하는 평가 지표 중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도박중독 예방교육 실적 및 만족도'라는 것이 있습니다.
계량평가 지표로 6점의 가중치를 갖고 있으며 교육 실적 횟수와 교육 만족도로 평가합니다.
교육 실적은 회당 0.5점, 교육 만족도는 80% 이상 시 만점, 미만 시 5% 단위로 1점을 차감하여 계산합니다.
문제는 교육 만족도인데 이게 대체 누구 머리에서 나온 발상인지 모르겠지만 현장을 전혀 모르는 머저리의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왜냐하면 이
교육 만족도 평가 때문에 예방교육 자체의 질 저하가 불보듯 뻔하기 때문입니다.
도박중독예방치유센터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하거나 하다못해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외부 예방교육은 어려움이 별로 없습니다. 대부분의 참석자가 도박중독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이 있거나 최소한 예방교육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예방교육을 실시하는 전문가가 조금만 내용에 신경쓰면 만족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행산업체에서 이용자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예방교육은 사정이 전혀 다릅니다.
KRA(한국 마사회)에서 실시하는 경마팬 대상 예방교육을 예로 들어보죠. 경마팬들은 기본적으로 중독이라는 말 자체를 재수없다고 터부시하는데다 경마가 도박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굉장히 많습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 앞에서 경마로 인한 도박 중독이 어떻느니, 도박 중독의 피해가 어느 정도로 추산된다느니, 공존 장애로는 어떤 것들이 있다느니 하는 이야기를 하면 대놓고 얼굴 표정이 싹 바뀌는 건 기본이고 중간에 욕하면서 나가버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특히 경마 전문가가 나와 말 고르는 법, 순위 예상하는 법을 알려주는 인기 강좌와 달리 참석자의 수 자체가 비교도 안 되게 적기 때문에 기분이 상한 참석자 한 사람만 불만족으로 체크해도 전체 만족도가 확 떨어지게 됩니다.
그런데도 사감위는 교육 만족도 기준을 더 높이겠다느니, 예방 교육 프로그램이 천편일률적이니 좀 더 사업 특성에 맞도록 구체적이고 세분화하여 예방 교육을 실시하라느니 하면서 뭣도 모르고 속 편한 소리만 늘어놓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할 노릇입니다.
아무리 현장 전문가가 사명감을 갖고 프로그램 준비와 강의에 공을 들여도
교육 만족도 평가가 존재하는 한 알게 모르게 80점이라는 점수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고 그렇게 되면 자연히 도박 중독의 부정적인 면을 강조하는 내용을 순화시키거나 뺄 수 밖에 없습니다. 청중을 자극하지 않는 방향으로 쉽게 쉽게 갈 수 밖에 없는거지요. 그런 부담없이 원래 하고자 했던 방식으로 강하게 예방교육을 실시하려고 한다면 만족도 점수를 80점 이상으로 맞출 수 없기 때문에 편법(울며겨자먹기로 만족도 점수가 너무 낮은 사례를 제외하는 등)을 동원할 수 밖에 없습니다.
대체 이런 방식의 예방 교육이 누구에게 도움이 된다는 말인가요?
도박 중독자? 치료 전문가? 사행산업체? 사감위?
책상에 앉아서 탁상공론만 하지 말고 제발 현장 전문가의 말을 경청하기 바랍니다. 답은 현장에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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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만 하면 어느샌가 나타나서 뻥뻥 헛발질을 하는 사감위가 어제도 한 건 했습니다.
어제 서울 중구 프레스 센터에서 '사행산업 관리체제 발전방안' 토론회에서 사감위가 주장한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 사감위 소속 공무원 인력 대폭 충원* 자체 예산 대폭 확대* 사행산업의 인허가권 뿐 아니라 조사권, 공포/이행 명령권까지 포함한 관리감독권 소유
첫 번째 인력 대폭 충원 문제는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MB의 정책과도 배치되는 것으로 MB를 우습게 만드는 하극상 행동이죠. 조기 레임덕이라고 지금 MB 무시하나요? 사감위는 절대 인력이 부족한 것보다 도박 중독을 제대로 아는 인력이 거의 없다는 점이 더 큰 문제입니다. 사람만 바글바글하면 뭐 하나요. 맨날 헛발질인데.
자체 예산 대폭 확대 문제는 예전에
'사감위의 비겁한 국고매칭제도 폐지 꼼수'라는 포스팅에서도 이야기를 한 바 있지만 말도 안 되는 사업을 진행하려다보니 국고매칭제도에 의해 국가에서 50%의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니 아예 사행사업자에게 몽땅 전가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욕을 먹고도 또 들고 나왔네요. 대놓고 돈 지랄을 하겠다는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예산을 50배 이상 늘리겠다고 이야기를 하기 이전에 지금까지 사용한 분담금 내역과 회계 내역을 공개하고 감사를 받아서 제대로 집행되었는지를 검증받는 것이 우선이죠. 하지만 제가 장담하는데 절대로 그렇게 못 할 겁니다.
마지막으로 사실상 무제한의 통제권을 달라는 문제는 지금의 MB 정부의 전횡과도 닮았습니다. 건전한 비판은 필요없으니 닥치고 내가 하라는 대로 명령에만 복종하라는 것이죠. 예를 들어 도박 중독 예방의 날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치료기관의 치료자와 당직자들이 일을 전폐하고 온통 나와 어깨에 띠 두르고 가두 캠페인을 하면서 엄청난 예산을 낭비하는 날이죠. 그런 요식 행위는 하지 말라는 경고의 차원에서 제가 일하는 기관에서는 일체 참가하지 않고 그 날도 정상적으로 치료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센터장을 자꾸 불러들여 도와달라고 설득해도 듣지 않으니 관리감독권을 휘둘러서 무조건 복종시키겠다는 겁니다. 협조 안 하면 칼을 휘두르겠다는 발상 자체가 웃기죠. 그런 정신으로 무슨 도박 중독자와 가족을 돕겠다고...
전에도 이야기를 한 바 있지만 개가 꼬리를 흔들어야지 꼬리가 개를 흔들어갖고 뭐가 제대로 돌아가겠습니까? 게다가 꼬리가 자신이 달려 있는 동물이 개인지, 호랑이인지도 모른 채 무조건 흔들려고만 하면 문제가 안 생기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죠.
사감위는 정신 차리려면 아직도 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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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하는 기관에서는 5회 이상 상담한 케이스를 장기 상담으로 분류하여 통계를 냅니다. 사실 도박 중독 상담은 상담 횟수가 얼마나 되느냐보다는 상담자와 내담자의 관계가 더 중요합니다.
다만 도박 중독자가 워낙 병에 대한 인식이 없고 치료받고자 하는 동기도 부족하기 때문에 다른 정신 장애 분야는 말 할 것도 없고 중독 분야에서도 워낙 조기 탈락율이 높습니다.
그래서 5회 정도는 상담이 이루어져야 상담자와 내담자 간에 어느 정도의 치료적 동맹 관계가 형성되고 경험적으로 볼 때, 치료 가능성이 높아지기에 편의 상 그렇게 분류하는 것 뿐입니다.
그런데 이번 국정 감사에서 모 국회의원이 5회 이상을 장기 상담으로 보는 것은 어림없는 일이라며 트집을 잡으면서 전문가들(한 다리만 건너면 다 아는 뻔한 바닥에서 그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저는 정말 궁금합니다)도 동의하지 않는다고 형식적인 운영을 질타하는 질의서를 보냈습니다.
참 신기한 것은 이 논리가 지난 달인가 사감위에서 모 언론에 사행산업체에서 운영하는 센터(제가 근무하는 기관을 콕 집어서)가 유명무실하고 형식적인 운영을 하고 있다는 인터뷰를 할 때 근거로 내세웠던 것과 똑같다는 것이죠.
뭐 이 질의를 한 국회의원이 그 기사를 보고 영감을 얻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럴수도 있지요.
그런데 웃기는 건 이런 분류 기준에 따른 통계 자료를 요구한 시초가 다름 아닌 국회의원들이었다는 것(국정감사 이전에는 이런 분류를 한 적이 없습니다)입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도 참 민망하고 우습지만 제가 일하는 기관에서는 5회 상담한 것은 상담 축에도 못 듭니다. 2~30회 상담한 내담자가 수두룩한데다 제가 어제도 상담한 내담자는 50회(그것도 지금은 종결을 위한 준비 기간이라 한 달에 1번 만나는 것이라서 50회이지 실제 햇수로는 3년 째 상담을 하고 있습니다)에 육박하니 5회 상담을 장기 상담이라고 우길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지금 기억으로도 현재 제가 상담하고 있는 내담자 중에서 10회가 넘지 않은 내담자는 한 명도 없는 것 같거든요.
저는 오히려 궁금한 것이 국가기관인 사감위 중독예방치유센터는 대체 얼마나 장기 상담을 잘 하고 있기에 다른 기관을 그렇게 폄하하느냐는 것이죠. 과연 저희처럼 모든 내담자의 개인 chart 관리를 하고 있을까요? 5회는 장기 상담이 아니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그 쉬운 5회를 넘기는 내담자 비율은 과연 얼마나 될까요? 집단으로 돌리는 프로그램 말고 개인 상담으로 말이죠. 저는 그게 참 궁금하거든요.
원래 다른 사람 옷에 묻은 겨는 보여도 지 몸에 묻은 똥은 보이지 않는 법이죠.
그래도 악취는 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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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예상했던 대로였습니다. 제 예상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더군요(그러게 자료부터 공개한 다음에 참석해야 한다니까 ㅠ.ㅠ).
공청회에서 계획안의 토대를 이루는 연구의 문제점을 지적한 토론자가 거의 대부분 참석했지만 그토록 한 목소리로 요구했던 연구 자료는 하나도 공개하지 않았으며 공청회에서 지적한 사항에 대한 사감위의 반박 자료만 현장에서 배부되었습니다. 사전에 자료를 받은 사람, 기관이 하나도 없더군요. 그렇게 자료를 미리 달라고 이야기를 했건만 바뀐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기획총괄팀의 담당 직원이 진행을 한답시고 마이크를 잡더니 공청회에서 문제를 제기한 토론자들에게 그 때 제기한 문제를 다시 한번 이야기해보라고 (고압적으로) 이야기했다가 한양대 김종 교수에게 서두부터 한소리를 들었습니다. 쯧쯧쯧.... 토론자를 청해놓고 그러면 안 되죠. 면박 주려고 부른 것이 아니잖아요? 그 날 공청회에서 기분들이 어지간히 상했나 봅니다.
결국 문화관광정책연구원의 류광훈 실장(아마도 반박 자료를 만드신 듯)이 공청회에서 제기된 문제점과 그에 대한 반박 논리를 설명하고 토론자들이 이를 이어받아 토론하는 식으로 진행이 되었습니다. 유병률 문제와 총량 조정 문제 두 가지만 다루겠다고 했는데 사실 상 유병률과 총량조정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는 분들이 많다 보니 역시나 토론이 계속 겉돌았습니다.
해당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박터지게 써도 모자라는 천금같은 3시간을 이런 지엽적인 주제로 시간을 낭비한다는 성토(토론 주제가 그것인데 그렇다면 대체 왜 나오신건지), 도박 중독자와 그 가족을 위해 무엇을 감수해도 모자란다는 감정적인 주장(그걸 누가 모른답니까? 지금 이 상황에서 그 이야기를 왜 또 꺼낸답니까? 혼자만 착한 사람 되려는 것도 아니고 이건 순진하다고 해야할 지)도 역시나 빠지지 않았습니다. 규모만 작았지 공청회와 별다른 차이가 없었습니다.
가장 황당한 것은 토론자의 자료 요청에 대해 거의 실소로 응수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대체 어디에서 코딩 자료까지 공개를 하느냐더군요. 관례 상 없답니다. 제가 이래서 교수를 싫어하는 겁니다. 학문, 연구에 대해 논하는 것도 인신공격으로 받아들이는 교수가 많거든요. 제가 알기로 학위 논문만 하더라도 연구 원자료는 5년 이상(정확한 것은 아닙니다만) 보관해야 하고 필요 시 언제든 제출해서 검증을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제 학위 논문만 하더라도 원자료를 7년 보관하고 폐기했습니다. 코딩된 통계 분석 자료는 아직도 보관하고 있고요. 그런데 하물며 우리나라 도박 중독 분야의 앞날을 좌지우지할 중요한 계획안의 근간을 이루는 연구인데 자료 공개를 안 하다니요.
여기에서 개인적인 이야기 좀 하겠습니다. 제가 요새 아는 선배님이 공군의 프로젝트를 하나 맡아 진행하는 것을 돕고 있습니다. 연구비가 2천만 원도 안 되는 작은 프로젝트입니다. 모든 프로젝트에는 담당관이 matching되어 일체의 프로젝트를 관할할 뿐 아니라 프로젝트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연구가 제대로 진행되는지 공군사관학교의 방법론 담당관이 모든 원자료를 점검하겠다고 합니다. 그래서 조만간 내용 분석자료와 2차에 걸친 pilot study, 그리고 통계 분석 결과를 정리해서 중간 제출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이게 당연하다고 봅니다. 그런데 사감위는 왜 그렇게 못 믿느냐, 각자의 이익을 떠나서 신뢰하라고만 합니다. 도박 중독자도 말로는 도박을 끊을 수 있다, 나만 믿으라며 큰소리 탕탕치지만 도박에 탐닉하는 행동을 그만두지 못합니다. 그러니 도박 중독자의 말이 아니라 행동을 보고 그를 평가할 수 밖에요. 뭐 그렇다고 도박 중독자와 사감위가 동급이라는 것은 아니고요.
미안하지만 사감위는 지금까지 믿을 만한 행동을 보여준 것이 별로 없습니다. 사감위에게 실망했던 사건만 정리해도 책 한 권까지는 못해도 소책자 한 권은 나올 겁니다. 그래서 자료 공개 요청을 하는 것인데 정말로 끝까지 하지 않으려나 봅니다.
외부 교수로 참석하신 분들도 개인적으로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오늘 토론회의 주제와 맞지 않는 예의 그 재활 이야기를 또 꺼내거나(물론 나중에 유병률 관련해서 좋은 말씀도 있었지만 Shaffer의 2004년도 연구를 잘못 이해하고 계시는 것 같더군요. 그건 나중에 이야기 할 기회가 있을 겁니다) 왜 유병률 문제로 갑론을박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발언하는 분도 있었습니다. 그건 이 토론회가 왜 열리게 된 것인지에 대한 배경에 대해 모르고 참석했다는 것인데 개인적으로 참 암담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제가 원하는 바는 아니지만 사행산업체의 입장에서 교수님이 이해하시기 편하게 작금의 상황을 정리해 보면 이렇습니다. 갑자기 교육부에서 요새 상아탑의 학력 저하가 심각하니 문제가 되는 교수의 수를 줄이겠다고 발표합니다. 그런데 그 방법이 '대종평'이 아닌 학부모 인기투표를 통해서 매년 1/10의 교수를 강제로 자르겠다는 것이지요. 그런 상황에서 '아니 실력 없고 학생들의 등록금만 축내는 교수를 내보내서 학력 신장을 하겠다는 것인데 왜 갑론을박하는지 모르겠다'고 이야기한다면 어떠시겠습니까?
사람들에게는 저마다의 입장과 명분이 있습니다. 그런데 최소한 상대방의 입장에서 역지사지를 하고 인식의 간극을 좁히기 위한 마음가짐이 없다면 공청회든 토론회든 시간 낭비에 불과하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물론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지요. 왜 사감위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느냐고, 시간과 비용의 제약을 감안하고 대안을 이야기하라고.. 옳은 말씀입니다. 저도 역지사지를 못하고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그렇게는 못하겠습니다. 왜냐하면 이 계획안은 사감위를 위해서가 아니라 도박 중독자와 그 가족의 미래가 걸려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무리 돈이 많이 들고 시간이 많이 걸려도 핑계대지말고 제대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토론회가 끝나고 참석자들이 서로 인사하고 사담을 나누는 시간에 듣게 된 이야기인데 사감위 계획안을 만드는데 사용된 문화관광정책연구원의 2008년도 연구 결과 보고서가 아직도 안 나왔답니다. 사감위원들의 치열한 난상토론과 고심을 거쳐 나온 계획안을 떠 받치는 연구 결과 보고서를 분과 위원장도 아직 본 적이 없답니다. 그렇다면 대체 무슨 자료를 갖고 계획안을 만드신 것인지 제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 못하겠습니다.
게다가 문화관광정책연구원의 류광훈 실장 말이 더 기가 막힙니다. 아직 인쇄 중이랍니다.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그 연구 6월에 이미 종료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2달 동안 인쇄하고 있나요? 그래서 문서 파일이라도 달라고 했더니 역시나 절대로 안 된답니다. 왜 안되는지는 며느리도 모릅니다. 별들에게 물어봐도 아마 모를겁니다.
사행산업체를 파국으로 몰아가고(시뮬레이션 결과가 그렇습니다. 사감위에서는 계획안에 대한 시뮬레이션 조차 안했죠) 그러면서도 도박 중독자 수를 정말 줄일 수 있을 지 심히 우려되는(개인적으로 이 계획안대로라면 불법 도박 시장이 엄청 팽창할거라 예상합니다) 종합 계획안을 만드는데 사용된 연구 보고서를 사감위의 어느 누구도 본 적이 없답니다. 역시나 제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불가입니다.
도박 중독에 대해서, 도박 중독 현장에 대한 경험이 거의 전무한 사람들이 모여서 끝도 없이 하는 변죽을 울리는 이야기들... 그리고 결론은 없고, 자꾸 배는 산으로 가는 것 같은데 정작 도박 중독자와 그 가족은 핵심에서 빠져 있는 이야기들.... 이제는 좀 지겹고 지칩니다.
닫기
* 표준화 절차를 거쳤다고 하면서 소개한 사감위의 번안절차입니다: 1차 번안(한국문화관광연구원) -> 전문가 자문(선행연구 수행 전문가) -> 유관기관 의견수렴 -> 최종 확정
-> 이것 참 어디에서부터 설명을 해야 할 지 모르겠는데 일단 위의 절차는 번안(adaptation)이 아닌 단순번역(translation)입니다. 일반적인 번안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번역자와 역 번역자의 전문성 유무, 그리고 과정의 절차정당성 확보입니다. 1차 번역을 도박 중독 평가 도구에 대해 문외한인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에서 했다는 것부터가 에러입니다. 당연히 해당 전문가가 했어야죠. 그리고 전문가 자문을 받았다는데 보통 대규모의 표준화 작업에서는 위원회를 만드는 것이 통상적(보건복지부의 '2001 주요 정신질환의 한국판 진단도구의 개발과 역학적 연구' 참조)입니다. 그런데 도박 중독 전문가가 아주 드문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제가 모르는 전문가 pool이 만들어졌을리가 없는데 저는 제 주변의 어느 누구도 그런 자문을 수행했다는 말을 들은 바가 없습니다. 게다가 선행 연구 수행 전문가가 누굽니까? 2006년도 연구를 수행했던 연구원인가요? 저는 모르겠습니다. 유관기관 의견수렴이라는 것은 더 어처구니없는 것이 달랑 개인 메일에 첨부 파일로 번역문을 보내놓고는(그것도 다른 기관에만 보낸 것을 알게 되어 보내달라고 졸라서 받았습니다. 안 졸랐으면 안 보내려고 했나 봅니다), 내일까지 회신 없으면 의견 없음으로 처리하겠다고 해서 그날 제가 일하는 기관의 모든 전문가가 밤늦게까지 의견서를 작성했습니다. 그게 의견 수렴입니까? 그리고 나서 곧장 최종 확정? 역-번역은요? 동등성 검토 과정은요? 문항 평가는요? 이래놓고 표준화가 잘 되었으니 믿어라? 대체 신뢰할 수 있게 행동해야 안심하고 사감위를 믿고 제 본연의 일에 집중할 수 있지요. 저도 그만 신경쓰고싶습니다. 제발 그렇게 좀 해주세요!!!
* 영국을 포함해 해외에서도 도박 중독 유병률 조사 시 '문제성 도박자'와 '중위험 도박자'를 포함하여 도박중독 유병률을 측정한다고 주장합니다.
-> 일단 영국에서 2007년(현재 가장 최근에 나온 prevalence survey입니다)에 내놓은 'British Gambling Prevalence Survey 2007'을 보면 문제성 도박자와 중위험 도박자를 엄격하게 구분해서 사용하고있습니다. CPGI에서는 8점이 넘어야 문제성 도박자로 분류되는데 이 report에서는 아예 표에서 8점에 구분선을 그어 문제성도박자와 그 나머지를 구분하고 있습니다(79p table 4.5 참조). 류광훈 실장은 2003년 영국 콜롬비아 문제성 도박 유병률 조사를 근거로 들고 있는데 이 자료는 제게 없어서 확인 불가능하지만 2003년에는 포함하다가 2007년에는 구분하고 있다면 어느 연구를 근거로 삼는 것이 타당한가요? 아이들도 답할 수 있는 문제라고 봅니다.
-> 또한 2006년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 문제성 도박 유병률 조사도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데 이것도 제게 없어서 확인을 못했습니다만 2005년 조사는 있어서 살펴 보니 구분하고 있더군요. 1년 사이에 포함하는 것으로 바뀌었나 봅니다. -_-;;;
-> 캐나다 도박문제 전 국민조사(2005)도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데 이건 제가 갖고 있어서 확인을 해 봤습니다. 이 조사는 류광훈 실장 주장대로 문제성 도박과 중위험 도박을 함쳐 combined prevalence를 산출해 사용하고 있습니다.그런데 자세히 보면 문제성 도박으로 분류되는 집단의 sample size가 너무 작기 때문에 중위험 도박 집단과 합쳐 제시한다고 되어 있고 bootstraping을 통해 중위험 도박 집단에서 역으로 문제성 도박 유병률을 추정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그러니까 문제성 도박과 중위험 도박을 합쳐 제시하기는 했지만 그것이 도박 중독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도 아니고 단순히 문제성 도박 집단의 표본 크기가 너무 작아서 기술적인 사용 상의 편의를 위해 중위험 집단과 합쳤다는 것이죠.
-> 류광훈 실장이 근거로 댄 survey가 5개인데 그나마 근거가 빈약하죠. 저는 최소한 문제성 도박 유병률과 중위험 도박 유병률을 구분해서 사용한 prevalence survey를 당장 30개는 댈 수 있습니다. 뭐 양으로 압도해서 어떻게 해보자는 것은 아닙니다(웃음).
-> 보다 근본적인 차이를 간과해서는 안 되는데 외국의 경우 문제성 도박 유병률과 중위험 도박 유병률을 합쳐서 사용해도 상관이 없는 이유가 유병률이 사행산업체를 규제하거나 기금을 각출하는 근거로 사용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유병률은 일반인들의 도박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예방 계획 수립 등의 실태 자료로 사용될 뿐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죠. 그러니 사행산업체의 종사자들이 길길이 뛰면서 제대로 된 도구와 수치를 사용하라고 요구하는 겁니다. 거기에다 대고 유병률이 6.5%면 어떻고,9.5%면 어떠냐는 무책임한 말을 하면 돌 맞습니다.
* CPGI가 아닌 NODS나 MAGS를 사용하더라도 우리나라가 외국보다 2~3배 이상 도박 중독 유병률이 높다
-> 이거 문화관광정책연구원의 류광훈 실장이 자신있게 이야기한 내용이고 토론회의 참석자들도 대부분 긍정하던데....서구하고 비교했을 때만 그렇습니다. 비교적 최근에 아시아권에서 조사된 survey의 결과는 우리나라가 더 낮습니다. 예를 들어 MAGS 기준으로 싱가포르 4.1%(2004), 마카오 4.3%(2003), 홍콩 5.3%(2005)인데 비해 우리나라는2.6%(2004), 3.8%(2008)로 현저히 까지는 아니더라도 도박 산업이 존재하는 인근 아시아권 국가에 비해 낮은 수준입니다. 참 궁금한 것이 우리나라는 아시아권에 속해 있는데 왜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미국같은 서구 국가하고만 비교를 하나요?
더 반박하고 싶지만 자료 공개를 안 하는 상황에서는 억측이 될 수 있어 이 정도로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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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화요일에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이하 사감위)에서 내놓은 사행산업건전발전종합계획안(이하 계획안)에 대한 공청회가 열렸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사감위가 정말로 답답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우선 사행산업체가 계획안을 받아들일 수 있는 명분을 전혀 안 주었습니다. 지방 사업체는 모두 문을 닫고 직원들이 길거리에 나앉게 되는데도 구제책이나 대안이 전혀 없었고 줄어드는 지방 세수를 어떻게 메울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전혀 없었습니다. 모든 고통을 너희들이 뒤집어 쓰고 죽든지 말든지 알 바 아니고 그냥 추진할 수 밖에 없다는 식이었습니다.
일단 손쉬운 사행산업체부터 때려잡자는 논리만 붙잡고 접근하니 그런 무리한 계획안이 나올 수 밖에 없지만 정작 문제는 그 계획안을 떠받치는 연구들의 부실함이었습니다. 모든 연구 용역이 3개월 안팎의 시간만 주어지는 통에 날림이 될 수 밖에 없는 운명이었고, 사행산업체를 적으로 규정하고 계획안 시안을 마련하다보니 용역을 발주받은 연구팀이 사행산업체에서 운영하는 치료 센터와 접촉하는 것도 규제하게 되어 제대로 된 연구가 이루어 질리가 만무했습니다. 현재 도박 중독의 전문가가 모두 사행산업체에서 운영하는 치료 센터에 몰려있는데 그들의 도움을 빌리지 않고 무슨 연구가 제대로 되겠습니까? 어차피 엉망진창이 될 것이 불 보듯 뻔한 일이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공청회를 열기 이전부터 사감위가 신뢰를 잃은 것으로 사감위가 어떤 말을 하든 아무도 믿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계획안을 떠받치는 연구 결과들 중 2006년 문화관광정책연구원의 실태조사 자료를 제외한 어떤 것도 공개를 하지 않고 있으며 자료 공개 요구도 거부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러니 내막을 아는 사람이라면 어느 누구도 사감위의 계획안을 지지할 수가 없는 것이죠.
사감위가 모든 연구 결과를 완전 투명하게 공개하고 검증하지 않는 이상 이미 어떠한 화해의 제스쳐를 보이더라도 아무도 눈 하나 깜짝 안 할 겁니다.
참 답답한 사감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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