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I의 자율성 성격에는 '책임감/책임전가' 하위차원이 있고 MMPI-2에는 Re(사회적 책임감) 보충 척도가 있습니다. 둘 다 책임감이라는 내용이 들어있기 때문에 개념이 헷갈릴 수 있어서 차이를 정리해 봤습니다.
우선 TCI의 책임감/책임전가는 'Responsibility vs Blaming'을 번역한 것인데 이 하위척도에서 높은 점수를 보이는 사람은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을 선택하는데 자유롭고 자신의 태도, 행동이 자신의 선택에 따른 것임을 인정합니다. 즉 자신의 행위에 대한 책임을 수용하는 사람이죠.
이에 비해 MMPI-2의 Re 보충척도는 'Social Responsibility'를 번역한 겁니다. 그러니까 단순히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을 선택하고 책임지는 개인적인 수준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책임을 지는 것이죠. Duckworth와 Anderson(1986)에 따르면 Re 척도는 과거부터 유지되어 온 가치 체계를 채택하는 경향성을 측정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Re 척도의 상승을 보이는 사람들은 자신의 현재 가치 체계를 수용하며 앞으로도 그 가치 체계를 지속할 의도를 지니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아주 높은 점수를 보이는 사람들은 지나치게 경직된 양상으로 '의무와 당위'에 대한 과도한 고집을 부릴 수 있다고 하네요.
실제로 다른 MMPI 척도들과 상관을 살펴보면, Re 척도와 중간 수준 이상의 정적 상관을 보인 것으로는 '학문적 성과', '지적 효율성', '인내심', '통제력'이 있었고 중간 수준 이상의 부적 상관을 보인 것으로는 '충동성', '적대성', '반사회적 태도 및 편견'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TCI 자율성의 '책임감'은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책임감과 개념적 의미가 비슷하지만 MMPI-2의 Re 척도는 자신이 속한 집단이나 사회, 조직에 대한 성실성이나 충성도에 가까운 의미를 가집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Re 보충 척도는 TCI의 자율성 하위 차원에서 굳이 찾아보자면 '책임감' 보다는 '자기 일치'와 상관이 높지 않을까 싶습니다. 자신이 가치를 두고 있는 목표나 의미가 집단, 사회, 조직 맥락을 기반으로 한 것이라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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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Ego Strength) 척도는 Barron이 신경증 환자들의 심리치료에 대한 반응을 예측하기 위해 1953년에 개발한 52문항으로 구성된 척도입니다. 보통 전반적인 심리적 적응을 나타내는 지표로 사용되기 때문에 Es가 낮다면 현재 심리적 부적응 상태에 있거나 심리적 자원(스트레스 대응 능력)이 부족한 걸로 해석할 수 있죠. 실제 상담실에 내방하는 내담자의 상당수가 Es가 낮습니다.
Do(Dominance) 척도는 Gough, McClosky & Meehl이 1951년에 개발한 25문항으로 구성된 척도입니다. Do 척도에서 높은 점수를 얻은 사람들은 면대 면 대인 관계를 더 잘하고, 쉽사리 기죽지 않으며, 자신감이 있는 것으로 해석합니다.
Re(Social Responsibility) 척도는 Do처럼 Gough, McClosky & Meehl이 1951년에 개발한 30문항으로 구성된 척도로 Re 척도에서 높은 점수를 얻은 사람들은 법과 사회적 규범을 어기는 경우가 적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사회적인 책임을 다하는 사람으로 평가받는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Es, Do, Re 척도의 구성 개념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았는데 그럼 이제 상담 장면에서 이들 척도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Es 척도는 적당히 상승할 때 스트레스에 대한 대처 능력으로 해석할 수 있는 긍정적 자원 지표입니다. 보통은 점수가 낮은 수검자가 많기 때문에 상담을 통해 Es 척도를 높이는 걸 상담 목표로 설정할 수도 있고 때로는 상담 효과를 측정하는 지표로 사용하기도 하죠. 하지만 지나치게 상승할 경우는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Es 척도는 resiliency 뿐만 아니라 control 측정치로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지나치게 상승할 경우는 통제에 집착하는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거든요. 그래서 60T 이상으로 상승하는 경우는 오히려 권위에 저항하는 상대방(자녀, 아랫사람 등)에 대한 완고함, 고집, 공격적 태도 등의 모습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특히 남성 수검자에게서 GM 척도가 함께 상승하면 흔히 말하는 꼰대 성향을 반영할 수 있습니다. 해석집에는 65T 이상 상승한 것도 긍정적으로 해석하지만 그건 미국 문화에서나 그렇고 제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우리나라에서 65T 이상은 굉장히 높은 겁니다. 대략 50~60T 범위에 속하는 게 가장 건강한 것 같습니다.
Do 척도 역시 60T 미만으로 적당히 상승했을 때는 자신의 삶에 대한 지배력을 보여주기 때문에 자신이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삶을 이끌어 가는 능력(self-direction)의 지표가 됩니다. 하지만 Es 척도와 마찬가지로 60T 이상 상승하게 되면 지배력을 행사하는 것이 화합이나 연대감, 배려 등 다른 심리적 자원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대인 관계 갈등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Do 척도는 GM 척도의 상승보다는 GF 척도의 동반 상승이 해석에 더 중요한데 청소년 상담 현장에서 어머니가 Do-GF 동반 상승 패턴을 보이는 경우 고집스런 대갓댁 안방 마님 같은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자녀들이 답답하고 숨막힌다고 보고할 수 있죠.
Re 척도 또한 60T 미만으로 적당히 상승할 때는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심도 뛰어나고 질서도 잘 지키며 민주시민의 생활 자세를 보이기 때문에 신뢰롭고 건실한 생활인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60T 이상 상승했을 때에는duty-bound 상황에 대한 집착을 의미하기 때문에 의무감만 중요하게 됩니다. 즉, 기존의 시스템(예를 들어 가부장제)을 유지하기 위해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주게 됩니다. 특히 'ought & should'가 중요하기 때문에 여성의 경우에는 제가 자주 비유하는 '효녀 심청 신드롬'의 피해자가 될 수 있죠.
따라서 Es, Do, Re 척도가 60T 이상 높은 수준으로 상승했을 때는 부정적인 방향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시고 특히 성역할 관련 척도도 상승했다면 GM-Es, GF-Do, Re 조합에 초점을 맞춰 해석해보시기 바랍니다.
필요한 분들은 한번 읽어보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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