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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가 아니었다면 놓쳤을 영화이고 안 봤다면 분명 후회했을 영화(끝까지 몰랐으려나)입니다.
영화 포스터도 impact가 없고 우주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영화라고 해서 별로 혹하는 것도 없었는데 다행히 트위터의 호평에 호기심이 발동하여 일부러 아이맥스 3D로 보느라 용산 CGV까지 갔다 왔습니다.
시간이 안 맞아 밤 10시 30분에 시작하는 걸 봤는데 밤에는 5층 이후로 에스컬레이터, 엘리베이터도 작동하지 않아 외부 통행로를 이용해 6층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걸 (당연히) 모르고 15분이나 헤매느라 자칫하면 영화 초반부를 놓칠 뻔 했습니다. 다행히 다른 영화 예고편을 상영하는 바람에 늦지 않게 도착할 수 있었죠. 이 날 에피소드로 용산 CGV에 개인적으로 마이너스 200점 줬습니다. 여담이고요.
이 영화를 제가 별 5개로 평가한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우주 공간에서의 사고라는 매우 참신한 주제를 압도적으로 아름다운 화면에 펼쳐놓았다는 점 때문입니다. 예전에 한 때 깊은 바닷속에서 일어나는 재난을 다룬 영화들이 유행이었던 것을 기억하는 분이 계실까 모르겠습니다. 행동의 제약이 극대화된 환경에서, 도와줄 사람 하나 없이 혼자서 알아서 탈출해야 하고, 생존 확률은 극히 희박한 상황은 비슷합니다만 바닷속은 그랑블루 같은 영화나 디스커버리 채널과 같은 다큐멘터리 영화가 아닌 이상 숨막히는 아름다움을 보여주기 어렵습니다. 그저 어둡고 춥고 무섭죠. 하지만 우주 공간은 그게 충분히 가능합니다. 지구와 태양만 갖고도 말이죠.
관객이 볼 수 있도록 (살아서) 얼굴을 드러내는 배우는 산드라 블록과 조지 클루니 딱 두 명이고 그것도 중반 이후로는 산드라 블록의 원맨쇼입니다만 아무런 불만이 안 나올 정도의 영화입니다. 트위터에는 엄청난 몸 만들기를 감내한 것이 틀림없어 보이는 산드라 블록의 말벅지가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만 저는 우주 공간의 숨막히는 아름다움과 극히 대조를 이루는, 살아남기 위한 한 인간의 사투를 숨죽이며 지켜보느라고 사실은 말벅지 장면이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정말임~).
자신이 그토록 돌아가고 싶은 지구의 거대한 형체가 코앞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도 시시각각으로 줄어드는 생존 가능성을 높이고자 처절히 싸우다 결국 죽음의 운명을 받아들이기로 한 후 우연히 연결된 채널을 통해 들려오는 지상에 있는 강아지의 울음소리를 산드라 블록이 따라할 때 저도 같이 울컥하더군요. 영화의 한 장면이지만 그녀가 느꼈을 극한의 공포와 외로움이 그 울음소리를 타고 제게도 스며드는 것처럼 느껴졌거든요.
그래서 영화 말미에서 그녀가 경험하게 되는 강렬한 체험(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어 묘사하는 것이 참 조심스럽네요)도 제가 느낀 것처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오히려 조지 클루니의 담담함이 의아하게 느껴질 정도로 산드라 블록의 연기는 아주 현실적이었지요.
참 특이한 소재인데도 강렬한 인상으로 남는 영화, 그래비티
추천합니다. 꼭 보시고 가능하면 아이맥스처럼 큰 화면이나 4DX처럼 생생한 화면으로 보시기 바랍니다.
덧. 산드라 블록이 우연히 연결된 채널에서 지구의 남자와 대화를 시도하나 서로 다른 언어로 의사소통이 되지 않지만 아이와 강아지의 울음소리로 잠시동안 교감을 나누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게 그냥 단순한 영화 속 장치가 아니랍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이 영화를 본 분만 참고하시라고
링크 걸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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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씨네 21(2007년 10월 31일 네이버 네티즌 평점 7.94점)
'밀리언 달러 베이비'를 제작한 폴 해기스가 감독해 2006년 아카데미 작품상, 각본상, 편집상의 3개 부문을 석권한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얼핏 보기에 인종 차별의 문제를 다룬 시사 영화같습니다. 아마도 폴 해기스는 인종 갈등의 문제를 다루려고 이 영화를 만들었을겁니다.
난데없이 나타난 두 명의 흑인 강도에게 자동차를 강탈당한, 부유한 백인 검사 부부,
검문 도중 백인 경찰에게 아내가 성추행을 당한 중산층 흑인 부부,
아버지의 병 수발이 힘들어 세상에 화풀이하는 백인 경찰과 양심을 지키려는 그의 파트너,
자물쇠를 바꾸고 총까지 구입하지만 결국은 가게를 털리고 마는 이란인,
열심히 살아가지만 편견에 힘들어 하는 멕시칸 열쇠수리공,
백인 주류 사회에 진입하기 위해 가족으로부터의 소외를 선택한 흑인 형사,
세상이 온통 흑인을 핍박한다고 생각하는 흑인 강도와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려는 친구
이 영화는 LA에 사는 이들이 36시간 동안 얽히고 설키면서 충돌(crash)하는 과정을 통해 겪게 되는 다양한 깨달음을 다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 이 영화는 인종 차별보다 더 깊은 차원의 것을 다루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바로 '신뢰(trust)'이죠. 사람이 사람을 믿지 못할 때, 그것이 편견과 선입견에 근거할 때, 그것이 피부색, 사회적 지위든 뭐든 간에 언제나 비극을 만들어 냅니다. 그리고 인간에 대한 신뢰를 지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때로는 한 사람의 인생을 날려버릴 정도의 위력을 가지니까요. 대개는 제 맘대로 되지도 않습니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될 만큼 탄탄함을 자랑합니다. 마술사가 모든 끈이 연결된 것을 자랑스레 관중앞에 내놓듯이 모든 이들의 인연은 결국은 하나로 연결이 됩니다. 흡사 케빈 베이컨의 6단계 법칙을 보는 것 같지요.
이 영화의 제작비는 고작 650만 불입니다. 게다가 제작 기간이 고작 35일입니다. 그런데도 산드라 블록,
레인 오버 미의 돈 치들, 맷 딜런, 프리즌 브레이크의 윌리엄 피츠너, 미이라의 브랜든 프레이저,
행복을 찾아서의 탠디 뉴튼,
브리치의 라이언 필립과 같은 배우들이 함께 호흡을 맞추었습니다. 제작비로는 산드라 블록의 개런티도 댈 수 없었을 것 같은데 이 어쩐 일일까요? 대본을 본 스타들이 너도나도 앞을 다투어 배역을 달라고 난리였다고 합니다. 결국 폴 해기스는 이들 스타들을 하나로 결집시켜 이 멋진 영화를 만들어 냅니다. 그리고 제 12회 미국영화배우협회(SGA)는 이 영화에 '영화부문 최고의 캐스팅상'을 수여합니다.
인종 갈등과 '신뢰', 그리고 소통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부여하는 영화, 크래쉬
생각할거리를 던져주는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덧. 그런데 이 영화 참 잘 나가다가 끝에서 한국인을 인신매매범에, 끝까지 돈만 밝히는 민족으로 묘사를 해 놓았더군요. 입맛이 참 씁니다. 맛난 곰탕을 거의 다 먹었는데 국에 떠 있는 바퀴벌레를 발견했을 때의 기분과 비슷하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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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11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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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쉬 (Crash) 감독 폴 해기스 출연 산드라 블록, 브렌든 프레이저(리차드 카봇), 돈 치들(그레이엄 워터스) 개봉 2004 미국, 독일, 112분 대중앞에 경직되고 튀는걸 원치않는 게, 꼬레안의 대체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