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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
많은 임상가들이 심리치료와 심리평가를 별개의 독립된 영역으로 구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도 예전에는 예외가 아니었고요.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경향이 더욱 강한데 아무래도 상담과 심리치료 영역은 상담 심리학자가 담당하고 심리평가는 임상 심리학자가 전담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처럼 임상을 전공하고 상담 영역에서 일하는 임상가들은 수련 과정에서 질리게 배운 심리평가를 어떻게 하면 상담과 접목하여 활용할 수 있을지 관심이 많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Stephen E. Finn의 이 책이 교두보가 될 수 있을거라는 희망을 불러 일으키더군요.
Finn은 심리평가와 심리치료를 접목하는 치료적 평가라는 분야의 개척자로 불리는데 의뢰 목적에 따라 기계적으로 심리평가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전달하기만 하는 단계에 머무르지 않고 심리평가를 실시하는 과정에 내담자를 적극적으로 동참시켜 치료적 효과를 얻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외부에서 주어지는 의뢰 목적이 아니라 철저히 내담자의 관점과 치료적 목적에 따라 심리평가를 진행하는 것이죠.
이 책은 "Theory and Techniques of Therapeutic Assessment"라는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치료적 평가의 이론과 기법을 정리한 책입니다.
그런데 제가 상담 분야에서 계속 일을 해서 그런지 몰라도 지적 자극을 주는 참신한 내용이 별로 없더군요. 부부 치료에 공동 로샤를 적용하는 정도가 좀 색다를 뿐 대부분 이미 어느 정도 변형시켜 적용하고 있거나 제가 익히 알고 있던 내용이더군요. 그래서 읽으면서 좀 지루했습니다.
게다가 번역서의 문제일 수 밖에 없기는 하지만 이 책에 수록된 사례들은 미국의 문화적 배경에 근거하기 때문에 우리나라 임상/상담 현장에 잘 들어맞지 않는 느낌이라서 집중이 더 안 되더군요.
우리나라에서는 이 책을 번역하신 부산가톨릭의료원 메리놀병원의 최성진 선생님이 앞장서서 치료적 평가의 도입과 전파에 애쓰고 계신 것 같은데요. 올해 임상심리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도 관련 주제로 발표를 하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제 생각으로는 임상심리전문가의 수련 현장인 병원에서는 이게 거의 유일한 돌파구입니다. 왜냐하면 심리학자가 병원에서 전권을 갖고 심리치료/상담을 하게 될 가능성은 사실상 없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치료적 평가가 우리나라 병원 장면에 정착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저는 좀 회의적입니다. 그러니 최성진 선생님의 혜안에는 공감하지만 앞으로 지난한 길이 기다리고 있다고 봅니다.
상담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이라면 굳이 읽어볼 필요없지만 병원 장면에 계속 몸 담으면서 심리치료나 상담을 하고 싶은 임상가라면 반드시 치료적 평가를 습득하셔야 할 겁니다. 단, 이 책이 그러한 목적에 부합하는 책이라고는 말씀 못 드립니다. 대신 치료적 평가가 대체 무엇인지 감이라도 잡고 싶은 분이라면 한번 읽어보시는 것도 좋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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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담자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피드백 정보를 어떤 순서로 제시할 것인가
- 수준 1부터 시작하라. 이것은 내담자가 이미 알고 있는 것으로 지도를 그리는 것이다.
- 다음으로 내담자가 자신에 대해 평소 생각하는 방식을 재구성하는 수준 2를 소개한다.
- 마지막으로 자신에 대해 갈등하고 있는 내담자에게 수준 3을 소개한다.
* 심리검사는 전통적으로 치료와 분리되어 개념화되어 왔기 때문에 심리학자들은 내담자의 목표를 강조하지 않는 대신 의뢰된 문제에 초점을 두었다. 나는 이것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 치료적 평가는 내담자의 사생활을 존중하고, 내담자와 관련 없는 질문은 하지 않는다.
* 검사 무효 문제의 가장 좋은 해결책은 내담자가 직면한 변화의 딜레마를 평가자가 줄여주는 것이다.
* 나는 내담자와 결과를 공유하지 않는 평가는 내담자의 삶을 변화시키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 임상심리학자는 환자를 공감하고, 딜레마를 이해하며, 문제에 관해 분명하고 단호하게 말해야 한다.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 된다. 마지못해 하는 방법은 공감적 실수에 의한 것이다.
덧. 이 책은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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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면 뭔가 거창해보이지만 사실 별 거 아닙니다.
심리평가를 실시하는 현장에서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 건지에 대한 개인적인 예측을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예전에는 심각한 정신병리적 문제로 진단이 필요한 수검자(환자)는 정신건강의학과의 임상심리실을 방문하여 심리평가를 받았습니다. 상대적으로 학교나 민간 상담센터에는 그렇게 심한 문제를 가진 수검자가 별로 오지 않았지요. 그래서 병원만큼 심리평가가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되지 않았더랬습니다.
하지만 이제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심리학의 발전(질적인 발전까지 견인하지는 못하고 있지만)과 홍보의 영향(시대의 추세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으로 일반인들의 심리학에 대한 높은 관심과 함께 다양한 심리적 문제에 대한 인식 수준이 높아져서 심리적 문제가 생겼을 때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되기 이전에 병원을 방문하는 사람의 수가 많이 늘었습니다. 특히 어떤 증상때문이 아니라 대인 관계 갈등 문제나 직무 부적응 등 사회 생활 전반에 걸친 다양한 문제로 도움을 받으려는 사람들의 수도 많이 늘었죠.
다른 한편에서는 팍팍하고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게 되면서 예전보다 정신과적 문제를 겪는 사람의 수 자체가 많아졌습니다. 수요 자체가 폭증하게 된 것이죠. 이 수요를 병원에서 모두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에 예전에 비해 상담 센터를 방문하는 환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상담 센터에서 근무하는 상담 심리학자들에게 심리평가 능력이 요구되고 실제로 심리평가를 실시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심리평가에 대한 강의나 supervision을 원하는 개별 상담자와 기관들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제가 supervision을 할 때 접하는 케이스도 예전에는 주로 연애 실패, 학교 부적응, 부모-자녀 관계 등의 다소 mild한 문제에서 요새는 강박 장애, 섭식 장애, 성격 장애, 심지어는 조현병까지 스펙트럼이 많이 넓어지고 다양해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요새 입버릇처럼 상담자들에게 DSM 진단 체계와 정신병리학을 공부하라고 신신당부를 하곤 합니다.
이와 반대로 정신건강의학과 병원에서는 진단을 내리기에 애매한 문제를 가진 수검자의 수가 늘고 있습니다. 호소하는 증상만 보면 뭔가 변별 진단을 내려야 할 것 같아서 종합심리평가를 해 보면 검사 sign이 일치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호소하는 증상만큼 심한 수준이 아닌 경우가 많아진 거지요. 그러나 여전히 의사들은 진단을 선호(그래야 약물 치료를 편하게 할 수 있으니)하기 때문에 진단 없는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에 대해 익숙하지 않은 임상 심리학자들은 혼란에 빠지는거지요. 게다가 많이 나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심리치료나 상담을 본인이 직접 하지 않는 병원 임상가들이 많다 보니 진단을 내리지 못할 때 어떤 제언을 해야 하는지 감을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상담 현장에 계시는 분들은 심리평가 실시에 대비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정신병리학 공부와 함께 DSM 진단 체계에 익숙해지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반대로
임상 현장에 계시는 분들은 더 이상 변별 진단에만 치중하는 심리평가 의존에서 벗어나 심리치료와 상담에 대한 관심을 갖고 그러한 치료적 목표에 따른 제언을 심리평가보고서에 작성하는 연습을 지금부터라도 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case formulation을 하는 틀이 지금과 다르게 바뀌는 것이죠.
사실 이건 예측이라고 할 것도 없이 이미 현재 진행 중인 상황이고 이러한 추세는 점점 더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상담 심리학회에서 상담심리전문가 수련 과정 중 5년차 이상의 임상심리전문가에게 심리평가 supervision 받는 것을 허용하기 시작했고 임상 심리학회에서 치료 기법에 대한 워크샵을 대대적으로 열고 전문가의 치료 사례 회의를 강화하는 게 무엇을 시사하는지 아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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