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심리학을 전공했지만 학부 때는 학력고사 후기 출신이었고, 졸업하고는 다른 학교로 진학했기에 대학원에서는 타대 출신이었으며, 대학원에서 조직 심리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병원 수련을 받을 때는 타 전공 출신이었습니다. 임상심리전문가가 되고 나서 곧바로 상담 영역으로 진출했기 때문에 시작부터 타 직군이었고, 상담 영역에서도 도박 중독 치료를 주로 했기 때문에 계속 비주류였습니다. 그러니까 항상 아웃사이더의 삶을 살았기에 무리짓기, 배제, 차별이 무엇인지는 비교적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91학번이니 심리학을 공부한 지 거의 30년이 되어 가네요. 그동안 임상심리전문가 대 정신건강임상심리사, 임상심리전문가/정신건강임상심리사 대 산업인력공단 임상심리사, 상담심리학회 대 상담학회의 헤게모니 싸움과 알력이 반복되는 것도 충분히 봤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커뮤니티에서 임상과 상담이 내가 더 잘났네, 니가 더 못났네 하며 싸우는 꼴까지 보고 있습니다.
임상에서 수련을 받았지만 상담에서 15년 이상 일을 했고 지금도 임상과 상담 양 쪽에 모두 발을 걸치고 있는 사람 입장에서 말씀드리면 그래봤자 편가르기에 참전하는 사람들만 점점 더 한심해지는 쓸데없는 소모전일 뿐입니다.
임상이 심리평가에 대해 뭘 아느냐고 상담을 공격하고(주로 MBTI가 요새 화두더군요), 니네는 상담 수련도 제대로 받지 않으니 어디가서 심리치료 한다고 나대지 말라며 상담이 임상에게 반격하고 싸움박질을 하는 동안....
현명한 임상가는 임상과 상담 양쪽의 강점을 무기삼아 자신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습니다. 심리평가와 정신병리 지식을 보강한 상담 전문가는 내담자를 이해하는 폭이 웬만한 임상심리전문가를 능가하고 심리치료와 상담 수련을 보강한 임상 전문가는 상담심리전문가의 약점이라고 할 수 있는 주관성의 늪에 빠지지 않습니다.
제가 그동안 현장에서 경험해보니 임상이 우월하냐, 상담이 뛰어나냐 하는 논쟁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더군요.
그저 실력있고 유능한 임상가와 입만 나불거리는 엉터리 임상가가 존재할 뿐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임상가가 되고 싶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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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분야에서 상담 supervision은 필수 불가결한 수련 과정입니다. 그러니 상담 분야의 수련 과정 중인 분들이라면 상담 supervision의 장, 단점을 논하는 것 자체가 의아한 일이죠.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고 당연히 받아야 하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임상심리전문가 자격을 취득한 후 곧바로 상담 현장에 뛰어들어 작년에 독립할 때까지 15년 동안을 일했지만 한번도 상담 supervision을 받은 적이 없는 저는 상담 supervision에 대해서 조금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상담이라고는 임상심리전문가 수련 과정에서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흉내만 내는 게 전부였던 제게 초기 3년 정도의 상담 일은 그야말로 좌충우돌 맨땅에 헤딩했던 시행착오의 혼란기였습니다. 너무나 힘든 나머지 상담심리전문가 수련을 받을까 진지하게 고민했던 시기이기도 하고요.
물론 상담심리전문가 수련 과정에 들어가지는 않았고(그 때는 그럴 여력이 없었습니다) 3년이 지나 어느 정도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상담 전반에 대한 고민을 해 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그 동안에도 심리평가 supervision은 계속 하고 있었기 때문에 상담 수련을 받는 선생님들의 다양한 사례를 지속적으로 접할 기회가 있었죠.
그래서 상담 supervision에는 장, 단점이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3년의 기간 동안 저는 나름 정말 치열하게 상담을 독학했습니다. 상담과 관련된 중요한 텍스트는 빼놓지 않고 읽었고 그렇게 배운 걸 실제 상담에 적용하고자 항상 애를 썼는데 그 과정에서 유명한 텍스트라고 해도 실제 상담에는 적용하기 어려운 내용이 엄청 많이 섞여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문화적인 차이도 있을 수 있고 시대 배경의 차이도 있을 수 있지만 어쨌거나 아무리 유명한 고수가 쓴 내용이라고 해도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는 걸 체득하게 되었습니다. 저처럼 상담의 근본이 없는 무자격 파이터에게는 실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생존 기술이 필요했는데 실전에는 사용할 수 없는 내용이 의외로 꽤 많았습니다.
그 이후로 저는 아무리 대단해보이는 심리치료나 상담 기법을 접하게 되어도 실제 내담자와 상담할 때 적용해서 유용하다는 걸 체감하기 전까지는 극도의 회의주의적인 태도로 바라보고, 반대로 기존 이론에서 해서는 안 된다는 것들도 필요하다면 과감하게 적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상담 supervision을 받을 때의 장점은 특별히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제가 받아본 적도 없는 것의 장점을 말씀드릴 수는 없으니까요. 아마도 실전 고수의 현장 노하우를 배울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회라고 할 수 있겠죠. 하지만 저는 이게 무조건 장점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동안 어깨 너머로 엿본 상담 supervision은 뭔가 정석 틀을 알려준다기보다는 supervisor의 치료 사조, 그 supervisor의 supervisor가 누구인지, 심하게는 supervisor의 가치관과 인품이 오히려 supervision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느낌을 자주 받았습니다.
지금도 저는 상담 supervision을 다른 supervisor에게 여러 번 받은 케이스를 심리평가 supervision에서 자주 보게 되는데 제각각 다른 supervisor의 comment(때로는 정반대의 접근인)로 supervisee 선생님을 혼란에 빠뜨리는 경우가 많더군요.
그러니까 심리평가 결과로는 상당히 분명하게 formulation할 수 있는 문제임에도 누구를 supervisor로 만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제 기준으로는 말도 안 되는) 접근을 하는 걸 보고 충격을 받은 적이 많았습니다. 저도 전문가가 되고 난 이후에 느낀 거지만 상담도 임상만큼 수련 환경과 양적, 질적 경험에 따라 내공의 차이가 크더군요.
배움의 장이 늘 그렇듯이 상담 supervision에서도(당연히 심리평가 supervision에서도) 항상 회의주의적인 시각에서 모든 것을 비판하고, 뒤집어보고, 실제로 사례에 적용했을 때 효과를 체감할 수 있는 comment, 접근, 시각, 조언만 신뢰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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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나 수퍼비전 때 임상가 선생님들을 자주 만나는데 꽤 다양한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인데도 공통점이 하나 있더군요. 바로 실수를 너무 두려워하는 겁니다.
내담자에게 별 도움을 주지 못하고 시간만 낭비하면 어쩌지?
심리평가 해석이 잘못되어 오진하면 어쩌지?
교육이나 해석 상담 때 말 실수를 해서 부모에게 상처를 주면 어쩌지? 등등
실수가 두려운 건 당연합니다. 임상/상담 분야처럼 사람의 마음을 다루는 일이라면 더더욱 두려울 수 있죠.
게다가 실수를 하지 않으려는 신중한 일처리 자세는 임상가에게 꼭 필요한 자질일 뿐 아니라 실제로 일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절대로 잊어서 안 되는 건 실수를 영원히 피할 수는 없다는거지요. 이 바닥에서 일을 하는 한 언젠가는 실수를 하게 되고 때로는 그 실수가 굉장히 큰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왕 하게 될 실수라면 최대한 빨리 당겨서 미리 하는 게 좋습니다. 역설적으로 들릴 지 모르겠지만 실수를 찾아가며 해 봐야 할 수도 있어요.
임상/상담심리전문가 자격을 예로 들면 자격증을 취득한 후 3년 이내에 할 수 있는 실수는 모두 하는 게 좋습니다. 3년까지는 본인도 아직 초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책이 덜 심하고 주변 사람들도 어느 정도 실수를 양해합니다.
하지만 3년이 지나면 내담자/환자들부터 어느 정도의 전문성을 기대하기 시작합니다. 실수의 경중을 따지기 시작하고 더 이상 초보적인 실수에는 관용을 베풀지 않습니다.
그러니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애쓰지 말고 오히려 가능하면 다양한 실수를 하도록 노력하세요. 그리고 그 실수를 통해 배우세요. 그 배움이 진짜 고수로 만들어 줄 겁니다.
덧. 참고로 말씀드리면 이 포스팅도 제 이야기입니다. 저는 아직 고수가 아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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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은 얼마전에 포스팅한
'주로 병원에서만 수련받은 임상심리전문가를 위한 조언'과 댓구를 이루는 성격의 글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여러가지를 말씀드리겠지만 핵심은 이것입니다.
'상담자도 과학자라는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임상/상담의 현장 모델을 흔히 scientist-practitioner model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상담 전문가들은 practice에 초점을 맞춘 수련을 집중적으로 받는 반면 scientist가 되어야 할 필요성은 그다지 강조되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저는 흔히 scientist-practitioner model에서 scientist를 탐정으로, practitioner를 성직자로 비유하곤 하는데 내담자와 동고동락하고 내담자의 편에서 내담자의 치유를 위해 애쓰는 건 잘합니다만 객관적인 입장에서, 때로는 회의주의자의 자세로 객관적인 근거를 비판적으로 살피는 탐정의 역할은 간과되거나 때로는 폄하되기까지 합니다.
저는 3년을 병원에서 수련받고 임상심리전문가가 되자마자 상담 현장에서 지금까지 practice를 하고 있는데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상담심리전문가 수련을 받고 계신 선생님들께 이 말씀을 꼭 한번쯤 드리고 싶었습니다.
1. 회의주의자의 시각을 추가할 것
: 상담자가 내담자의 말을 공감적으로 경청하는 건 굉장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내담자의 말을 전적으로 믿어야 하는 걸 의미하는 게 아닙니다. 내담자가 무의식적으로 진실을 감추거나 방어할 수도 있고 때로는 의도적으로 상담자를 조종하거나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거짓말을 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내담자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추호도 의심하지 않는 상담자가 너무 많은 것에 굉장히 놀랐고 사실 지금도 놀라고 있습니다. 심리평가 수퍼비전을 하다보면 자신이 상담했던 내담자의 모습과 심리평가를 통해 드러난 모습이 다른 것을 보고 충격에 빠지는 상담자가 한 둘이 아닙니다. 상담자가 내담자의 말을 무조건 믿는 것을 치유적 관계를 돈독히 하는 것으로 착각해서는 안 됩니다. 상담자가 내담자의 말을 무조건 믿는다고 치유적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니까요. 상담자는 객관적인 시각을 견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때 중요한 것은 내담자가 하는 말이 사실이냐 아니냐를 판정하기 위한 fact finding 자체가 아닙니다. 내담자도 (당연히) 거짓말을 할 수 있으므로 그것을 항상 염두에 두고 상담에 임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고 역설적으로 그런 시각을 가지고 있어야만 내담자가 그런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와 내담자의 주관적인 의미에 초점을 맞추어 작업할 수 있게 됩니다.
2. 심리평가에 입각한 formulation을 연습할 것
: 내담자가 진실을 말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전제 하에서 상담을 하게 되면 무엇이 객관적 진실이고 무엇이 주관적 거짓말인지 구분하기 어렵게 되므로 상담자를 혼란에 빠뜨리게 됩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상담은 fact finding을 해서 옳고 그름을 나누기 위한 것이 아니므로 내담자가 한 말과 호소하는 문제를 다른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는 새로운 틀이 필요하고 심리평가가 그러한 틀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즉 지금까지는 상담의 다양한 모델과 접근법에 의해 내담자를 바라봤다면 이제는 심리평가를 통해 심리검사 도구가 측정하는 심리적 속성과 개념을 중심으로 내담자를 이해해 보는 것이죠. 심리검사는 분석적이고 계량화된 자료를 다루므로 내담자를 계량화하여 지나치게 기계적으로 다룬다며 거부감을 느끼는 상담자도 있지만 그건 검사 도구 나름입니다. 어떤 심리검사도구(특히 투사 검사와 기질/성격 검사)는 상담자에게 익숙한 story telling을 통해 내담자의 모습을 드러내주기도 하니까요. 심리평가는 굉장히 용도가 다양한 칼과 같습니다. 그 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는 상담자가 도축자가 될 것이냐 검객이 될 것이냐의 목표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죠. 그러니 심리검사를 공부하고 활용에 익숙해질수록 굉장히 강력한 무기를 가지게 됨을 아시게 될 겁니다.
3. 가설을 설정하고 접근하는 법을 익힐 것
: 상담자 중 상당수는 상담 중에 느끼는 막막함을 해결하기 위한 돌파구로만 심리검사를 사용하지만 그건 심리평가를 반쪽만 활용하는 겁니다. 심리평가는 일단 던져서 뭐가 걸렸는지 살펴보는 그물로만 사용하기에는 아까운 도구니까요. 심리평가는 상담의 초기에 상담의 목표와 접근법, 과정을 설계하는 단계에서 사용하는 것이 훨씬 더 낫습니다. 내담자가 호소하는 주된 문제와 증상, 어려움 등의 초기 정보를 토대로 가설을 설정(이를 위해서는 정신병리학이나 다양한 임상 관련 이론에 대한 추가적인 공부가 필요합니다)하고 이를 검증하기 위해 심리평가를 실시하는 겁니다. 가설을 설정할 때는 특정한 이론적 접근의 관점에서 살펴보는 방법도 있지만 그렇게만 하면 항상 같은 가설을 설정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family system theory의 차원에서만 내담자의 문제를 평가한다면 어떨까요? 애착 이론으로만 내담자의 문제를 설명하려고 한다면요? 가설을 설정할 때는 내담자의 표면적 주 호소를 중심으로 이와 관련된 다양한 가설을 세워보는 연습을 하는 게 좋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방향으로 가지를 뻗어보기도 하고 때로는 나무를 옮겨타는 파격도 필요합니다. 그래야 내담자를 보는 시각이 넓어집니다. 깊이보다는 넓이가 중요합니다. 어떤 분야의 대가가 되어 일가를 이루는 것은 나중에 해도 됩니다. 상담은 어차피 평생 작업이니까요. 한 우물만 무작정 깊이 파다 보면 그 우물에 갇히게 됩니다. 결과는 다들 아시겠지요. 우물 안 개구리 신세입니다.
4. 다다익선이 아니라 소소익선
: 상담 훈련을 받는 과정에서 대부분의 상담자들은 내담자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많이 모으는 것을 주문받습니다만 앞으로는 다다익선이 아니라 소소익선을 통해 빠르고 정확하게 내담자의 어려움을 파악하는게 점점 더 중요해집니다. 단기 상담이 주된 접근법으로 자리를 잡을 것이고 무엇보다 비용 대비/시간 대비 효율성을 따지게 될 테니까요. 라포를 형성할 회기 수를 확보하는 것마저 만만치 않은 도전이 될텐데 내담자의 개인 정보를 상담을 통해 모으는 건 내담자와 작업해야 할 금쪽같은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다른 유관 전문가가 더 잘하는 부분은 분업해서 전담하도록 맡기고 상담자가 잘 하는 부분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낫습니다.
소소익선을 통해 핵심적인 정보를 도출하려면 앞에서 말씀드린 가설을 설정하고 접근하는 법을 반드시 익혀야 하고 가설을 잘 설정하려면 회의주의자의 시각으로 내담자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하며 설정한 가설을 검증하려면 심리평가에 익숙해야 하니 이 포스팅에서 말씀드린 모든 조언은 결국 하나로 연결된다 할 수 있겠습니다.
상담 수련 중에 배운 것만 갖고 소속 기관에서 수퍼바이저나 선배가 시키는대로 history taking에 가계도 그리기, 매번 문장완성검사 결과까지 타이핑하면서 정해진 회기가 줄어드는 것에 발 동동 구르는, 번갯불에 콩 볶는 상담을 평생 하고 싶지 않은 상담자라면 제 조언을 한번쯤은 심각하게 고려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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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아니죠. 정확하게는 오늘 아침에 어떤 사실 하나를 알게 되었습니다. 오랜만에 제 머리 뚜껑이 제대로 열린 사건의 전모는 이렇습니다.
심리학 분야에서 인지도가 굉장히 높은 회사가 하나 있습니다. 국내에서 심리학을 공부했다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회사지요. 이 회사는 자체 상담 센터까지 보유하고 있습니다.
상근 직원인지 프리랜서인지 정확한 계약 관계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임상가가 작성한 심리평가보고서를 그 센터의 '상담심리전문가'가 해석 상담을 진행하면서 자기 맘대로 뜯어 고친답니다. 단순히 첨삭하는 것(이것도 제 기준에서는 천인공노할 범죄입니다만) 정도가 아니라 아예 자신의 이름과 자격번호를 바꿔치기한 뒤 자신이 실시한 것처럼 보고서를 새로 꾸민다네요.
처음에는 제가 잠이 덜 깨어 잘못 이해한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아니더군요. 조작(자기가 실시하지도 않은 남의 심리평가보고서에 자기 이름을 넣어서 자기가 실시한 것처럼 해석 상담을 한다면 그게 조작이 아니고 뭡니까?)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편집 가능한 문서 파일로 보내달라고 구체적으로 요구했다네요.
간혹 local NP에서 임상가에게 심리평가보고서의 수정을 요구하는 불미스러운 경우가 있기 때문에 심리평가보고서를 문서 파일로 보낼 때는 수정이 불가능하게끔 제약을 가한 PDF 파일로 전송하도록 권고하는 포스팅을 한 적(
'심리평가보고서를 문서 파일로 전송할 때 주의사항')도 있습니다만 이런 범죄 행위를 뻔뻔하게 대놓고 자행하는 경우가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이게 그 상담심리전문가(이런 사람이 전문가라면 똥파리가 봉황입니다) 개인의 일탈인지 그 회사 소속 상담 센터의 관행인지 모르겠지만 경고합니다. 당장 그만두세요.
만약 한번만 제 귀에 같은 내용의 이야기가 들려오면 절대로 가만 있지 않겠습니다. 상담심리학회의 윤리위원회에 제소하는 건 물론이고 소송을 불사하고 이곳 뿐 아니라 언론에 공개하는 것까지 고려하겠습니다.
사실 지금도 믿기지 않는 엄청난 사건이기 때문에 fact인지 확인이 될 때까지 회사명을 익명으로 유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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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 임상/상담심리 Job DB를 오픈합니다. 기억하시는지 모르겠지만 이것은 제가 예전부터 노래를 불렀던 숙원 프로젝트 중 하나입니다. 2014년을 넘기지 않고 드디어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임상/상담심리전문가, 정신보건임상심리사, 산업인력공단 임상심리사 등 전문 자격을 소지한 임상가들께서 어떤 처우를 받고 계신지 비교 선택하실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최신 정보를 수집해서 업데이트 할 예정입니다.
포함된 정보는 다음과 같습니다.
* 기관명 : 분쟁의 소지를 줄이기 위해 일부 익명 처리해 공개하지만 그리 어렵지 않게 알아보실 수 있습니다.
* 프렌차이즈 여부
* 지역(지점명)
* 환자/수검자에게 청구하는 심리평가비(Full Battery 기준)
* 평가자가 받는 실제 금액
* 환자/내담자에게 청구하는 상담/심리치료비(회기 당)
* 치료자/상담자가 받는 실제 금액
* 급여 형태(비율, 고정급 등)
* 근무 형태(주 5일 상근, 주 2회 파트 타임 등)
* 4대 보험 적용 여부
* 특징 : 이 부분이 본 임상/상담심리 알바 DB의 핵심이자 알짜 정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적나라합니다;;;
모든 정보는 해당 임상가들이 실제로 일을 하면서 경험한 내용만을 담았습니다. 월덴3의 임상/상담심리 Job DB는 ~카더라 통신을 지양합니다.
혹시라도 DB에 수록된 기관의 정보가 새롭게 변경되었거나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지체없이 알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최초 포스팅에서는 part-time job인 알바 정보만 포함했으나 full-time job 정보까지 포괄하도록 폭을 넓히겠습니다. 근무하고 계신 직장 또는 이직 후 이전 직장에 대한 full-time job 정보 제보도 환영합니다.
2014년 8월 4일 현재 9개의 기관이 포함되어 있으며 새로운 기관이 추가될 때마다 즉시 업데이트하겠습니다.
덧. 이 포스팅은 8월 한 달 동안 유지하고 이후 공지글 영역으로 옮기겠습니다.
덧2. 나도 DB 공유에 기여하고 싶다는 임상가들께서는 연락주세요. 당연히 제보 환영합니다. 본 DB의 양식대로 채워서 제게(walden3@gmail.com) 보내주시면 됩니다. 단, 신뢰성 확보를 위해 최근 2년 이내의 정보로만 부탁드립니다.
: 2014년 8월 19일 현재(20140819 Version)
* 오O영 아카데미에서 수검자에게 청구하는 심리평가비가 35만 원에서 40만 원으로 올랐답니다 : 8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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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면 뭔가 거창해보이지만 사실 별 거 아닙니다.
심리평가를 실시하는 현장에서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 건지에 대한 개인적인 예측을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예전에는 심각한 정신병리적 문제로 진단이 필요한 수검자(환자)는 정신건강의학과의 임상심리실을 방문하여 심리평가를 받았습니다. 상대적으로 학교나 민간 상담센터에는 그렇게 심한 문제를 가진 수검자가 별로 오지 않았지요. 그래서 병원만큼 심리평가가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되지 않았더랬습니다.
하지만 이제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심리학의 발전(질적인 발전까지 견인하지는 못하고 있지만)과 홍보의 영향(시대의 추세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으로 일반인들의 심리학에 대한 높은 관심과 함께 다양한 심리적 문제에 대한 인식 수준이 높아져서 심리적 문제가 생겼을 때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되기 이전에 병원을 방문하는 사람의 수가 많이 늘었습니다. 특히 어떤 증상때문이 아니라 대인 관계 갈등 문제나 직무 부적응 등 사회 생활 전반에 걸친 다양한 문제로 도움을 받으려는 사람들의 수도 많이 늘었죠.
다른 한편에서는 팍팍하고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게 되면서 예전보다 정신과적 문제를 겪는 사람의 수 자체가 많아졌습니다. 수요 자체가 폭증하게 된 것이죠. 이 수요를 병원에서 모두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에 예전에 비해 상담 센터를 방문하는 환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상담 센터에서 근무하는 상담 심리학자들에게 심리평가 능력이 요구되고 실제로 심리평가를 실시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심리평가에 대한 강의나 supervision을 원하는 개별 상담자와 기관들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제가 supervision을 할 때 접하는 케이스도 예전에는 주로 연애 실패, 학교 부적응, 부모-자녀 관계 등의 다소 mild한 문제에서 요새는 강박 장애, 섭식 장애, 성격 장애, 심지어는 조현병까지 스펙트럼이 많이 넓어지고 다양해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요새 입버릇처럼 상담자들에게 DSM 진단 체계와 정신병리학을 공부하라고 신신당부를 하곤 합니다.
이와 반대로 정신건강의학과 병원에서는 진단을 내리기에 애매한 문제를 가진 수검자의 수가 늘고 있습니다. 호소하는 증상만 보면 뭔가 변별 진단을 내려야 할 것 같아서 종합심리평가를 해 보면 검사 sign이 일치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호소하는 증상만큼 심한 수준이 아닌 경우가 많아진 거지요. 그러나 여전히 의사들은 진단을 선호(그래야 약물 치료를 편하게 할 수 있으니)하기 때문에 진단 없는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에 대해 익숙하지 않은 임상 심리학자들은 혼란에 빠지는거지요. 게다가 많이 나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심리치료나 상담을 본인이 직접 하지 않는 병원 임상가들이 많다 보니 진단을 내리지 못할 때 어떤 제언을 해야 하는지 감을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상담 현장에 계시는 분들은 심리평가 실시에 대비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정신병리학 공부와 함께 DSM 진단 체계에 익숙해지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반대로
임상 현장에 계시는 분들은 더 이상 변별 진단에만 치중하는 심리평가 의존에서 벗어나 심리치료와 상담에 대한 관심을 갖고 그러한 치료적 목표에 따른 제언을 심리평가보고서에 작성하는 연습을 지금부터라도 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case formulation을 하는 틀이 지금과 다르게 바뀌는 것이죠.
사실 이건 예측이라고 할 것도 없이 이미 현재 진행 중인 상황이고 이러한 추세는 점점 더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상담 심리학회에서 상담심리전문가 수련 과정 중 5년차 이상의 임상심리전문가에게 심리평가 supervision 받는 것을 허용하기 시작했고 임상 심리학회에서 치료 기법에 대한 워크샵을 대대적으로 열고 전문가의 치료 사례 회의를 강화하는 게 무엇을 시사하는지 아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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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심리전문가 수련 과정에 계신 선생님들께는 별로 언급하지 않는 내용입니다. 왜냐하면 아직까지는 임상심리학자에게 상담 의뢰 사유와 심리평가 의뢰 사유를 의도적으로 구분해야 할 정도로 상담이나 심리치료 케이스가 많이 주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상담심리전문가 등 상담을 주 업무로 하는 임상가들은 상담 의뢰 사유와 심리평가 의뢰 사유를 구분하는 것에 대해 의식하고 계셔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심리평가보고서의 의뢰 사유를 적는 부분에 상담 의뢰 사유를 기록하는 문제가 생기니까요.
심리평가보고서의 의뢰 사유는 그야말로 심리평가를 실시하게 된 이유입니다.
상담을 하다 보니 내담자가 호소하는 우울감의 수준이 예상보다 심각해서 약물 치료를 병행해야 하나 고민될 때, 혹은 단순한 우울증이 아닌 과거 트라우마로 인한 우울증이 의심될 때 PTSD 변별을 할 필요가 생겼을 때 심리평가를 실시한다면 그것이 바로 심리평가의 의뢰 사유가 되는 겁니다.
상담 의뢰 사유는 말 그대로 내담자가 상담을 받으러 온 이유가 되겠지요.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미묘한 뉘앙스의 차이가 있고 그것이 내담자를 바라보는 틀을 변화시켜서 큰 차이를 만들어 냅니다.
앞으로 단기 상담이 대세가 되면 상담 의뢰 사유와 심리평가 의뢰 사유가 점차 비슷해질테지만 그 때까지는 둘을 구분하는 연습을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둘을 구분해서 내담자를 바라보는 연습을 하면 내담자를 좀 더 긴 호흡으로 조망할 수 있는 눈을 가질 수 있습니다. 심리치료 기법 하나 익히는 것보다 그런 눈을 익히는 것이 상담자의 내공 쌓기에 훨씬 더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덧. 개인적으로 효율성 차원에서만 접근하는 단기 상담 위주의 상담에 반대하는데 그로 인한 심리평가의 남발, 증상 완화 위주의 치료적 접근 유행 등이 상당히 우려됩니다. 결국 내담자나 상담자 모두에게 독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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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개인적으로 상담, 임상심리전문가 수련 제도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왜곡된 supervisor-supervisee 도제 제도의 정착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대학원에서 학위를 받기 위해 지도 교수의 권위에 굴종하고 비합리적인 처사에 굴복하는 걸 습성화했던 패턴이 전문가 수련제도에도 그대로 답습되어 supervisor는 어디까지나 supervisee가 향후 적절히 기능하는 전문가가 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support하는 사람에 불과한데 지나치게 많은 권한을 부여하고 심한 경우 수련 과정에서 탈락시킬 수 있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게 학회가 방임해왔죠.
결국 그 결과로 전문가 자격을 취득한 뒤 현장에서 일을 시작한 임상가들의 자존감이 처음부터 바닥인데다 몇 년이 지나도 도무지 자신감이 올라갈 생각을 안 합니다. 저는 이게 다 무조건 혼내기만 하고 자신과 의견이 다르면 학문적으로 토론하고 임상적으로 숙의하기는 커녕 무조건 깔아뭉개기만 하는 못된 supervisor들과 이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수련 제도의 시스템 문제라고 봅니다.
이야기가 곁길로 많이 빠졌습니다만 그래서
자존감이 낮은 상담자들이 상담을 하게 되면 상담의 결과에 일희일비하게 됩니다. 내담자가 좋아지는 것 같고, 상담에 빠지지 않고 열심히 나오고, 명절이 되면 간단한 선물이라도 챙겨오면 자기 일처럼 기뻐하고 상담에 자꾸 빠지고, 연락이 잘 되지 않고, 그러다가 임의 종결이라도 하게 되면 자신의 무능을 확인이라도 한 것처럼 우울에 빠집니다.
내담자의 회복과 치유, 성장을 바라는 마음은 좋습니다. 하지만 상담은 내담자와 상담자가 모두 함께 성장하는 과정입니다. 상담자가 내담자를 일방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아니에요. 밝게 웃으면서 꼬박꼬박 상담 시간에 참석하는 내담자의 모습이 자기의 진정한 내면을 들여다보지 않으려는 방어 기제의 발동일 수도 있고 말없이 상담에 불참한 내담자가 사실은 상담의 효과로 자신의 문제가 해결되었으나 상담자에게 종결하겠다는 말을 하는 것이 부끄러워 차마 연락을 못하는 속사정이 있을 수도 있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내담자가 진정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회복하고 성장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언젠가는 스스로 알게 되겠지요.
그럴 때까지
상담자가 가져야 할 마음의 자세는 내담자의 회복이 곧 나의 실력이라는 식의 단선적인 결론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함께 성장하는 과정이고 내담자를 통해 배운다는 겸허함입니다.
그러니 상담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내담자의 치유와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상담을 통해 자신을 성장시키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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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심리전문가나 상담심리전문가의 수련 과정에는 사례 회의를 통해 심리치료나 상담 사례를 의무적으로 발표해야 하는 규정이 있습니다.
그래서 내담자에게 발표에 대한 동의를 구해야 하고 동의서를 서면으로 제출하게 되어 있죠.
그런데 상담을 진행하는 동안에 supervisor에게 supervision을 받는 경우 그것 또한 내담자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는 걸 모르는 분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것인데도 말이죠.
'내담자의 가족이라고 하면서 전화로 상담 일정을 확인하려고 할 때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글에서도 강조했듯이 상담에서 기본 중 기본은 내담자의 개인 정보 보호입니다.
아무리 개인적인 정보를 감추고 각색한다고 해도 심리치료 supervision은 내담자의 신상 정보가 노출될 수 밖에 없거든요.
외국이라면 소송에 걸려 막대한 손해배상을 해야 하거나 자격을 빼앗길 수도 있는 중차대한 사안인데도 현장의 임상가들이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서 걱정입니다.
단지 임상가 자신의 신상에 문제가 생기는 사안이라서가 아니라 자신이 맡은 내담자의 안전을 보호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상담자의 책무 중 하나입니다.
supervision이 필요하다면 반드시 내담자에게 허락을 받으세요. supervision을 통해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세요.
내담자의 동의 없이 심리치료/상담 supervision을 받아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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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YES24
얼핏 보면 대중적인 심리학 서적으로 보기에 무리없는 낚시용 제목으로 무장한 이 책은 대중들을 위해 쓰여진 건 맞지만 심리학, 특히 교류 분석에 대해 전혀 모르는 분들이 보면 좀 당황스러울 수도 있고 이 책의 진수를 제대로 맛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 책은 바로 교류 분석(Transactional Analysis)을 창시한 Eric Berne이 썼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 책은 서구에서는 나름 스테디셀러의 반열에 올라 있습니다. Pop Psychology 분야 서적의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5백만 권 이상이 팔린 책이니까 베스트셀러로 소개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겁니다.
이 책의 구성은 아주 단순합니다. 1부인 게임 분석에서는 교류 분석의 기본 개념에 대해 설명하고 있고 2부인 게임 대사전에서는 '인생 게임', '아내와 남편 게임', '파티 게임', '성적인 게임', '암흑가 게임', '상담실 게임', '유익한 게임'으로 나누어 실제로 다양한 장면에서 일어나는 게임을 분석하고 있으며 3부인 게임을 넘어서에서는 이러한 게임의 속성을 이해함으로써 게임 없이 살아가는 것의 가능성을 탐구해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게임이란 무엇일까요? 에릭 번에 따르면
게임이란 예측 가능하며 명확히 정의된 결과를 향해 나아가는 연속적인 상호 보완적 이면 교류입니다. 게임이란 용어를 섣불리 생각해서는 안 되는 것이 교류 분석에서의 게임은 반드시 재미있거나 심지어 즐기는 무엇인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에릭 번은 삶의 초반에 발달하는 네트워크를 '아이 자아 상태', 자신을 길러준 사람을 자신이 경험한 대로 내면화한 것을 보여주는 네트워크를 '부모 자아 상태', 정서를 개입하지 않으면서 '지금 여기'를 다루는 자아 상태를 '어른 자아 상태'로 구분하였습니다. 얼핏 보면 정신 분석의 Id, Superego, Ego와 비슷해 보이지요. 사람은 누구나 이 세 가지 자아 상태를 지니고 있으며 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가장 적절한 자아 상태를 활성화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양자간 혹은 삼자간 대인 관계에서 각각의 등장 인물이 활성화한 자아 상태를 알아내고 각 자아 상태의 교류를 분석함으로써 그 상황을 이해할 수 있다는거지요.
에릭 번 이후에도 많은 교류 분석가들이 새로운 게임을 많이 발견하였고 이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게임의 이름은 게임을 시작한 사람의 감정이나 궁극적으로 만들어내는 결말에서 따오는데 이 책에서도 소개되고 있듯이 재미있는 게임이 많습니다.
'너 이번에 딱 걸렸어' 게임 하나만 맛보기로 소개하겠습니다.
다섯 살 난 조니가 부모가 친구들과 주방 식탁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동안 좋아하는 장난감 트럭을 끌고 이 방 저 방으로 뛰어다녔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거실에서 우당탕 깨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급히 거실로 뛰어간 조니의 엄마는 유리 꽃병이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난 광경을 보았습니다. 1. 엄마 : "누가 이랬어?"2. 조니 : "멍멍이가"3. 엄마(화가 나 목덜미가 시뻘개져 조니를 때리며) : "거짓말하면 엄마 아들 아니랬지!" (엄마가 5분 전에 강아지를 집 밖으로 내 보냈던 것이죠)이 게임의 sequence는 다음과 같습니다. 1. A가 표면의 메시지를 전달하며 동시에 숨은 메시지도 같이 전달한다.2. B가 숨은 메시지에 반응한다.3. A의 자아 상태가 돌변하고, 예상치 못하게 기분이 나빠진다. 1. 엄마(A) : 표면적인 교류 - "누가 이랬어?" -> 사회적 수준에서 이것은 사실을 묻는 단순한 질문 -> 심리적 수준에서는 조니를 거짓말하도록 유인하는 질문2. 조지(B) : "멍멍이가" -> 숨은 교류에 반응함3. 엄마(A) : "거짓말하면 엄마 아들 아니랬지!" -> 자아 상태가 바뀌면서 화가 치밀어 올라 목덜미가 시뻘개짐 -> 예상치 못하게 기분이 나빠져 조니를 때려줌 엄마의 입장에서는 '너 이번에 딱 걸렸어' 게임을 한 것이고 조니의 입장에서는 '나를 좀 차주세요' 게임을 한 것입니다.
상담심리전문가가 번역을 해서 그런지 상당히 오래된 책인데도 매끄럽게 읽히는 편이기는 한데 문제는 교류 분석의 '게임' 자체가 이해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상당히 각오를 하고 도전하셔야 합니다. 쉬운 게임의 예를 들었지만 대부분의 게임이 이렇게 쉽지는 않거든요.
현장의 임상가들이 교류 분석의 입문서로 읽어보시기에 적절한 책입니다. 일반인들에게는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교류 분석에 대해 잘 모른다면 임상가가라도 어렵게 느낄 수 있는 수준의 난이도거든요.
덧. 개인적으로 '인생 게임'으로 분류된 '알코올 중독자' 게임도 그렇고 '아내와 남편' 게임으로 분류된 게임 중 부부 치료에 도움이 되는 게임이 많아서 이 책은 제가 소장하면서 참고하고 새 책으로 북 크로싱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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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 임상심리전문가는 한국심리학회 산하 임상심리학회에서 관리하는 임상심리전문가 자격을 취득한 사람들을 의미합니다.
2007년 1월 초에
'임상심리학의 위기'라는 글을 쓴 적도 있지만 어찌 보면 그 글은 총론적인 위기에 대해 쓴 것이고 오늘 내용이 각론에 해당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 글은 어디까지나 제 맘대로의 예측이며 개인적으로는 제발 틀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원래 임상 현장에서 임상심리전문가 자격이 가장 먼저 만들어졌습니다. 학회 차원에서 만든 자격이지요. 이후에 국회에서 관련 자격에 대해 입법을 하게 되자 임상심리전문가를 국가공인자격증으로 만들려고 학회에서 애를 썼지만(개인적으로는 전략의 부재로 평가합니다만) 실패했습니다. 그래서 그 결과로 보건복지부에 '정신보건임상심리사' 자격이 만들어지고 두 개의 자격 제도가 생기게 됩니다. 정신보건임상심리사는 급조된 자격으로 수련 제도가 정비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임상심리학회에서 수련위원회를 꾸려 수련 감독을 대행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 시기에 수련을 받았던 임상심리 레지던트 중 일부는 3년의 기간 동안에 임상심리전문가와 정신보건임상심리사 1급 자격을 동시에 취득하는 행운을 누리게 됩니다.
그러다 보건복지부에서 정신보건전문요원의 관리를 국립정신병원에 이관해서 총괄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나오니 반발하지만 역시나 진압되고 결국 정신보건전문요원의 관리를 국립정신병원에서 담당하게 되면서 임상심리전문가와 정신보건임상심리사의 자격을 동시 취득하는 것이 매우 어렵게 됩니다. 왜냐하면 예전과 달리 자격 요건을 상당히 까다롭게 심사하기 시작했기 때문(이 당시 수련 인정때문에 불이익을 당한 수련 레지던트가 꽤 많았지만 학회에서는 아무런 대책 마련도 못 했습니다. 그 피해는 레지던트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갔습니다)에 이전처럼 임상심리전문가 수련을 하면서 대충 정신보건센터에서 시간을 때우고 수련 시간을 조작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 시기에 본격적인 이원화가 일어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 때까지는 임상심리학자가 두 가지 자격을 모두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 때부터 두 자격 중 하나만 갖고 있는 전문가들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심리학 전공자가 아니면서 정신보건임상심리사 1급 자격을 갖춘 전문가의 수가 늘면서 임상심리학회의 기반을 위협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이들은 심리학회 회원이 아니기 때문에 소속감이 없거든요. 상담 심리학회 회원들에게 모 학회인 심리학회에서 회비를 통합 징수하려고 할 때 일어났던 문제의 이유와 유사하죠. 임상심리학회에서는 산하의 임상심리전문가들을 정신보건전문요원협회에 가입하도록 독려하면서까지 밀월 관계를 유지하려고 애썼지만 임상심리학회와 상관이 없는 정신보건임상심리사 1급의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온 궁여지책이 바로 정신보건임상심리사 1급에게 임상심리전문가 자격을 인정해서 그대로 자격을 수여하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아는 몇 몇 교수들이 바로 이 혜택을 받았습니다. 즉, 정신보건임상심리사 1급 자격은 갖고 있지만 임상심리전문가 자격이 없는 임상심리학 교수에게 학회에서 임상심리전문가 자격을 그냥 준 것이죠. 당연히 정상적인 수련 과정 없이요. 물론 이런 부당한 혜택은 이전에도 있었습니다. 현재도 심리학과에서 강단에 서고 있는 임상/상담 심리학 교수 중 상당수가 정상적인 수련 과정을 거치지 않고 임상심리전문가, 정신보건임상심리사 1급 자격을 갖고 있습니다. 소급해서 그냥 준 것이죠. 뭐 원로 대우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필요악으로 볼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저는 이런 불공정한 정책이 임상심리학계의 발목을 붙잡는 족쇄의 뿌리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나마 부실한 수련마저도 받지 않고 자격을 얻은 교수들이 심리평가, 심리치료에 대한 개념이 있을리가 만무하니까요. 뭘 알아야 가르치죠.
어쨌거나 이런 러브콜에도 불구하고 현재 정신보건임상심리사와 임상심리전문가의 관계는 좀 껄끄럽습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두 자격 중 하나만 갖고 있는 전문가들의 위치가 어정쩡한 것이지만요.
문제는 이후에 산업인력공단에서 임상심리사 자격이 국가 공인 자격으로 또 만들어진 것이죠. 이 자격은 수련 과정 없이 시험으로만 취득할 수 있었기 때문에 지원자가 엄청나게 많았습니다. 제가 알기로 지금 임상심리사 2급의 수가 임상심리전문가와 정신보건임상심리사 1급을 합한 수보다 많을 겁니다. 게다가 지금까지는 2급 자격자만 있다가 최근에 1급 취득과 승급이 가능하게 되었기 때문에 향후 몇 년 안에 임상심리전문가와 정신보건임상심리사, 산업인력공단의 임상심리사가 현장에서 각축을 벌이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자 그럼 임상심리전문가의 미래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제가 예상하는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종합병원급의 수련병원에서 임상심리전문가가 아닌 전문가(심리학 전공자가 아니며 심리학회 회원이 아닌 정신보건임상심리사 1급이 대표적인 경우)가 supervisor가 되는 순간부터 임상심리전문가가 마음 편히 누리던 수련 과정의 핵심축이 붕괴되기 시작할 겁니다. 현재는 supervisor가 임상심리전문가이기 때문에 암묵적인 카르텔에 의해 모교 출신이나 최소한 심리학회 회원만 수련 레지던트로 받는 것이 가능하지만 심리학회 회원이 아닌 정신보건임상심리사가 supervisor가 되면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요. 아니, 오히려 기피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 다음에는 심리평가의 차별성이 없어집니다. 그런데 이건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제 예상보다 속도가 더 빨라졌거든요. 임상심리전문가는 지금까지 '정신과 병동 수련'과 '심리평가'라는 유용한 tool을 가진 이득을 배타적으로 누려왔습니다. 하지만 상담심리학회에서 심리평가 수련을 위해 문호를 대폭 개방하고 상담심리전문가 자격까지 갖추고 있는 임상심리전문가가 그 교육을 담당하면서 임상심리전문가의 유일한 무기였던 심리평가의 잇점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런 일이 정신보건임상심리사와 산업인력공단의 임상심리사에게도 일어나지 말란 법이 있을까요?
저만 해도 제게 심리평가 supervision을 받는 supervisee 선생님 중 임상심리전문가 수련을 받지 않는 수가 이미 절반을 넘어섰습니다. 정신보건임상심리사나 산업인력공단의 임상심리사 자격만 취득하는 분들이 더 많다는 말입니다. 이게 저에게만 해당되는 특수한 상황일까요?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말씀드리면 심리평가 보고서의 quality만 놓고 볼 때 임상심리전문가와 정신보건임상심리사의 격차는 이미 그리 크지 않습니다. 오히려 어떤 supervisor의 지도를 받았느냐가 더 큰 차이를 낳게 되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앞으로 이 격차는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즉 임상심리전문가의 가장 큰 무기였던 심리평가가 앞으로는 현장에서 그다지 우위가 되는 기술이 될 수 없다는 말입니다. 게다가 투입된 노력과 시간 대비로 비교해보면 임상심리전문가는 메리트가 별로 없습니다. 더 적은 비용으로 동일한 quality의 일을 할 수 있다면 굳이 임상심리전문가를 써야 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아직까지는 현장에서 임상심리전문가를 우위로 생각하지만 과연 언제까지 그럴 수 있을까요? 저는 얼마남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이 모든 것은 각 병원의 supervisor의 실력에만 맡겨놓고 수련 제도를 방기하고 있는 학회의 책임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학회가 수련 제도 정비를 위해서 뭘 했습니까? 심리평가 보고서 작성법에 대한 기본 교재가 있습니까? 아니면 supervision을 위한 manual이 있습니까? 아무 것도 없습니다. 이미 자격 번호 600 번대의 junior supervisor가 종합병원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supervisor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아무런 orientation도 없이요. 이런 supervisor에게 수련을 받은 레지던트들이 전문가가 되어 현장에 나오는 건 금방입니다. 당장 내년부터 나오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대대적인 개혁을 하지 않는다면 임상심리전문가가 빠르면 5년, 늦어도 10년 안에 산업인력공단의 임상심리사에게도 밀릴 것으로 예상합니다. 물론 학교가 아닌 임상 현장 이야기입니다. 저는 솔직히 학교는 생각도 않고 있고 기대도 안 합니다. 이미 개혁하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자, 그렇다면 암울한 임상심리전문가의 미래를 바꾸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요? 저는 두 가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수련 제도를 정비하고 supervision을 표준화, 강화해야 합니다. 수련 현장 나름에 맡겨두는 것이 아니라 학회 차원에서 표준화된 manual을 만들어서 최소한 이것만큼은 교육이 되어 임상심리전문가 자격만 취득하면 임상 현장에서 이 정도는 기대할 수 있겠다는 정도의 기준을 마련해야 합니다. 지금처럼 supervisor가 자신이 수련받을 때 배웠던 것만 달랑달랑 가르치는 수준으로는 질적 하락이 불보듯 뻔합니다. 게다가 supervisor가 심리평가, 심리치료 하나 안 하면서 수련 레지던트만 착취하는 구조를 그대로 두는 한 임상심리전문가의 앞날은 매우 어둡습니다.
둘째, 심리치료 분야를 강화해야 합니다. 제가 현장에서 일하면서 가장 답답한게 뭔지 아십니까? 제 분야가 아닌 내담자의 문제를 의뢰하고 싶어도 전문가가 하나도 없다(혹은 모른다)는 겁니다. 가정 폭력 문제가 있는 도박자의 가정에 개입하고 싶어도 가정 폭력 전문 치료자가 없어서, 하다 못해 청소년 우울증을 전문으로 다루는 전문가가 누군지 몰라서 속앓이를 하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현행 의료보험 제도가 획기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정신과 의사들은 약물 치료에 의존할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근본적으로 의사들이 심리치료를 할 수 없는 시스템입니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상담과 심리치료에 대한 요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걸 누가 충족시켜줘야 하나요? 임상심리전문가가 뛰어들지 않는다면 계속 심리평가나 하면서 수지 타산이나 맞추고 있을 겁니다. 언제까지요? 정신보건임상심리사와 산업인력공단의 임상심리사가 심리평가 분야를 잠식해서 벼랑으로 떠밀릴 때까지요. 심리치료만 놓고 보면 임상심리학회는 아무 것도 없는 불모지나 다름 없습니다. 수련 레지던트의 사례 발표나 하는 수준이지 전문가의 사례 발표는 눈씻고 봐도 찾아보기 힘듭니다. 왜냐하면 아무도 안 하니까요. 고명하신 교수님들은 정년 보장이 되니까 심리학의 치솟는 인기에 힘입어 달콤한 꿀빨기에 여념이 없으시겠지만 미안하게도 현장이 죽으면 학교도 죽습니다. 아닐 것 같습니까?
수련 제도의 대대적인 개혁과 정비, 그리고 심리치료 분야에 대한 전폭적인 매진, 이 두 가지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임상심리전문가의 미래는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제 예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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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출판업에 종사하는 분이 저를 찾아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확실히 요새는 심리학이 출판 시장의 대세라고 하네요. 자기 개발(이거 계발이 맞나요? 당췌 헷갈려서 -_-;;;)서와 재테크 서적의 시대가 지나고 바야흐로 심리학 서적의 세상이 온 겁니다.
그런데 정작 졸업하면 미아리에 돗자리 까는거냐는 비아냥과 조소를 들으며 학교를 다녔고 선배들로부터 10년만 참으면 심리학이 대우받는 세상이 온다는 격려같은 한탄을 들으며 살아온 제게 이런 세태는 전혀 반갑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느낌이 도무지 들지 않거든요.
그래도 나름 최근에 쏟아져 나오는 심리학 서적이라면 빼놓지 않고 읽고 있다고 자부합니다만 정말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심리학 서적을 본 기억이 거의 없습니다. 궁금하시면 심리학 이야기 카테고리의 서적 코너에 가셔서 제가 별 다섯개로 평가한 책이 몇 권이나 있는 지 세어보시면 당장 아실 수 있을겁니다. 그나마도 제가 높게 평가한 책은 현장의 임상가를 위한 전공서적, 그것도 거의 번역서입니다. 일반인들을 위한 책은 제 기억으로 한 권도 없습니다.
이것은 심리학 분야가 일반인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만큼 여전히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고 있거나 아니면 심리학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이비 전문가들이 당의정처럼 달달하게만 쓴 책으로 사람들을 현혹해 책 팔아먹기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거나 둘 중의 하나입니다. 저는 물론 강력히 후자를 의심하고 있고요.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2009년~2010년에 쏟아져 나온 '~심리학', '심리학 어쩌고 저쩌고로 살펴본 ~'류의 책 중에서 정말 좋은 심리학 책이 있나요? 몇 번 책 소개를 하면서 뻔한 사회 심리학 개념을 재탕하는 것을 한탄한 적이 있는데 사회 심리학의 개념들이 무슨 사골입니까? 재탕하게.
자신들만의 상아탑에 갖혀 상호소통을 하지 못하는 심리학자들도 마찬가지이지만 심리학이야 오해를 받든 말든 자본주의 파도의 서핑을 즐기는 얼치기 심리학자들은 정말 구역질이 납니다.
얼치기 심리학자들이나 제대로 안 파는 사람들이나 똑같은 넘들입니다.
당장 심리학과의 경쟁률이 폭등하여 어느 학교는 의대 다음으로 경쟁률이 높아졌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고 제 블로그만 해도 최근 들어 임상심리전문가, 상담심리전문가를 꿈꾸는 분들의 방문 수가 월등히 많아졌습니다.
그런데 아무도 수련 기관이 모자라 수련을 받기 위한 재수는 필수요, 삼수도 필수라는 이야기는 아무도 안 해줍니다. 선택받은 몇 몇을 제외하면 많은 전문가들이 자신의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한 채 비정규직의 길을 걸어야 하거나(특히 박사급 전문가는 길이 없습니다) 프리랜서로 평생 심리평가만 하면서 치료자의 길을 접어야 하는데도 아무도 심리학의 미래를 걱정하고 염려하지 않습니다.
심리치료는 더 말할 것도 없고 심리평가만 해도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전문가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안 보이는 하향 평준화된 상황에서 아무도 나아가야 할 방향을 말하지 않습니다.
미팅에 나가 심리학과에 다닌다고 말하면 쏟아지는 호기심 어린 눈빛을 즐기고 있습니까? 사람들을 만날 때 심리학을 했다고 하면 관심을 보이는 게 기분 좋아요?
언제까지 관심에 취해서 헤롱헤롱거리면서 살 겁니까?
자신이 발 디디고 있는 자리에서 자신이 가진 것과 모자란 것을 점검하고 함께 나누고 쌓아서 제대로 된 전문성을 만들어야 합니다.
청운의 꿈을 안고 심리학과를 들어갔는데 대학원에 진학하는 과정에서 한 번 좌절하고 수련 기관에 들어가는 과정에서 두 번 좌절하고, 가까스로 전문가가 되고 나서는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사회에 마지막으로 좌절해서 치료자의 꿈은 어디로 갔는지 프리랜서로 아둥바둥 일하다가 그냥 모교 대학원에 박사 과정으로 들어가서 주저앉는 걸 이제는 그만해야 합니다. 모두 다 교수가 될 수도 없지만 교수가 되고 난 이후에 심리평가도 심리치료도 supervision도 모두 내려놓고 그냥 대학생들에게 사기치면서 띵까띵까 정년만 보장받으려는 보신주의도 이제는 좀 내려놓아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실 별 것도 아닌 심리학 개념을 사골 우려먹듯이 재탕하면서 사람들에게 팔아먹는 짓거리부터 때려치워야 합니다.
책 좀 팔리고 인세가 쏟아져 들어오면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 자신이 뭐 대단한 사람이 된 듯 으쓱하겠지만 나중에 나이 먹고 후회하지 않으려면 정신차리세요. 그 때 가서 물릴 수도 없어요.
요새는 사기치는 것이 쉬운 만큼이나 물리기가 어렵다는 걸 아셔야 합니다.
인간으로 살기는 참으로 힘들지만 우리 괴물은 되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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