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심리학을 전공했지만 학부 때는 학력고사 후기 출신이었고, 졸업하고는 다른 학교로 진학했기에 대학원에서는 타대 출신이었으며, 대학원에서 조직 심리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병원 수련을 받을 때는 타 전공 출신이었습니다. 임상심리전문가가 되고 나서 곧바로 상담 영역으로 진출했기 때문에 시작부터 타 직군이었고, 상담 영역에서도 도박 중독 치료를 주로 했기 때문에 계속 비주류였습니다. 그러니까 항상 아웃사이더의 삶을 살았기에 무리짓기, 배제, 차별이 무엇인지는 비교적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91학번이니 심리학을 공부한 지 거의 30년이 되어 가네요. 그동안 임상심리전문가 대 정신건강임상심리사, 임상심리전문가/정신건강임상심리사 대 산업인력공단 임상심리사, 상담심리학회 대 상담학회의 헤게모니 싸움과 알력이 반복되는 것도 충분히 봤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커뮤니티에서 임상과 상담이 내가 더 잘났네, 니가 더 못났네 하며 싸우는 꼴까지 보고 있습니다.
임상에서 수련을 받았지만 상담에서 15년 이상 일을 했고 지금도 임상과 상담 양 쪽에 모두 발을 걸치고 있는 사람 입장에서 말씀드리면 그래봤자 편가르기에 참전하는 사람들만 점점 더 한심해지는 쓸데없는 소모전일 뿐입니다.
임상이 심리평가에 대해 뭘 아느냐고 상담을 공격하고(주로 MBTI가 요새 화두더군요), 니네는 상담 수련도 제대로 받지 않으니 어디가서 심리치료 한다고 나대지 말라며 상담이 임상에게 반격하고 싸움박질을 하는 동안....
현명한 임상가는 임상과 상담 양쪽의 강점을 무기삼아 자신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습니다. 심리평가와 정신병리 지식을 보강한 상담 전문가는 내담자를 이해하는 폭이 웬만한 임상심리전문가를 능가하고 심리치료와 상담 수련을 보강한 임상 전문가는 상담심리전문가의 약점이라고 할 수 있는 주관성의 늪에 빠지지 않습니다.
제가 그동안 현장에서 경험해보니 임상이 우월하냐, 상담이 뛰어나냐 하는 논쟁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더군요.
그저 실력있고 유능한 임상가와 입만 나불거리는 엉터리 임상가가 존재할 뿐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임상가가 되고 싶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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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는 상담심리학회의 자격증인 상담심리사 자격 인정 기간입니다. 수련 수첩을 제출해서 그동안 수련받은 내용을 점검받는 기간이죠.
제대로 된 수련을 받았는지의 여부는 그 자격의 전문성과 직결되기 때문에 그 중요성이 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상담의 인기 과열과 맞물려 수련을 받는 레지던트 선생님의 수가 급증하면서 심사를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증가한 것도, 그래서 학회의 고충이 커진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수련 인정과 관련하여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인정을 안 해 주거나 '트집'을 잡아 그렇지 않아도 수련 받느라 힘든 선생님들의 복장을 터지게 한다는 이야기를 꾸준히 들어 왔습니다.
그래서 이참에 올해는 그런 '트집'들이 과연 꼭 필요한 것인지, 정말로 수련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 확인해보고자 제보를 받겠습니다.
제보할 내용은 간단합니다.
본인이 수련 인정과 관련해서 직접 경험한 내용 중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주관적으로 불합리하고 부당하다고 생각되는 내용이면 됩니다.
이 포스팅에 댓글(비밀 댓글도 괜찮습니다)로 남겨 주시거나 walden3@gmail.com으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대략 어떤 내용인지 몇 가지 예를 들겠습니다.
* 심리평가 supervision을 여러 supervisor에게 받지 않고 한 명에게 몰아서 받았다고 문제삼음
: 대체 이게 왜 시비거리인지 이해가 안 가는데 이 바닥에서 몇 명 되지도 않는 심리평가 supervisor를 일일이 찾아서 제각기 다른 supervision fee를 내고 자기랑 맞지 않거나 별로 배울 게 없다고 생각되든 말든 supervisor의 수만 늘려서 수첩을 채우는 게 대체 무슨 도움이 된다는 겁니까? 게다가 이건 supervisee의 선택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월권 행위입니다. 그런 강요를 할거면 supervision fee를 학회에서 지원이라도 해 주면서 오지랖을 떨든지....
* supervisor의 사인이 아닌 도장이 찍혀 있다고 인정할 수 없다며 배짱
: 온라인 시스템이 도입되기 바로 전의 수첩에는 '서명'으로 인쇄되어 있지만 구 버전의 수련 수첩에는 엄연히 '인'이라고 찍혀 있습니다. 제 경우는 임상심리전문가 자격을 취득하였을 때 임상심리학회에서 비용을 일부 지원해 전문가 자격 번호까지 각인된, 비교적 quality가 괜찮은 전문가용 도장을 만들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사용해왔습니다. 그런데 사전에 제대로 공지하지도 않고 갑자기 서명이 아닌 도장은 인정할 수 없다니 그럼 어쩌란 말입니까? 무엇보다 왜 도장을 인정할 수 없는지에 대한 명쾌한 이유가 없습니다.
-> 상담심리학회 수련위원회에 문제 제기를 하고 재차 문의한 결과 전문가용 도장은 일단 인정하는 걸로 일단락 되었으나 차후에 도장의 진위 여부에 대해 검증을 하겠다고 엄포를 놓더군요. 저보고 도장을 갖고 학회로 출석하라고 소환장이라도 발부하려나 봅니다.
* supervisor의 자격 번호가 앞 번호가 아닌 경우 심사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고 함 - 잠정
* 박사 학위가 없는 경우 1급 자격 심사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고 함 - 잠정
: 최근에 제보 받은 내용인데 믿기에 어려울 정도로 어처구니가 없는 내용이지만 직접 경험한 내용은 아니라고 해서 일단 잠정 포스팅합니다. 이와 관련해 불이익을 직접 당한 선생님께서는 제보해주시기 바랍니다. 근거가 있다고 판단되면 내용 확정하겠습니다.
대표적인 예시라고 할 수는 없지만 보신 것처럼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딴지'를 위한 '딴지 걸기' 행태를 제보해 주시면 됩니다. 보내주신 황당 사례들은 정리해서 별도로 포스팅하겠습니다.
덧. 이번에 자격 취득을 목표하고 계신 선생님들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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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심리학회에서 전격적으로 온라인 수련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최근에 수련을 시작했거나 그동안 사용하던 오프라인 수첩을 온라인으로 갱신하려고 하는 분들은 온라인에서 상담과 심리평가 수련 과정 일체를 관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수련 과정에서 수련 기관과 수련 감독자가 자주 바뀌고 수련 인정을 위해 수련 수첩을 들고 다녀야 하는 수련 특성 상 만에 하나라도 수련 수첩을 잃어버리기라도 하면 입증할 수 있는 뾰족한 방안이 없기 때문에 그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인 노력이 모두 물거품으로 돌아가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가끔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온라인 수련 수첩 도입은 굉장히 좋은 아이디어이고 임상심리학회에서도 벤치마킹해야 하는, 수련 레지던트를 위한 좋은 제도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렇다고 해도 온라인으로 관리하는 것에 문제가 아주 없지는 않아서 최근에 심리평가 supervision한 내역이 상담 supervisor에게 발송된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그래서 몇 달 만에 다시 심리평가 supervisor에게 전달되었는데요. 수련 레지던트나 학회 차원의 실수가 아니고 시스템 오류인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사업 초기라서 시스템이 불안정하기 때문으로 보이는데요.
따라서 당분간은 상담심리학회에서 권고하는 아래의 사항을 꼼꼼히 챙기셔야 할 것 같습니다.
1. 상담, 심리평가 supervision 내역이 각 supervisor에게 제대로 전달되었는지 확인 및 supervision 단계 체크
2. 수련 근거로 활용할 수 있도록 수련 내역을 인쇄하여 보관
인쇄하여 보관해야 한다는 건 온라인 수련 시스템 도입 취지를 무색케 하는 일이기는 하나 시스템이 안정될 때까지는 혹시라도 있을 지 모르는 불상사를 대비하는 게 좋을 듯 합니다.
상담심리학회의 온라인 수련 시스템을 이용하는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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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길거리를 혼자 지나가거나 카페에 혼자 앉아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국심리학회의 분과 학회인 (사)한국상담심리학회를 사칭하여 상담과 관련된 설문조사를 한다는 제보가 학회에 접수되었습니다.
국회에서 발표를 하기 위한 설문조사라고 접근한 뒤 도형 그리기 등의 간단한 검사를 실시하고 인적 사항을 받아간다고 하는데 (사)한국상담심리학회는 그런 설문조사를 진행한 적이 없으며 학회와 전혀 무관한 일입니다.
심리학도라고 해도 학회의 공식 마크와 학회명을 그대로 도용했기 때문에 속아넘어갈 수 있는데 개인정보 제공 및 활용 동의서도 작성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름, 전화번호, 주소, 나이 등의 개인 정보가 임의로 수집될 수 있습니다.
무슨 의도로 학회 이름을 도용해 개인 정보를 수집하는 지 모르겠지만 공신력있는 학회명을 도용해 수집하는 정보가 옳은 방식으로 사용될 거라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업체에 팔아넘겨지거나 스팸 발송 용도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으니 절대로 응하지 마시고 그런 사례를 목격하셨거나 피해를 당하셨으면 (사)한국상담심리학회 사무국(
02-498-8293/kcpa@krcpa.or.kr)으로 신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부디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랍니다.
덧. 심리학이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지는 것은 바람직하나 이런 식은 정말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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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분이 익명으로 좋은 상담자를 찾는 것의 어려움에 대해 질문을 하셨습니다. 질문을 받고 보니 저 또한 내담자의 입장에서 적절한 상담자를 고르는 방법에 대한 고민을 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전에
'내가 상담/심리치료를 받는다면'이라는 글에서 일반적인 지침에 대해 간략하게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만 심리평가나 정신과의 약물 치료가 아닌 순수한 상담이나 심리치료를 받고자 결정하고 상담자를 찾는 경우 저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나름대로 정리해 봤습니다.
질문한 분도 말씀을 하셨지만 심리적인 서비스는 입소문으로만 찾아가기가 어렵습니다. 서비스의 속성 상 성형외과처럼 입소문으로 '어디어디가 잘 한다더라'라는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죠. 물론 방송에 자주 나오는 유명한 상담자를 찾아갈 수도 있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별로 권하지 않습니다. 일단 유명세를 떨치게 되면 방송 출연하는데 시간을 온통 빼앗기기 때문에 공부할 시간도 없고 상담할 시간도 태부족입니다. 그러니 금방 상담의 감을 잃고 실력이 없어지거든요.
저라면 이렇게 하겠습니다.
1. 한국 심리학회 홈페이지(단 업데이트가 빠르지 않기 때문에 주의!)를 찾는다.
: 물론 정신과 의사 중에도 심리치료의 대가가 있지만 그 수가 심리학자보다도 더 적을 뿐 아니라 찾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게다가 찾더라도 대기자가 많거나 상담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비쌉니다. ㅠ.ㅠ
2. 개업 심리학자 명단을 찾는다.
3. 내가 상담을 원하는 문제를 주로 다루는 전문가를 찾는다.
: 부부 갈등이라면 부부 문제를 주로 다루는 전문가, 청소년 자녀 문제라면 청소년 문제를 주로 다루는 전문가 등
4.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줄인다.
: 처음에는 좋은 상담자라면 어디라도 찾아갈 수 있을 것 같지만 상담을 시작해 보면 거리가 상담을 유지하는데 상당한 제약 조건으로 대두됩니다.
5. 홈페이지가 있는 상담실을 추려낸다.
: 홈페이지를 갖고 있다고 상담을 잘 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담자를 배려해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시도 자체가 상담자의 기본 마인드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6. 상담실에 속한 상담자의 면면을 훑어본다.
: 약력과 수련 배경, 상담 경력 등을 꼼꼼히 훑어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곳 저곳(특히 연관성이 없는 곳)을 많이 옮겨다닌 상담자를 신뢰하지 않는데 언제든 떠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행동으로 보여준 것으로 내담자에 대한 책임감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7. 온라인 상담실이 있다면 비밀글 기능을 이용해서 간략하게 상담하고자 하는 문제에 대해 문의한 후 답글을 기다린다.
8. 답글을 본 후 마음에 드는 상담자를 선택한다.
: 답글을 올린 상담자와 상담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하고 예약하면 된다. 온라인 상담을 하는 상담자와 대면 상담을 하는 상담자가 다른 상담실도 있기 때문에 꼭 확인할 필요가 있다.
* 배제 기준
1. 교수
: 현재 심리학계의 교수들은 대부분 상담을 하지 않으며 상담 현장을 떠난 지도 오래되었기 때문에 실력이 의심스러운 분들이 많습니다. 물론 학과 부설 상담소를 운영하면서 현장감을 유지하는 분들도 있지만 정교수가 되면 본인이 직접 상담을 하기보다는 박사 과정이나 전문가를 고용해서 상담/심리치료를 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에 교수는 맨 처음부터 배제합니다. 비용 대비 효율성이 가장 낮은 상담자입니다.
2. 전문가가 된 지 3년이 되지 않은 초보 상담자
: 임상, 상담을 막론하고 현재의 수련 제도는 상담/심리치료에 대한 수련이 매우 부족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장에 투입된 지 3년이 안 된 상담자는 자신의 주 영역에 대한 전문성과 상담 경험 자체가 모두 부족합니다. 그러므로 저라면 현장에서 3년 이상 상담한 상담자가 아니라면 상담을 받지 않을 겁니다.
3. 내세우는 자격증의 수가 너무 많은 상담자
: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 다양한 자격증을 갖고 있는 경우는 관심 분야가 다양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전문 영역에 대한 자신감이 없기 때문에 그걸 보상하기 위해 이런저런 자격을 모두 취득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PTSD를 전문으로 치료하는 것도 아니면서 무조건 EMDR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이런 상담자는 뭐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저라면 피하겠습니다.
4. 박사 과정생
: 이 경우는 설명이 좀 필요한데 전문가가 되고 난 이후에 현장에서 상담/심리치료를 오래 하다가 학위 취득을 위해 학교로 돌아간 사람이 아니라 전문가가 되고 난 이후에 곧바로 학교로 돌아간 박사 과정생을 말합니다. 2번의 배제 기준과 비슷하게 임상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박사 과정생이라고 해도 현장의 초심 상담자와 별로 다를 것이 없습니다. 아무리 번역한 책이 많고 논문을 많이 써도 상담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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