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에서 내담자의 자아 존중감(self esteem)과 상담자의 feedback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자아 존중감이 높은 내담자가 상담자로부터 부정적인 feedback을 받게 되면(평가가 낮은 경우) 이러한 불일치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먼저 고려하는 방법은 상담을 그만두는 것입니다. 상담자와 충분한 rapport가 형성되기 이전에 탈락률이 높게 나타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문제 때문입니다. 어느 정도 involvement가 된 상태라면 그 다음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상담자를 폄하하는 것입니다. rapport가 충분히 형성되고 내담자가 상담자를 신뢰하게 되면 상담자를 폄하하는 것으로 불일치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해집니다. 그 시점이 되면 내담자는 상담자의 feedback을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 봄으로써 변화의 실마리를 잡게 됩니다.
사실은 상담 현장에서는 이와 반대의 경우가 더 흔한데, 자아 존중감이 낮은 사람이 상담을 받게 되는 것이죠. 이런 내담자는 상담자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게 되었을 때 보통 자신을 폄하하게 됩니다. 그런데 상담이 진행되면서 이러한 겸손함(?)은 또 다른 긍정적인 평가를 더하게 됩니다. 물론 집단 상담처럼 다른 내담자들을 통해 positive feedback을 받게 되는 상황이 더 바람직하지만 개인 상담에서도 얼마든지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내담자는 자신의 일상 문제를 'here & now'의 원칙에 의거 상담 상황에서 그대로 재현하기 때문에 상담이 진행되면서 상담에서 느낀 자신의 장점을 차츰 일상 생활에 일반화함으로써 자아 존중감이 높아질 기회를 얻게 됩니다.
그러므로
내담자가 상담자와 충분한 신뢰 관계를 쌓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정확한 feedback을 제공하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내담자의 자아 존중감을 높이는 방법이 됩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1853
이번 포스팅은 현장에서 도박 중독자를 치료하는 전문가를 위한 것입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도박자에게 도박 생각이 나느냐고 묻게 됩니다. 도박자 본인이 직접 상담을 받을 때에는 대부분 어느 정도 도박 중독에 대한 인식과 치료 의지가 생긴 상태에서 상담에 응하기 때문에 도박 충동이 가라앉은 상태이기는 하지만 도박의 유혹이 많은 상황에 처해있다면 언제든 도박 충동이 다시 올라올 수 있기 때문에 도박자에게 도박 생각을 물어보는 것은 중요하고 또 필요합니다.
그런데 많은 치료자들이 이 질문을 할 때 도박 생각이 나느냐고 단순하게 묻습니다. 아무리 도박자라고 해도 항상 도박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데다 특히 상담을 하는 동안에는 도박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억누르기 때문에 도박 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답을 하므로 자칫하면 재발의 징조를 놓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도박자가 도박 생각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간주하고 도박 생각이 '언제' 나느냐고 묻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입니다.
사실 치료자가 궁금해 하는 것은 도박자가 언제 도박 생각을 하며 그것이 재발의 위험성을 높일 수 있는지의 여부이기 때문입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1790
TV에서 도박과 관련된 시사 고발 프로그램, 다큐멘터리를 접하거나 신문에서 도박과 관련된 칼럼이나 기사를 보게 되었을 때 (굳이) 도박자에게 (강)권하는 가족들이 있습니다.
물론 다시 한번 경각심을 가지라는 선의의 의도는 충분히 이해합니다.
문제는 그러한 의도가 도박 중독자에게 전혀 전달되지 않는다는데 있습니다.
대부분의 도박자는 짜증과 분노만 느끼게 되며 가족의 그런 행동이 가장 싫다고 말하는 도박자가 상당히 많습니다.
게다가 도박 중독자는 가족에 의해 접하게 되는 매체에서 다루는
도박 관련 내용 보다 단편적인 도박 자극에 저도 모르게 더 끌립니다. 즉 카지노의 도박 중독자를 다룬 시사 고발 프로그램을 볼 때 카지노 출입으로 인해 발생한 비극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카지노의 현란한 불빛 등 시각적 자극과 슬럿 머신 소리 등 청각적 자극에 먼저 반응하는 것이죠.
그리고 그러한 자극은 자동적으로 과거에 자신이 도박했던 기억을 불러냄으로써 도박 충동을 증가시킵니다.
그리고 이렇게도 한번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과거에 도박 이야기를 하면서 정신차리라고 경고했던 것이 도박 중독자가 도박을 자제하는데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를요.
별로 없었을겁니다. 실제로 전혀 효과가 없고요.
이제 효과 없는 전략은 그만두어야 합니다.
사실 상담자와 도박 이야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도박 중독자는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과거의 실패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느끼게 되는 많은 부정적인 감정들, 특히 가족을 실망시켰다는 깨달음에서 오는 후회와 죄책감... 이는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편안함을 느껴야 할 가정에서조차 이런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도박자가 쉴 수 있는 곳은 과연 어디일까요?
그러니
도박 문제는 상담자에게 맡기고 가정에서는 도박자를 편안하게 받아주고 보듬어 주세요.
그것이 훨씬 더 현명한 행동입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1760
상담이든 심리치료든 혼자서는 불가능합니다. 그 관계가 치료자/환자이든, 상담자/내담자이든 최소한 두 명이 필요하죠. 그래서 언제나 의사소통과 상호작용이 중요하게 고려됩니다.
내담자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나머지 충고와 조언을 아끼지 않는 상담자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건 상담의 기본을 놓친 것이죠.
무엇보다도 상담의 기본은 내담자의 말을 열심히 듣는 것입니다.
열심히 듣는다는 것은 내담자가 하려는 말이 무엇인지 그 내용에 대한 것 뿐 아니라 어떤 느낌이고 어떤 감정을 갖고 있는지를 몸과 마음을 활짝 열고 집중해서 듣는 것을 말합니다.
무엇보다도 상담자가 열심히 들으려고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지만 진정한 경청과 공감이 되고 그래야지만 내담자가 진정으로 변화할 수 있습니다.
섣불리 뭔가를 주어야만 한다는 권능자의 환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일단 열심히 들으세요.
유료 상담이든 아니든 간에 50분에서 1시간 동안 온 몸과 마음으로 누군가가 자신의 말을 주의깊게 들어주는 경험은 아무나 할 수 없는 것이고 그것만으로도 아주 소중한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니 열심히 들으세요.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집중해서, 내담자와 하나가 될 정도로, 그의 감정이 내 몸으로 흘러 들어와 영혼이 흔들릴 정도로 온 힘을 다해 열심히 들으세요.
그것이 상담의 기본입니다.
그것이 상담자의 사명감에 의한 것이든, 내담자가 지불하는 상담료에 대한 댓가라고 생각하든 상관 없습니다. 어차피 사심을 갖고는 내담자의 말을 그렇게 열심히 들을 수가 없으니까요.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1749
제가 써 놓고도 제목이 영 낚시스럽네요. 쩝...
저는 상담자의 진정한 내공이 바로 자신보다 나이가 (상당히) 많은 남자 내담자를 끌고 갈 수 있느냐로 발휘된다고 봅니다.
물론 내담자의 특성과 상담의 목적에 따라 분명 차이가 있을테니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상담 상황에서 말이죠.
전반적으로 여성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상담을 하기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원래 대부분의 여성들이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하는데다 자신의 문제를 드러내는데도 거리낌이 많지 않습니다. 게다가 일단 상담 장면에 들어오면 그야말로 도움을 받기 위해 적극적으로 임하는 경우가 많죠. 여성 내담자의 경우는 상담자가 공감과 경청만 충실히 해도 끌고 나가는 것이 한결 쉽습니다.
그 다음, 남자 아동 및 청소년의 경우에도 생각보다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부모에 의해 억지로 끌려 오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때로는 협조가 잘 되지 않고 상담 초기에 말문을 열지 않고 묵비권을 행사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래도 남자 어른 만큼 어렵지는 않습니다. 공통 분모만 잘 찾아내서 상담자에 대한 믿음이 생기기만 하면 오히려 다른 어떤 유형의 내담자보다도 상담의 효과가 금방 나타나는 내담자군입니다.
남자 어르신(노인)의 경우는 내담자가 걸어온 길을 긍정하고 삶의 지혜를 인정하는 마음만 일관되게 유지할 수 있다면 오히려 더 마음 편하게 상담에 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담자가 섣불리 어르신을 교육하려고 억지 부리지만 않는다면 역시 그리 어렵지 않게 상담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상담자에 비해 10년 이상 나이가 많은 남자 내담자는 무엇 하나도 녹록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장유유서 정신이 살아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상담자가 자신보다 나이가 어리면 일단 자신의 아래로 보는 경향이 있기 때문(네가 인생을 알아? 분위기)에 학력이나 학벌, 자격증과 같은 부수적인 도구가 필요하기도 합니다(개인적으로 아주 싫어합니다만 확실히 효과가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겠군요). 게다가 입 싼 남자를 경멸하는 사회 분위기 상 자신의 문제를 미주왈 고주왈 늘어놓는 남자 어른이 별로 많지 않고 그러다 보니 상담을 받으러 와도 자신의 문제를 조리있게 잘 표현하는 내담자가 없어요. 그래서 내담자의 문제를 파악하는 것도, 상담의 목표를 정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그러니 이런 내담자와 빠른 시간에 라포(Rapport)를 형성하고 상담자를 신뢰하는 분위기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할 수 있도록 내담자를 이끄는 상담자는 고수임에 틀림이 없죠.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1722
상담 시간에 상담자가 노트와 필기구를 들고 기록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수준은 내담자가 하는 말과 행동 묘사까지 최대한 옮기는 것에서부터 상담자가 다음 상담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핵심적인 내용만 요약 정리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다양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저는 상담 시간에 기록하는 것은 내담자가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상담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제한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보통 상담이 50분 이상 진행되므로 그 기간 동안에 일어나는 다양한 역동과 상호작용을 모두 머릿속에 정리해 넣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보조 수단을 이용한 기록의 필요성은 저도 인정합니다.
하지만 기록을 하는 동안에는 어쩔 수 없이 내담자와 시선 접촉이 끊길 뿐 아니라 다양한 비언어적 신호를 놓치게 됩니다. 또한 상담자가 자신보다 기록을 중요시하다고 내담자가 생각할 수 있어 rapport를 유지하는데도 그리 좋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특별히 기록 원본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상담을 하는 동안의 기록은 최소화 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1649
상담을 할 때 상담자는 내담자가 도움을 청하기 위해서 온 사람이기 때문에 당연히 상담을 받으러 오는 것을 좋아하고 상담자를 편안하게 느낀다고 착각하기 쉽습니다.
큰 틀에서 보면 맞는 이야기지만 상담이 신체적인 고통을 유발하는 질환을 치료하는 것 만큼이나 심적인 고통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단순히 내담자가 하소연을 하고 상담자가 공감하면서 들어주는 수준에서 상담이 계속 진행된다면 별다른 심적 타격을 받지 않을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내담자가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치부를 건드리게 되거나 이야기하기 힘든 부분을 털어놓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도박 중독자의 가족들은 평소에는 아무런 문제 없이 잘 지내지만 상담을 받으러 가는 날이 되면 신경이 예민해지면서 마음이 불편해진다고 합니다. 경제적인 고통과 도박자와 갈등을 겪었던 과거가 떠오르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저는 그런 느낌을 받으면 꼭 이야기를 해 달라고 내담자에게 일러 둡니다.
이를 미리 이야기 해두지 않으면 내담자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쓰는 상담자에게 미안해서, 또는 그런 불편감을 느껴서는 안 되는 것이 아닌가 고민함으로써 상담자에게 별다른 내색을 하지 않기 때문에 상담이 겉돌게 되거나 무의식적인 저항으로 인해 답보 상태에 빠지기도 합니다.
우리가 치아 건강에 도움이 될 것을 분명히 알지만 치과에 가는 날이 되면 왠지 가기 싫은 것처럼 내담자가 상담을 받으러 올 때에도 비슷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상담자는 꼭 알고 있어야겠습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1632
2007년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출범한 이후 좌충우돌, 우왕좌왕 정책 혼선과 각종 실기를 거쳐 내년부터 시범적으로 몇 군데의 치료 센터가 설립되고 향후 전국으로 확대될 예정입니다.
현재 현장에서 일하는 치료자의 수가 태부족인지라 전문가를 교육, 양성, 충원하는 문제가 당연히 대두되었죠. 그런데 일각에서 관련 학부에서 일정 과목을 수강한 후 졸업한 학부 출신을 대상으로 수십 시간의 교육 과정을 거쳐 자격증을 주고 현장에 투입하는 방안을 고려(시험을 보든 말든 별로 차이가 없습니다. 거의 쓸모가 없으니까요)하고 있는 것 같은데 현장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탁상공론의 전형이거나 자신의 입지를 확보하고 시장(이 말 참 마음에 안 들지만)을 선점하려는 파렴치한 짓에 다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처음 도박 중독 치료를 하기 위해 현장에 투입되었을 때,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손꼽힐 정도로 수련 과정이 엄격하고 치열한 수련 병원에서 3년을 수련한 전문가였는데도 상황을 제대로 통제하고 마음의 여유를 갖고 도박 중독자를 대하게 되기까지 3년이 넘게 걸렸습니다. 아마 현장에서 일을 하는 치료자들은 제가 무슨 말을 하는 지 다들 이해하실 겁니다.
그만큼 도박 중독 치료는 어렵습니다. 단순히 도박자가 병에 대한 인식이 없고 재발이 잦아서가 아니라 온갖 다양한 문제가 중첩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도박 중독은 대부분 집중적인 대면 상담을 기반으로 치료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기본적인 상담 기술에 익숙해야 하고 병식이 전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동기 강화 상담을 자유자재로 해야 하며, 인지적 오류 교정을 위한 인지행동치료에 능해야 합니다. 그 뿐만 아니라 재정 파탄으로 인해 나타나는 부부 갈등, 가족 갈등 해결을 위해 부부 상담과 가족 상담을 할 수 있어야 하며, 기본적인 재정 관리와 채무 변제, 법적 문제를 다룰 수 있을 정도의 전문 지식을 요합니다. 무엇보다도 알코올 중독, 우울증, 불안 장애, 자살 위험성 등의 공존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를 정확하게 진단, 평가할 수 있는 전문성과 함께 적절한 시점에서 약물 치료를 포함한 정신과적 치료를 의뢰, 관리할 수 있는 판단력과 전문 지식이 필수입니다. 이러한 상황을 학부 수준의 상담자가 다룰 수 있다고요? 어림 반 푼 어치도 없는 일입니다.
개인적으로 도박 중독 치료를 위해서는 최소한 3년 이상의 정신과 수련을 기본(이것도 제대로 된 수련 기관에서 받았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으로 하는 정신보건전문요원 1급 또는 임상심리전문가 수준의 자격을 갖추고 거기에 집중적인 교육을 통한 재훈련을 해야만 현장 투입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러고도 기관 자체적으로 상당히 intensive한 보수 교육과 사례 관리를 실시해야만 됩니다. 미안하지만 석사 수준의 인력도 도박 중독 치료 현장에서는 물가에 내놓은 철부지나 다름 없습니다. 저 같아도 제 내담자를 못 맡기겠습니다.
그래서 제가 일하는 기관은 모든 전문가가 정신보건임상심리사 1급과 임상심리전문가 자격을 모두 갖추고 있고 2년 이상의 현장 상담 경력이 있는 지원자를 모집합니다. 그러고도 매우 엄격한 면접 절차를 거쳐 전문가를 선발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박사, 교수라도 충분한 상담 경험이 없는 사람은 뽑지 않습니다.
자주 이야기를 하지만 도박 중독 치료자는 누구를 위해 존재합니까? 내 밥그릇을 위해서? 학회를 위해서? 도박 중독 치료자는 도박 중독자와 그 가족의 치료와 재활을 위해 존재하는 겁니다. 그러니 얼렁뚱땅 엉터리 자격증이나 따서 엉덩이 들이밀려는 수작 부리지 말기 바랍니다. 충분한 실력과 전문성을 갖추고 거기에 사명감까지 기본으로 장착한 뒤 도전하기 바랍니다.
덧. 전에도 이야기를 한번 한 적이 있는데 급수가 나누어지는 자격증이 있다면 하급 자격을 가진 사람을 모두 포괄해도 모자랄 정도로 현장의 수요가 정말 많지 않은 이상 일을 할 때 업무의 기준은 대체로 하급 자격이 아니라 상급 자격에 맞추어지게 되고 하급 자격자는 거의 단순 사무 업무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한된 인건비를 갖고 현장의 수요에 대처해야 하니 싼맛에 하급 자격자로 자리를 채우게 되고 제대로 된 치료는 요원하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 심리학회에서 추진하고 있는 중독심리전문가 자격의 하급 자격인 중독 심리사나 중독전문가협회의 중독전문가 2급 자격은 잘못된 정책 판단입니다. 임상심리학회에서 왜 임상심리사 자격을 폐지하고 임상심리전문가 자격 하나로 통일했는지 그 과정을 benchmarking 해야 할 것입니다.
태그 -
가족 상담,
내담자,
도박 중독,
도박중독,
병식,
부부 갈등,
부부 상담,
불안장애,
사감위,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상담,
상담자,
심리치료,
알코올 중독,
우울증,
임상심리전문가,
재정 관리,
재활,
전문가,
정신과,
정신보건임상심리사,
치료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1549
어떤 분이 익명으로 좋은 상담자를 찾는 것의 어려움에 대해 질문을 하셨습니다. 질문을 받고 보니 저 또한 내담자의 입장에서 적절한 상담자를 고르는 방법에 대한 고민을 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전에
'내가 상담/심리치료를 받는다면'이라는 글에서 일반적인 지침에 대해 간략하게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만 심리평가나 정신과의 약물 치료가 아닌 순수한 상담이나 심리치료를 받고자 결정하고 상담자를 찾는 경우 저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나름대로 정리해 봤습니다.
질문한 분도 말씀을 하셨지만 심리적인 서비스는 입소문으로만 찾아가기가 어렵습니다. 서비스의 속성 상 성형외과처럼 입소문으로 '어디어디가 잘 한다더라'라는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죠. 물론 방송에 자주 나오는 유명한 상담자를 찾아갈 수도 있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별로 권하지 않습니다. 일단 유명세를 떨치게 되면 방송 출연하는데 시간을 온통 빼앗기기 때문에 공부할 시간도 없고 상담할 시간도 태부족입니다. 그러니 금방 상담의 감을 잃고 실력이 없어지거든요.
저라면 이렇게 하겠습니다.
1. 한국 심리학회 홈페이지(단 업데이트가 빠르지 않기 때문에 주의!)를 찾는다.
: 물론 정신과 의사 중에도 심리치료의 대가가 있지만 그 수가 심리학자보다도 더 적을 뿐 아니라 찾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게다가 찾더라도 대기자가 많거나 상담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비쌉니다. ㅠ.ㅠ
2. 개업 심리학자 명단을 찾는다.
3. 내가 상담을 원하는 문제를 주로 다루는 전문가를 찾는다.
: 부부 갈등이라면 부부 문제를 주로 다루는 전문가, 청소년 자녀 문제라면 청소년 문제를 주로 다루는 전문가 등
4.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줄인다.
: 처음에는 좋은 상담자라면 어디라도 찾아갈 수 있을 것 같지만 상담을 시작해 보면 거리가 상담을 유지하는데 상당한 제약 조건으로 대두됩니다.
5. 홈페이지가 있는 상담실을 추려낸다.
: 홈페이지를 갖고 있다고 상담을 잘 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담자를 배려해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시도 자체가 상담자의 기본 마인드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6. 상담실에 속한 상담자의 면면을 훑어본다.
: 약력과 수련 배경, 상담 경력 등을 꼼꼼히 훑어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곳 저곳(특히 연관성이 없는 곳)을 많이 옮겨다닌 상담자를 신뢰하지 않는데 언제든 떠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행동으로 보여준 것으로 내담자에 대한 책임감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7. 온라인 상담실이 있다면 비밀글 기능을 이용해서 간략하게 상담하고자 하는 문제에 대해 문의한 후 답글을 기다린다.
8. 답글을 본 후 마음에 드는 상담자를 선택한다.
: 답글을 올린 상담자와 상담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하고 예약하면 된다. 온라인 상담을 하는 상담자와 대면 상담을 하는 상담자가 다른 상담실도 있기 때문에 꼭 확인할 필요가 있다.
* 배제 기준
1. 교수
: 현재 심리학계의 교수들은 대부분 상담을 하지 않으며 상담 현장을 떠난 지도 오래되었기 때문에 실력이 의심스러운 분들이 많습니다. 물론 학과 부설 상담소를 운영하면서 현장감을 유지하는 분들도 있지만 정교수가 되면 본인이 직접 상담을 하기보다는 박사 과정이나 전문가를 고용해서 상담/심리치료를 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에 교수는 맨 처음부터 배제합니다. 비용 대비 효율성이 가장 낮은 상담자입니다.
2. 전문가가 된 지 3년이 되지 않은 초보 상담자
: 임상, 상담을 막론하고 현재의 수련 제도는 상담/심리치료에 대한 수련이 매우 부족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장에 투입된 지 3년이 안 된 상담자는 자신의 주 영역에 대한 전문성과 상담 경험 자체가 모두 부족합니다. 그러므로 저라면 현장에서 3년 이상 상담한 상담자가 아니라면 상담을 받지 않을 겁니다.
3. 내세우는 자격증의 수가 너무 많은 상담자
: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 다양한 자격증을 갖고 있는 경우는 관심 분야가 다양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전문 영역에 대한 자신감이 없기 때문에 그걸 보상하기 위해 이런저런 자격을 모두 취득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PTSD를 전문으로 치료하는 것도 아니면서 무조건 EMDR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이런 상담자는 뭐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저라면 피하겠습니다.
4. 박사 과정생
: 이 경우는 설명이 좀 필요한데 전문가가 되고 난 이후에 현장에서 상담/심리치료를 오래 하다가 학위 취득을 위해 학교로 돌아간 사람이 아니라 전문가가 되고 난 이후에 곧바로 학교로 돌아간 박사 과정생을 말합니다. 2번의 배제 기준과 비슷하게 임상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박사 과정생이라고 해도 현장의 초심 상담자와 별로 다를 것이 없습니다. 아무리 번역한 책이 많고 논문을 많이 써도 상담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1543
상담을 하다보면 내담자들 중 상담자의 눈치를 보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눈치를 본다는 것은 상담의 주체인 자신에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상담자에게 집중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일반화시킬 수는 없지만 대체로 내성적이고,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사람들, 그리고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본 경험이 많지 않은 사람들(자신을 들여다 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상담자에게 무엇을 보여줘야 할 지 모르는 것이죠)이 상담자의 눈치를 많이 봅니다.
이들은 자신이 상담자의 귀중한 시간을 빼앗는 것이기 때문에 상담에서 뭔가 상담자에게 영양가 있는 정보를 줘야 하고 상담에 공헌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상담의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무료 상담의 경우 이런 경향이 더 강하게 나타납니다.
문제는 내담자가 상담자에게 도움이 될 거라고 믿고 있는 정보만 선별해서 말을 하기 때문에 자신의 핵심 문제에 접근하기가 어려워지고 상담이 피상적으로 흐르게 됩니다. 상담이 아니라 수다가 되는 것이죠.
상담자가 이 문제를 깨닫기 위해서는 다음의 신호에 집중해야 합니다.
첫째, 매 상담 회기가 연결되지 않고 독립적이고 파편화되어 있다는 느낌을 자꾸 받는다.
둘째, 상담에 앞서 내담자가 오게 되면 이번 상담을 어떻게 이끌어 가야할 지에 대한 상담자의 고민이 커진다.
셋째, 내담자가 자신의 이야기보다 주변 인물이나 상황에 대한 중립적인 이야기에 치중한다.
이럴 때 형성된 라포의 강도에 따라 접근 방법이 달라지기는 하지만 이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뤄 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상담이 정체되니까요.
뭔가 상담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내담자의 부담감, must 사고에 대해 상담자가 직면을 하게 되면 그러한 부담감에서 벗어나게 되면서 상담의 전환점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용이 아무리 사소하다고 해도 내담자가 자의적으로 걸러내지 말고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도록 격려하는 것이 의외로 도움이 됩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1525
아직 초보 상담자에서 벗어나지 못한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주제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냥 개인적인 견해 정도로 생각하고 읽어주세요.
저도 그랬지만 상담 초보는 상담 회기를 오래 끌고 가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상담을 길게 끌고 갈 수 있다는 것이 상담자의 능력을 재는 척도인 양 상담 기간에 무지하게 집착합니다. 10회기 이상은 끌고 가야 제대로 된 상담을 하고 있다고 나름대로 기준을 세우기도 하고, 도움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내담자의 지각 왜곡인지 확인하지도 않으며, 상담자에 대한 내담자의 의존, 또는 상담자와 내담자의 상호 의존(codependence)을 라포(rapport) 형성으로 착각한 것인지 알아차릴 수 있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한계를 제대로 설정하지도 못하고 무조건 길게 끌고 가야 한다고만 생각합니다. 특히 유료 상담인 경우는 그런 압력을 더 강하게 받습니다.
반면에 상담 고수는 내담자가 자신의 문제를 명징하게 파악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내면의 힘을 스스로 기를 수 있도록 돕는 것을 상담의 목표로 삼기 때문에 이미 상담을 얼마나 길게 끌고 가느냐는 고려 대상이 아닙니다. 그러니 단 3회의 상담만으로도 내담자에게 충분한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저는 상담 고수는 아니지만 상당히 다양한 내담자를 상담하고 있습니다. 100회기를 넘긴 내담자가 있는가 하면 3회기를 넘기지 못하고 drop out되는 내담자도 여전히 있습니다.
그래도 이제는 100회기를 넘겼다고 제 상담 실력을 자랑할 정도의 어리석음에서는 충분히 자유로워졌고 3회기를 넘기지 못했다고 스스로를 자학하는 단계에서도 벗어났습니다.
생각해보면 상담은 상담자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내담자의 마음가짐, 상담의 타이밍, 상담자와 내담자의 환경적인 요소, 그리고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상담자와 내담자의 코드가 맞느냐의 여부도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이 모든 것을 상담자가 통제할 수는 없으니 그저 맡은 상담에 최선을 다하고 내담자에게 적절한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면 부족한 점을 보완해서 다음 내담자에게는 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죠. 그 이상의 방법이 있을까요?
상담자가 모든 내담자를 도울 수는 없습니다. 내게로 오는 모든 내담자를 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상담자는 자신이 '구원자의 환상'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닌지부터 점검을 해 봐야 합니다.
상담자들은 상담 기간에 너무 구애받지 않도록 하세요. 중요한 것은 상담 기간이 아니라 내담자의 심적, 영적 성장이니까요.
태그 -
codepedence,
rapport,
구원자의 환상,
내담자,
라포,
상담,
상담 기간,
상담자,
상호 의존,
상호의존,
심리치료,
타이밍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1488
바로
앞선 포스팅에서 저는 끝까지 치료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도박 중독자가 '바닥을 치도록' 해야 치료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그 '바닥치기'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전제 조건이 필요합니다. 그 말씀을 드리지 않았기에 이 포스팅에서는 그 전제 조건에 대해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제가 '바닥치기'에 대해 설명하면 많은 가족들은 도박자가 바닥을 치고 나면 곧바로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치료를 받고자 하는 의지가 생기는 줄로 착각합니다(물론 그런 도박 중독자도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보면 단순히 바닥을 치도록 도박자에게 직접적으로 압력을 가하거나 조금 더 교묘하게 '거리 두기'와 '선 긋기'를 통해 도박자를 압박하기만 하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게다가 이것도 도박일 수 있습니다.
바닥에 내려간 도박자에게 아무런 희망이 없다면 굳이 치료를 받아야 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죠. 자신의 도박 행동에 대한 책임을 자신 이외의 어느 누구도 대신 지지 않기 때문에 그 고통을 고스란히 감내해야 할 때, '아, 나는 진정으로 도박 중독자이고 도움을 받아야만 하겠구나'하는 깨달음을 얻었을 때, 돌아갈 집이 없다면, 내민 손을 잡아줄 사람이 곁에 없다면, 자신이 받아야 할 고통이 끝없이 지속될거라는 처절함을 경험한다면, 도박자는 그대로 주저앉아 버릴 수 있습니다.
물 무서운 줄 모르고 강가로 달려가는 철부지가 물을 먹도록 잠시 내버려두는 일은 물에 대한 두려움을 갖게 하는데 효과적일 수도 있지만 그 정도가 지나치면 그대로 가라앉아서 세상을 등지듯이,
바닥을 치고 깨달음을 얻었을 때 더 이상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이 없다면 도박자는 치료를 받으려 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치료자와 도박자의 가족은 도박자가 바닥을 치기를 기다릴 때, 방치하고 방임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주의깊게 도박자의 행동을 주시하고 손을 내밀 타이밍을 노려야 합니다.
그리고 가슴을 부여잡고 도박자가 주위를 둘러볼 때, 따뜻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야 합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바닥치기'의 효과는 도박자에게 보여주는 '잠재된 희망'에 달려 있습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1365
예전에 심리검사 및 상담 자원봉사를 다녀온 것에 대해 포스팅 한 적이 있는데 사실 그동안 저하고 다른 선생님 한 분이 그 보육원에서 상담이 필요해 부탁한 아동을 한 명씩 맡아서 1주일에 1시간씩 자원봉사 상담을 진행해 왔습니다.
제가 상담한 아동은 사회적 기술이 많이 부족한데다 지적 능력도 그다지 우수하지 않아서 처음에는 어려움이 참 많았습니다. 말수도 많이 부족해서 라포가 형성되기 전까지는 상당히 애를 먹었죠. 그래서 그런지 이제는 제 얼굴을 정면으로 응시하면서 씨익 웃으면 저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고, 고등학교에 진학을 하게 되었을 때에는 제 자식이 진학을 한 것 같이 뿌듯하더군요.
이제는 처음에 문제가 되었던 보육원 선생님들과의 트러블도 거의 없어져서 슬슬 상담 종결을 준비해야 하나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 아동을 상담하면서 가장 크게 배운 점은 내담자를 상담자가 의도하는바 대로 끌고 가려고 굳이 애쓰지 말고 내담자의 말을 정말로 귀담아 듣고 진심으로 반응하면 어떤 치료기법, 상담기술보다도 더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정초라고 선물을 하나 가져왔는데 녀석과 어울리지 않게 초컬릿이더군요. 아직 자발적으로 선물을 준비해서 가져올 정도는 아니니 보육원에서 손에 들려준 것이 틀림없는데 상당히 고급스러운 것이 좀 부담스럽네요. 차라리 보육원에 들어온 선물을 다시 제게 선물한 것이었으면 하고 바래봅니다.
상자부터 범상치 않습니다.
다양한 초컬릿이 쌍을 이루어 담겨 있습니다.
게다가 2층입니다. 엄청 많군요. @.@
초컬릿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제게도 입맛에 딱 맞는 맛은 아니었습니다만(아무래도 너무 고급이어서) 그래도 어느 초컬릿보다 달콤한 느낌이었습니다.
이런 초컬릿이라면 잠시 살찌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내려놓고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1126
제 생각을 말씀드린다면 저는 다분히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임상/상담을 전공하는 많은 분들이 자신의 심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또는 그런 경험을 다른 분들과 나누거나 이를 발판으로 도움을 주기 위하여 이쪽 분야를 선택하곤 하는데 저는 그런 경험이 중요할 뿐 아니라 어찌보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할 때가 많습니다.
간혹 임상/상담을 전공하는 분들의 블로그에 놀러가서 포스팅한 글을 읽거나 제 주변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를 들으면 이런 경험을 handicap으로 생각해서 자신감을 잃거나 위축되는 분들이 있던데 저는 절대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가 아직까지 개인 분석과 심층 상담을 받아보지 않아서 저도 모르는 심리적 문제를 갖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어쨌거나 의식적으로는 별다른 심리적 상처와 트라우마가 없다고 느끼는데 그래서 그런지 특정 영역을 다룰 때에는 '이거 정말 수박 겉핥기를 하고 있구만'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정확하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뭔가 깊이와 성찰이 부족한 접근을 할 때가 많아요.
심리적 문제를 극복한 경험, 또는 극복하는 과정에서 느낀 소중한 일들이 상담자의 개인적 성장 뿐 아니라 상담자가 내담자와 함께 상담을 끌고 나갈 때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고 저는 믿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겸손으로 승화할 수 있다면 더욱 훌륭한 상담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자신에게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오만하게 생각하는 상담자일수록 내담자를 위에서 내려다 보려고 할 것이고 그럴수록 진심어린 공감과 경청은 어려워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개인적인 상처와 문제를 극복했거나 지금 열심히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상담자분들, 힘내시기 바랍니다. 저는 여러분들이 부럽습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1113
보통 도박 중독 문제로 상담을 하기 위해 걸려오는 전화는 십중팔구 보호자에게서입니다. 자신의 도박 문제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도박자가 직접 전화를 거는 경우는 가뭄에 콩 나듯하며 대개는 채무 압력을 피하고 숙식을 해결하기 위해서 병원 입원 등을 시켜달라고 떼를 씁니다.
그런데 간혹 정말로 진지하게 자신의 도박 문제를 상의하려고 전화로 상담을 요청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럴 때 저는 무조건 지금 당장 오시라고 하고 최우선으로 상담 예약을 잡습니다. 왜냐하면 이유야 어쨌든 자신의 도박 문제 때문에 전화를 건 분들은 일시적으로나마 자신의 도박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느꼈기 때문이며 이러한 양가 갈등 상태는 그리 오래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상담자의 일정을 맞춘답시고 또는 내담자의 사정을 고려해준답시고 당일이 아닌 날로 예약을 하게 되면 거의 대부분의 내담자를 놓치게 됩니다. 마음이 바뀌기 때문이죠.
따라서 도박 중독자로 의심되는 사람이 전화로 도박 문제에 대해 상의를 하는 경우는 어떠한 수를 쓰든지 일단 상담 장면으로 최대한 빨리 끌어들여 내방 상담을 진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잊지 마세요. 이 경우는 시간이 관건입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1098
불과 얼마 전까지도 저는 이메일 상담을 했습니다. 주로 대면 상담이 불가능한, 멀리 떨어진 지역에 계신 분들을 대상으로 했지요. 그동안 이메일이라는 것은 상담의 수단 중 하나이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으리라고 여겼습니다. 어쩌면 동료를 비롯한 주변의 상담자들이 별로 사용하지 않는 문명의 이기를 활용해 좀 더 많은 내담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자기 확신(알고보니 교만이더군요)이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몇 차례의 시행착오를 거쳐 이메일은 상담의 수단으로 사용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첫째, 이메일은 상담에서 매우 중요한 즉각적인 feedback을 할 수가 없습니다. 메일을 주고 받는 횟수를 늘린다고 하더라도 그 수는 제한될 수 밖에 없고 내담자가 보낸 메일의 내용을 상담자가 읽고, 분석하고 그에 대한 답장을 보내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게 됩니다. 게다가 대면 상담과 달리 이메일 상담에서는 답장의 내용을 정리하는데만도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데 이것만 해도 상당한 부담이 됩니다.
둘째, 이메일은 건조한 텍스트로만 구성되므로 상담에 있어서 언어적 의사소통만큼(아니 오히려 더) 중요한 비언어적 의사소통이 필연적으로 빠질 수 밖에 없습니다. 내담자의 목소리 변화와 어조, 제스처, 표정, 하다 못해 필체마저도 없습니다. 이것은 눈과 귀를 가리고 상담을 하는 것과 비슷한 정도로 큰 영향을 미칩니다.
셋째, 이메일 상담에서 주고받는 내용에는 맥락이 빠져 있습니다. 메일을 작성하던 당시의 감정과 생각이 내용과 함께 전달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즉 'here and now'가 아닌 것이죠. 이것이야말로 이메일 상담의 치명적인 결함이 아닌가 싶습니다. 내담자가 보낸 메일의 내용을 문자 그대로만 해석하다보니 내담자를 공감하기가 어렵고, 이것이 상담자의 답변을 통해 내담자에게 또 전달되니 내담자가 상담자에게 이해받고 있다고 느끼기가 어려운 것이 당연하지요. 그래서 골이 생기고 점점 깊어집니다. 게다가 심리적인 문제가 심각한 내담자는 자신만의 틀로 상담자를 보기 때문에 상담자가 보낸 답장의 내용을 오해하거나 왜곡하는 경우까지 생기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상담자가 자신의 메일 내용의 진위를 내담자에게 설명하고 이해시키는데 천금같은 시간을 낭비하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저는 이메일 상담을 그만두었고, 앞으로도 이메일 상담을 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또한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일회성 도구로 사용할 것이 아니라면 이메일을 상담의 도구로 활용하는 것은 적극 말리고 싶습니다.
이메일은 적절한 상담 도구가 아닙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935
.
2007/08/18 15:53
.
월덴지기님의 글에 공감하는 바가 많아 트랙백한다. 전에 나는 어떤 젊은 여자분(이제 돌이켜보니 그녀에 대한 정보와 선명한 기억이 이름 석자밖에 없다)과 이메일로 '대화'(상담..
자기 탐색이란 내담자가 자기 자신에 대해 이야기할 때, 자기 자각과 자기 개념을 깊이있게 정교화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보통 자기 탐색을 통해서 변화가 이루어지기 위해 알고 있어야 할 정보를 얻게 되며, 자기 탐색 자체가 치료적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자기 탐색이 상담 과정에서 중요할진대, 자기 탐색을 촉진하기 위해 해야 하는 것과 하지 말아야 하는 것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
1. 충고하는 것을 피하라
: 참 많은 상담자들이 빠지기 쉬운 늪인데 특히 상담자와 내담자 사이에 라포가 형성되기 전에는 절대로 사용하지 말아야 할 치료적 개입이 바로 충고입니다(어떤 상담자들은 충고는 상담에서 백해무익하다고 하기도 합니다). 이미 내담자들은 주변의 가족이나 친구로부터 충분히 충고를 들었고 이를 따르다 실패했기 때문에 상담을 받으러 왔기 때문에 충고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정보를 제공한답시고 충고를 하면 안되겠습니다. 충고가 대체로 구체적인 행동을 지칭한다는 점을 기억하면 혼동을 막을 수 있을 겁니다.
2. 섣불리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 말라
: 대부분의 상담자들은 내담자의 문제를 빨리 해결해주고 싶어하며 조급증을 내다가 실패합니다. 상담자가 문제의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것은 물고기를 낚는 법을 가르쳐주는 대신 물고기를 주는 것과 비슷합니다. 따라서 상담자는 문제를 초기에 해결하려고 안달하지 말고 내담자가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 충분히 정의할 수 있도록 곁에서 돕는 것이 낫습니다.
3. 질문에만 의존하지 말라
: 상담자가 질문을 많이 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상담을 통제하고 내담자를 끌고 가게 됩니다. 질문은 최소화하고 특히 정보가가 별로 없는 폐쇄형 질문은 자제해야 합니다.
4. 내담자가 말하는 것을 자세히 들어라
: 내담자가 말하는 내용 뿐 아니라 '항상', '해야 한다'와 같이 내담자가 내용을 전달하는 방식과 문구 하나하나에도 집중해서 들어야 합니다.
5. 비언어적인 행동에 주의를 기울여라
: 내담자의 언어적인 내용 뿐 아니라 비언어적인 요소(목소리, 어조, 어투, 얼굴 표정, 눈 맞춤, 몸의 움직임 등)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능숙한 상담자는 내담자를 직면할 때 언어적인 메시지와 비언어적인 메시지의 차이를 지적합니다. 대체로 이 두 메시지가 갈등을 일으키는 경우 비언어적인 메시지가 기본적인 감정을 더 잘 나타내기 때문에 언어적인 메시지를 검열하게 되면 내담자가 이런 차이를 지각함으로써 자신의 문제를 더 잘 들여다보게 됩니다.
6. 내담자에게 초점을 맞춰라
: 내담자는 종종 다른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이는 다른 사람이 자기 문제의 원인이 되거나 혹은 행동해야 할 기준을 제공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대부분 상담의 목표는 내담자이지 다른 사람이 아닙니다. 따라서 내담자에게 초점을 맞추고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7.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라
: 노련한 상담자는 내담자가 자신의 감정과 사고를 보다 구체적으로 표현하도록 유도하는데 특히 내담자의 행동이나 목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때 구체화가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8. 은유를 활용하라
: 은유라는 것은 생각을 다른 어떤 것으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은유는 기억하기 쉽기 때문에 적절히 사용하면 상담의 효과를 배가시킬 수 있습니다.
9. 요약하라
: 요약하기란 상담에서 다루어진 주요한 이슈들을 간략하게 검토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상담 회기가 끝날 때마다 할 수도 있고 상담을 완전히 종결하면서 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상담자가 할 수도 있고, 내담자가 할 수도 있습니다. 요약하기는 상담을 구조화하는 좋은 방법으로 요약을 하면서 주요 주제를 기술하고, 상담에 나타난 변화를 추적해 보고, 관련된 주제를 연결지어 보도록 내담자를 도울 수 있습니다.
출처 : '상담의 디딤돌' by Scott T. Meier & Susan R. Davis 중 2장 발췌 및 요약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928
상담 과정에서 일반적으로 상담자가 염두에 두어야 하는 요소들을 정리했습니다.
1. 내담자와 '접촉'하라
: 내담자와 '접촉'하는 것은 특히 상담 초기에 중요한데 이 때 적절한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시간을 아낀답시고 초기 상담에서부터 내담자의 문제로 곧바로 들어가는 것은 접촉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내담자가 잠시 잡담을 하면 조금은 따라가는 것이 접촉입니다. 이러한 접촉을 통해 내담자는 자신이 상담을 이끄는 과정을 통해 상담자를 신뢰할 수 있게 됩니다. 또한 상담자는 이런 접촉을 통해 내담자가 상담에 대해 가지고 있는 계획과 내담자의 대인관계 스타일에 대해 알 수 있는 장점도 있습니다.
2. 내담자에게 상담이 무엇인지 설명하라
:
내담자에게 상담에 대해 설명하는 것을 '역할 유도(role induction)'라고 부르는데 내담자에 따라 매우 중요한 과정이 될 수 있습니다. 많은 내담자들이 상담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있거든요. 상담에 대한 잘못된 기대를 그대로 두고 상담을 진행하면 상담을 조기 종결하거나 설사 상담이 계속 진행되더라도 좋은 결과를 낳기가 어렵게 됩니다. 상담 문제의 종류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대체적으로 주로 다음과 같은 내용은 설명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 상담에서는 주로 내담자가 이야기를 하게 될 것이다.
- 기분이 좋아지기 전에 고통스러운 감정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 비밀 보장의 예외가 되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
- 상담을 받는 사람들은 근본적으로 약한 사람이 아니다.
3. 내담자 따라가기와 내담자 이끌어가기
: 이것은 상담자가 내담자에게 어느 정도의 방향성을 가할 것인가와 관련이 있습니다. 감정의 반영(상담자가 내담자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그 감정을 거울처럼 비춰주는 것)과 재진술(내담자의 사고에 주목하고 그것을 재언급해주는 것)이 내담자를 따라가는 가장 주된 두 가지 방법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상담자가 내담자를 따라가는 것이 좋지만 동기 수준이 높은 내담자의 경우에는 상담 과정에서 흔히 나타날 수 있는 고통이나 애매모호함을 잘 견딜 수 있기 대문에 상담자가 앞에서 이끌어가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4. 짧게 말하라
: 일반적으로 상담자는 내담자보다 적게 말해야 하며 요약하는 경우 외에는 하나 혹은 두 개의 문장만 말하는 것이 좋습니다. 내담자가 상담을 이끄는 어색함을 극복하기 위해 상담자가 사용하는 방법을
소극적 격려(minimal encouagers)라고 하는데 주로 고개를 끄덕이거나 '으흠'과 같은 말을 하는 것이 있습니다.
5.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모를 때에는 아무 말도 하지 말라
: 상담에서 침묵은 금입니다. 더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6. 지지해 주는 만큼 직면하라.
: 직면하기 또는 도전하기는 내담자를 반대하는 것과 다른 것입니다. 직면은 내담자가 목표하는 것과 행동하는 것과의 차이를 지적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잠깐만요. 당신이 지금 하고 있는 것을 한번 살펴봅시다"라고 진입하는 것입니다. 이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지지해 준 만큼만 직면을 하는 것이에요.
7. 무엇인가를 변화시키고자 한다면 상담 과정에서 일어난 것에 대해 이야기하라
: 상담자는 내용과 과정을 잘 구분해야 합니다. 대체로 내담자들은 내용을 가지고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데 상담자가 상담의 과정(process)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내담자와 상담자가 이 순간에 느끼고 있는 것에 초점을 두게 되면서 내담자에게 생각의 기회를 제공하게 됩니다.
8. 저항을 알아차려라
: 저항은 내담자가 변화 혹은 상담자의 개입에 준비가 되었다는 신호입니다. 저항은 상담에서 필수적인 요소로 적절하게 이해되고 탐색되어야 합니다. 저항은 흔히 갑작스레 이야기 주제를 바꾸거나, 중요한 내용을 잊어버리거나, 과제를 해 오지 않는 등의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9. 의심이 될 때에는 감정에 초점을 맞춰라
: 상담자들은 내담자의 감정을 신뢰해야 하며, 특히 비언어적으로 나타나는 감정에 주목해야 합니다. 많은 내담자들이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지 못하거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에 상담하러 옵니다. 따라서 감정을 알아차리고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은 많은 내담자들에게 도전이 됩니다. 상담자들은 대표적인 감정인 소위
'Big Four'를 주로 탐색하는데 이는
'분노', '슬픔', '기쁨', '두려움'을 말합니다.
10. 휴지를 준비하라
: 다만 상담자가 내담자에게 직접 휴지를 건네는 것은 일반적으로 피해야 합니다. 가끔 내담자들은 감정에 북받쳐서 눈물을 흘리게 되는데 상담자가 직접 휴지를 건네게 되면 어떤 내담자들에게는 그런 관심과 배려가 '그만 슬퍼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출처 : '상담의 디딤돌' by Scott T. Meier & Susan R. Davis의 1장 발췌 및 요약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927
★★★☆☆
이미지 출처 : 알라딘
책 제목 하나는 정말 제대로 선택한 책입니다. 자신의 능력에 대한 회의로 인해 정체성 위기를 겪고 있는 초보 상담자에게 이 제목만큼 마음에 와 닿는 제목을 찾기도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낚시를 위한 제목은 아닙니다.
이 책의 저자인 Skovholt는 9년 간 상담 현장에서 느낀 점을 정리하여 이 책을 펴냈습니다. 제목은 상담자로 번역되어 있지만 practitioner라는 원저의 제목 그대로 돕고, 돌보고, 봉사하고, 가르치고, 치료하는 것과 관련된 'High Touch' 직업군에 속하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상담이 주는 기쁨, 상담의 핵심이 되는 '돌봄'의 과정(공감적인 애착 -> 적극적인 몰입 -> 분리감 느끼기), 초심자가 전문가가 되기까지 겪게 되는 과정들, 초심자가 겪게 되는 각종 스트레스, 소진과 이를 이겨내는 방법, 다른 사람을 돌보는 것과 자신을 돌보는 것의 균형을 잡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고 부록에서는 자기 돌봄을 위한 행동 계획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4명의 역자가 공동 번역을 했지만 몇 군데를 제외하고는 번역이 비교적 매끄럽게 된 편이라서 읽는데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추천 대상
1. 전문가 타이틀을 획득한 지 5년이 되지 않은 초보 전문가
2. 초보는 아니나 상담자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회의를 느끼고 있는 전문가
닫기
* 내담자와 일하는 것의 어려움
1. 내담자는 완전한 해결이 불가능하지만 해결되어야만 한다고 믿는 문제를 가지고 온다.
-> 내담자의 욕심은 끝이 없기 때문에 상담자는 개선 가능성의 한계에 대해 직시해야 한다.
2. 내담자는 우등생이 아니다.
-> 상담자와 같은 수준에서 상담에 임하는 내담자의 수는 매우 적다. 알아서 좋아질거라고 기대하지 말자
3. 내담자는 동기의 갈등을 갖고 있다.
-> 정신장애이기 때문에 보조금을 받고 있는 내담자는 문제의 해결과 보조금 중 무엇을 택할까?
4. 내담자와 상담자는 준비도(readiness)가 다르다.
-> 동기강화상담의 중요성이 여기에서 대두된다.
5. 내담자들은 종종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을 상담자에게 투사한다.
-> 내담자들은 과거의 고통, 상처, 분노, 두려움을 가지고 상담자들에게 강렬한 전이 반응을 보일 수 있다
6. 때로 상담자는 도움을 주기에 충분하지 않다.
-> 성별, 나이, 경험적 배경 등에 의해 의도와 상관 없이 내담자에게 필요한 도움을 주지 못할 수도 있다.
7. 내담자들은 상담자가 제공하는 것보다 더 광범위한 서비스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
-> 상담자가 자원을 많이 갖고 있으면 있을수록 내담자의 문제를 포괄적으로 도울 수 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922
결론부터 먼저 이야기를 하자면 '내담자가 먼저 문제를 꺼내놓기 전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오랜 경험과 뛰어난 통찰력을 갖춘 상담자는 상담 초기의 그 짧은 시간에 내담자의 문제를 꿰뚫어보고 접근 방법을 간파하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상담자는 다른 사람의 아픔을 공감하고 돕고 싶다는 사명감을 갖고 이 직업에 종사하고 있으므로(돈 벌기 위해서 상담을 하는 상담자가 과연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요새 들어 하는 생각인데 상담은 정말 너무나 힘이 많이 드는 일입니다. 심리적인 에너지를 사용하는 직업 중 대표적인 3D 직종이라고나 할까요? 사람들은 앉아서 그냥 이야기나 들어주면 되는 직업이니 참으로 편하다고 생각할 지 모르겠습니다만) 문제가 보이면 해결해주고 싶은 마음에 안달을 내기 쉽습니다.
또한 비용을 받는 유료상담인 경우 내담자로부터 비용을 받게 되면 뭔가 그에 상응하는 결과물을 빨리 내놓아야 한다는 압력을 무의식중에 받게 됩니다. 그래서 페이스를 조절하지 못하고 섣불리 개입을 하게 됩니다. 이는 초보 상담자에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고 상담자라면 누구나 겪게 되는 일일 겁니다.
다시 한번 강조해서 말씀드립니다.
이제는 정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입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다렸을 때라도 한번 더 참고 기다리는 마음가짐을 갖기 바랍니다.
상담자를 찾는 내담자는 내면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온 에너지를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외부 환경과 맞설 에너지가 부족합니다. 따라서 밖에 있는 상담자를 믿을 수 있는지 판단할 충분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런 확신이 들게 되면 내담자는 알아서 문을 열고 상담자를 맞아들이게 됩니다. 그런데 문제를 해결한답시고 흙발로 대문을 박차고 들어가 꽃밭을 망쳐놓는 것은 실례일 뿐 아니라 도움을 청하려고 찾아온 내담자에게 또 다른 상처를 입힐 수 있습니다.
기다리세요!!!
결코 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참고 기다리세요!!!!
내담자가 초청장을 내밀 때까지 열심히 그리고 묵묵히 준비하면서 기다려야 합니다.
이것이 상담자에게 필요한 가장 중요한 자세입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884
상담실의 문을 두드리는 사람은 대체로(어찌 보면 당연히) 삶의 문제 해결이나 고통스러운 마음의 치유를 바라는 사람들이며 그렇기 때문에 간절히 도움을 원합니다.
그래서 간혹 내담자들은 상담자를 이상화하여 그들이 자신의 문제를 찾아내고, 해결 방법을 일러주고, 때로는 그 문제를 대신 해결해주기를 기대합니다. 상담자는 끊임없이 내담자의 그런 기대를 충족시켜주고 싶은 유혹을 받게 되는데 사실 이는 내담자가 상담 장면에 들어오기 전에 의존하던 대상(알코올, 게임, 쇼핑, 이성... 무엇이든 간에)을 상담자로 바꾸는 것에 불과합니다. 의존할 대상이 필요하니까요.
그러나 상담자에 대한 지나친 이상화는 의존성을 강화시켜 내담자가 자신의 길을 찾으려는 의지를 약화시키고 궁극적으로는 상담의 목적 달성을 방해합니다.
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상담 초기임에도 정말 좋아졌다고, 상담이 도움이 된다고 말하는 내담자를 반드시 만나게 됩니다. 그러나 대체로 이는 상담의 효과라기보다는 내담자를 이상화한 결과이거나 아니면 자신이 들인 시간, 비용, 노력으로 인해 발생하는 인지 부조화(cognitive dissonance)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한 기제의 작동 결과인 경우가 많습니다. 상담자는 아직 실질적으로 아무것도 한 것이 없거든요.
상담자는 내담자에게 은총을 내리는 사람이 아니라 어깨를 맞대고, 어두운 곳에서는 서로 의지하고, 힘들면 손을 잡고 함께 걸어가는 사람입니다. 유명한 심리상담전문가인 Irvin Yalom도 일찌기 "상담자와 내담자는 여행의 동반자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죠. 함께 걸어가다가 상담자도 내담자를 통해 자신의 어두운 면을 발견하고, 반성하고, 치유의 기쁨을 맛보기도 하고, 배움의 기회로 삼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 상담가는 참으로 축복받은 직업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medical model을 따르는 정신과에서는 흔히 상담자와 내담자의 관계를 치료자-환자의 관계로 간주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치료자-환자라는 용어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는 흔히 무엇인가가 결손된 사람에게 전지전능함을 보여줌으로써 문제를 해결한다는 오만한 의식이 바탕에 깔려있기 때문입니다. 상담자와 내담자의 관계는 앞-뒤의 관계가 아니며, 위-아래의 관계는 더더군다나 아닙니다.
상담자도 결국은 나약한 사람에 불과합니다.
- 온라인 문법/맞춤법 점검 -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4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