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supervisor들은 어떻게 하는 지 모르겠지만 저는 심리평가 supervision을 시작할 때 항상 supervision point를 물어봅니다.
사례를 준비한 supervisee가 발표의 대부분을 맡는 일반적인 supervision과 달리 저는 formulation을 제가 혼자 다 하기 때문에 좋게 보자면 발표자가 아주 편하지만 사례만 준비하면 아무 것도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지극히 수동적인 자세로 앉아 있게 되는 단점도 있습니다.
저는 매번 새로운 사례를 그 자리에서 곧바로 formulation해야 하기 때문에 supervision 시간 자체가 제게는 엄청난 도전과 공부의 장이 되지만 수동적으로 앉아만 있는 사람들에게는 사실 별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무언가를 익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걸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는거라고 하지요. 의도하고 그런 건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저는 매 supervision 시간이 새로운 가설을 검증하고 결과물을 데이터로 축적하는 시험장이 되었습니다.
제 supervision이 아니더라도 심리평가이든 상담이든 대개 사례를 준비하는 선생님은 굉장한 압박을 받지만 참관만 하는 선생님들은 한결 편한 마음으로 느긋하게 참석할텐데 그래서는 안 됩니다. 항상 본인이 발표를 하듯이 각 사례를 살펴볼 때 하나라도 확실하게 가져가겠다는 각오를 다져야 합니다. 그게 사례 발표에 동의한 수검자에게도 보답하는 길이고요.
그러려면 항상 호기심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 이 수검자의 어려움은 무엇일까, 어려움의 원인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 진단이 필요한 사례일까, 나라면 어떻게 상담 방향을 잡고 들어갈까 등에 대해 끊임없이 궁금해하고 가설을 세우고 물어봐야 합니다.
상담자가 심리평가에 익숙해지지 않는 건 임상에 비해 사례 수가 부족하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내가 주력으로 해야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수동성의 영향도 있습니다.
임상이든 상담이든 지금 내 일 네 일 가릴 때가 아닙니다. 심리평가, 상담, 심리치료, 센터 운영에 이르기까지 모두 다 해야 한다는 각오로 달려들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심리평가 supervision부터라도 항상 point를 찾는 연습을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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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I의 LML 성격은 '모방하는' 유형입니다. 적극적이고 주도적으로 자신의 삶을 이끌어 나가기보다는 그 때 그 때의 상황에 맞춰 대처하는 사람으로 자율성이 낮을수록 의지가 되는 주변 사람(부모, 애인, 선배, 멘토 등)에 맞춰 행동하는 경향이 강해지죠.
고민없이 의지할 수 있는 대상이 존재한다면 별 문제 없이 일상에 적응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이러한 대상이 상실되어 없어졌거나 더 이상 의지할 수 없게 되면 도움을 청하러 상담 장면에 오게 됩니다.
LML 유형도 자율성이 낮은 것이 핵심 문제이기 때문에 결국은 자율성을 어떻게 증진시켜야 할 것인가가 상담의 핵심 목표 중 하나인데 문제는 상담자와 관계 형성에서도 '모방하는' 성격 유형이 드러난다는 것이죠. 그래서 상담자는 LML 성격 유형이 상담 초기에 보일 수 있는 행동 양상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자칫하면 함정에 빠지기 쉽거든요.
행동 양상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상담자가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앞 뒤가 맞지 않는 행동을 하는 것인데 하루는 굉장히 순응적으로 상담에 임하다가도 다른 날에는 매사에 삐딱하게 상담자를 도발해 역전이를 유발하는 것이죠. 이는 상담자가 어떤 사람인지, 즉 어떤 색깔의 사람인지를 찾아내기 위한 '모방하는' 성격 특유의 탐색 행동이지 초기 저항이 아니라는 것에 유의해야 합니다.
다른 하나는 철벽을 쳐서 상담자를 답답하게 만드는 행동입니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으며 심하게는 상담자와 눈을 맞추지도 않아서 상담자가 감정 접촉이 전혀 되지 않는다고 느끼는데 이 역시 상담자가 어떤 스타일인지 알아낼 때까지 자신의 패를 보여주지 않으려는 '모방하는' 성격의 탐색 전략입니다.
스타일은 다르지만 두 행동 양상 모두 상담자가 어떤 사람인지 확인하려는 목적을 가진다는 점에서 공통적입니다. 따라서 LML 성격 유형의 내담자와 상담을 할 때는 open disclosure를 빨리 해서 상담자가 어떤 사람인지 내담자가 빨리 알아차릴 수 있도록 하는 게 불필요한 탐색 회기를 줄이는 방법입니다.
물론 상담자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차리고 내담자가 그 색깔에 맞춰 반응한다고 해서 상담이 잘 진행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되죠. 상담자가 내담자에게서 이질감을 거의 느끼지 못하고 편안하다면 그건 내담자가 상담자를 잘 모방해서 그런 것이지 라포가 형성된 것이 아닙니다.
'라포의 굳건함은 상담 중 갈등을 겪어야 비로소 확인할 수 있다'는 글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모방하는' 성격의 내담자와 상담할 때 진정한 치유 효과는 내담자가 상담자와 다른 의견을 낼 때에도 아무런 어려움이 없는 상태가 되어야 비로소 고려해 볼 수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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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강의에서는 오로지 MMPI-2/A에만 초점을 맞춰서 각 척도들이 실제 임상/상담 장면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설명하고, 특히 함께 비교하며 이해해야 하는 척도군을 중심으로 살펴봅니다.
현장에서 MMPI-2/A를 많이 사용하고 있지만 어떻게 연결하며 해석하면 좋은지 궁금한 임상가들에게 추천하는 강의입니다.
이번 미니 강의에 대한 기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주제 : MMPI-2/A 실전 해석
* 다루게 될 구체적인 내용
: MMPI-2/A 각 척도의 임상적 의미와 해석 방안
* 일시 : 2019년 1월 18일(금) 19:00~22:00(3시간)* 장소 : 서울 신도림역 인근 월든3 아카데미
* 인원 : 선착순 8명
* 비용 : 1인 당 4만 원(음료, 주차권 포함)
* 특징 : 강의 내용 녹음 가능, 제약없는 예약 취소(언제든 조건없이 100% 환불, 불이익 없음)
# 정원이 미달되는 경우에는 강의가 취소됩니다. 단 예약한 인원이 강의 전 모두 취소하고 1명만 남더라도 강의는 정상적으로 진행합니다.
* 수강을 위한 조건(매우 중요! 필독!)
: 이 강의는 임상/상담 장면에서 환자/내담자를 이해하기 위해 MMPI-2/A를 활용할 임상가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일반인은 들으실 수 없습니다. 따라서 아래의 조건 중 하나 이상을 반드시 충족하셔야 됩니다.
1. 한국심리학회(임상, 상담, 중독, 발달, 범죄, 건강....) 산하 전문가 자격 소지자(신청 시 자격 번호 기재)
2. 한국심리학회(임상, 상담, 중독, 발달, 범죄, 건강....) 산하 전문가 자격 수련생(학회에 수련 등록 필수)
3. 국가공인 자격증(정신건강임상심리사, 임상심리사, 청소년상담사 등) 소지자(신청 시 자격 번호 기재)
-> 심리학 관련 대학원 졸업 자격만으로는 불충분합니다. 졸업 후 전혀 상관없는 일에 종사하고 있을 수 있으니까요.
* 신청 방법 : 이메일(수신처 : walden3@gmail.com)
* 기재 내용 : 이름, 휴대폰 번호, 수강을 위한 조건 충족 여부(수련 여부, 자격증 및 자격 번호 기재)
* 선착순으로 정원 안에 들어온 분들께는 개별적으로 연락드리겠습니다.
덧. 이 포스팅에 앞으로 듣고 싶은 강의 주제나 일시(예; 평일 낮 등)를 덧글로 남겨 주시면 향후 미니 강의 주제 및 일시 선정에 적극 참고하겠습니다.
덧2. 이 강의는 기존 미니 강의와 달리 수련을 받고 있지 않은 심리학 관련 대학원생에게도 오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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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평가보고서는 심리평가 결과를 수검자, 보호자, 의뢰(인, 기관)에 전달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죠. 상담자라면 case formulation을 하는데도 간접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꼭 작성하는 것이 좋습니다.
심리평가보고서를 전달하는 대상이 다른 임상가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등 유관 분야 전문가일 경우에는 심리평가보고서의 기술 근거를 제시하기 위해 검사 sign을 동원하는데 별다른 제약이 없습니다. 검사 sign을 사용하지 않으면 설득력이 떨어져 보일 수도 있고 심하게는 전문성을 의심받기도 합니다.
'심리평가보고서 작성 시 기술 근거는 어떻게 제시하나' 포스팅에서 저는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할 때 '항상 매 문구마다 이를 지지하는 검사 sign을 함께 쓰는 방식을 권고한다'고 말씀드린 바가 있습니다. 여전히 저도 이 방식으로 기술 근거를 제시하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예외 상황이 있습니다.
바로 수검자에게 심리평가보고서를 직접 제공하는 경우입니다. 수검자에게 심리평가보고서를 제공하지 않으며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하실거라면 이 글을 더 읽으실 필요가 없습니다만 저는 그게 어떠한 이유든 수검자가 자신의 심리평가 결과에 접근할 기회를 막는 방향으로 가는 정책은 결코 치료적이지 않고 결국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어리석은 생각이라고 봅니다.
예를 들면, MMPI-2/A, TCI/JTCI, 로르샤하 검사의 구조적 요약 지표 등 수검자의 응답 내용이 가공되어 수검자가 기술 근거를 알았다고 해도 재검사에 영향을 (거의) 미치지 않는 검사 sign은 제시해도 무방합니다. 하지만 의도를 쉽게 짐작할 수 있는 검사들, 주로 투사 검사들인데 문장완성검사, 그림검사, 로샤 검사의 반응 내용 등은 심리평가보고서에 직접 기술하면 안 되며 가능하면 해석 상담에서도 직접적인 제시를 피하는 게 좋습니다.
특히 변별 진단과 치료 계획 수립이 중요한 병원 장면에서 재검사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검사 sign을 적나라하게 보고서에 기술하는 걸 자주 보게 되는데 학습 효과를 배제할 수 있는 정도로 충분한 시간 간격을 두고 재검사를 실시하지 않는 실정에서 무신경한 자세가 아닐 수 없습니다.
과거 포스팅을 인용하느라고 중언부언 말이 길어졌는데 핵심 내용을 요약해보자면,
* 수검자에게 직접 제공하는 심리평가보고서의 기술 근거를 제시할 때는 가공되어 수검자의 재검사 결과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검사 sign들(MMPI-2/A, TCI/JTCI, 로르샤하 검사의 구조적 요약 지표 등)만 사용하고 그림검사, 문장완성검사, 로르샤하 검사의 반응 내용 등은 보고서와 해석 상담에서 제시하지 않는 것을 권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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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 인생 season 2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어제 다니던 직장에 사직서를 냈습니다. 임상심리전문가 수련 과정을 이수하기 위해 3년 동안 다닌 병원은 월급을 받기는 했지만 엄밀히 따지면 수련 기관이라서 직장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제 스스로는 이 직장이 제 생애 첫 직장이라고 생각하고 다녔습니다(마지막 직장이기를 바랍니다).
2003년 8월 13일에 입사했으니 15년에 조금 못 미치는 기간 동안 일했던 곳인데 짧다면 짧을 수 있고 길다면 길 수 있는 5,435일 간의 샐러리맨 생활을 이제 접으려고 합니다.
아는 분은 아시겠지만 제가 다니던 직장은 정부 위탁형 공기업 산하 상담센터였기 때문에 연봉 수준 높고, 정년이 보장되는 무기계약직 신분이었으니 이 어려운 시기에 그 안정적이고 조건 좋은 직장을 아깝게 왜 그만두냐고 생각하는 분도 계실 겁니다. 저 역시 그 부분에서 고민을 하지 않은 건 아니에요.
결국은 가치의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한 쪽에는 직업 안정성을 두었고 다른 쪽에는 직업 정체성을 두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제 직업 정체성이 직업 안정성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결론이 나오더군요. 지면이 좁아서 자세한 내용을 모두 말씀드리지는 못하지만 직장의 명분을 위해 제 내담자를 더 이상 희생시킬 수 없고 그래도 애정을 갖고 다니던 첫 직장이 계속 망가지고 있는 걸 더는 지켜볼 수 없어서 이쯤에서 그만둬야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제가 상담자를 위한 강의에 나가면 자주 하던 말이 있습니다.
"상담자가 field에 남을 것인지 관리자로 옮겨갈 것인지를 결정하는 시기가 대략 15년 정도이다. 15년 차 이상의 중간 관리자가 상담을 하도록 놔두는 조직은 사실상 거의 없기 때문에 상담자로 남고 싶은 임상가의 최종 목표는 개업 상담가일 수 밖에 없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저를 위한 예언이 아니었나 싶기도 합니다.
그럼 이제 무엇을 하며 인생 season 2를 살 것인지, 제 거취는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 하는 분들을 위해 대략적인 방향만 말씀드리면 일단 'Walden3 Academy'로 시작합니다. 낮 시간을 충분히 확보했으니 그동안 미뤄두었던 외부 강의와 supervision을 소화하면서 그동안 하지 않았던 새로운 실전 강의들을 선보일까 합니다. 내년에는 숙원 사업이었던 심리평가 관련 책을 마무리하거나 심리평가를 접목한 라이프 코칭을 시작하는 것도 생각 중입니다.
TCI 자율성 차원 99.8%의 인간이 그동안 조직에 묶여서 답답했는데 인생 season 2에서는 저 하고 싶은 걸 마음껏하면서 조금 더 행복하게 살고자 합니다.
임상, 상담 영역에 계시는 선생님들은 곧 제 소문을 들어 알게 되시겠지만 월덴3 블로그에 오시는 분들에게 먼저 보고하고 싶었습니다.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고 살겠습니다. 지켜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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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YES24
지금 생각해보면 다행히도 저는 상담 회기 제한이 없는 곳에서 상담을 시작한데다 분야가 도박중독이었기 때문에 초단기 상담부터 200회기 이상의 장기 상담까지 여러 경험을 했지만 최근 상담의 추세는 단기 상담이고 앞으로도 이러한 추세는 바뀔 것 같지 않습니다. 그러니 상담자라면 단기 상담에 관련된 치료적 접근을 고민하고 공부할 수 밖에 없죠.
내담자의 호소 문제가 대인 관계 갈등일 때 굉장히 많은 경우 핵심 문제가 부모-자녀 관계인 걸 보면 대상관계이론에 바탕을 둔 접근을 고려해야 하고 이를 단기 상담에 접목시킨 게 바로 이 책의 주제인 '단기 역동적 심리치료(Time Limited Dynamic Psychotherapy)'입니다.
밴더빌트 대학교의 Hans Strupp이 개발한 이 기법은 내담자의 핵심적인 대인관계 패턴을 치료 과정의 초점으로 삼는데 단기 역동적 심리치료의 전제와 목표, 사례개념화, 상담자의 자세와 역전이 등 핵심적인 내용을 아주 쉽게 설명하는 책입니다. 저자인 Hanna Levenson이 치료자들을 위해 적용한 훈련 과정을 따라가며 진행되기 때문에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수련을 받고 있는 듯한 생생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런 류의 전문 서적들이 이론적인 내용을 소개하는 것에만 주로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는 것을 고려하면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심리평가 supervision을 하면서 제가 자주 하는 이야기인데 부모-자녀 관계 문제, 특히 애착 외상을 입은 내담자의 수가 이미 상당수를 차지하고 지금도 그 수가 빠르게 늘고 있는 걸 감안하면 단기 상담에서 대상관계 문제를 다룰 수 있는 단기 역동적 심리치료는 상담자가 반드시 익혀야 하는 치료 기법 중 하나가 될거라 예상합니다. 그러니 일단 이 책만큼은 꼭 읽으세요. 특히 '순환적 부적응패턴(cyclical maladaptive pattern)'을 추출하는 절차는 반드시 알아두셔야 합니다.
Hanna Levenson의 이 책은 2008년에 학지사에서 나온 version(17,000원)과 2016년에 박영스토리에서 나온 version(15,000원)이 있는데 저라면 오래된 번역 시점과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단연코 학지사에서 나온 version을 구매할 겁니다. 왜냐하면 믿고 볼 수 있는 정남운 선생님의 번역본이기 때문입니다. 정남운 선생님의 정평한 번역 솜씨는
'지금-여기에서의 전이분석'(이 책도 강력 추천합니다)에서도 이미 빛을 발한 적이 있죠.
닫기 * 단기 역동적 심리치료(TLDP)는 밴더빌트 대학의 Hans Strupp이 현대 정신분석, 특히 대상관계이론에 바탕을 두고 개발한 접근이다.
* 정신분석 기법 중 단기치료자를 위해 현저하게 바뀐 점은 치료자가 환자의 퇴행과 의존을 피하고 환자의 강점을 강조하며 치료과정을 보다 더 현실에 바탕을 두려고 한다는 것과 ‘완전한 개인사’를 구성하기 위해 생애 초기의 기원적 자료를 수집하는데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다는 것이다. 단기 역동적 심리치료에서 치료자는 치료자와 환자 사이의 지금-여기에서의 관계에 더 집중하며, 정보가 불완전해도 기꺼이 그것에 기초하여 개입한다.
* TLDP는 환자가 다른 사람 및 자기 자신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치료자와 환자 사이에 형성되는 관계를 활용한다.
* TLDP는 만성적인 대인 문제나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들-이른바 어려운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고안된 융통성 있는 단기치료 접근이다.
* TLDP는 만성적이고 역기능적인 상호작용 스타일을 가진 환자를 위한 접근이면서, 시간 사용에 민감한 접근이다.
* TLDP는 대인관계적 단기 심리치료다. TLDP의 목표는 환자들이 부적응적 대인관계 패턴을 반복하지 않도록 돕는 것이며, 이는 치료적 관계라는 맥락에서 새로운 체험과 이해를 촉진함으로써 이루어진다. 치료가 의도하는 바는 환자가 자신 및 다른 사람들과 관계 맺는 방식을 수정하도록 돕는 것이다.
* TLDP 모델의 7가지 기본가정
1. 환자들은 혼란스러운 대인관계에서 비롯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대인관계적 치료를 필요로 한다.
2. 역기능적 양식은 과거에 학습된 것이다.
3. 역기능적 양식은 현재 유지되고 있다.
4. 환자는 치료자를 대상으로 대인관계의 어려움을 재현한다.
5. 치료자는 참여관찰자다.
6. 치료자는 환자가 재연하는 문제에 휘말려 들어간다.
7. 주된 대인관계 문제 패턴이 존재한다.
* TLDP에서는 심리적 증상과 문제가 대인관계의 어려움에서 비롯된다고 여긴다. 사람들이 치료를 받을 때 제시하는 주 호소 문제는 불안, 우울 등 DSM의 기초가 되는 증상들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러한 불편한 느낌의 원천을 찾아보면 대인관계적 근원이 분명해진다. <- 이 부분 진짜 공감합니다.
* TLDP의 두 가지 주요 목표
1. 환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2. 환자에게 새로운 이해를 제공한다.
* TLDP의 두 가지 목표가 마치 별개인 것처럼 제시하였지만, 실제로 새로운 경험과 새로운 이해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두 가지 목표는 언제나 존재하지만, 특정한 한 시점에 한 목표는 전경이 되고 다른 목표는 배경이 된다.
* TLDP 관점에서 보면, 병리적 증상과 역기능적 행동은 위협적인 상황에 적응하려는 노력의 결과이다.
* 치료 초점의 제한은 단기 역동적 심리치료와 장기 심리치료를 구별하는 주된 개념이다. 단기치료에서는 치료자가 목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안내해주는 중심 주제 또는 핵심 문제가 필요하다.
* TLDP에서 치료 작업의 초점은 환자의 생활에서 역기능적 관계를 만들어 내고 유지시키는 반복되는 대인관계 패턴으로 바로 이런 관계가 일상생활의 문제와 증상을 가져온다. 달리 표현하면, TLDP의 초점은 환자의 부적응적인 상호작용 스타일이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는 방법 중의 하나는 역동적 대인관계 초점, 즉 순환적 부적응 패턴(cyclical maladaptive pattern: CMP)을 추출하는 절차를 개발하는 것이다.
* CMP는 4개의 범주를 사용하여 개인의 대인관계 정보를 체계화한다.
1. 자기의 행동(Acts of the Self) : 환자의 생각, 감정, 소망, 행동 등
2. 타인의 반응에 대한 예측(Expectation of Others’ Reactions)
: 다른 사람들이 자기의 행동에 대해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에 관한 모든 추측과 예상
3. 자기를 대하는 타인의 행동(Acts of Others Toward the Self)
: 환자가 관찰하고 해석한 다른 사람의 실제 행동
4. 자기를 대하는 자기의 행동-내사(Acts of the Self Toward the Self-Introject)
: 자기 자신에 대한 행동과 태도. 환자가 자기 자신을 어떻게 대하고 어떻게 취급하는가
* 환자에 대한 역전이 반응이 대인관계 이야기와 일치하지 않는다면, 아마 (역전이에 대한 고전적인 정의에 맞게) 치료자가 자신의 독특한 개인사의 영향하에서 환자를 경험하고 있기 때문일 수 있다.
* 치료의 평가 단계는 맨 처음 환자와 접촉할 때부터 시작되며, 이는 전화 통화로 시작했다고 해도 마찬가지이다. 이때 치료자는 환자가 말하는 이야기의 내용뿐만 아니라 어떻게(공손하게, 조심스럽게, 또는 극적으로) 말하는가 하는 점에서도 주의를 기울인다.
* TLDP 사례개념화 및 개입의 단계
1. 환자가 자신의 말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게 한다.
2. 증상이나 문제와 관련된 대인관계 맥락을 탐색한다.
3. 정보의 수집, 분류, 조사를 위해 CMP 범주를 사용한다.
4. 환자의 말을 경청하며 환자가 (과거와 현재의 관계에 대해) 말한 내용과 치료 회기 중에 상호작용하는 방식에서 환자의 고유한 주제를 찾는다.
5. 환자에 대한 반응(역전이적 밀고 당김)을 인식한다.
6. 치료관계에 나타나는 역기능적 상호작용의 재연에 주의를 기울인다.
7. 치료자와의 관계의 발전에 대해 환자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탐색한다.
8. 환자의 주요한 역기능적 상호작용 패턴을 기술하는 CMP 이야기를 만든다.
9. CMP로부터 치료 목표의 윤곽을 그린다.
10. 환자의 CMP에 맞게, 치료자와 더 적응적인 관계를 맺는 새로운 경험을 하도록 돕는다(목표 1).
11. 환자가 다른 사람들이나 치료자와의 사이에서 발생하는 자신의 역기능적 패턴을 알아내고 이해하도록 돕는다(목표 2).
12. 환자가 자신의 상호작용 방식이 한때는 적응적이었음을 인식하도록 돕는다.
13. 전체 치료 기간에 걸쳐서 CMP를 수정하고 보완한다.
* 나는 수련생들에게 초기 회기(들)에서 환자의 반응을 정보 범주(예컨대, 발달사, 학력, 병력 등)로 구조화하는 전통적인 정신과적 면담이나 임상적 접수면접 방식에 의존하지 말고, 환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도록 허용하라고 조언한다. 환자의 상호작용 방식에 제약을 덜 가하면, 치료자는 환자 이야기의 내용 뿐만 아니라, 이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예컨대, 세세한 부분을 강조하는가, 모든 책임을 외부 사건이나 사람들에게 떠넘기는가, 치료자가 지도해 주고 안심시켜 주기를 바라는가 등)을 통해서도 환자에 대해 많이 알게 된다. 이런 방식으로 수련생들은 역기능적 패턴의 내용과 과정 모두를 직접 접하게 된다.
* CMP의 4개 범주 중 ‘자기에 대한 행동과 태도’, 즉 내사는 가장 어려운 범주이다. 환자들은 치료가 잘 진행되어 긍정적인 치료 동맹이 확립될 때까지 그들이 어떻게, 또는 왜 특정한 방식으로 자신을 대하는지에 대해 잘 드러내지 않는 경우가 많다.
* 범주로 나누는 것은 주로 치료자가 많은 양의 자료를 체계화하는데 도움을 얻기 위해서이고, 범주들은 결국 모두 합쳐져서 하나의 이야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환자의 행동, 생각, 태도, 동기를 이해하고, 이들이 어떻게 서로 연관되어 대인관계적 역동을 형성하는지를 이해하는 일이다.
* 과정 지향적인 TLDP의 목표는, 환자-치료자 사이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하는 것이라면 어떠한 것이라도 인정하고 장려하도록 치료자의 자각과 민감성을 촉진한다.
* TLDP의 선별 준거
1. 정서적 불편
2. 기본적 신뢰
3. 자신의 갈등을 대인관계적 관점에서 생각해 보려는 태도
4. 자신의 감정을 검토해 보려는 태도
5. 치료자와 ‘의미 있는 방식’으로 관계 맺는 능력
* TLDP의 배제 준거
1. 환자가 치료자와의 언어적인 교류 과정에 참여할 수 없다
2. 환자의 문제가 약물 치료 등 다른 방법을 사용하면 더 효과적으로 치료될 수 있다.
3. 환자가 불안을 증가시킬 수 있는 적극적, 해석적, 상호작용적 치료 과정을 견뎌 낼 수 없다(예; 환자가 충동조절 문제, 알코올 및 약물 남용 문제를 가지고 있거나 반복적인 자살 시도 경험이 있다).
* 나는 해석의 시점에 대한 길잡이로서 다음 5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1. 단기치료에서 치료자는 정보가 불충분해도 (해석을 포함한) 치료적 개입을 해야 한다.
2. 해석은 치료자가 객관적 진실을 밝히는 과정이 아니라, 환자가 말하고 행한 것에 기초해서 그럴듯한 가능성을 찾는 과정을 의미한다.
3. 시기적절한 해석(즉, 치료 과정을 진전시키는 해석)은 환자가 해석에 동의하느냐의 여부로만 판단해서는 안 된다.
4. 치료자는 치료 관계가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허용해야 한다.
5. 전이 해석의 시기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치료자는 가능한 한 자세하고 구체적으로 해석을 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 시간의 제약을 받는 치료자는 치료 과정에서 부정적 전이가 표출되는 징조가 있을 때 이를 즉시 다루어야 한다. 단기치료에서는 치료 동맹 훼손의 여파와 이에 수반되는 기능상 퇴행을 다룰 시간이 별로 없다.
* TLDP와 특별한 관련이 있는 것은 자기관여적 언급, 즉 역전이 개방이다. 치료자는 환자에 대한 자신의 반응이 환자의 CMP에 기술된 다른 사람들의 반응과 일치하는지를 평가해야 한다. 만일 비슷하다면, 치료자의 반응은 개인적인 역전이가 아니라 상호작용적인 역전이일 가능성이 높다.
* 전이 해석 후에 환자가 정서적 반응을 보이면 치료 성과가 긍정적이지만, 방어적 반응을 보인다면 치료 성과가 부정적일 가능성이 크다.
* 단기치료에서 치료자들은 환자들이 잘 하고 있다는 걸 인식하게 하려고 애씁니다. 우리는 환자의 강점을 강화하고,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걸 깨닫게 해 주어야 합니다.
* 촉진적인 치료 자세를 가진 치료자란 무엇이든 다 들어주는 사람이 아니라, 환자의 대인관계 도식을 지속적으로 도전하는 사람이다.
* 치료자의 목표는 환자의 상호작용의 함정에 빠지는 것을 피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치료 과정을 촉진하는 일에 이러한 얽힘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가를 배우는 데 있다.
* 어떤 종류의 치료에서든지 치료자는 자신의 개입의 목적과 그것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를 생각해야 하지만, 단기치료에서는 특히 더 그렇다. 단기치료에서는 치료자가 특정 개입에서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늘 평가해야 하고, 각각의 언어적, 비언어적 메시지가 환자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 환자가 있는 곳에서 시작하라, 환자가 있는 곳에 함께 머물라, 환자를 진지하게 대하라
* TLDP에서 종결 시기를 알기 위한 5가지 준거
1. 환자가 중요한 타인과의 상호작용에서 변화를 보이는가? 환자가 이전보다 만족스러운 상호작용을 한다고 보고하는가?
2. 환자는 치료관계 안에서 자기 자신과 치료자에 대해 새로운 경험(혹은 일련의 새로운 경험들)을 하였는가?
3. 치료자와 환자의 관계 수준이 (부모-자녀 관계에서 성인-성인의 관계로) 변화하였는가?
4. 환자에 대한 치료자의 역전이 반응이 (부정적인 것에서 긍정적인 것으로) 바뀌었는가?
5. 환자가 자신의 역동과 이를 유지하기 위해 해 왔던 역할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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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강의는 선별심리평가의 개념을 정리하고자 하는 분들을 위한 것으로 아직까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선별심리평가 도구인 MMPI-2/A와 SCT를 중심으로 심리평가란 무엇인지, 심리평가의 실시 이유와 실시 순서, 심리평가 보고서의 기본 양식까지 다시 한번 살펴보게 됩니다.
MMPI-2/A와 SCT의 개관에 해당되는 내용 뿐 아니라 해석까지 포괄적으로 다루기 때문에 3시간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밀도 있는 강의입니다.
이번 미니 강의에 대한 기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주제 : 선별심리평가의 이해(MMPI-2/A, SCT를 중심으로)
* 다루게 될 구체적인 내용
- 심리평가의 정의
- 심리평가의 실시 이유
- 심리평가의 실시 순서
- SCT 개관
- MMPi-2/A 개관
- Screening Test의 실시 및 해석
* 일시 : 2018년 10월 28일(일) 15:00~18:00(3시간)
* 장소 : 서울 신도림역 인근 월든3 아카데미
* 인원 : 선착순 8명
* 비용 : 1인 당 4만 원(음료, 주차권 포함)
* 특징 : 강의 내용 녹음 가능, 제약없는 예약 취소(언제든 조건없이 100% 환불, 불이익 없음)
# 정원이 미달되는 경우에는 강의가 취소됩니다. 단 예약한 인원이 강의 전 모두 취소하고 1명만 남더라도 강의는 정상적으로 진행합니다.
* 수강을 위한 조건(매우 중요! 필독!)
: 이 강의는 임상/상담 장면에서 환자/내담자를 이해하기 위해 선별심리평가를 활용할 임상가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일반인은 들으실 수 없습니다. 따라서 아래의 조건 중 하나 이상을 반드시 충족하셔야 됩니다.
1. 한국심리학회(임상, 상담, 중독, 발달, 범죄, 건강....) 산하 전문가 자격 소지자(신청 시 자격 번호 기재)
2. 한국심리학회(임상, 상담, 중독, 발달, 범죄, 건강....) 산하 전문가 자격 수련생(학회에 수련 등록 필수)
3. 국가공인 자격증(정신건강임상심리사, 임상심리사, 청소년상담사 등) 소지자(신청 시 자격 번호 기재)
-> 심리학 관련 대학원 졸업 자격만으로는 불충분합니다. 졸업 후 전혀 상관없는 일에 종사하고 있을 수 있으니까요.
# 청소년상담사 2급 직무자격연수에서 제 강의를 들은 선생님들은 이 강의를 안 들으셔도 됩니다. 내용이 동일합니다.
* 신청 방법 : 이메일(수신처 : walden3@gmail.com)
* 기재 내용 : 이름, 휴대폰 번호, 수강을 위한 조건 충족 여부(수련 여부, 자격증 및 자격 번호 기재)
* 선착순으로 정원 안에 들어온 분들께는 개별적으로 연락드리겠습니다.
덧. 이 포스팅에 앞으로 듣고 싶은 강의 주제나 일시(예; 평일 낮 등)를 덧글로 남겨 주시면 향후 미니 강의 주제 및 일시 선정에 적극 참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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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 현장은 몰라도 상담에서는 MMPI-2/A와 TCI가 거의 주력 검사가 되어가고 있기 때문에 이 두 검사를 마스터하고자 하는 상담자들의 욕구 수준이 매우 높고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정말 많이 받습니다. 이 포스팅은 그 질문에 답하는 일종의 Q&A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든 분들이 그런 건 아니지만 MMPI-2/A와 TCI 해석이 어려운 분들의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이겁니다.
* MMPI-2/A : code pattern 분석 이상을 생각하지 못함
* TCI : 기질, 성격 유형 분석에서 더 나아가지 못함
MMPI-2/A와 관련해서는 제가 강의 때 자주 드리는 말씀인데 이제 code pattern 분석은 그만 할 때가 되었습니다. code pattern 분석이 가능하려면 임상척도와 재구성 임상척도의 code pattern이 동일해야 하는데(6-8, RC6-RC8처럼) 이런 사례는 매우 드물 뿐 아니라 설사 있다 해도 병원에서나 가능하지 상담 장면에서는 거의 보기 힘듭니다. 그러니까 상담 현장에서 일하는 임상가가 code pattern 분석에만 매달린다면 수많은 code pattern 가능성 때문에 혼란스러울 뿐 아니라 겨우 부합하는 code pattern을 찾았다고 해도 그 해석이 자신의 수검자의 심리 상태와 매우 다르다는 걸 깨닫고 좌절할 수 밖에 없습니다.
TCI도 마찬가지입니다. 극단적인 기질, 성격 유형, 예를 들어 LHL기질-LLL성격 유형으로 평가된 수검자가 있다고 해 보죠. 이 기질-성격 유형 조합은 실제로 상담 장면에서 아주 흔하게 볼 수 있지만 그렇다고 이 수검자들이 모두 동일한 문제 양상을 보이는 것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이 기질, 성격 유형은 그 하위차원의 조합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죠. 사회적 민감성 기질이 low level이라고 해도 정서적 감수성, 정서적 개방성 차원만 낮은 사람과 친밀감/거리두기, 의존/독립 차원만 낮은 사람은 아주 다른 모습을 보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가 드리는 조언은 다음과 같습니다.
* MMPI-2/A : 임상, 내용 소척도 공략
* TCI : 하위 차원 공략
MMPI-2/A를 마스터 하려면 임상, 내용 소척도를 집중적으로 공부하셔야 합니다. 비슷한 이름의 척도들이 어떤 의미 차이가 있는지, 두 척도가 동시에 상승했을 때와 어느 한 척도만 상승했을 때의 차이는 무엇인지를 염두에 두고 봐야 합니다. 예를 들자면, 자기비하 소척도와 자기회의 소척도의 차이는 무엇인지, 신체적 기능 장애 소척도와 신체증상 호소 소척도의 차이는 무엇인지 등을 이해하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실제 상담 현장에서 일하는 임상가들이 궁금한 건 Pd척도가 단독 상승했다는 사실이 아닙니다. 왜 상승했냐는 이유입니다. 그게 가정 불화 때문인지 사회적, 내적 소외 척도가 상승했기 때문인지를 이해해야 내담자를 적절히 도울 수 있습니다.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소척도를 파고드셔야 합니다.
TCI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에서 설명드린 것처럼 27개의 기질 유형과 27개의 성격 유형을 이해하기 위해 유형집의 내용을 그대로 채택해 옮기는 건 MMPI-2/A의 code pattern 해석 내용을 copy&paste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이론적으로야 27 X 27 조합으로 인한 엄청난 경우의 수가 있지만 실제로는 몇 개의 기질-성격 조합이 대부분을 차지하거든요(위에서 든 예가 그 중 하나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동일한 기질-성격 조합을 보이는 내담자의 차이점을 이해해야 하죠. 공통점만으로는 부족해요. 무엇을 봐야 차이를 알 수 있나요? 바로 29개의 하위차원입니다. 이 하위차원이 바로 MMPI-2/A의 소척도와 같은 겁니다.
그러니 이제 더 이상 MMPI-2/A의 cope pattern 해석집과 TCI의 기질/성격 유형 해석집에만 의존해서는 안 됩니다. 소척도와 하위차원을 공부하세요. 그래야만 이 두 검사를 마스터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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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장애에 대한 책은 이미 시중에 많이 나와 있지만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현장 전문가를 위한 전문 서적과 일반인들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볼거리 위주로 가볍게 쓴 책이죠.
이 책은 현장 전문가를 대상으로 쓰여졌지만 이해를 돕기 위한 사례들이 너무 극적이다보니 그만큼 읽는 재미는 있지만 상대적으로 그만큼 유용하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일반인을 위한 책이냐 하면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일반인들이 편하게 보기에는 전문적인 내용이 너무 많거든요.
이 책의 저자인 Yudofsky 박사가 사실 특수분야(?) 중 하나인 신경정신의학(Neuropsychiatry) 분야의 임상가이기 때문에 과연 이 분이 성격장애 치료의 대가일까 하는 의구심부터 들었습니다. 실제로 책 내용 중에 성격 장애의 유전학적, 뇌영상 연구 결과 소개가 지나치게 많이 나오거든요. 494p에는 '분열형 성격 장애의 결정적 요인 중에는 뇌와 관련된 것이 있을 것이라고 간주해도 무방할 것이다'라는 단정적인 말까지 나오죠.
Clonninger 교수의 TCI 이야기가 많이 등장하기 때문에 뭔가 시사점을 많이 던져줄 것으로 이야기를 했지만 그렇게 깊이 고민한 것 같지는 않고 성격 장애를 이해하는 하나의 tool 정도로 가볍게 보고 만 것도 실망스러웠습니다.
또한 서두에 주변 사람들이 '치명적 결함'을 갖고 있는 성격 장애가 의심될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를 알려줄 것처럼 소개했지만 실상 대처 방법은 그저 확인했으면 피하라는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도 실망스러운 부분입니다.
이 책에는 연극성 성격장애, 자기애성 성격장애, 반사회적 성격장애, 강박성 성격장애, 편집성 성격장애, 경계성 성격장애, 분열형 성격장애, 중독성 성격장애를 소개하고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면 좋은 분들은 일반인도 아니고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임상가도 아니고 정신병리학 기본 수업을 들은 심리학과 대학원생 정도입니다.
거의 600페이지에 달하는 책이었는데 맨 마지막에 실려 있는 중독성 성격 장애(DSM으로는 진단되지 않는 성격장애)에 대한 부분은 제게 충분히 흥미로웠지만 역시나 'Addiction-prone Personality'에 대한 논의에서 별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고 행위 중독보다는 약물 중독에 대한 예만 다루고 있어 제 입장에서는 좋다 말았습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현장 임상가들은 굳이 읽으실 필요 없는 책이고 수련을 앞두고 있는 대학원 졸업반 학생이라면 머리를 식히기 위해서 쉬엄쉬엄 한번 정도 읽으면 좋습니다.
제 지적 호기심을 충족해 준 부분도 별로 없어서 '월덴지기가 흥미롭게 읽은 구절들'도 작성하지 못했네요;;;
덧. 이 책은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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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담자가 상담에서 보이는 행동의 의도를 파악하고 분석하는 건 상담자가 흔히 하는 일이지만 그 행동이 겉으로 보기에 부정적인 유형인 경우 이를 해석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역전이 때문에 어렵기도 하고 상담 초기인 경우는 저항으로 해석하기 쉽기 때문이죠.
하지만 내담자에게 부모-자녀 관계 문제가 있고 내담자의 행동 의도가 '파괴적 관심끌기'라면 이는 당연히 상담 장면에서도 재현됩니다.
내담자가 상담을 받으러 오는 이유가 심적 고통을 해소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고 굳게 믿고 있는 상담자는 이러한 의도를 간파하기 어렵습니다(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지만 해결 방법만을 몰라서 상담자의 도움을 받고자 하는 내담자는 극히 드문 경우라는 걸 알아야 합니다).
특히 파괴적 관심끌기를 통해 애정 욕구를 채우려는 내담자는 스스로 상담자에게 어필할 만한 강점이나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실제로 그런 능력과 강점이 없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에 자연스럽게 체화된 파괴적 관심끌기를 통해 상담자에게 어필하려고 하고 부모-자녀 관계에서와 마찬가지로 상담자가 가장 싫어하는 행동을 파괴적 관심끌기 행동으로 선택하게 됩니다.
당연히 상담자는 강한 역전이를 경험하게 되고 내담자를 제압하거나 통제하려는 욕구를 느끼게 되는데 감정의 강도가 지나치게 강하다면 이것이 내담자의 파괴적 관심끌기가 재현되는 것인지를 한번쯤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파괴적 관심끌기는 일종의 가해자 테스팅 같은 거라서 상담자가 이를 간파하고 현명하게 소거 및 대치할 수 있다면 부모-자녀 관계에서도 극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내담자의 행동에 화가 치밀어 오르고 감정을 제어하기 어렵다면 한번쯤 파괴적 관심끌기 가능성을 고려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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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자이자 임상심리학자인 재니스 A. 스프링의 베스트셀러, '흔들리는 부부관계 어떻게 할 것인가(After the Affair, 1996)'를 북 크로싱합니다.
부부 갈등을 다룬 책은 이미 많이 나와 있지만 오로지 '불륜'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책은 보기 힘든데 그런 의미에서 참신성이 돋보이는 책입니다.
단순히 주제만 참신한 것이 아니라 담고 있는 내용도 굉장히 광범위하고 불륜의 상처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부부가 잠자리를 어떻게 다시 할 것인가처럼 매우 현실적이고 중요한 문제를 과감히 다루고 있는데다 디지털 문화와 관련된 사이버불륜에 대한 내용까지 다루고 있어서 부부 상담을 하는 상담자라면 한번쯤 읽어보시면 좋은 책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소개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 책은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국민도서관 이용)가 적용됩니다.
이 책을 읽고 싶은 분은 아래의 북 크로싱 방법에 있는 내용대로 하시면 됩니다.
* 월덴 3의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하는 방법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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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이름이 알려진 모 기관에서 진행하고 있는 집단 상담의 실상을 최근에 우연히 전해듣고 충격을 받은 김에 제가 생각하는 집단 상담의 조건에 대해 정리를 한번 해 보려고 합니다.
상담자가 느끼는 난도 순으로 단순히 순서를 매겨 보면,
개인 상담 < 커플 상담 < 집단 상담 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회기에 참여하는 내담자의 수가 많아질수록 역동이 복잡해지고 그만큼 상담자가 다루어야 하는 경우의 수도 많아지기 때문이죠. 그래서 사실 집단 상담은 아무나 하면 안 됩니다. 상담자 중에서도 고수급(?)인 상담자들이 주로 이끌곤 합니다.
저는 그런 고수도 아닐 뿐 아니라 집단 상담보다는 개인 상담을 더 선호하기 때문에 집단 상담의 경험이 많지는 않지만 제 경험 상 집단 상담이 잘 돌아가려면 다음과 같은 조건을 충족하는 게 좋습니다.
1. 집단 구성원의 동질성(homogeneity)
: 제 생각에는 이 조건이 가장 중요한데 집단 상담에 참여하는 내담자의 면면이 비슷할수록 집단 상담의 효과가 극대화됩니다(물론 저와 견해를 달리하는 상담자가 있을 수 있습니다만 그건 그런 상이성을 control할만큼 상담자가 고수여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필요합니다). 물론 이는 다음에 설명할 집단 상담의 목적이 무엇이냐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제가 진행했던 도박 중독 집단 상담의 예를 들면 20~30대의 미혼 남성 도박자를 집단으로 구성했을 때 가장 효과가 좋았습니다. 기혼자가 끼거나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도박자가 포함되면 누구나 체감할 정도로 분위기가 산만해지고 집중도가 떨어지더군요. 가능하면 동질성이 높은 내담자들로 집단을 구성해야 성별, 나이, 사회적 지위, 학연, 지연 등 통제 불가능 변인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어 상담 목표 달성을 위해 곧바로 전진할 수 있습니다.
2. 상담 목표의 구체성(specificity)
: 1번 조건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데 상담 목표가 측정 가능한 수준으로 구체적이고 세밀할수록 집단 상담의 효과가 커집니다. '대인 관계를 잘 맺고 싶다' 류의 모호하고 추상적인 목표보다는 '5명 이상 크기의 모임에서 10분 이상 발표하면서 시선 처리를 잘 하고 싶다'는 식의 목표가 달성하기 쉽습니다. 저는 집단을 구성할 때 상담 목표를 설정하면서도 집단 구성원의 동질성을 동시에 고려하는데 '부모의 지나친 개입이 도박 중독 치료에 해가 되는 문제를 해결하고 싶으면 부모-자녀 관계 문제가 있는 미혼의 남성 도박자들로만 집단을 구성'하는 식입니다.
3. 능력있는 상담자의 적극적 개입
: 집단 상담을 진행해 본 경험이 풍부한 상담자일수록 유리하지만 최소한 집단 상담을 이끄는 상담자는 적극적인 리더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집단원이 상처받고 있는데 역동 분석을 한답시고 뒤로 물러나 방관하고 있으면 안 됩니다. 회기 중 내담자 어느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상황에 놓이면 안 됩니다. 최소한의 질서를 유지하는 주시자(beholder)의 역할만큼은 반드시 해야 합니다.
위의 조건들이 집단 상담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충분 조건이라고 한다면 이제는 집단 상담이 엉망진창이 되지 않기 위한 필요 조건을 말씀드리겠습니다.
* 정신 병리 문제의 변별
: 가장 중요한 조건이지만 많은 집단 상담자들이 간과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건 집단 구성원의 동질성 충분 조건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극단적인 예를 하나 든다면, 반사회성 성격 장애를 가진 내담자와 수동-의존적 성격 장애를 가진 내담자가 동일한 집단 상담을 받게 된다면 어떨까요? 아니면 알코올에 중독되어 있고 폭력 전과가 있는 남성 내담자와 가정 폭력 외상이 있는 여성 내담자가 한 집단에 속하게 된다면요? 굳이 이런 예를 들지 않더라도 집단 상담이 맞지 않는 내담자들이 있습니다. TCI에서 고립된-겁많은 기질의 소유자로 평가되고 평가 불안이 높은 내담자가 직면이 난무하는 집단 상담을 받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집단 상담에 참여하는 모든 내담자는 세심한 심리평가와 사전 선별 절차를 거쳐 이 집단 상담이 본인에게 도움이 될 지와 다른 내담자에게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지를 세심하게 점검받은 뒤 참여하도록 해야 합니다. 저는 그런 선별 절차가 없는 집단 상담이라면 절대로 제 내담자를 의뢰하지 않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집단 상담의 효과를 배가하기 위한 조건을 하나 말씀드리면 집단 상담을 받는 모든 내담자는 개인 상담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개인 상담과 집단 상담은 역동이 많이 다르지만 함께 받을 경우 시너지를 내기 쉽습니다. 특히 집단 상담을 진행하는 상담자가 개인 상담도 담당하면 더욱 좋지요. 예전에 제가 개인 상담을 하고 있는 내담자들만 모아서 집단 상담을 진행한 적이 있는데 그 상담에서 가장 많은 걸 배웠습니다. 내담자들의 만족도 뿐 아니라 치유 정도도 가장 좋았고요. 물론 도박 중독자를 대상으로 한 특별한 상담이어서 일반 상담 현장에서 저처럼 진행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가능하다면 한번 시도해 보시기 바랍니다.
최악의 집단 상담이라면 반대 조합으로 이뤄진 것이겠지요. 상담자가 집단 상담의 전문가도 아니고, 집단원의 동질성도 희박하여 중구난방이며, 상담 목표가 구체적이지 않아 감정 폭발이나 상호 비방의 전쟁터가 되기 일쑤이고, 정신 병리 문제를 변별하지 못해 내담자들을 보호할 수 조차 없는.... 저는 그런 걸 상담이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그건 그냥 아수라장이고 그걸 방치하는 사람은 전문가가 아니라 가해 방조자입니다.
저는 가해 방조자가 되기를 원하는 상담자는 없을거라 믿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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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자가 부부 갈등 해결을 위한 상담을 진행할 때 어느 배우자의 편도 들지 않고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건 거의 상식에 가깝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입니다. 왜냐하면 부부가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전문가의 도움을 구한다는 건 둘이서 말로 해결할 수 있는 단계를 지났다는 이야기이고 대부분 상담자를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여 상대의 잘못을 드러내 변화를 강제하려는 의도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 상담자가 기계적인 중립을 지키겠다고 암만 노력해봤자 잘 되지 않습니다. 각 배우자가 적극적으로 상담자를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려고 노력하는 것은 물론 애매한 입장을 취하는 상담자를 비난하거나 공격하는 일도 심심치 않게 일어나기 때문이죠.
이처럼 부부 상담에서 상담자가 중립을 지키기 어려울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여기 고려해 볼만한 방법이 한 가지 있습니다.
제가 잘 쓰는 방법 중 하나는
'공적(公敵)을 자초'하는 겁니다. 간단히 말씀드리면 상담자가 상황을 이 지경으로 만든 책임과 이유를 들어 각 배우자를 대상으로 일종의 공격을 하게 되는데 이 때 당사자는 아무 변명이나 반격도 할 수 없고 상대편 배우자가 이를 방어(소위 편들기)를 해야 합니다.
한 회기 내에 부부 모두에게 실시해야 하고 상담자가 공격하는 수위는 비슷한 수준이어야 하고요.
이 방법의 강점은 일반적인 부부 상담에서 일어나기 쉽지 않은 부부 연대(또는 동맹)를 촉진한다는 겁니다. 상담자가 외부의 적을 자처함으로써 내부의 결속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잊고 있었던 상대 배우자의 강점과 좋았던 시절을 remind시키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 방법이 효과를 발휘하면 당장 회기 내에 배우자를 바라보는 눈빛부터 친근하게 바뀝니다. 지금까지 적이었는데 과거의 동지를 소환한 것이니까요.
다만 이 방법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 조건이 있는데,
1. 부부 상담의 목적이 이혼이 아니라 부부 갈등 해결이어야 함
: 간혹 이미 갈라서기로 결정했지만 이혼을 앞두고 재산 분할, 자녀 양육 등 산적한 문제 때문에 심리적 중재가 필요하거나 마음의 상처를 줄여보려고 부부 상담을 받는 부부가 있는데 이 경우에는 적용하기 어렵습니다.
2. 상담자가 배우자 각자에 대한 개인 상담을 충분히 진행했어야 함
: 배우자 각자에 대한 개인 상담을 충분히 진행했어야 한다는 의미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상대방 배우자에 대한 불만, 악감정을 개인 상담에서 충분히 토로했다는 것과 이 과정을 통해 상담자가 부부 갈등에 영향을 준 각 배우자의 장, 단점을 아주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즉 부부 상담으로 들어갔을 때 어느 한 쪽 배우자가 아직 남아있는 비난과 험담을 하기 시작하면 이 방법을 쓸 수 없고 상담자가 부부 모두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없으면 사용할 수 없는 방법입니다.
부부 상담에서 중립을 지키는 것이 특히 힘든 상담자라면 한번 고려해 보시기 바랍니다. 제 경우에는 꽤 효과가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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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자는 항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케케묵은 금언을 이야기하고자 함은 아닙니다. 저야말로 상담자의 기계적 중립이 얼마나 치유를 더디게 하는지 항상 비판했던 사람이니까요.
하지만 상담자가 내담자의 강점과 자원을 내담자에게 직접 일러주는 건 심하게 말하면 내담자의 문제 원인을 책망하듯이 지적하는 것과 같은 수준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이는
상담자가 내담자는 모르는 모습(강점이든 약점이든)을 알고 있기 때문에 문제를 해결하려면 상담자에게 의존해야 한다는 강력한 신호를 주기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균등하지 않은 상담 권력의 기울기를 급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것을 상담이 심리평가라는 강력한 도구를 쥐게 되었기 때문으로 생각하는데 예전 같으면 상당한 회기를 소모해야 비로소 알아낼 수 있는 내담자의 다양한 심리적 특성을 초기에 간파하고 이해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생긴 부작용 같은 겁니다.
단기상담으로 가는 추세 속에서 상담자는 단기간에 효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을 받기 쉬워졌고 더더욱 내담자의 문제에 대한 원인을 찾아내고 강점을 일러줌으로써 상담을 빨리 진행하고 싶은 욕구를 느끼기 쉽습니다.
앞에서 상담자에 대한 내담자의 의존 문제(이것도 만만치 않게 중요한 문제지만)를 지적했지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내담자의 자율성 약화입니다.
TCI를 상담에 도입한 이후 제가 느낀 건 상담을 받으러 오는 내담자의 상당수(분야에 따라 거의 대부분)가 자율성이 약화되어 있고 자율성을 회복하는 것이 치유의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는 겁니다. 그런데 문제의 원인이든, 내담자의 강점이든 스스로 찾아내기 전에 상담자가 손에 쥐어주는 건 이 자율성을 약화시킵니다.
상담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것, 상담자는 지도자나 교주가 아니며 가이드 이상의 역할을 해서는 안 되고 곁에서 묵묵히 동행하면서 내담자가 스스로 자신의 길(과 해결책)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원칙에 크게 위배됩니다.
그러니 상담자는 자신이 알고 있는, 자신이 알아낸 것을 내담자와 한시라도 빨리 나누고 싶은 조바심과 싸워야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조바심 역시 권능 환상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지 통찰을 해 볼 필요가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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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다소 도발적인 점 미리 양해 말씀 드립니다.
상담을 하다보면 부부, 가족 상담처럼 아예 처음부터 한 상담자가 한 명 이상의 내담자를 봐야 하는 경우는 아니지만 나중에는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되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아동/청소년 상담인데요. 상담의 시작은 아동/청소년이지만 단순히 부모 교육 차원이 아니라 부모도 개인 상담을 받아야 하는 수준으로 판명되는 게 부지기수거든요.
이 때 현재 청소년상담복지센터를 위시한 대부부의 상담 기관에서는 부모와 자녀를 분리하여 각기 다른 상담자에게 배정합니다. 제가 알기로 표면적인 이유는 상담자의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서일 겁니다.
하지만 저는 여러가지 이유로 이런 방식의 접근에 반대합니다. 물론 저는 상담자가 자신의 비전문 분야를 제외하고는 모든 관련 내담자의 상담을 본인이 책임지고 심리평가(검사 도구의 선정, 실시 타이밍 선택 등) 일체도 자율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다소 극단적인 입장에 서 있지만 최소한 부모, 자녀가 함께 상담을 받게 된다면 한 명의 상담자가 담당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관계가 연결된 내담자들을 다른 상담자에게 배정하는 건 기계적인 중립성에 대한 집착이고 심하게 말하자면 상담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다양한 잡음을 미연에 방지하자는 다분히 기관 방어 위주의 정책입니다. 심리평가보고서를 수검자에게 제공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유이죠. 저는 그런 방어 위주의 정책이 내담자를 도울 수 있다고 믿지 않습니다. 그건 내담자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상담이 아니에요.
사실 상담자의 중립성만큼 오해를 불러 일으키는 개념도 많지 않습니다. 상담자의 중립성은 노력해야 하는 가이드라인이지 절대적으로 지켜야 하는 마지노선이 아닙니다. 심하게 말하면 저는 상담자의 중립성이 철저히 지켜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이고 설사 그렇게 지켜진 중립성이 내담자의 치유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입니다. 상담자의 중립성이 철저히 지켜질 수 있다면 우리는 전이-역전이 분석을 왜 그렇게 열심히 하는 것일까요? 상담자는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그런 기계적인 중립성을 지켜내는 건 불가능합니다.
현실적으로도 복수의 상담자를 두는 건 현실적인 면에서 문제가 많습니다. 외부 상담자라면 아예 정보가 차단될 것이고 기관 내 다른 상담자라고 해도 상담자 간 긴밀한 의사소통체계가 없으면 중요 정보가 누락되거나 타이밍을 놓치기 쉽습니다. 게다가 상담자의 치료적 배경이나 접근법이 상이하다면 엇박자가 나기 쉽습니다. 문제 해결 중심 상담자가 부인을, 이혼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목회 상담자가 남편을 맡아 개인 상담을 진행한다고 생각해보죠. 이 부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물론 상담자가 다루기 어려운 전문적인 문제가 분명 있을 수 있죠. 성폭력 외상이나 도박 중독, 혹은 종교적 문제 등의 문제라면 관련 전문가의 상담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한 명의 상담자가 최소한의 개인 상담을 담당해야 전체 상담 과정을 조망하고 목표를 설정하고 과정을 체계적으로 다룰 수 있습니다.
간혹 부모-자녀 관계를 한 명의 상담자가 다룰 때 자녀와 부모가 서로 자신의 편을 들어달라고 상담자를 끌어들이면 어떻게 하냐, 중립을 지키는 것이 너무 어렵다고 호소하는 분이 계신데 그 건 중립을 지켜야 하는 경우가 아닙니다. 약자의 편(이 때는 아동/청소년 자녀)을 들어야 하는 경우죠. 부모가 자신의 가치 기준을 강요하면서 자녀를 억압, 또는 학대할 때 중립을 고집하는 건 내담자의 고통을 방기하는 직무 유기 행위입니다.
마지막으로 상담자들께 한 말씀 드리면, 엮여 있는 갈등이 심하고 도저히 다룰 수 없을 것처럼 역동이 복잡할 때 그 틈바구니에서 버티는 게 힘들다는 거 잘 압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나의 내담자만(대개는 다루기 쉽다고 판단되는) 상담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자신감을 잃고 무력감에 빠질 겁니다. 왜냐하면 '아웃소싱'한 내담자에 대한 통제력과 정보를 잃게 되거든요. 이건 눈가리고 수술하는 것과 같아요. 처음에는 힘들더라도 휘몰아치는 갈등의 폭풍 속에서 버텨야 합니다. 그게 내담자를 위한 선택이니까요. 모든 상담은 내담자의 안녕과 행복을 위해서 하는 겁니다. 기관의 안위가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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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아마존
제가 평소에도 자주 하는 말이지만 현재도 우리나라에는 도박 중독과 관련하여 참고할 만한 서적이 참 없습니다.
그나마 도박 중독자 본인이나 가족을 위해서는
'Behind the 8-Ball'도 있고
'제 책'도 있지만 정작 문제는 야전에서 뛰는 임상가를 위한 무기가 없다는 겁니다.
과거에 소개한
'Overcoming Pathological Gambling(2007)'이나
'Psychodynamics and Psychology of Gambling(2002)'는 별로 흡족한 수준이 아니어서 추천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국내의 현장 전문가들이 함께 쓴
'파스칼의 내기, 노름의 유혹'도 괜찮은 책이기는 하지만 도박, 도박 중독의 역사와 이론 개관 등 다루는 영역이 너무 넓어서 당장 도박 중독자와 가족을 만나는 분들이 지침서로 활용할 만한 실전 중심의 책이 없다는 건 큰 문제였죠.
언젠가는 제가 그런 책을 쓰고 싶기는 하지만 당장은 아니기에 그래도 추천드릴 만한 책을 찾고 있었는데 지금까지 읽은 책 중에서는 이 책이 비교적 괜찮은 편이라서 소개합니다.
Wiley 출판사의 중독 치료 시리즈로 나온 책인데 아래의 목차만 보셔도 얼마나 충실하게 도박 중독 문제를 다루었는지 대충은 아실 수 있습니다.
* Chapter 1. Conceptual Foundations of Gambling Disorders
* Chapter 2. Recognizing Gambling Disorders: Signs and Symptoms
* Chapter 3. Utilizing Optimal Professional Resources
* Chapter 4. Developing and Effective Treatment Plan
* Chapter 5. Recovery Theories, Programs, and Tools
* Chapter 6. Continuing Care: When and How Should Clients Be Discharged
* Chapter 7. Posttreatmenbt Recovery Management: Models and Protocols of Relapse Prevention
* Chapter 8. New Beginnings: Moving Beyond the Addiction
지금까지 소개한
다른 책에 비해 종결과 사후 관리에 대해 충실하게 다룬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거기에 매 chapter마다 퀴즈로 시작하고 말미에 핵심을 요약한 뒤 다시 퀴즈로 정리하는 등 자습하기에 적절한 구조로 되어 있고 핵심 용어만 따로 모아놓는 등 꽤 세심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도박 중독 상담자가 되고 싶은 대학원생 이상 수련자들이 읽으면 좋은 책이고 현재 현장에서 상담을 하는 임상가들도 정리하는 차원에서 읽어보시면 좋습니다. 문화적 배경 차이를 빼도 90% 이상의 내용에 동의합니다.
덧. 이 책은 원서이므로 국민도서관에 북키핑 할 수 없어 개인적으로 북 크로싱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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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I의 하위 차원 분석 시리즈 중 여섯 번째 포스팅입니다.
앞서 포스팅한 자율성이 '가까운 환경과의 관계'에서 자신을 자율적 인간으로 이해하고 동일시하는 정도라면
연대감은 범위를 좀 더 넓혀 '다른 사람들(사회, 인류)과의 관계'에서 자신을 통합적인 한 부분으로 지각하고 이해하는 정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중에 포스팅 할 자기 초월 성격은 이 범위를 훨씬 더 넓혀 '우주 만물과의 관계'까지 확장한거지요.
그렇다면
연대감이 높은 사람은 어떤 특성을 보이느냐 하면 한마디로 공존, 상생하려는 경향을 보입니다. 그래서 연대감이 높은 사람을 '마음이 부드러운', '공감하는', '도움을 주고 싶어하는', '자비로운', '공정한' 등의 용어로 특징지을 수 있는거지요.
반대로 연대감이 낮은 사람은 자신만을 위해 이기적으로 투쟁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앞선 포스팅에서 자율성이 낮은 사람들이 상담을 받으러 내방하는 비율이 높다는 말씀을 드렸는데 그런 분들 중에서도 연대감은 낮을 수도 있고 중간 수준일 수도, 또는 꽤 높을 수도 있습니다. 이를 유형 별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연대감이 낮은 수준 : LLL(침울한), LLM(미성숙한), LLH(비조직화된)
연대감이 중간 수준 : LML(모방하는), LMM(자율성이 낮은), LMH(비논리적인)
연대감이 높은 수준 : LHL(의존적인), LHM(복종적인), LHH(감정적인)
자율성이 낮고 연대감도 낮은 경우는 부적응이 심하기 때문에 다른 임상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고 공존 장애로 고통받는 경우도 많습니다. 어찌보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어서 오는 것이기 때문에 상담자와 라포를 형성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아서 조기 종결이 되는 비율도 높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MMPI-2/A와 같은 구조화된 검사 결과를 세심하게 살펴봐야 할 뿐 아니라 다른 심리검사의 추가 실시도 고려하는게 좋죠.
지적 제한 문제가 함께 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세요.
자율성이 낮아도 연대감이 중간 수준인 내담자는 취약하기는 해도 어느 정도 지지망을 구축하고 있기도 합니다. 또
상담자와 라포를 형성하는 것도 상대적으로 용이하며 비교적 성실하게 상담을 받으러 옵니다.
다만 역기능적인 관계 유지 패턴이 익숙하게 몸에 배어 있기 때문에 상담자는 이러한 패턴이 성장 과정의 부모-자녀 관계에 기인하지 않는지 꼼꼼히 탐색해봐야 하고 이를 변화시키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을 처음부터 염두에 두고 상담하는 것이 좋습니다.
자율성이 낮지만 연대감이 높은 내담자는 자율성이 낮아서 생긴 문제를 주변의 누군가에게 지나치게 의존함으로써 회피하거나 방치하고 있기 때문에 내담자가 의존하는 대상이 누구인지를 찾는 것이 관건입니다. 그 대상의 상당수는 내담자와 정반대의 성격을 갖고 있거나 power를 갖고 내담자를 휘두르고 때로는 착취하기도 하는 사람이라서 내담자가 겪고 있는 고통의 원천이 그 사람이라는 걸 내담자가 알고 있다고 해도 구속되어 있어 이 틀을 깨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주저앉아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임상적인 문제가 동반되기 쉬운 'LL?' 유형들과 또 다른 의미로 상담이 장기화됩니다.
연대감은 자율성과 함께 기질을 조절하는 핵심 부품이기는 하나 지금까지 살펴 본 바와 같이 그 안에서도 자율성이 낮아서 생긴 문제를 외부의 도움을 받아 해결하는 우회로와 같은 기능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자율성을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는 하지만 연대감까지 낮으면 자율성을 높이는 것 자체가 요원하기 때문에
연대감이 낮은 경우는 상담자와 라포 형성에 각별히 공을 들이고 내담자를 지원할 수 있는 정서적인 지지망을 구축하거나 수리하는데도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그래야 자율성이 높아질 때까지 내담자가 버틸 수 있습니다.
그럼 연대감의 하위 차원을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연대감 차원은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하위 차원으로 구성됩니다.
* C1 : 타인수용
* C2 : 공감 / 둔감
* C3 : 이타성 / 이기성
* C4 : 관대함 / 복수심
* C5 : 공평 / 편파
C1(타인수용) 차원이 높은 사람은 자신과 다른 외양, 행동, 가치관을 가진 사람에게도 관대하고 우호적입니다. 소위
'다문화 사회'에서 살기에 적합한 사람이라고 볼 수 있죠. C1 차원이 낮은 사람은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같은 인간을 연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C2(공감/둔감) 차원이 높은 사람은
역지사지를 잘 합니다. 자신의 판단을 보류한 채 상대방의 입장에서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반대로 C2 차원이 낮은 사람은 다른 사람의 감정에 둔감하고 관심 자체가 별로 없어서 무심한 사람이라는 평을 듣기 쉽습니다.
C3(이타성/이기성) 차원이 높은 사람은
타인에게 도움을 주는 걸 즐기며 다른 사람과 함께 일하는 걸 즐깁니다. 이에 비해 C3 차원이 낮으면 이기적이라서 자신이 열매를 독차지하려고 혼자 일하는 걸 선호하죠.
C4(관대함/복수심) 차원이 높으면 자비심이 많고
쉽게 용서를 하는 사람입니다. 자신이 상처를 받아도 건설적인 방향으로 해결하려고 애쓰는데 이와 반대로 C4 차원이 낮으면 자신에게 상처를 준 사람에게 공공연하게(또는 위장된 형태로) 복수하려고 하기 때문에 갈등이 일어나는 것이 불 보듯 뻔합니다.
C5(공평/편파) 차원이 높은 사람은 양심적이라서
자신에게 손해가 되더라도 공평한 것이 중요하지만 C5 차원이 낮은 사람은 기회주의적이고 타인을 공정하게 대우하지 않으며 자신에게 유리하게 조종하거나 속임수를 씁니다.
연대감 차원이 낮을 때 다섯 가지 하위 차원 중 무엇이 특히 낮은 수준인지 살펴보면 이 수검자가 자신의 주변 환경(또는 사람)과 관계를 맺을 때 어떠한 문제가 생기는지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C1이 낮은 사람은 다양성이 필요한 환경에 적응하기 어렵고 겉돌기 쉬우며 C2가 낮은 사람은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해 답답해 할 가능성이 크고, C3가 낮은 사람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이기적이라는 평판 하에 따돌림을 당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C4가 낮은 사람은 자신에게 손해를 끼친(그것이 사실이든 수검자의 착각이든 간에) 상대방에게 반드시 복수를 하려 하기 때문에 갈등이 격화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C5가 낮은 사람은 cheating을 쉽게 하기 때문에 머리가 좋거나 해서 이를 교묘하게 감추지 못하면 역시 다른 사람들로부터 나쁜 평판을 받을 가능성이 크고 C3까지 함께 낮으면 이미 주변 사람들의 블랙 리스트에 올라 있을 수 있습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연대감은 자율성 만큼은 아니지만 자율성을 높이기 위한 시간을 벌어주는데 꼭 필요한 부품이기 때문에 손상된 관계를 치유하거나 환경을 재구축하기 위한 정보를 얻기 위해 살펴보면 유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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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자를 만나기 전에 가족이 실수로 대위 변제를 한 경우가 아니라면 상담을 시작할 때 도박 빚이 전혀 없는 상태인 중독자는 거의 없습니다. 그러니까 상담자는 채무 변제 계획을 상담에서 꼭 다뤄야 한다는 말이죠.
도박을 하는 이유를 말 할 때 너무 재미있어서, 흥분되기 때문에 도박을 한다는 도박자보다 도박 빚을 갚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도박을 한다고 말하는 도박자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물론 본인이 전자에 속한다고 해도 상담자 들으라고 이를 입 밖으로 자신만만하게 말하는 도박자는 거의 없기 때문에 모든 도박자가 도박 빚을 갚기 위해 도박에 빠져든다고 자신할 수는 없죠.
그래도 하여간 많은 도박자들이 도박을 하는 이유 중 하나로 도박 빚을 꼽습니다. 워낙 큰 스트레스 요인이니까요. 그런데
흥미로운 건 도박을 계속 해서든, 열심히 일을 해서든 모두 갚아서 도박 빚이 전혀 없는 그 날이 언제인지를 말하는 중독자가 없다는거지요. 제 경험으로는 언제인지 계산해 본 도박자조차도 없었습니다.
도박 중독자에게 가장 스트레스가 되는 게 도박 빚이라면서도 그걸 갚을 생각을 구체적으로 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다 갚을 그 날조차도 상상하지 못하는 게 도박 중독의 무서운 점입니다. 그야말로 희망을 멸절시키는 병이에요.
그래서 상담자는 도박 빚을 갚는 과정을 챙기는 만큼 도박 빚을 완전히 털어내는 날짜, 종착점, 일명 도박 빚 제로 데이를 찾아내도록 도와야 합니다.
도박 중독 치유를 흔히 마라톤에 비유하곤 합니다. 그런데 결승점이 어디인지 모르고 뛰는 마라톤이라면 어떨까요? 과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완주할 수 있을까요? 언제 끝나는지 모르는 뜀박질은 체력 고갈에 앞서 계속 뛰고자 하는 심리적 힘을 소진시킵니다. 이게 더 무서운거에요.
가끔 생애 한번도 빚이 없었던 적이 없는 도박자를 만나곤 하는데 빚을 진 삶에 너무나 익숙해서 평생을 빚에서 벗어날 생각을 못하는 사람에게는 이 도박 빚 제로 데이가 특히 중요합니다.
그러니
도박 빚을 갚기 위한 채무 변제 계획을 세울 때 정확하지는 않더라도 도박 빚을 완전히 털어내는 도박 빚 제로 데이를 설정해서 중독자가 희망을 품을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그리고 그 날을 앞으로 당기기 위해 격려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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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상담도 그렇지만 도박 중독 치유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두 개의 축이라면 재정 문제와 관계 문제를 듭니다.
이 두 가지 핵심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때 도박자 뿐 아니라 상담자도 빠지기 쉬운 함정은 상처를 치료하는 것만을 목표로 삼는 겁니다. 즉, 상담을 하기 이전에 (-)의 삶을 살았다면 상담을 통해 (0)의 삶으로 끌어올리려는 거지요.
3,000만 원의 빚이 있다면 그 빚을 다 갚는 것, 부끄러워 연락하지 못했던 친구와 다시 연락할 수 있게 되는 것 등이 바로 '제로의 삶'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다일까요? 진흙 구덩이 속에서 박박 기다가 구덩이 밖으로 올라와 한숨 돌렸다면 안도감이야 들겠지만 그걸로 충분할까요?
도박을 하던 삶과 도박을 그만둔 후의 삶의 모습이 별로 다를 바 없다면 우리는 대체 왜 도박을 그만둔 걸까요? 그 재미있는 도박을 그만둔 댓가가 더 이상 자신을 재정, 관계 면에서 위험에 빠뜨리지 않는거라면 만족하시겠어요?
그렇지 않습니다. 더 이상 위험하지 않은 삶을 살려고 도박을 그만둔 것이 아니죠. 거기에서 멈춰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행복해지기 위해 상담을 하는 것이지 위험하지 않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닙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바로 (+)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하지만 어떻게요? 도박을 그만두었다고 갑자기 재산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고 갑자기 소원해진 친구와 사이가 돈독해지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 방법은
도박 이전에 누리던 소소한 삶의 즐거움부터 되찾는 것부터 시작하는 겁니다. 아이와 같이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고, 가족들과 워터파크나 눈썰매장으로 놀러가고, 퇴근할 때 붕어빵 한 봉지를 사들고 가서 나눠먹고, 한 달에 한 번씩 친구들과 치맥 모임을 하고, 자전거나 등산 동호회에 다시 나가기 시작하고, 문화센터에서 기타를 배우고 등등. 큰 돈이 들지 않아도 할 수 있는 것들이 찾아보면 참 많습니다.
만약 도박에 빠지기 이전에도 그런 사소한 행복을 경험한 적이 없다면 지금이야말로 인생의 참 의미를 되찾을 절호의 기회를 잡은 것이니 어서 빨리 전문가와 상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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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이 어떤 병이냐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자신이 받은 훈련 베이스에 따라 입장이 갈립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임상심리학자의 생각이 똑같을 수 없는 것이죠.
하지만 도박 중독이 치유가 매우 어려운 병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아마 같은 생각일 겁니다. 물론 왜 어렵냐는 이유에 대해서는 또 생각이 다를 수 있겠지만요.
저도 그랬지만 중독 분야에서 일하는 임상가라면 누구나 어떤 치료 방법이, 어떤 치유적 접근이 도박 중독에 가장 효과적인지를 찾기 위해 애쓴 경험이 다들 있을 겁니다. 저는 절충-통합적 접근으로 귀결했습니다만.
중독 치유에 대한 치료 효과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보면 특별히 더 효과적인 치료법이 없는 걸로 나옵니다. 그거야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결과인데 충격적인 건 자발적 회복(spantaneous recovery)도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나오거든요. 물론 이 자발적인 회복은 그냥 내버려두면 나아진다는 의미가 아니라 전문적인 도움을 받지 않더라도 스스로의 노력만으로 나아질 수 있다는 것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그런데 저는 사실 이 자발적인 회복을 믿지 않습니다. 인간이 갖고 있는 마음의 힘이 워낙 강력한 것이어서 그 마음의 힘을 집중하면 혼자만의 힘으로 나아질 수 있다는 가능성은 믿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 마음의 힘이 작동하기 위한 최초의 동력은 중독자 스스로 만들지 못합니다. 펌프로 물을 긷는 것과 비슷한데 최초의 마중물은 누군가 부어줘야 하는 것이죠.
다른 비유를 들면 도박 중독 치유가 어려운 이유는 자유 의지의 회로가 끊긴 상태라서 동력이 전달되지 못하고 그로 인해 회복의 엔진이 가동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만의 하나 확률로 그 회로가 우연히 연결될 수 있지만 그 터무니없는 확률만 믿고 손을 놓고 기다릴 수가 없고 무엇보다 그 연결된 회로가 다시 끊기지 않고 유지될 거라는 기대를 저는 도저히 못하겠습니다. 왜냐하면 그 기다림의 과정에서 중독자에게 가장 소중한 자원인 시간이 낭비되니까요.
그래서 저는 중독자가 혼자만의 힘으로 치유되고 회복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아무것도 베팅하지 않겠습니다. 그 베팅의 대가가 제 내담자의 소중한 인생이라면 더더욱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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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과 공급의 법칙에 따라 상담자의 공급이 수요 폭증을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에 우리나라 상담 현장은 점차 단기 상담이 기본 시스템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금도 이미 체계화된 상담 현장(대학, 청소년 등)에서는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죠.
단기 상담의 시간적 한계(내담자의 심리적 상태와 특성을 알아내기 위한 최소 회기 수 확보의 어려움) 때문에 심리평가를 도입할 수 밖에 없고 심리평가의 실시 시기를 결정하는 상담자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도 문제지만 임상 현장처럼 무조건 초기에 실시하는 routine system의 도입이 더 큰 문제입니다.
많은 대학의 학생상담센터에서 내담자가 방문하면 접수 시 선별심리평가(MMPI-2, SCT)를 실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 상담자를 배정하는 시스템을 따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때 기계적으로 MMPI-2에서 상승한 임상 척도가 많을수록 문제가 심각하다고 판정해 supervisor급 상담자에게 배정하고 상승한 임상 척도가 별로 없으면 문제가 경미하다고 잘못 판정해 인턴 supervisee에게 배정합니다.
하지만 이는 정신건강의학과 병원에서나 통하는 판정 방법입니다. 왜냐하면 상담 현장에서는 아직까지 정신장애로 진단받을 정도의 문제를 가진 내담자보다 기질/성격 상의 문제를 가진 내담자가 더 많이 방문하고 자아 동질성이 강한 성격 장애일수록 MMPI-2와 같은 구조화된 검사에서 심리적 불편감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순수하게 MMPI-2의 임상 척도만 높게 상승한 경우는 심리적 불편감을 적극적으로 호소하기 때문에 라포를 형성하는 것도 어렵지 않고 예후도 좋은 편입니다. 결코 지도 교수급 상담자의 능력이 뛰어나서 쉽게 호전되는 것이 아닙니다.
반대로 MMPI-2에서 별다른 척도 상승이 없는데 상담자가 강렬한 전이-역전이를 경험하거나 투사, 반동형성, 조종 등의 방어 기제에 노출됨으로써 정서적 소진을 경험하고 상담이 조기 종결되는 건 이 내담자가 기질/성격 상의 문제를 갖고 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큰 것이지 인턴 선생님이 무능해서가 아닙니다.
그러니 선별심리평가를 routine하게 실시하는 시스템을 바꾸지 못하겠으면 최소한 선별심리평가에 TCI라도 추가하기 바랍니다. 적어도 상담자 배정이 반대로 되는 것만이라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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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심리평가 결과를 가능한 한 수검자에게 주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주류 상담계와는 입장이 판이하게 다르다는 걸 미리 말씀드리고 이 포스팅을 시작해야 할 것 같군요.
저는 해석 상담 시 심리평가보고서는 물론이고 전문가에게 리딩을 받으라고 꼼꼼히 주의 사항을 일러준다는 전제 하에 심리평가에 포함된 모든 자료(심리평가보고서, 심리검사 결과지 뿐 아니라 원 응답지까지)를 수검자 본인에게 모두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것과 관련된 제 생각은 다음의 포스팅들을 참고하시고요.
* 심리검사 원자료는 의무기록인가?
* 부모가 아동/청소년의 심리평가 원자료를 보여달라고 하면 어떻게 하나
* 피검자가 자신의 심리평가 결과를 보겠다는데(혹은 갖겠다는데) 그걸 왜 막나
이 포스팅에서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하는 내용은 해석 상담 시 수검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저처럼 원자료를 활용하는 경우 주의해야 할 점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한 원자료를 해석 상담 시 사용해도 됩니다. 그 두 가지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원자료의 내용이 결과 해석에 곧바로 연결되는 검사가 아니어야 함
2. 원자료 노출이 이후 검사(예; 재검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함
이 두 가지 조건을 적용할 때
해석 상담에서 원자료 노출을 피해야 하는 대표적인 검사는 HTP, KFD와 같은 그림 검사입니다. 결과 해석의 근거로 수검자가 그린 그림을 보여주면서 구조적 해석을 하게 되면 이후 수검자가 검사 결과의 해석 논리를 알게 되어 나중에 나름의 해석을 덧붙이거나(선무당 효과) 재검사 때 수검자의 반응에 영향을 주게 되어 이전 검사 결과와 비교 분석을 할 수 없게 됩니다.
언어적인 자극을 사용하는 검사 중에서는 문장완성검사(SCT)가 대표적인 예인데 해석 상담 시 평가자는 각 문항의 의도를 수검자에게 알려주면 안 됩니다. 표준화된 문장완성검사가 별로 없다고 해도 몇 개의 버전으로 거의 정리되어 사용되고 있는 상황이라 수검자의 나중 검사 결과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그렇다면 이 두 조건을 적용했을 때 비교적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검사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상대적으로 지능 검사의 결과표를 활용한 해석과 MMPI-2/A의 척도 해석, 로르샤하 검사의 구조적 요약을 활용한 해석 등은 괜찮습니다. 원자료의 내용이 결과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수검자가 짐작할 수 없고 해석 근거가 되는 점수를 안다고 해도 이후 검사 결과를 의도적으로 조작하는데 사용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해석 상담 시 해석 근거로 원자료를 사용할 때 그림 검사, 문장완성검사, 로르샤하 검사의 card pull을 활용한 해석 등은 하시지 않는 게 좋습니다. 가끔 수검자가 요구할 수 있지만 이후 재검사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저는 오염이 된다는 비유적 표현을 사용해서 수검자에게 설명합니다) 안 된다고 설명하시면 대개는 이해합니다.
좀 더 안전하게 한다면 모든 심리검사의 원자료를 해석 상담 시 사용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방법(결과 자료만 사용하라는 말)입니다. 평가자가 아무리 주의한다고 해도 원자료와 해석 결과를 연결해서 이해할 수 있는 수검자도 분명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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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제가 상담하고 있는 내담자로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하나 들었습니다.
온라인 상에는 많지는 않지만 도박 중독자들이 치유를 위해 모이는 인터넷 카페 등의 커뮤니티가 있습니다. 도박 중독에 대한 정보를 얻기도 하고, 실수한 분들은 더 이상 재발로 진행하지 않기 위해 회원들의 도움을 청하기도 하고 서로 격려하면서 탈도박에 대한 의지를 다지는 곳이죠.
도박 중독에 대응하는 전문 기관이 전무하던 때 이런 카페는 일종의 등대와 같은 구실을 했습니다. 배에 구멍이 난 조각배들이 난파하지 않고 항구로 돌아갈 수 있도록 길잡이 역할을 했으니까요.
그런데 이런
인터넷 카페가 대부분 대형 포털 사이트에 있는 것을 악용해 의도를 갖고 가입한 뒤 회원인 중독자들에게 자신의 사이트 이용을 유도하는 비밀 쪽지를 보내는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자들이 있다는 제보였습니다.
마음의 힘이 약한 도박자들은 이러한 유혹조차 이겨내기 어렵기 때문에 이 쪽지에 연결된 링크를 눌러서 다시 도박에 손을 대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처음에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았고 곧 피가 거꾸로 치솟는 분노를 느꼈습니다. 어찌 인간이 이렇게까지 사악할 수가 있다는 말입니까.
이건 알코올 중독을 치료하는 병원에 잠입해 환자들에게 술을 파는 것이나 마약을 끊기 위한 치료 공동체에 마약을 공수하는 것과 비교할 수 있는 악마나 할 법한 짓이죠.
이제는 그나마 의지할 곳이 부족해 인터넷 카페에서나 겨우 위안을 얻고 있는 중독자들에게 그곳마저도 더 이상 안전하지 않으니 조심하라고 경고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나마 남아 있는 한 줌의 재산마저도 털어먹으려는 사악한 무리들이 중독자를 뒤쫓고 있으니 모쪼록 항상 경계하고 주의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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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자발적으로 상담을 받으러 오지만 반대로 아동/청소년은 부모의 권유나 강요에 의해 비자발적으로 올 때가 훨씬 더 많습니다.
그래서 상담도 그렇고 심리평가도 그렇고 아동/청소년 내담자와 라포를 형성하기 위해 충분한 orientation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죠.
아동/청소년 상담의 또 한가지 특징은 부모-자녀 관계 갈등이 없는 경우가 드물다는 겁니다. 저는 supervision을 할 때마다 PCRP를 default 값으로 가정하고 살펴보라고 할 정도로 부모 자녀 관계 문제가 기본 깔려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특히 부모 자녀 관계에서는 일반적으로 부모가 압도적인 권력과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부모의 행동 변화가 수반되지 않는 한 상담의 효과가 제한되기 쉽죠. 상담자가 아동/청소년과 어렵게 라포를 형성하고 치료적 동맹 하에서 함께 노력하더라도 부모는 이를 단번에 좌절시킬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담자가 상담 초기부터 부모를 최대한 개입하도록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의뢰 단계에서부터 부모님의 적극 참여가 중요함을 강조하고 심리평가의 해석 상담 시에도 부모님의 도움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특별히 강조해서 말씀드립니다.
하지만 많은 현장에서 부모가 상담 자체를 싫어해서, 심정적으로 부담스러워서, 상담을 받고는 싶지만 시간이나 경제적인 여건이 허락하지 않아서 등의 이유로 상담자와 정기적으로 만나지 못합니다.
아동/청소년 상담에서 부모가 동반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얼마나 다른지는 아동/청소년 분야의 상담자라면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부모가 함께 오지 않으면 자녀의 변화 책임은 오로지 상담자에게 부과되고 이러한 부담은 상담자가 운신할 수 있는 폭을 제한하게 되죠.
부모가 정기적으로 상담자를 만나지 못하는 모든 경우에도 상담자는 부모에 대한 심리평가를 통해 간접적인 개입 방안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저는 선별심리평가에서도 아동/청소년 뿐 아니라 양 부모 모두에 대해 MMPI-2와 TCI를 최대한 실시하려고 노력하는데 양 부모의 기질/성격과 정서 상태에 대한 정보만 갖고 있어도 아동/청소년의 그것과 비교함으로써 누구를 더 적극적으로 상담에 끌어들여야 하는지, 어떤 부모가 부모 교육에 더 잘 반응하는지, 어떤 부모에게 개인 상담을 권유해야 하는지에 대한 밑그림을 그릴 수 있거든요.
정리해 보자면,
1. 아동/청소년 상담에서는 부모-자녀 관계 문제가 기본으로 깔려 있을 것으로 가정하는 것이 안전하다
2. 상담 초기부터 부모의 적극적인 협조가 중요함을 강조하고 상담 또는 부모 교육을 강력히 권유한다
3. 부모가 여러 이유로 상담을 꺼리는 경우 선별심리평가라도 실시해서 양 부모의 검사 결과를 검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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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YES24
상담을 하는 임상가라면 누구나 특별히 상담이 힘들다고 느끼는 내담자 유형이 있습니다. 그리고 왜 이 내담자는 상담을 하기가 유독 힘들까에 대해 고민하고 분석합니다. 그 결과로 나름의 답을 찾게 되죠.
제 경우는 성격 장애, 특히 B군에 속하는 성격 장애 내담자와 소위 말하는 궁합이 잘 맞지 않는 편입니다. 한 때는 저를 자책한 적도 있습니다만 이제는 더 잘 맞는 상담자와 상담을 시작하는 것이 제게나 그 내담자에게나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오래 고민하지 않고 의뢰한 후 잊어 버립니다.
나름의 답을 찾기는 했어도 여전히 상담은 어렵고, 상담을 잘 하기 위해, 까다로운 내담자를 더 잘 상대하기 위해, 예상되는 문제에 더 잘 대비하기 위해 계속 방법을 찾고 공부합니다. 이 책은 그런 노력의 일환으로 읽었습니다.
상담자가 상담을 할 때 곤경에 빠지는 상황들은 참 많은데 이를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 내담자가 협조하지 않으려고 마음먹고 있을 때(적극적인 저항)
* 내담자가 비협조적인 태도를 취할 수 밖에 없을 때(다루기 힘든 내담자로서 행동하는 방식이 확립되어 있음)
* 치료사가 뭔가를 모르고 있을 때(중요한 정보와 지식을 놓친 경우)
* 치료사가 실제로 모르는 것을 안다고 여길 때(근거 없는 가정)
* 치료사가 뭔가를 잘 할 수 없을 때(서투른 개입)
* 치료사가 뭔가를 하지 않으려고 할 떄(책임감 부족)
* 치료사 내면의 어떤 것이 치료를 방해할 때(미해결 과제)
* 치료사가 연민을 잃어버릴 때
이 책의 저자인 Jeffrey A. Kottler는 자신을 힘들게 만드는 내담자에 대해 관심이 많았고 이들을 잘 상담하기 위해 다각도에서 분석하고 공부한 결과를 정리해 이 책으로 내놨습니다. 그가 이 책을 통해 함께 살펴보려고 한 핵심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무엇이 어떤 내담자들을 치료하기 어렵게 만드는가?
* 다루기 힘든 내담자와 저항하는 내담자는 어떻게 다른가?
* 내담자의 기대와 치료사의 지각은 어떻게 충돌하여 치료적 교착상태를 만드는가?
* 우리가 가장 힘들어하는 내담자와 우리 자신간의 유사성은 무엇인가?
* 가장 어려운 치료관계의 근원에 권력 갈등이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 우리는 내담자의 저항을 왜 개인적으로(마치 그들의 저항이 우리를 표적으로 삼은 것처럼) 받아들이는가?
* 일상적인 규칙을 따르지 않는 내담자를 치료할 때 가장 중요한 지침은 무엇인가?
저자는 이 책을 4부로 나눠 '1부. 무엇이 비협조적인 내담자를 만드는가' 에서는 상담이 왜 교착 상태에 빠지는지, 어떤 내담자들은 왜 저항하는지 그 원인을 규명하고자 합니다. '2부. 치료사가 비협조적일 때'에서는 역전이 관련 문제와 치료사 자신의 미해결된 자기애적 욕구를 탐색합니다. '3부. 매우 비협조적인 내담자'에서는 치료사들이 가장 치료하기 어렵다고 느끼는 다양한 유형의 내담자를 소개합니다. '4부. 비협조적인 사례 다루기'에서는 치료사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원칙, 전략, 개입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서문에서 10년 간 자신이 만났던 비협조적인 내담자들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고 감사를 표하고 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저는 저자가 그 상처와 좌절감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렇더라도 이 책의 내용은 다양한 이유로 비협조적인 내담자를 만나면서 힘들어하는 상담자에게 충분히 도움이 됩니다. 지금도 그런 내담자를 만나고 있는 상담자 뿐 아니라 앞으로 이런 상황을 대비하려고 하는 예비 상담자들도 한번쯤 읽어보면 좋은 책입니다.
닫기 * Munjack & Oziel(1978)의 저항 유형
유형 1) 내담자들은 치료사가 원하거나 기대하는 것을 단지 이해하지 못한다. 그들은 단순하여 치료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잘 모를 수도 있고 사실에 의거한 생각만을 하는 사람들일 수도 있다.
유형 2) 내담자는 지시받은 과제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기술이나 지식이 부족해서 그것을 따르지 못한다. 내담자는 완강하게 저항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치료사가 요구하는 것을 할 수 없을 뿐이다.
유형 3) 저항은 의욕의 결여를 수반한다. 내담자는 치료사가 무엇을 하든지 뚜렷한 무관심과 냉담함으로 반응한다. 이러한 행동은 이전의 치료에서 실패한 결과로 생긴 것이거나 자기 패배적인 신념 체계 때문일 수 있다.
유형 4) 저항은 ‘전통적인’ 죄책감이나 불안에서 유도된 다양한 것들로서 정신분석가들이 가장 많이 인식했던 것들이다. 방어기제는 더 이상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않게 된다. 내담자는 억압된 감정이 표면으로 떠오르기 때문에 놀라서 뒷걸음질 친다.
유형 5) 저항은 내담자가 증상을 통해 얻는 이차적인 이득에서 생긴다.
* 치료사가 치료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내담자들은 대개 두 그룹으로 나뉜다. 한 그룹은 만성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들이고 다른 한 그룹은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들이다.
* 치료에서 내담자를 비협조적으로 만드는 것은 현재의 문제나 증상보다는 그가 자신의 문제에 반응하는 방식과 더 많은 관련이 있다.
* 치료사가 가장 다루기 어렵다고 보고한 범주
- 비협조적인 내담자들의 가장 우세한 특징은 요구가 많은 행동이다.
- 두 번째 주제는 그들의 통제 욕구이다.
- 세 번째 요인은 방어기제의 유형이다. 특히 보다 원시적인 기제
- 네 번째 요인은 문제를 남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다.
* 랭스(Langs, 1989)는 치료사들에게 매 회기를 ‘바라는 것 없이, 기억 없이, 이해 없이’ 접근하라고 경고한다. 우리는 선입견을 비워 낸 후에만 새로운 통찰을 가져오는 생기 넘치는 관점을 가지고 내담자와 상호작용할 수 있다.
* 유난히 골치 아픈 사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의 역학관계를 밝히려고 할 때는 우리 자신을 먼저 돌아보고 우리가 한 무엇이 내담자를 비협조적으로 만드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 이 책의 전제들 중 하나는 치료에 대한 내담자들의 부정적인 반응이 꼭 그들의 저항이나 비협조적인 경향성으로 인해 생긴 결과는 아니라는 것이다. 대개 그들은 어설프고 무신경한 치료사들의 해석이나 직면을 공격이라고 여기고 그에 대항하여 자신을 지키려 한다(Strupp, 1989).
* 모든 저항적인 환자들의 가장 공통적인 특징은 “질환, 예방, 치료에 대한 개인의 반응을 결정하는 데 있어 불안이 근본적으로 중요하다는 것”이다(Martin, 1979).
* 내담자가 비협조적인 경우, 그 원인은 보통 두 가지 중 하나다. 1) 그들이 치료사로부터 받아들여지거나 이해받는다고 느끼지 못할 때, 2) 그들이 치료사가 너무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두려워할 때. 이 시나리오 중 어느 것이든 치료사가 느낀 분노와 좌절감은 그/그녀의 미해결 과제와 더불어 저항이 이해되고 훈습될 수 있게 하는 버팀목이 된다.
* 맥엘로이와 멕엘로이(McElroy & McElroy, 1991) 같은 많은 치료사들은 비협조적인 내담자에 대한 우리의 역전이 감정이 그들을 도울 방법에 관한 가장 쓸모 있는 단서가 된다고 확신한다. 일단 우리가 특정한 내담자와의 상호작용으로 인해서 어떤 내부적 감정이 울리는지를 알아차리게 되면(그것이 분노, 좌절, 불안, 무력감, 방어, 혐오감, 성적인 끌림, 지루함 등 무엇이든지) 우리는 그것의 부정적인 영향을 중화시킬 뿐 아니라 더 효과적인 치료 계획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길로 잘 가고 있는 것이다.
* 치료에서 치료사로부터 직접 기인되는 저항의 주된 원천은 치료사가 내담자에게 옳은 것과 그른 것, 좋은 것과 나쁜 것의 확고한 한계를 전달하는 확신에 찬 태도다(Bauer & Mills, 1989).
* 치료사들이 비협조적인 내담자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관한 한 조사에서 가장 적응적인 전략 중의 하나는 유머의 진가로 단련된 낙관적인 인내심이었다(Medeiros & Prochaska, 1988).
덧. 이 책은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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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가 도박자인 경우와 자녀가 도박자인 경우는 도박 중독 문제를 대하는 가족들의 마음이 좀 다릅니다. 아무리 사랑해도 배우자는 남이지만 자녀는 자신의 유전자가 섞인 내리사랑의 대상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상담자 입장에서도 배우자를 상담하는 것보다 부모님을 상담하는 것이 훨씬 더 힘든 일입니다.
당장 중독자의 치유 과정에서 가족이 맡아야 할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입장을 구분해서 달리 대하는 것인데 이것부터 쉽지 않습니다. 이게 무슨 이야기냐 하면 남편이 도박 중독자인 경우 아내가 남편과 중독자의 입장을 구분해서 대할 수 있도록 연습하라는 겁니다. 행동 수정 기법의 관점에서 보면 보상과 처벌을 분명히 구분해서 신호하라는 거지요.
그런데 부모님들은 아들과 중독자의 입장을 나눠 대하는 걸 상당히 어려워들하시죠. 그래서 몇 가지 상황에 따라 나눠서 정리해 봤습니다.
* 아침에 일어나지 않는 자녀를 깨우는 경우
- 학교 수업에 늦을까봐 깨우는 것 : 자녀를 대하는 자세
- 중독 상담에 늦을까봐 깨우는 것 : 중독자를 대하는 자세 => 깨우지 말 것. 치유의 책임은 스스로 져야 함
* 자녀가 만 원만 달라고 하는 경우
: 이런 상황에서는 자녀로서 필요해서 달라고 하는 것인지 중독자로서 도박 자금이 필요해서 달라고 하는 지 구분할 수 없기 때문에 줘서는 안 되고 우리가 부모로서 자녀에게 줄 수 있게끔 네가 우리를 도와달라고 하면서 완곡하게 거절할 것
부모 입장에서 상황에 따라 달리 대처하는 건 참 어려운 일이지만 자녀의 치유를 돕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극복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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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내담자의 '저항'이 불가피한 요소이고 상담의 중요한 '재료'라는 인식이 널리 퍼진 상태지만 그리 멀지 않은 과거만 해도 저항이란 내담자의 통찰을 방해하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돌파하거나 넘어서야 하는 장애물정도로 인식하는 상담자도 많았고 그렇게 가르치는 치료 사조도 드물지 않았습니다.
저는 오히려 좀 더 극단적인 시각에서 내담자의 '저항'을 바라보는 편인데
저항이 없는 상담은 상담이 아니라 잡담을 하거나 수다를 떨고 있는 것으로까지 생각합니다. 상담에서 '저항이 없다'는 건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강력한 신호입니다.
물론 치료 동기도 높고(왜 높은지는 분석을 해 봐야겠지만), 그래서 준비도(readiness)도 높은 수준이고, 이미 변화 단계에서 action stage에 해당하는 내담자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 내담자는 저항이랄 게 별로 없고 상담자와 코드만 잘 맞으면 그야말로 순풍에 돛 단 듯 상담이 순조롭게 풀릴 수도 있겠으나 그런 행운은 상담자에게 그리 자주 찾아오는 게 아니고 무엇보다 그렇게 준비된 내담자는 상담의 도움을 받으러 오는 것 자체를 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상담자가 만나는 내담자는 변화하고 싶으나 변화된 삶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거나 아예 상상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지금의 삶이 너무 싫고 힘들기는 해도 이미 어느 정도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변화로 인해 야기되는 고통을 견딜 힘이 없다고 판단함으로써 겁을 먹은 사람들입니다.
간단히 정리해보자면 머리(superego)로는 변화해야 한다는 걸 알지만 마음(ego)은 아직 양가 갈등 상태이며 몸(id)은 이미 고통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머리와 마음과 몸이 만들어내는 불협화음으로 인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갈등 상태에서 상담자를 찾아옵니다(그러한 불협화음을 상담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마음을 먹고 행동으로 옮긴 것만으로도 대단한 것이죠).
그러니 그 '저항'을 무엇으로 정의하건 간에 상담이 매끄럽게 되지 않도록 제동이 걸리고 뒷걸음질치는 건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입니다.
상담을 시작했는데 상담자가 의도했던 방향과 속도로 너무 쉽게 진행된다면 그건 상담자가 뛰어나서가 아니라 내담자가 상담자의 의도에 맞춰 반응 또는 쇼를 하고 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큽니다.
상담자가 손을 내밀었을 때 뒤로 흠칫 물러나는 것이 내담자의 정상적인 반응입니다. 그러니 내담자의 저항을 상담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신호로 기쁘게 받아들이세요. 그 '저항'의 이면에 무엇이 숨어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그 다음의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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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I는 제가 애정하는 검사이기도 해서 그동안 여러차례 포스팅을 했습니다만 지금도 가끔씩 MBTI와 비교해서 질문하는 선생님들이 계셔서 이 참에 정리를 해 볼까 합니다.
우선 저는 MBTI가 임상이나 상담 현장에서 사용하기에 적절한 도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 MBTI 유형이 저를 이해하는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실망스러운 개인 경험도 있지만 무엇보다 상담을 하면서 MBTI 유형에 따른 접근을 했을 때 별로 재미(?)를 못 봤습니다. 이는 아마도 몇 가지 이유가 있어서일 것 같은데요. 첫째는 MBTI의 16가지 유형론이 직관적이기는 하지만 바넘 효과를 배제하고 나면 임상, 상담 현장에서 만나는 내담자의 문제를 이해하는데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전형적인 ISTJ 유형 중에서도 외향적인 사람들이 많은데 MBTI는 이들의 외향성을 잘 설명하지 못하죠.
또한 몇 개의 유형에 지나치게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쏠림 현상도 만만치 않은 문제이고 그보다 더 큰 이유는 MBTI가 타고난 기질에 대해서는 아무런 정보를 주지 않는다는 겁니다. 저는 유전적인 영향과 환경적인 영향을 구분해서 살펴보고 싶은데 MBTI는 기질을 측정하는 검사가 아니기 때문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MBTI가 전혀 쓸데없는 검사이냐 하면 그렇지는 않은 게 임상, 상담에서 사용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지만 특별한 심리적 문제가 없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진로, 적성 코칭에는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검사라고 생각합니다.
이와 달리 TCI는 기질과 성격을 나누어 측정하는 거의 유일한 검사이기도 하고 기질과 성격의 유형도 MBTI에 비해 훨씬 더 세밀한 52개 유형(각각 27개 유형)으로 구분하는데다 하위차원 분석을 통해 유형 내 편차도 설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특히 성격의 기질 조절 기능이 내담자들의 심리적 문제의 원인을 설명하는데 유용하고 다른 어떤 심리검사에서도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는 성격 장애 가능성에 대한 정보도 제공하기 때문에 저는 임상, 상담에서는 MBTI보다 TCI를 사용하도록 권하는 편입니다.
굳이 둘로 나누어 설명하자면,
MBTI : 일반인을 위한 코칭
TCI : 임상, 상담
수가 문제 때문인지, 유용성을 잘 몰라서 그런지, 굳이 그것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서인지는 몰라도 TCI를 사용하는 병원이 거의 없다는 건 참으로 애석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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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상담자가 되기로 결심했는지, 그 이유와 상관없이 상담자는 내담자를 도울거라는 기대를 한몸에 받는 직업입니다. 그런데 그 기대가 상담자를 힘들게 할 수도 있고 때로는 상담자에게 지울 수 없는 큰 상처를 남기기도 합니다.
상담자가 구원자의 역할을 맡게 될 때, 그래서 사명감과 소명의식이 상담자를 압도할 때 아무리 뛰어난 상담자도 그 역할을 장기간 감당하지 못합니다.
상담자가 내담자의 문제에 침잠해서 자신과 내담자의 삶의 경계를 혼동할 때, 더 이상 상담자가 아닌 자신의 삶을 지키지 못할 때 정서적 소진을 피할 수 없습니다.
상담자는 영웅도 아니고 구원자도 아니며 희생양도 아니고 보호자는 더더욱 아닙니다.
상담자는 듣는 자이자 관찰하는 자이며, 내담자의 곁을 지키는 자이며, 내담자가 스스로 걸을 수 있도록 앞길을 밝히는 자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상담자는 내담자와 적절한 거리를 유지해야 합니다. 너무 멀지도 너무 가깝지도 않은 거리를 유지하는 것, 저는 그것을 치료적 경계의 설정이라고 부릅니다. 이 경계가 무너질 때 상담자는 상담자의 역할을 수행할 수 없으며 그것은 내담자와 함께 침몰하는 이유가 됩니다. 상담자가 자신과 함께 빠져죽는 걸 반기는 내담자는 아무도 없습니다.
그러면 이러한 치료적 경계를 건강히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상담을 처음하던 초심자일 때 몇 차례의 쓰라린 실패와 내담자를 잃는 경험을 하고 난 뒤 그 뼈저린 경험을 통해 제가 나름 터득한 방법은 다음과 같은 경구를 마음 속으로 반복하는 것이었습니다.
"It's Not My Problem" "이것은 내 문제가 아니다"
언뜻 들으면 냉정하게 들릴 수 있는 이 말은 상담자가 자신도 모르게 내담자의 문제를 자신의 것이라고 받아들이고 객관적 시각을 잃는 걸 막아줍니다.
이는 적극적으로 치료적 경계를 넘어오거나 무너뜨리려고 시도하는 내담자와 상담할 때 효과적입니다. 특히 상담자를 비난하거나 무리한 요구를 하는 내담자로부터 받는 영향을 최소화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내담자와 경계 설정에 어려움을 겪는 상담자라면 한번쯤 고려해 보시기 바랍니다. 아침마다 거울을 보고 "나는 할 수 있다"고 읊조리는 마인드 컨트롤은 일반인에게만 필요한 게 아닙니다. 상담자에게도 이런 류의 주문이 꼭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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