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 빚을 갚는 것이 먼저인가 생활비 마련이 먼저인가'라는 글에서 생활비부터 먼저 확보하고 남는 돈으로 도박 빚을 갚아야 한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럼 생활비를 확보하고 난 뒤에는 무조건 도박 빚부터 먼저 갚는 것이 최선책일까요?
이율만 생각한다면 도박 빚을 하루라도 빨리 털어내는 것이 합리적이지만 치유와 회복까지 고려한다면 무조건 도박 빚부터 먼저 갚는 것이 능사가 아닙니다.
도박 빚을 갚는데 있어서 함께 고려해야 할 점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언제든지 현금화 할 수 있는 비상 자금을 확보하고 있어야 합니다.
재정 전문가들은 가계 수입이 완전히 끊긴다고 해도 2~3 달은 살아갈 수 있을 정도의 현금을 항상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월 200만 원이 필요한 가정의 경우 최소한 400~600만 원의 현금은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재정 긴축을 하고 남는 돈을 도박 빚을 갚는데 집중하는 것도 좋지만 비상 자금이 전혀 없으면 집에 재정적인 문제가 생길 때(큰 병에 걸린 가족이 생기거나 화재 등으로 인한 재산 손실 등) 크게 당황해서 대처 능력이 급감하게 됩니다.
둘째. 일정한 목표를 위해 저축하는 목적 자금이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도박 빚의 이율이 년 10%이고, 정기 적금의 시중 금리가 년 4%인데 도박 빚을 갚지 않고 적금에 투자한다고 해 보죠. 앉아서 대략 6%를 까 먹는 것이니 그야말로 바보짓이라고 욕 먹을 입니다. 하지만 도박 중독 치유와 관련해서는 그 바보짓이 꼭 필요합니다.
생활비를 제외한 모든 재산을 도박 빚을 갚는데 집중해서 5년 걸릴 것으로 예상했던 기간을 4년 6개월로 단축했다면 6개월의 시간을 벌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정작 빚을 다 갚고 나면 6개월을 단축한 기쁨보다는 도박빚을 갚느라 허송세월(도박자와 가족은 허송세월이라고 지각합니다)한 4년 6개월이 너무나도 아깝게 느껴지기 마련입니다. 마이너스 인생에서 이제서야 원점으로 돌아온 것이니 플러스 인생을 위해 이제부터 또 뛰어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나 원망스럽고 인생이 허무하게 느껴지는 것이죠. 그래서 이율의 손해를 보더라도 도박 빚을 갚아나가는 동시에 목표가 분명한 계정을 만들어 돈을 모으는 재미 또한 느껴야 합니다.
기왕 이율의 손해를 보면서 돈을 모으려면 무조건 돈을 모으지만 말고 분명한 목표를 세우고 모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1년을 모아 단도박 1년 기념으로 가족들과 해외 여행을 간다든가, 2년을 모아 결혼 이후 처음으로 낡은 침대와 소파를 바꾼다든가 하는 식으로 말이죠. 3년을 모아 차를 바꾸는 것도 좋겠지요.
항상 말씀드리지만 돈은 쓰기 위해 버는 겁니다. 모으기 위해 버는 것이 아니고요. 그러니 도박 빚을 갚는 과정에서도 어떻게 하면 돈을 치유적으로 쓰고 그러기 위해 어떻게 돈을 모을 것인가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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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은 열이면 열 모두 돈과 깊이 관련되어 있고 도박자와 그 가족에게 가장 큰 고통을 안기는 것이 도박으로 인해 생긴 빚을 갚을 때 감당해야 하는 경제적, 정서적 부담입니다.
아무리 대위 변제(도박자의 도박 빚을 가족이 대신 갚아주는 것)를 하지 않고 도박자 스스로 빚을 갚게 한다고 해도 돈을 버는 사람이 도박자 혼자이거나 맞벌이를 한다고 해도 도박자가 자신이 번 돈을 빚을 갚는데 주로 사용할 수 밖에 없으면 가족들도 결국은 재정적인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게 됩니다.
재정 관리 능력이 상실된 도박자를 대신하여 배우자나 가족이 재무 관리를 책임진다고 하면 자신도 모르게 빚을 갚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설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래서는 안 됩니다.
특히 수입에 비해 상대적으로 갚아야 할 빚이 많은 경우 일단 빚을 갚고 남은 돈(생활비로 하기에는 턱도 없이 모자란 돈)으로 어떻게든 생활을 꾸려가려고 아등바등하는데 그래서는 빚을 갚기도 전에 심신이 탈진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맞벌이 가정에서 부인이 200만 원을 벌고, 도박자가 300만 원을 번다고 가정해보죠. 도박 문제가 터지기 전까지 매달 300만 원의 고정 지출이 있었고 갚아야 할 도박 빚이 매월 250만 원이라고 한다면 많은 가정에서 도박자가 번 돈 300만 원으로 일단 도박 빚 250만 원을 갚고 남은 돈 50만 원을 부인이 번 돈 200만 원에 합쳐서 생활비로 사용하는데 그러면 기본적으로 50만 원이 부족하게 됩니다. 물론 재무 진단을 다시 받고 긴축 재정에 돌입하게 되면 50만 원을 줄이는 건 어떻게든 가능하겠지만 채무 변제 기간이 길면 길수록 가족들(특히 배우자)의 불만이 극에 달하게 되어 채무 변제가 끝나고 난 뒤 참았던 불만과 분노가 폭발하여 오히려 더 큰 관계 갈등을 초래하는 경우가 상당수입니다. 빚을 갚는 기간이 3년이라고 가정하고 그 동안 화장품 하나, 옷 한벌 제대로 못 사고, 제대로 된 외식 한번 못하고 무조건 참는다면 그 3년의 기간이 가족들에게는 어떻게 기억될까요?
빚을 갚는 기간은 분명히 짧아지겠지만 이것이야말로 작은 것을 탐하려다 더 큰 것을 잃게 되는 '소탐대실'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왜냐하면 도박 빚 갚기는 일반적인 빚 갚기와 다르기 때문입니다.
물론 긴축 재정은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출 내역을 꼼꼼히 살펴서 새는 돈이 없는지 재점검을 해야겠지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빚을 갚는 것이 어렵다면 일단
생활비 확보가 우선입니다. 그리고 나서 빚 갚기에 모자라는 돈은 이율이 낮은 금융 상품으로 갈아타거나 정 안 되면 도박자가 투잡을 하거나 해서 메워야 합니다.
당연히 빚을 갚는 기간은 앞서의 경우보다 오래 걸리겠지만 그래야 가족들이 빚 갚는 기간을 견딜 수 있는 힘을 잃지 않고 도박자도 가족에 대한 죄책감을 덜 수 있고 좀 더 적극적인 마음가짐으로 도박 빚 갚기에 임하게 됩니다.
그러니 재정 진단을 해서 적절한 긴축 재정 방안을 마련한 뒤 기본적인 생활비를 확보하고 남은 돈으로 도박 빚을 갚아나가도록 하세요. 그것이 합리적으로 도박 빚을 갚는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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