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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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심리학과 교수인 권석만 선생님이 쓰신 이상심리학 전공책입니다. 2003년에 첫 판이 나왔고 이 책은 10년이 지난 2013년에 나온 2판입니다.
꽤 오래된 이야기지만 권석만 선생님은 제 석사 학위 심사위원장이기도 하셨는데요. 이 분이 얼마나 꼼꼼하냐하면 지도 교수가 아닌데도 제 논문의 오,탈자 교정은 물론이고 목차의 들여쓰기가 잘못되어 살짝 튀어나온 것까지 찾아내서 빨간펜 첨삭 지도를 하셨던 분입니다. 강박적 성격의 소유자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매사에 준비가 철저하고 꼼꼼한 분인데 그런 성품은 이 책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납니다.
10년 만에 개정판을 내게 된 이유가 DSM-5의 등장 때문인데 DSM-5가 선을 보인 것이 2013년 5월입니다. 이 책이 2013년 8월 말에 나왔으니 불과 3개월 만에 DSM-5 편제에 따라 책을 새로 쓴거지요. DSM-5를 읽어본 분이라면 이 책 내용을 보고 대번에 알아차리시겠지만 기존의 이상심리학 책을 DSM-5에 대충 끼워 맞춰 쓴 게 아닙니다. 철저히 DSM-5에 맞춰 구조화를 했고 각 장애에 대한 새로운 연구 결과와 지견도 빠짐없이 수록한데다 더욱 놀라운 것은 각 장애의 말미에 '추천도서 및 시청자료'를 소개하고 계신데 제 13장인 '물질-관련 및 중독 장애' 영역에 제가 번역한 책을 소개하고 있더군요. 이 번역서는 전에 제가 이 블로그에 부끄러운 수준의 번역이었다고 자백한 적이 있는 책이라서 왜 이거 대신 제가 직접 쓴 책을 소개하지 않으셨을까 의아했는데 제 책은 이 책이 나온 뒤인 2013년 10월에 출판되었거든요. 그러니까 이 책을 쓰던 당시에는 제 책이 세상에 없었고 가장 최신 서적이 2011년에 나온 그 번역서였던 겁니다. 그러니까 각 장애에 대해 소개할만한 최신 서적을 꼼꼼히 일별하여 소개하신거지요.
불필요한 개인 감상이 길었는데 이 책은 믿고 보는 권석만 선생님의 글쓰기 스타일이 그대로 살아있는 책입니다. 권석만 선생님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면서도 너무나 쉽게 핵심 내용만 쏙쏙 뽑아 전달하는 것으로 유명하신데요. 읽어보면 아시겠지만 더 보태거나 뺐으면 하는 말이 전혀 없을 정도의 완성도를 보여줍니다. 참 부러운 솜씨지요. 각 장애의 명칭이나 증상 등의 용어도 DSM-5의 번역서보다 더 잘 번역되었다고 생각될 수준입니다.
DSM-5를 본격적으로 공부하기에 앞서 이 책 한권만 읽으면 충분합니다. 그러니 아무래도 학부생보다는 DSM-5를 읽기 전인 대학원생이 워밍업 차원에서 읽기 좋겠지요.
이렇게 좋은 책인데 왜 별 5개로 평가하지 않았냐 하면 마지막 장인 15장. 한국인과 이상심리학이 불만족스러워서 그렇습니다. 이 장에는 '이상행동에 대한 문화심리학적 접근', '한국인의 이상행동과 정신장애', '한국인과 한국문화의 특성', '행복하고 성숙한 삶을 위한 심리학', '한국인의 행복한 삶과 이상심리학의 역할' 등의 내용이 실려 있는데 권석만 선생님의 최근 관심 분야가 긍정 심리학, 행복이라는 건 저도 알고 있지만 DSM-5와 이상심리학이라는 전체적인 내용과 접점이 잘 보이지 않고 전반적으로 생뚱맞은 느낌입니다. 인용한 내용들이 차재호, 최상진 교수 등 한국형 사회 심리학 대가들의 연구 내용이 많아서 이상심리학 같지 않은데다 공교롭게도 15장에 삽입한 사진이나 그림들조차도 촌스러운 것들뿐이라서 읽으면서 '대체 15장은 왜 넣은거지?' 하는 의구심만 생기더군요. 제가 출판사의 편집자라면 어떻게해서든 15장을 뺐을 겁니다. 이 책을 처음 읽는 분들에게도 15장은 읽지 마시라 권합니다.
하지만 15장을 제외하고는 이상심리학의 모범 답안 같은 책으로 DSM-5 공부를 앞둔 대학원생이나 상담 전공자의 일독을 추천합니다. 과장을 좀 보태면 이상심리학은 이 책 한권만 제대로 읽어도 됩니다.
덧. 이 책은 전공책이지만 많이들 읽으시라고 북 크로싱을 할 예정입니다.
2009년 6월에 남의 인생에 감 놔라 대추 놔라 하지 좀 말라는 의미의
'박사 학위는 대체 왜 그렇게 따라고 난리인가' 포스팅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 후로 근 5년이 지났습니다만 여전히 박사 학위 취득을 위한 공부를 왜 계속하지 않느냐고 질문하는 분들이 계셔서 심심한 김에 국내 심리학 박사 학위 무용론 포스팅 2탄이나 써 보렵니다.
이 글에서 주장하고자 하는 내용의 핵심은 다음과 같습니다.
당신이 소위 말하는 SKY(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학부 출신이 아니거나,
당신이 SKY 출신이 아닌 경우 외국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지 않았거나,
하다 못해 당신이 지원하려는 그 학교 학부 출신이 아니라면,
당신이 국내 심리학과의 교수가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정말 그런지 아닌지 한번 디벼 보겠습니다.
일단 한국 심리학회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심리학 혹은 심리학 관련 학과가 설치되어 있는 대학 정보를 싹 긁었습니다. 그 다음에 학교 별로 교수 명단을 확보하여 세 가지 기준을 적용하여 분류하였습니다.
* 분류기준
1. 학부가 SKY(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출신인지 여부
2. 학부가 SKY가 아닌 경우 외국 박사인지 여부
3. 교수로 재직 중인 그 학교 학부 출신인지 여부
자 그럼 이 세 가지 분류 기준을 통과하여 학부가 SKY 출신이 아니고 외국 박사도 아니며 그 학교 학부 출신도 아닌 국내 박사 교수가 국내 심리학과에 몇 %나 있는지 대략 살펴보겠습니다. 모든 대학을 다 조사 못한 이유는 너무 많아서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제 입맛에 맞는 대학만 임의로 뽑은 것이 아닙니다. 리스트의 위에서부터 차례로 하다가 너무 힘들어서 말이죠. 이 결과를 믿지 못하겠다는 분들은 여기 제시한 대학 명단에서 빠진 대학을 하나 선택해서 본인이 한번 해 보시기 바랍니다. 별로 큰 차이가 없을거라고 장담합니다.
* 서울대학교(12) : 서울대11, 전북대(Rutgers대) :
전멸
* 고려대학교(14) : 서울대3, 고려대9, 연세대. 서강대(Massachusetts 주립대) :
전멸
* 연세대학교(15) : 서울대4, 연세대8, 고려대, South Florida대, Smith대 :
전멸
보시다시피 SKY 심리학과는 세 기준을 통과하는 교수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고려대는 자대 학부 출신 교수가 60% 이상, 연세대는 자대 학부 출신 교수가 50% 이상입니다. 서울대는 압도적인 90% 이상이죠. 그런 의미에서 오성주 교수 정말 대단하군요(저랑 대학원을 같이 다녔다능~). 보시다시피 SKY 출신이 아닌 국내 박사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가 될 수 없습니다.
그럼 이제 그 밖의 수도권 심리학과 개설 대학을 살펴보죠. 최근 3년 사이에 신규 임용된 교수들의 경우 학부를 확인하는 것이 아주 어렵더군요. 감안해 주세요.
* 성균관대학교(6) : 서울대3, 성균관대2(Nebraska대, Pitsburgh대), 장혜인(Pittsburgh대) :
전멸
* 성신여자대학교(7) : 서울대3, 고려대, 연세대, 이대(Georgia대), 성균관대(California대) :
전멸
* 서강대학교(7) : 서울대3, 연세대2, 고려대, Boston대 :
전멸
* 이화여자대학교(9) : 서울대, 이대2(Iowa대, Massachusetts 주립대), 이대, 양윤(Kansas 주립대), 안현의(Wisconsin대), 이승연(Iowa대), 설경옥(Minnesota대), 김수영(Wisconsin대) :
전멸
* 중앙대학교(8) : 서울대, 연세대2, 중앙대2, 중앙대3(Western Michigan, 동경대, Duke대) :
전멸
* 덕성여자대학교(7) : 고려대2, 이종숙(Iowa대), 오영희(Wisconsin대), 주은선(Chicago대), 김미리혜(New York 주립대), 김제중(Vanderbilt대) :
전멸
* 아주대학교(8) : 서울대3, 고려대3, 신강현(Kansas 주립대), 단국대(서울대박사) :
1명
보시는 것처럼 성균관대, 성신여대, 서강대, 이화여대, 중앙대, 덕성여대 모두 전멸이고 아주대학교에서 단국대 학부 출신으로 서울대에서 박사를 하신 교수님이 딱 한 분 계십니다. 그게 누군지 아십니까? 바로 1% 교수로 불리는 100만 부 베스트셀러의 작가인 이민규 교수님입니다. ㅡㅡ;;;
말 나온 김에 더 보죠. 수도권 이하 지방에 위치한 대학들도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 한림대학교(8) : 서울대6, 연세대, 이대(Michigan 주립대) :
전멸
* 광운대학교(7) :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3, 성균관대2(Iowa주립대, Kansas 주립대) :
전멸
* 부산대학교(7) : 서울대4, 고려대, 부산대(서울대), 부산대 :
전멸
* 호서대학교 산업심리학과(6) : 서울대4, 이대(Texas Austin대), 호서대 :
전멸
* 전남대학교(9) : 서울대2, 한규석(Ohio대), 윤가현(Georgia대), 노안영(Kentucky대), 김문수(California대), 강영신(Northeastern대), 박형인(Central Michigan대), 이혜진(Wisconsin대) :
전멸
* 우석대학교(4) :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박영주(프랑스 리용 2대학) :
전멸
*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4) : 고려대, 연세대2 , 성균관대 유전공학과(고대) :
1명
* 충북대학교(10) : 서울대4, 고려대, 연세대, 이대2(Brown대, Purdue대), 박광배(Illinois대), 부산대 :
1명
* 강원대학교(5) :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중앙대2 :
2명
* 경북대학교(7) : 서울대, 경북대(Florida 주립대), 이대(Purdue대), 경북대, 충남대(New Mexico 주립대), 서강대, 중앙대 :
2명
* 가톨릭대학교(13) : 서울대6, 고려대, 성심여대(Ohio대), 전북대(Arkansas 주립대), 정승철(프랑스파리제10대학), 최은실(이대), 한양대2 :
3명
* 대구 가톨릭대학교(4) : 서울대, 성균관대, 영남대, 아주대 :
3명
* 계명대학교(7) : 고려대2, 박권생(Texas Austin대), 김남균(Connecticut대), 성균관대, 중앙대, 손은정(이대) :
3명
보시는 것처럼 지방으로 내려가면 완전 전멸은 아닙니다. 하지만 역시 전체 교수 중 비 SKY, 비 외국 박사, 비 자대 출신 교수의 비중이 50%를 넘는 곳은 거의 없습니다. 제가 찾아본 곳 중에서는 대구 가톨릭대학교가 유일했습니다. 지방대를 목표로 한다고 해도 절대로 만만치 않은 상황입니다.
마지막으로 사이버대학교를 살펴보겠습니다. 간혹 사이버대학교를 국내 심리학 박사의 탈출구로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과연 그럴까요?
* 고려사이버대학교 상담심리학과(18) : 연세대7, 고려대2, 강원대(뉴욕주립대), 부산대(Florida대), Western Ontario대, 이대, 가톨릭대, 성신여대, 서울여대, 성결대 :
5명
* 대구사이버대학교 상담심리학과(2) : 영남대(계명대), 서강대(고려대) :
2명
* 한양사이버대학교 상담심리학과(9) : 서울대3, 고려대, 연세대, 성균관대(Maryland대), 전북대(George Washington대), 이대, 숭실대 :
2명
대구사이버대학교 상담심리학과를 제외하고는 비율이 오히려 더 떨어집니다. 한양사이버대학교의 경우는 20%도 안 되고 고려사이버대학교의 경우도 30%를 넘지 못합니다. 대구사이버대학교 상담심리학과의 경우 100% 비 SKY, 비 유학파, 비 자대 출신 교수인데 그 2명이 누구냐 하면 영화치료로 유명한 심영섭 선생님하고 심리학 개론 및 카운피아로 유명한 전종국 선생님이에요;;;;
정리해 보겠습니다.
본인이 SKY 학부 출신이 아니고, 국내 박사 학위를 갖고 있는데 자대 출신 교수 지망을 할 게 아니라면 국내 심리학과 교수가 되는 건 그야말로 하늘에 별 따기라는 걸 이제 아시겠지요? 죄송하지만 꿈 깨세요.
아, 물론 심리학과가 아닌 유사 학과까지 외연을 넓히면 가능성은 조금은 더 커지겠지만 저는 희망을 걸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낮은 확률을 바라보고, 이 늦은(?) 나이에 국내 박사 학위 취득에 도전한다는 건 솔직히 시간 낭비, 돈 낭비라고 생각해요. 인생이 로또도 아니고 말이죠. 게다가 저처럼 인맥 관리 못하는 사람은 더 어렵죠.
그런 의미에서 박사 학위 과정에 기웃거릴 시간에 자기 계발을 위한 노력을 더 기울이는 것이 낫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그러니 제발 지금이라도 박사 과정에 들어가라는 되도 않는 오지랖 좀 그만 부리셨으면 좋겠네요.
덧. 노파심에서 말씀드리는데 순수하게 공부가 좋아서, 개업하려고, 박사 학위를 요구하는 기관이나 기업에 취업하려고, 기타 등등 그 밖의 다른 목표를 위해 박사 학위에 도전하는 분들을 폄하하려는 포스팅이 절대로 아닙니다. 그냥 박사 학위만 있으면 어떻게든 심리학과 교수가 될 수 있겠지 하고 막연하게 감 떨어지기만을 기대하고 있는 분들과 제 자신에게 경고하기 위한 글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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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와힐리어와 아프리카 문화를 강의하는 김광수 교수와 그의 수업을 들었던 서울대, 한국외대 학생 19명이 함께 한 달 간 아프리카로 여행을 떠나 케냐, 탄자니아, 잠비아, 짐바브웨, 남아공을 거쳐 나미비아로 가는 동안 보고, 듣고, 생각한 것들을 엮어 책으로 낸 것이 이 책입니다.
이들의 여행은 KBS '세상은 넓다' 프로그램에 3회에 걸쳐 특집으로 방송된 바 있으며 영상 기록물로는 중앙대학교 영화제에 참가하여 CGV에서 방영된 데다 홍대 앞 6개 카페에서 릴레이 사진전을 열러 뜨거운 호응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고 합니다.
그만큼 다양한 화제를 몰고 다녔던 여행이니만큼 책도 멋지게 잘 만들었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만....
개인적으로 전혀 아니올시다 였습니다.
개인 블로그에 여행 일지로 포스팅되는 정도였다면 충분히 신선했을 겁니다. 하지만 그것이 책으로 묶여 나올 때는 최소한의 구성과 완성도를 지녀야 하는데 이 책은 전혀 그렇지 못합니다. 멤버 중 한 명인 강의석씨의 유명세에만 기댄 듯한 출판사의 엉성한 홍보 전략은 이해할 수 있다 쳐도 충실한 정보 제공을 하는 것도 아니고, 여행의 풍취를 제대로 담아낸 것도 아니고, 아프리카 여행을 통해 살펴본 개인적인 통찰과 사회 비평도 별로 없는 중구난방식의 구성은 니 맛도 내 맛도 아닌 미적지근한 느낌이었습니다.
나름 1부, 2부로 나누었지만 그 안에서도 전혀 통일되지 않은 글 짜임새로 읽는 사람의 짜증을 불러 일으킵니다. 처음부터 책을 내려고 한 것이 아니라 각자 경험하고 느꼈던 내용들을 아무런 제약없이 그대로 기록한 걸 책으로 묶는답시고 모아 놓았으니 그럴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은 듭니다만 친절하지도, 유익하지도, 감동적이지도 않은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문제입니다.
케냐 여행 중에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펼쳐 보았습니다만 읽을 때마다 짜증이 나는 책이었습니다. 아프리카를 다룬 책이 워낙 없다고는 해도 이 책은 아프리카 여행을 준비하는 분들에게마저도 추천하기 어렵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