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녘이 되면 빌라 현관에는 등이 켜지고 길을 따라 조명을 밝힙니다. 실족하면 안 되니까요. 물론 분위기도 무시 못하지요.
워터 빌라 근처의 바닷물은 어둠이 내리면 짙푸른 색을 띄기 때문에 내려다 보고 있으면 좀 무서울 때도 있습니다.
낮 시간에 '버기'를 타고 다닐 때에는 신나고 좋았는데 어둑어둑해지면서부터는 살짝 걱정이 되더군요. '버기'를 모는 직원들이 숙련되어 있기는 하지만 어두워진다고 속도를 줄이는 것도 아니거든요.
제가 여행 중 트위터에 노을은 코타 키나발루가 최고라는 트윗을 올린 적이 있는데 몰디브의 석양도 아름답기는 하지만 제 기대에는 못 미쳤습니다. 게다가 저녁 노을 때문에 일부러 더 비싼 선셋 워터 빌라를 예약했거든요.
저녁 노을 자체가 강렬하지는 않지만 제티와 배와 수상 비행기까지 어우러진 광경이 멋지기는 합니다.
아까 점심을 먹은 Infinity pool-side bar가 보이네요.
길에 조명을 밝히니 아까 낮에 들어갈 때와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네요.
해가 지고 나니 금방 어둠이 깔리길래 섬 안은 내일 돌아보기로 하고 제티를 중심으로 주변만 살짝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여기는 제티와 연결된 White Orchid라는 레스토랑으로 가는 길입니다. 왼쪽이 섬인데 밤에는 귀여운 애기 상어들이 해변까지 들어오기도 합니다.
저 앞이 아까 수상 비행기가 내린 제티이고 오른쪽에 있는 것이 White Orchid 레스토랑입니다. 물 위에 있기 때문에 로맨틱한 저녁 식사를 위해 많이들 방문하는데 예약을 해야 해서 저희는 마지막 밤이 되어서야 겨우 갔다죠.
숙소로 돌아가기 전에 볼 일이 있어 리셉션에 잠시 들렀는데 2층에 이런 멋진 도서관(독서실?)이 있더군요. 고급스럽게 잘 꾸며놓았습니다. 날씨가 더워서 이용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지만요.
영문으로 된 서적만 비치해 놓았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의외로 중국어로 된 책도 많았습니다. 중국인들의 러시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었죠,.
저녁까지 먹고 들어오려고 했는데 밤에도 더운데다 산책을 하면서 체력이 급 방전되는 바람에 다 귀찮아서 그냥 숙소로 복귀했습니다. 몇 개 챙겨간 컵라면과 햇반, 과일로 간단히 먹고 그냥 쉬었죠. 사진은 매번 먹을 때마다 중독성 있는 맛과 가래침 같은 극강의 식감 때문에 갈등하는 passion fruit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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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다 짐만 부려놓고 곧바로 Murad가 '버기'에 태워 워터 빌라가 보이는 pool-side bar인 Infinity에 데려다 줬습니다.
Infininity는 JA Manafaru에 있는 6개의 레스토랑, 바 중에서 유일하게 바다에 면한 실외풀이 있는 곳입니다.
오후 시간이라 볕이 강하기에 직사광선을 피해서 조금은 시원한 안쪽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말레의 라운지에서 부실하게 먹은데다(일찍 출발할 걸로 알았기에) 식사 시간이 지난 시간이기에 허기가 지더군요. 평소보다 많은 음식을 주문했습니다.
에피타이저로 나오는 빵과 함께 버터를 주는데 특이한 건 버터가 녹지 않게끔 차갑게 얼린 종지에 담아 줍니다. 종 모양의 귀여운 뚜껑을 덮어서요. 섬세합니다.
호박 스프입니다. 맛은 괜찮았습니다. 스프 용기도 특이하게 생겼네요.
베지테리안 메뉴인 파니니입니다. 파니니도 파니니지만 곧바로 튀겨서 나오는 감튀(감자튀김)가 예술입니다. 맥주를 부르는 맛이네요.
샐러드도 그냥 bowl에 담아서 주는 게 아니라 요리처럼 데코를 해서 나옵니다. 채소도 굉장히 신선하고요.
버터 나이프도 그렇고 메인 나이프도 디자인이 독특합니다. 게다가 사용해 보니 기능성도 좋습니다.
여기에 워터 멜론 주스를 2잔 추가했습니다.
음식이 모두 맛있고 분위기도 훌륭해서 아주 만족스러웠는데 나온 계산서를 보니 70불입니다;;; 환율을 1,100원으로만 잡아도 7만 7천 원이니 세금이 많이 붙는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거의 강남 호텔 레스토랑에서 먹는 수준입니다. 앞으로 단품 위주로 먹는다고 해도 매 끼 5만 원 정도는 예상해야 할테니 리조트에 있는 동안 지출되는 식비도 만만치 않을 것 같습니다. ㅠ.ㅠ
Infinity에서 나와 왼쪽으로 돌면 곧바로 제가 묵었던 워터 빌라가 나옵니다.
오른쪽이 일출에 특화된 선 라이즈 빌라, 왼쪽이 석양을 보는 것에 특화된 선셋 빌라입니다. 저는 거의 안쪽 끝에 있는 선셋 빌라에 묵었습니다. 워터 빌라는 섬의 반대쪽에도 있는데 여기에 있는 빌라 수가 조금 더 많습니다.
몰디브 리조트 주변의 바다색은 보통 이렇습니다. 기본 에메랄드 빛이고 시간에 따라 좀 더 옅어지기도 하고 짙어지기도 합니다.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면 정면에 바다가 보이는 책상이 있고 왼쪽이 침실, 오른쪽이 욕실인데 왼쪽으로 돌았을 때 보이는 모습입니다. 침대가 있고 건너편에 캡슐 커피 메이커와 웰컴 과일이 담긴 바구니, 아이스 버킷이 보이고 오른쪽 끝에 보이는 보관장의 문을 열면 왼쪽에 와인 셀러, 오른쪽에 미니바가 들어 있습니다.
침실로 들어가 침대를 등지고 바라보면 연결된 거실이 보이는데 뷰가 환상입니다. 수평선 끝에 무인도가 보이는데 시간제로 통째로 대여할 수도 있습니다. 로빈슨 크루스로 사는 느낌이 궁금한 분들은 시도해 볼 수 있겠네요.
밤에는 바다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블라인드를 내립니다. 이것도 저녁 메이크업을 하는 직원이 와서 다 해줍니다.
거실에서 침실 쪽을 바라본 모습입니다. 옷장이 양쪽에 2개 있어서 아무리 옷을 많이 가져가도 공간이 부족하지 않습니다. 살짝 놀란 건 옷걸이가 일반 상의용, 수트 상의용, 바지용, 3종류나 됩니다. 어떤 옷을 가져가도 용도에 맞게 사용할 수 있더군요.
테라스로 나가기 전에 돌아본 거실 모습입니다. 바다 컨셉의 인테리어가 깔끔합니다. 이 거실에는 독특한 시설이 하나 있는데,
거실 한 가운데 바닥을 강화유리로 만든 관람창이 있어서 물고기가 지나다니는 걸 구경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앉아서 바닥만 내려다보고 있어도 시간이 잘 갑니다. 빌라 근처까지 물고기가 들어올까 싶었는데 숫자가 많지는 않지만 상어, 가오리까지 들어오더군요. @.@
거실에서 테라스로 나가면 이렇게 프라이빗 공간을 만들어 두었습니다. 테이블과 의자, 썬 베드와 비치파라솔, 구석에는 흔들의자까지 있습니다. 오른쪽은 욕실과 연결됩니다.
JA Manafaru 리조트 워터 빌라의 장점 중 하나는 규모가 작기는 하지만 프라이빗 풀을 제공한다는 겁니다.
월풀 기능도 있어서 풀 안에 앉아서 마사지를 받으면서 바다를 바라보는 맛이 그만입니다. 풀 오른쪽에는 바다로 곧바로 내려갈 수 있는 계단이 있습니다.
구명조끼가 기본으로 비치되어 있고 스노클링 장비도 무료로 대여할 수 있기 때문에 원하면 언제든 빌라 앞에서 스노클링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파도가 높고 생각보다 물고기가 많지 않아 추천하지는 않습니다. 저도 한번 해 보고 말았습니다.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돌면 욕실과 연결됩니다.
왼쪽에 월풀 욕조가 있어서 바다를 보면서 거품 목욕을 즐길 수도 있습니다. 오른쪽에는 세면대가 양쪽에 2개 있고요.
수건과 비치타월, 욕실 어메니티가 가지런히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파우치에 있는 건 헤어 드라이어고요. 필립스 제품이기는 하지만 바람이 강하지 않아서 머리 말리는데 시간이 좀 걸립니다.
월풀 욕조 맞은편에 화장실과 샤워실이 분리되어 있는데 수동식 비데(?)가 있습니다. 수압이 생각보다 세기 때문에 손아귀 힘을 잘 조절해야 참사를 피할 수 있습니다;;;;
샤워실입니다. 천정에서 물이 쏟아지는 방식인데 완전히 유리로 막힌 게 아니라서 중간에 뚫려 있는 곳으로 들어오는 바닷바람을 맞으면 샤워를 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아무리 조심을 해도 바디 샤워 거품이 튀면 곧바로 바다로 떨어지기 때문에 오염을 피할 수 없습니다. 굉장히 신경이 쓰이더군요. 실제로 나중에 빌라 앞에서 스노클링을 하느라 들어가봤는데 물이 많이 탁한 게 바깥 바다에 비해 꽤 오염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짐을 풀고 정리를 다 끝내니 해가 지길래 산책하러 나왔습니다. 연말의 몰디브는 대략 6시 쯤에 해가 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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