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셋 크루즈를 마치고 선착장에 다시 내린 시간이 저녁 6시. 아직 해가 지려면 1시간이나 남았고 그냥 돌아가기에도 애매한 시간이었기에 뭘 할까 상의하다가 충동적으로 나온 제안이 시드니 타워에 올라가보자였습니다.
항구에서 걸어서 대략 15분 정도면 갈 수 있는 거리였거든요.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거리 구경하면서 걸으면 금방 도착할 수 있는 정도입니다.
원래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풍광을 좋아해서 여행을 가면 어디든 높은 곳에 오르는 hot spot을 찾아서 열일 제치고 찾아가는 편이고 도시에 묵을 때는 도시를 내려다볼 수 있는 높은 곳이 어디냐고 물어보는 일이 비일비재한 저입니다. ^^
일 때문에 시드니 시내를 돌아다니면서도 당연히 자주 눈에 띄는 시드니 타워를 염두에 두고 있었는데 결국 올라가네요. 수다를 떨면서 들어가는 바람에 시드니 타워의 외견이 어떤 지 사진 찍는 걸 잊어 버렸다는;;;;
시드니 타워의 입장권은 5층에서 구입하는데 몸에 줄을 묶고 타워 밖을 걸어보는 sky walk 상품이랑 결합된 것도 있지만 저는 기왕 걸을거면 외벽을 타는 수준이 아니라면 굳이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아서(사실은 오금이 저려서;;;;;) 그냥 입장권만 구입해서 올라갔습니다.
어디나 그렇지만 시드니 타워도 입장 줄을 따라가다보면 하얀 벽을 배경으로 직원들이 사진을 찍어서 합성한 뒤 내려왔을 때 구입을 결정할 수 있는 서비스가 있던데 저는 이미 어떤 건지 알고 있었기에 그냥 손사래치고 통과했습니다.
시드니 타워의 초고속 엘리베이터는 전망대까지 올라가는데 43초 밖에 안 걸린다고 합니다. 물론 올라가는 동안 밖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속도감은 별로 못 느끼지만요.
시드니 타워의 전망대도
남산의 N서울타워처럼 360도 전망대입니다. 아직 해가 지기 전이라서 그런지 멀리까지 잘 보이네요. 사진 가운데 보이는 성당이 어제 방문했던 성 메리 대성당입니다.
좌측에는 군함이 정박된 항구와 고층빌딩이 즐비한 시내 중심가가 한 앵글에 들어옵니다.
하버 베이의 모습입니다. 강을 건너는 두 개의 다리가 있는데 오른쪽에 있는 것이 어제 오전에 걸어서 건너온 다리이고 다리를 건너자마자 보이는 왼쪽 건물이 제가 묵고 있는 노보텔입니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보니 좀 새로운 느낌이네요.
시드니 타워에 올라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해가 지평선으로 넘어가더니 곧바로 어둠이 몰려옵니다. 바로 위 사진과 같은 앵글인데 벌써 어둠이 짙게 깔리기 시작했죠.
이건 전망대의 반대편에서 찍은 사진인데 아마도 시드니 서쪽의 모습인 것 같습니다. 해가 넘어갔다고는 해도 아직 밝아서 조명을 환하게 켜지는 않았죠. 멀리 보이는 저녁놀의 모습이 장관이네요.
역시 위의 사진과 비슷한 앵글에서 본 시드니 시내입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자 시내 곳곳에 조명이 켜지고 어둠이 내립니다.
가이드에게 들은 말로는 해가 지고 어두워진 이후에 보이는 야경이 더 근사하다는데 해가 지고 나서는 유리창에 실내 조명이 반사되어 사진을 찍을 수가 없더군요. 그래서 7시 30분 쯤에 철수했습니다.
시드니 타워에서 Cokle Bay 쪽으로 내려와 정리 미팅을 하면서 가볍게 한 잔 하기로 했습니다. 이른 저녁이기는 하지만 선셋 크루즈를 하면서 밥은 먹었으니까요. 어디에서든 항구에서 보는 야경은 근사하죠. 이런 야경을 보면서 한 잔 하면 술맛도 좋을 것 같지 않습니까? ^^
이 날 한 잔 하러 들른 레스토랑 겸 바입니다. 사람들은 자기 취향대로 맥주나 와인을 주문했고 저는 뭔가 색다른 걸 마셔보고 싶어서 코코넛 모히토(16.5불)를 시켰죠.
코코넛이 민트의 강한 향을 잘 잡아줘서 맛있게 마셨지만 양이 좀 적은 게 흠이네요. 안주로는 웨지 감자와 샐러드를 시켰습니다. 이 날 회식은 상사님이 쏘셨는데요~~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시드니의 살인물가를 생각하면 "It's on me"를 외치는 데 주저하지 않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감사히 잘 먹었습니다.
기분좋게 마시고 돌아와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내일은 업무 일정이 오후에 잡혀 있어 오전 시간이 비는데 각자 하고 싶은 걸 자유롭게 하기로 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아쿠아리움과 동물원에 간다고 했지만 저는 비건이라 거기는 안 갈거라서 그냥 호텔에서 푹 쉬기로 했습니다. 개인적인 여행이었다면 시간이 아까워서 어떻게든 일정을 집어 넣었겠지만 명색이 출장인데 밀린 잠도 자면서 체력을 회복하기로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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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4시쯤 시드니로 돌아와 업무 모드로 전환한 뒤 시내에 있는 벤치마킹하기 위해 몇 군데 TAB을 더 들렀습니다. TAB은 우리나라로 치자면 거의 복권방 수준으로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더군요. 규모가 큰 TAB은 슬럿머신까지 갖추고 있고 아주 작은 곳은 그야말로 발매 창구 하나만 달랑 있기도 합니다. 그래도 규모와 상관없이 대부분 bar나 pub과 연결되어 있어서 도박을 즐기다가 언제든 술을 마시러 갈 수 있는 편이성이 있습니다.
특이한 건 발매 창구에서 일하는 분들이 대부분 호호 할머니들이라는 거. 노년층 일자리로 많이 활용하는 것 같았습니다.
어디서나 그렇지만
시내 어느 TAB에서든 실내는 촬영 금지입니다. 벽에 붙은 포스터를 찍으려고 했는데도 제지하더군요.
도박 중독 치료와 관련된 리플릿은 어디나 있기는 하지만 꼼꼼히 리필하는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간혹 무슬림, 베트남 등 다양한 민족 사람들을 위한 치료 서비스 전화 번호를 적어놓은 맞춤형 리플릿도 봤는데 다문화 사회로 가고 있는 우리나라도 미리 대비해야 할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후 5시에 떠나는 선셋 크루즈 시간에 맞춰 항구에 도착했습니다. 며칠 되지 않았지만 시드니는 정말 공기가 맑아요. 가이드는 호주가 물부족 국가로 분류될 만큼 건조하다고 하지만 그건 진짜 건조한 나라에 안 가봐서 그렇죠. 진짜 건조한 나라에서는 코를 풀다 상처가 날 수도 있거든요. 코딱지가 뭉쳐서 딱딱해지기 때문에 너무 센 압력으로 코를 풀면 점막에 상처가 나 코피를 흘릴 수 있습니다. 사실입니다. 제가 실제로 경험한 일이거든요;;;;;
부녀가 산책 중에 선착장의 갈매기들에게 먹이를 주는 흐뭇한 풍경도 볼 수 있었습니다. 갈매기들이 우악스럽게 서로 다투지 않고 나름 질서를 지키는 게 인상적이네요.
겉에서 볼 때는 나름 고풍스럽게 보이는 크루즈 쉽입니다만 내부는 제가 기대하는 것과 좀 달랐습니다.
내부는 이렇게 생겼죠. 우리 일행이 제일 먼저 들어갔더니 가장 안쪽에 세팅된 자리로 안내받았습니다. 사이드 출입구가 가까워서 갑판으로 나가기 쉽더군요. 편리하게 들락날락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손님은 거의 중국인과 한국인 단체 관광객들인데 나중에 보니 선주가 동양인인 것 같더군요.
이즈음의 시드니는 해가 저녁 7시 쯤 지는데 저희가 이용한 선셋 크루즈 코스는 5시에 출항해서 1시간 동안 둘러보고 6시에 다시 선착장으로 돌아오는 거라서 근사한 일몰을 볼 수는 없습니다. 예약한 사람 말로는 그래서 티켓값이 좀 싸다고(그래봤자 1인 당 5만 원;;;). 이 다음인 6시에 출발해서 7시에 돌아오는 코스가 제일 비싸다고 하네요.
위의 사진은 하버 브릿지입니다. 가까이서 보니까 철제 다리의 육중함이 멋지네요.
곧바로 오페라 하우스가 눈에 들어옵니다. 바다에서 보는 오페라 하우스는 또 다른 멋이 있네요. 각도가 달라지니 보이는 면이 달라져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절정 우아미를 자랑하는 오페라 하우스도 정면에서 보니 영 볼품이 없네요. 매드맥스 시리즈의 폭주족이나 글래디에이터의 검투사가 쓴 투구를 연상케합니다;;;;
시드니 시내의 스카이라인이 한 눈에 들어오네요. 평범해 보이지만 균형미가 있어서 해가 진 뒤의 야경도 근사할 것 같습니다.
등대인지 초소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애매하게 생긴 구조물이네요. 저 뒤쪽에 정박한 군함이 더 인상적입니다.
저녁 식사로 먹은 건 처음에 세팅되어 있던 샐러드, 스테이크, 케잌 순으로 이어지는 코스 요리로 커피는 셀프 서비스였습니다. 음식은 아주 별로였고 특히 메인 요리인 스테이크는 너무 질겨서 다 먹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저야 통과했지만 먹어본 동료들은 다들 맛이 없었다고 하네요. 그냥 배고파서 먹었을 뿐이라고.....
30분 정도 가다 반환점을 돌아 다시 올라갑니다. 오페라 하우스 반대편은 높은 건물이 별로 없는 걸로 보아 주거지역인 것 같습니다.
물길이 다른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 사람들은 갈 때와 올 때 모두 배의 오른쪽에 몰려 있습니다. 그래야 다른 풍광을 볼 수 있으니까요. 갈 때는 시드니 도심의 스카이 라인과 오페라 하우스를, 올 때는 주거 지역과 하버 브릿지를 집중적으로 감상합니다.
1시간 남짓의 짧은 코스지만 항구에서 출발하여 하버 브릿지를 통과한 뒤 오페라 하우스 앞을 지나 돌아오는 코스이기 때문에 예전에 세계 3대 미항으로 꼽혔던 시드니 항구의 아름다움을 가감없이 맛볼 수 있는 코스이죠.
가격도 만만치 않고 음식도 별로지만 풍광만으로도 한번 정도는 해 볼 가치가 있는 크루즈 투어입니다.
오페라 하우스 반대편의 모습인데요. 공공 건물인지 어느 부호의 개인 저택인지 모르겠지만 멋지네요. 자체 선착장도 보유하고 있더라고요. 저기서 산다면 매일 아침마다 파도소리를 들으며 오페라 하우스를 감상하는 맛이 각별하겠는데요.
하버 브릿지는 가까이서 보니 콘크리트 교각이 철제 다리를 떠받치고 있는 모양인데 독특함이 좋습니다.
해가 슬슬 지평선에 걸리는 것 같은데 저녁놀을 배경으로 다리를 보면 더욱 운치가 있을 것 같습니다.
하버 브릿지를 지나 선착장으로 향합니다. 신선한 바람과 따사로운 저녁 햇볕을 맞으며 크루즈 쉽의 상갑판에서 보낸 행복한 1시간이 아쉽게 끝나갑니다.
저는 참 좋았는데 역시나 이심전심이었는지 함께 간 동료도 돈값했다고 극찬하네요.
선착장으로 돌아오니 거의 6시가 다 된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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