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차 설계 계획안'을 받은 지 한 달 정도 지난 4월 24일에 9차 설계 계획안이 도착했습니다. 4월 1일에 대면 미팅을 하면서 이야기가 나왔던 여러 가지 내용을 반영하느라 시간이 좀 걸린 것 같은데 대충 보니 설계안이 업데이트되는데 평균 한 달 정도 걸리는 것 같습니다.
지난 설계안에 비해 가장 많이 변경된 건 옹벽이 모두 석축으로 변경된 겁니다. 분양 시행사에 문의해 보니 단지 내 필지 간 경계는 석축을 쌓아서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만드는 게 불문율이라고 합니다. 공사비도 시행사에서 부담하고요. 저희도 옹벽은 부자연스럽고 인공미가 너무 강해서 석축으로 했으면 했는데 잘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참에 아예 건물 내부의 북쪽 경사면도 모두 석축으로 변경했습니다.
석축이 더 자연스럽기는 하지만 대신 경사도 때문에 건물이 남서쪽으로 1.3m 정도 이동하게 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뒷마당 공간은 더 확보할 수 있게 되었지만 대신 2층의 북서쪽 후정 면적이 좀 들어들었기 때문에 조경의 중요성이 더 커졌습니다.
1층 목공방은 동선에 맞춰 기계들을 배치하고 집진실 위치를 정했습니다. 탕비실과 화장실을 분리하여 관리는 용이해졌는데 세척실은 불필요한데다 공간을 너무 많이 잡아먹기에 배치를 다시 해서 차라리 창고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동선을 다시 짜달라고 요청드렸습니다.
원래 1층은 패시브 하우스가 아니기에 먼지 집진 시스템에만 신경을 쓰고 공기 청정기를 따로 두려고 했는데 2층의 열회수환기장치를 시공하는 업체에서 내부 순환 구조로 구축이 가능하다고 해서 설계에 들어갔습니다.
2층은 4월 초 미팅에서 현관이 너무 좁다는 건축사님의 의견을 받아들여 폭을 30cm 키웠더니 서재 공간이 조금 작아졌습니다. 그래도 지금 사무실로 쓰고 있는 서재보다는 훨씬 넓으니 괜찮습니다. 그리고 제게는 가로세로 2m가 넘는 전창이 있으니까요!!
열회수 환기 장치 때문에 창문으로 환기를 할 일이 없기에 안방 베란다로 나가는 창을 제외하고는 모두 픽스창으로 변경했습니다. 창호 비용을 조금은 절감할 수 있겠네요. 픽스창과 열리는 창호의 가격 차이가 크거든요.
안방과 거실 중간에 있는 다용도실은 원래 출입구가 2개였습니다만 팬트리 공간을 좀 더 확보하기 위해 화장실쪽에서 접근하는 문은 없애고 그 부분을 욕실 수납 공간으로 만들었습니다.
욕실은 조적 욕조를 넣을 생각인데 유리벽을 세워 건식 화장실 공간과 나누는 디테일을 제안받았습니다. 이건 인테리어 설계 때 다시 논의할 예정이고요.
침실은 베란다 쪽 뷰를 최대한 이용하도록 탁자를 배치하는 등 레이아웃을 조금 더 다듬었습니다.
주방은 아일랜드 식탁에 식기세척기, 인덕션, 식기 수납을 모두 할 수 있도록 사이즈를 변경했습니다. 이번 설계안부터는 정확한 크기를 계산할 수 있도록 1/100 도면으로 보내달라고 해서 받았는데 아무리 봐도 아일랜드 식탁 크기가 4미터인 것 같아서 이것도 인테리어 설계 때 다시 의논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저희는 3.6m 정도 생각하고 있었는데 굳이 4미터나 될 필요가 있는지 건축사님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할 것 같거든요.
이번 설계안부터는 수치가 들어간 도면을 함께 보내주셔서 대략적인 크기를 짐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2층의 거실 창은 원래 하나의 큰 전창이었는데 구조 상 가운데 프레임이 들어가야 한다고 해서 높이 1,95m 높이에 하나는 3미터, 다른 하나는 3.75미터인 두 개의 큰 창으로 나누었습니다. 대신 프레임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얇게 만들었습니다. 서재창은 높이 2.24미터에 너비 2.3미터 전창이 들어가고요.
우측면도에는 튀어나온 베란다와 안방의 동쪽 픽스 액자창이 보이는데 서쪽 현관으로 들어오면 집의 반대쪽 끝인 동쪽에도 바깥 전망이 보이도록 액자창을 넣기를 원했습니다. 높이 1.8미터에 폭 90cm의 창이니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2배 이상 큰 창이 되었습니다. 개방감 하나는 최고일 것 같습니다.
처음 수치가 빠진 배면도에서 봤을 땐 북쪽 고창이 너무 작은 게 아닌가 싶었는데 높이 1,2미터에 너비 2.7미터 창인 걸 보니 생각보다 작지 않겠더라고요. 역시 수치가 들어가야 실감이 나는 것 같습니다. 이번 배면도에서 특이한 건 베란다가 옆으로 튀어나와서 복쪽을 볼 수 있게 뚫려 있는 부분인데 이건 3D 스케치에서 다시 보여드리겠습니다.
서쪽 입구에서 보면 베란다를 뺀 집의 너비는 대략 6.2미터가 되는 것 같고 베란다까지 계산하면 7.7미터가 될 것 같습니다. 원래 저희가 생각했던 너비는 대략 6.5미터이니 비슷한 것 같기는 한데 실제 공간 너비가 얼마나 될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직 실감이 나지는 않네요.
건축사님이 제안하신 최종 디자인입니다. 1층의 공방과 2층의 살림집을 2층의 돌출 베란다가 결합하는 방식의 구조입니다. 유리 대신 루버 난간으로 통풍과 개방감을 유지하면서 동쪽으로 더 많이 돌출된 형태라서 베란다가 굉장히 넓어졌습니다.
남쪽에 면한 창은 모두 외부 전동 차양이 설치되었고 프레임을 고려하여 창의 크기가 다시 조정되었습니다.
베란다가 동쪽으로 많이 돌출되어 베란다에서 집의 북쪽을 직접 볼 수 있는 구조입니다. 작은 탁자와 의자를 놓고 앉으면 남쪽과 북쪽을 관통하는 바람길 한가운데 앉아있게 되어 시원할 것 같습니다.
옹벽을 모두 석축으로 바꾸니 훨씬 인공미가 덜 한 것 같습니다. 옹벽보다는 석축을 쌓는 비용이 저렴하다고 하니 여기서도 비용을 조금은 아낄 수 있겠네요.
제일 염려하는 후정 공간입니다. 택배, 카트, 휠체어 이용을 위해 경사로 램프를 설치하는 것 때문에 공간을 많이 잡아먹었는데 석축으로 변경하는 것 때문에 건물을 서쪽으로 이동시켰더니 후정 공간이 더 줄어들 것 같습니다. 어떻게든 조경으로 커버를 해야겠지요.
5월 중에는 건축 허가 신청이 들어가야 하고 그 전에 입주자 협의회의 사전 승인도 받아야 하니 빨리 확정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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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31일에 6차 설계 계획안이 도착했습니다.
5차 설계 계획안에서 마당의 바닥재로 쇄석을 제안해 주셔서 차도용 보도블럭이 어떤지 비교를 요청드렸는데 아래와 같은 비교안을 보내주셨습니다.
고압블록이 쇄석에 비해 단가가 딱 3배 정도 비싸네요. 가격만 보면 쇄석이 압승이지만 캠핑장 같은 야외 공간이 아닌 주택인데 차나 사람이 드나들 때마다 버적버적 소리가 나는 건 정말 싫어서 다른 바닥 마감재도 알아는 보겠지만 아무리 저렴해도 쇄석은 깔지 않을 것 같습니다. 어쨌든 마당 바닥재로 1천 만원 정도 비용이 든다는 건 알게 되었습니다.
1층 경사지 텃밭과 윗마당의 후정에서 사용할 외부 수전을 만들 때 가능하면 허리를 굽히지 않고 사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더니 다음과 같은 입식 외부 수전을 제안해 주셨습니다.
당연히 왼쪽의 수전이 더 편리하겠지만 공간을 많이 차지할테고 설치 비용도 올라갈테니 조금 더 고민해보기로 했습니다. 어쨌든 원하면 설치가 가능하기는 하네요.
서재와 다용도실의 문 중 하나를 미닫이문으로 변경했습니다. 거실 전창은 여전히 450mm 높이로 설치하는 것이 안정감이 있다고 강력 추천하셔서 계속 고민 중입니다. 인테리어 설계팀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욕실용으로 온풍 드라이 사용이 가능한 복합 환풍기를 설치하면 패시브 하우스의 열회수환기장치의 풍압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 지 조언을 요청드렸는데 사용이 가능하다는 답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스피커, 무드 조명 등은 전혀 쓸 데 없는 기능인데 단순히 온풍 드라이 기능 하나를 위해 12배나 비싼 제품을 써야 할 지에 대해서 회의적이라서 과연 복합 환풍기를 적용하게 될 지는 모르겠습니다.
1층에 목공방이 들어가니 주택과 근린생활시설 중 어느 것으로 허가를 내는 게 유리할 지 의견도 주셨는데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기는 하겠지만 아무래도 1층 공방의 전기 사용량이 많을 것 같아 장기적으로 볼 때 전기세를 많이 절약할 수 있을 것 같으니 근생으로 허가를 받는 것을 추천하네요. 전기세는 절약할 수 있지만 주택에 비해 취득세를 많게는 3.5%, 최소 1.6% 이상 더 내야 하니 초기에 들어가야 하는 비용이 적지 않습니다. 이 부분도 좀 더 고민을 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제 기획 설계 단계의 막바지에 이르렀습니다. 이제 인테리어 설계에 들어가도 된다고 하니 올해 1/4분기 안식주 기간 동안에 인테리어 컨셉을 정리하여 미리 알아둔 업체에 contact 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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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설계 계획안을 받았습니다' 포스팅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공방 면적 부족과 경사로 문제에 대해 건축사무소에 의견을 냈고 열흘 정도 지난 8월 8일에 2차 설계 계획안을 받았습니다.
1차 계획안과 크게 달라진 점은 경사로가 설치되는 바람에 2층으로 올라오는 외부 계단의 위치가 건물 뒷쪽에서 앞쪽으로 변경된 점과 높이 정보가 추가되었다는 겁니다. 공방 면적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주차장 면적이 많이 줄어서 오히려 건폐율은 17.51%에서 16.81%로 낮아졌습니다.
1층은 구조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가운데 다목적 마당을 중심으로 둘로 나뉜 공간에서 원룸 구조의 목공방이 대부분의 공간을 차지하고 구석에 기계실과 탕비실이 배치되는 구조가 되었습니다. 주차 공간은 북동쪽 필로티에 만들었습니다. 목공방의 면적이 늘어나면서 내부에 있던 창고 2개가 없어졌기 때문에 아무래도 필로티 바깥쪽의 다목적 마당에 별도의 면적을 확보해서 외부 창고를 만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살림집인 2층은 큰 변화가 없지만 현관 앞에 기존의 계단과 별도로 경사로 램프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경사도가 12%로 휠체어로 올라가는 건 불가능하고 겨우 카트를 끌고 올라갈 수 있는 수준이라서 다시 수정을 요청드렸습니다. Fire Pit 공간으로 사용할 뒷마당 공간이 많이 줄어든 것도 마음에 안 드네요. 침실 밖의 발코니 공간의 면적이 조금 줄어든 것도 아쉬운 점이기는 합니다만 그건 그런대로 괜찮습니다.
2차 계획안을 토대로 화상 미팅을 했는데 정확한 현황 측량 결과가 아직 없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가안에 불과하다고 하시네요. 측량 결과에 따라 구조가 완전히 바뀔 수도 있으니 대략적인 컨셉의 관점에서 봐 달라고 합니다.
그래서 조만간 분양 시행사, 건축사무소, 측량사무소 측과 함께 자리를 마련해 현황 측량과 이후 일정에 대해 상의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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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제가 짓고 싶은 집 설계 계약을 했습니다' 포스팅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계약 후 그동안 제가 원하는 집에 대해 정리해 둔 보고서(?)를 건축사 사무소로 보냈습니다. 제가 원하는 집의 컨셉, 평소 삶의 패턴, 구조와 인테리어, 조경과 태양광 및 패시브 하우스 등 원하는 것을 정리한 내용을 관련된 사진 자료까지 첨부하여 보고서를 만들어 두었는데 A4 용지로 대략 23페이지 정도 분량이 나오더군요. PDF 파일로 변환하여 보냈습니다.
사실 이것도 따로 포스팅을 하려고 했는데 너무 private한 내용이 많아 남부끄러워서 도저히 못하겠네요. 그래도 평소 꼼꼼히 정리해 두었더니 설계를 맡은 소장님께 큰 도움이 되었다는 칭찬을 들었네요. 예비 건축주들은 평소에 틈틈이 정리를 해 두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7월 11일에 계약을 하고 7월 28일에 첫 계획안을 받았으니 17일 만입니다. 건축 설계라고는 평생 처음이니 이게 통상적인 속도인 건지 빠른 것인지 저는 잘 모르겠네요.
4페이지로 구성된 평면도와 계획안에 대한 설명서 파일을 따로 받았습니다.
1페이지는 제가 산 필지의 주변 현황도입니다. 1/400 scale입니다. 분양 시행사와 계약된 토목 회사에서 제공받은 수치 지적도 기준으로 작성한 것이라 현황 측량 후 바뀔 수 있다고 합니다. 대충 봐도 북서쪽 경사가 굉장히 가파른 걸 알 수 있습니다.
건물 배치도입니다. 북서쪽 경사가 너무 가파르기 때문에 건물을 정남향이 아닌 동남향으로 배치했습니다. 패시브 하우스로 짓기 위해서는 최대한 단순한 모양을 하는 것이 좋은데 거의 직사각형 모양입니다. 마음에 듭니다.
철근 콘크리트 구조로 된 1층 공방입니다. 가운데 부분이 필로티 구조로 비어 있어 다목적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아래쪽이 창고 2개와 지하 주차장입니다. 위쪽이 공방이고 여기에 기계실과 공방의 탕비실이 포함됩니다. 옹벽으로 되어 있는 뒤쪽으로 2층인 집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만들었습니다. 텃밭은 1층에 있고 정원은 옹벽 위에 올려서 2층에서 접근하게 입체적으로 구성했습니다. 하지만 공방 면적이 최소 20평이 넘어야했기에 이 계획안은 받아들일 수가 없어서 1층은 전면 수정을 요구하게 되었습니다.
2층은 목구조 건물로 서남쪽의 진입로로 현관에 접근하게 됩니다. 현관 앞에 주차 공간을 만들었고요. 60평 기준으로 주차 대수를 2대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1개는 1층 지하로, 나머지 1개는 현관 앞 옥외 주차 공간으로 구성했습니다. 처마가 있는 포치를 두어 택배를 젖지 않게 쌓아둘 수 있게 구성하였고 도로에서 현관이 보이지 않도록 해 privacy를 지켜줍니다.
문으로 들어가면 바로 옆 오른쪽에 서재가 있고 중문을 지나면 곧바로 넓게 개방된 거실을 만나게 됩니다. 남동쪽과 북서쪽으로 마주보는 거대한 통창을 구성하였고 대면형 주방을 중심으로 왼쪽 복도는 침실로, 오른쪽 복도는 욕실로 연결됩니다. 화장실은 기본적으로 건식으로 구성하고 조적 욕조로 욕실을 따로 만들고 창을 통해 외부 테라스의 풍경을 보면서 샤워를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드레스룸을 만드는 대신 침실을 넓게 구성하고 한쪽벽을 모두 붙박이장으로 구성하여 수납 공간을 확보하였습니다. 침실에서 밖으로 나갈 수 있는 베란다 공간이 있는 것이 마음에 드네요.
전반적인 레이아웃은 마음에 쏙 들었으나 공방 면적이 턱없이 부족한 것과 집에 들어갈 때 계단으로만 올라가야 해서 휠체어 진입이 안 된다는 점을 수정해 달라고 요청드렸습니다. 아무리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을 해도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는데 제가 요청한 대부분의 내용을 기가 막히게 반영했네요. 역시 전문가는 다르다는 걸 느꼈습니다.
수정안이 나오면 다시 포스팅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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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림이앤씨건축사 사무소는 현재 한국패시브건축협회장을 맡고 계시고 협회 공식 채널인
'유튜브 피코네'를 통해 패시브 건축과 건강한 집짓기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최정만 소장님이 이끌고 계십니다.
지지난 주에 1차 미팅을 하고 지난 주에 계약서를 썼는데 두 번 다 비가 억수같이 오는 날이어서 초보인 제가 빗길을 운전해서 다녀오느라고 고생 좀 했네요.
1차 미팅 전에 그동안 제가 원하는 집의 컨셉을 정리한 PDF 파일을 보내드렸고 그걸 토대로 1차 미팅을 하면서 궁금한 점을 서로 물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저는 건축주 입장에서 제가 생각하는 집의 대략적인 건축비, 설계비와 감리비, 앞으로의 진행 과정, 인테리어 설계를 구조 설계와 분리해서 진행해도 되는지의 여부 등에 대해 질문했고 최정만 소장님은 땅을 구매하게 된 과정, 제가 생각하는 집의 컨셉에 대해 궁금해 하셨습니다.
팬데믹을 거치면서 건축 자재비가 1차로 올랐고 그 다음에는 인플레이션 여파로 인건비가 올랐는데 패시브 하우스 건축비는 일반 건축비에 비해 보통 20% 이상 더 비쌉니다. 열회수환기장치와 전동 블라인드, 태양광 설비, 기밀 작업, 패시브 인증 등이 추가되기 때문에 최근에는 최소 평당 1천 만원부터 시작해서 흔히 이야기하는 호텔 인테리어까지 하면 평당 1,500만 원을 넘기도 합니다.
설계비는 제가 예상했던대로 총 건축비의 10%였습니다. 흔히 이야기하는 수 백만 원짜리 허가방 도면만 알던 사람이라면 대부분 총액을 들었을 때 깜짝 놀랄 액수입니다. 하지만 저는 집을 짓는데 가장 중요한 게 제대로 된 도면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습니다. 하자 없는 집, 관리가 편한 집, 쾌적하고 살기 좋은 집을 짓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 장치라고 생각하거든요.
감리 계약은 나중에 별도로 하는데 건축하는 지역 감리업체의 경우 감리비는 1천~1천 2백 만원 정도이고 자림은 1.5~2배 정도 금액입니다. 설계비는 예상했지만 감리비는 이 정도 수준인지 전혀 몰랐기 때문에 예상하지 못했던 추가 비용이 들어가게 될 것 같습니다.
미팅에 함께 참여했던 예종경 소장님이 저희 집 설계를 전담하시고 최정만 소장님이 백업하신다고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최정만 소장님은 웃음도 많고 사람을 편하게 하시는 분인데 반해 예종경 소장님은 상대적으로 말수가 적은 대신 기술적인 부분과 관련된 질문을 꼼꼼하게 하는 분이더군요. 분위기가 대조적이면서도 두 분 다 신뢰가 가는 느낌이었습니다.
1차 미팅을 마친 후 며칠이 지나 설계 표준 가계약서와 대략적인 설계 일정표를 받았습니다. 제가 처음 예상했을 때는 2025년 9월에 착공하는 것이었는데 1층 공방이 철근 콘크리트 구조이고 2층 살림집이 목구조라서 3월에는 착공을 해야 한다고 하네요. 그래서 일정이 조금씩 당겨졌습니다.
1차 미팅 후 일주일이 지나 정식 계약을 했습니다. 설계 기간만 7개월 예상, 내년 초에 형질 변경과 토목 공사, 건축 허가 신청을 하고 2023년 3월에 착공하는 걸로 예정하고 있습니다.
제가 구매한 대지가 경사가 꽤 있어 도로 레벨과 토목 공사 수준을 상의해야 해서 토지 분양 시행사와 자림 사무소를 연결해 주었고 가안이 나온 이후에 3자 미팅을 하기로 했습니다. 아마도 다음 주나 다다음 주에 하게 될 것 같습니다.
2025년 3월에 착공을 해야 한다고 해서 마음이 좀 급해졌습니다. 제가 마음에 두고 있는 시공사 대표에게 연락을 해보았는데 다행히 2025년 상반기 일정은 비어 있다고 해서 제가 찜하겠다고 언질을 드렸습니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1차 계약금을 보내고 나니 '루비콘강을 건넜다'는 실감이 나네요.
앞으로 진행 사항에 대해서도 새로운 일이 생길 때마다 정리를 해 두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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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짓고 싶은 집은 1층은 목공방, 2층은 살림집으로 꾸밀 예정인데 경사지를 이용해 하나의 건물이면서 각기 독립된 구조가 연결된 형태를 고려하고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 월간 전원속의 내집(무주 오연재)
이 집은 무주에 있는 오연재인데 제가 생각하는 집의 구성과 가장 비슷합니다. 물론 평지붕, 1층을 땅에 묻는 것 등은 하지 않을 예정이라 차이는 좀 있지만요. 건물은 붙어 있지만 1층 목공방과 2층 살림집은 완전히 분리되어 있고 2층의 살림집은 패시브 하우스로 지을 예정입니다.
현재 고려하고 있는 집의 크기는 목공방 30평, 살림집은 주차장 포함 35평인데 설계를 하면서 변경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제가 시공을 맡기고 싶은 시공사가 종합건설 면허가 없는 업체이기 때문에 60평을 초과할 수 없거든요. 그래서 건축 면적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습니다.
살림집의 구조를 고민할 때 이거다 하고 무릎을 탁 치게 만든 집이 있었습니다. 바로 미국 콜로라도에서 활동하는 건축가 Renee del Gaudio의 'Big Cabin / Little Cabin'이었습니다. 두 동으로 구성된 건물인데 Big Cabin의 구조가 제가 원하는 딱 그거였습니다.
이 분이 Renee del Gaudio입니다.
Big Cabin의 평면도입니다.
1. Living
2. Dining
3. Kitchen
4. Pantry
5. GYM
6. Guest Bath
7. Master Bath
8. Master Bedroom
9. Porch
5번과 6번을 합쳐 드레스룸으로 만들고 7번 위쪽으로 제 사무실 공간을 붙여서 화장실을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바꿀 생각인데 그걸 빼면 제가 평소에 생각해 오던 구조와 거의 일치합니다.
Big Cabin의 Dining table에서 거실 쪽을 바라본 모습입니다. 저희 집은 동쪽이 되겠지요. 제가 지을 집은 오른쪽이 남쪽이라서 Big Cabin과 통창의 방향이 반대가 될 것 같습니다. 저는 패시브 하우스를 지을 것이기 때문에 벽난로는 놓지 않을 예정이고 쇼파와 대형 TV도 없으니 최대한 큰 창과 윈도우 시트를 배치해서 거실을 최대한 넓게 사용할 예정입니다. 한 쪽 창에는 고양이들을 위한 대형 캣타워와 캣워크를 설치하려고 합니다. 그러니까 북쪽이 벽으로 막히고 동쪽과 남쪽은 최대한 큰 창으로 햇빛을 받아들이도록 구성할 예정입니다.
Big Cabin은 콜로라도의 건조한 사막 지역에 건설되었기에 통창을 이렇게 열 수 있지만 패시브 하우스는 그렇게 안 하는 게 좋습니다. 통창이기는 하지만 픽스창으로 할 예정입니다. 지붕은 당연히 경사 지붕이고요. 우리나라에서 평지붕은 안 하는 게 좋습니다. 방수 문제도 있고 적설량도 많기 때문에 하자가 많이 발생하니까요.
거실에서 다이닝 섹션을 바라본 모습입니다. 천장에 실링팬을 달 예정이지만 다락방은 만들지 않을 예정입니다. 공간 욕심을 내 봤자 창고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고 나이 들어서 사다리나 계단을 오르내리는 건 힘들기도 하고 다칠 수도 있으니까요.
Big Cabin의 키친은 거의 펜션 수준의 심플한 스타일인데 저는 벽면을 모두 막아서 냉장고, 김치냉장고와 수납 공간을 만들 예정입니다.
가운데에 대형 아일랜드 식탁이 자리잡고 있어서 부엌일을 하면서 거실 전경과 동쪽의 통창을 통해 확 트인 전망을 볼 수 있습니다. 양쪽으로 복도가 팬트리, 침실, 사무실을 연결합니다. 모든 공간은 단차 없이 만들어 로봇 청소기로만 청소할 수 있도록 구성하고 문의 숫자는 최소화하고 만들더라도 모두 미닫이 문으로만 달아서 평소에는 모두 열어두어 통풍이 잘 되도록 할 예정입니다.
Big Cabin은 키친을 중심으로 양쪽에 복도가 있는데 저는 한 쪽을 막고 한 쪽 복도를 넓혀서 갤러리처럼 구성할 생각도 있습니다.
침실은 최대한 작고 조용하게 꾸미려고 합니다. Big Cabin은 통창으로 바깥과 거의 연결되다시피 하지만 제가 지으려는 집의 침실은 서쪽에 위치하고 있어 통창을 내면 여름철에 너무 덥습니다. 그래서 창은 작게 내고 대신 바깥에 데크를 만들어서 휴식 공간을 따로 꾸미고 침실은 그야말로 수면을 위한 공간으로만 활용할 생각입니다.
Big Cabin의 화장실은 침실과 하나로 붙어 있습니다. 일종의 리조트 스타일이죠. 하지만 저는 욕실과 화장실은 좀 더 크게 별도의 공간으로 분리해서 만들겁니다. 조적 욕조를 만들어서 샤워 부스와 통합하고 나머지 공간은 건식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욕실에 세탁기와 건조기를 둘 거라서 옷을 벗어서 세탁기에 넣고 샤워를 한 뒤 연결된 드레스룸에서 옷을 입을 수 있도록 동선을 짤 예정입니다.
Renee del Gaoudio의 Big Cabin은 간결한 디자인에 나무를 많이 사용한 점, 턱 없이 하나의 공간으로 연결한 점, 문이 거의 없는 점, 다이닝과 키친, 거실을 하나의 공간으로 구성한 점 등 아이디어를 많이 주었습니다. 물론 실제 설계가 들어가면 우리나라 환경과 상황에 맞게 많은 것이 바뀌겠지만 처음 Big Cabin을 봤을 때는 그대로 모방해서 설계하고 싶을 정도로 마음에 쏙 들었네요.
아파트 구조도 싫었지만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위와 같은 전원주택 구조는 미안하지만 정말 질색이었거든요. 앞으로 좀 더 다듬어야겠지만 최대한 지금 생각하고 있는 구조에서 많이 벗어나지 않도록 설계를 부탁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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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지을 땅을 구했다면 이제 설계를 해야겠지요.
본인이 건축가가 아닌 이상 당연히 자신의 집을 설계할 건축사를 찾아 계약을 해야합니다. 원래 제대로 된 설계를 했다면 세부 공정 과정이 빼곡하게 적힌 최소 수십 페이지 분량의 설계 도면(거의 책 수준)이 나와야 하는데 슬프게도 현재 우리나라에서 단독 주택을 짓는 건축주의 99% 이상이 제대로 된 설계를 하지 않습니다.
보통은 몇 백만 원 수준의 대략적인 설계만을 의뢰하는데 이는 흔히 허가방 도면으로 불리는 설계도로 너무나 당연하게도 이 설계도로는 제대로 된 집을 지을 수 없으며, 세부 공정이 생략되어 있으니 시공사에서는 그냥 자신들이 짓던 노하우대로 짐작해서 지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러니 하자가 생길 수 밖에 없으며 설사 비교적 집 짓는 노하우가 있는 시공사에서 지었다고 해도 흔히 이야기하는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워서 난방비 폭탄을 맞게 되며 금방 물이 새고 곰팡이가 피는 단독 주택이 되는 겁니다.
반대로 설계를 제대로 하면 집을 짓는 모든 과정과 자재의 스펙(제대로 된 설계도에는 스펙북이 딸려 나옵니다)까지 모두 미리 정해져 있기 때문에 시공사는 설계도대로만 지으면 됩니다.
설계를 제대로 한다는 건 예상 건축비의 최소 10%를 설계에 투자한다는 걸 의미합니다. 만약 총 건축비가 5억 원이라면 최소 5천 만원을 설계비에 사용한다는 말인데 언뜻 보면 엄청난 액수같지만 이걸 아끼려고 허가방 도면을 사용하겠다고 결심하는 순간 제대로 된 집짓기는 물 건너 갔다고 보면 됩니다.
제대로 된 건축사를 찾으려고 검색하다 패시브 하우스(
한국패시브건축협회)를 알게 되었습니다. 패시브 하우스는 외부 에너지를 능동적으로 끌어다 쓰는 액티브 하우스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집 안의 에너지를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게 최대한 차단함으로써 외부 에너지를 최소로 사용하여 실내 온도와 공기질을 적정하게 유지하는 집을 말합니다. 이를 위해 다섯 가지 핵심 조건이 요구되는데 '고단열', '고기밀', '고성능 창호', '열교환환기', '열교없는 디테일'이 그것입니다. 그 밖에 겨울철 일사 에너지 확보를 위한 큰 남향창 설치나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 사용을 권장하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난방비 폭탄 걱정을 할 필요 없는 제대로 된 집짓기를 위해 검색을 시작했는데 공부를 하면 할수록 패시브 하우스가 아닌 집은 사실 상 집이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그래서 초기 건축비가 더 들더라도 패시브 하우스로 지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국내 건축사 중에 단독 주택 설계를 주로 하는 분의 수가 너무 적은데다 더더욱 패시브 하우스 설계를 하는 분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습니다. 최종적으로 현재 한국패시브건축협회장을 맡고 계신 최정만 소장님(
자림이앤씨건축사무소)께 설계를 맡기기로 결정했습니다. 작년에 한번 contact을 하기는 했는데 그동안 60권 정도의 국내 건축 관련 책을 읽으면서 제가 원하는 집의 컨셉을 정리했고 대략적인 구조도도 그렸으니 몇 개월 동안 다시 정리해서 내년 봄에 설계를 의뢰하려고 합니다.
일단 내년 중에 설계도가 나오면 분양사에 넘겨서 형질 변경, 토목 공사, 건축 허가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미 패시브 하우스 건축을 위한 시공사와 인테리어 전문 회사와도 이메일로 contact을 해 둔 상태인데 설계도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변동이 있을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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