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을 받으러 온 내담자의 심리평가 결과를 보면 TCI 자율성 점수가 낮은 걸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자율성, 연대감이 성격 미발달 상태를 반영하고 특히 자율성의 설명력이 높기 때문입니다. 성격 미발달 문제가 기저에 깔려 있는 내담자일수록 단기 상담으로 접근하는 건 어렵습니다. 그런데 자율성이 낮은 내담자의 수가 워낙 많기 때문에 제가 우리나라에서는 단기 상담이 그리 효과적이지 않다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오늘의 주제로 돌아가면 대학교의 학생상담센터를 방문하는 학생들을 평가하면 특이하게도 명문대에 재학 중인 학생일수록 TCI의 책임감 하위차원이 낮은 현상을 발견하게 됩니다. 상담을 받으러 온 내담자들 중 자율성이 낮은 경우야 흔한 일이지만 왜 명문대 학생일수록 책임감이 더 낮을까요?
명문대 학생이라면 엄청난 경쟁을 뚫은 우수한 지적 능력의 소유자이므로 일반대 학생에 비해 잘 적응했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반대입니다.
TCI 자율성 성격 중 책임감은 '선택', '조율', '책임'의 3요소로 구성됩니다. 자신의 태도, 행동 등을 본인의 의사결정에 의해 '선택'하고 그 선택으로 인한 과정을 '조율'하고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간에 그 결과가 자신의 선택에 따른 것임을 인정하고 '책임'지는 것이죠. 이 3요소가 유기적으로 잘 진행되어야 책임감이 발달하게 됩니다.
문제는 명문대 학생일수록 책임감의 첫 번째 요소인 '선택'의 권한이 자신에게 없습니다. 우수한 지적 능력과 재능으로 인해 부모의 기대를 한 몸에 받게 되고 본인의 기질과 적성에 맞는 학교와 전공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원하거나 요구하는 학과에 진학할 수 밖에 없습니다. 본인이 선택한 길이 아니니 결과가 어떻든 선택을 강요한 부모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책임감 점수가 낮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살아오면서 자신의 원하는 걸 성취하기 위해 부모의 명을 거역하고 저항하여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킨 적이 있는지 물어보는 게 유용합니다. 명문대생일수록 그런 경험이 전무한 걸 알게되실 겁니다.
자율성은 저항(방종 말고)의 에너지를 먹고 자라는 겁니다.
덧. 그럼 비교적 잘 적응하고 있는 명문대 학생들은 어떨까요? 이 글의 내용과 반대로 책임감 하위차원만 유독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MMPI-2의 Re 척도가 동반 상승하는 경우도 많고요. 과도한 책임감을 강요당하기 때문이라는 걸 생각해보면 이건 이것대로 슬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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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K 지표의 해석은 유의미한 타당도 척도가 하나도 없을 때 진가를 발휘합니다. F척도군이 유의미하게 상승하여 증상 과장 경향이 의심되거나 L, K, S 척도가 유의미 상승하여 방어 경향을 드러낼 때는 굳이 F-K 지표까지 볼 필요가 없습니다.
F-K 지표가 유의미하다고 해석할 수 있는 기준은 ±15점입니다. +15점 이상이면 faking bad, -15점 이하라면 faking good 경향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다른 타당도 척도와 달리 F-K 지표는 F척도와 K척도의 원 점수 차이로 계산하기 때문에 변수가 2개가 됩니다. 예를 들어, F-K 지표가 +17점이라면 K척도가 정상 수준인데 F척도가 매우 높아서일수도 있지만 F척도가 정상 수준인데 K척도가 너무 낮아도 동일한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결과를 이끌어 낸 척도가 무엇인지를 따져보는 게 중요한 해석 포인트가 됩니다.
F-K 지표가 +15점 이상인 경우는 보통 F척도가 상승해서가 아니라 K척도가 너무 낮아서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F척도가 상승해서 F-K 지표가 +15점을 넘는 경우는 F척도부터 65T가 넘기 때문에 굳이 F-K 지표를 확인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래서 F척도는 55~64T 수준에 머무르는데 K척도가 30~40T로 -1SD 이하로 낮게 측정되는 경우가 많고 이는 증상 만성화(임상 척도 양상 확인)나 성격 미발달(TCI/JTCI의 자율성, 연대감 백분위 확인) 여부를 검증해야 합니다.
이보다 더 흔한 사례는 F-K 지표가 -15점 이하로 나타나는 경우인데 K척도가 상승해서가 아니라 F척도가 하강해서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K척도가 상승하는 건 의식적인 수준의 방어 때문이지만 F척도의 하강은 무의식적인 수준에서 방어가 작동하기 때문인데 무의식적인 수준에서 자신에게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부인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따라서 K척도가 유의미하게 상승할 때 대부분의 임상, 재구성 임상, 내용 척도들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과 달리 몇 개의 척도만 낮게 나타나기 때문에 원 점수 0점인 척도의 수가 적다면 이 척도들에 유의하고 묶어서 해석하는 게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LSE, WRK 내용 척도만 원 점수가 0점으로 떨어졌다면 일 영역에서 부정적인 피드백을 집중적으로 받아 자기 효능감이 떨어진 것을 무의식적인 수준에서 방어하려고 애쓰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정리하자면,
1. 다른 타당도 척도가 유의미할 때는 F-K 지표를 굳이 해석할 필요 없음
2. F-K 지표의 해석 기준은 ±15점
3. F-K 지표가 +15점 이상인 경우는 K척도가 낮을 때가 중요하며 증상 만성화 < 성격 미발달 문제 확인해야 함
4. F-K 지표가 -15점 이하인 경우는 F척도가 낮을 때가 중요하며 원 점수 0점인 척도들을 주의깊게 봐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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