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I/JTCI의 LHH 성격은 감정적인(Moody) 또는 순환성(Cyclothymic)이라는 이름이 붙은 유형입니다. 제목만 보면 감정 기복이 엄청 클 것 같고 실제 유형에 대한 설명을 봐도 '기분 변화의 폭이 크고 잦은 편이어서 행동 조절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음', '거절 당하는 상황에 직면하면 공허감과 수치심을 느끼며 우울해지는 경향이 있음'이라고 되어 있어 제목과 내용이 일치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자칫 오해를 하기 쉬워서 정확한 이해를 돕기 위해 제 방식대로 설명을 드려볼까 합니다.
제가 예전에
'TCI 유형별 해석집의 구조 이해' 포스팅에서 모든 기질/성격 유형을 외울 필요가 없고 서로 상극인 기질/성격이 존재하기 때문에 어떤 유형인지 잘 모를 때에는 뒤집어서 살펴보면 이해가 될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럼 LHH 성격 유형을 뒤집어보도록 하죠.
LHH(감정적인) <-----> HLL(독재적인)
LHH의 상극은 HLL로 독재적인 성격 유형입니다. 그러니까 LHH 유형은 독재적인 성격과 정반대의 특성을 보인다는 말이 됩니다. 독재적인 성격은 천상천하 유아독존이고 안하무인이라서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는 유형이죠. 그러니 LHH 유형은 거의 무조건적인 굴종과 복종을 하는 사람들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다른 방면으로도 살펴보죠.
'TCI 성격의 기질 조절 기능 장해 기준의 예외' 포스팅에서 자율성이 낮을 때는 연대감이 아무리 높아도 건강한 성격이 될 수 없기 때문에 수치 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해도 성격이 기질을 잘 조절하고 있다고 해석하면 안 된다는 말씀을 드린 바 있습니다.
바로 다음과 같습니다.
* LHL : 의존적인
* LHM : 복종적인
* LHH : 감정적인
보시는 것처럼 자율성이 낮을 때는 연대감이 아무리 높아도 건강한 성격 유형이 아닙니다. 그런데
'TCI 자율성, 연대감 성격이 높으면 무조건 좋은가' 포스팅을 보면 자기초월 차원이 하는 역할은 자율성 차원의 발현 방향을 결정(자기초월이 높을 때는 이상적, 형이상학적 방향으로 자기초월이 낮을 때는 현실적, 형이하학적 방향으로)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적용하면,
* LHL : 의존적인 -> 의지할 만한 사람을 찾아 의존하나 이는 지극히 현실적인 이유 때문임
* LHM : 복종적인 -> 무조건 의지 대상을 찾아야 하기 때문에 부당함도 감수함. 주인을 찾는 일종의 노예 상태
* LHH : 감정적인 -> 복종적인 성격 유형보다 의지할 대상을 더 강하게 갈구하는 사이비 교인 같은 상태
그러니까 굳이 비유를 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LHL(의존적인) : 애인을 찾는 사람
LHM(복종적인) : 주인을 원하는 노예
LHH(감정적인) : 신을 갈구하는 광신도
보시는 것처럼 감정적인 성격은 의지 대상에게 맹목적인 복종을 하는 유형이기 때문에 그 대상이 조금이라도 자신을 싫어하거나 밀어내는 낌새를 채기만 해도 엄청난 감정적인 격변을 겪게 됩니다. 그야말로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이죠. 그러니까 그냥 감정 기복이 심한 것이 아니라 그 감정 기복을 유발하는 일종의 신과 같은 존재가 있는 겁니다. 그러니 당연히 그게 누군지 찾아야 하고 일종의 극단적인 관계 중독이나 융합된 상태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개입하는 게 좋습니다. 물론 동일한 LHH 성격 유형이라고 해도 '창조적 자기 망각', '우주 만물과의 일체감', '영성 수용' 하위차원 점수에 따라 그 '신'이 무엇인지가 달라지겠지만요.
제 설명이 LHH 성격 유형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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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래 전에 종합심리평가로는 성격 장애를 진단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TCI 사용을 적극적으로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는 내용의 포스팅을 한 적이 있습니다. (
'과연 심리평가로 성격 장애를 진단할 수 있는가' 참조)
TCI라고 해서 성격 장애를 무조건 정확하게 진단하는 것은 아닌 게
1) 기질 상의 취약성 존재, 2) 성격의 기질 조절 기능 약화 라는 두 가지 조건을 동시에 충족해야 성격 장애 진단을 고려해 볼 수 있는 것이죠. 그러니까 TCI를 갖고도 성격 장애 진단은 쉽지 않은 겁니다.
기질의 취약성이야 타고 나는 것이고 일부 유전되는 것이니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성격의 기질 조절 기능 약화는 상담에서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잘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상담 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TCI 성격 유형은 다음과 같습니다.
* LLL 유형 : 침울한
주관적인 고통감도 심하고 객관적인 심리평가 결과도 이를 지지하는 성격 유형입니다. 내담자가 가장 고통스러워하는 유형이라고 할 수 있고, 우울 장애나 기타 신경증적 문제를 동반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만성적인 무기력, 자신감 부족, 에너지 저하 등의 증상이 공통적이고 매사에 성공 경험이 별로 없기 때문에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모를 뿐 아니라 상담이 도움이 될거라는 기대조차도 부족해서 예후가 그리 좋지 않은 편입니다. 어떤 공존 장애를 고려하든 만성화된 상태에서 방문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탐색하는 게 좋습니다.
* LLM 유형 : 미성숙한
성별과 연령을 불문하고 정신적으로 덜 자란 느낌을 주는 내담자로 순진한 것과는 다른 미숙함이 특징적입니다. 기질 상의 취약성도 함께 갖고 있는 경우가 많으며 성장 과정에서 이러한 기질이 온전히 수용되지 못함으로써 자기 회의, 자기 비하 성향이 강해 그냥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래서 객관적으로 볼 때 그다지 성취라고 할 만한 걸 이룬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LLM 유형으로 분류되는 내담자는 성장 과정에서 방임이나 학대 등의 애착 외상을 입은 적이 있는지, 지나치게 강압적이고 통제 지향적 부모에게서 양육된 것은 아닌지 부모-자녀 관계 문제 가능성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 LML 유형 : 모방하는
성인의 경우 이 유형으로 분류되는 내담자가 꽤 많습니다. 흔히 말하는 남 따라하기 유형인데 목적 의식이 부족해서 그렇습니다. 삶의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고자 살아온 게 아니기 때문에 겉으로 보기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여도 삶의 만족도가 낮은 것이 특징적입니다. 이 유형의 내담자도 LLM 유형처럼 지나치게 통제적인 가정 환경에서 성장했을 가능성이 큰데 진정한 어른이 되는데 꼭 필요한 선택과 책임 중 어느 것도 스스로 하려고 하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결과에 대한 집착이 강하기 때문에 일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면 비난할 대상(주로 부모 등 significant others)을 찾아 외부 귀인하면서 자신의 약한 멘탈을 지키려고 합니다. HHH기질 유형(수동-공격적 유형)과의 조합이 가장 예후가 좋지 않으며 이럴 경우 조기 종결 가능성도 큽니다.
말씀드린 세 유형의 공통점은 자율성 차원이 매우 낮다는 겁니다.
상담을 받으러 오는 내담자의 특징 중 하나는 자율성이 매우 낮다는 것이죠. 거기에 연대감까지 낮으면 문제가 더 심각해집니다. LLL, LLM 유형이 대표적인 경우이죠. 자율성이 낮아도 연대감 수준이 어느 정도 높다면(Meduim level 이상이라면) 상담자와 rapport를 형성할 때까지는 버틸 수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작업을 할 수 있습니다.
앞서 설명드린 성격 유형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자주 만날 수 있는 성격 유형으로 LLH(비조직화된), LHM(복종적인), LHL(의존적인) 유형도 있습니다. 이 유형들에 대해서도 공부를 해 두시는 게 좋은데 이들 유형은 LLH 유형을 제외하고는 그나마 연대감 수준이 높은 장점이 있어서 상담자가 본격적인 개입을 할 때까지 시간을 벌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상호 의존 문제를 염두에 두어야 하고 전이-역전이 분석이 필요한 내담자가 많습니다.
유형에 대한 숙지 이외에도 중요한 내용을 정리해 보자면,
1. 상담을 받으러 오는 내담자들은 대부분 TCI의 자율성 차원이 낮기 때문에 자율성의 하위 차원 분석을 통해 어떻게 자율성을 높일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함.
2. 연대감 차원까지 낮다면 조기 종결 가능성이 커지며 내담자가 호소하는 증상의 심각도도 비례해서 올라가는 경향이 있으므로 각오를 단단히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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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에 한 포스팅(
'Temperament and Character Inventory(TCI) 간단 요약')에서 살짝 말씀드린 것처럼 TCI는 Personality Problem이 있는 수검자를 변별할 때 상당한 도움이 됩니다.
2012년 8월에 종합심리평가로 성격 장애를 진단하는 건 굉장히 어렵고 또 주의해야 한다는 취지의 글(
'과연 심리평가로 성격 장애를 진단할 수 있는가')을 쓴 적이 있는데 어찌 보면 TCI가 종합심리평가의 빈틈을 메우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질 유형과 성격 유형 구분을 위해서는 각각 기질 차원 중 3개(자극 추구, 위험 회피, 사회적 민감성), 성격 차원 중 3개(자율성, 연대감, 자기 초월)를 사용합니다. 3분 분할점을 채택하여 기질 유형과 성격 유형 모두 27개의 유형(3 X 3 X 3)으로 분류되죠.
3분 분할점의 T점수는 아래와 같습니다.
구분 T점수 범위 비율
High(높음) 55<T 30%
Medium(중간) 45<=T<=55 40%
Low(낮음) T<45 30%
이 3분 분할점에 따라 각각 27개의 기질 유형과 성격 유형이 나오고 그 중 전통적인 성격 장애 범주를 기질 유형에 따라 나누면,
자극 추구 위험 회피 사회적 민감성
반사회성(Antisocial) H L L
연극성(Histrionic) H L H
수동공격성(Passive-Aggressive) H H H
경계선(Borderline) H H L
강박성(Obsessional) L H L
분열성(Schizoid) L L L
안정된(Staid) L L H
수동의존성(Passive-Dependent) L H H
처럼 구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질 유형만 갖고 성격 장애를 진단할 수는 없고 성격의 성숙도(개인의 적응도, 성격 장애의 심각도)는 성격 척도 점수(자율성과 연대감)에 기초하여 판단합니다. 즉, 자율성 및 연대감 점수가 개인의 행동이 적응적인지 아닌지(혹은 성숙한지 미성숙한지)를 결정하고, 기질 유형이 개인의 행동 양식을 결정합니다. 따라서
TCI를 활용해 성격 문제를 평가할 때 먼저 성격 척도 중 자율성과 연대감 점수에 기초하여 개인의 성숙도와 성격 장애 가능성을 평가하고, 성격 장애의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개인의 기질 유형을 통해 성격 장애의 하위 유형을 판단하게 됩니다.
해석 지침을 제시한다면
자율성 및 연대감의 백분위 점수가 모두 30점 미만이거나 자율성과 연대감의 합산(TCI 결과지에 SC로 표시) 백분위 점수가 30점 미만인 경우, 적응상의 어려움을 보이고 미성숙하여 성격 장애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합니다. 그 다음에 성격 장애의 구체적인 하위 유형은 기질 유형을 통해 판단하면 되고요.
그래서 성격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수검자에게는 선별 검사 도구로 TCI를 활용하여 일차 변별 진단을 해 보고 종합심리평가의 검사 도구를 활용해 내면의 역동을 기술하는 것이 상당히 도움이 됩니다.
출처 : '기질 및 성격검사 매뉴얼 by (주) 마음사랑' 중 일부 내용 발췌 및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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