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I에서 이야기하는 성격 장애 또는 성격 장애 상태라고 하면 DSM 체계로 봤을 때 진단이 가능한 기질 상의 취약성이 존재하고 성격이 미발달되어 기질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함으로써 이러한 기질의 취약성이 극대화되어 드러나는 상태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강박성 기질(LHL)의 소유자인데 불안정 애착되거나 심하면 애착 외상을 입어 LLM, LLL 성격 유형처럼 자율성, 연대감이 미발달되어 강박성 기질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해 강박성 기질의 취약성이 극대화 되어 나타나는 상태를 DSM 기준으로 강박성 성격 장애라고 진단할 수 있는 것이죠.
그렇다면 자아 동질적(ego-syntonic) 성격 장애와 자아 이질적(ego-dystonic) 성격 장애는 어떤 양상으로 나타날까요?
MMPI-2/A에서는 normal profile이냐 아니냐로 구분합니다. TCI에서는 성격 장애로 진단할 수 있는 결과인데 MMPI-2/A에서는 병리적 문제 뿐 아니라 어떠한 주관적 불편감도 드러나지 않는 경우는 자아 동질적 성격 장애일 가능성이 큽니다. 당연히 임상, 재구성 임상, 내용 척도에서 유의미 상승하는 척도가 있어서 해석 가능하다면 자아 이질적 성격 장애일 수 있고요.
그 다음에 TCI에서는 기질과 성격 유형이 부합하느냐 하지 않느냐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반사회성 기질(HLL)의 소유자일 때 한 명은 독재적 성격(HLL) 유형이고 다른 한 명은 복종적 성격(LHM)이라면 전자는 자아 동질적 성격 장애, 후자는 자아 이질적 성격 장애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반사회성 기질과 독재적 성격은 그야말로 궁합이 잘 맞는 자아 동질적인 조합이지만 반사회성 기질과 복종적인 성격은 서로 어울리지 않는 자아 이질적인 조합이거든요. 실제로 반사회성 기질이 복종적인 성격 유형으로 발달한 수검자라면 MMPI-2/A에서 normal profile이 나오기 쉽지 않습니다. 살아남기 위해 반사회성 기질을 억누르고 살았기 때문에 성장 과정에서 damage를 입었을 가능성이 크거든요.
가끔 자아 동질적 성격 장애와 자아 이질적 성격 장애의 차이에 대해 질문하시는 선생님들이 계셔서 이 참에 정리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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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 장애의 진단 기준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 상담 장면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게 대인 관계 기능(interpersonal functioning)의 문제이고 내담자 스스로도 이 영역에서 가장 큰 어려움을 경험(또는 보고)합니다. 물론 군(cluster)에 따라 양상의 차이는 다소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포스팅의 주제는 군(cluster)의 차이와 상관없이 모든 성격 장애의 대인 관계 문제가 동성 관계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공통점이 있다는 겁니다. 정확하게는 동년배의 동성 관계에서입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먼저 A군 대표로 분열성 성격 장애를 살펴보겠습니다. 모든 A군 기질의 소유자는 대인 관계에 관심이 없는 편이지만 그 중에서도 분열성 기질은 더더욱 대인 관계에 관심이 별로 없습니다. A군 기질이 원하는 건 사람들의 무관심입니다. A군 기질은 전반적으로 대인 관계에 관심이 없기는 하지만 그래도 자신의 관심 분야를 공유하는 사람과는 피상적일지언정 관계를 맺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분열성 성격 장애 남성은 극도로 내향적이고 자신만의 자폐적 공상 세계에 빠져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남성들에게 어필하기 어렵습니다. 좋게 봐도 괴짜이고 나쁘게 보면 히키코모리 같기 때문에 같이 놀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여성들에게는 관심 분야에 따라 어필할 수 있는데 분열성 성격 장애들은 특정 분야를 깊이 파고드는 경향이 있어 그 분야가 예술성을 발휘할 수 있거나 흔히 말하는 SNS에서 각광을 받을 수 있는 분야(식물 기르기, 캘리그라피, 사진이나 그림 등) 여성들에게 어필할 수 있거든요(물론 그 관계가 오프라인 관계의 친밀함으로 연결되기는 쉽지 않습니다). 분열성 성격 장애 여성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남성과 마찬가지로 내향적이고 자신만의 세계에 침잠해 있지만 가부장제 사회인 우리나라의 특성 때문에 남성에 비해 훨씬 더 강한 박해와 억압을 받기 때문에 분열성 성격 장애 남성에 비해 좀 더 외향적으로 보일 수 있는 사회운동이나 스포츠 등 활동적인 분야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고 이게 남성들에게 어필하는 요소가 됩니다. 하지만 여성들에게는 너무 세 보이거나 지나치게 체제 저항적으로 보이기 때문에 거부감을 주기 쉽죠. 그래서 동성의 또래 관계가 원만하지 않은 겁니다.
다음으로 B군 대표로 연극성 성격 장애를 살펴보겠습니다. 앞에서 살펴본 A군과 달리 B군은 사회적 민감성이 높은데다 자극추구 기질도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대인 관계가 중요하고 특히 연극성 성격 장애는 사람들의 관심과 주목을 받는 걸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연극성 성격 장애 여성이 동년배의 여성에게 관심을 받는 건 쉽지 않습니다. 연극성 성격 장애 여성은 미성숙하기 때문에 관심을 받기 위한 시도 자체가 어설픕니다. 동년배의 성숙한 여성들에게 그런 시도는 가식처럼 보이거나 재수 없어 보이거나 하기 때문에 따돌림 당하기 쉽습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외모나 애교 등으로 관심을 받기 쉬운 동년배의 남성과 관계를 더 편하게 생각합니다. 연극성 성격 장애 남성도 비슷합니다. 동년배의 성숙한 남성들과 관계를 맺으려면 남성성을 과시하거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데 그런 성숙함이 없기 떄문에 아동처럼 미숙하게 보이고 그래서 여성과 관계를 맺는 걸 더 편하게 생각합니다. 물론 동년배 보다는 모성애를 자극할 수 있는 연상의 여성들에게 밀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지막으로 C군 대표로 의존성 성격 장애를 살펴보겠습니다. C군은 위험회피기질이 높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의존성 성격 장애는 동시에 사회적민감성 기질도 높기 때문에 사람에게 의존해서 위험을 회피하려는 특성이 있습니다. 그러려면 자신이 의존할 수 있는 강한 대상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의존성 성격 장애 여성은 같은 여성에게 의존하기 어렵습니다. 성숙한 동년배의 여성들은 give & take가 확실하고 대인 관계에서도 미성숙한 또래를 돌보는 걸 부담스러워하기 때문에 관계를 유지할 수 없습니다. 자신은 의존을 하고자 하지만 그 댓가로 지불할 것이 없는 것이죠. 하지만 일반적으로 동년배의 남성은 의존성 성격 장애 여성에게 성숙함을 기대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미성숙하고 유약해 보이는 여성에게 자신의 힘을 과시하고 싶어하죠. 반대로 의존성 성격 장애 남성도 위험을 피하기 위한 의존 대상이 필요하지만 동년배의 남성은 너무도 무섭습니다. 힘이 있다고는 하지만 서열 의식이 있어 자신이 서열의 아래에 위치할 경우 자신이 보호받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공격당할 수도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전한 여성에게 끌리는 것이죠.
결국 모든 성격 장애 내담자가 겪는 대인 관계 문제는 동성의 또래 관계에서 더욱 두드러집니다. 그러니 이성의 또래 관계가 잘 유지되는 것 같아 보인다고 성격 장애가 아니겠지 하고 마음을 놓으시면 안 됩니다. 바꿔 말하면 TCI에서 기질 취약성이 관찰되었을 때 동성의 또래 관계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성격 장애까지는 아닐 가능성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성격 장애가 의심되면 동성의 또래 관계는 어떤지 관심을 갖고 탐색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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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을 하는 이유는 모 카페에 A군 성격 장애와 Bipolar Disorder의 공병율에 대한 질문이 올라왔는데(하필 A군 성격 장애라는 것도 뜬금없기는 합니다) 달린 댓글들을 보고 복장이 터져서입니다.
관련 문헌을 보면 성격 장애(특히 B군)와 Bipolar Disorder의 공병율이 높은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공부 좀 했다 하는 임상가 중 그걸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저도 수련을 받을 때는 추호도 의심을 품지 않았고 실제로 그런 reference에 근거해 심리평가보고서에 공존 진단을 내린 적도 많습니다. 당연히 의사도 그런 문헌에 의거해 변별 진단을 해 달라고 의뢰했으니 의사의 의중에 맞는 보고서를 작성하는 게 어려운 일도 아니었고요.
하지만 상담을 하게 되면서 문헌에 있다고, 연구 결과가 그렇다고 곧이곧대로 믿으면 안 된다는 뼈저린 경험을 많이 하게 된 이후로 저는 항상 모든 결과는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실제로 그런지 제가 직접 보고, 만지고, 씹고, 뜯어 맛보고, 확인한, 그런 것들만 믿게 되었습니다.
제 경험 상 Bipolar Disorder와 성격 장애의 공병율은 생각보다 그리 높지 않습니다. 게다가 그걸 병원 장면에서 확인하는 건 거의 불가능합니다. 왜 그런가 하면 성격 장애와 Bipolar Disorder 모두 횡단적인 심리평가로는 진단하기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둘 다 종단적으로 살펴봐야 하는 장애인데 병원에서는 그러기 어렵다는 게 문제입니다. 어쩔 수 없이 과거력을 바탕으로 성격 역동이나 Bipolarity를 retrospective한 방식으로 추정해야 하는데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것처럼 당연히 확증 편향이 생기기 쉽습니다. 게다가
'과연 심리평가로 성격 장애를 진단할 수 있는가' 포스팅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심리평가로 성격 장애를 진단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거든요.
Bipolar Disorder의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응급실을 통해 입원한 환자의 경우에도 Bipolar Disorder인지, Acute Stress Disorder인지, Brief Psychotic Disorder인지, Schizoaffective Disorder인지, 약물 남용에 의한 급성 정신증 증상인지 변별 진단하는 게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나마 이런 환자는 증상이 완화되어 퇴원을 한 후 외래로 올 수 있기 때문에 추적이 가능하지만 그것도 의사들이나 가능하지 임상심리학자가 그 경과를 끝까지 확인해 볼 수 있는 사례는 거의 없습니다. 그냥 그랬을 거라고 믿고 있는 것 뿐이죠. 사실 의사도 별 차이 없는 게 이미 진단을 받은 환자를 외래에서 치료할 때 정신 역동 치료를 하는 소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과거에 내려진 진단에 맞는 약물 치료만 follow up할 뿐입니다. 진단이 틀렸을거라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그런데 병원에서 Bipolar Disorder와 성격 장애의 공존 진단을 받고 상담을 받으러 온 내담자들을 재평가하고 추적 관찰하다 보면 진단이 맞는 경우가 하나도 없습니다. 가끔 틀리는 경우도 있다 정도가 아니라 진단이 맞은 적이 없을 정도로 죄다 틀립니다. 종합병원 급의 큰 병원일수록 진단 정확도가 더 떨어집니다.
그럼 이런 사례는 어떤 양상으로 많이 나타나느냐 하면,
성격 장애로 볼 수 있는 사례는 많습니다. TCI를 보면 기질 상의 취약성이 존재하고 성격 미발달로 인해 기질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거든요. 하지만 그로 인해 야기되는 여러가지 문제, 즉, 자살 시도나 자해로 나타나는 PTSD 증상, 중독으로 나타나는 파괴적 관심 끌기, 내면 아이 미성숙으로 야기되는 수면 장해 등의 문제를 과도하게 Bipolar Disorder의 진단 기준에 끼워맞춰 진단했던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런데 병원에서는 성격 장애를 제대로 진단할 수 없기 때문에 익숙한 Bipolar Disorder 진단을 먼저 내리고(증상 완화적 접근을 해야 하는 병원의 특성 때문에 그렇겠지요) 그걸로 설명되지 않는 문제들을 성격 장애 범주에 꿰맞춥니다. 그러니 엉뚱한 공존 진단이 붙을 수 밖에 없죠.
그래서 저는 성격 장애와 Bipolar Disorder의 공병율이 높다고 주장하는 분들은
1. 문헌과 연구 결과를 아무런 비판적 태도없이 현장에서 확인도 해 보지 않고 맹신하는 매우 순진한 분들
2. 수련 중이라서 뭔가 미심쩍더라도 supervisor나 선배 레지던트의 말이 옳겠거니 하고 받아들이는 분들
3. 전문가지만 상담이나 심리치료를 장기로 진행해 본 경험이 거의 없이 심리평가만 주로 하는 분들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아니라면 성격 장애와 Bipolar Disorder의 공병율이 높다는 주장을 할 수는 없을테니까요.
만약 본인이 심리치료나 장기 상담을 많이 해 봤는데 성격 장애와 Bipolar Disorder의 공병율이 실제로 높은 걸 확인한 선생님은 제게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정말로 그런 사례가 있다면 저도 제 선입견을 깰 소중한 기회로 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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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계. 성격이 기질 조절 기능을 잘 수행하고 있는지 확인 : 성격 장애(성격 미발달 여부) 확인
2단계. 기질, 성격 유형 확인
3단계. 하위 척도 해석 및 통합
의 3단계를 거치는 게 현재까지 제가 발견한 가장 빠른 해석법입니다.
그런데 각 단계마다 유의할 점들이 있습니다.
1단계에서 유의할 점은 조건(자율성, 연대감 백분위 점수가 모두 30%ile 미만이거나 자율성, 연대감 총합 백분위 점수가 30%ile 미만인 경우)을 정확하게 충족하지 않더라도 성격이 미발달되었다고 해석해야 하는 경우가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아래의 유형들이 대표적인데,
HLL, HLM, HLH
LHL, LHM, LHH
자율성이 높더라도 연대감이 낮거나, 반대로 연대감이 높더라도 자율성이 낮은 경우는 하나같이 건강하지 못한 성격 유형이므로 성격이 기질을 잘 조절하고 있다고 해석하면 안 됩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TCI 성격의 기질 조절 기능 장해 기준의 예외' 포스팅에서 상세히 설명을 해 놓았으니 모르는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1단계에서 함정에 빠지지 않았다고 해도 2단계에서 조심해야 할 부분이 있는데 각 차원이 극단값이 아닌 경계선 근처에 머무르는 경우 T점수 규준과 백분위 규준 중 무엇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유형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겁니다. 초보의 경우는 수검자가 두 가지 유형의 특성을 모두 갖고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안전하지만 성격 장애 변별 진단을 해야 하거나 어떤 유형인지 확실하게 알아야 하는 경우에는
'TCI 결과 T점수 유형과 백분위 유형이 충돌할 때 어떻게 하나' 포스팅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하위차원들의 분포를 통해 결정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TCI 유형 해석이 잘 들어맞지 않는 이유' 포스팅도 읽어보시면 이해에 도움이 될 겁니다.
3단계인 하위척도 해석 및 통합에서 유의할 점은 기질, 성격 차원에 따라 하위차원들의 방향을 분석하는 것이 수검자를 이해하는데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하위차원들이 (모두 높거나 모두 낮은 식으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점수도 극단값으로 아주 높거나 아주 낮으면 해석이 용이하지만 그런 명확한 결과가 나오지 않는 수검자가 더 많습니다. 워낙 경우의 수가 많아서 평가자 나름대로 실전 경험을 통해 노하우를 축적할 수 밖에 없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규칙성이 있는데 이는
'TCI 하위차원 분석의 중요성 : 기질편'과
'TCI 하위차원 분석의 중요성 : 성격편'에 정리를 해 두었으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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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PI-2/A를 선별검사로 실시했는데 Normal Profile(정확하게는 Normal Profile처럼 보이는 결과)이 나오면 평가자는 당황하게 됩니다. MMPI-2/A 결과가 정상이라면 정신과적 진단이 필요한 병리적 문제가 없다는 것이니 좋은 소식이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는 그런 수검자가 심리평가를 받으러 오는 경우는 거의 없고 무엇보다 검사 의뢰 사유나 주 호소와 맞지 않죠. 오히려 일반적인 수검자보다 더 다양한 주관적 고통감을 호소하기 쉬워 더더욱 평가자를 혼란에 빠뜨립니다.
이 때 평가자가 확인해야 할 해석 포인트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1. 성격 장애 가능성
: 자아 동질적(ego-syntonic)인 성격 장애의 경우는 MMPI-2/A에서 의미있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자아 동질적이라는 의미가 성격 장애 역동이 완전히 자아와 합일을 이루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전형적인 반사회성 성격 장애(TCI 기준 HLL-HLL 유형)라면 MMPI-2/A에서 아무런 의미있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일반적인 양상입니다. 따라서 MMPI-2/A만 실시했거나 SCT와 결합하여 선별심리평가를 진행했다면 TCI/JTCI의 추가 실시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2. 중독 문제 가능성
: 특히 도박, 주식, 게임, 관계 중독 등 행위 중독인 경우는 MMPI-2/A에서 아무런 의미있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알코올, 마약, 불법 약물 등의 물질 중독이라면 대개 쉽게 구분할 수 있는 신체적인 금단 증상이 있지만 행위 중독은 알아차리기 쉽지 않은데 예를 들어 도박에 중독된 상태라면 도박에 빠져 있는 동안은 심리적 고통감을 느끼지 못하는 마비 상태일 수 있어서 중독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이후 다시 MMPI-2/A를 실시하면 그때서야 우울, 불안 등 증상 척도들이 상승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MMPI-2의 APS 보충 척도가 유의미한 수준으로 상승한다면 행위 중독 때문에 정상처럼 보이는 결과가 나왔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해석해야 합니다.
3. 성격 장애 + 행위 중독 둘 다
: 가장 좋지 않은 조합인데 최근 이런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게 더 문제입니다. 특히 애착 외상 관련하여 관계 중독에 빠진 성격 장애 내담자의 수가 늘고 있습니다. 관계 중독의 양상은 연인에 대한 집착과 스토킹 같은 두드러진 문제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대개는 부모와 융합되어 있는 양상이 더 많기 때문에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성격 장애의 양상도 수동-공격성을 비롯한 B군 계열에서 의존성이나 회피성과 같은 C군 계열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기 때문에 여러가지 조합으로 나타납니다.
따라서 평가자라면 MMPI-2/A가 정상 수준으로 나왔다고 해서 안심할 것이 아니라 그런 수검자가 왔을리가 없다고 의심하고 꼼꼼히 살펴봐야 합니다.
가끔 상담 수련 기관에서 접수 면접 시 실시한 MMPI-2/A 검사가 정상 수준으로 나오면 별 문제 없다고 판단하여 수련을 받는 상담자에게 배정하고 임상, 내용 척도가 상승하면 문제가 심각하다고 가정하여 지도 교수급 상담자에게 배정하는데 정반대로 해야 합니다. 성격 장애 profile을 들고 제게 supervision을 받으러 오는 supervisee 선생님들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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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워낙 TCI를 좋아하기도 하고 어딜가나 powerful한 검사라며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통에 TCI가 무조건 좋은 검사라고 오해하실 수 있지만 모든 심리검사도구가 다 그렇듯이 당연히 TCI에도 단점이 있습니다. 그러니 TCI를 사용하는 분들이 해석에 주의해야 하는 점들을 정리해 봤습니다.
1. 타당도 척도가 없기 때문에 반드시 MMPI-2/A 같은 검사 도구와 함께 실시해야 함
: 내담자의 기질/성격만 알고 싶어 TCI/JTCI를 단독 실시하는 선생님들이 계신데 TCI는 타당도 척도가 없기 때문에 아무리 라포가 잘 형성된 내담자라도 MMPI-2/A와 같은 타당도 척도가 포함된 검사 도구를 반드시 함께 실시하셔야 합니다. 차라리 증상을 과장하는 수검자라면 이를 어느 정도 감안하여 해석할 수 있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보고하는 방어적 응답 경향성이 있다면 기질/성격 유형이 양호하게 평정되었을 때 그 결과가 방어 경향을 반영하는 것인지 실제 수검자의 양호한 기질/성격을 반영하는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게 됩니다.
2. 유아용, 아동용 버젼은 양육자 보고식
: JTCI 3-6세 버젼과 7-11세 버젼은 자기 보고식이 아닌 양육자가 평가하는 방식입니다. 따라서 평가자의 보고 신뢰도를 확인하기 위해 역시 MMPI-2와 같은 척도를 추가 실시해야 합니다. 사실 부모-자녀 관계 문제가 없는 아동/청소년의 수는 매우 적고 따라서 부모의 TCI, MMPI-2를 실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큰 단점이라고 말할 정도는 아닙니다. 다만 부모의 부담이 커진다는 문제가 있지요.
3. 성격 장애 진단을 위한 기질 유형으로 8개만 포괄
: TCI에서는 성격 장애 진단을 위한 기준으로 성격(자율성, 연대감)의 기질 조절 기능이 잘 작동하는지를 먼저 따져봅니다. 거기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성격 장애로 의심하고 하위 유형 구분을 위해 기질 유형을 확인하는데 이 때 DSM-5의 10개 성격 장애 중 8개만 기질 유형으로 확인 가능하고 편집성과 분열형은 기질이 아닌 성격 유형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성격의 기질 조절 기능에 문제가 있을 때, 예를 들어 반사회성 기질이자 편집성 성격으로 구분되면 원칙적으로는 반사회성 성격 장애라고 해야 하나 편집성 성격의 모습도 갖고 있기 때문에 반사회성 성격 장애로 진단해야 하는지, 편집성 성격 장애로 진단해야 하는지 난감한 상황이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성격 장애 진단이 중요하지 않다면 두 가지 모습을 모두 가지고 있는 것으로 formulation하면 되겠습니다.
4. JTCI 12-18 버젼에 인내력 하위 차원이 없음
: (주)마음사랑 측에서 정확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있으나 JTCI 12-18 버젼, 즉, 중학생과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버젼에 인내력 기질의 하위차원이 제공되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는 data loss라고 생각하는데 그 이유는 더 낮은 연령대의 7-11 버젼에는 인내력 하위 차원이 있기 때문입니다. 어쨌거나 상담을 받으러 오는 청소년들이 대부분 인내력 기질이 낮은 수준이라는 걸 감안하면 정확한 formulation 및 해석 상담을 위해 인내력 기질의 어떤 하위 차원이 특히 낮은 수준인지 알아야 하는 평가자 입장에서는 속이 탈 수 밖에 없습니다. 인내력 기질이 아주 낮은 수준이라면 대부분의 하위차원이 바닥권일거라고 짐작할 수 있지만 애매하게 낮은 경우(예; 27%ile), 어떤 하위 차원이 비교적 괜찮은지가 중요한 정보인데 도무지 알 수가 없으니까요.
5. 해석 지침이 체계적이지 않음
: 매뉴얼을 보면 1) 개별 척도의 해석 -> 2) 기질 유형의 해석(3기질 차원의 상호작용 분석) -> 3) 성격 척도와 기질 유형의 연계 해석 -> 4) 성격 유형의 해석 순으로 진행하게 되어 있는데 얼핏 보면 bottom up 방향처럼 보이지만 엄밀히 따져보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게다가 심리검사 결과는 지능검사처럼 top down 방식으로 해석하는 것이 더 이해하기 편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해석 지침이 명확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저 나름대로 3단계 해석 방식으로 재구조화하여 사용할 수 밖에 없었죠.
6. 기질/성격 유형 구분 시 T기준과 백분위 기준을 모두 사용해야 함
: 이건 사실 단점이라고 볼 수는 없는 게 T분포와 백분위 분포가 겹치지 않는 것 뿐이거든요. 하지만 구매자격 연수에서도 통계적으로 더 정확한 백분위 기준을 사용해 기질/성격 유형을 구분하라고 안내하면서도 정작 매뉴얼에 있는 기질/성격 유형의 구분 결과는 T기준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사용자는 두 기준 모두 알아야 합니다. 두 가지 기준을 모두 적용하는 문제는 수검자의 점수가 경계선에 애매하게 걸치는 경우 T기준과 백분위 기준에 따른 유형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죠. 물론 수검자는 두 가지 유형의 모습을 모두 갖고 있겠지만 평가자가 분석해야 하는 유형이 당장 2가지 이상으로 늘어나니 부담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저는 이 문제를 하위차원 분석을 꼼꼼하게 하는 방식으로 해결하고 있지만 어느 정도 노하우가 생길 때까지는 분석해야 하는 양이 많은 것은 결코 만만한 문제가 아닙니다.
7. Likert 척도이기 때문에 생기는 응답 경향성 문제
: MMPI-2/A의 경우 예(True)/아니오(False) 두 개의 응답지만 있는 dichotomous 문항이기 때문에 고민할 필요가 없지만 TCI/JTCI의 경우 TCI-RS 버젼은 5점, 나머지 버젼은 4점 likert 척도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자신의 의견을 분명하게 표현하는 것을 꺼리는 수검자라면 극단값을 피하는 응답 경향성을 보일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중간에 몰려 MMM 유형처럼 나오거나 6번처럼 경계선에 걸려 평가자의 해석을 곤란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특히 상담을 받으러 오는 내담자의 상당수가 위험회피기질이 높고 강박성 기질도 많은 걸 감안하면 중간으로 몰아서 응답하는 반응 경향성이 꽤 많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를 놓치는 실수를 하지 않으려면 평소에 결과지를 보기 전에 응답지부터 먼저 살펴보는 훈련을 하시는 게 좋습니다.
단점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내용도 있지만 해석과 관련하여 놓치면 안 되는 부분을 정리해 봤습니다. 또 새로 발견하는 내용이 있으면 업데이트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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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정신의학자인 Yudofsky 박사의 책, '치명적 결함(Fatal Flaw, 2005)'을 북 크로싱합니다.
연극성, 자기애성, 반사회성, 강박성, 편집성, 경계성, 분열형, 중독성 성격장애를 다구고 있는데 전문적인 내용의 유익함보다는 들고 있는 사례의 흥미진진함 때문에 읽게 되는 책입니다.
그만큼 임상/상담 대학원 졸업반 학생들이 성격장애 부분을 가볍게 정리할 용도로 읽으면 좋은 책입니다. 현장에서 일하는 임상가들이나 일반인들에게는 권하지 않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소개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 책은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국민도서관 이용)가 적용됩니다.
이 책을 읽고 싶은 분은 아래의 북 크로싱 방법에 있는 내용대로 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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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장애에 대한 책은 이미 시중에 많이 나와 있지만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현장 전문가를 위한 전문 서적과 일반인들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볼거리 위주로 가볍게 쓴 책이죠.
이 책은 현장 전문가를 대상으로 쓰여졌지만 이해를 돕기 위한 사례들이 너무 극적이다보니 그만큼 읽는 재미는 있지만 상대적으로 그만큼 유용하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일반인을 위한 책이냐 하면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일반인들이 편하게 보기에는 전문적인 내용이 너무 많거든요.
이 책의 저자인 Yudofsky 박사가 사실 특수분야(?) 중 하나인 신경정신의학(Neuropsychiatry) 분야의 임상가이기 때문에 과연 이 분이 성격장애 치료의 대가일까 하는 의구심부터 들었습니다. 실제로 책 내용 중에 성격 장애의 유전학적, 뇌영상 연구 결과 소개가 지나치게 많이 나오거든요. 494p에는 '분열형 성격 장애의 결정적 요인 중에는 뇌와 관련된 것이 있을 것이라고 간주해도 무방할 것이다'라는 단정적인 말까지 나오죠.
Clonninger 교수의 TCI 이야기가 많이 등장하기 때문에 뭔가 시사점을 많이 던져줄 것으로 이야기를 했지만 그렇게 깊이 고민한 것 같지는 않고 성격 장애를 이해하는 하나의 tool 정도로 가볍게 보고 만 것도 실망스러웠습니다.
또한 서두에 주변 사람들이 '치명적 결함'을 갖고 있는 성격 장애가 의심될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를 알려줄 것처럼 소개했지만 실상 대처 방법은 그저 확인했으면 피하라는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도 실망스러운 부분입니다.
이 책에는 연극성 성격장애, 자기애성 성격장애, 반사회적 성격장애, 강박성 성격장애, 편집성 성격장애, 경계성 성격장애, 분열형 성격장애, 중독성 성격장애를 소개하고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면 좋은 분들은 일반인도 아니고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임상가도 아니고 정신병리학 기본 수업을 들은 심리학과 대학원생 정도입니다.
거의 600페이지에 달하는 책이었는데 맨 마지막에 실려 있는 중독성 성격 장애(DSM으로는 진단되지 않는 성격장애)에 대한 부분은 제게 충분히 흥미로웠지만 역시나 'Addiction-prone Personality'에 대한 논의에서 별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고 행위 중독보다는 약물 중독에 대한 예만 다루고 있어 제 입장에서는 좋다 말았습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현장 임상가들은 굳이 읽으실 필요 없는 책이고 수련을 앞두고 있는 대학원 졸업반 학생이라면 머리를 식히기 위해서 쉬엄쉬엄 한번 정도 읽으면 좋습니다.
제 지적 호기심을 충족해 준 부분도 별로 없어서 '월덴지기가 흥미롭게 읽은 구절들'도 작성하지 못했네요;;;
덧. 이 책은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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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I로 수검자의 기질, 성격 유형을 확인하고 기질과 성격의 상호작용에 대해 살펴보는 일을 자주 하다 보면 결국 두 가지 결론에 이르게 되는데요.
1. 사람이 행복하려면 자신의 '기질'대로 살아야 한다 : 문제가 되는 기질대로 마음껏 살아야 한다는 말은 아님
2. 결국 상담은 '자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 당연히 '독재적인 성격' 등 예외도 있음
그건
어려움을 호소하며 상담의 도움을 받으러 온 내담자의 상당수가 1) 기질 상의 취약성이 존재하거나, 2) 성격의 기질 조절 기능이 약화되어 있거나 1), 2) 문제가 중첩되어 있는 것(이 경우 성격 장애인 경우도 많음)으로 상당 부분 설명되기 때문입니다.
기질에 맞게 사는 건 성장 과정에서는 불행히도 그러지 못했지만 성인이 되고 나서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일종의 인큐베이터를 만들고 그 안에서 (어려서 완수했어야 할) 자신의 기질을 안전하게 시험하며 이를 환경의 요구나 압력과 조율하는 연습을 하는 것으로 커버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자율성인데 상당수(거의 대다수)의 내담자들이 자율성이 저하된(발달 지연된) 상태에서 내방하기 때문에 자율성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를 상담자와 함께 고민하게 되는데 문제는 이게 쉽지 않다는 겁니다. 낮은 하위 차원 각각에 대해
* 책임감/책임전가 : 자신이 책임질 수 있는 문제와 아닌 문제를 구별하고 전자에 대해서만 책임지는 연습을 함
* 목적의식 : 진로/적성 코칭을 통해 자신의 기질과 적성, 능력에 맞는 목표를 설정함
* 유능감/무능감 : 작은 성공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달성 가능한 목표를 상담자와 설정하고 시도함
* 자기수용/자기불만 : 자신의 강, 약점을 확인하고 정리하여 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연습을 함
* 자기일치 : 자신의 가치관을 점검하고 없는 경우 탐색 및 새로 설정함
처럼 상담에서 다룰 수 있지만
이 때 주의해야 할 점은 이런 접근법도 내담자의 기질을 고려해야 한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자율성이 낮은 대표적 성격 유형 중 하나인 LHL(의존적인) 성격의 내담자라도 HMH(자기도취적) 기질과 LHH(수동-의존성) 기질의 내담자는 의존적인 성격으로 발달한 이유가 전혀 다를 수 있으니까요.
자기도취적 기질의 내담자는 자신의 기질에 맞게 자기애를 충족하고자 하나 부모가 이를 거부하는 비수용적인 환경에서 성장하면서 반복해서 narcissistic injury를 받게되어 어쩔 수 없이 살아남고자 의존적인 성격을 형성했을 수 있지만 수동-의존성 기질의 내담자는 반대로 기질에 부합하는 방식(건강한 방식은 아니지만) 으로 부모가 힘든 일, 도전은 모두 면제해주고 오냐오냐 받아만주면서 온실 속에서 키운 나머지 의존적인 성격으로 발달했을 수 있기 때문이죠.
이 경우 두 내담자 모두 자율성을 높이는 건 맞지만 수동-의존성 기질의 내담자는 지나치게 상승한 연대감을 낮춰 자율성과 조율하는 방법도 고려해야 합니다. 정상적인 상승이 아니거든요. 반대로 자기도취적 기질의 내담자는 자율성을 높이는 과정에서 연대감이 낮아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하고요.
자율성을 높이고자 할 때 낮은 수준의 각 하위차원에 대한 개별 개입도 중요하지만 내담자의 기질까지 고려해 세밀하게 조율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자율성을 높이는 게 어려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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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YES24
상담을 하는 임상가라면 누구나 특별히 상담이 힘들다고 느끼는 내담자 유형이 있습니다. 그리고 왜 이 내담자는 상담을 하기가 유독 힘들까에 대해 고민하고 분석합니다. 그 결과로 나름의 답을 찾게 되죠.
제 경우는 성격 장애, 특히 B군에 속하는 성격 장애 내담자와 소위 말하는 궁합이 잘 맞지 않는 편입니다. 한 때는 저를 자책한 적도 있습니다만 이제는 더 잘 맞는 상담자와 상담을 시작하는 것이 제게나 그 내담자에게나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오래 고민하지 않고 의뢰한 후 잊어 버립니다.
나름의 답을 찾기는 했어도 여전히 상담은 어렵고, 상담을 잘 하기 위해, 까다로운 내담자를 더 잘 상대하기 위해, 예상되는 문제에 더 잘 대비하기 위해 계속 방법을 찾고 공부합니다. 이 책은 그런 노력의 일환으로 읽었습니다.
상담자가 상담을 할 때 곤경에 빠지는 상황들은 참 많은데 이를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 내담자가 협조하지 않으려고 마음먹고 있을 때(적극적인 저항)
* 내담자가 비협조적인 태도를 취할 수 밖에 없을 때(다루기 힘든 내담자로서 행동하는 방식이 확립되어 있음)
* 치료사가 뭔가를 모르고 있을 때(중요한 정보와 지식을 놓친 경우)
* 치료사가 실제로 모르는 것을 안다고 여길 때(근거 없는 가정)
* 치료사가 뭔가를 잘 할 수 없을 때(서투른 개입)
* 치료사가 뭔가를 하지 않으려고 할 떄(책임감 부족)
* 치료사 내면의 어떤 것이 치료를 방해할 때(미해결 과제)
* 치료사가 연민을 잃어버릴 때
이 책의 저자인 Jeffrey A. Kottler는 자신을 힘들게 만드는 내담자에 대해 관심이 많았고 이들을 잘 상담하기 위해 다각도에서 분석하고 공부한 결과를 정리해 이 책으로 내놨습니다. 그가 이 책을 통해 함께 살펴보려고 한 핵심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무엇이 어떤 내담자들을 치료하기 어렵게 만드는가?
* 다루기 힘든 내담자와 저항하는 내담자는 어떻게 다른가?
* 내담자의 기대와 치료사의 지각은 어떻게 충돌하여 치료적 교착상태를 만드는가?
* 우리가 가장 힘들어하는 내담자와 우리 자신간의 유사성은 무엇인가?
* 가장 어려운 치료관계의 근원에 권력 갈등이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 우리는 내담자의 저항을 왜 개인적으로(마치 그들의 저항이 우리를 표적으로 삼은 것처럼) 받아들이는가?
* 일상적인 규칙을 따르지 않는 내담자를 치료할 때 가장 중요한 지침은 무엇인가?
저자는 이 책을 4부로 나눠 '1부. 무엇이 비협조적인 내담자를 만드는가' 에서는 상담이 왜 교착 상태에 빠지는지, 어떤 내담자들은 왜 저항하는지 그 원인을 규명하고자 합니다. '2부. 치료사가 비협조적일 때'에서는 역전이 관련 문제와 치료사 자신의 미해결된 자기애적 욕구를 탐색합니다. '3부. 매우 비협조적인 내담자'에서는 치료사들이 가장 치료하기 어렵다고 느끼는 다양한 유형의 내담자를 소개합니다. '4부. 비협조적인 사례 다루기'에서는 치료사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원칙, 전략, 개입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서문에서 10년 간 자신이 만났던 비협조적인 내담자들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고 감사를 표하고 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저는 저자가 그 상처와 좌절감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렇더라도 이 책의 내용은 다양한 이유로 비협조적인 내담자를 만나면서 힘들어하는 상담자에게 충분히 도움이 됩니다. 지금도 그런 내담자를 만나고 있는 상담자 뿐 아니라 앞으로 이런 상황을 대비하려고 하는 예비 상담자들도 한번쯤 읽어보면 좋은 책입니다.
닫기 * Munjack & Oziel(1978)의 저항 유형
유형 1) 내담자들은 치료사가 원하거나 기대하는 것을 단지 이해하지 못한다. 그들은 단순하여 치료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잘 모를 수도 있고 사실에 의거한 생각만을 하는 사람들일 수도 있다.
유형 2) 내담자는 지시받은 과제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기술이나 지식이 부족해서 그것을 따르지 못한다. 내담자는 완강하게 저항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치료사가 요구하는 것을 할 수 없을 뿐이다.
유형 3) 저항은 의욕의 결여를 수반한다. 내담자는 치료사가 무엇을 하든지 뚜렷한 무관심과 냉담함으로 반응한다. 이러한 행동은 이전의 치료에서 실패한 결과로 생긴 것이거나 자기 패배적인 신념 체계 때문일 수 있다.
유형 4) 저항은 ‘전통적인’ 죄책감이나 불안에서 유도된 다양한 것들로서 정신분석가들이 가장 많이 인식했던 것들이다. 방어기제는 더 이상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않게 된다. 내담자는 억압된 감정이 표면으로 떠오르기 때문에 놀라서 뒷걸음질 친다.
유형 5) 저항은 내담자가 증상을 통해 얻는 이차적인 이득에서 생긴다.
* 치료사가 치료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내담자들은 대개 두 그룹으로 나뉜다. 한 그룹은 만성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들이고 다른 한 그룹은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들이다.
* 치료에서 내담자를 비협조적으로 만드는 것은 현재의 문제나 증상보다는 그가 자신의 문제에 반응하는 방식과 더 많은 관련이 있다.
* 치료사가 가장 다루기 어렵다고 보고한 범주
- 비협조적인 내담자들의 가장 우세한 특징은 요구가 많은 행동이다.
- 두 번째 주제는 그들의 통제 욕구이다.
- 세 번째 요인은 방어기제의 유형이다. 특히 보다 원시적인 기제
- 네 번째 요인은 문제를 남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다.
* 랭스(Langs, 1989)는 치료사들에게 매 회기를 ‘바라는 것 없이, 기억 없이, 이해 없이’ 접근하라고 경고한다. 우리는 선입견을 비워 낸 후에만 새로운 통찰을 가져오는 생기 넘치는 관점을 가지고 내담자와 상호작용할 수 있다.
* 유난히 골치 아픈 사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의 역학관계를 밝히려고 할 때는 우리 자신을 먼저 돌아보고 우리가 한 무엇이 내담자를 비협조적으로 만드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 이 책의 전제들 중 하나는 치료에 대한 내담자들의 부정적인 반응이 꼭 그들의 저항이나 비협조적인 경향성으로 인해 생긴 결과는 아니라는 것이다. 대개 그들은 어설프고 무신경한 치료사들의 해석이나 직면을 공격이라고 여기고 그에 대항하여 자신을 지키려 한다(Strupp, 1989).
* 모든 저항적인 환자들의 가장 공통적인 특징은 “질환, 예방, 치료에 대한 개인의 반응을 결정하는 데 있어 불안이 근본적으로 중요하다는 것”이다(Martin, 1979).
* 내담자가 비협조적인 경우, 그 원인은 보통 두 가지 중 하나다. 1) 그들이 치료사로부터 받아들여지거나 이해받는다고 느끼지 못할 때, 2) 그들이 치료사가 너무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두려워할 때. 이 시나리오 중 어느 것이든 치료사가 느낀 분노와 좌절감은 그/그녀의 미해결 과제와 더불어 저항이 이해되고 훈습될 수 있게 하는 버팀목이 된다.
* 맥엘로이와 멕엘로이(McElroy & McElroy, 1991) 같은 많은 치료사들은 비협조적인 내담자에 대한 우리의 역전이 감정이 그들을 도울 방법에 관한 가장 쓸모 있는 단서가 된다고 확신한다. 일단 우리가 특정한 내담자와의 상호작용으로 인해서 어떤 내부적 감정이 울리는지를 알아차리게 되면(그것이 분노, 좌절, 불안, 무력감, 방어, 혐오감, 성적인 끌림, 지루함 등 무엇이든지) 우리는 그것의 부정적인 영향을 중화시킬 뿐 아니라 더 효과적인 치료 계획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길로 잘 가고 있는 것이다.
* 치료에서 치료사로부터 직접 기인되는 저항의 주된 원천은 치료사가 내담자에게 옳은 것과 그른 것, 좋은 것과 나쁜 것의 확고한 한계를 전달하는 확신에 찬 태도다(Bauer & Mills, 1989).
* 치료사들이 비협조적인 내담자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관한 한 조사에서 가장 적응적인 전략 중의 하나는 유머의 진가로 단련된 낙관적인 인내심이었다(Medeiros & Prochaska, 1988).
덧. 이 책은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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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I는 수검자의 기질과 성격 유형을 동시에 확인하고 이 둘 간의 상호작용 양상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정서적 문제를 MMPI-2/A 결과와 연결해서 살펴볼 수 있는 거의 유일무이한 검사 도구입니다.
TCI 해석 방식에 따르면 정신건강분야의 임상가들이 흔히 말하는 성격 장애라는 건 성격 장애로 labeling할 수 있는 기질을 갖고 태어난데다 성장 과정에서 무언가 문제가 생겨 성격 발달이 지연되고 이러한 발달 지연으로 인해 기질을 제대로 조절할 수 없게 되었을 때, 즉 기질과 성격 모두에 문제가 생겼을 때 진단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TCI 활용 3단계 전략' 참조)
그런데 간혹 기질이 좋지 않은 것은 분명하지만 성격의 기질 조절 기능에 문제가 생겼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애매한 결과가 나오는 수검자도 있습니다.
예를 하나 들겠습니다.
TCI 결과 HLH로 극단적인 연극성 기질의 소유자입니다. 성격은 LMM(low self-directedness) 유형입니다. 자율성이 low level이기는 하지만 자율성+연대감을 30이하로 떨어뜨릴 정도로 자율성이 낮은 수준은 아니라서(연대감은 medium level이라서 안심) 성격의 기질 조절 기능은 그런대로 잘 유지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즉 연극성 성격 장애라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죠. 하지만 이런 TCI 결과를 수검자에게 어떻게 해석하는 게 좋을까요? 자칫하면 수검자가 자신의 기질 해석만 듣고 좌절하거나 상담자-내담자 관계가 흔들릴 수도 있거든요.
저는 이런 기질의 해석을 할 때 우라늄 원석의 비유를 들곤 합니다. 아시다시피 우라늄 원석은 엄청난 방사능을 방출하고 있지요. 존재 자체로도 인간에게 위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무한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기도 합니다. 기질을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듯 우라늄 원석을 갖고 태어난 건 수검자의 의지와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그 우라늄을 잘 가공해서 원자력 발전에 이용할 것인지 아니면 원자폭탄을 만들 것인지는 본인에게 달린 것이라고 설명해 줍니다.
극단적인 HLH 기질의 소유자라고 해도 자신의 끼와 재능을 잘 살리면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연기자나 예술가가 될 수 있는 것이고 안타깝지만 원자폭탄을 만드는데 사용한다면 자신 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 크나 큰 상처를 입히는 연극성 성격 장애가 될 수도 있는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극단적인 기질 문제를 가진 수검자에게는
양날의 검 비유를 들어 해석하면 기분 상하지 않게 자신의 기질을 이해시킬 수 있습니다. 한번 고려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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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TCI의 실시와 관련된 글을 계속 포스팅하고 있습니다.
'TCI를 활용하면 좋은 상황 : 상담자용' 은 상담 장면에서 TCI 실시를 고려해야 하는 일반적인 상황에 대해,
'선별심리평가 후 TCI 추가 실시를 고려해 봐야 하는 상황' 은 MMPI-2의 일반적인 결과 해석 시 TCI 추가 실시를 고려해야 하는 상황을 다뤘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MMPI-2의 타당도 척도 양상을 통해 TCI의 추가 실시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을 제안하려고 합니다.
1. K. S 척도가 유의미하게 상승하는 경우
: K, S 척도가 유의미하게 상승한다는 것은 자신의 심리적 불편감을 외부로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쓰며 다른 사람에게 좋은 모습만 보이려는 경향을 노골적으로 표방한 것이기 때문에 이런 타당도 profile을 나타내는 수검자는 TCI를 실시할 때에도 어떤 문항이든 극단값을 피하고 중간으로 몰리는 응답 패턴을 보입니다. 그래서 TCI 결과에서도 기질, 성격 유형의 차원이 Medium level로 나타나는 경향이 있고 극단적인 경우는 기질, 성격 모두 MMM 유형으로 채점될 수도 있습니다. 당연히 신뢰할 수 없는 결과이죠. 따라서
K, S척도가 유의미하게 상승한 경우는 TCI를 추가 실시하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2. F, F(B) 척도가 유의미하게 상승하는 경우
: F, F(B) 척도가 유의미하게 상승했다는 건 수검자가 고통감을 적극적으로 호소한다는 걸 의미하며 무효 profile일 정도로 faking-bad 경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는 이상 TCI 결과를 왜곡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TCI 각 문항에 대해 극단값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유형이 좀 더 분명하게 구분되고 이로 인해 결과 해석이 더 용이해집니다. 그러니
TCI를 실시하면 좀 더 풍부한 해석을 할 수 있으니 하는 것이 이득입니다.
3. K, S 척도가 바닥을 치는 경우
: K, S 척도가 바닥을 쳤다는 건 35T 이하로 가라앉은 상태를 의미합니다. F, F(B) 척도가 어느 정도 상승했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기는 하지만 통상적으로 이러한 상태는 고통이 만성화되었고 수검자가 어느 정도 이러한 상태에 익숙해졌음을 의미합니다. 달리 말하면 스트레스에 맞설 수 있는 심리적 자원이 고갈되었다는 것이죠. 이 때 TCI 결과는 수검자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MMPI-2의 임상, 내용 척도에서 상승한 것들만 해석해도 충분한 경우 수검자에게 불필요한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미 수검자가 정서적으로 소진된 상태이므로 TCI 검사지 하나를 추가로 작성하는 것만도 힘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TCI 추가 실시를 좀 더 신중히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4. FBS 척도가 유의미한 수준으로 단독 상승한 경우
:
'선별심리평가 후 TCI 추가 실시를 고려해 봐야 하는 상황' 포스팅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FBS 척도의 유의미한 단독 상승의 의미는 이차적 이득의 존재와 함께 성격 상의 문제 및 이로 인한 대인 관계 갈등 문제 동반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특히 이 경우는
성격 장애 진단 가능성도 커지기 때문에 TCI를 반드시 실시하는 편이 낫습니다.
앞에서 설명드린 네 가지 경우가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지만 TCI 추가 실시를 고려할 때 참고하시면 좋은 경험적인 기준 중 하나일 수 있어서 소개 드렸으니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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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장면에서는 아직까지 TCI를 적극 도입/실시하는 곳이 많지 않지만 상담 장면에서는 TCI를 사용하는 곳이 계속 늘고 있고 점점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합니다.
병원 장면에서는 성격 장애를 제외하면 TCI를 실시하지 않더라도 변별 진단에 어려움이 없을 정도로 심각한 환자들이 많기 때문에 기존의 종합심리평가만으로도 충분합니다. 하지만 상담 장면에서는 아직까지도 특별히 진단을 내리기에는 충분치 않지만 그렇다고 그냥 상담만 하기에는 뭔가 찜찜한 내담자들이 많은데 설명이 어려운 영역을 TCI를 통해 가려낼 수 있어서 TCI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고려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현재 MMPI-2와 SCT로 구성되어 있는 선별심리평가 도구에 TCI를 routine하게 실시하도록 추가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예산 확보 문제도 그렇고 검사 도구가 추가되면 내담자에게 동의를 구하기도 한결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MMPI-2와 SCT 조합을 MMPI-2, TCI 조합으로 갑자기 바꾸는 것도 만만한 일은 아니고요(개인적으로는 처음부터 선별심리평가도구를 TCI, MMPI-2 조합으로 구성하는 걸 적극 추천합니다).
그래서 보통 접수 시 routine하게 MMPI-2와 SCT를 실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 종합심리평가를 비롯한 추가 검사 실시를 고려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TCI의 추가 실시를 고려해 봐야 하는 상황이란건 대체 어떤 걸까요?
개인적으로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하면 TCI 추가 실시를 고려해 보라고 제안드립니다.
1. MMPI-2의 FBS 척도 단독 유의미 상승
: FBS 척도가 단독으로 상승(타당도 척도 중 혼자만 70T 이상으로 상승하는 경우)했을 때의 의미는 이전에 한 포스팅(
'MMPI-2 FBS 척도의 이해')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임상 척도로 지지되는 문제로 인한 이차적인 이득이 존재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 경우 어떤 임상 척도가 상승했냐와 상관없이 성격 상의 문제 및 이로 인한 대인 관계 갈등 문제가 동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TCI 결과를 살펴보는 것이 내담자의 문제를 이해하고 그에 따른 상담 목표를 설정하는데 큰 도움이 될 때가 많습니다.
2. 주 호소와 MMPI-2 임상 척도 양상이 맞지 않을 때
: 내담자가 주로 호소하는 증상과 MMPI-2 임상 척도가 서로 많이 어긋날 때 이러한 증상의 원인이 기질이나 성격에서 비롯된 것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다양한 신체 증상을 호소하나 서로 연관성이 별로 없고 결정적으로 MMPI-2에서 신체화 관련 척도의 상승이 두드러지지 않을 때, 이는 단순한 신체화 기제가 아닌 histrionic trait의 소유자가 보이는 관심 끌기 행동의 일환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TCI를 통해 어떤 기질과 성격 유형의 소유자인지 확인하는 것이 이 간극을 설명하게끔 도와주기도 합니다.
당연히 두 조건 각각을 충족하는 것보다 두 조건을 동시에 충족하는 경우가 TCI 추가 실시로 도움을 얻을 확률이 커지겠죠.
둘 다 중요한 조건이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FBS 척도가 단독 상승했을 때 TCI를 추가 실시하는 것이 더 유용했다는 것도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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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래 전에 종합심리평가로는 성격 장애를 진단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TCI 사용을 적극적으로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는 내용의 포스팅을 한 적이 있습니다. (
'과연 심리평가로 성격 장애를 진단할 수 있는가' 참조)
TCI라고 해서 성격 장애를 무조건 정확하게 진단하는 것은 아닌 게
1) 기질 상의 취약성 존재, 2) 성격의 기질 조절 기능 약화 라는 두 가지 조건을 동시에 충족해야 성격 장애 진단을 고려해 볼 수 있는 것이죠. 그러니까 TCI를 갖고도 성격 장애 진단은 쉽지 않은 겁니다.
기질의 취약성이야 타고 나는 것이고 일부 유전되는 것이니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성격의 기질 조절 기능 약화는 상담에서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잘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상담 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TCI 성격 유형은 다음과 같습니다.
* LLL 유형 : 침울한
주관적인 고통감도 심하고 객관적인 심리평가 결과도 이를 지지하는 성격 유형입니다. 내담자가 가장 고통스러워하는 유형이라고 할 수 있고, 우울 장애나 기타 신경증적 문제를 동반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만성적인 무기력, 자신감 부족, 에너지 저하 등의 증상이 공통적이고 매사에 성공 경험이 별로 없기 때문에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모를 뿐 아니라 상담이 도움이 될거라는 기대조차도 부족해서 예후가 그리 좋지 않은 편입니다. 어떤 공존 장애를 고려하든 만성화된 상태에서 방문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탐색하는 게 좋습니다.
* LLM 유형 : 미성숙한
성별과 연령을 불문하고 정신적으로 덜 자란 느낌을 주는 내담자로 순진한 것과는 다른 미숙함이 특징적입니다. 기질 상의 취약성도 함께 갖고 있는 경우가 많으며 성장 과정에서 이러한 기질이 온전히 수용되지 못함으로써 자기 회의, 자기 비하 성향이 강해 그냥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래서 객관적으로 볼 때 그다지 성취라고 할 만한 걸 이룬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LLM 유형으로 분류되는 내담자는 성장 과정에서 방임이나 학대 등의 애착 외상을 입은 적이 있는지, 지나치게 강압적이고 통제 지향적 부모에게서 양육된 것은 아닌지 부모-자녀 관계 문제 가능성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 LML 유형 : 모방하는
성인의 경우 이 유형으로 분류되는 내담자가 꽤 많습니다. 흔히 말하는 남 따라하기 유형인데 목적 의식이 부족해서 그렇습니다. 삶의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고자 살아온 게 아니기 때문에 겉으로 보기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여도 삶의 만족도가 낮은 것이 특징적입니다. 이 유형의 내담자도 LLM 유형처럼 지나치게 통제적인 가정 환경에서 성장했을 가능성이 큰데 진정한 어른이 되는데 꼭 필요한 선택과 책임 중 어느 것도 스스로 하려고 하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결과에 대한 집착이 강하기 때문에 일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면 비난할 대상(주로 부모 등 significant others)을 찾아 외부 귀인하면서 자신의 약한 멘탈을 지키려고 합니다. HHH기질 유형(수동-공격적 유형)과의 조합이 가장 예후가 좋지 않으며 이럴 경우 조기 종결 가능성도 큽니다.
말씀드린 세 유형의 공통점은 자율성 차원이 매우 낮다는 겁니다.
상담을 받으러 오는 내담자의 특징 중 하나는 자율성이 매우 낮다는 것이죠. 거기에 연대감까지 낮으면 문제가 더 심각해집니다. LLL, LLM 유형이 대표적인 경우이죠. 자율성이 낮아도 연대감 수준이 어느 정도 높다면(Meduim level 이상이라면) 상담자와 rapport를 형성할 때까지는 버틸 수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작업을 할 수 있습니다.
앞서 설명드린 성격 유형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자주 만날 수 있는 성격 유형으로 LLH(비조직화된), LHM(복종적인), LHL(의존적인) 유형도 있습니다. 이 유형들에 대해서도 공부를 해 두시는 게 좋은데 이들 유형은 LLH 유형을 제외하고는 그나마 연대감 수준이 높은 장점이 있어서 상담자가 본격적인 개입을 할 때까지 시간을 벌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상호 의존 문제를 염두에 두어야 하고 전이-역전이 분석이 필요한 내담자가 많습니다.
유형에 대한 숙지 이외에도 중요한 내용을 정리해 보자면,
1. 상담을 받으러 오는 내담자들은 대부분 TCI의 자율성 차원이 낮기 때문에 자율성의 하위 차원 분석을 통해 어떻게 자율성을 높일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함.
2. 연대감 차원까지 낮다면 조기 종결 가능성이 커지며 내담자가 호소하는 증상의 심각도도 비례해서 올라가는 경향이 있으므로 각오를 단단히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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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ncy McWilliams의 정신분석적 심리치료 워크샵 참석 3일차입니다. 아무리 재미있고 유익한 워크샵이라고 해도 3일 내내 참석하게 되면 관성이 붙어서 슬며시 꾀도 나고 마음이 느슨해지는 게 인지상정이죠.
첫날과 달리 두 번째 날에는 앞쪽 좌석에 앉았던 경험이 있기에 마지막 날에는 외투의 두께도 적당히 조절하고 신발도 편한 걸 신고 왔습니다. 아무래도 하루 종일 강의를 들으려면 몸이 편해야겠더라고요.
이틀 째 강연 loading이 만만치 않았기에 살짝 걱정을 했는데 McWilliams 박사는 새로 충전하셔서 첫날과 다름 없는 강의를 보여주었습니다.
강의는 한 치 빈틈도 없게 빡빡하게 진행되었지만 주최측도 선례가 있어서 그런지 사전 질문을 받을 때에도 개인 사례 supervision에 해당하는 내용에 대한 질문은 자제 요청을 하고 미리 걸러서 이틀 동안에 가끔 있었던 뜨아한 질문은 전혀 없었습니다.
저야 다른 일정이 있어서 질의응답까지만 듣고 곧바로 나왔습니다만 남아서 사인도 받고 기념 사진도 촬영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워낙 유명한 분이고 한국에 처음 모신 것이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저는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닌 강연자와 기념 사진을 찍는 게 잘 이해되지 않더군요. 뭐 나름의 개인적인 이유가 있으려니 하고 생각하고 맙니다.
마지막 날인 3일차는 다양한 성격 장애(또는 문제) 유형과 치료 과정에서 드러나는 다양한 임상 양상과 치료점 함의점에 대해 다루었습니다.
* 1교시 : 우울 및 자기패배적 성격
* 2교시 : 분열성 성격
* 3교시 : 히스테리, 연극성, 해리성 성격 및 외상 후 증후군
* 4교시 : 자기애, 반사회성 및 사이코패스적 성격
점심 시간 직전에 다루었던 분열성 성격에서 제대로 직면을 당했고요;;; 한편으로는 내심 안도감이 드는 부분도 많았습니다. ^^
둘째 날과 마찬가지로 마지막 날 워크샵 내용도 McWilliams 박사의 저서에서 정리한 내용이 대부분이라 획기적으로 새로운 건 없었습니다만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를 해 주셨기 때문에 저도 강의를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정리되는 부분이 많더군요. 그래도 책으로 다시 한번 정리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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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울 및 자기 패배적 성격
- 우울성 성격 장애는 우울 장애와 같지 않다
- 우울성 성격 유형은 심리치료자 중에서 가장 많이 차지하는 성격 유형(Hyde, 2009)
- DSM에는 없으며 정신역동적 진단 메뉴얼에는 수록되어 있음
- Affect : distress, unclear grief, guilt, shame, self-hatred
- Cognition : wrong with me, It must be my fault
- Defenses : Introjection, self-criticism, Idealization of others, 공격자와 동일시, victim entitlement
* 정상적인 애도와 우울의 차이
- 분명한 상실이나 거부 경험이 있다 vs. 선행 요인이 명확하지 않다
- The world seems bad or empty vs. The self seems bad or empty
- 고통스런 감정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사라짐 vs. 고통스런 감정이 만성적이고 사라지지 않음
* Depressive Psychology의 두 가지 주관적 경험(의존적 우울 vs. 내사적 우울)
- shame vs. guilt
- sense of being empty of anything valuable vs. sense of being full of badness, evil
- 치료 기간이 짧고 증상이 금방 완화됨 vs. 치료 기간이 오래 걸리며 내담자의 fault congnition에 초점
- 치료가 끝나면 쉽게 재발함 vs. 치료가 끝나도 치료 효과가 지속됨
* Depressive Patients의 전이
- 빠른 애착을 형성하고 신뢰와 희망의 느낌을 줌
- 치료자를 이상화하는 경향이 있으며 치료자의 실제 훌륭한 면에 감사를 표함
- 치료자의 거부와 비판에 예민함
- 치료자를 기쁘게 하려고, 귀찮게 하지 않으려고 애씀(피학적 성격은 예외)
* Depressive Patients의 치료적 함의
- 의존적 우울 환자는 normalizing conversation을 통해 도울 수 있고
- 내사적 우울 환자는 기저의 autonomatic congnitions를 직면시킬 필요가 있음
- 의존적 우울 환자는 ego를 지지해야 하고 내사적 우울 환자는 superego를 공격해야 함
* Schizoid Personality의 이해
- closeness vs. distance 문제
- 정신 분석은 schizoid를 위한 schizoid의 작업(Guntrip)
- Schizoid people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위니캇의 저작을 읽을 것
- 기질의 영향이 크다(TCI LLL 기질 유형 참조)
* Schizoid people의 내면과 외면
- longing to be close vs. detachment
- emotional neediness vs. self-sufficiency
- acute vigilence vs. absent-mindedness
- highly reactive vs. non-reactive
- intense affect vs. blunted affect
- sexually preoccupied vs. non-sexual and ascetic
- fantasies of world destruction vs. gentle, tentative
* Schizoid people의 방어 기제
- withdrawal, dissociation
- 매우 솔직하기 때문에 repression, reaction formation, denial과 같은 distorting defenses를 사용하지 않음
* Narcissistic Personality의 이해
- DSM은 arrogant version의 자기애성 성격만 기술 depleted, depressed version은 없음
- Narcissistic people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Kohut의 저작을 읽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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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분위기가 달라지고는 있지만 아직까지도 TCI는 임상 현장에서 잘 쓰이는 검사 도구가 아닙니다.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수가 문제 때문인 것 같지만 그 외에도 워낙 병리적인 문제가 심각한 환자들이 많아 변별 진단이 더 급하고 진단이 내려진 뒤에도 임상심리학자들의 개입 여지가 적은 곳이다 보니 기질이나 성격 문제까지 살펴볼 필요가 없는 이유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작년 여름에 포스팅한 글(
'TCI를 이용한 성격 장애 진단의 개념적 이해')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종합심리평가만으로 성격 장애를 진단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임상심리학자가 실질적으로 치료적 개입을 할 수 없는 병원 장면에서도 성격 장애 가능성을 확인한다는 면만 놓고 봐도 TCI의 활용 여지는 적지 않습니다.
임상 현장은 그렇다치고 상담 현장은 어떨까요?
현재도 상담 현장에서의 TCI 활용 가능성이 더 큽니다만 저는 앞으로 TCI는 상담 현장에서 MMPI-2/A 이상으로 상담자들이 선호하는 검사가 될 거라 예상합니다. 왜냐하면 상담자가 내담자의 문제를 파악하는 것 이상으로 상담을 위한 접점을 파악하는데 TCI가 아주 큰 도움을 주거든요. 그래서 TCI를 익혀두시는 건 굉장히 효율적인 투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건 그렇고 상담 현장에서 TCI를 사용하면 좋은 상황에는 어떤 경우가 있을까요.
개인적으로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TCI 사용을 적극적으로 고려해 보실 것을 권합니다.
'내담자가 호소하는 증상들이 애매 모호하여 DSM 체계에 의한 가설을 세울 수 없을 정도일 때'
뭔가 이런저런 심리적 고통감을 호소하고, 부적응적 양상을 보이며 행동 상의 문제도 드러내지만 딱히 어떤 장애로 진단하기에는 애매하다 싶고 굳이 변별 진단을 위한 가설을 세우자니 너무 많은 진단이 떠오르는 경우에 TCI 사용을 고려해 봄 직 합니다.
왜냐하면 이처럼 애매한 증상군은 기질이나 성격 역동에 의해 나타나는 문제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증상이 다양하고 심각해 보일수록 기질도 좋지 않고 성격의 조절 기능에도 문제가 있어 기질과 성격의 부적응적인 상호작용 때문에 이러한 복잡한 양상으로 나타났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물론
기질은 건강하지만 성격의 조절 기능에만 문제가 있거나 성격은 괜찮으나 취약한 기질을 소유하고 있어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도 있기는 하지만 제 경험 상 증상이 애매할수록 둘 다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니 TCI를 실시해서
'TCI 활용 3단계 전략'에 따라 점검해 보면 내담자의 문제가 좀 더 명확하게 이해될 수도 있으니 한번 적극적으로 고려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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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요 몇 년 사이에 심리평가 강의를 나갈 때마다 TCI의 장점에 대해 입에 침이 마르게 자랑을 하고 다니지만 정작 현장에서 어떻게 써 먹을 수 있는지를 설명하지 않았더니 어떻게 활용하는거냐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아서 이 참에 한번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포스팅 하겠노라고 약속도 했고요;;).
일단 제가 추천하는 활용 3단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 1단계 : 성격 장애 또는 성격 문제 파악
* 2단계 : 기질 및 성격 유형 확인
* 3단계 : 하위 척도 해석 및 통합
1단계인 성격 장애 또는 성격 문제 파악은 임상적인 차원에서 수검자의 성격 장애 진단 또는 성격 문제의 양상을 확인하는데 있어 종합심리평가로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TCI를 이용하는거죠.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미 올 4월에
'TCI를 이용한 성격 장애 진단의 개념적 이해'라는 글에서 상세히 설명을 드렸기 때문에 여기에서는 다시 다루지 않겠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위의 포스팅을 참고하시고요. 참고로 Cloninger는 8개의 성격 문제를 분류해서 제시해 놓았는데 이 중 5개가 DSM 진단 규준과 겹칩니다. 그러니 최소한 5개의 성격 장애 진단을 위한 객관적인 근거를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이죠.
1단계 결과 성격 장애나 성격 문제가 확인되었다면 그에 걸맞는 치료적 개입을 생각해 보면 될 것이고요.
2단계에서는 T점수 3분 분할점을 사용하여 기질의 3척도와 성격의 3척도 각각에 대해 T점수 45 미만, 45 이상 55 이하, 55 초과인지에 따라 L(ow), M(edium), H(igh)로 명명하고 3 X 3 X 3 조합 중 해당되는 유형을 확인합니다.
기질과 성격 각각 27개의 유형 중 하나로 확인이 될 겁니다. 그 다음에는 해석집에서 각 유형에 대한 해석 내용을 찾기만 하면 됩니다. TCI는 해석집이 잘 구성되어 있어 각 기질, 성격 유형을 찾아 보기만 하면 되는데 각 유형의 장점과 단점을 잘 구분해서 설명해놓았고 무엇보다 이것이 별도의 해석 방법을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수준이라서 반갑죠.
이 때 1단계와 2단계에서 주의할 점 중 하나는
1단계인 성격 장애 및 성격 문제 파악에서는 백분위 점수를 사용하는데 비해 2단계인 기질 및 성격 유형 확인에서는 분할점으로 백분위가 아닌 T점수를 사용한다는 것을 명심하셔야 합니다. 분할점으로 백분위 점수를 사용해도 되기는 되지만 해석집의 유형이 T점수를 활용해 구분했다는 것과 백분위 점수를 활용해 구분한 유형과 미묘한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다소 귀찮더라도 T점수를 활용하시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성격 장애 및 성격 문제도 확인했고, 기질과 성격 유형도 파악했으면 그 다음은 조금 더 detail한 수준에서 수검자의 기질과 성격을 살펴볼 시간입니다.
3단계에서는 각 기질 및 성격 유형의 하위 차원을 뒤져보게 되는데 그러기 위해 결과지의 두 번째 장을 활용합니다. 두 번째 결과지에는 기질 척도 4개, 성격 척도 3개 각각의 하위 척도와 하위척도명, 원점수, 규준집단의 평균, 규준집단의 표준편차 정보를 얻을 수 있는데요.
이해를 돕기 위해 간단한 예를 하나 들겠습니다.
위험 회피 기질 척도의 하위 척도는 모두 4개인데 그 중 '낯선 사람에 대한 수줍음(HA3)' 척도의 원점수가 13, 규준집단의 평균이 8.7, 규준집단의 표준편차가 3.6이라면 이 수검자의 원점수 13은 분포 곡선의 1 표준편차(12.3) 이상 영역에 위치하는 걸 금방 계산할 수 있습니다. 즉 이 수검자와 동일한 성별과 연령을 가진 규준 집단과 비교해서 낯선 사람에 대한 수줍음을 더 많이 경험한다고 말할 수 있겠지요. 원 점수가 2 표준편차 이상이라면 더욱 강하게 경험한다고 말할 수 있을테고요.
각 기질, 성격 척도에는 하위 척도들이 있고 이 하위 척도들의 원점수가 각각 규준집단의 어디에 위치하는가에 따라 이 수검자의 경우 상승 또는 하강하는 기질, 성격 척도의 점수를 좀 더 깊이있게 설명할 수 있는거지요. 이것은 MMPI-2/A에서 각 임상, 내용 척도가 왜 상승 또는 하강했는지를 소척도들을 통해 살펴보는 것과 동일한 방법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작업을 할 때 각 하위척도의 맨 오른쪽 여백에 위 아래 화살표 모양과 갯수로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기록해 둡니다. 나중에 수검자의 기질, 성격 부분을 심리평가보고서에 기술할 때 참고해서 강조할 부분은 강조하고 조금 순화시켜 써야 하는 부분은 수정해서 써야 하니까요.
꼼꼼히 설명하느라고 글이 길어졌지만 이 3단계 해석 방식에 조금만 익숙해지면 빠른 시간 내에 수검자의 성격 장애를 변별 진단하고 각 기질, 성격 유형의 특성과 고유한 차이에 대해서도 금방 formulation을 할 수 있습니다.
현장에서 TCI를 활용하는 임상가라면 한번쯤 생각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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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YES24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양창순 선생님이 2012년에 낸 책입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선생님들 중 글솜씨가 좋은 분들이 많이 계신데 원조급까지는 아니어도 초기에 유명세를 탄 분들 중 하나가 아닌가 싶은데요.
글솜씨로 유명세를 탄 분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 중 하나는 자신의 임상 경험으로부터 우러나온 내공이 글타래로 충분히 쌓이기 전에 출판사의 등떠밀기에 휘말려 비슷비슷한 종류의 책을 계속 내게 되는 겁니다. 그래서 맨 처음 인기몰이를 했던 책은 참 좋지만 그 다음부터는 그 밥에 그 나물 같은 비슷한 내용이 계속 반복되는거지요. 외국의 임상가도 이 문제를 피해갈 수 없는 것이 제가 극찬을 했던
'당신이 나를 위한 바로 그 사람인가요?(1992)'를 쓴 바바라 드 엔젤리스도
'지금의 고난은 내게 어떤 의미인가(2005)'같은 너무나 평범한 책을 후속작으로 내기도 하니까요.
소설가라면 창의력이 고갈되었음을 느낄 때 절필을 선언하고 자신만의 세계로 침잠하지만 임상가는 임상 현장을 떠나는 순간부터 오히려 내공을 더 잃기 때문에 그럴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계속 일을 놓을 수가 없는거지요.
서두가 길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양창순 선생님도 글을 마구 쏟아내는 수준입니다. 개정판을 포함한다고 해도
* 때로는 내 안에, 때로는 내 밖에 있는 나(2001년 11월)
* 나? vs 나!(2003년 1월)
* 당신 자신이 되라(2005년 6월)
* 마인드 포스(2007년 9월)
* 나는 왜 사랑을 못하나(2008년 7월)
* 내 인생, 이 정도면 괜찮아(2008년 10월)
* CEO, 마음을 읽다(2010년 7월)
* 엄마에게(2010년 9월)
* 미운오리새끼 날다(2011년 2월)
*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2012년 7월)
* 당신 참 괜찮은 사람이야(2012년 11월)
* 정신과 전문의 양창순의 심리학 테라피(2013년 8월)
* 나는 외롭다고 아무나 만나지 않는다(2014년 7월)
보시는 것처럼 2000년도 초에는 2년에 1권 정도로 책이 나왔습니다(개인적으로 이것도 너무 빠르다고 생각하지만) 그런데 2008년 '나는 왜 사랑을 못하나'부터 시작해서는 거의 1년에 2권 꼴로 책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모든 책을 제가 다 읽어본 건 아니지만 아무리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고 해도 인간에게는 시간의 한계가 엄연히 존재하고 임상가가 경험할 수 있는 임상 현장에도 제약이 존재합니다. 그러니 결국 사골 곰탕 우려내듯이 했던 이야기를 또 하고 또 하고 할 수 밖에 없는거지요.
이 책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가 바로 그런 책의 대표격입니다. 현장의 임상가에게 영감을 주는 책도 아니고, 심리 장애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대안을 제시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일반인들이 어디서나 집어들고 아무 곳에서나 쉽게 읽다가 마음이 내키지 않으면 집어던질 수 있는 그냥 달달한 pop psychology 에세이 수준이 되었습니다.
이러다 보니 내용의 흐름도 일관되지 않아서 저는
웨인 다이어의 '행복한 이기주의자'와 비슷한 내용을 기대하고 읽었는데 읽다보니 대체 누구를 대상으로 쓴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더군요.
게다가 제가 읽다가 깜짝 놀란 부분이 있는데 TCI의 기질과 성격을 섞어서 '7가지 성격의 보편적 유형들'이라고 소개하면서 처음의 네 개는 기질의 영향을 좀 더 많이 받는 성격 유형이고 뒤의 셋은 노력하면 어느 정도는 더 발전이 가능한 성격 유형이라는 식으로 잘못 설명하기까지 하더군요. 저는 이를 자신의 이야기를 할 것이 없기 때문에 여기저기에서 빌려오다 발을 헛딛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더욱 실망스러운 것은 제가 제일 싫어하는 패턴인 맨 마지막에 예의 성격 장애나 특이한 정신과적 증상을 빌어 심리적 문제를 설명하려는 시도를 했더군요. 이 책에 등장하는 내용으로는 '자살 본능', '가면 우울', '가짜 철학적 경향(심리학에는 자기 충족적 예언이라는 훨씬 더 정확한 개념이 있습니다만), '강박장애와 편집증', '공황장애', '환절기 마음병', '따돌림', '열등감과 죄책감', '거부불안' 등이 있는데 아무런 공통점도 없고 그냥 생각나는대로 소개한 것처럼 보여서 더욱 씁쓸합니다.
나름 기대하고 집어든 책인데 실망감이 너무 커서 우울해질 지경이더군요. 책의 뒷편에는 전 대법원장인 고려대 석좌교수, 전 삼성 에버랜드 사장, 법무법인의 대표 변호사, 기업의 대표이사 등의 화려한 추천사가 난무하지만 정작 임상가의 추천사는 하나도 없다는 게 이 책이 어디를 지향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아무에게도 추천할 수 없는 책입니다. 그래서 '월덴지기가 인상깊게 읽은 구절'도 없습니다.
덧. 이 책은 직장 자료실에서 빌려 읽은 책이라서 북 크로싱 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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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
당신이 나를 위한 바로 그 사람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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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책감,
지금의 고난은 내게 어떤 의미인가,
편집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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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절기 마음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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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에
'TCI와 MMPI-2로 살펴본 반사회성 성격장애 양상'이라는 포스팅에서 TCI로 반사회성 성격장애 가능성을 확인하는 걸 보여드린 적이 있습니다.
'성격 장애 진단의 대항마가 될 수 있는 심리검사도구 TCI' 포스팅에서도 TCI를 이용해 성격 장애 진단을 위한 단계적 접근법을 설명드린 적이 있고요.
오늘은 이해하기 쉽게 좀 더 쉬운 비유를 활용해 보겠습니다.
* 기질 : 음식의 종류
* 성격 : 냉장고의 온도 조절 기능
상담을 받으러 온 내담자의 주 호소가 대인관계회피, 사회적 철회, 무기력이라고 해 보죠. 대인 관계에 기본적인 문제가 있고 사회 적응도 잘 못하기 때문에 Social Anxiety Disorder, Social Phobia, Adjustment Disorder, Depressive Disorder의 진단 가설을 변별하던 중에 이 내담자가 혹시 Schizoid Personality Disorder(혹은 Problem)는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어 TCI로 검증을 해 보기로 합니다.
1단계. 성격의 성숙도 체크(자율성, 연대감의 백분위 점수 사용)
: 자율성 및 연대감의 백분위 점수가 모두 30점 미만이거나 자율성+연대감의 합산 백분위 점수가 30점 미만인 경우 성격 발달의 정도가 기질유형에 미치는 조절 기능에 문제가 생겼다고 판단.
위 내담자의 경우 자율성의 백분위 점수는 80점, 연대감의 백분위 점수는 1점이라서 모두 30점 미만이어야 한다는 조건은 충족하지 않지만 자율성+연대감 합산 백분위 점수가 21점이라서 조건을 충족함. 성격장애(또는 문제) 가능성이 있어 보임.
그야말로 냉장고의 온도 조절 기능에 문제가 생긴 것이죠. 냉장이 제대로 되지 않는 상태라면 안에 보관한 음식이 부패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니 이제 냉장고에 보관하고 있는 음식이 문제가 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인지 확인해 봐야 합니다.
2단계. 기질유형의 확인(자극추구, 위험회피, 사회적 민감성 기질 척도의 T점수 3분 분할점 사용)
: 자극추구, 위험회피, 사회적 민감성 기질의 T점수가 45미만, 45이상 55이하, 55초과인지에 따라 L, M, H로 명명하고 3 X 3 X 3 조합의 기질 유형 확인.
위 내담자의 경우 자극추구, 위험회피, 사회적 민감성 기질의 T점수가 각각 39, 38, 35이므로 모두 Low이며 LLL기질 유형을 갖고 있습니다. 해석집의 LLL 기질유형을 찾아보면 Schizoid(분열성) 기질이라는 걸 대번에 알 수 있습니다. 이 내담자는 DSM 분류 방식을 따르자면 Cluster A의 Schizoid Personality Disorder(Problem)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를 염두에 두고 추가적인 평가나 치유적 개입을 해야 합니다.
냉장고 안을 살펴보니 아쉽게도 가공된 통조림이 아닌 부패되기 쉬운 해산물이 들어 있었네요. 냉장고의 조절 기능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꽤 오랜 기간동안 보관할 수 있었겠지만 냉장고가 고장난 상태(성격의 조절 기능이 성숙하지 않음)이므로 금방 부패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처럼 취약한 기질을 갖고 태어났다고 해도 성격의 조절 기능이 양호하거나, 반대로 성장하면서 조절 기능이 고장난 경우에도 건강한 기질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별 문제가 되지 않았을테지만 취약한 기질을 갖고 태어났는데 공교롭게도 성격의 조절 기능까지 고장난다면 성격 장애로 발현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죠.
그래서 성격 문제가 있어 보이는 내담자를 상담할 때는 TCI를 활용해 비교적 간편하면서도 효율적으로 이를 변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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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20일에 월든3 아카데미 미니 강의에서 사용한 PPT 자료입니다.
* 제 경험 상 TCI를 적용할 때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 3단계 활용법 슬라이드가 새로 추가되고 각 기질, 성격의 하위 차원 이해를 돕기 위해 중요 개념을 강조 대비하였습니다. 그리고 몇 가지 세부적인 내용을 다듬은 최신 버젼입니다.
(주) 마음사랑에서 나온 TCI 매뉴얼의 순서와 내용에 충실하게 구성했기 때문에 매뉴얼이 너무 난삽하게 느껴지는 분들이나 매뉴얼을 이미 읽었지만 핵심만 다시 살펴보기를 원하는 분들에게 좋습니다.
슬라이드의 갯수가 100장이 넘는 양이지만 이는 동일한 내용이 반복되는 '척도의 구성과 내용' 영역 때문이라서 실제 강의 분량은 3~4시간 가량에 불과합니다.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 TCI 개관
* TCI의 이론적 배경
* 한국판 TCI의 표준화
* TCI의 척도 구성과 내용
* TCI의 실시와 채점
* TCI의 해석
월덴 3를 자주 들르시는 분들이라면 제가 TCI를 얼마나 애정하는지 잘 아실겁니다. 그만큼 강력하고 현장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기질 및 성격 검사도구이죠. 개인적으로 MBTI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합니다.
TCI의 사용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차례 포스팅을 한 적이 있죠. 관심있는 분들은 읽어보시고요.
*
'[심리척도] Temperament and Character Inventory(TCI) 간단 요약'
*
'성격 장애 진단의 대항마가 될 수 있는 심리검사도구 TCI'
*
'TCI와 MMPI-2로 살펴본 반사회성 성격장애 양상'
*
'선별심리평가의 심리검사도구 구성하기 : TCI/JTCI와 MMPI-2/A의 조합'
얼마든지 첨삭 등 수정이 가능하도록 PDF가 아닌 PPT 파일로 올립니다. 인용 출처만 남겨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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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YES24
인지치료의 창시자인 아론 벡과 초기부터 함께 일해 왔고 심리도식치료라는 영역을 개척한 Jeffrey Young이 Janet Klosko와 함께 쓴 고전입니다. 국내에 번역되어 들어온 것이 2004년이니 번역서만 해도 벌써 10년이 된 책이죠.
이 책에서 제프리 영은 '도식'이라고 부를 수 있는 소위 '인생의 덫' 11개를 설명하고 이러한 덫을 인식하고 근원을 이해해서 바꿔 나가는 법을 알려줍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인생의 덫'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제발 나를 떠나지 마세요 : 버림받음의 덫
2. 당신을 믿을 수 없어 : 불신과 학대의 덫
3. 나는 결코 사랑받을 수 없을 거야 : 정서적 박탈감의 덫
4. 나는 적합하지가 않아 : 사회적 소외의 덫
5. 나 혼자서는 해낼 수 없어 : 의존의 덫
6. 언제 재난이 닥칠지 몰라 : 취약성의 덫
7. 나는 쓸모없는 사람이야 : 결함의 덫
8. 난 실패자인 것 같아 : 실패의 덫
9. 당신이 원하는 대로 할께요 : 종속의 덫
10. 아직 많이 부족해 : 가혹한 기준의 덫
11. 내가 원하는 건 뭐든지 다 가질 수 있어 : 특권 의식의 덫
덫이라고 표현했지만 요즘 용어로는 성격 장애와 겹치는 부분이 많습니다. 인생의 덫은 일생 동안 반복되는 패턴으로 자기 파괴적이며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투쟁하는 특징이 있는데 우리가 성장하는데 필요한 6가지 핵심적 욕구(기본적 안전감, 자존감, 타인과의 연대감, 자기표현, 자율성, 현실적 한계 수용)의 결핍 때문에 생긴다고 합니다.
이러한 결핍에 적응하기 위해 어린 시절에는 효과적으로 활용되었을지 모르지만 어른이 되어서는 불필요하고, 부적응적이기까지 한 방법을 고수하기 때문에 문제가 야기되고 지속되는 것이죠.
이 책은 각 덫에 대해 사례 제시, 체크 리스트, 덫의 특징, 기원, 대인관계 양상, 덫을 여는 열쇠에 대해 설명하는 순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요즘 심리학 책에서는 이런 방식을 잘 사용하지 않지만 이 책에서는 우리가 어떤 인생의 덫에 걸려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중간 중간 질문지를 사용합니다. 스스로 해 볼 수도 있고 임상가라면 자신이 상담/심리치료 하고 있는 내담자에게 적용해 볼 수 있겠지요.
과거 기원을 성장 과정에서 부모가 자신을 어떻게 대했는지에서만 찾고 치료적 접근도 인지치료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점이 조금 거슬리지만 그래도 상당히 넓은 영역에서 내담자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책이라서 현장에서 상담/심리치료를 하고 있는 임상가라면 일독을 권합니다.
닫기
* 우리가 어린 시절의 고통을 되풀이해서 경험한다는 것은 정신분석적 치료의 핵심적인 발견 가운데 하나이다. 프로이트는 이것을 반복 강박이라 불렀다.
* 인생의 덫을 전문적인 용어로는 '도식'이라 한다. 도식은 우리들 자신과 세계에 대한 뿌리깊은 믿음으로써 어린 시절에 학습된 것이다. 이 도식은 자기 자신에 관한 느낌을 형성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도식에 대한 우리의 믿음을 포기하는 것은 우리가 누구이며 이 세상은 어떤 곳인가에 관한 확신을 포기하는 것이다.
* 덫의 원인
1. 어린 시절 가정에서의 기본적 안전감의 부재 : 버림받음, 불신과 학대
-> 가족이 어린아이를 어떻게 대했는가와 관련
2. 세상 속에서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자율성 문제 : 의존, 취약성
3. 당신과 타인 간의 정서적 유대의 강도 문제 : 정서적 박탈감, 사회적 소외감
-> 타인과의 연대감에는 두 가지 형태가 있는데 하나는 친밀감, 다른 하나는 사회적 관계이다
-> 어린 시절 제일 결핍되기 쉬운 세 가지는 양육, 공감, 지도
4. 자존감 문제 : 결함, 실패
-> 각각 개인적인 영역과 업무 영역에서 제 역할을 못하고 있음을 의미
-> 자존감이 손상되면 우리는 수치심을 느낀다. 수치심은 이 영역에서 주된 감정이다.
5. 자기 표현, 즉 자신이 원하는 것을 표현하고 진정한 욕구를 만족시키는 능력 문제 : 종속, 가혹한 기준
-> 자기 표현이 제한되어 있음을 나타내는 징후 3가지 : 지나칠 정도로 남의 욕구에 맞추는 경우, 지나치게 억제되어 있고 체면을 차리는 경우, 억압된 분노
6. 삶의 현실적인 한계를 수용하는 능력 문제 : 특권 의식
-> 여러가지 면에서 자기 표현의 문제와 정반대임
* 인생의 덫에 대한 세 가지 대처 방식
- 굴복 : 어린 시절의 패턴을 반복하도록 인생을 꾸려가는 것
- 도피 : 결코 덫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 반격 : 덫에 보상함으로써 남들과 자신에게 지금은 과거의 덫에 걸린 상황과 정반대임을 확신하는 것
=> 순수한 유형은 드물며 대부분의 경우 굴복과 도피, 반격을 복합적으로 사용하게 됨.
* 변화를 위해서는 기꺼이 고통을 겪고자 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 인생의 덫에 변화를 주기 위한 일반적인 단계들
1. 당신이 걸려 있는 덫을 확인하고 이름을 붙여라.
2. 덫의 기원을 이해하라. 당신 안의 상처받은 어린아이를 느껴보라.
3. 덫을 공격할 수 있는 증거를 모아라. 이성적인 수준에서 그 타당성을 논박하라.
4. 당신의 덫에 원인을 제공한 사람에게 편지를 써라.
->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글로 써보는 것이다.
5. 덫의 패턴을 자세히 살펴보라.
6. 다음 단계는 패턴을 깨는 것이다.
7. 계속 노력하라.
8. 부모를 용서하라.
* 버림받음의 덧 : "제발 나를 떠나지 마세요"
- 이 덫은 매우 일찍 시작되기 때문에 감정적 힘이 강하다. 그러므로 심한 버림받음의 덫을 가진 사람은 짧은 이별조차 버려졌던 아이의 느낌을 가지고 반응한다.
- 실제의 상실이나 이별과는 아무 연관이 없다 해도 관계가 소원해졌다고 느끼면 바로 덫에 걸릴 수 있다는 게 문제이다.
- 버림받음의 두 유형
1. 너무나 안전하고 과잉보호를 받은 환경. 버림받음과 의존의 덫의 혼합
2. 감정적으로 불안정한 환경. 어느 누구도 언행이 일치된 환경을 조성하지 않은 것
- 부모로부터 거의 받은 것이 없는 아이에게는 벌조차 연결로 느껴질 수 있다.
* 불신과 학대의 덫 : "당신을 믿을 수 없어"
- 학대는 바로 경계를 침범했을 때 일어난다. 즉 신체적, 성적 혹은 심리적 경계가 존중되지 않는 상황이다.
- 육체적, 성적 및 언어적이라는 세 가지 유형의 학대 중 공통점은 차이보다 더 중요하다.
- 불신과 학대는 가장 강력한 덫이며 가장 변화하기 어려운 덫이다.
- 일단 당신이 안전하다고 느끼면 바로 과거의 이미지가 떠오를 것이다. 그것을 전부 기억하고 다시 한번 고통을 경험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고통 속에서야 비로소 치료를 시작할 수 있다.
* 정서적 박탈감의 덫 : "나는 결코 사랑받을 수 없을 거야"
- 정서적 박탈감은 방치당한 아이가 느끼는 감정이다. 외로움이며 아무도 없는 그런 느낌. 당신이 결국 혼자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느끼는 것이다.
- 이 덫에 걸린 사람들은 대인관계에서 요구가 많다. 이 덫은 만족할 줄 모르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아무리 많은 것을 주어도 만족을 모른다. 상대가 분명히 배려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박탈감을 느끼는 것이 바로 정서적 박탈감의 덫을 가진 사람의 특징이다.
- 부모가 아이에게 손상을 주는 능동적인 행위를 하는 경우와 달리 정서적 박탈감은 어떤 특정한 양육 행동의 부재에서 발생한다. 따라서 정서적 박탈감은 알아채기 힘든 덫 중 하나이다.
- 정서적 박탈감은 가장 흔한 덫 중 하나이지만 발견하기는 가장 힘들다.
- 어떤 사람이 자기애적인 태도로 정서적 박탈에 반응하는 것일까? 이런 사람들은 정서적 박탈의 덫과 특권 의식의 덫이 조합되어 있다. 자기애적인 사람들은 어린 시절에 정서적 욕구가 충족되지 않은 것에 대해 다른 표면적인 욕구들을 지나치게 요구하는 태도로 박탈감에 대처하는 법을 배웠다.
- 정서적 박탈감의 세 가지 영역
1. 보살핌(따뜻함, 관심, 신체적 애정)의 박탈
2. 공감(당신의 세계를 이해하고 당신의 감정을 인정해 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의 박탈
3. 보호(힘과 방향, 그리고 안내)의 박탈
* 사회적 소외의 덫 : "나는 적합하지가 않아"
- 우선적인 감정은 외로움이다. 바람직하지 못하거나 다르기 때문에 세상에서 소외되었다고 느낀다.
- 사회적 소외도 어렵지만 사회적 소외에 결함이 겹치면 더욱 어려워진다.
- 외로움은 종종 심장과 위장의 문제들, 수면장애, 두통, 우울증 등과 연관되어 있다.
- 사회적 소외의 근원 중 하나는 보통의 가정과는 다른 환경에서 자라나는 것이다.
-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한 아이들이 그 보상으로 학업에서 엄한 기준을 세우는 것은 매우 흔한 일이다.
- 가끔 지나치게 비판적인 부모들이 사회적 소외를 조장한다.
- 청소년 시기에 이 덫이 발생하는 사람들이 많다.
- 나중에 좋은 경력이 될 수 있는 혼자만의 활동에 몰두하게 되는 것이 이 덫이 갖는 장점이다.
- 도피는 인생의 덫에 대처하는 주요 방법이다.
- 인생에서 가장 도전적인 일 가운데 하나는 남들과 어울리고 정상적으로 보이는 것과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하는 것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다.
- 구체적인 목표가 오히려 불안을 감소시킨다.
- 단순하게 당신 자신이 되라고 말하고 숨기는 것을 멈추어라.
* 의존의 덫 : "나 혼자서는 해낼 수 없어"
- 의존심이란 경험의 핵심 안에는 어른들의 생활은 정상적인 책임을 다하기 위한 끝없는 투쟁이라는 관념이 들어 있다.
- 의존적인 사람들은 변화를 좋아하지 않으며 모든 것이 그대로 있기를 원한다.
- 낮은 자존감은 의존성이라는 덫의 고통스럽고도 필수 불가결한 일부분이다.
- 반대의 극단으로 흐르는 경향을 항의존이라 하며 의존의 덫이 존재한다는 강한 증거가 된다. 항의존적인 사람들은 타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도 남에게 도움 청하기를 거부한다. 그들은 충고, 도움, 지도 요청을 거부한다. 남에게 정상적인 도움을 받는 것조차 자신이 취약하다고 느끼므로 그렇게 하지 못한다.
- 과보호는 두 개의 차원으로 이루어진다.
1. 지나친 참견
2. 부모가 자녀의 독립 시도를 방해하는 것
- 일반적으로 과보호를 받은 환자들은 고통스러운 기억을 갖고 있지 않다. 대개 안정된 가정환경에 대한 기억뿐이다. 의존적인 사람들은 안정된 가정을 떠나서 현실 세계의 불운과 거부, 외로움에 맞닥뜨리게 될 때까지는 착한 아이였다.
* 취약성의 덫 : "언제 재난이 닥칠지 몰라"
- 이 덫은 두 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재난의 위험성을 과장하고 대처 능력은 평가절하한다.
- 가장 흔한 기원은 똑같은 덫에 걸린 부모이다.
- 가장 큰 위험 중 하나는 취약성으로부터의 도피이다. 너무나 많은 활동들을 회피하므로 자신의 삶의 질은 물론 배우자와 가족의 삶의 질마저 떨어뜨린다. 이 인생의 덫은 당신을 제한하고 위축시킨다.
- 분류표에는 도피 행위를 점차 멈추는 것(피하는 장소로 가는 일과 과보호받기를 점차 중단하는 것, 혼자서 더 많은 위험을 감당하는 것)이 모두 포함되어야 한다.
* 결함의 덫 : "나는 쓸모없는 사람이야"
- 인생의 덫인 결함과 가장 관계 깊은 정서는 수치심이다.
- 표면적이고 쉽게 눈에 띄는 특성과 관련된, 사회적 소외의 덫과는 달리 결함은 내적인 상태이다.
- 결함이라는 인생의 덫에 빠진 부모는 보통 비판적이고 가혹하다. 신체적, 정서적, 성적 학대가 있을 수 있다. 결함과 학대는 맞물려 있다.
- 많은 사람들이 결함이라는 인생의 덫에 빠져 있는 경우 피학적인 교제를 한다. 기본적으로 자신은 이런 학대를 받아 마땅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 당신은 결함이라는 인생의 덫을 유발하는 상대에게 가장 매력을 느낀다. 또 다른 측면에는 자신을 잘 대해주는 상대에게 흥미를 잃는 경향이 있다.
* 종속의 덫 : "당신이 원하는 대로 할게요"
- 당신은 세계를 통제라는 관점에서 본다.
- 사람들을 기쁘게 해야 한다는 이 원칙에서 유일한 예외는 당신 자신이다.
- 인생에서 공통된 주제 중 하나는 자신들의 인생이 덫에 걸려 있다는 느낌이다.
- 종속적인 사람에게는 강한 자아가 없다. 억눌린 분노가 당신이 종속적이라는 또 다른 증거이다.
- 종속의 두 가지 유형
1. 자기희생(죄책감으로 인한 종속)
2. 굴종(두려움으로 인한 종속)
- 스스로 결정하지 못한다는 것은 의존과 종속, 두 가지 모두를 반영한다.
- 분노는 건강한 측면에 속한 것이다. 이러한 분노는 당신이 사람들을 대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유용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분노는 뭔가 다른 것-변화하고 성장하기-을 원하는 당신의 일부분과 접촉하게 해준다. '자기 자신이 되는 느낌'에 도달하는 강력한 방법은 분노를 통해서다. 분노는 당신이 원하는 다른 무엇이 있음을 알려주는 유일한 단서이다.
- 느끼는 대로 이야기하는 것은 자기주장의 중요한 요소이다. 이것은 부분적으로는 실용적인 문제이다. 그 누구도 당신의 감정에 대해 뭐라고 할 수 없다.
* 가혹한 기준의 덫 : "아직 많이 부족해"
- 지위 지향성이란 인정을 받거나 지위, 부, 미모와 같은 허위의 자기를 얻는데 지나치게 중점을 두는 경향을 의미한다. 이것은 종종 결함이나 사회적 소외 같은 핵심 감정을 보상하기 위한 반작용의 형태를 띤다.
- 조건적인 사랑이라는 분위기에서 자라는 것이 가장 흔한 원인이다.
* 특권 의식의 덫 : "내가 원하는 건 뭐든지 다 가질 수 있어"
- 특권 의식의 세 가지 종류
1. 버릇없음
2. 의존성
3. 충동성
* 단지 인생의 덫이 없어진 상태에 이르는 것이 변화의 목표는 아니다. 각자 어떤 사람이 되기를 원하며 인생에서 무엇을 기대하는지 발견해야 한다.
* 타고난 성향을 인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단서는 감정과 신체적 감각이다. 자신의 타고난 성향을 충족시키는 활동과 관계에 참여할 때 좋은 감정을 느낄 수 있다.
* 첫 번째로 변해야 할 영역은 대인관계이다. 정서적 박탈감, 불신과 학대, 버림받음, 그리고 사회적 소외의 덫은 당신이 원하는 관계들을 발전시키는 데 가장 큰 장애이다.
* 두 번쨰 핵심적인 변화 영역은 자율성이다. 의존 혹은 취약성의 덫을 가진 많은 사람들은 파괴적인 관계에 얽매여 있다.
* 변화의 세 번째 요소는 자존심이다. 결함과 실패의 덫은 자존감이 형성되는 것을 방해한다.
* 변화의 네 번째 영역은 자기주장과 자기표현이다. 종속과 가혹한 기준의 덫은 자기주장의 걸림돌이다.
* 다른 네 가지 못지않게 중요한 성장의 다섯 번째 영역은 타인에 대한 배려이다. 특권 의식이 지나치면 주변 사람을 배려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 변화에 대한 책임을 감수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많은 자조 그룹들은 구성원들에게 변화의 책임을 가르치지 않고 부모에 의해 희생당한 것으로 느끼게 하는 데에만 골몰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우리는 이것이 중대한 위험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끊임없이 사실과 직면하는 것이 필수불가결한 일이다. 지속적으로 하라. 좀 더 편한 시간에 하겠다며 변화를 위한 노력을 연기하지 말라. 변화를 시작하기 가장 좋은 시간은 바로 지금이다. 어린 시절에 많은 상처를 받았다 해도 변화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은 아니다. 어린 시절의 고통은 왜 변화가 어렵고 그렇게 오래 걸리는지를 설명해 준다. 하지만 그것은 파괴적인 패턴을 바꾸려 노력하지 않고 지속시키는 이유가 되지는 못한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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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면 뭔가 거창해보이지만 사실 별 거 아닙니다.
심리평가를 실시하는 현장에서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 건지에 대한 개인적인 예측을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예전에는 심각한 정신병리적 문제로 진단이 필요한 수검자(환자)는 정신건강의학과의 임상심리실을 방문하여 심리평가를 받았습니다. 상대적으로 학교나 민간 상담센터에는 그렇게 심한 문제를 가진 수검자가 별로 오지 않았지요. 그래서 병원만큼 심리평가가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되지 않았더랬습니다.
하지만 이제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심리학의 발전(질적인 발전까지 견인하지는 못하고 있지만)과 홍보의 영향(시대의 추세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으로 일반인들의 심리학에 대한 높은 관심과 함께 다양한 심리적 문제에 대한 인식 수준이 높아져서 심리적 문제가 생겼을 때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되기 이전에 병원을 방문하는 사람의 수가 많이 늘었습니다. 특히 어떤 증상때문이 아니라 대인 관계 갈등 문제나 직무 부적응 등 사회 생활 전반에 걸친 다양한 문제로 도움을 받으려는 사람들의 수도 많이 늘었죠.
다른 한편에서는 팍팍하고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게 되면서 예전보다 정신과적 문제를 겪는 사람의 수 자체가 많아졌습니다. 수요 자체가 폭증하게 된 것이죠. 이 수요를 병원에서 모두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에 예전에 비해 상담 센터를 방문하는 환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상담 센터에서 근무하는 상담 심리학자들에게 심리평가 능력이 요구되고 실제로 심리평가를 실시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심리평가에 대한 강의나 supervision을 원하는 개별 상담자와 기관들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제가 supervision을 할 때 접하는 케이스도 예전에는 주로 연애 실패, 학교 부적응, 부모-자녀 관계 등의 다소 mild한 문제에서 요새는 강박 장애, 섭식 장애, 성격 장애, 심지어는 조현병까지 스펙트럼이 많이 넓어지고 다양해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요새 입버릇처럼 상담자들에게 DSM 진단 체계와 정신병리학을 공부하라고 신신당부를 하곤 합니다.
이와 반대로 정신건강의학과 병원에서는 진단을 내리기에 애매한 문제를 가진 수검자의 수가 늘고 있습니다. 호소하는 증상만 보면 뭔가 변별 진단을 내려야 할 것 같아서 종합심리평가를 해 보면 검사 sign이 일치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호소하는 증상만큼 심한 수준이 아닌 경우가 많아진 거지요. 그러나 여전히 의사들은 진단을 선호(그래야 약물 치료를 편하게 할 수 있으니)하기 때문에 진단 없는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에 대해 익숙하지 않은 임상 심리학자들은 혼란에 빠지는거지요. 게다가 많이 나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심리치료나 상담을 본인이 직접 하지 않는 병원 임상가들이 많다 보니 진단을 내리지 못할 때 어떤 제언을 해야 하는지 감을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상담 현장에 계시는 분들은 심리평가 실시에 대비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정신병리학 공부와 함께 DSM 진단 체계에 익숙해지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반대로
임상 현장에 계시는 분들은 더 이상 변별 진단에만 치중하는 심리평가 의존에서 벗어나 심리치료와 상담에 대한 관심을 갖고 그러한 치료적 목표에 따른 제언을 심리평가보고서에 작성하는 연습을 지금부터라도 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case formulation을 하는 틀이 지금과 다르게 바뀌는 것이죠.
사실 이건 예측이라고 할 것도 없이 이미 현재 진행 중인 상황이고 이러한 추세는 점점 더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상담 심리학회에서 상담심리전문가 수련 과정 중 5년차 이상의 임상심리전문가에게 심리평가 supervision 받는 것을 허용하기 시작했고 임상 심리학회에서 치료 기법에 대한 워크샵을 대대적으로 열고 전문가의 치료 사례 회의를 강화하는 게 무엇을 시사하는지 아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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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YES24
임상심리전문가 조영은 선생님이 작년에 내신 책입니다. 일반적인 임상심리전문가와 달리 상담실에서 마음 아픈 사람들과 만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으시고 치유에 대한 관심도 많은 분이어서 그런지 읽으면서 마음에 와 닿는 내용이 많았습니다. 공감도 잘 되었고요.
이 책에는 저자가 상담하면서 만난 22명의 이야기가 크게 네 부분으로 나뉘어 담겨 있습니다. 물론 개인적인 정보가 노출되지 않도록 충분히 각색되어 있고요.
Part 1은 사랑하는데도 외로운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애착 문제, 각종 성격 장애, 기분 장애를 다루고 있고요. Part 2는 집착과 중독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쇼핑 중독, 알코올 중독, 게임 중독이 등장합니다. 도박 중독도 있었다면 저로서는 더 재미있게 읽었겠지만 도박 중독자는 일반적인 상담 장면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문제라서 게임 중독으로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Part 3에서는 불만족과 완벽함에 대한 지나친 집착으로 인해 삶이 불행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실었습니다. 거식증, 강박적 성격, 신체 변형 장애와 같은 문제를 다루고 있고요. 마지막으로 Part 4에서는 분노와 두려움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화병,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전환 장애, 자살 문제 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전문적인 정신 병리 문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쉽게 썼기 때문에 일반인들도 이해하는데 별로 어려움이 없을 정도입니다.
병원에서 일하는 임상심리학자들은 대개 심리평가를 통한 정확한 진단에만 치중하는 경향이 있는데 조영은 선생님은 거기에 머무르지 않고 평소 그러한 문제의 원인 탐색과 해결 방안 찾기까지 염두에 두고 계시는지 똑같은 병리 현상을 보는 시각이 좀 남다릅니다. 그게 일반인 독자에게 어필하지 않나 싶은데요.
아쉬웠던 점을 딱 하나만 이야기 해 보자면,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사례들 중에는 사실 일반 상담 현장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심각한 병리적 문제가 많아서 자가 치유가 쉽지 않고 대부분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각 문제에 대해 개인이 스스로 해 볼 수 있는 범위와 당장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수준을 변별하는 일종의 판단 기준을 제시했으면 실제로 도움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 의사 결정하는데 더 도움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물론 부록에 전문가를 찾는 방법,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관 리스트를 상세하게 소개하셨지만 이 책을 그냥 재미삼아 읽는 사람보다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알고 싶어 읽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라는 걸 감안한다면 이 책을 읽는 정도로 자신의 문제를 이 참에 해결해야겠다고 결정하는 계기가 될 것 같지는 않거든요.
임상심리전문가의 입장에서 새로운 정보가 기대보다 많지 않아 별 3개로 평가했을 뿐 어차피 일반인을 대상으로 썼다는 것을 감안하면 충분히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별 평가때문에 좋은 책이 묻히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이미 현장에서 일하고 계신 전문가들에게는 권하지 않지만 현재 수련 중이거나 수련 예정인 임상/상담 전공자와 일반인들은 읽어보면 좋은 책입니다.
부록의 '심리학과 관련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블로그 리스트'에 월덴 3도 올라 있어서 깜놀했습니다. 이 바닥이 좁다고는 해도 조영은 선생님도 제 블로그를 아시다니... ^^
소울메이트 출판사에서 선물로 주셔서 읽게 되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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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안정 애착 유형인 사람도 안정 애착 유형인 연인을 만나면 애착 유형이 바뀌기도 하고 안정되고 행복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하지만 최악의 경우는 양가형과 회피형의 만남이다.
* 건강한 사람은 상담이나 정신과 치료를 전혀 받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의 어려움을 인식하고 제 발로 상담가를 찾는 사람이다. -> 절대 동감!
* 질투 망상의 경우에는 낮은 자존감과 배우자에 대한 깊은 열등감이 기반이 된다.
* 온라인 게임 자체가 가진 중독성도 중요한 요인이지만, 게임 중독에 빠지는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현실에서 좌절을 경험했다는 점이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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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에 한 포스팅(
'Temperament and Character Inventory(TCI) 간단 요약')에서 살짝 말씀드린 것처럼 TCI는 Personality Problem이 있는 수검자를 변별할 때 상당한 도움이 됩니다.
2012년 8월에 종합심리평가로 성격 장애를 진단하는 건 굉장히 어렵고 또 주의해야 한다는 취지의 글(
'과연 심리평가로 성격 장애를 진단할 수 있는가')을 쓴 적이 있는데 어찌 보면 TCI가 종합심리평가의 빈틈을 메우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질 유형과 성격 유형 구분을 위해서는 각각 기질 차원 중 3개(자극 추구, 위험 회피, 사회적 민감성), 성격 차원 중 3개(자율성, 연대감, 자기 초월)를 사용합니다. 3분 분할점을 채택하여 기질 유형과 성격 유형 모두 27개의 유형(3 X 3 X 3)으로 분류되죠.
3분 분할점의 T점수는 아래와 같습니다.
구분 T점수 범위 비율
High(높음) 55<T 30%
Medium(중간) 45<=T<=55 40%
Low(낮음) T<45 30%
이 3분 분할점에 따라 각각 27개의 기질 유형과 성격 유형이 나오고 그 중 전통적인 성격 장애 범주를 기질 유형에 따라 나누면,
자극 추구 위험 회피 사회적 민감성
반사회성(Antisocial) H L L
연극성(Histrionic) H L H
수동공격성(Passive-Aggressive) H H H
경계선(Borderline) H H L
강박성(Obsessional) L H L
분열성(Schizoid) L L L
안정된(Staid) L L H
수동의존성(Passive-Dependent) L H H
처럼 구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질 유형만 갖고 성격 장애를 진단할 수는 없고 성격의 성숙도(개인의 적응도, 성격 장애의 심각도)는 성격 척도 점수(자율성과 연대감)에 기초하여 판단합니다. 즉, 자율성 및 연대감 점수가 개인의 행동이 적응적인지 아닌지(혹은 성숙한지 미성숙한지)를 결정하고, 기질 유형이 개인의 행동 양식을 결정합니다. 따라서
TCI를 활용해 성격 문제를 평가할 때 먼저 성격 척도 중 자율성과 연대감 점수에 기초하여 개인의 성숙도와 성격 장애 가능성을 평가하고, 성격 장애의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개인의 기질 유형을 통해 성격 장애의 하위 유형을 판단하게 됩니다.
해석 지침을 제시한다면
자율성 및 연대감의 백분위 점수가 모두 30점 미만이거나 자율성과 연대감의 합산(TCI 결과지에 SC로 표시) 백분위 점수가 30점 미만인 경우, 적응상의 어려움을 보이고 미성숙하여 성격 장애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합니다. 그 다음에 성격 장애의 구체적인 하위 유형은 기질 유형을 통해 판단하면 되고요.
그래서 성격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수검자에게는 선별 검사 도구로 TCI를 활용하여 일차 변별 진단을 해 보고 종합심리평가의 검사 도구를 활용해 내면의 역동을 기술하는 것이 상당히 도움이 됩니다.
출처 : '기질 및 성격검사 매뉴얼 by (주) 마음사랑' 중 일부 내용 발췌 및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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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의 결론부터 말씀을 드리면
저는 개인적으로 심리평가를 통해 성격 장애를 정확하게 진단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고 설사 가능하다고 해도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될 수 있으면 하지 말라고 권고하는 바입니다.
심리평가로 성격 장애를 진단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대부분의 임상가는 병원 장면, 그것도 대학병원급의 종합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일을 하는 전문가가 많습니다. 아무래도 심각한 정신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비율이 높기 때문에 무조건 진단을 내리는 것이 상례이고 진단을 내리지 않으면 뭔가 잘못된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더군요. 그래서 false positive error가 상당히 높은 편이죠. 저도 병원에서 수련을 받을 때는 몰랐는데 supervision을 하면서 학생생활상담소, local NP, 종합병원 급의 정신건강의학과, 개업 상담 센터, 국가 기관 등 다양한 임상/상담 현장에서 일하거나 수련받는 분들의 사례를 반복해서 접하다 보니 대형 병원에서 얼마나 과잉 진단을 많이 하는지 저절로 알게 되었습니다.
이야기가 옆으로 샜는데 일부 대형 병원에서는 성격 장애를 진단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DSM의 Axis I 진단이 이미 내려진 환자에게도 반드시 성격 장애 진단을 내리거나 성격 문제를 찾아내도록 교육시킵니다. BIG 5 병원 중 하나입니다. 반성하세요.
성격 문제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폭넓게 피검자를 살펴보는 것이 무슨 문제가 되겠습니까마는 그걸 이론적 근거도 없이 무조건 한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게다가
심리평가에 포함된 심리검사 도구의 본질적인 제한을 고려하지 않는 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아시다시피
성격 장애는 사회화 과정을 거치면서 비교적 오랜 기간 동안 형성된 성격적인 문제를 드러내고, 그렇기 때문에 기질이나 특성까지 염두에 두고 종단적으로 살펴봅니다. 그런데 이를 진단하는 심리검사 도구는 대부분 횡단적인 도구입니다. Full Battery에 포함된 검사 도구 중 성격 문제를 잡아내는 종단적인 검사 도구는 사실 상 없습니다. 그나마 TAT가 가능성이 가장 큰 도구이지만 정작 Full Battery에는 빠져 있기 때문에 결국 남는 후보는 로샤 밖에 없습니다.
자 여기에서 질문입니다. 로샤 검사가 정말 성격 문제를 명징하게 드러냅니까? 로샤 검사로 찾아낸 것이 정말 성격 문제 맞습니까? A, B, C군의 성격 장애를 로샤로 정확하게 변별할 수 있나요?
성격 장애는 충분한 상담을 통해 발달력을 포함한 개인력을 포괄적으로, 그러면서도 깊이 있게 살펴봐야지만, 그것도 어림짐작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만큼 인간의 성격이라는 것은 다면적인데다 DSM의 Axis I에 속한 장애와도 관련성이 크기 때문에 그렇게 칼로 무우 자르듯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습니다. 왜 DSM-5에서 DSM-IV의 성격 장애가 4개나 빠지는지(40%의 탈락율)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심리평가하고 난 뒤에는 더 이상 볼 일이 없으니 의사들의 약물 치료에만 의존하면서 그렇게 무책임하게 진단하지 마세요. 성격 장애가 약물만으로 치료 됩니까? 그런데 왜 자기가 치료하지도 않으면서 정확하지도 않은 진단을 함부로 내립니까? 본인이 성격 장애 진단을 내린 근거를 명확하게 심리검사 sign으로 교차 입증하지 못한다면 심리평가로 성격 장애를 진단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걸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심리평가에 사용되는 심리검사도구는 완벽하지 않습니다. 특히 성격 장애를 진단하는데 있어 기존의 Full Battery는 무용지물까지는 아니더라도 소설쓰기의 위험성을 상당 부분 감수해야 할 정도로 취약한 도구들입니다.
잘려나가는 것이 내 살이 아니라고 그런 무딘 칼 함부로 휘두르지 마세요. 우리가 다루는 건 사람의 마음이니까요. 부끄러운 줄을 좀 아세요.
심리평가만으로 성격 장애를 진단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며 설사 가능하다고 해도 기존의 Full Battery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덧. 정신병리연구회 사례회의에 참석했을 때 병원에서 수련받는 임상심리 레지던트들과 수련 감독자가 이구동성으로 피검자가 histrionic 하다느니, narcissistic 하다느니 하는 걸 듣고 기가 차서 하는 포스팅입니다(DSM-5에서는 histrionic PD가 빠지죠. 훗). 정작 어이없는 것은 그 사례는 Full Battery 검사도 안 했다는 거. 치료도 안 하면서 소설 그만 쓰세요. 병원에서 성격 장애로 함부로 진단내리면 정작 심리치료를 담당하는 상담센터 등의 현장 임상가들이 뒷수습하느라고 얼마나 힘든지 압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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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현장에서 심리치료 및 상담을 하는 임상가들에게 반드시 읽어볼 것(+소장)을 권하는 치료전문가용 서적 3종 세트가 있습니다.
지금 소개를 드리는 '정신분석적 진단'과 이전에 소개한 '
정신분석적 심리치료(2007)', '
정신분석적 사례이해(1999)'가 바로 그것입니다.
이 세 권의 책을 쓴 Nancy McWilliams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치료자 중 한 사람이면서 제 role model 중 한 명입니다. 이 책의 머리말에서 저자는 "어떤 교재도 치료의 효율성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경험한 심리치료가 주는 그런 종류의 마음 깊숙이 느껴지는 믿음을 제공해 줄 수 없다"고 강조하고 있는데 제가 이런 태도 때문에 Nancy McWilliams를 좋아합니다. ^^
Nancy McWilliams가 정신역동적 접근을 하는 치료자이기 때문에 그녀의 책 3권이 모두 '정신분석적'이라는 제목을 달고 출판되었지만 사실 상 그녀의 책은 오랜 임상경험이 녹아 있는 개념 충만한 책이기 때문에 자신의 직업 정체성이 정신분석과 전혀 상관이 없더라도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책입니다. 제목 때문에 이 좋은 책을 접할 기회를 얻지 못한 분들도 많을거라 생각합니다.
Nancy McWilliams의 책 중 이 책이 가장 먼저 나온 책인데도 국내에는 가장 늦게 소개가 되어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이 많았습니다. 특정한 흐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저자가 책을 쓴 순서대로 '진단' -> '사례 이해' -> '치료'의 순으로 읽었다면 맥락에 기초한 공부를 할 때 더 큰 도움을 받았을 것 같거든요.
앞서 번역된 다른 두 권의 책과 달리 '정남운', '이기련' 선생님이 번역을 하셨는데 '
지금-여기에서의 전이분석(1993)'에서 보여주신 깔끔한 번역 실력을 이 책에서도 유감없이 발휘하셔서 원래 Nancy McWilliams가 책을 쉽게 쓰는 편이기도 하지만 더욱 이해하기 좋게 나왔습니다.
이 책의 내용은 1부에서는 진단이 왜 필요한지(정신역동적 접근을 하는 치료자라면 다소 뜻밖인 주장)에 대해 그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이 부분도 재미있습니다)하고 있고 성격 구조에 대해 발달 수준과 그 임상적 함의를 기술하고 있습니다. 1부에서 특징적인 것은 일차적(원시적) 방어 기제와 이차적(상위) 방위 기제를 아주 상세하게 설명한 것인데 풍부한 사례를 제공하고 있어 방어 기제를 이해하는데 있어 더 할 나위없이 좋은 책입니다.
2부에서는 반사회성 성격, 자기애성 성격, 분열성 성격, 편집성 성격, 우울성 성격과 조증 성격, 피학성 성격, 강박성 성격, 연극성 성격, 해리성 성격 등 주요 성격을 '추동', '기질', '방어 기제', '대상관계', '자기', '전이와 역전이', '치료적 함의', '감별진단'의 구분에 따라 현장 치료자들이 확실히 개념을 잡을 수 있도록 풍부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설명해 놓았습니다.
현장에서 성격 문제를 가진 내담자를 많이 만나지만 성격 문제에 대해 참고할 만한 서적이 마땅치 않았는데 이 책 한 권이면 기본적인 감을 잡는데는 충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Nancy McWilliams의 책을 소개할 때마다 제가 정신역동적 접근을 따르지 않는 치료자라고 해도 꼭 필독하시라고 말씀을 드립니다만 이 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소장 가치 천만 점의 책이며 임상가라면 꼭 한번은 읽어보셨으면 하는 책으로 강추합니다.
덧. 이 책은 새 책으로 북 크로싱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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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정신병리연구회 정기 모임에 다녀왔습니다. 모임의 특성 상 정신병리에 대한 발표가 주를 이루는지라 수련을 마친 이후 한동안 발길이 뜸했지만 최근에는 다양한 주제의 발표가 이뤄지는지라 시간을 내서 참석했습니다(솔직히 말하자면 연수 평점을 채우려는 목적도 있었다는~)
TCI에 대해 한신대 오현숙 선생님이 강의를 해 주셨습니다. 오현숙 선생님은 국내 TCI 도입에 견인차 역할을 하신 분입니다. 자그마한 체구지만 에너지가 넘치는 분이었고 항상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는 긍정적인 성격의 소유자로 보였습니다. 저는 사실 오현숙 선생님이 표준화한 주의력 측정 도구인 'FAIR'에 실망한 바 있어 선입견이 좀 있습니다만 최소한 발표 태도는 좋았습니다.
강의 서두에 생각보다 TCI에 관심을 갖고 오신 분들이 많아서 반갑다고 인사를 하셨는데 안타깝게도 연구회의 특성에 대한 이해가 조금 부족하신 듯 했습니다. 강의 준비를 하실 때 참석 인원의 구성과 욕구에 대한 사전 조사(이건 사실 아주 기본적인 것인데도)를 안 하신 것 같더군요. 정신병리연구회는 각 병원 임상심리실 소속의 임상심리레지던트와 supervisor로 구성되어 있는데 당연히 레지던트들은 의무 참가입니다. 발표 내용에 대한 관심도하고는 별로 상관이 없거든요. 아마 각 병원 임상심리실에 포함된 인원을 빼면 자발적 참여 인원은 그리 많지 않을 겁니다. 사실이 이런데도 너무 좋아라하시니 말씀도 못 드리겠더군요.
이후로 TCI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 소개가 이어졌습니다.
TCI는 일반 성격검사와 달리 성격(character)과 기질(temperament)을 분리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입니다. rough하게 말씀드리면 기질은 변화하지 않으며 성격은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변화하고 발달하니까 자신의 기질을 파악, 수용하고 성격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발달시키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유용한(글쎄요) 도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항후 성격 발달의 예측 뿐 아니라 진단적 기능을 강조하시던데 성격 발달의 예측 기능에 대해 지나치게 과신하시는 듯 보였습니다. 자칫하면 과학자가 점쟁이 소리 듣기 딱 좋은 이야기(실제로 발표 후반부에 점쟁이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_-;;;)이고 진단적 기능도 성격 장애에 국한된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현장에서 보기에는 어림없는 이야기입니다. 뭐 TCI만 갖고 성격 장애를 진단할 정도의 임상가라면 오래 버티기는 어려울테지만요.
한국판 TCI는 4가지 version으로 나오는데 유아용(3~6세), 아동용(7~1세), 청소년용(12~18세), 성인용 단축형(TCI-RS)가 그것입니다. 유아용과 아동용은 양육자 보고식이고 청소년용과 성인용은 자기 보고식입니다. 나중에 질의 응답 시간에도 그런 질문이 나왔지만 TCI는 MMPI처럼 타당도 척도가 없어 솔직하게 답하지 않는 경우 걸러낼 수 있는 장치가 없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TCI를 진단을 위한 도구로 사용하려면 MMPI와 같은 다른 도구와 반드시 병행해야 할 것 같더군요.
닫기
* 기질 척도
: 4개의 척도로 나뉘며 뇌의 행동조절시스템의 BAS(behavioral activation system), BIS(behavioral inhibition system), BMS(behavioral maintenance system)에 해당이 됩니다. 주요 신경전달물질의 작용과 방출에서의 차이에 의해 구분이 되죠.
-
Novelty Seeking(NS), BAS, 도파민
-
Harm Avoidance(HA), BIS, 세로토닌
-
Reward Dependence(RD) 및
Persistence, BMS, 노어에피네프린
* 성격 척도
: 3개의 척도로 나뉘며 자기 개념(the Self)을 중심으로 구분합니다.
-
Self-directedness : 자율적인 자아로서의 자기
-
Cooperativeness : 사회의 한 일부로서의 자기
-
Self-transcendence : 우주의 일부로서의 자기(진단과 상관없는 척도)
닫기
* 기질 유형
: NS, HA, RD의 높고 낮음에 따라 8개의 조합이 나타나는데 이것으로 기질 유형을 구분합니다.
- 모험적 : 반사회성 기질(자극추구 강/위험회피 약/사회적민감성 약)
- 열정적 : 연기성 기질(자극추구 강/위험회피 약/사회적민감성 강)
- 예민한 : 수동-공격성 기질(자극추구 강/위험회피 강/사회적민감성 강)
- 폭발적 : 경계선 기질(자극추구 강/위험회피 강/사회적민감성 약)
- 꼼꼼한 : 강박성 기질(자극추구 약/위험회피 강/사회적민감성 약)
- 독립적 : 분열성 기질(자극추구 약/위험회피 약/사회적민감성 약)
- 신뢰로운 : 순환성 기질(자극추구 약/위험회피 약/사회적민감성 강)
- 조심성많은 : 수동의존적 기질(자극추구 약/위험회피 강/사회적민감성 강)
강의가 전반적으로 ‘어’, ‘에’, ‘응’과 같은 의성 감탄사가 많아서 상당히 distractible하고 몰입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뿐만 아니라 rehearsal도 하지 않고 오신 건지 파워 포인트 프로그램과 그림판을 사용할 때도 버벅거리시더군요. 그래도 수련 레지던트 이상의 전문가급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인데 너무 무성의하다 싶었습니다. 또한 2시간짜리 강의에 달랑 14장짜리 PPT자료를 가져와서 나머지는 말로 때우시더군요. 제가 알기로 PPT자료는 1장에 2분 분량을 담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러니 2시간 강의라면 적게는 45장에서 60장이 될 수 있는 것이죠. 아무리 말을 주로하는 강의라도 2시간 강의에 14장의 발표 자료는 좀 아니라고 봅니다.
그렇다고 내용이 충실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습니다. TCI의 기본적인 내용을 다루는 것도 아니고,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실전 응용에 대한 내용을 다루는 것도 아니고 뭔가 어중간한 position으로 진행을 하더군요. 지극히 개인적인 에피소드도 너무 많았습니다. 저는 정신병리연구회 회원이라서 공짜로 들은 강의지만 회원이 아닌 경우는 2만 원이나 등록비를 내야 하는 유료 강의인데 제가 돈을 내고 이 강의를 들었다면 상당히 짜증이 났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상담을 하면서 있었던 에피소드를 설명하면서 당신은 자기방어성향이 강한 인텔리들의 경우 TCI를 사용하지 않고도 TCI 구조를 갖고 몇 가지 질문을 통해 반응 양상을 알 수 있다는 이야기를 (과감하게) 하시던데 그걸 곧이 곧대로 받아들인다면 TCI 구조만 머릿속에 넣고 문항에만 익숙하다면(사실 100문항도 안 되니까요) 현장에서는 굳이 TCI를 사용할 필요가 없겠네요? @.@ 대체 심리검사도구에 대한 설명을 하러 오신 분이 그런 말을 하다니 좀 당황스러웠습니다. 게다가 스스로 점쟁이 소리를 듣는다는 둥, 자리를 펴라는 말을 듣는다는 둥 우스개로 넘기기에 듣기 불편한 말씀을 계속 하시던데 TCI에 대한 신뢰성까지 확 깎아 먹는 분위기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오현숙 선생님 강의는 비추입니다. 강의 하나만 들어도 어떤 스타일의 강사 유형인지 한 눈에 알겠더군요. 좌충우돌, 우왕좌왕이라서 2시간 동안의 강의가 제대로 정리가 안 됩니다. 앞으로도 강의 기피 대상이 될 것 같습니다.
* 월덴지기의 Comment
진단 기준으로는 동일한 도박 중독자라고 하더라도 사실 상당히 다양한 유형의 도박자가 있습니다. 그걸 Action Gambler, Escape Gambler로 크게 구분하기도 하지만 뭔가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계속 들거든요. TCI를 통해 도박 중독자의 기질과 성격을 구분해 본다면 상당히 의미있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기질 차원인 자극추구, 위험회피 요인만 보더라도 도박 중독자를 기질 면에서 상당히 신뢰롭게 구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이게 어제 강의에서 건진, 유일한 소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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