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출처 : YES24
이 책은 John R. Graham의 'Assessing Personality and Psychopathology' 4판(2006)을 다섯 분의 임상심리전문가 선생님들이 공동으로 번역한 책입니다.
공동 번역임에도 번역은 깔끔하게 잘 되었습니다.
사실 상 이 포스팅을 하는 이 순간까지 현재 우리나라에서 MMPI-II와 관련된 한글책은 이 책을 제외하고는 한 권도 없습니다. 따라서 임상심리학 전공의 대학원생이라면 원서를 보지 않는 이상 선택권이 없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일을 하는 전문가에게라면 이 책을 추천하기는 힘들겠습니다.
가격이 33,000원이나 되는데 내용이 좋다면 상관 없겠습니다만 이 책은 그 정도의 가치는 없습니다. 우선 666페이지에 달하는 분량 중 무려 139페이지가 참고문헌과 부록에 할당되어 있는데 참고문헌은 그렇다 치더라도 T점수 변환표, 문항 목록, 총괄 점수 보고서 등은 연구를 하지 않는 임상가라면 한번도 들춰보지 않을 내용들입니다.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고 욕심내다 분량만 많아진 대표적인 케이스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또한 이 책의 특징이라고 소개까지 하고 있는 다양한 집단에 적용하는 문제는 대부분 미국의 사례를 들고 있어 사실 상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낮은 점수에 대한 설명이 부실한 것도 큰 문제이며 MMPI에 비해 누락된 code type 설명도 많습니다. 이건 정말 문제인 것이 김중술 선생님이 쓰신 '다면적 인성검사 : MMPI의 임상적 해석'에 소개된 것 보다도 더 부실합니다.
또한 내용 해석에 대한 부분은 (주) 마음사랑에서 한국판을 표준화할 때 만든 manual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보기는 manual이 더 편합니다.
그래서 앞에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이 책은 임상심리학 전공 대학원생과 연구를 목적으로 MMPI-II를 활용하실 분들을 제외하고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하여간 여러모로 참 아쉬움이 많은 책입니다. 저야 냉큼 구입했습니다만 최소한 서점에서 신중하게 살펴보고 구입하는 지혜가 필요하겠습니다.
덧. 저라면 (주) 마음사랑의 한글판 MMPI-2 manual을 주로 보면서 김중술 선생님의 '다면적 인성검사'를 참고하겠습니다. 그리고 원서로는 2000년 8월에 나온 'Psychological Assessment with the MMPI-2'를 추천합니다. Alan F. Friedman, LIchard Lewak, David S. Nichols, 그리고 James T. Webb이 공동으로 썼습니다. 1989년에 나온 MMPI 책을 제가 갖고 있는데 아주 오래된 책인데도 지금도 가끔 참고 할 정도로 좋은 책입니다. 3 code type에 대한 설명까지 충실하게 되어 있거든요. MMPI-2 책은 현재 아마존 가격으로 67불이나 되기 때문에 침만 삼키고 있습니다만 곧 구입할 생각입니다. 나중에라도 공동 구매를 하실 분들은 미리 메일 주세요. shipping fee라도 아껴보도록 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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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평가는 흔히 이야기하는 Full Battery의 6개 심리검사도구 중 지능을 측정하는 검사를 제외한 약식 Battery를 이야기합니다. 실시하는 기관에 따라 BGT를 더 빼기도 하고 몇 가지 자기 보고형 질문지를 추가하기도 하죠.
어쨌거나 핵심은 지능검사를 제외하는 것입니다.
지능검사를 제외하는 이유는 모든 심리검사 도구 중 지능검사가 실시 시간이 가장 오래 걸리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왜 실시 시간이 가장 오래 걸리는 지능검사를 제외할까요? 그건 검사 시간을 줄이게 되면 남는 시간에 검사실과 평가자를 활용해 더 많은 검사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말이죠.
제가 이렇게 이야기를 하면 "지능검사가 필요하지 않은 장애가 있는데 굳이 지능검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 "과도한 검사를 실시하는 것은 환자/피검자를 괴롭히는 일이다", "환자/피검자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라도 성격평가는 필요하다"고 강변하는 분들이 꼭 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물론 인도적인 차원에서 환자/피검자의 경제적 부담과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성격평가를 실시하는 기관이 있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자면 진단에 반드시 필요한 MRI가 비싸다고 X-ray로 대치하는 것과 별반 다를 바가 없습니다.
지능검사가 필요하지 않은 장애가 있는데 굳이 지능검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임상가는 지능검사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묻겠습니다. 지능검사가 필요하지 않은 장애가 대체 무엇인가요? 제게 알려주세요. 저도 병원에서 수련을 받을 때에는 굳이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지능검사를 꼭 실시해야 하는가에 대해 회의했던 적도 있습니다. Neurosis 계열의 환자는 빼도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검사 비용과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환자/피검자를 제대로 평가하는 것에만 치중하면 되는 현장에서 일을 하게 되고 supervision을 하면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지능검사는 무엇보다도 환자의 병전 인지 기능을 추정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검사이며 장애로 인한 인지 기능 장해 양상을 살펴보기 위해 중요하게 활용되는 검사 도구입니다.
단순히 IQ가 얼마인지만 확인하는 임상가에게는 돼지 발톱의 진주 격이지만 지능 검사는 언어성, 동작성 지능의 차이, 소검사 profile 분석, 그리고 (제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내용 분석을 통해 다른 검사들에게서 알 수 없는 너무나 소중한 정보들을 제공하는 검사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모든 내용을 차치하고서라도 성격평가를 실시하는 근거가 없습니다. 대체 성격평가는 무엇을 위한 Battery인가요? 정말 성격만을 평가하고자 하는 것인가요? 인지가 빠진 성격과 정서만 갖고 대체 무엇을 하고자 하는 것인가요? 과연 그것이 환자/피검자에게 제대로 된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제가 장담컨대 성격평가는 한정된 자원(검사실과 평가자,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평가 기관의 business friendly한 사고가 낳은 산물입니다. 거기에서 환자/피검자는 배제되어 있다고 확신합니다.
따라서 저는 지능검사가 절.대.로. 불필요한 장애가 있다는 과학적인 근거가 마련되기 전까지는 성격평가를 활용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며 임상심리학자가 환자/피검자가 소외되는 시장 자본주의에 동조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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