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의 내노라 하는 경제, 정책학 석학 8인이 모여 박정희 경제 신화를 엄정하게 분석하여 낱낱이 까부순 '박정희의 맨얼굴(2011)'을 북 크로싱합니다.
박정희의 재벌-토건-경제 관료 삼각 특권 동맹으로 야기된 성장지상주의 이데올로기가 어떻게 지가 및 물가 폭등, 1997년 외환위기, 양극화를 초래했는지를 증명하고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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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YES24
개인적으로 다음 대선은 박정희 신화를 등에 업은 박근혜와 진보진영(한나라당 2중대인 민주당이 대선의 한 축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의 대선 후보가 '복지'와 '양극화' 아젠더를 중심으로 피튀기는 한판 승부를 벌일 것으로 예상합니다.
저도 그 시대에 살기는 했지만 생각이 영글기 전이라서 그런지 박정희 시대가 어떤 시대였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새마을 운동이니 잘 살아보세니 하면서 시끌벅적하기는 했어도 제가 기억하고 있는 70년대는 먹을 것이 부족해서 항상 헉헉대던 시기였는데 대체 무엇때문에 나이든 어른들이 박정희가 독재를 해서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기는 했어도 그나마 박정희 때문에 경제가 개발되어 우리가 이 정도 살고 있는거라고 착각하는지 모르겠거든요. 그런 의문에 답을 주는 책입니다.
국내의 내노라 하는 경제, 정책학 석학 8인이 모여 박정희 경제 신화를 엄정하게 분석하여 낱낱이 까부쉈습니다.
박정희는 재벌체제와 비대한 토건 사업을 특징으로 하는(갑자기 누군가 떠오르지 않습니까?) 산업구조와 정부의 통제 아래 자금을 지원하는 관치금융이라는 왜곡된 경제구조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리고 재벌-토건-경제관료의 삼각 특권 동맹으로 만들어진 성장지상주의 이데올로기를 통해 여전히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죠.
이 책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장. '경제성장 신화의 허와 실'에서는 박정희 시대의 고도성장이 박정희의 공이 전혀 아니며 신흥공업국 중 예외적인 성공도 아니었다는 점, 그리고 오히려 선성장후분배주의가 양극화의 근원이었다는 점을 밝혀내고 있습니다.
2장. '개발독재가 키운 두 괴물, 물가와 지가'에서는 1953년에 비해 1만 배 이상 폭등해 세계 최고 수준인 지가의 책임 중 반 이상이, 258배 이상 상승한 물가 폭등 책임 또한 절반 이상이 박정희에게 있다는 것을 분석해냅니다.
3장. '재벌중심의 왜곡된 구조'에서는 정치경제학의 시각에서 재벌 중심의 불균형적 산업화 전략을 택함으로써 상명하달식 권위주의, 재벌에 편중된 지원, 성장만능주의를 통해 분배의 불평등, 사회 통합 저해 등의 심각한 부작용이 초래되었다는 점을 설파합니다.
4장. '외환위기의 뿌리'에서는 박정희 시대에 금융의 재정화 과정을 통해 관치금융이 구조화되었고 이러한 개발 금융체제가 독점 자본으로 성장하여 1997년 외환위기로 귀결된 과정을 논증합니다.
6장. '노동정책과 노동운동의 성장'에서는 노동운동에 대한 박정희의 전면적인 억압정책에도 불구하고 계급적 자각과 노동 운동의 조직적 발전이 이루어진 과정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7장. '농업, 압축성장 속의 압축쇠퇴'에서는 소득증대책에 집중한 박정희의 실정으로 인해 미곡 중심의 단작체제가 심화되었고 이로 인해 농업 개방의 물결 아래서 한국 농업이 만성적 위기를 맞게 된 근원을 찾고 있습니다.
8장. '복지 없는 성장'에서는 박정희 정권의 사회복지정책을 다루고 있는데 권위주의적 발전국가였던 박정희 정권에서 사회복지와 노동이 정부의 정책의제로 채택되기 어려웠고 이로 인해 박정희 정권에서 제정된 사회복지 관련 법률들이 한국 사회보장제도의 성격을 규정함으로써 보장 수준이 낮고 사각 지대가 광범위하게 존재하게 되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결론을 말씀드리면 박정희가 추진한 성장지상주의의 폐해, 과속성장이 낳은 높은 지가와 물가수준, 통제경제가 낳은 재벌과 관치금융, 적대적 노사관계, 경쟁력을 상실해버린 농업, 부실하기 짝이 없는 사회복지 등은 아직도 한국 경제를 왜곡하고 있는 요인들로 이를 올바르게 극복하는 것이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라는 것입니다.
여러 학자들이 나눠 쓴 책이라서 다소 딱딱하고 글체가 계속 바뀌기는 하지만 조금만 집중하면 읽기에 그렇게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닙니다.
이 책의 띠지에 있는 것처럼 '대한민국이 밥술이나 먹게 된 것은 오로지 박정희 덕분이라는 말을 들으면 믿어지지 않거나, 화가 치미는' 분들이라면 한번쯤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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