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력 기질은 Cloninger의 바램과 달리 독립적인 기질 영역이 아니라서 기질 간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기질 유형을 산출할 때도 인내력 기질 차원은 사용하지 않죠. 왠지 천덕꾸러기 같은 느낌이기도 한데 그렇다고 해석하지 않고 넘어갈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인내력 기질이 높아서 새마을 운동 정신이 유구하게 살아숨쉬는 우리나라에서 우대받는 사람보다는 그 반대의 경우가 훨씬 더 많기 때문입니다. 정확하게는 인내력 기질이 낮은 사람들이 주로 심리 서비스를 받기 위해 방문한다고 해야겠지요.
어쨌든 대부분의 임상, 상담 현장에서는 인내력 기질이 낮은 내담자/환자를 주로 만나게 될테니 낮은 인내력 기질을 해석할 때 주의해야 할 사항에 대해 정리해봤습니다.
* 위험회피기질이 높을 때
: 인내력 기질은 위험회피기질과 역상관입니다. 그러니까 인내력 기질이 낮을 때 (공교롭게도) 위험회피기질이 높다면 실제로 인내력 기질이 낮은 게 아니라 위험회피기질과 역상관이라서 낮은 것처럼 보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특히 위험회피기질이 매우 높은 경우(상위 10%ile 이상)에는 그에 반비례하여 인내력 기질이 더욱 낮은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합니다. 실제로 인내력 기질이 낮은 게 아니라 위험회피기질이 높아서 낮게 나타난 것인지를 알려면 하위차원들을 살펴보면 되는데 하위차원이 모두 극단적으로 낮다면 더더욱 주의해야 합니다. JTCI 12-18 version을 사용하는 청소년의 경우는 하위차원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특히 조심해서 해석해야 하고요.
* 중립적인 해석 필요
: 앞에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우리나라가 인내력 기질이 높은 사람을 선호하는 문화적 특징이 있어서 그렇지 인내력이 높다고 좋고, 낮다고 나쁜 게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맥락에 따라 다른 것이죠. 저는 보통 인내력의 하위 차원을 아래와 같이 비유합니다.
끈기 하위차원이 높다는 건 간단히 말하자면 포기를 모른다는 것인데 거북이처럼 묵묵히 성공할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전진한다는 뜻입니다. 뚝심과 근성이 있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도전 과제가 무엇이냐에 따라 미련하고 비효율적일 수도 있는 겁니다. 마찬가지로 끈기가 낮다면 치타처럼 못 잡을 것 같은 사냥감을 쉽게 포기한다는 말인데 반대로 단기간에 승부를 봐야 하는 목표에서는 짧고 굵게 폭발적으로 집중한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하나 더 설명하자면 성취에 대한 야망이 높다는 건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는 의미지만 반대로 항상 자기의 부족한 부분을 곰씹으며 산다는 것이니 정신 건강이 피폐해질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때로는 현재의 자신에게 만족하며 행복한 삶을 사는 게 나을 수도 있는 거지요.
또한 인내력 기질은 자극추구, 위험회피, 사회적민감성 기질 등 다른 기질과 어떻게 조합되느냐에 따라 달리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낮으면 망하는 것, 높으면 성공 가능성이 높은 것처럼 기계적으로 해석하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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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I에서 '성취에 대한 야망'은 인내력 기질의 하위차원이고 '자기 수용'은 자율성 성격의 하위차원이니 하나는 기질이고 다른 하나는 성격이라는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자기 수용'을 잘 한다는 건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잘 파악하고 있고 단점을 개선하기 위한 자기 계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것이니까 '성취에 대한 야망'을 갖고 있는 사람일수록 자기 수용을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인내력 기질에 포함된 '성취에 대한 야망'에서 알 수 있는 정보는 제목 그대로 성공과 성취에 대한 열망이 강하고 야심적이며 자신이 맡은 일에서 남들보다 더 뛰어나고 싶어하는 기질의 소유자라는 겁니다.
자율성 성격에 포함된 '자기 수용'에서 알 수 있는 정보는 자신의 장점 뿐 아니라 한계를 모두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자신감이 있는 사람으로 훈련과 노력을 통해 자신의 한계를 개선하려고 노력한다는 겁니다.
그러면 성공을 원하고 남들보다 뛰어나고 싶은 기질을 타고 난 사람은 성장하면서 자동적으로 자기 수용이 높아지는걸까요? 성취에 대한 야망이 낮은 기질의 사람보다는 아무래도 유리하겠지만 그렇게 단선적으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자율성은 기질 수용적인 환경에서 적절하면서도 충분한 돌봄을 받으면서 성장해야 발달하는 것이고 그 중에서도 '자기 수용'과 '자기 일치'는 self-concept에 대한 인식(awareness)과 통찰, 가치관과 태도의 정립이 되었을 때 발달하는거라서 단순히 성취에 대한 야망처럼 기질적인 장점을 갖고 있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인내력 기질 내에서도 '근면'이나 '끈기'와 같은 다른 자원 또한 얼마나 갖고 있느냐도 중요하고 무엇보다 기질이 발휘될 수 있는 환경적 맥락을 고려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인내력 기질이 높은 걸 우대하지 않는 문화권에서 자랄 경우 '성취에 대한 야망'이 낮은 게 오히려 '자기 수용'을 높일 수도 있으니까요. 이처럼 정반대의 해석도 가능합니다.
그러므로 '성취에 대한 야망'과 '자기 수용'을 일차원으로 연결하여 해석하는 건 안 하시는 게 좋습니다. 어디까지나 기질 수용적인 환경에서 자랐느냐에 따라 결과의 방향이 달라진다는 걸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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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I에서 인내력 기질은 다른 기질과 상관이 유의미하기 때문(특히 위험회피 기질과 역상관이 높게 나타남)에 기질 유형을 구분할 때 사용하지 않는, 일종의 계륵같은 기질입니다. 다른 기질 차원과 독립적이지 않기 때문에 그렇죠.
그렇더라도 '새마을 운동' 정신이 장구히 살아 숨쉬는 우리나라에서는 인내력 기질이 높은 게 매우 유리합니다. 하위 차원인 '근면', '끈기', '성취에 대한 야망', '완벽주의' 모두 대부분의 우리나라 사람들이 높게 평가하는 특성이기 때문이죠. 물론 그런 걸 중요시하지 않는 문화권 사회에서는 당연히 인내력 기질이 높은 사람이 대접을 받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인내력 기질이 높은 수준인 내담자는 상담 장면에서 찾아보기 쉽지 않습니다. 인내력 기질이 높다면 우리나라 문화에서는 어느 정도 버틸 수 있거든요. 상담을 받으러 오는 내담자 대부분의 인내력 기질이 낮은 건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굉장히 불행한 일이라고 할 수 있죠.
그렇다면 인내력 기질이 낮은 사람은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게으르며, 쉽게 포기하고, 뭔가를 성취하겠다는 야망도 없으며 꼼꼼하지 않은 사람은 어떡해야 하나요? 그냥 되는대로 막 살아야 할까요? 그건 아니겠죠.
인내력 기질이 낮은 사람일수록 좋아하는 걸 먼저 찾는 게 중요합니다. 좋아하지 않는 걸 잘한다고 해도 끈기가 부족한데다 동기 저하를 버텨낼 힘이 많지 않아서 재능만으로 버티는데 한계가 있거든요.
인내력 기질이 낮은 사람은 동기를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한데 그러려면 정말 좋아하는 걸 찾아서 그 안에서 잘하는 부분을 극대화해야 합니다. 남들처럼 돈을 벌기 위해서, 성공하기 위해서, 인기를 얻기 위해서와 같은 이유로 일하는 건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좋아하게 뭔지, 그 안에서 잘 하는게 뭔지, 잘하는 것 중에서 직업으로 연결하는 순서대로 찾는 게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예전에 포스팅했던 아래의 글들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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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I의 하위 차원 분석 시리즈 중 마지막인 네 번째 포스팅입니다.
이번 글에는 TCI 인내력 기질의 하위 차원을 어떻게 해석하면 좋은지 정리했습니다.
인내력 기질은 Cloninger가 1987년에 제작했던 TPQ에는 사회적 민감성과 함께 보상 의존성 기질로 묶여 있던 것이었는데 이후 별개의 차원으로 분리되었죠. 하지만 계속 다른 기질 차원과 유의미한 상관이 관찰되어 현재는 약간 '깍두기'나 '계륵' 같은 느낌으로 천대(?)를 받고 있습니다. 오죽했으면 기질 유형을 구분하는 기준 요인에서도 빠졌을까요.
그렇기 때문에
인내력 기질은 MMPI-2의 Es(자아 강도) 척도처럼 기질, 성격 상의 취약성이나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수검자가 갖고 있는 심리적 대처 자원처럼 해석하면 좋습니다.
인내력 기질에도 다음과 같은 네 가지 하위 차원이 있습니다.
* P1 : 근면
* P2 : 끈기
* P3 : 성취에 대한 야망
* P4 : 완벽주의
우선 참고하실 건
청소년 버젼인 JTCI에서는 인내력 기질의 하위 차원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러니 인내력 기질의 하위 차원 분석은 성인을 대상으로 한 TCI-RS 버전에서만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재미있는 건 아동용 JTCI(7-11)에서는 인내력 기질의 하위 차원을 제공한다는거지요. :)
P1(근면)은 '열심히 하느냐'의 여부로 해석하시면 쉽습니다. P1이 높으면 부지런하고 뭐든 열심히 하는 사람이지요. 반대로 P1이 낮으면 대체로 게으르고 최대한 미루고 시작도 더딘 사람입니다.
P2(끈기)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하느냐'의 여부로 해석하면 됩니다. P2가 높은 사람은 실패와 좌절을 겪어도 포기하지 않고 성공할 때까지 계속 도전합니다. 반대로 P2가 낮은 사람은 어려움을 겪으면 금방 타협하거나 쉽게 포기하기 때문에 용두사미가 되는 일이 많습니다.
P3(성취에 대한 야망)는 '현재에 만족하지 않음'이라고 해석하면 딱 적당합니다. P3가 높으면 높을수록 지는 걸 싫어하고 남들보다 뛰어나고 싶어하는 사람이고 P3가 낮을수록 현재에 만족하고 더 나은 성취를 위해 도전할 필요를 느끼지 않습니다.
P4(완벽주의)는 '융통성 부족'으로 해석하면 적절합니다. 원래는 매사에 최선을 다하고 완벽하기 위해 자신을 몰아붙이는 경향을 측정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해석되기보다는
기존의 해결 방법에 매달리고 변화를 주지 못하는 고집을 부리는 경직성으로 해석하는게 낫습니다. 반대로 P4가 낮으면 항상 타협할 준비가 되어 있는 실용주의자인 경우가 많습니다. 길이 막히면 고민하지 않고 다른 길로 돌아가는 사람이죠.
인내력 기질은 하위 차원의 naming도 어렵지 않기 때문에 label만 봐도 무엇을 측정하는지 그리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지만 좀 더 쉽게 이해하실 수 있도록 한번 더 풀어서 설명해 봤습니다.
* 관련글- TCI의 하위 차원 분석 : 자극추구 기질- TCI의 하위 차원 분석 : 위험회피 기질
- TCI의 하위 차원 분석 : 사회적 민감성 기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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