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남자를 대상으로 상담을 하다 꿈 이야기를 할 때 보면 자주 나오는 레퍼토리가 있습니다.
하나는 은퇴한 뒤 귀농해서 전원 주택을 짓고 마누라와 농사 지으면서 알콩달콩 살았으면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마누라 손 잡고 둘이서 세계 일주 여행을 떠나는 겁니다.
심리 평가를 할 때에도 유독 남자 어른의 문장완성검사에는 귀농과 세계일주여행이 많이 등장합니다.
왜 그렇게 많이 등장하느냐는 차치하고,
은퇴 후 귀농을 하려면 우선 15년 정도 준비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배우자가 동의를 하느냐인데 나이 들면 의료 시설이 가까운 곳에 살아야 하고 편의 시설이 밀접되어 있는 도시를 떠나지 않으려는 여성들이 많기 때문에 마누라와 합의된 것이 아니면 혼자서 헛꿈 꾸고 있는 것이죠. 준비 다 해 놓고 마누라가 당신 혼자 내려가라고 하면 완전 낙동강 오리알이 되는 겁니다. 게다가 말이 귀농이지 노후 보장이 확실하지 않다면 은퇴 후 농사를 지어서 먹고 살아야 한다는 말인데 농사가 어디 말처럼 쉽나요? 그러니 귀농 지역 선정, 집을 지을 땅 매입, 귀농 후 무슨 농사를 지을 지, 어떤 소일거리를 할 지 실제로 귀농하기 훨씬 전부터 고민을 해 두어야 한다고 합니다. 시작부터 만만치 않죠?
세계 일주 여행은 더 어렵습니다. 많이 다닌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최근 몇 년 동안 집중적으로 해외 여행을 다니면서 제가 절절히 느낀 것은 여행 아무나 다니는 거 아니라는 점입니다. 일단 체력이 필수여서 체력이 떨어지면 개발 국가 이외에는 못 갑니다. 그러니 여행을 다니려면 건강과 체력 관리는 필수입니다. 게다가 체력도 체력이지만 여행이라는 것이 언어 장벽이라든가, 위기 대처 능력이라든가, 현지 적응이라든가, 문화적 차이 극복이라든가 그냥 돈 들고 단체 관광 가는 것이 아니라면 신경 쓸 점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니거든요. 그래서 여행을 나가보면 우리나라 남자 어른들이 꿈꾸는 것처럼 백발 성성한 부부가 손 꼭 잡고 다니는 건 유럽 여행자들이나 그렇지 우리나라, 아니 동양권은 전멸입니다. 유럽 사람들이야 젊어서부터 배낭 여행 경험도 많고 호기심에 모험심도 많아서 뽈뽈거리고 많이 돌아다니니 나이 들어서도 노부부가 여행 다니는데 어려움이 별로 없지만(이 사람들은 체력까지 좋아요. -_-;;;) 우리나라야 어디 그런가요? 제가 장담하는데 젊었을 때부터 체력 관리하면서 열심히 여행 다니지 않으면 늙어서 세계 일주 여행 어림도 없습니다.
그러니 자꾸 은퇴 후 무엇을 하겠다고 미루지만 말고 지금부터 내가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을 찾아서 틈틈히 즐기는 것이 장땡입니다.
글쎄, 나중에는 돈 있고 시간 있어도 하기가 어렵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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