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6시에 일어나 부랴부랴 준비를 하고 나왔습니다. 짐 챙기고 씻고, 아침까지 먹고 출발하려니 서두를 수 밖에 없네요. ㅠ.ㅠ
7시 30분 쯤에 만따나니 섬으로 출발했습니다. 터키에서 탔던 '돌무쉬'처럼 생긴 작은 승합차인데 다행히 에어컨이 빵빵하게 나옵니다. 습하면서 더운 건 도저히 못 참거든요.
그런데 왜 만따나니 섬으로 갔느냐 하면 마누칸이니 하는 리조트 근처의 섬은 관광객들로 너무 붐비거든요. 차에다가 보트로 이동해야 해서 하루종일 걸리기는 하지만 만따나니 섬은 조용하고 파괴되지 않은 자연으로 유명해서 일부러 알아보고 갔습니다.
기사 겸 가이드는 영어가 상당히 유창합니다. 사실 말레이시아에서 여행 관련 일로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영어가 유창해요(당연한가? -_-a). 차에 타자마자 안전벨트를 매게하고는 꼼꼼히 확인을 합니다. 안전제일주의가 마음에 듭니다. Good!
1시간 30분 정도를 달린 후에 만따나니 섬으로 가는 배로 바꿔 타기 위해 선착장에 내렸습니다. 가는 길은 날씨가 오락가락했습니다. 비가 퍼붓다가 금방 해가 나기도 하고. 영 마음이 안 놓이네요. 이때 감을 잡았지만 말레이시아 여행은 오로지 날씨운에 달렸습니다.
키나발루 산이 멀리 보이는(사진에는 안 나왔네요. 죄송~) 조용한 선착장에 앉아 샹그릴라 리조트에서 오는 동승객을 기다렸습니다. 나중에 도착한 두 남자(연인 사이. *^^*)는 캐나다에서 만따나니 섬의 소문을 듣고 스킨 스쿠버를 하러 일부러 말레이시아까지 날아왔답니다.
사진에서 보시는 것처럼 구름이 끼어 있기는 했지만 이 때까지는 그래도 희망을 걸었는데(왜냐하면 맑은 날의 만따나니 섬은 그야말로 천국의 풍광이거든요), 쾌속정을 타고 바다를 향해 나아갈수록 구름이 점점 짙어지더군요. 파도가 어찌나 높은 지 나중에는 폭풍우를 뚫고 가는 느낌이었습니다. 제 평생 가장 험한 항해였다는... ㅠ.ㅠ
그 와중에서도 우리의 덩치 큰 두 연인은 희희낙락, 즐거울 따름이었고, 상대적으로 제 표정은 점점 더 어두워졌을 겁니다.
40분 정도를 달려 만따나니 섬에 도착하니 여지없이 비가 내리고 있네요. 어흑~
저기 저희가 타고 온 쾌속 보트가 보입니다.
게다가 빗방울이 점점 굵어지기 시작합니다. 비가 내리는데도 물빛이 이 정도인데 날씨가 화창했다면 얼마나 근사했을까요. T.T
저기 보이는 곳이 만따나니 섬입니다. 섬에서 떨어진 바다에 접안 시설을 만들어 두고 섬에는 카약을 타고 들어갑니다.
접안 시설이 얼마나 크냐 하면,
안에 방갈로도 있어서 묵어갈 수도 있습니다. 앗~ 저기 멀리 사이좋은 두 연인이 보이는군요. ^^
중앙에는 넓은 식당이 있습니다. 모든 시설은 바다 위에 있죠. 여행객은 같은 배를 타고 온 우리들 뿐 나머지는 모두 여기 직원들입니다.
두 캐나다 남자들은 스킨 스쿠버를 하러 떠나고 저희는 빗줄기가 좀 줄어들 때까지 카약을 타고 근해에서 놀기로 했습니다. 그렇다고 근해에서만 놀고 있을 제가 아니죠. 곧장 해변으로 고고씽~
사람 하나 없는 적막한 만따나니 섬에 내렸습니다. 해변의 모래는 정말 곱더군요. 보이는 것이라고는 게, 산호, 코코넛 열매, 그리고 이름모를 야생 고양이 한 마리(응?)...
이 섬에 사는 녀석인데 사람에게 익숙해서인지 야옹야옹거리면서 자꾸 다리에 엉기네요. 먹을 것을 주고 싶지만 비오는데 뭘 갖고 왔겠어요.
빗줄기가 더 굵어지는데다 출출해지기에 일단 점심을 먹고 이후 일정을 고민하기로 했습니다. 철수~
야옹이를 해변에 두고 떠나자니 발걸음이 안 떨어집니다만 그래도 어쩌겠어요. 눈물(까지는 아니고)을 머금고 철수했습니다.
선착장으로 올라가니 간단한 음식이 부페식으로 차려져 있네요. 그런대로 입맛에 맞았습니다. 비맞으면서 열심히 카약을 타고 놀았더니 배가 고파서 그런가 맛나게 잘 먹었습니다. 과일이 파파야만 있는 것이 좀 아쉽더군요.
점심을 먹고 스노클링을 하러 갔습니다. 아시다시피 스노클링은 장비가 스노클하고 오리발 밖에 없잖아요. 아, 물론 구명조끼는 주죠. -_-;;;
예전에 태국에 갔을 때 스노클링하다가 물 먹고 죽을 뻔 한 적이 있어서 스노클링이라면 거부감부터 들었는데 만따나니 섬까지 와서 그냥 갈 수는 없었기에 눈 딱 감고 뛰어들었습니다. 그런데...
어라? 잘 뜨네, 바닷속이 잘 보이네, 힘 들지 않네?
역시 태국에서 받은 장비가 불량이었던 것이죠. 좋은 장비를 사용하니 스노클링하기가 정말 편합니다. 게다가 아주 숙련된 다이버가 앞 뒤로 두 명이나 붙어서 바닷속 경치가 잘 보이는 곳으로만 안내하니 날씨가 흐려서 바닷속이 안 보일거라고 걱정했던 것이 순전히 제 기우였습니다. 아주 좋았습니다.
발이 잘 안 놀려질때까지 스노클링을 하고 배로 돌아왔습니다. 역시나 맑은 날에 왔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에 안습~
뜨거운 커피를 한 잔씩 하면서 몸을 녹이고 돌아오는 배에 올랐습니다. 이 때쯤에는 비도 그쳤어요. 방명록을 보니 우리말로 쓴 것도 꽤 보이는 걸로 봐서 한국 사람들도 많이 오나 봅니다. 최근에 온 사람들이 쓴 것을 봤더니 하나같이 비가 와서 아쉬웠다네요. 동병상련의 정을 담뿍 느꼈습니다. ㅠ.ㅠ
스노클링을 안내했던 다이버들인데 손을 벌리고 있는 친구가 뒤에서 안전을 담당했고 가운데 파란 옷을 입은 친구가 앞에서 안내했던 다이버인데 정말 물찬 고기에요. 스노클도 없이 오리발만 하나 신고 물 속에서 거의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의 진수를 보여주더군요. 둘 다 날씬하고 군살 하나 없습니다.
참 순박하고 친절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언젠가 꼭 한번 다시 오고 싶습니다.
돌아오는 배는 같은 배였는데 선장이 바뀌었네요. 돌아오는 길이 얼마나 험난했던지 처음에 배를 몰았던 선장이 얼마나 물길을 잘 읽는지 몸으로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차로 다시 1시간 30분을 달려 리조트로 돌아왔습니다. 그것도 물질이라고 은근히 피곤하네요.
간단히 씻고 그 유명한 일몰을 보러 나갔습니다. 다행히 아직 해가 지지 않았습니다.
이거 따 먹어도 되는지 모르겠네요. 된다고 해도 어차피 그림의 떡이지만...
이미 구름의 색깔이 범상치 않죠?
멀리 보이는 노을인데도 장난이 아니군요.
가까이에서 보여드리겠습니다. 원하시면 말씀하세요. 원본으로 드리겠습니다.
정말 노을이 불타오른다는 말이 뭔 말인지 확실히 알게 해 주는 노을입니다.
여행을 가면 한국 음식을 먹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지만 여행의 목적이 목적인지라 시내에 있는 한국 식당에서 우리 음식을 먹으러 다시 나갔습니다.
택시를 타고 Api-Api Center(시내 남쪽)로 가면 근방에 한인 상가가 밀집되어 있습니다.
'아리랑'이라는 한국 식당으로 주인이 한국인입니다. 사진에서 왼쪽에 서 계신 분인데 손님을 대하는 것을 보니 상당히 관록이 있어 보이더군요. 음식은 비교적 적당한 가격(한국 기준으로)이었습니다.
종업원이 모두 현지인인데 돼지고기로 된 음식을 파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새해라고 떡국도 서비스로 주시고 반갑다고 반찬도 많이 주셨습니다. 쌀이 안남미이기는 하지만 우리 식으로 지은 밥이었고 밥도 고봉으로 주시더군요. ^^
부대 전골(50RM)과 미역국(21RM)에 공기밥 2개(4.1RM)를 추가해서 먹었습니다.
저녁을 먹고 산책을 했는데 알고 보니 센터포인트까지 걸어서 1분 거리더군요. -_-;;;
센터포인트는 8시 정도면 상점들이 문을 닫습니다. 결국 아무것도 못 샀습니다. ㅠ.ㅠ
바닷가 인근에 Pub과 Bar들이 주욱 늘어서 있는데 네온사인이 우리나라의 횟집 비슷했습니다.
택시를 타고 다시 리조트로 돌아왔습니다. 시내로 나올 때나 리조트로 들어갈 때나 택시 요금은 10RM 균일가입니다(당연한가? -_-a).
저녁 늦은 시간인데도 연주단이 로비에서 전통 음악을 연주하고 있네요.
지하 1층의 기념품점에 들러 아이스크림과 냉장고에 붙일 냉장고 자석(말레이시아 지도 모양의)을 사서 객실로 9시쯤 올라왔습니다.
원래는 씻고 일찍 자려고 했는데 TV에서 KBS 방송을 볼 수 있더군요. 신기한 마음에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결국 늦게 잠이 들었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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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ke Up Room : 5RM
* Api Api 센터로 가는 택시 요금 : 10RM
* 한인 식당 아리랑에서 저녁 식사
- 부대전골 : 50RM
- 미역국 : 21RM
- 공기밥 2개 : 4.1RM
* 시내에서 호텔로 돌아오는 택시 요금 : 10R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