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참 편리해져서(편리해졌다고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만) 집에서 PC를 이용해 계좌 이체를 하는 수준에서 이제는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으로 어디서나 금융 거래를 하는 세상이 왔죠.
저는 2011년에 중국에 갔다가 공인인증서가 담겨 있는 아이폰을 분실한 경험을 한 뒤로 스마트폰으로는 일체의 금융 거래를 안 하고 있습니다. 개인 정보 노출로 피해를 입을까봐 두려워서 그런 것도 있지만 편리한 것만 추구하는 것의 맹점에 대한 작은 깨달음을 얻었거든요.
예전에는 우직하게 돼지 저금통에 돈을 모아서(모으는 동안 이자가 붙는 게 아닌데도) 저금통이 꽉 차면 은행에 맡겼습니다. 출금을 하려면 통장과 도장을 들고 은행에 가서 출금 관련 서류를 작성해야 하니 여간 귀찮은 것이 아니었지요. 그래서 웬만한 일이 아니면 은행은 돈 찾으러는 잘 안 가는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새는 내가 갖고 있는 돈을 언제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고 신용 카드란 것도 있어서 당장 내 계좌에 돈이 없어도 신용을 담보로 돈을 융통할 수 있게 되었죠. 참 편리해졌습니다.
하지만 그 댓가로 크게는 돈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그만큼 줄어들었고 작게는 돈을 모으기 힘들게 되었습니다.
한 때 온라인에 회자되던 '월급 로그인 -> 퍼가염 -> 월급 로그아웃' 농담에서처럼 소비를 조장하는 주체들 때문만이 아니라 우리가 너무 편리함만을 추구하게 되었기 때문이죠.
개인적으로 소비를 줄이고 돈을 모으려면 금융 거래를 불편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그 시간의 delay 동안에 다시 한번 자신의 소비에 대해 생각해보고 제동을 걸 수 있기 때문이죠.
스마트폰의 금융 거래앱을 지우고, 신용 카드를 없애고, 체크 카드는 하나만 쓰고, CMA 계좌도 은행보다는 증권회사의 것을 쓰고, 귀찮아도 가계부를 쓰세요.
그러면 당장 사제끼지 못하고, 없는 돈을 끌어다 쓰지 못하고, 한도 이상으로 마구 지출하지 못하고, 사용하기 불편해서 이리저리 이체하지 못하고, 가계부를 쓰는 것이 귀찮아서 차라리 소비 안 하게 됩니다.
CMA 계좌 하나에 대해서만 더 이야기하자면 저는 CMA 계좌가 두 개 있습니다. 하나는 SC은행 계좌이고 다른 하나는 메리츠 증권 계좌입니다. SC은행 계좌에서 발급한 체크 카드는 현금 지급기에서 현금을 찾아도 수수료가 붙지 않기 때문에 사용하는데 아무래도 자주 사용하게 되니 꼭 필요한 만큼의 돈만 이 계좌에 넣어두고 나머지는 메리츠 증권의 CMA 계좌로 옮깁니다. CMA 계좌는 출금이 잦을수록 이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한번 넣으면 출금하지 않는다는 마음으로 사용하는 것이 낫기 때문입니다. SC은행의 인터넷 뱅킹보다 메리츠 증권의 인터넷 뱅킹이 더 복잡하고 사용하기 불편하기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이죠.
확실히 동일한 금액의 돈이 들어있을 때에도 SC은행의 CMA계좌와 메리츠 증권 CMA계좌의 이율은 큰 차이가 나더군요.
돈을 모으고 싶으면, 하다못해 소비를 줄이고 싶으면 가능한 금융 거래를 불편하게 만드는 게 하나의 방법입니다.
투기로 돈을 모으는 방법이 아니라 이런 게 진짜 재테크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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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담서원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 중 한 명이기도 한 박성준 대표와 이재성 대표가 만든 '책과 차와 음악과 우정이 있는 문화 놀이터'랍니다. 우리의 옛 서원의 전통을 이어받아 현대적인 서원으로 발전시키고 싶다는 꿈을 갖고 탄생한 곳으로 이 길담서원에서는 '청소년 인문학 교실'을 운영하고 있죠.
그동안 길, 일, 돈, 몸, 밥, 집, 품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는 시간을 마련하였고 한 글자 인문학 교실이 끝나면 사랑, 평화, 철학, 역사, 인간, 종교, 공부 등 두 글자 주제로, 다시 세 글자 주제로 계속 뻗어나갈 꿈을 꾸고 있습니다.
이 책은 '돈'을 주제로 청소년 인문학 교실에서 행한 소설가 이시백,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 글말쟁이 박권일, 철학자 강신주, 교사 송승훈, 노동자 김진숙(이 책에는 내용이 빠짐)의 강의 내용을 수록하고 있습니다.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1강. 돈 내면 지각해도 되나요? 이시백
2강. 가치 기준에 따라 행복도 달라진다. 제윤경
3강.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는 길. 박성준
4강. 자본주의 바깥을 상상하자. 박권일
5강. 돈이란 무엇인가? 강신주
6강. 돈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강신주
7강. 허생은 왜 돈을 버렸을까? 송승훈
강의 내용을 책에 그대로 수록했기 때문에 거의 입말에 가까운 수준이라 쉽게 읽힙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강의이기 때문에 내용도 이해하기 쉽고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책이기는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면서 돈이 무엇인지, 자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돈의 주인으로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깊이 생각해보지 않은 분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기를 권하는 좋은 책입니다.
이런 좋은 책은 많이 읽어야죠. 특히 자본주의 사회에서 건강하게 인간답게 살려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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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대로 된 용돈이라면 필요한 지출까지 포함해야 합니다. 많든 적든 필수 비용을 용돈으로 해결할 수 있어야 해요.
* 돈의 문제는 가치의 문제
* 돈의 함정에 빠진 사람일수록 가처분 소득이 낮아요.
* 소득이 높을수록 주변과 비교하는 일이 잦습니다.
* 사람이 행복해지려면 자기 삶을 주도하고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야 한다고 합니다.
* 우리나라 교육이 그렇게 만듭니다.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생각할 틈을 안 줘요. 만날 해야 할 과제만 내주니까 실제 내가 이걸 왜 하는지, 내가 어떤 걸 했을 때 행복한지 생각을 못 해요. 학교가 가르쳐 주지 않으면 우리 스스로 깨우치는 수 밖에 없습니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언제 기쁜지, 자꾸 생각을 해야 해요. 자신의 욕구를 발견하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고 시행착오가 있습니다.
* 저축은 쓰려고 하는 겁니다. '자산'을 불리려고 하는 게 아니에요.
* 평화는 단순히 전쟁이 없는 상태가 아닙니다. 전쟁이 없어도 빈곤, 기아, 영양실조, 질병, 환경오염 등이 있으면 '평화는 없다'는 것이지요. 이러한 '비평화'의 요소들을 제거하고 충분한 의식주, 의료, 위생적 생활환경을 만들어내는 것이야말로 평화를 이루는 지름길이라는 겁니다.
* 우리가 보통 돈을 어떻게 쓰느냐를 따질 때, 소비자로서의 측면을 주로 이야기하잖아요. 하지만 소비자로서가 아니라 노동자와 시민으로서의 측면을 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착한 기업' 물건을 사는게 아니라 아예 소비 자체를 줄여야 합니다. 천규석 선생이나 '녹색평론'의 김종철 선생님 같은 분들은 이렇게 말씀하세요. 소비 자체를 줄이지 않고서는 이 악순환을 해결할 수 없다고 말이죠.
* 우리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산다고 믿지만 사실은 아주 냉혹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어요. 이걸 보지 못하는 것은 착시 현상 때문입니다.
* '매개'는 '연결'을 의미하지만 동시에 '단절'을 만드는 것이기도 합니다.
* 진짜 저항은 자기를 상품화하는 것에 반대하는 데에서 시작합니다.
* 보들레르는 사물의 존재 방식을 도구, 상품, 상징, 기호, 이렇게 네 가지 차원으로 구분했습니다.
* 훗날 여러분이 나이가 들었을 때 60~70살이 되어서 훌륭한 사람으로 남는다면, 그건 여러분이 자본주의를 없애서가 아니라 그 험한 급류에서도 인간성을 지키며 살려고 노력했기 때문일 거예요. 위대한 사람들은 무언가를 완성한 사람이 아니라 버틴 사람입니다. 끝까지 버티는 거죠. 힘닿는 데까지.
* 인간은 부당한 것을 뛰어넘으려는, 정의를 향한 열망이 있는 존재예요.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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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사회에서 살다보면 혼동되는 것 중 하나가 뭘 위해 소비를 하는지 잊기 쉽다는 것입니다. 분명히 욕구가 먼저 있고 그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소비를 하는 것일텐데 어느새 욕구가 있는지 확인하지도 않은 채 광고와 주변 압력의 폭격, 자기 합리화로 인해 그냥 충동적으로 소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중에는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들을 남도 가졌다는 이유로, 혹은 반대로 남들은 못 가졌으니 나만 갖고 싶다는 이유로 닥치는대로 사들이게 됩니다. 가난한 부자가 되는 것이지요.
이 책은 E.F 슈마허를 비롯해 에크하르트, 장 자크 루소, 헨리 데이비드 소로 등 수많은 사상가와 철학자가 한 말들을 '자발적 가난'이라는 화두를 중심으로 엮은 책입니다. 2003년 4월에 출판된 책의 보급판으로 재생 종이에 인쇄해서 그랬겠지만 좀 더 가벼워졌다고 합니다. 가격도 좀 내렸고요.
노파심에서 말씀드리지만 이 책은 빈곤해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책이 아닙니다. 목차를 한번 보시죠.
1. 자발적 가난을 위하여
2. 가난은 얼마나 좋은 일인가
3. 가만히 욕망을 들여다보기
4. 덜 풍요로운 삶이 주는 더 큰 행복
5. 생산의 논리는 생명의 논리가 아니다
6. 생명의 논리
7. 모든 것을 버리고 여행자로 살아가라
8. 내일 일을 염려하지 않는다
9. 단순하게 살아라
10. 자발적 가난과 현대 사회
이 책의 권두언을 쓴 안드레 밴던브뤼크의 마지막 말에 가슴이 뜨끔합니다.
"이 책은 가난한 부자들, 필요 이상의 부를 소유한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소비 지향적인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는 것이 숨막히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닫기
* 부가 가져오는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단순히 소유를 포기하는 것 보다는 그것을 추구하게끔 하는 가치관의 재정립이 중요하다.
* 조금이라도 과잉의 기미가 보이는 곳에서, 즉 기본적 필요가 충족되고 난 후 불필요한 것들이 삶을 어지럽히기 시작하는 시점에서 우리는 자발적 가난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
* 사람들은 보통 빈곤과 가난을 혼동한다. 이러한 실수는 빈곤과 가난이 서로 이웃이라는 사실에서 연유한다.
* 나는 세상의 어떤 부자도 인간애의 진전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다. 그것은 발전에 헌신한다는 소수의 부자들조차 마찬가지다. 오직 위대하고 순수한 인격만이 고귀한 관념과 고귀한 행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돈은 이기주의를 부르고 불가피한 남용을 끌어들인다. 카네기의 지갑으로 무장한 모세나 예수 또는 간디를 상상할 수 있겠는가?
- 알버트 아인슈타인-
(프린스턴 대학의 수표를 책갈피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문명의 진정한 의미는 의식적이고 자발적으로 욕구를 축소하는 것이지 그것을 확대 재생산하는 것이 아니다. 욕구의 축소만이 오로지 진정한 행복과 만족을 촉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 간디 -
* 우리의 소비 습관과 낭비, 우리의 취향과 우리의 방탕한 생활 수준, 그리고 우리의 가치에 대한 전면적인 변화를 요구하지 않고 진행되는 가난에 대한 토론은 위선이다. 도덕적 질문에 대한 기술적 대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 테오도르 로자크 -
* 처음에는 심술궂은 의지에서 탐욕이 솟아나지만, 채워짐에 따라 탐욕은 습관이 된다. 그리고 저항하지 않는 습관은 필수가 된다. - 아우구스티누스 -
* 자연이 우리가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우리 손닿는 곳에 마련해 두었다는 것은 놀라운 섭리이다. 하지만 자연은 철과 금, 은 등은(모두 피와 학살의 도구이며 그에 해당하는 값어치를 지닌) 지구 밑바닥에 깊숙이 숨겨 두었다. - 세네카 -
* 모든 낭비 중에서도 가장 큰 낭비는 노동의 낭비이다. - 러스킨 -
* 난파되어도 잃어버리지 않을 것들만 소유하라. - 알가잘리 -
* 노동은 자유 시간의 반대말이다. 그러나 여가의 반대말은 아니다. 여가란 다른 세계에 속한 자유 시간이다. 우리는 그 둘을 같은 것으로 생각하는 습관에 젖어 있다. 누구든지 자유 시간이 있다. 그러나 누구나 여가가 있는 것은 아니다. 자유 시간은 특정한 시간을 보내기 위한 특정한 방법을 가리킨다. 여가는 존재의 차원을 가리킨다. - 세바스티안 데 그라지아 -
* 특정한 목표나 돈, 명성이나 다른 어떤 것을 위해서조차 일하지 않는 사람이 가장 일을 잘하는 사람이다. - 스와미 비베카난다 -
* 철학자가 된다는 것은 미묘한 생각을 하는 것도 아니요, 학파를 세우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지혜로움이 시키는 대로 단순한 삶을 살며, 그 지혜를 사랑하는 것이다. - 소로 -
* 위대한 사회는 값을 묻는 것만이 아니라 그 가치 또한 물으며, 부를 창조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쓸지도 묻는다. - 린든 잭슨 -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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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이 환경 영웅으로 선정한 애니 레너드가 20년에 걸쳐 전 세계를 누비면서 경험한 내용을 쓴 '물건 이야기 : 너무 늦기 전에 알아야 할(The Story of Stuff, 2010)'을 북 크로싱합니다.
'물건'의 일생을 추출 -> 생산 -> 유통 -> 소비 -> 폐기의 다섯 단계로 나누어 그 안에 숨겨진 엄청난 기회비용과 과다소비사회의 문제점을 명쾌하게 짚어내고 있는 수작입니다.
이 책이 어떤 책인지는 '소개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생태 환경 관련하여 월덴지기가 강력 추천하는 책입니다. 꼭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이 책은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국민도서관 이용)가 적용됩니다.
이 책을 읽고 싶은 분은 아래의 북 크로싱 방법에 있는 내용대로 하시면 됩니다.
* 월덴 3의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하는 방법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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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환경학 강의를 듣던 평범한(?) 한 여대생이 수업을 들으러 학교에 가던 도중에 무심코 봤던 쓰레기 봉지들이 집에 돌아오는 길에 말끔하게 없어진 것에 호기심을 느껴 쓰레기 봉지들의 행선지를 따라가게 됩니다. 그리고는 2001년 공식적으로 폐쇄되기 전까지 세계에서 가장 크고 악명높은 쓰레기 매립지였던 프레시 킬스(Fresh Kills)의 쓰레기 산에서 충격적인 경험을 한 이후로 이 여대생은 20년 동안 그린피스, 세계반소각로연맹 등에서 일을 하면서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우리가 날마다 쓰고 버리는 물건들의 일생을 추적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 되었습니다.
애니 레너드라는 이 걸출한 환경 운동가는 그야말로 말 그대로 전 세계를 샅샅이 뒤져 '물건'의 일생을 추출 -> 생산 -> 유통 -> 소비 -> 폐기의 다섯 단계로 나누어 단계별로 숨겨진 어마어마한 비용과 과다소비사회의 문제점을 깔끔하면서도 조목조목 짚어냈습니다. '타임'은 올해의 환경 영웅으로 그녀를 선정하면서 환경의 정의를 다시 썼다고 극찬한 바 있습니다. 100% 동의합니다.
예전에 인간동력을 다룬
'인간동력, 당신이 에너지다(2008)'를 생태, 환경 관련 서적 중 최고로 평가한 적이 있는데, 이 책도 그 책에 결코 뒤지지 않는 훌륭한 책입니다. (저자가 미국인이니) 많은 사례들이 미국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당연한 단점을 제외하면 뭐 하나 나무랄 데가 없는 책입니다.
종이 1톤을 만드는데 각종 다른 자원이 98톤이나 들어간다든가, 평균적인 결혼 반지용 금반지 하나에 들어가는 금을 채굴하는 과정에서 20톤의 유독한 광산 폐기물이 발생한다든가, 지구 상에 사는 우리 모두는 이미 지구가 연간 생산하는 '생명 수용 가능 자원'의 1.4배를 사용하고 있다든가, 도시 생활 폐기물이 1톤 나올 때 이전의 생산 과정에서는 산업 폐기물이 적어도 40톤은 나온다든가 하는 충격적인 사실을 소개하는 책은 이미 많죠
하지만 이 책처럼 각 단계에서 희망적인 움직임과 우리가 할 수 있는 다른 대안들, 그리고 개인적인 차원이 아니라 연대를 통해 이뤄낼 수 있는 작지만 큰 변화를 빈틈없이 말하는 책은 만나기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소비주의와 과다소비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행복과 평등, 계급, 자아, 존중과 같은 철학적인 담론까지 잘 녹여냈습니다. 그래서 더 읽을 가치가 있는 책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녹색 사막(green desert), 자원의 저주(resource curse), 환경인종주의, NOPE, 생산자 책임 재활용 제도(EPR), 계획적 구식화(planned obsolescence), 인식된 구식화(perceived obselescence) 등 새로운 개념을 많이 알게된 것만으로도 충분히 유익한 독서였습니다만....
저자도 서문에서 강조하고 있지만 이 책은 물건의 사용을 반대하는 것도, 가난을 낭만화하려는 목적도 없습니다. 그저 과다소비 사회가 아니더라도 더 적은 시간을 일하고, 더 긴 휴가를 떠나고, TV를 덜 보고, 친구나 이웃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그리고 물건에 에너지를 덜 낭비하게 되면 훨씬 더 행복해질 수 있다는 소박한 이야기를 아주 설득력있게 하고 있을 뿐입니다.
어쨌거나 이 책을 읽고 나면 면 티셔츠 하나를 사는데도, 커피 한 잔을 마실 떄에도, 새로 나온 아이폰으로 바꾸고 싶어도 한번 더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실 겁니다.
모든 분들께 추천합니다. 꼭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읽은 시간이 절대로 아깝지 않은 좋은 책입니다.
덧. 작년 말에 채식 관련 포스팅에서 다룬 적 있는
POPs가 이 책에도 당당히(!!) 등장합니다. 젠장, 결국 다 연결되어 있다니까요~
덧2. 이 책을 읽고 최소한 알루미늄캔과 PVC 만큼은 제 주변에서 몰아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덧3.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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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자가 도박을 그만두겠다고 결심했을 때 도박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더라도 단기적으로는 그 공허감을 메우고 장기적으로는 행복감을 느끼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본인에게 맞는 좋은 취미 생활을 하는 것은 아주 중요합니다.
하지만 도박에 빠진 이후로 이전에 즐기던 취미도 손을 놨고 새롭게 뭔가에 흥미를 가져보려고 해도 어떤 것을 해 봐야 할 지 마땅한 것을 찾을 수 없어 고민하는 도박자가 많더군요.
그래서 이전에 몇 차례 쓴 관련글을 모아서 도박 중독자에게 좋은 취미를 선택하는 기준을 총정리해봤습니다.
1. 머리보다 몸을 쓰는 취미가 좋다
: 도박 중독자는 게으르다는 오해를 받을 만큼 몸보다는 머리를 압도적으로 쓰는 활동이 도박이니만큼 이와 반대로 머리보다는 몸을 많이 쓰는 취미가 좋습니다. 단적으로 비교하자면 독서보다는 운동이 도박 중독자에게 더 낫습니다.
2. 혼자 하는 것보다 함께 하는 취미가 좋다
: 도박은 대개 혼자 하는 활동입니다. 물론 포커나 화투판처럼 다른 도박자와 함께 하는 도박도 있습니다만 엄밀히 말하면 그런 도박도 알고 보면 철저히 자신과의 싸움이죠. 외롭기 그지없습니다. 그래서 혼자만의 세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취미가 좋습니다. 운동을 예로 들자면 혼자 하는 등산 보다는 조기 축구회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축구를 즐기는 것이 더 낫습니다.
3. 동적인 것보다는 정적인 취미가 좋다
: 도박은 대부분 속성 상 속도가 빠르고 결과가 단숨에 결정되는 활동입니다. 그러니 도박 중독자에게 왠만한 취미는 속이 터질 정도로 답답하고 지루하게 느껴집니다. 그렇더라도 도박의 속성과 반대되는 정적인 취미가 도박 중독자에게는 유익합니다. 자동차로 드라이브를 하는 것보다는 낚시나 명상처럼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거나 자신과의 대화를 할 수 있는 정적인 취미가 더 낫습니다.
4. 소비하는 것보다는 생산하는 취미가 좋다
: 도박은 기본적으로 엄청난 돈과 시간을 낭비하는 활동입니다. 그것도 모든 것을 압도할 정도로 집중적으로 투입하기를 요구하는 활동이죠. 그래서 이런 강박적인 소비 패턴에서 벗어나려면 뭔가를 재배하거나 만드는 건설적인 취미 생활이 좋습니다.
5. 이기적인 것보다는 이타적인 취미가 좋다
: 도박은 철저히 자신만을 위하는 이기적인 활동입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재정적 피해와 상처를 주는 것이죠. 그래서 가능하면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의 시간과 재능을 사용하는 봉사 활동과 같은 취미가 좋습니다. 특히 봉사 활동은 자신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주기 때문에 도박 중독자의 낮은 자존감을 높여주는데도 효과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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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의 소비'와 '체험의 소비'의 구분은 <아직도 가야 할 길>에서 스캇 펙이 한 것을 본 것이 아닌가 싶은데요. 처음 접했을 때 인상에 많이 남아 언젠가는 나름대로 정리를 해 봐야지하고 벼르던 내용을 포스팅 해 보려고 합니다.
단정적으로 말하자면 우리가 돈을 버는 목적은 쓰기 위해서죠. 버는 것도 쉽지 않지만 정말로 어려운 것은 쓰는 것이라는데 이의가 있는 분은 없을 줄로 입니다(아닌가요?).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올바로 쓰는 것이 가장 어렵죠.
소유의 소비를 하는 사람들은 '비교'의 잣대를 버리지 못합니다. 이들이 소비하는 이유는 상대방과의 비교를 통해서 우월감을 만끽하기 위해서입니다. '명품'을 사더라도 자신의 쓸모에 맞는지를 먼저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비싼 지, 희귀한 것인지를 주로 따집니다. 그래야 다른 사람이 갖지 못한 것을 자신이 소유함으로써 자신이 대단한 사람인 양 착각(자기고양)을 할 수 있으니까요. 소유의 소비를 하는 사람들은 만족이라는 것을 모릅니다. 왜냐하면 항상 비교의 기준을 갖고 소비하므로 항상 자신보다 소비력이 왕성한 사람이 있게 마련이거든요. 그래서 이들은 아무리 소비해도 항상 목마릅니다. 그래서 미친 듯이 사 모으지만 항상 부족함을 느낍니다.
이와 달리 체험의 소비를 하는 사람들은 '주관적 만족'이라는 기준으로 소비합니다.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떡볶이를 한 접시 사먹더라도 떡볶이 떡의 쫄깃함과 매콤하면서도 얼얼한 맛, 그리고 북적거리는 포장마차의 활기를 온 몸으로 경험하면서 행복감을 느낍니다. 이들은 남들이 오뎅을 먹든, 튀김을 먹든 신경쓰지 않습니다. 그 순간만큼은 입 속에서 헤엄치는(^^;;;) 떡볶이를 음미하고 즐길 따름이지요. 체험의 소비를 하는 사람들은 현재의 만족을 극대화하기 위해 애쓰기 때문에 소유에 집착하지 않습니다.
소유의 소비와 체험의 소비는 칼로 자르듯이 명확하게 나눌 수는 없으며 중복되는 부분도 많지만 무엇을 주로 하느냐에 따라 삶의 만족도에서 큰 차이를 보이게 됩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지금 소유의 소비를 하고 계신가요? 아니면 체험의 소비를 하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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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 방법이라기보다는 경제 생활을 위한 제 나름의 규칙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한번쯤 정리해보고 싶었습니다. ^^
1. 가계부 작성은 기본 중의 기본
: 저는 일단 가계부를 쓰지 않는 사람과는 재테크를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자산과 수입, 지출 내역을 모르는데 무슨 재테크를 한다는 말입니까? 가계부 작성이 불가능할 정도로 자산 유동성이 크지 않은 이상, 펀드니 부동산이니, 변액보험이니 하는 어줍잖은 지식을 떠들어대도 가계부를 쓰지 않는 사람은 재테크를 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가계부는 1인당 하나씩 써야 한다고 봅니다. 외벌이 가정의 경우 대개 전업주부만 가계부를 작성하는데 그래서는 안 되죠.
-> 저는
머니플랜의 전자가계부를 사용하고 있어 제 자산 내역을 1원 단위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2. 자동차는 재테크 최고의 적
: 자동차가 없으면 출,퇴근 자체가 불가능한 직장인과 어린 자녀를 둘 이상 둔 집을 제외하고는 자동차를 소유하는 것은 재테크를 하지 않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자동차가 주 수입원인 사람은 예외죠. 자동차를 운용함으로써 발생하는 지출 이상으로 수입을 올리지 않는 이상 자동차는 돈 먹는 기계입니다. 할부금과 차보험료도 만만치 않지만 기름값과 유지비, 주차료, 게다가 자동차를 소유함으로서 몸을 움직이지 않아 생기는 건강 상의 문제까지 더한다면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는 것만큼 큰 재테크는 없습니다.
-> 물론 저희는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는 대신 거기에 해당하는 돈을 저축해 매년 해외로 여행을 다니고 있습니다만.... ^^;;;
3. 수수료부터 아끼자
: 이체 수수료나 현금 출금 수수료를 우습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재테크의 기본이 되지 않은 사람입니다. 현금 이동이나 계좌 이체가 많은 분들은 한 석달만 이체 수수료가 얼마나 되는지 추적해 보시면 상당히 배가 아프실겁니다. 무엇보다도 금융 수수료는 게으름에 대한 댓가로 지불하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아깝죠.
-> 저는
HSBC의 e-자유로 예금을 이용해 계좌 이체 및 현급 출금 수수료를 전혀 내지 않고 있습니다.
4. MMF나 CMA를 적극 활용할 것
: 저는 급전만 수수료가 없는 HSBC에 두고, 1년 이하로 운용하는 모든 돈은 MMF 통장에 넣어둡니다. 그렇게 불어난 이자가 올해 그리스 여행에 큰 몫을 하게 되었습니다. 원금 손실이 걱정되시는 분들은 최근에 나온 원금 보장이 되는 HSBC 상품을 이용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5. 신용카드의 수는 최소로 할 것
: 저는 국민카드와 삼성카드 이렇게 2개의 신용카드를 가지고 있는데 삼성카드는 교통카드기능을 추가한 뒤 소득공제를 위해 보니데에게 주었습니다. 국민카드는 가지고는 다니지만 거의 사용하지 않습니다. 버스를 탈 때와, 반드시 인터넷 쇼핑을 해야하는 경우에만 사용하고 평소에는 현금만 사용합니다. 또한 카드 할부는 절대로 하지 않으며 한다면 무이자 할부만 이용합니다.
6. 소비는 돈을 마련하고 나서
: 이는 신용카드 사용과도 연결되는데 액수가 큰 물건을 구입해야 할 때, 제 원칙은 돈이 마련되어야 산다는 것입니다. 그 돈을 모으는 도중에 구매 욕구가 사라지거나, 필요성이 없어져서 사지 않아도 되는 경우도 가끔 생기고, 돈을 모은 뒤 살 때에도 최대한 무이자 할부를 이용합니다. 그리고 그 기간동안 MMF 통장에 넣어서 짜투리 이자라도 받습니다. 몇 달 전에 지른 캠코더의 경우 10개월 무이자인데 10개월 동안 MMF 통장에서 이자가 솔찮게 불어나고 있습니다.
7. 사소한 지르기는 천원 모으기로
: 필요는 하지만 그렇다고 지갑을 열어 냉큼 사기에는 부담스러운 물건들이 있습니다. 제 경우는 이어폰을 교체하거나, PDA의 추가 배터리를 사는 등의 일입니다. 그런 경우를 대비해 미리 돈을 모으는데 매달 고정적인 비용을 떼놓기도 그래서
천원 모으기를 합니다. 이렇게 모은 돈으로 사면 가계에 부담이 덜 되기도 하지만 열심히 저축한 자신에게 상을 주는 의미도 있어서 기분까지 좋습니다.
시중에는 짠돌이 카페도 있다고 하는데 절약이 미덕이라는 원칙에는 동의하지만 개인적으로 그런 삶의 방식에 찬성하지는 않습니다. 어떻게 쓸 지 생각하지 않고 돈을 벌면 나중에는 돈을 버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듯이, 절약도 그 의미를 상실하면 인색함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나친 절약은 사람의 마음을 궁색하게 만들고, 주변의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어 돈 보다 훨씬 가치있는 인간 관계를 손상시킬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벌고 아끼는 것 자체가 아니라 그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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