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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소개드린 아툴 가완디의
'어떻게 죽을 것인가(2015)'와 함께 읽으면 좋은 책입니다.
아툴 가완디의 '어떻게 죽을 것인가'가 죽음을 맞이하는 새로운 시각을 다루고 있다면 철학자인 줄스 에반스의 이 책은 표지에 있는 것처럼 삶을 사랑하는 기술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죽음과 삶이라는 어찌보면 양 극단에 놓여 있는 두 운명이 주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하나의 끈처럼 연결되는 걸 보면서 이상한 데자뷔를 느꼈습니다.
일부러 이 순서로 읽은 건 아닌데 '어떻게 죽을 것인가'의 다음 책으로 이 책을 고른 걸 보면 사람의 무의식이란 게 참 무서워요.
줄스 에반스는 고대 철학자의 고전을 현대 생활에 접목시키는 것에 관심이 많은 저널리스트이자 철학자입니다. 이 책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소크라테스, 피타고라스, 아리스토텔리스, 디오게네스, 아우렐리우스, 세네카 뿐 아니라 에픽테투스, 에피쿠로스, 헤라클레이토스 등 다소 낯선 철학자들까지 총 출동합니다. 거기에 스토아 학파, 이오니아 학파, 쾌락주의, 회의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철학 사조들도 소개됩니다.
이 책의 특이점은 철학 관련 책인데도 유독 심리학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는 겁니다. 앨버트 엘리스와 아론 벡, 대니얼 카네만, 마틴 셀리그만 등이 등장하고 그 밖에도 심리학 전공자라면 아주 익숙한 다양한 심리치료와 심리학 이론들이 많이 소개되는데 이는 아마도 저자가 대학 졸업 후 우울증과 PTSD를 인지행동치료를 통해 성공적으로 치유하면서 심리학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재미있는 건 제가 예전에 비판적으로 포스팅했던 랜드마크 포럼(관련 포스팅 :
'랜드마크 포럼을 조심하세요')도 소개하고 있더군요. 제목만 보고 당연히 철학책이라고 생각했는데 심리학과 접목하고 있는 부분이 많아서 더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하지만 철학과 심리학의 접목이 살짝 어색한 부분도 있고 저자의 지나친 심리학적 해석 편향이 거슬릴 수도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은 장점이 될 수도 있고 단점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철학이란 말만 들어도 머리가 아프고 피하고 싶은 분들이 조금은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아툴 가완디의 '어떻게 죽을 것인가'와 이어서 읽으면 더 재미있습니다.
닫기
* 행복의 철학은 모두 다양한 질문들에 대한 가치와 믿음, 판단과 관련이 있다. 소크라테스가 주장했듯, 혼자서든 다른 사람들과 함께든, 이런 질문들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답을 선택하는 일은 그 자체로 좋은 삶의 중요한 부분이다. 정부는 국민들의 이런 과정을 억압하거나 소위 '전문가들'이 고안한 행복의 조립식 모델 속에 국민의 행복을 끼워 맞추도록 강요해서는 안 된다. 그 과정에서 사람의 자율성과 추론능력과 선택을 부정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 세 가지는 모두 사람이 행복하게 살아가는데 중요한 조건인데 말이다.
* 에픽테토스는 '회복탄력성'의 철학을 알리기 위해 자신의 상처투성이 삶을 이용했다. 자신의 운명을 통제할 능력이 상당히 제한되어 있는 상황에서 스토아 철학자들은 어떻게 불확실성과 억압을 극복하고 평정심과 강한 정신력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 이 질문에 대해 에픽테토스는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고 할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상기하라고 대답한다.
* 우리는 어떻게 생각하고 무엇을 믿을지 늘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스토아 철학자들은 그 누구도 우리의 의지에 반하는 것을 믿으라고 강요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저항하는 방법만 안다면 아무도 우리를 세뇌시킬 수 없다.
*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은 우리의 잘못이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그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우리의 책임이다.
* 세네카는 화로 이어지는 가장 큰 오류는 아마도 모든 게 잘 될 거라는 지나치게 낙관적인 기대일거라고 말한다. 지나치게 낙관적인 기대가 화를 불러일으키는 주요 원인 중 하나라면 그 치유법은, 기대를 낮추고 기대를 좀 더 현실에 맞추도록 노력해서 이 세상에 실망하지 않는 것이다.
* 우리가 삶의 목표라고 말하는 쾌락은 일부 사람들이 잘 모르거나 편견 탓에, 아니면 의도적으로 잘못 해석해서 이해하는 것처럼 방탕한 쾌락이나 관능적인 쾌락을 가리키는 게 아니다. 우리가 말하는 쾌락이란 신체에 고통이 없고 영혼에 문제가 없는 상태다. 즐거운 삶이란 냉철하게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무엇을 선택하든 회피하든 그 근거를 찾고, 영혼을 잠식하는 잘못된 믿음을 없애는 데서 얻을 수 있다.
* 견유주의자로 살려면 남들이 비웃거나 인정하지 않는 것에 둔감해져야 한다. 우리는 남들이 우리를 어떻게 여길지 지나치게 걱정하고, 남들이 인정하지 않을까봐 너무 두려워한다. 그 결과 불안해지고 불행해지며 진짜가 아닌 삶 속에 갇힌다. 따라서 자연스러운 행동을 숨기지 말고 남들이 비웃거나 조롱하더라도 신경 쓰지 않도록 단련함으로써 독립적인 개체로 서야 한다. 견유학파 철학자들은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에게 잘 보이고 싶어하지 않는다. 자신의 기준에 따라 좋은 사람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 마틴 셀리그먼과 그의 정치적 후원자들은 '객관적 과학'을 정립하면서도 도덕적 가부장주의라는 비난을 피하려는 열망을 담아 '도덕적 판단', '윤리적 논쟁', '자유로운 선택'은 쏙 빼버린 채 좋은 삶의 모델을 만들었다. 내가 보기에 그 세 요소는 인간이 행복하게 잘 살아가는데 아주 중요한 측면들인데 말이다.
* 나는 진정한 관계, 진정한 우정, 진정한 철학 공동체는 작고 친근한 규모로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오늘날의 세계에는 인간관계를 자동화된 설문으로 대체하고 국민의 자율성을 희생하는 대신 '행복 전문가'들에게 너무 많은 권위를 주는 기계적이고 수단화된 행복의 정치학이 등장할 위험이 있다. 내가 소망하는 것은 좋은 삶에 대한 고대의 개념과 현대의 다원적이고 자유민주적인 정치 사이에서 더 적절하게 균형을 잡는 것이다. 행복은 객관적으로 정의하고 실증적 과학으로 측정할 수 있는 간단한 개념이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하고, 만일 행복이 그런 거라면 이 세상은 훨씬 더 지루한 곳일 거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행복에 대한 철학적 접근법의 다원성을 탐구하고, 국민을 동등하게 대화에 참여시킬 수 있는 합리적 성인으로 대해야 한다. 실제적 추론과 균형을 이루는 실증주의, 인문학과 균형을 이루는 과학, 좋은 삶은 한 가지만 있는게 아니라 여러 가지가 있다는 것, 공식적인 행복이라는 목표를 향해 강제로 행진해야 하는 한 덩어리의 대중이 아니라 좋은 것을 찾는 과정에서 서로 돕는 친구들의 모임, 그것이 내가 보고 싶은 모습이다.
* 소크라테스적 전통의 미덕은 자제, 합리성, 자기의식, 중용이다. 소크라테스적 전통에서는 정신에 위계가 있다고 보는데, 의식적이고 이성적인 부분이 최상위에 있고, 직관적이고 감정적이며 욕구와 관련된 부분이 최하위로 여겨진다. 디오니소스적 전통은 소크라테스적 전통과는 완전히 다른 생활방식을 찬양한다. 소크라테스가 합리성과 중용을 설파할 때, 디오니소스는 중용과 통제를 넘어서라고 부추긴다. 무의식적이고 직관적인 힘을 찬양하고, 춤을 추거나 사랑을 나누거나 술에 취했을 때 느끼는 활기와 즐거운 삶을 찬양한다.
덧. 이 책은 e-book으로 읽었기 때문에 북 크로싱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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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드 보통빠는 아니지만 그래도 평소 알랭 드 보통을 좋아하고 이 블로그에도 소개한 책들,
'일의 기쁨과 슬픔(2009)',
'여행의 기술(2002)'을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한 제게 이번 책은 좀 실망스러웠습니다.
이 책의 목차를 먼저 살펴보면,
1장. 인기 없는 사람을 위하여 : 소크라테스
2장. 돈이 없는 사람을 위하여 : 에피쿠로스
3장. 좌절한 사람을 위하여 : 세네카
4장. 부적절한 존재를 위하여 : 몽테뉴
5장. 상심한 사람을 위하여 : 쇼펜하우어
6장. 곤경에 처한 사람을 위하여 : 니체
보시는 것처럼 각 영역에서 좌절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철학자의 이야기를 소개함으로써 위로를 하려고 했던 것처럼 보입니다만....
문제는 이전에 보통이 썼던 책들처럼 자신의 말도 아니면서 그렇다고 각 철학자가 걸어온 삶의 궤적이 설득력있게 묘사되지도 못하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그야말로 어색하게 따로 놉니다.
1장. 인기 없는 사람을 위하여만 보더라도 대체 왜 소크라테스가 이 장에 등장하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이 책의 원래 목표처럼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이 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차라리 보통 스스로 녹여낸 말이었다면 더 낫지 않았을까 싶어서 많이 아쉬운 책입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읽은 보통의 책 중 개인적인 평가가 가장 낮습니다.
덧. 게다가 하드커버로 된 책인데도 제본이 엉망이라서 읽으면서도 책장이 떨어질까봐 영 조마조마한 것도 감점 요인입니다.
덧2. 그래도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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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 밀맨의 롱런 셀러 '평화로운 전사(Way of the Peaceful Warrior, 2000)'를 북 크로싱합니다. 원래 이 책은 1980년에 출판되었지만 한국에 소개된 것은 2000년 재개정판입니다.
저자가 대학 시절 소크라테스로 불리는 미스테리한 실존 인물을 만나 슬럼프를 극복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자전적 소설입니다.
이 책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소개글'을 참고하시고요.
참 좋은 책입니다. 심리학자가 쓴 책도 아니고 심리학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는 것도 아니지만 이런 것이 심리학 책이 아니라면 뭘 심리학 책이라고 부를 수 있겠습니까?이 책은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국민도서관 이용)가 적용됩니다.
이 책을 읽고 싶은 분은 아래의 북 크로싱 방법에 있는 내용대로 하시면 됩니다.
* 월덴 3의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하는 방법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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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체조 챔피언으로 '명예의 전당'에 올랐고, 스탠포드 대학의 체조 코치와 오벌린 대학 교수를 역임한 댄 밀맨이 슬럼프를 겪던 대학 시절 인생의 멘토를 만나 변화했던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펴낸 자전적 소설(?)입니다.
무려 28년 동안 팔리고 있는 롱런 셀러이죠. 1980년에 처음 세상에 나왔지만 1984년에 개정, 2000년에 재개정된 책입니다. 한국에는 2007년에 소개되었고요.
얼핏 보면 서양식 무협 소설처럼 보이는 이 책에는 굉장히 중요한 지혜들이 많이 담겨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다음과 같은 것들입니다.
"세상이 곧 수수께끼지. 꼭 알 필요는 없네"
"내가 누군지는 내가 누구이기를 희망하는 자네의 마음에 달렸지"
"적절한 스승을 만났는지 아닌지는 자네가 무얼 배우고 싶은가에 따라 결정된다네"
"여기 이 세상은 학교야, 유일한 진짜 스승은 삶이지. 그건 수많은 경험을 제공하지만 경험 그 자체가 지혜와 성취를 가져다준다면 나이든 모든 사람이 행복하거나 깨달았겠지. 하지만 경험이 주는 교훈은 숨어 있다네"
"무언가를 알려면 끝에 이를 때까지 기다리는게 상책이야"
"벌벌 떨면서 소심하게 실수를 피하기보다, 온 정신을 다해 실수하는 편이 나은거야"
물론 맥락을 모르고 하나 하나 떼서 본다면 영 시덥잖은 말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곰씹어 보면 단순한 말에 내포되어 있는 엄청난 지혜를 느낄 수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너무 딱딱하거나 교훈적이라면 읽고 싶어지지 않을텐데 이 책은 흥미롭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자연스럽게 지혜를 전달합니다. 훈계하거나 강요하는 투의 자기계발서에 질린 분들께 추천하는 책입니다. 어떤 책이 아주 오랫동안 팔릴 때에는 대개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죠.
덧. 이 책의 내용에 거의 동감하지만 두뇌와 마음의 역할에 대한 설명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두뇌를 믿고 마음을 따를 필요가 없다고 설명하고 있는데 전 정반대로 보고 있거든요. 번역의 문제인지 이성에 의한 합리주의를 따르는 서양식 사고 방식의 차이인지 모르겠지만 말이죠. 그래서 전 제 맘대로 사회화 과정에 의해 오염되기 쉬운 두뇌(혹은 머리)를 따르지 말고 마음을 따르라고 반대로 이해했습니다. 이 책을 읽는 분들은 이런 차이를 생각하면서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덧2.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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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라면 손사래부터 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만 해도 제가 몸담고 있는 심리학과 아주 가까운 옆 동네 학문이면서도 제대로 된 철학서 한 권 끝까지 읽은 적이 없습니다(자랑이냐!!).
이처럼 철학이라면 머리가 지끈지끈 아픈 사람들을 위한 입문서로 '좌파' 냄새가 물씬 나는 황광우 선생이 2006년에 내놓은 책입니다. 이 책이 워낙 큰 반향을 일으키는 바람에 3년 후 2009년에 철학 콘서트 2를 다시 내놓게 되죠.
이 책에는 소크라테스(향연), 플라톤(국가), 석가(반야바라밀다심경), 공자(논어), 예수(성서), 퇴계 이황(성학십도), 토머스 모어(유토피아), 애덤 스미스(국부론), 칼 마르크스(자본론), 노자(도덕경)까지 총 10인의 사상가(?)의 주요 사상과 철학을 아주 이해하기 쉽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황광우 선생은 이 책을 읽고도 더 궁금해 하는 독자들을 위해 먼저 소크라테스와 예수, 모어와 스미스를 읽고 여력이 있으면 석가와 공자, 퇴계와 노자 순으로 읽을 것을 추천하고 있습니다. 플라톤과 마르크스는 아무래도 어려울 거라고 하네요. 자본론을 붙들고 낑낑맸던 적이 있는 저는 십분 동감합니다.
이 책은 각 사상가의 개인사를 꾸역꾸역 따라가지도, 그렇다고 이들의 복잡한 사상 세계를 좌판 벌여놓듯이 쫘악 펼쳐놓지도 않습니다. 그저 각 장마다 등장하는 사상가의 시대로 시간이동을 한 뒤 왜 이들이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 조곤조곤 설명할 따름입니다.
그래서 이 책에 등장하는 사상가에 대한 사전 지식이 별로 없는 누구라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습니다.
다만 저는 뭔가 재미있을 만 하면, 그리고 이제 좀 깊이있게 들어갈라치면 장이 끝나버리는 것이 영 감질나더군요. 이런 갈급함은 저자의 잘못이 아닙니다. 오로지 번지수를 잘못 짚은 제 잘못이지요.
그래서 불세출의 사상가들이 대체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궁금한 철학 초보자에게는 추천하지만 난이도 조정을 잘 하셔야 할 듯 합니다.
덧. 제가 이후에도 제대로 된 철학서를 찾아서 읽게 될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누가 알겠습니까. ^^;;;
덧2.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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