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평가는 임상심리학자의 주무기이면서도 훈련 과정의 체계가 가장 부실한 분야이기도 합니다.
Clinician's Thesaurus처럼 심리평가보고서의 작성과 관련된 세부 내용을 꼼꼼히 가르쳐주는 책이 없는 것은 물론(Zuckerman의 걸출한 이 책마저도 국내에는 아직 번역 소개되지 않았습니다) 심리평가보고서 작성법을 가르쳐 주는 책은 성태훈 선생님이 쓰신 책이 유일할 정도입니다.
이런 실정이다 보니 심리평가보고서의 양식에 포함되어야 하는 필수 요소에 대해서도 수련 기관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심리평가보고서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는 개인 정보를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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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노출하지 않으려면 정신건강의학과처럼 등록 번호로 대치할 수 있습니다. 어쨌거나 피검자가 누구인지 확인할 수 있는 식별 번호/부호는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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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 : 심리평가보고서 작성이 많은 수련 레지던트들의 경우 현재 피검자의 문제와 가장 비슷한 보고서를 찾아 덮어쓰는(overwrite) 경우가 많은데 이 때 가장 많이 실수하는 것이 성별을 그대로 두어 성별이 바뀌는겁니다. 주의를 기울여 확인해야 하는 정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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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 : 심리평가에서 사용하는 나이는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나이가 아닌 만 나이이기 때문에 피검자에게 들은 나이를 그대로 기입하면 절대로 안 됩니다. 많게는 두 살까지 차이날 수 있습니다.
바람직한 방법은 만 나이를 물어보지 말고 양력 생년월일과 검사 일시를 같은 영역에 기록하여 그 자리에서 빼는 것입니다. 그러면 만 나이가 정확하게 계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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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연한 : 대부분의 심리평가에서 반드시 알아야 하는 핵심 정보는 아닙니다만
신경심리평가를 실시할 때는 꼭 필요합니다. 헷갈리면 안 되는 건
최종 졸업한 학교가 아니라 교육을 받는 년 수를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위의 배경 정보 중
성별, 연령(교육 연한)을 반드시 알아야 하는 이유는 대부분의 심리검사가 요구하는 해석 규준에 이 정보를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지능 검사의 경우는 만 나이를 알아야 하며, MMPI의 경우는 성별을 알아야 합니다. 신경심리평가에서 흔히 사용하는 K-BNT의 경우는 교육 연한을 알아야 하죠. 심리검사 해석을 위해 필요한 정보라서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이지 그냥 무턱대고 수집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 의미에서 결혼 유무, 직업의 종류, 종교 등은 심리평가 시 반드시 알아야 하는 정보는 아닙니다.
하지만 성별, 연령, 교육 연한 정보는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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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심리학회는 매년 임상심리전문가와 정신보건임상심리사 자격 취득을 위한 필기 시험에 앞서 수련생(이 용어는 매번 들을 때마다 짜증이 치미는데 학회는 여전히 바꿀 생각이 없나 봅니다) 공동 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수련생 공동 교육은 수련 커리큘럼의 표준화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작금의 현실에서 레지던트들이 시험을 앞두고 관련 지식을 체계적으로 습득할 수 있는 유일한 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동 교육 수강료가 턱없이 비싸다는 비판은 차치하고서라도 일년에 단 한번에 불과한 공동 교육이 표류하고 있다는 우려와 함께 이를 수강한 레지던트 선생님들의 불만이 이제는 극에 달했다는 게 문제입니다.
실례로 올해 공동 교육 과목 중 '노년기 심리장애', '가족치료', '신경심리평가', '소아청소년 심리장애' 내용에서 임상심리전문가/정신보건임상심리사 시험에 단 한 문제도 출제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단순히 문제가 나오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공동 교육과 시험이 완전히 따로 놀았다는 말입니다. 이럴 바에는 대체 뭐하러 공동 교육을 실시하는 겁니까?
물론 공동교육의 내용이 시험에 꼭 나와야 하는 법은 당연히 없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수련을 받는 레지던트가 극히 드문 현실에서 유일하게 그동안 몸으로만 때웠던 지식을 정리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가 공동 교육이라면 문제 출제 위원이 공동 교육을 진행하거나 그마저 어렵다면 공동 교육 강사들이 문제 은행의 기출 문제들을 한번쯤은 읽어보고 그에 따라 레지던트들이 꼭 익혀야 하는 지식을 정리해서 교육을 실시해야 하지 않을까요?
솔직히 전문가들조차도 당장 시험을 보면 줄줄이 미끄러질 정도로 공부를 안 하는 마당에 시험 대비를 위한 마지막 기회라고 할 수 있는 공동 교육에서마저도 엄한 이야기나 하고 있다면 먼 거리를 마다않고 천금같은 시간과 결코 적지 않은 비용을 감수하고 모여든 레지던트들은 뭐가 됩니까?
준비된 강사를 섭외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은 저도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학회의 어려움을 수련 레지던트에게 전가하는 건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알기로 문제 은행의 내실화를 위해 새로운 출제 위원을 계속 보강하고 있기 때문에 공동 교육의 강사들이 강의 영역의 출제 문제를 일독하고 공동 교육안을 작성토록 하는 방안을 추천합니다.
학회가 문제 유출을 막고 공정성을 확보한다는 원칙만 계속 고집한다면 공동 교육의 내실화는 요원합니다.
수련생 공동 교육의 내실화는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되는 시급한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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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말에 이메일 한통을 받았습니다.
46대 임상심리학회 총무이사가 되신 박지선 선생님 명의로 발송된 이메일의 내용인즉슨 이렇습니다.
동계학술대회가 지금까지 관례 상 전문가 자격 시험을 앞둔 수련 레지던트들의 포스터 및 사례 발표의 장으로 활용되온 것이 적절하지 않으므로 향후 동계학술대회는 본연의 취지로 활용할 것이라는 것이죠.
저는 기본적으로 학술대회는 학술대회의 성격을 유지해야 한다는 학회의 입장을 지지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련 레지던트들에게 미칠 파급 효과를 고려하여 2년 간의 유예 기간을 설정한 학회의 사려깊은 조치에도 박수를 보냅니다.
제 생각에 이제 학회가 고려해야 할 점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수련 레지던트들의 포스터 및 사례발표를 통해 어찌 보면 손쉽게 채울 수 있었던 동계학술대회를 앞으로 어떻게 활용하느냐의 문제입니다. 점점 들을 것이 없어서 학회에 참석하기 싫고 연수 평점을 채우기 위해서 할 수 없이 억지로 간다는 회원들의 쓴소리에 귀를 기울여 내실있는 내용으로 채우기 위한 노력을 더욱 적극적으로 기울여야 할 겁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전문회원들의 사례 발표를 강화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예전에 이흥표 선생님이 교육 이사로 일하실 때 총대를 메고 추진하셔서 그 해에는 현장에서 치료와 상담을 실시하는 선생님들의 생생한 발표를 들을 기회가 그래도 있었는데 언제인지 모르게 없어져서 이제는 예전과 다름없이 심리평가든 심리치료든 전문가의 사례 발표를 들을 기회가 거의 없습니다. 지회나 연구회도 그다지 상황이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전문가만 되면 심리평가, 심리치료 사례 발표를 하지 않는데 이래서는 학회의 발전이 없습니다.
또 하나 고려할 점은 그저 지회나 연구회에서 사례 발표를 완료하라고만 요구하지 말고 학회 차원에서 수련을 받고 있는 레지던트 선생님들의 수효와 사례 발표 완료 건수 등을 조사하여 필요하다면 임시 사례 회의라도 열어서 어떤 레지던트 선생님도 수련 과정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도 지회와 연구회에서 사례 발표 기회를 잡느라고 애를 먹는 수련 레지던트들이 많은데 동계학술대회에서마저 포스터 및 사례발표를 할 수 없게 된다면 병목 현상이 더 심해질 것이 자명하니까요.
사전 경고도 좋지만 수련 레지던트의 입장에서 대안 마련까지 고민하는 학회가 되었으면 더 할 나위가 없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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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 심리학자가 진정으로 나아가야 할 길이 심리치료와 상담이라고 아무리 목소리 높여 외쳐봐도 아직까지 현장에서 가장 많이 하는 일은 심리평가를 실시하고 그 결과물을 보고서로 작성하는 것입니다.
비유를 들자면 임상 심리학자에게 심리평가 보고서를 작성하는 일은 숨을 쉬는 것과도 같습니다. 너무 익숙해서 의식하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안 하면 죽게 되는(이거 중요한 말입니다. 밑줄~) 그런 것이죠.
그런데 매일 하는 일이 되어서 그런지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나면 보고서가 틀에 박힌 것 같고 사용하는 문구도 매번 똑같아서 정체된 듯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Somatization Disorder와 Conversion Disorder, Dysthymic Disorder 등 Neurosis 계열의 장애를 진단하는 각각의 보고서를 진단 명만 바꾸어 내도 별 무리가 없다고 느껴지는 바로 그 순간, 매너리즘에 빠졌다고 보시면 됩니다.
물론 아무런 고민 없이 공부도 안 하고 그냥 항상 쓰던대로 보고서를 쓰는 전문가는 어차피 제 발로 무덤을 파는거니까 신경쓰지 말도록 하고요.
이럴 때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도움이 되실까 해서 제가 사용하는 방법을 몇 가지 알려 드립니다.
첫째, 다양한 문구를 사용하도록 의식적으로 노력한다.
: 영어를 배울 때 미국인들은 똑같은 단어를 다시 사용하지 않고 비슷한 의미의 단어로 바꾸어 쓴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기억이 나실 겁니다. 이걸 보고서 작성에 적용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보인다'는 흔히 사용되는 종결 문구입니다. 이걸 동일 보고서에서 '~생각된다', '~나타났다', '~드러났다', '~시사한다' 등으로 다양하게 바꾸어 보는 겁니다. 물론 앞뒤 맥락을 고려해 볼 때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문구로 바꾸어야 합니다. '~예상된다'도 '~가능성이 있겠다'로 바꾸어서 사용할 수 있고 '~가능성이 커 보인다'와 같은 변형도 가능합니다. 물론 이 방법만으로 보고서 작성의 매너리즘에서 곧장 빠져나올 수는 없습니다만 일단 보고서에 활력을 불어넣어 읽는 사람의 지루하다는 느낌을 줄여주고 본인에게는 문장력을 높여주는 연습이 되기 때문에 적극 추천하는 방법입니다.
둘째, 다른 평가자의 보고서를 탐독한다.
: 다양한 문구를 사용하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한다고 해도 아무래도 한계가 있습니다. 평소에 독서를 많이 하고 글쓰기 연습을 하는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모든 전문가에게 그걸 요구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럴 때에는 다른 전문가가 쓴 보고서를 읽는 것이 도움이됩니다. local NP에서 프리랜서로 평가를 하는 선생님이라면 다른 선생님이 쓴 보고서를, 수련 레지던트라면 윗년차가 쓴 보고서를 자꾸 읽는 겁니다. 이 때 매너리즘에 자주 빠지는 특정 장애가 있다면 그 장애에 대해 다른 선생님이 쓴 보고서를집중적으로 읽으면서 어떻게 formulation을 하는 지 눈여겨 보는 겁니다. 제가 심리평가 supervision을 하면서 큰 도움을 받은 것 중 하나가 바로 이것입니다. 다양한 스타일의 보고서를 매일 읽으니까 저도 모르게 표현력이 늘게 되더군요. 이것도 모르고 심리평가 supervision을 안 하는 supervisor들은 어리석은 바보라고 볼 수 밖에 없습니다. 그저 supervision을 귀찮은 일이라고만 생각하겠지요. 그런 썩어빠진 정신의 supervisor는 뭘 해도 제대로 할 리가 만무합니다.
셋째, 다양한 표현을 수집하고 변형해 내 것으로 만든다.
: 다른 평가자의 보고서를 읽는 것과 연결해서 사용하는 방법인데 보고서를 읽으면서 인상깊은 표현이나 구절을 적어서 나름의 관용어구 사전을 만들어 두는 겁니다. 제가 예전에 소개한
'글쓰기의 공중 부양'에서 이외수옹이 추천했던 방법이지요(참고로 말씀드리면 외국에는 이미 심리평가 보고서에서 사용하는 용어를 모아 놓은 책이 나와 있습니다). 그 다음에 그걸 그대로 베껴쓰는 것이 아니라 변형시켜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체화시켜 사용하는 겁니다.
지겹다~ 지겹다고만 하면 아무리 재미있는 일도 지겨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심리평가 보고서를 쓰는 일이 지겹다고 느껴질 땐 나름의 재미를 찾아보세요.
제가 설명드린 방법 말고 나름의 노하우가 있는 분들은 제보를 해 주시면 업데이트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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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 심리학회는 한국 심리학회 산하 분과학회 중 가장 많은 회원 수를 자랑하는 명실상부한 전문가 집단입니다.
그동안 양적으로는 그야말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죠.
사회적인 인지도도 높아져서 학교와 병원에만 국한되던 일터가 국 공립 기관, 군과 경찰, 다양한 민간 기관과 기업에 이르기까지 그 영역이 많이 확장되었습니다.
하지만 양적인 성장에 비해 질적인 성장은 전혀 뒷받침되지 않아 임상 심리학 전공의 인기에 힘입어 매년 쏟아져 나오는 석사들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수련 기관의 수가 태부족입니다. 최근에 들어서야 신규 수련 기관의 수를 늘리느라 애쓰지만 그 효과는 극히 미미하여 여전히 유급 수련을 받을 수 있는 레지던트가 되는 것은 그야말로 하늘에 별따기입니다. 당연히 대부분의 수련 레지던트들은 무급 수련의 늪에서 고통받고 있습니다. 거기에 임상 심리학회는 어떠한 공식 입장도 내놓지 못하고 있으며 강 건너 불구경을 하는 신세입니다. 그저 그나마 있던 수련 자리도 없어질까봐 전전긍긍하면서 현장에서 묵묵히 버티고 있는 레지던트에게만 모든 짐을 지우고 있습니다.
2년 전에 수련 레지던트의 처우가 문제가 되어 수련생 협의회가 결성되었을 때에도 수련 레지던트의 처우 개선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고 당당히 목소리를 낸 senior supervisor가 한 명도 없었던 것을 기억합니다. 그 일을 계기로 저는 임상 심리학회에 어떠한 기대도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저 병원의 supervisor만 되면, 학교로 돌아가 임상 심리학 교수 자리만 꿰차면 수련 레지던트가 무급으로 수련을 받든, 그나마 수련받는 기관의 supervisor가 무능하여 자기 돈으로 유료 supervision을 받든 알 바 아니라는 것이죠.
험한 이야기를 하느라고 길어졌습니다만 오늘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이것입니다.
임상 심리학회가 환골탈태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바로 (실속 없는) 대접 받기를 포기하는 것입니다.
신경정신의학회가 학회를 열면 당연히 제약회사들이 지원을 합니다. 의사들이 약물을 처방하니까요. 임상 심리학자들은 겉으로는 그들의 유착 관계를 비난하면서 속으로는 부러워해왔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저렇게 돈 걱정 안 하면서 학회를 하나' 하면서요.
임상 심리학회는 돈이 없습니다. 풍족했던 적이 없죠. 이사가 되면 일을 하는 댓가로 월급을 받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일반회원보다 회비를 더 내야 합니다. 명예직이니 어쩌니 하는 입바른 소리들으면서 말이죠. 그렇게 희생을 강요당합니다. 그러면서도 아무도 학회재정을 위해 기금을 끌어오고 후원금을 받을 생각을 안 합니다. 제대로 된 댓가를 받지 못하니 명예욕이 있는 소수를 제외하고는 어느 누구도 회장과 이사를 하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억지 춘향 격으로 일을 하게 되니 창의성을 발휘할 여지가 없고 그냥 시간이나 때우면서 다음 회장단으로 넘기려고만 합니다. 그러니 발전이 없습니다. 누가 회장이고 누가 운영진인지는 아는 사람만 알고 일반회원은 알지도 못하고 궁금하지도 않습니다. 누가 해도 똑같으니까요. 회비 완납율이 낮다고 항상 앓는 소리를 하면서도 회비 완납 안 하면 전문가 자격 안 주고, 논문 안 실어주는 식의 징벌적인 보완책 밖에 못 내놓습니다.
그러면서 정작 민간 기업에서 후원을 할 수 있다고 하면 알량한 체면 따지면서 그냥 돈만 주면 되는 거지 뭐가 그렇게 조건이 까다롭냐면서 배부른 소리를 합니다. 기업이 학교 같은 줄 아나요? 윈-윈 하지 않으면 한푼도 안 내놓는 곳이 기업입니다. 그리고 후원에 있어서만큼은 기업이 '갑'이고 학회가 철저히 '을'입니다.
학회 재정만 제대로 확충하면 더 좋은 조건에서 더 좋은 강사 모시고 더 좋은 교육을 받아서 회원들의 전문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데 지금 이런저런 거 재게 생겼나요? 후원금을 주는 기업이나 기관에 임상 심리학회 회장이 찾아가서 고개를 숙이는 것이 그렇게 자존심 상하는 일인가요?
이제 더 이상 돈이 중요하지 않다고 거짓말하지 말고, 학자는 돈을 밝혀서는 안 된다고 되지도 않는 소리 씨부리지 말고 당당하게 돈이 필요하다고, 그리고 그 돈으로 회원을 위해 써 달라고 지극히 정당한 요구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런 회원의 요구를 제대로 전달하고 회원을 위해 자존심을 잠시 접을 수 있는 그런 회장이 나와야 합니다.
전문성은 대접해달라고 떼를 쓴다고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반대로 전문성을 키우면 자연스레 대접받게 됩니다. 그런데 그놈의 전문성은 당당함과 자신감에서 나오는 것이고 배가 부르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배가 고프지 않아야 생기는 것입니다. 지금 당장 내 생계가 위태로운데 전문가가 되면, 박사가 되면 뭐한답니까?
지금 임상 심리학회는 굶주리고 있습니다. 임기를 마치고 난 후 나는 학회의 재정을 위해 얼마의 후원금을 모아들였노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회장과 이사진을 저는 보고 싶습니다.
참으로 답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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