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 심리학 분야에 있는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이 이상 늦추어서는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시기를 놓칠 것 같은 강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지금은 매우 심각한 위기 상황입니다.
사실 임상 심리학에 국한된 위기라기보다는 심리학, 더 나아가서는 모든 학문의 문제일 수 있지만, scientist-practitioner model을 따르는 대표적인 영역인 임상 심리학에서 더욱 큰 문제가 되는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임상 심리학의 위기는 무엇보다도 '의사소통과 정보공유의 부재' 때문이라고 봅니다.
병원 중심의 수련 과정을 거쳐 전문가 자격을 취득하게 되면 그 즉시 더 이상 '모른다'는 말을 할 수 없는 세계의 일원이 되고, 수련 과정을 통해 치열하게 배웠던 모든 지식과 정보는 자신만을 위해 사용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전문가가 되어도 창출된 수요가 태부족이니 여전히 치열한 자리 경쟁이 남아 있고 모든 전문가가 자신의 경쟁 대상이니까요. 그런데 이러한 자기중심적인 정보 독점은 자기의 목을 죄는 올가미가 됩니다. 동일한 수련 모델을 따르는 의학의 영역에서는 (일정부분 강제적인) 정보 공유와 협력을 통해 이를 방지하고 있죠. 정보 독점은 원활한 의사소통을 방해하기 때문에 임상 심리학자는 개개인은 강할 지 몰라도 집단으로는 매우 무력합니다.
게다가 곧 병원에서의 전문가 자리는 허울좋은 것임이 드러나게 됩니다. 검사기계로 전락하기 싫은 전문가는 또 다시 고액의 등록금과 착취 구조인 박사 과정에 진학해서 보다 안전한 자리인 교수를 노리게 됩니다. 그리고 더더욱 자신이 가진 지식과 정보를 나누지 않습니다. 학교는 논문과 저서 출판에 의해 주로 평가받는(공유와 나눔이 아니라) 시스템이기 때문에 착취 구조를 계속 활용해서 이러한 조건을 충족할 수 밖에 없습니다. 상위 단계로 올라갈수록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지식 개발을 할 기회가 점점 더 사라지는거지요.
임상 심리학은 병원과 학교에 국한된 세계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앞으로 도래할 미래 사회에서 요구하는 엄청난 수요에도 불구하고 계속 허우적대고 헛발질을 하다가 관련 전문분야에 잠식 당할 것이 뻔합니다.
해결 방법은 '나누기' 밖에 없습니다.
도제 관계인 수련 과정에서 충족되지 못하는 실질적인 기술과 지식을 댓가없이 나누고, 나누는 과정에서 생산적인 토론과 지식 개발이 이루어질 수 있어야 죽은 지식이 아닌,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전문성이 됩니다. 그리고 그 과정의 결과가 쌓이고 자연스럽게 외부로 알려져야 임상 심리학자의 필요성이 발생하고 인정받게 됩니다.
그러지 않는 한 임상심리학의 발전은 요원합니다.
그 '나누기'의 첫 단추가 월덴 3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제 두 번째 단추를 꿰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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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 기관의 자체 시험에 합격을 하게 되면 임상심리전문가 수련생(수련 기관에 따라 임상심리 레지던트라고 불리기도 합니다)이 되며 수련 감독자(supervisor)의 지도하에 3년(때에 따라 1년)의 수련을 받게 됩니다. 대학원에서 배운 정신병리학, 심리치료와 같은 이론 과목은 토대가 되기는 하지만 실제 임상 장면에서는 당장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1년차가 되자마자 수련 기관에 따라서는 50가지가 넘는 심리 검사 도구와 질문지의 시행, 채점, 해석에 숙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대학원에서는 실제 검사 도구를 다룰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에 거의 새로 배운다고 보면 대충 맞습니다.
전체 수련 과정은 3년(박사는 2년)이며 그 중 입원 시설이 있는 신경정신과에서의 수련 기간이 최소한 30%(1년) 이상 되어야 합니다.
전문가 수련생은 수련이 시작되면서 수련생 수첩을 교부받아 모든 수련 내용을 빠짐없이 기록해야 하며 1년에 한 번씩 수련위원회의 점검을 받아야 합니다.
3년 동안 이수해야 하는 수련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심리평가 300시간 이상(박사 200시간 이상). 신경심리평가, 재활기능평가가 50%를 넘어서는 안 되며 종합 평가(Full Battery)는 30 case(박사 20 case)가 넘어야 합니다.
* 심리치료 300시간 이상. 이 중 50%까지는 개인치료나 집단치료에 참가한 경험으로 대치 가능하나 반드시 개인치료 또는 집단치료를 150시간(10 case) 이상 시행해야 하며 이 중에서 지도 감독하의 치료를 50시간(6 case) 이상 시행해야 합니다.
* 심리평가와 심리치료를 합하여 800시간 이상(박사는 600시간 이상)이 되어야 합니다.
* 학회가 인정한 지회 및 연구회, 학회의 학술회의 및 사례회의에 각각 20시간 이상 참석해야 하며, 지회 및 연구회 참석은 50%까지만 인정됩니다.
* 학회가 인정한 지회 및 연구회, 학회에서의 심리치료 사례발표가 2회(4시간) 이상이어야 하며, 지회 및 연구회에서의 발표는 1회로 제한됩니다.
* 수련 과정 중 A급 학술지(전국적으로 배포되고 공식적인 심사제도가 확립되어 있는 학술진흥재단 등재지, 혹은 등재 후보지)에 제1저자로 1편 이상의 논문을 publish해야 합니다.
* 수련 과정 중 수련 기관 이외의 병원, 연구소, 학회, 복지기관, 사회복귀시설, 기타 학회가 인정하는 대외협력 지원사업에 30시간 이상 참석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될 수 있는 한 종합병원에서 수련을 받기를 권합니다. 대형병원일수록 당연히 업무량이 많고 힘이 들지만 대신 다양한 환자군을 접할 수 있으며 연구 및 치료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는 나중에 전문가가 되고 나서 임상 장면에서 독자적으로 일을 하게 될 때에 큰 자산이 됩니다.
다음에는 마지막으로 임상심리전문가 자격시험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온라인 문법/맞춤법 점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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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15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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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임상심리전문가가 되는 길 - 경로편 요약: 임상심리학 전공으로 석사과정을 마친 후 임상 장면scene 을 번역한 말이겠지요? 이런 말이 여기서도 쓰일줄은 몰랐네요)에서 3년간 수련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