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출처 :
YES24
이 책이 나온 2011년 12월에 저자인 성태훈 선생님께 선물로 받았는데 거의 3년이 지난 이제서야 다 읽었네요;;;;
벌써 몇 년 째 지체되고 있기는 하지만 사실 저도 심리평가와 관련된 책을 출판하기로 모 출판사와 계약한 것이 있어 가능한 한 영향을 받지 않으려고 그동안 일부러 안 읽고 피했던 이유도 있었는데 이번 달에 심리평가보고서 작성과 관련된 강의를 하나 맡은 김에 읽게 되었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심리평가보고서 작성과 관련하여 한글로 나온 책은 이 책이 유일하죠. 원서를 보지 않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이 책의 장점은 성태훈 선생님이 직접 평가 또는 수퍼비전 하면서 경험한 엄청난 양의 평가 사례가 가감없이 생생하게 포함되어 있다는 겁니다. 아무리 임상심리전문가라고 해도 이렇게 많은 사례를 접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전문가가 되고 난 이후에도 변함없이 현장을 떠나지 않고 지켜낼 수 있어야 가능한 일이죠.
다만 몇 가지 아쉬움이 드는 것이, 장점이기도 한 엄청난 사례가 한편으로는 정보 과잉으로 인해 혼동을 줄 수 있겠다 싶습니다. 이미 전문가가 된 임상가라면 모르겠지만 이 책은 수련을 받고 있는 레지던트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한 것인데 정보량이 너무 많습니다. 게다가 너무 많은 장애를 수록하려고 애쓴 나머지 동일한 검사 sign인데도 장애에 따라 달리 해석되는 부분이 꽤 있습니다. 전문가라면 그것이 각각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렵지 않게 구분할 수 있지만 검사 sign과 해석을 일대일 매칭하는 것도 쉽지 않은 수련 레지던트라면 혼란에 빠질 수도 있을 것 같거든요.
또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각 장애에 수록된 심리평가 보고서가 전형적인 것이 아닌 것 같다는 겁니다. 심리평가보고서의 내용을 읽으면서 과연 이 진단이 맞는 것인가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부분이 꽤 있었습니다. 진단에 대해서는 임상가마다 조금씩 이견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만...
그래서 개인적인 바램으로는 K-WAIS-IV, K-WISC-IV 사례를 보강한 2판을 기대하면서 장애 별 사례는 그야말로 정말 typical한 케이스 한 두 개만 수록해 수련 레지던트 선생님들의 혼동을 줄이고 주요 검사 sign들도 그 장애의 핵심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들만 선별해서 제공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도움은 쥐뿔도 안 주면서 바라는 것만 많았네요;;;;
읽으면서 강의 준비에도 도움을 많이 받았지만 제 책을 어떻게 구상해야 할 지 여러모로 생각을 많이 하게 한 고마운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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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심리학회는 매년 임상심리전문가와 정신보건임상심리사 자격 취득을 위한 필기 시험에 앞서 수련생(이 용어는 매번 들을 때마다 짜증이 치미는데 학회는 여전히 바꿀 생각이 없나 봅니다) 공동 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수련생 공동 교육은 수련 커리큘럼의 표준화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작금의 현실에서 레지던트들이 시험을 앞두고 관련 지식을 체계적으로 습득할 수 있는 유일한 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동 교육 수강료가 턱없이 비싸다는 비판은 차치하고서라도 일년에 단 한번에 불과한 공동 교육이 표류하고 있다는 우려와 함께 이를 수강한 레지던트 선생님들의 불만이 이제는 극에 달했다는 게 문제입니다.
실례로 올해 공동 교육 과목 중 '노년기 심리장애', '가족치료', '신경심리평가', '소아청소년 심리장애' 내용에서 임상심리전문가/정신보건임상심리사 시험에 단 한 문제도 출제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단순히 문제가 나오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공동 교육과 시험이 완전히 따로 놀았다는 말입니다. 이럴 바에는 대체 뭐하러 공동 교육을 실시하는 겁니까?
물론 공동교육의 내용이 시험에 꼭 나와야 하는 법은 당연히 없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수련을 받는 레지던트가 극히 드문 현실에서 유일하게 그동안 몸으로만 때웠던 지식을 정리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가 공동 교육이라면 문제 출제 위원이 공동 교육을 진행하거나 그마저 어렵다면 공동 교육 강사들이 문제 은행의 기출 문제들을 한번쯤은 읽어보고 그에 따라 레지던트들이 꼭 익혀야 하는 지식을 정리해서 교육을 실시해야 하지 않을까요?
솔직히 전문가들조차도 당장 시험을 보면 줄줄이 미끄러질 정도로 공부를 안 하는 마당에 시험 대비를 위한 마지막 기회라고 할 수 있는 공동 교육에서마저도 엄한 이야기나 하고 있다면 먼 거리를 마다않고 천금같은 시간과 결코 적지 않은 비용을 감수하고 모여든 레지던트들은 뭐가 됩니까?
준비된 강사를 섭외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은 저도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학회의 어려움을 수련 레지던트에게 전가하는 건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알기로 문제 은행의 내실화를 위해 새로운 출제 위원을 계속 보강하고 있기 때문에 공동 교육의 강사들이 강의 영역의 출제 문제를 일독하고 공동 교육안을 작성토록 하는 방안을 추천합니다.
학회가 문제 유출을 막고 공정성을 확보한다는 원칙만 계속 고집한다면 공동 교육의 내실화는 요원합니다.
수련생 공동 교육의 내실화는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되는 시급한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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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서가 틀렸습니다.
저는 3년 전 임상심리학회를 발칵 뒤집어 놓은 사건 이후로 결성된 수련생 협의회 준비모임의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활동을 해 오고 있습니다. 일종의 원년 멤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꾸준히 오프 모임에도 나갔고 초기에는 무료로 게릴라 워크샵도 진행을 했습니다. 모임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고 판단되는 시점에서 뒤로 물러나 이제는 수련에 도움이 될 자료를 업데이트하는 정도로만 관여하고 있습니다만 모임 게시판에 올라오는 모든 글은 빠짐없이 읽고 댓글로 의견도 개진하는 편입니다.
올 4월에 임상심리학회에서 부회장이신 조선미 선생님의 명의로 대의원회 구성과 관련하여 수련생 협의회 준비 모임의 대표 참석을 권유하는 공식 요청이 모임에 도착했는데 일단 시일이 촉박했던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방법이 적절하지 않았습니다.
임상 심리학회는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3년 동안 회원 수가 500명이 넘는(2009년 10월 3일 현재 523명), 가장 큰 수련생 모임을 방치해 왔습니다. 물론 그동안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았던 수련생 협의회 준비모임의 잘못도 없는 것은 아니나 지금도 자신의 수련생 협의회 준비 모임 가입 사실이 알려질까봐 전전긍긍하는 수련 레지던트들의 수가 부지기수인 점을 감안한다면 당연히 임상 심리학회에서 수련생 협의회 준비모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수련생 협의회로 발족시켜 임상심리 레지던트들의 공식적인 소통 창구가 될 수 있도록 길을 열었어야 했습니다.
그런 일련의 공식적인 절차 없이 대표 참석을 요구하는 것은 수련생이 처한 약자 입장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부족한 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행동이고 실제로 이 사안에 대해 준비 모임에 올라온 글들을 보면 반가운 시도이기는 하나 누가 총대를 멜 것인지 걱정이라는 논조가 가장 많았습니다.
또한 수련생 협의회 준비 모임이 가장 큰 조직이기는 하나 대표성이 없는 상태에서 이 모임에 가입하지 않은 수련생들이 배제되는 문제가 당연히 발생할텐데(이 점에 대해서도 모임에서는 수련생 협의회 준비 모임이 아닌 전체 수련생을 대상으로 한 의견 수렴을 하는 것이 현 시점에서는 타당하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이 점에 대한 배려도 아쉬웠습니다.
따라서 저는 임상 심리학회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대의원 제도와 맞물려서 무엇보다도 이제는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의협의 전공의 협의회처럼 임상심리 레지던트를 위한 협의회가 공식적으로 출범할 수 있도록 학회가 총대를 메고 임상심리 레지던트 권익 보호를 위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만 깊어진 불신의 골을 지금이라도 메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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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매년 약 40~50명에 이르는 임상심리전문가와 그와 비슷한 수의 정신보건임상심리사 1급이 배출됩니다. 운좋게도 정신보건임상심리사 1급 TO가 있는 병원에서 전문가 수련을 받아서 동시에 두 가지 자격을 동시에 취득하는 사람들도 있으니 한 해 임상 현장으로 나오는 임상심리학자의 수는 100명이 채 안될 겁니다.
그러니 지금까지 배출된 인원을 임상심리전문가, 정신보건임상심리사 1급을 가리지 않고 모두 모아도 1000 명이 안 될 것이 분명합니다. 이들이 우리나라 임상심리학계를 이끌고 있는 인력입니다. 이들을 필요로 하는 수요와 비교해 볼 때 터무니 없이 적은 인력이지요.
그런데 이들이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수련받아야 하는 기관의 현실은 너무나 열악하여 10%도 안되는 인력만이 급여(그마저도 충분치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를 받으며 수련을 받고, 나머지는 어이없게도 무급으로 점심 식대 내지는 교통비만을 지급받으며 3년 동안 격무에 시달리게 됩니다. 그나마도 수련 기관이 부족하여 재수, 삼수를 하는 수련대기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자신도 임상 현장의 현실을 뻔히 알면서 대학의 재정을 확충하고, 자신의 입지를 강화한다는 미명하에 무분별하게 석사 과정생을 받아들인 심리학과 임상심리학 전공 교수들은 모두 피눈물을 흘리며 석고대죄해야 합니다. 제가 이런 이유로 임상심리학 전공 교수들을 싫어합니다.
거기에 수술이나 고가의 검사가 별로 없는 정신과의 특성 상 심리검사비에 의존하는 비율은 상당히 높은 편으로 이들 수련생이 벌어다주는 금액이 만만치 않은데 수련을 시켜주는 것이 무슨 은혜를 베푸는 양 착취를 정당화하는 병원과 의사들의 오만함은 역겹기 그지없습니다. 게다가 정신보건법에 의해 TO가 있는 지정 병원에서만 수련받아야 하는 정신보건임상심리사 수련 과정이 임상심리학자의 목을 죄고 있습니다. 어차피 수련 받아야 하는 인원은 많고, 기관의 수는 적으니 울며 겨자먹기로 불평등한 조건에서도 수련을 할 수 밖에 없는 약자가 되는 것이지요.
종합병원에서 레지던십을 거치는 전공의의 경우 임상심리전문가 수련생과 비교해 보았을 때 야간 당직 근무를 서고 환자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을 제외하면 수련 과정에 큰 차이가 없습니다. 삼성 서울 병원의 경우 임상심리전문가 수련생들은 전공의와 똑같이 Case conference, 각종 워크샵, Journal Review를 모두 참석해야 하며 오히려 개별적인 스터디와 연구, 각종 activity 참여 시간이 전공의들에 비해 훨씬 많습니다. 오히려 근무 시간이나 노동강도는 임상심리전문가 수련생이 훨씬 고됩니다. 그런데 무급으로 수련받는 전공의는 한명도 없죠. 임상심리전문가 수련생들만 불평등한 착취를 받고 있습니다.
더욱 더 기가 막힌 것은 병원의 무급 수련생 제도를 방관할 뿐 아니라 자신의 일을 줄이려고 자발적으로 무급 수련생을 모집하는 supervisor급 전문가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자신은 전문가가 되었으니까 이제는 지겨운 심리검사 좀 그만하고 편하게 일하려고 자신에게 수련받는 수련생을 착취하는 '마름'으로 전락해버린 전문가들.... 올챙이적 생각을 하지 못하는 이런 개구리들은 제발 예전에 자신이 수련을 받을 때 가졌던 초심으로 돌아가기를 바랍니다.
내년에 제가 일하는 기관에서 임상심리전문가 수련생을 1~2명 선발할 예정입니다. 기관 특성 상 심리검사 case가 부족해 연계된 병원과 여러가지 협의를 거쳐야 하겠지만 절대로 무급 수련생을 뽑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서울대 병원이나 삼성 서울 병원까지는 아니더라도 반드시 거기에 준하는 합당한 대우를 받도록 할 것입니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차라리 환자가 넘쳐서 시간외 근무를 하는 일이 있더라도 제가 뒤집어 쓰겠습니다.
수련생은 노예가 아니니까요. 수련생은 미래의 제 동료입니다.
덧.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글 속에서 관련된 사람들에게 익숙한 수련생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였지만 표준화된 명칭이 없어서일 뿐 수련생이라는 명칭의 사용이 옳다는 뜻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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