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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라고 하면 보통 '신은 죽었다'라는 철학적 선언에서 한 걸음도 더 나아가기 어려운 존재로 느껴지는 것이 일반적인 선입견입니다. 학교에서 배운 니체는 어둡고 딱딱하고, 왠지 가까이 하면 내 인생까지 눅눅해질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그런 사람이었으니까요.
대부분의 인문 고전이 마찬가지겠지만 그래서 그런지 저도 니체의 저작은 한 권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습니다.
이 책은 '수유+너머'를 접하게 되면서 알게 된 고미숙, 고병권 선생의 여러 책들 중 유독 호기심을 끌던 몇 권을 구입할 때 함께 챙겨두었던 것을 무려 2년이나 지나 드디어 읽게 되었는데 고병권 선생의 전작
'고추장, 책으로 세상을 말하다(2007)'를 격찬해놓고 그동안 이 책을 방치했던 것을 보면 니체가 부담스럽기는 했나 봅니다.
이 책은 어찌보면 니체 입문서이기도 하고 다른 면으로 보면 니체 저작에 대한 해제집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니체 입문서에 좀 더 가깝지 않나 생각합니다만 그건 제가 니체 무지렁라서 그럴 수도 있으니 그건 읽는 분들이 각자 판단하셔야 할 것 같고요.
제가 어느 정도 니체에 대해 문외한이었냐 하면 차라투스트라가 본래 페르시아 예언자로 조로아스터교(차라투스트라의 영어식 표기)의 창시자라는 것도 이 책을 통해 알았을 정도입니다.
어쨌거나 니체의 권위자라고 불러도 될 만한(저는 누구에게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낼 수 없으면 진정한 권위자로 볼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그런 면에서 고병권 선생은 니체의 권위자라고 할 만 하지요) 고병권 선생이 친절하게 풀어 쓴 이 책은 니체의 진면목을 모두 경험할 수는 없어도 핵심은 확실히 관통하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고병권 선생만큼 이 책의 내용을 쉽게 소개하기는 어려우니 소 제목 몇개를 말씀드리는 것으로 어떤 내용이 다루어질 지 감질맛만 보여드리겠습니다.
* 신은 죽었다* 너희는 너희 가치를 창조해야 한다* 사랑을 가르친다, 벗을 가르친다* 삶을 사랑하라* 신체야말로 큰 이성이다* 노동이 아니라 전쟁을 원한다* 새로운 우상인 국가를 조심하라* 춤추고 웃는 법을 배워라* 세상은 주사위 놀이를 하는 신들의 탁자다* 위버멘쉬를 가르친다
* 월덴지기가 인상깊게 읽은 구절들"우리는 노예제도에 대해서는 아주 수치스러워 하면서도 사실상 '임금노예'인 자신의 모습은 인정하고 싶지 않아 노동을 찬미하는 일에 쉽게 동의한다. 우리가 고대 노예보다 더 가지고 있는 건 바로 '허영심'이다. "무겁고 진지한 사고만이 사태를 깊이 인식하는 것이라 믿는 자들은 무게와 깊이를 혼동하고 있다"
'고추장, 책으로 말하다(2007)'에 이은 연타석 홈런이네요. 꼭 읽어보시기를 권하는 좋은 책입니다. 특히 저와 같은 니체 문외한들께 추천합니다.
덧. 그린비 출판사에서 리라이팅 클래식이라는 야심찬 고전 시리즈를 내놓고 있는 것은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앞으로는 좀 더 관심을 갖고 선택적으로 읽어볼 생각입니다. 기대가 되네요.
덧2.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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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때 누가 쓴 책인지 알아보지도 않고 '또 어떤 잡놈이 공부 잘하는 법이라는 헛수작으로 애꿎은 아이들 잡으려고 책 썼구만'이라고 생각하고는 들춰보지도 않았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연구 공간 수유+너머의 고미숙 선생이 쓴 책이더군요(이런 실례가~).
이 책은 제가 착각한 것처럼 공부를 잘하는 법에 대한 책이 아닙니다. 오히려 지금의 공부는 진정한 공부가 아니고 진정한 공부가 삶에 어떻게 닿아 있는지를 알리는 책입니다.
그런데 사실 이 책은 고미숙 선생과 연구 공간 수유+너머를 아끼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미흡하다는 느낌입니다.
물론 '질문의 크기가 내 삶의 크기를 결정한다'든가, '이념이란 선언되는 것이 아니라 삶 속에서 표현되어야 한다'든가 하는 핵심을 찌르는 화두를 던지는 솜씨는 여전하나
'아무도 기획하지 않은 자유'에서 이미 충분히 써 먹었던 코뮌과 노마디즘, 밥의 중요성을 또 다시 울궈먹고 있고 이제는 열정으로 생각해주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워지는 과장스러운 문체도 눈에 거슬립니다.
자신이 뜻하는 바를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방식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것이 그 사람에게 체화되어 변화를 일으키려면 자발적인 내적 동기를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수유+너머에 호의적인 저에게조차 거슬리게 느껴진다면 과연 어떤 독자가 고미숙 선생이 원하는 공부가 곧 삶이요, 삶이 곧 공부인 인생을 살아가기로 결심하고 행동할 수 있을 지 심히 걱정됩니다.
자본주의에 침잠되어 공부 본연의 즐거움과 의미를 상실한 현 세태를 냉철하게 분석하는 눈은 여전히 발군이나 방법 선택이 좀 에러입니다.
다만 독서가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한 설득력있는 갈파와 모든 공부는 나눔으로 완성된다는 견해에는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개인적으로 고미숙 선생은 이렇게 어정쩡한 stance를 취하는 책보다 좀 더 내공있는 책을 써 줬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덧. 그리고 화보집도 아닌데 반딱반딱하는 재질로 무장해놓고는 이 얇은 책 값으로 11,900 원이나 받고 있습니다. 그린비 출판사 그렇게 안 봤는데 실망입니다.
덧2.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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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2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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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으로 공부하기김해완 (수유+너머)보통 공부는 머리로 한다고 생각한다. 학교를 다닐 때도 체육시간을 공부하는 시간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공부를 잘 하는 사람이란 머리가 좋은 사람, 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