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가림을 하는 사람 중에 내향적인 성격의 소유자가 많아서 이런 오해가 생기는 것 같은데 이 둘은 개념 자체가 다릅니다.
내향성(introvert) vs. 외향성(extrovert)은 에너지의 방향과 관련이 있습니다. 내향적인 사람은 에너지의 방향이 자신을 향하는 사람이고 외향적인 사람은 밖을 향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내향적인 사람은 사색, 명상, 독서, 음악 감상, 만들기 등을 선호하고 외향적인 사람은 여행, outdoor activity, 쇼핑 등을 선호하는 겁니다.
수줍어하는(shy) vs. 사교적인(outgoing)은 사람에 대한 낯가림과 관련이 있습니다. 수줍은 사람은 낯가림이 심하기 때문에 새로운 사람을 꺼리고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반면, 사교적인 사람은 낯가림이 없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걸 좋아하고 금방 친해집니다.
심리검사 결과와 연결하여 설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내향성 : TCI의 거리두기 하위차원, MMPI-2/A의 Si2, SOD1(A-sod1) 소척도
수줍음 : TCI의 낯선 사람에 대한 수줍음 하위차원, MMPI-2/A의 Si1, SOD2(A-sod2) 소척도
똑같은 기질 차원이라고 해도 내향성은 사회적 민감성과, 수줍음은 위험회피 기질과 관련이 있죠.
내향성과 수줍음이 다른 차원의 개념이기 때문에 보통은 내향적인 사람이 수줍음이 많은 식으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만 내향적이지만 수줍음이 없거나(기본적으로 혼자 있는 걸 좋아하지만 찾아오는 사람도 반기고 먼저 말 걸어주면 좋아함), 외향적이지만 수줍음이 많은 경우(파티에서 노는 걸 좋아하지만 먼저 말 거는 건 잘 못함)처럼 서로 반대 조합인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항상 내향적인 사람은 수줍음이 많고 외향적인 사람은 사교적이라고만 생각하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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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0번 척도와 SOD(A-sod) 내용 척도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요.
0번 척도는 임상 척도 영역에 속한 성격 척도이고 SOD(A-sod) 척도는 내용 척도인데, 단선적으로만 보면,
Si1(수줍음/자의식) = SOD2(A-sod2)(수줍음)
Si2(사회적 회피) = SOD1(A-sod1)(내향성)
위와 같이 1:1 matching을 통해 0번 척도와 SOD(A-sod) 척도의 관계에 대해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SOD 내용 척도는 0번 척도와 75%의 문항을 공유(25문항 중 18문항)합니다. 18개의 공유 문항 중 10문항이 Si1 척도와, 8문항이 Si2 척도와 중복되죠. 그래서 SOD 내용 척도도 0번 척도처럼 양방향으로 해석할 수 있는겁니다.
그럼 Si1 척도와 SOD2(A-sod2) 척도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이 두 척도는 상관이 .94로 매우 높습니다. 둘 다 수줍음으로 해석되지만 Si1 척도는 타고난 기질적인 수줍음을 반영하는 것에 비해 SOD2(A-sod2) 소척도는 수검자가 주관적으로 느끼는 수줍음을 측정합니다. 따라서 보통은 두 척도가 동시에 상승/하강하지만 만약 수검자가 스스로 자신이 수줍음이 많다고 느끼지만 이것이 타고난 기질에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그러니까 후천적인 노력에 의해 극복할 수 있는 문제라고 여긴다면 SOD2(A-sod2) 척도는 상승하지만 Si1 척도는 유의미하지 않게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럼 Si2 척도와 SOD1(A-sod1) 척도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이 두 척도 또한 상관이 .92에 달할 정도로 매우 유사한 척도입니다. 하지만 SOD1 소척도가 Si2 척도보다 행동 경향성을 더 잘 측정합니다. 즉 Si2는 기질 상의 내향성이라고 할 수 있고 SOD1 소척도는 내향성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볼 수 있죠. 그래서 보통은 두 척도가 함께 상승/하강하지만 둘 중의 하나만 유의미하게 상승하는 모습으로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Si2 척도가 유의미하지 않은데 SOD1(A-sod1) 척도가 유의미하다면 내향적인 기질의 소유자가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과 만나는 것을 의도적으로 피하는 행동 방략을 더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사람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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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0)척도는 임상 척도는 아니지만 임상 척도군에 속해 있고 SOD1는 내용 소척도이며 INTR은 성격 병리 척도입니다. 셋 다 흔히 '내향성'으로 번역되는 척도들이죠.
이 세 척도가 동시에 유의미한 수준으로 상승했을 때 많은 임상가들이 수검자를 내향적인 사람이라고 쉽게 해석하고 넘어가곤 하는데 그렇게 해석하기 어려운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에 세 척도의 차이를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가장 자주 볼 수 있는 양상은 Si, SOD 척도가 모두 평범한 수준인데 INTR 척도만 65T 이상으로 상승하는 겁니다. 이 때 수검자가 내향적인 성향이라고 해석하면 안 됩니다. INTR은 내향성이 아니라 우울에 취약한 성격 병리를 드러내는 척도이기 때문에 TCI/JTCI로 측정되는 기질 상의 취약성과 결합하여 해석하거나 우울 장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MMPI-2/MMPI-A의 관련 척도들을 살펴봐야 합니다(이에 대해서는 다른 포스팅에서 자세히 설명드릴 예정입니다). Tellegen(1982, 1985)과 Watson(1997)은 이 척도의 핵심 개념이 내향성이 아니라 정서적인 성향이라고 강하게 주장한 바 있죠. 실제로 INTR 척도가 65T 이상 상승할 때의 의미 해석 내용을 살펴보면,
- 기쁨이나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는 능력이 거의 없음
- 사회적으로 내향적임
- 성취에 대한 욕구가 낮음
- 슬프거나, 울적하고, 우울한 느낌을 보고함
- 신체적 증상을 보고함
- 걱정이 많고 불안을 자주 느낌
- 미래에 대해 비관적임
1개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우울과 관련이 높아 보이는 내용들이죠. 그러니 INTR 척도는 내향성과 별 상관이 없으며 오히려 우울과 관련성이 크다는 정도로 이해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 다음, Si척도는 Social Introversion이라는 명칭 그대로 내향성을 측정하는 척도로 사용되지만 정확하게는 임상 소척도 중 두 번째인 Si2 척도가 내향성을 드러내는 척도입니다. 이를 확인해 보면,
* Si1(수줍음/자의식) : 다른 사람과 있을 때 수줍음을 타고, 사회적 상황에 서툴며, 쉽게 당황함
* Si2(사회적 회피) : 집단 활동이나 사람이 많은 곳에 있는 것을 매우 싫어하고 연락을 회피함
* Si3(내적/외적 소외) : 자신감과 자존감이 낮고 자기 비판적이며 두려움이 많음
측정 내용을 보면 아시겠지만 내향성을 드러내는 소척도는 Si2 소척도입니다. 그래서 Si척도가 유의미한 수준으로 상승했을 때, Si1 소척도만 유의미한 수준으로 상승했다면 이 수검자는 내향적인 성향이 아니라 그냥 수줍음이 많은 걸로 해석해야 합니다. 극단적으로 보면 실제로는 외향적이지만 수줍음이 많아서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해 힘들어하는 사람일 수 있는거죠.
SOD 내용 척도도 마찬가지입니다. SOD 내용 척도는 사회적 불편감으로 해석되지만 소척도에 따라 달리 해석될 수 있죠.
* SOD1(A-sod1)(내향성) : 다른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을 싫어하고 거리를 둠
* SOD2(A-sod2)(수줍음) : 새로운 사람과 상호작용하는데 어려움을 느낌
Si척도와 마찬가지로 SOD(A-sod) 내용 척도가 유의미한 상승을 보였을 때에도 SOD1 소척도가 이러한 상승을 견인해야지 SOD2(A-sod2) 소척도만 상승했다면 이 수검자를 내향적인 사람이라고 해석하면 안 됩니다. 그냥 수줍음이 많은 shy한 사람으로 보셔야 합니다.
결론을 요약해 보면,
* INTR은 내향성과 별로 상관이 없으며 유의미한 상승을 보였을 때 기질 상의 취약성이나 우울 상승 고려
* Si, SOD(A-sod) 척도가 유의미한 수준으로 상승했다고 내향적인 사람이라고 섣불리 결론내서는 안 되며 반드시 Si2, SOD1(A-sod1) 소척도가 상승했는지 확인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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