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DSM-III에 경계선 성격 장애가 수록된 일은 정신역동적 접근을 따르는 임상가들에게는 상당히 큰 의미가 있는데 경계선적 성격이라는 것이 그 때까지 사용되던 정신병리의 수준(level)이 아니라 유형(type)으로 오해받게 되는 시발점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분석적 상담자들에게는 '경계선'을 '자기애성', '강박성'과 같은 명칭으로 사용하는 것이 '과일'과 같은 일반 명칭을 '사과'와 같은 특수 명칭과 섞어 놓는 것과 같거든요. 특히 Kernberg의 모델을 따르는 상담자들이 그랬습니다.
대상관계 관점을 따르는 상담자들은 유아기 3단계를 추동 관심사에 따라 나눴던 Freud 대신 대인 관계 관점에서 구분한 Erikson의 영향을 받아 심리발달의 3단계를 다음과 같이 구분하였습니다.
* 일차적인 의존 문제에 고착 : 신뢰 vs. 불신
: 자신의 내부에 있는 것과 외부에 있는 것을 구별할 수 없는 융합 수준, 즉 분리 이전의 수준인 초기 공생기의 주제에 고착되어 있음
-> 정신병적 성격 조직
* 이차적인 분리-개별화 문제에 고착 : 자율성 vs. 수치심과 의심
: 자신의 정체성을 앗아갈 완전한 휘말림과, 외상적 유기를 가져올 완전한 고립 사이의 극단적인 이원적 투쟁에 고착되어 있음
-> 경계선적 성격 조직
* 더 진보된 동일시 문제에 고착 : 주도성 vs. 죄책감
: 분리와 개별화는 성취했지만 외디푸스 드라마를 전형으로 하는 갈등, 즉 원하는 것과 두려워하는 것 사이의 갈등에 고착되어 있음.
-> 신경증적 성격 조직
성격 조직의 발달 수준에 대한 평가는 여러가지 난해한 임상적 도전들을 돌파하게 되는 계기가 됩니다.
상담 초기에 내담자의 성격 구조가 신경증적인지, 경계선적인지, 혹은 정신병적인지를 평가하여 일차적인 구분이 이루어지고 나면 훨씬 더 효과적으로 진입로를 확보할 수 있죠.
출처 : 'Psychoanalytic Diagnosis(1994)'(by Nancy McWilliams) 중 일부 발췌 및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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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지행동치료학회 산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연구회의 회원인 6명의 임상심리학자들이 공동 번역한 Jon G. Allen 박사의 책입니다. 이 책은 2005년에 출판된 2판을 번역해서 2010년에 내놓은 것입니다.
저자가 머리말의 말미에서 외상을 완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흔히 알고 있는 것처럼 심리학과 정신의학만 갖고는 부족하며 생물학과 철학의 도움이 필요하고 그 이유는 외상이 신체적인 질병임과 동시에 실존적인 고민에 직면하도록 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하듯이 이 책은 철학과 신경과학의 관점에서도 외상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제가 전적으로 동의하는 건 아닙니다만).
방대한 내용이기는 하지만 이 책의 구성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1부 기초편에서는 트라우마가 무엇인지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고, 2부 외상의 영향에서는 외상이 미치는 영역을 정서, 기억, 자기, 관계, 질환으로 나누어 살펴보고, 3부에서는 우울, PTSD, 해리성 장애, 자기파괴적 행동 등 외상과 관련된 정신과적 장애를, 마지막으로 4부 치유에서는 정서 조절과 치료적 접근, 희망 등의 내용으로 트라우마를 어떻게 치유하는지 알아봅니다.
특징적인 것은 1부 기초편에서 트라우마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과 별도로 애착 외상에 대해 별도의 장을 할애하여 다소 깊이있게 다루고 있다는 것입니다. 애착 외상에 대한 저자의 관심을 보여주는 것 같은데 애착 외상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저도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전문가용 책입니다만 트라우마에 관심있는 일반인이 읽기에도 크게 어렵지 않게 씌여진 책으로 트라우마에 대해 관심있는 임상가들의 입문용 책으로 좋습니다. 2011년 11월에 소개드린
'트라우마(Trauma and Recovery : The Aftermath of Violence, 1997)'와 함께 읽으면 더욱 좋겠습니다. 트라우마가 impersonal trauma에 초점을 두고 쓴 책이라면 이 책은 그보다 초점을 더 넓게 잡고 있습니다. 시간 순서로는 트라우마(1997)를 먼저 읽고 트라우마의 치유(2005)를 읽어야 하겠지만 반대로 읽는 것을 더 권장합니다.
트라우마에 관심있는 임상가라면 이 책과 Judith Herman의 '트라우마(1997)'은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두 권 다 추천합니다.
닫기
* 단지 고통에 이름을 붙이는 것만으로도 그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고 변화시킬 수도 있다.
* 외상을 당한 사람에게 가장 해로운 것은 회피다.
* 학대는 권한 이상의 행위를 하는 것이며, 방임은 의무 이하의 행위를 하는 것이다.
* 방임은 신체적 방임과 심리사회적 방임으로 구분하는데 심리사회적 방임에는 정서적 방임(아동의 정서적 상태에 반응을 보이지 않음), 인지적 방임(아동의 인지적이고 교육적인 발달을 지원하지 않음), 사회적 방임(아동의 사회적/대인관계적 발달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음) 등이 포함된다.
* 아동기의 애착 외상에서는 학대와 방임의 결합이 강조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외상의 핵심은 두려움과 외로움이다.
* 스트레스가 누적되는 상황에서 외상 대처의 중점은 추가적인 외상에 노출되는 것을 피하는 것이다.
* 우리는 보통 외상에 대해 이야기할 때 태풍, 전쟁, 성폭행, 학대와 같은 객관적인 사건에만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객관적인 사건에 대한 주관적 경험이 외상이 된다는 사실을 반드시 유념해야 한다.
* 애착의 안정 기반은 외부 세계에 대한 탐색을 촉진할 뿐 아니라 내적 세계를 탐색하는 것 역시 촉진한다.
* 전두엽의 뇌파(EEG)를 측정하면 부정적 정서의 경우 우반구가 상대적으로 활성화되고 긍정적 정서의 경우에는 좌반구가 활성화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 억제 기질의 사람이 외상 경험에 가장 민감하고 영향을 크게 받는다.
* 수치심은 핵심적인 자기(core self)가 나쁜 것인 반면, 죄책감은 특정 행동이 나쁜 것이다. 수치심이 좀 더 광범위하게 나쁘다는 느낌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죄책감보다 좀 더 파괴적인 경향이 있다.
* 수치심이 외상의 공통적인 측면이라는 사실은 놀라울 것도 없다. 외상적 사건은 무력감을 유발하는데, 이 무력감이 수치심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 플래시백을 중단시키기 위해서는 다양한 현실감각(grounding) 기법을 사용할 수 있다. 현실감각 기법이란 감각 입력에 주의를 기울임으로써 현재로 주의를 돌리는 것을 말한다.
* 외상을 탐색해야 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침습적 기억으로 고통을 겪고 있거나, 혹은 외상적 사건을 행동으로 재연하고 있는 경우이다.
* 외상 치료의 목표는 외상적 기억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다. 치료의 목적은 회상을 더 의미 있고 정서적으로 견딜 수 있는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 매 맞는 아내들은 구타하는 배우자의 기분을 좋게 하고 진정시키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며, 그 노력이 실패해서 폭행이 일어났다고 스스로를 비난한다. 이처럼 자신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은 통제감을 유지하기 위한 마지막 방어 노력이라고 볼 수 있다. 무력감을 느끼기보다는 비난받을 만하다고 느끼는 것이 낫다고 여기는 것이다.
* 자기 가치감을 향상시키는 관계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고, 자기 가치감을 감소시키는 관계와의 접촉은 최소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 외상 경험에 대해 말하는 목적은 갇혀 있는 정서를 방출하는 것이 아니라, 정서에 대한 더 양호한 통제력을 얻는 데 있다.
* 외상 집단 치료는 첫 번째 단계에서는 안전에, 두 번째 단계에서는 외상 경험에 관한 기억하기와 이야기하기에, 세 번째 단계에서는 지속적인 관계를 발전시키는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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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9월 7일 서강대 학생생활상담소 강의에서 사용했던 PPT입니다.
상담 현장, 특히 학생생활상담소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정신병리문제를 모아서 2시간 분량으로 만든 자료입니다.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 강박적인 내담자
* 신체화를 하는 내담자
* 가족이 정신질환자인 경우
* 학교 부적응을 호소하는 내담자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1. OCPD or OCD
* 상담의 목표
* 주의할 점
* 방어 기제
* OCPD의 핵심
* Approach
* 수치심이냐 죄책감이냐
* 상담자의 바람직한 자세
2. Somatoform Disorder
* 신체적이냐 신체화이냐
* 고려해야 할 신체적 문제
* 감별진단
* 주의할 점
* 방어 기제
* 통찰을 통한 해결
* 접근 point
3. 가족이 정신질환자인 경우
* 대처 양식 확인
* 대처 기제의 문제 확인
* 시간에 따른 대처의 변화
* 변화 불가능성에 대한 평가
* 애도와 우울의 차이
* 부인, 마술적 사고, 병리적 신념 확인 및 교정
4. 학교 부적응을 호소하는 내담자
* 부적응 문제의 정확한 파악이 가장 중요
* 진단이 필요한 문제인지
* Persecutory Ideation의 문제라면
* 열등감이 핵심 문제라면
* 의존성이 핵심 문제라면
* 대인 관계 패턴의 문제라면
* 일반적인 접근 방법
상담 현장은 정신의학과와 같은 임상 현장과 상황이 좀 다르죠. 심리평가자가 아닌 상담자의 입장에서 정신병리적 문제를 다룰 때 고려해야 하는 실질적인 부분을 짚으려고 노력했습니다.
필요한 분들은 얼마든지 내려받아 사용하셔도 됩니다. 출처만 분명하게 밝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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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2000)'를 쓴 유엔 식량특별조사관 장 지글러가 그로부터 5년 뒤 새롭게 내놓은 책입니다.
전작에서는 '인도적 지원의 효율화', '원조보다는 개혁', '인프라 정비' 등 구조적 기아를 극복하기 위한 시스템 마련을 주창했는데 이 책에서는 이런 구조적 기아를 양산하는 거대 다국적 기업과 세계화 지상주의자(저자가 Cosmocrate라고 부르는)를 향해 분노의 포문을 열었습니다. 전작에 비해 비판의 강도가 훨씬 더 세졌습니다. 그만큼 5년 동안 사태가 더 악화되었다는 걸 알 수 있겠더군요.
거대 다국적 기업에 대한 내용을 조금만 옮겨 보면, 세계에서 가장 큰 500개의 거대 다국적 기업이 지구 전체 생산의 52%를 차지합니다. 이들 500개 기업 중에서 58%는 미국에서 출발한 기업들이고요. 이들 500개 기업은 모두 합해도 고작 전 세계 노동력의 1.8%만을 고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들 500개 기업이 축적한 부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133개 국의 부를 모두 합한 것보다 큽니다. 이건 아무리 생각해봐도 정상이 아니죠.
이 책에서는 유엔과 국제법마저도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리는 거대 다국적 기업과 세계화 지상주의자의 횡포, 그 결과로 이유도 모른채 고통받으며 죽어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티오피아와 브라질에서 보여준 용감한 저항의 연대를 통해 작은 희망의 불씨도 엿볼 수 있고요.
그럼 이런 폭압적인 구조적 횡포에 맞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장 지글러는 부채의 멍에에서 벗어나기 위해 제 3세계 국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세 가지 전략적인 수단을 제안합니다.
1. 노예화된 민중들이 중심이 된 사회단체 지도자들은 연대의식을 내세우는 북반구의 강력한 시민단체들과 연합한다. 2. 부채 내역에 대한 철저한 감사(브라질에서 효과적으로 활용)3. '채무자 카르텔'의 구성
많은 사람들이 이미 우리가 사는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약육강식의 질서를 불변의 진리로 받아들이고 있고 이로 인해 파생된 '수치심'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대를 방해하고 있습니다(이 책의 제목은 사실 '수치의 제국'입니다). 그래서는 안 됩니다. 수치심을 떨치고 연대해야 합니다.
의도했던 것은 아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식사를 하게 되는 시간이 유독 많았는데 음식을 먹는 것이 부끄럽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한 번은 체하기도 했고요.
이 책을 읽으면서 아무런 분노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뭐라고 불러야 할 지 저는 정말 모르겠습니다.
모든 분들께 꼭 한번 읽어보시기를 권하는 책입니다. 부조리와 몰상식에 눈감는다고 그것이 없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현실을 두 눈 시퍼렇게 뜨고 냉철하게 생각하고 과감하게 행동해야 합니다.
덧.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를 읽으면서 결심했던 것이지만 개인적으로 불매하는 기업 리스트에 네슬레를 추가합니다.
덧2.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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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위험 내담자를 상담할 때 꼭 알아야 할 몇 가지 전략에 대해 정리해봤습니다.
* 현명한 상담자라면 적어도 내담자가 능숙한 기술을 가진 사람을 찾아왔다고 믿게 해야 한다. 이러한 신념은 희망의 불을 지피는데 결정적이다.
-> 뒤집어 말하면 상담자로서의 자질을 의심케할만한 어설픈 짓을 하지 말라는 것이죠. 일반적인 상담에서 상담자에게 요구되는 덕목과는 조금 초점이 다른 말입니다.
* 당신이 문제라고 보고 있는 것을 명명하는 것이 아주 중요한 것과 마찬가지로 내담자에게 무엇이 문제라고 믿고 있는지를 물어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 중요한 건 진단이 공식적이냐, 비공식적이냐, 그 진단이 정확한 것이냐가 아니라 상담자가 진단내린 것과 내담자가 생각하고 있는 것이 어떻게 다른지 그 차이를 확인하는 겁니다.
* 사랑하는 사람을 자살로 잃는 경험은 사람의 인생에 커다란 상처를 남기는 사건일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자살 유가족인지의 여부'에 대한 질문을 하는 것이 상담의 일부가 되도록 노력하라.
* 내담자에게 권한을 부여하라. 예를 들면 내담자가 첫 상담과 그 다음 상담의 약속 시간을 정할 수 있게 하라.
-> 내담자가 자신의 삶의 일부분이라도 통제 권한을 갖도록 하는 건 꼭 자살 위험 내담자가 아니라도 중요합니다.
* 어쩔 수 없는 것은 그냥 놔 두고 나머지를 고쳐라. 여기서 해 볼 수 있는 좋은 연습은 내담자에게 기정사실인 것과 아닌 것. 두 가지의 목록을 작성하도록 하는 것이다. 즉, 각각의 제목 아래 기정사실이라서 변화시킬 수 없는 것과 기정사실이 아니기 때문에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을 각각 적어 내려가는 것이다.
-> 부정적인 사고의 확산을 막고 연상의 악순환을 끊는데도 효과적입니다.
* 다음 주 계획을 물어라. 많은 자살하려는 사람이 "다음 주에 무슨 계획이 있는지 이야기해 보시겠어요?"라는 질문에 대답하지 못한다. 미래를 계획한다는 것은 그 사람이 치유되기 시작했다는 최고의 증거 중 하나이다. 매일 하루씩 더 살라는 것이 가장 실현 가능성이 큰 계획임을 명심할 것.
* 내담자가 수치심을 느끼지 않게 하라. 수치심은 거의 항상 역기능적인 가족 기원을 가지고 있으며, 자살하려는 사람이 죽고자 하는 소망의 원동력이 된다.
-> 수치심은 죽음의 두려움을 잊게 만들어주는 마취제와 같습니다.
* 갑작스럽게 평화로워진 내담자를 경계하라.
* 내담자가 어디에서 자살이 인생의 문제에 대해 수용할만한 해결책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를 아주 상세하게 탐색할 것. 반드시 이 기본적인 신념의 기원을 찾아야 한다.
-> 개인적으로 이걸 찾아내지 못하면 결국 상담이 실패한다고, 그래서 내담자를 잃게 된다고 믿고 있습니다.
* 죽음에 대한 논리와 싸우고, 내담자의 생존 가능성을 증가시키기 위해 당신은 그가 한 모든 긍정적인 진술을 잘 모아 둘 필요가 있다.
출처 : '자살 심리치료의 실제' 중 일부 내용 발췌 및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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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는 치료라는 용어를 사용했지만 교육, 상담, 심리치료 모두를 포괄하는 개념임을 미리 밝힙니다.
현장에서 도박중독자를 치료하다보면 간혹 보호자들이 전문치료기관과 연계가 되었으니 이제는 한숨 돌리고 자신들은 물러나 엉망진창이 된 가정을 복구하는 일에만 치중하려는 것을 자주 봅니다.
하지만 도박중독치료의 경우에는 그 대상이 도박자에만 국한되지 않고 오히려 보호자가 치료에 포함되는 것이 필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도박중독의 치료는 매우 복잡하고 정밀함을 요하는 작업이며 전문기관의 치료자라고 하더라도 도박자를 만나는 시간은 겨우 일주일에 한 시간 남짓입니다. 나머지 6일하고 23시간은 치료자의 시야 밖에 있다는 것이지요. 따라서 보호자가 준 치료자의 역할을 감당해야 하며 치료자가 없는 상황에서 다양한 돌발 상황에 대처하거나 의사 결정을 내리고 개입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도박중독에 대한 상세한 지식으로 무장을 해야 하기 때문에 도박자와 함께 전문기관에 나오는 것이 필요합니다.
둘째. 보호자가 준 치료자로서 기능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보호자도 치료를 받아야 하는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보호자는 자신의 책임이 아닌데도 도박자가 한 도박 행동의 부정적 결과를 당하는 또 한 사람의 피해자이므로 우울, 불안, 분노, 배신감, 수치심, 두려움 등 복잡한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때가 많으며 정도가 심해 때로는 병리적이 될 수도 있습니다. 특히 치료 초반에는 도박 문제 해결에 온통 초점이 맞추어 있는 바 대체로 보호자 자신의 문제가 의식의 표면에 등장하지 않지만 어느 정도 치료가 안정권에 들어가는 중반부에 이르게 되면 도박 문제보다 자신의 심리적 문제로 큰 괴로움을 당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보호자도 상황에 따라 평가 결과에 따라 치료 초반에도 개별적인 상담과 심리치료를 받아야 하고 부부 치료나 가족 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할 때가 많이 있습니다.
도박중독치료는 어찌 보면 도박자가 단도박 상태를 유지하는 것보다 보호자의 정신 건강을 챙기고 더 나아가서 가족 전체의 정신 건강을 돌보는 것이 더 중요할 때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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