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대만 여행을 하면서 제가 새롭게 알게 된 내용이나 느낌을 간략하게 요약해봤습니다. 지극히 주관적인 내용이니 대만 여행을 준비하는 분들은 적절히 가감해서 들으시기 바랍니다.
* 인터넷 환경
: 속도는 몰라도 접속 가능성 측면에서는 우리나라와 거의 진배 없습니다. 어떠한 숙소이든 무료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는 건 기본이고 공항 등 주요 시설, 웬만한 관광지와 접객 업소 등에서는 언제든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포켓 와이파이를 대여해서 갖고 갔지만 사용할 일이 많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타이루거 협곡 같은 험지에서도 와이파이가 잘 터지더군요. 대만 여행을 하면서 인터넷 검색이 되지 않거나 지도 확인이 되지 않아 속을 태우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겁니다. 다만 숙소에서 제공하는 무료 와이파이는 스마트폰을 쓸 때는 몰라도 노트북이나 태블릿 PC를 연결하면 접속이 안 되더군요. 패킷을 많이 사용하는 기기는 막아놓은 것 같습니다. 이건 타이페이나 화롄 모두 사정이 똑같았습니다. 확인이 필요합니다만 노트북이나 태블릿 PC를 사용할 분들은 포켓 와이파이 등의 별도 기기를 가져가시는 게 안심이겠죠.
* 대만 사람
: 일본 사람들과 어깨를 견줄 수 있을 정도로 친절합니다. 대만에서 살고 있는 한국인 가이드들마저도 하나같이 엄지 척 할 정도로요. 일본의 친절함은 속내를 감춘 친절함이라고 경계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만 사람들의 친절함은 우러나온다고 느낄 정도로 몸에 밴 친절함입니다. 여행 중에 한번도 불친절함에 인상을 찌푸린 적이 없고 편의점에서 물건 하나 살 때에도 어떻게든 '일이 되어 가도록' 행동하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여행을 준비할 적에는 반한 감정에 대한 우려도 했습니다만 현지에서는 전혀 그런 느낌 못 받았습니다. 여행 중에 대만 사람들 때문에 기분이 상할 일 따위는 없을 겁니다. 가이드가
대만인은 중국인과 전혀 다르다고 했는데 동의합니다. 생김새는 똑같지만 깨끗하고 친절하고 무엇보다 매우 조용합니다. 숙소 중 하나가 투숙객 대부분이 대만 사람들이었던 적이 있는데 놀랄만큼 조용하고 쾌적했습니다. 나중에는 시끄러운 거 하나만으로도 중국인과 대만인을 거의 정확히 구분할 수 있더군요. 귀청이 떠나갈만큼 시끄러운 것 때문에 중국과 중국인이 싫은 분들은 대만이 마음에 드실 겁니다.
* 치안
: 이 역시도 일본과 견줄 수 있을 정도로 안전합니다. 론플에는 물건을 두고 간 뒤 나중에 돌아와도 찾을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라고 소개하고 있지만 크게 과장이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습니다. 그만큼 안전합니다. 함께 갔던 반려인이 혼자서 다시 여행 와도 안전하겠다고 했을만큼 여성 여행자들도 충분히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는 나라입니다.
* 택시
:
제가 지금까지 여행한 나라 중에서 택시 타기 가장 좋은 곳이었습니다. 다른 도시는 잘 모르겠지만 타이페이에 대해서만 말씀드리면 시내에서 둘러봤을 때 택시를 볼 수 없었던 적이 없을 만큼 택시가 많습니다. 일반 승용차보다 택시가 더 많다고 느낄 정도입니다. 택시 승강장이 아니더라도 시내에서 택시를 탈 때 오래 기다렸던 적이 한번도 없습니다. 게다가 택시 요금이 우리나라보다 쌉니다. 기본 요금이 70원(우리 돈으로 2,600 원)으로 우리나라와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이동 거리가 길어질수록 요금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집니다. 제가 대만 여행 중 가장 길게 택시를 탔던 게 단수이 전철역에서 타이페이 101 빌딩까지 거의 1시간 정도의 거리를 택시로 이동한 것인데 775불(한화 28,000 원 정도)을 지불한 게 고작입니다. 타이페이는 워낙 MRT(전철) 시스템이 잘 되어 있고 관광지들이 MRT역에서 멀지 않아 배낭 여행자에게 최고의 접근성을 제공하는 도시로 알려져 있지만 호주머니 사정에 조금 여유가 있는 분들은 택시를 적절히 조합해도 좋습니다. 게다가 바가지가 일체 없고 100% 미터기 기준입니다. 원하면 언제든 영수증을 발급받을 수 있으니 더욱 안심할 수 있죠. 대신 영어로 의사소통이 되는 기사는 거의 없기 때문에 항상 중국어로 된 주소를 보여줘야 합니다. 영문 주소도 잘 못 읽습니다. 숙소의 명함을 잘 챙기세요.
* 교통 사정
: 벌금이 세고 철저하게 징수해서 그런지 몰라도 교통 규칙 등 도로 교통법을 철저히 지키는 편입니다. 신호 위반 같은 걸 보기 어렵습니다. 일본같은 강박적 수준은 아니지만 최소한 파란불에 길을 건널 때 차량이 덮칠 걸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특이한 건 동남아처럼 대만에도 스쿠터를 타는 사람들이 정말 많습니다. 그런데 헬멧을 착용하지 않은 스쿠터 이용자를 한 명도 못 봤습니다. 뒤에 연인을 태우고 달리는 젊은이들도 많은데 하나같이 헬멧을 단단히 쓰고 있더군요. 게다가 상당수의 도로에서 자전거 전용 도로처럼 이륜차 전용 도로를 함께 운용하는데다 건널목 앞 차량 대기선에는 이륜차 전용 공간이 따로 만들어져 있어 스쿠터가 일반 차량들과 섞여서 기다릴 필요가 없습니다. 이륜차 친화적인 정책을 쓰고 있다고 봤습니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신호등의 시간을 충분히 줍니다. 보행자도 차량도 신호가 바뀌기 전에 충분히 시간을 주기 때문에 처음에는 좀 답답하게 느껴지지만 안전을 위해서는 그럴 수 있겠다고 수긍하게 되더군요. 특이한 건 차량에 탑승한 상태에서 신호등을 보면 보행자 신호등처럼 남아 있는 시간을 디지털 시계로 보여준다는 겁니다. 언제 출발해야 할 지를 알 수있으니 운전자 입장에서도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으니 좋겠더라고요.
* 물가
: 체감 물가는 전반적으로 우리나라보다 쌉니다. 편의점에서 물건을 사고 나서 숙소로 돌아와 계산을 해 보면 '응? 돈 덜 준거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제가 대만을 방문한 게 겨울이었기 때문에 그럴 것 같은데 과일값은 살짝 비싸게 느껴졌지만 다른 먹을거리 가격은 싸고 특히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택시 요금 등 교통 요금이 저렴합니다. MRT의 경우 타이페이 시내에서 단수이역까지도 25불(930원)이면 됩니다.
* 음식
: 음식은 전반적으로 향이 강한 편이고 특정 향신료 때문에 호불호가 갈릴 것 같습니다만 저는 마음에 들었습니다. 특히 대만은 채식 선진국이라서 대부분의 음식점에서 채식 메뉴를 제공하고 채식 전문 레스토랑도 많았기 때문에 더욱 마음에 들었죠. 얼마전에는 아시아에서 가장 채식 친화적인 도시로 타이페이가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채식을 하는 분이라면 특히나 마음에 드실 겁니다.
* 의사소통
: 당연히 관광지나 숙소 등 여행자를 접촉하는 곳에서는 영어가 잘 통하지만 일상에서 만나는(대표적인 게 택시 기사) 대만인들은 영어를 잘 못합니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준인 듯 한데 그렇다고 해도 친절하기 때문에 손짓발짓으로 대체로 의사소통이 됩니다. 한류가 급속히 밀어닥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영어보다 한국말로 의사소통하는게 더 쉽기도 합니다. 웬만한 한국어는 알아듣는 대만인이 많습니다(가이드 말로는 지하철 출, 퇴근 시간에 대만인들이 보고 있는 건 100% 한국 드라마라고). 그러니 대만이나 대만인을 폄하하는 말이나 욕은 조심하는게 좋습니다. 당연한 상식입니다만...
* 거리 풍경
: 다른 나라에 비해 유달리 음식점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편의점도 한 집 건너 보일 정도로 많고요. 대만은 맞벌이가 많고 외식을 많이 하기 때문에 퇴근하면서 먹을 것을 사가는 직장인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온갖 종류의 음식점이 밤 늦게까지 영업을 합니다. 음식점 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상점들이 10시가 넘어서도 문을 연 곳이 많습니다. 우리나라처럼 야근이 많고 늦게까지 일하는 것이 일상화된 느낌이었습니다.
* 동물
: 개와 고양이 모두 많습니다. 밤에도 개를 데리고 산책 나온 대만인을 쉽게 볼 수 있으며 동물병원이나 펫샵도 곳곳에 있습니다. 타이페이에서는 길거리 동물을 보기 어렵지만 타이페이만 벗어나도 큰 개와 길냥이들이 많습니다. 사람들이 곁으로 지나가도 개의치 않고 누워있는 걸 보면 동물을 괴롭히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 돈
: 지폐는 1,000, 500, 100불 짜리가 있고 동전은 50. 10. 5, 1불 짜리가 있습니다. 단위는 타이완 달러인데 가장 많이 사용하는 지폐는 100불짜리지만 1,000불짜리(우리로 치자면 5만 원권) 지폐도 많이 사용합니다. 화폐 공급량이 충분한지 지폐 상태가 대체로 양호한 편이고 동전도 새 동전이 많았습니다. 저는 여행하는 나라의 소액 지폐와 동전을 하나씩 기념으로 모으고 있거든요. 첫 날부터 새 동전으로 모든 동전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 날씨
:
12월의 대만은 그야말로 쾌적 그 자체입니다. 제가 있는 동안 기온이 섭씨 27도까지 올라가기도 했지만 습하지 않기 때문에 반팔을 입는 정도로 충분했습니다. 초가을 날씨이기 때문에 얇은 바람막이 하나만 준비하면 밤에도 충분합니다. 다만 타이루거 협곡은 밤에는 좀 추워지기 때문에 옷차림에 신경을 쓸 필요가 있겠습니다. 대만은 여름에는 엄청 습하고 또 무지막지하게 덥기 때문에 가능하면 11월에서 2월 중에 방문할 것을 권합니다.
* 시차
: 우리나라와 1시간 차이 밖에 안 나기 때문에 시차 적응은 전혀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거의 실시간으로 한국의 지인과 문자로 소통할 수 있을 정도니까요.
* 환전
: 당연히 은행이 가장 환율이 좋습니다. 저는 주말에 타이페이에 도착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호텔에서 환전을 했는데 환율 적용이 극악입니다. 첫날에 28.4 환율로 300불을 환전하니 앉아서 몇 만 원을 손해본 꼴입니다. 그러니 꼭 은행에서 환전하시고 주말에 도착하는 분들은 어느 정도는 타이완 달러를 준비해서 오셔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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