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 그렇지만 특히 고양이는 물을 잘 마시는 게 중요합니다. 고양이에게 문제가 생겼다고 할 때 그 부위가 신장이나 방광일 가능성이 큰 것도 고양이에게 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방증합니다.
야생에 사는 고양이과 동물들은 사냥을 해서 수분이 충분히 함유된 고기를 먹는데다 활동량이 많아 목이 마르니 자연스레 수분 섭취량이 많지만 인간과 함께 살면서 실내 생활을 하는 반려묘의 경우는 활동량 자체가 터무니 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물을 잘 먹지 않습니다. 그래서 집사들마다 물을 많이 마시게 하기 위한 묘안을 짜내느라 머리가 아픕니다.
묘종마다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고양이는 다음과 같은 특성의 물을 좋아합니다.
* 신선한 물
* 흐르는 물
* 적당히 차가운 물(미지근하거나 따뜻한 물을 좋아하는 고양이도 있지만 드문 편이죠)
흐르는 물을 공급하기 위해 저도 한 때는
'Drinkwell 360 스테인레스 급수기'를 구매해서 사용했으나 재질이 스테인레스라는 건 마음에 들었지만 아무리 깨끗이 닦아도 필터가 장착된 연결 부위에 이물질이나 물때가 끼는 건 막을 수 없더군요. 필터 교체 주기가 한 달에 한 번인데 매일 물을 갈아도 필터를 교체할 때 쯤 되면 어딘가에 끼어있던 부유물이 떠 다니는 걸 보고 기함을 했죠. 꽤 오래 잘 썼지만 결국 철거했습니다.
현재 사용하는 건 도자기로 된 물그릇입니다. 유리나 도자기로 사용된 물그릇이 좋지만 두꺼운 도자기가 물의 온도를 더 오랫동안 유지하기 때문에 고양이 물그릇으로 유명한 작가에게 주문해서 고양이 수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물그릇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만 화장실과 마찬가지로 최소한 마리 당 1개는 있어야 합니다.
모두 같은 작가의 작품이고 오른쪽에 있는 건 돋을새김으로 작업을 해서 물고기와 게가 튀어나와 있습니다. 12시간 간격으로 물그릇의 물을 완전히 교체하고 보시는 것처럼 매번
'SteriPEN Ultra'로 자외선 살균을 합니다. 자외선 살균기가 꽂혀 있는 것이 조금 더 큰 사이즈의 물그릇이고요.
도자기 물그릇은 무겁기 때문에 유리나 스테인레스 물그릇을 사용하는 집사도 많지만
플라스틱 만큼은 사용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물그릇의 위치는 바람이 불지 않는 곳이 좋고 밥그릇과 화장실에서 어느 정도 간격을 두고 배치해야 합니다. 고양이는 음식이나 화장실과 지나치게 가까운 곳에서 물을 마시지 않는 습성이 있으니까요.
매일 청소를 해서 집안이 깨끗한 편이라고 해도 고양이가 물을 마시면서 어쩔 수 없이 털이 빠지기 때문에 최소한 하루에 두 번은 물을 갈아주는 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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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집 셋째 냥이인 도림군은 어렸을 때 길에서 구조해서 데려왔을 때부터 내부 장기가 그리 건강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더랬습니다.
작년에는 신장에 염증이 생겨 함께 사는 사람이 소변량이 급격히 줄어든 걸 예민하게 찾아내서 죽을 수도 있는 위기를 겨우 넘겼고요. 수의사가 신장이 원래 약한 편이니 물을 많이 먹이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고양이가 싫은 걸 억지로 할리가 만무하잖아요. 어떻게 물을 많이 먹이냐고요. 그렇다고 목 마르게 만드는 사료를 먹일 수도 없고. ㅠ.ㅠ
생각 끝에 동물들이 고여 있는 물보다 흐르는 물을 더 많이 마시는 경향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급수기를 구입하기로 했습니다.
원래 고양이들이 사용하는 물그릇으로는 플라스틱보다는 도자기나 유리가 좋기 때문에 그 동안에도 도자기로 된 물그릇을 사용하고 있었지만 급수기는 대개 둘 중 하나더군요. 플라스틱 아니면 스테인레스. 당연히 스테인레스가 훨씬 더 비쌉니다. ㅠ.ㅠ
제가 구입한 드링크웰 360 스테인레스 급수기입니다. 지지대와 정수기 부분을 제외하고는 모두 스테인레스로 되어 있습니다.
용량은 3.5리터인데 반려동물이 중형견이거나 다묘 가정에 적합한 모델이죠. 가운데에는 활성탄 여과식의 탄소 필터가 장착되어 있어서 외부의 물이 펌프로 인해 가운데로 들어가 위로 빨려 올라가면서 여과된 물이 급수구를 통해 흘러나오는 방식입니다.
펌프를 가동시켜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전기(220w)를 사용해야 합니다. 24시간 계속 물이 흘러나오기 때문에 고여있는 물보다 용존 산소량은 월등히 많겠지요. 소음은 거의 없고 물이 졸졸 흘러나오는 소리가 듣는 사람에 따라 꼭 정원의 분수 같아서 운치까지 있습니다.
급수구는 반려동물의 수에 따라 1~5개까지 가능(여러 개의 취향에 따라 갈아끼울 수 있습니다)한데 여러 군데에서 동시에 물이 흘러나오면 옆 급수구의 물에 닿을까봐 고양이들이 물 마실 때 너무 조심하더군요. 생각 끝에 그냥 급수구 하나짜리로 고정해 놓았습니다.
360이라고 쓰여 있는 뚜껑을 돌리면 흘러나오는 물의 양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최대로 열어놓으면 물이 급수기 밖으로 튈 수 있기 때문에 중간 정도로 해 놓는 것이 가장 좋더군요.
아파트에 살면서 수돗물을 먹이는 것(저희 집은 수돗물을 그릇에 받으면 뿌연 것이 눈에 보일 정도로 탁도가 좀 높은 편이라서 더 찜찜했거든요)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깨끗하게 여과된 물을 먹일 수 있어서 안심입니다.
몇 달 써보니 확실히 고양이들도 흐르는 물을 더 좋아하더군요. 도림군도 물을 먹는 빈도와 양이 확실히 늘었습니다. '감자' 크기도 많이 커졌고요. 뭐 그렇다고 세면대나 싱크대에서 물을 안 마시는 것은 아니지만. ㅡㅡ;;;
스테인레스라서 물때도 거의 끼지 않고 세척도 간편하네요. 그래도 고양이들이 새 물을 좋아하기 때문에 하루에 한 번씩은 물을 완전히 갈아 줍니다. 아무래도 사료 먹고 물을 마시면 사료의 기름기가 물에 뜨기 때문에 좀 귀찮아도 하루에 한 번은 갈아주는게 좋은 것 같거둔요. 일주일에 한번 정도 간격으로 완전히 분해해서 세척하고요.
기능 면에서는 아주 만족스러운 제품인데 문제는 제품 가격과 탄소 필터 가격 모두 비싸다는 거.
가격 비교 사이트를 통해 사더라도 본체 가격이 10만 원 안쪽으로 구입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고가입니다. 탄소 필터도 3개 들이 한 박스에 15,000 원 정도 하는데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필터를 교체해야 하니 고정 비용이 한 달에 5천 원은 나간다는 이야기죠.
덮어놓고 사기에는 확실히 부담되는 가격입니다만 셋째 도림군이 물 마시는 걸 보기만 해도 흐뭇하기 때문에 저로서는 감수할 가치가 충분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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