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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물학자이자 진화생물학자인 스티븐 제이 굴드는 관련 학계에는 '단속평형설'로 유명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생전에 22권의 저서, 101편의 서평, 497편의 과학 논문, 300여 편의 자연학 에세이를 남긴 과학계 불세출의 작가이기도 합니다.
이 책 '여덟 마리 새끼 돼지'는 스티븐 제이 굴드가 'Natural Histroy'에 연재한 글을 모은 총 10권의 시리즈 중 6번 째 권입니다. 스티븐 제이 굴드는 1974년부터 2001년까지 무려 27년 간 300여 편에 달하는 자연학 에세이를 연재했는데 복막 중피종이라는 치명적인 암으로 투병하던 시기에도 한 번의 결호 없이 연재를 이어간 대단한 사람입니다.
이 책에 실린 31편의 자연학 에세이는 1985년에서 1992에 걸쳐 쓴 것들로 작가로서 가장 뛰어났던 시절의 작품들이 대부분이어서 굴드 자신도 이 책을 '중년의 작품'이라고 불렀다고 하니 그야말로 최고의 글쓰기를 보여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02년에 세상을 떠난 굴드를 기리고자 그의 사후 10주년을 기념하여 시카고 대학의 진화생물학자 제리 코인이 자신의 블로그에 추모글을 포스팅했는데 많은 독자들이 댓글을 달았고 가장 많은 내용이 스티븐 제이 굴드의 자연학 에세이에 대한 것이었다고 합니다. 누구는 오직 굴드의 글을 보려고 Natural History를 정기구독했으며 그의 자연학 에세이를 읽고 고생물학의 길을 선택했다고 고백하는 학자들도 많았다네요.
그만큼 그가 쓴 자연학 에세이는 학계 뿐 아니라 일반에도 큰 영향을 준 과학 분야 글쓰기의 정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을 읽을 때 처음에는 진화에 대한 상식의 허실을 깨닫는 재미가 좋았지만 점점 굴드의 글 자체가 좋아서 읽게 되더군요. 분명히 고생물학과 진화생물학을 다루는 학문적인 글인데도 그렇게 어렵지 않고 재미있습니다. 그래서 700페이지에 가까운 책을 한 달 동안 아껴가며 읽으면서도 전혀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과학 지식의 엄밀성과 즐거움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책은 쉽게 만날 수 있는 게 아니죠.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교양 서적으로 안성마춤입니다. '알쓸신잡' 같은 프로그램을 보는 것 보다 이 책 한 권을 읽는 게 훨씬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덧. 이 책은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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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 때
'집단 지성을 믿을 수 없는 이유'라는 포스팅에서 밝힌 것처럼 저는 기본적으로 회의주의자이고 가능한 한 지독한 회의주의자가 되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것만이 불확실성으로 가득찬 혼란한 세상에서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회의주의가 정답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이 책의 저자인 마이클 셔머가 힘주어 이야기하듯이 회의주의도 무오류의 진리가 아니라 하나의 방법에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회의주의마저도 끝까지 검증을 해 봐야 하지요.
작년 5월에 소개한 Thomas Kida의
'생각의 오류 :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게 만드는(2006)'이라는 책에서도 회의주의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뭐니뭐니해도 회의주의의 원전이라고 할 수 있는 책은 바로 회의주의 학회의 설립자이자 과학 저널 'Skeptic'을 창간한 Michael Shermer가 쓴 이 책입니다.
마이클 셔머는 리처드 도킨스, 스티븐 핑커, (고) 스티븐 제이 굴드와 함께 회의주의자들에게는 너무나 잘 알려진 사람으로 과학과 이성을 수호하기 위해 각종 사이비 과학을 비롯한 '이상한 것들'과 맞서 싸우는 이 시대의 심리학자입니다.
회의주의(Skepticism)이라는 말은 대개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게 만듭니다. '회의적'이라는 말이 무엇이든 부정한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죠. 그러나 이는 일반인들의 선입견일 뿐이고 사실 상 회의주의는 우리가 믿고 있는 모든 것이 과연 사실인지 과학적으로 검증하는 방법론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래서 사실 회의주의자의 자세는 아주 쉽습니다. 어떤 그럴듯하고 굉장한 의견이나 주장을 접하면 다음과 같이 말하는 것입니다. "멋진데!!, 그렇다면 이제 그걸 증명해 봐"
이 책의 저자인 마이클 셔머에 따르면 사람들이 이상한 것을 믿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진화적으로 잘못된 부정(예; 방울소리를 내는 뱀은 해롭지 않다)은 목숨을 앗아갈 수 있지만 잘못된 긍정(예; 기우제를 지내면 비가 온다)은 시간과 기력만을 허비할 뿐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받아들여서 살아남는다는 것이죠.
이 책은 초능력, 임사체험, 외계인 납치, 창조과학, 홀로코스트 부정론 등 많은 사람들의 귀를 솔깃하게 만드는 사이비 과학과 유사 과학이 소개됩니다. 저도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이 책을 보고 처음 알았습니다.
570페이지나 되는 분량의 책이지만 그리 어렵지는 않습니다. 마이클 셔머가 이상한 것을 믿는 사람들과 싸웠던 에피소드가 많이 소개되기 때문에 책장은 쉽게 넘어가는 편이거든요.
회의주의에 관심있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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